작은 운명 (54)

 

민첩 아버지가 윤정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TV에서는 현직 검사가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대검찰청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간부급 검사를 상대로 감찰과 동시에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대검찰청은 법무부에 해당 검사의 직무 배제를 요청하면서 감찰과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사표 수리를 보류해 달라고 통보했다는 내용이다.

 

“아니, 세상에! 또 저런 일이 났구먼. 정말 한심하다. 검사라는 자리가 어떤 자린데, 할 일이 없어서 여자 추행이나 하고 있나? 그 검사 부인이나 자녀, 부모형제는 어떤 심정일까?”

“글세 말이예요. 결혼도 했을텐데, 집에서 하면 돼지, 왜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질까요?”

 

“그러니까 남자는 여자를 조심해야 해. 여자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니까 저런 문제가 생기는 거야. 여자가 좋으면 은밀하게 시간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서 여자의 마음을 움직여서 섹스를 해야 하는데, 우리 나라 남자들은 급해서 그래. 여자에게 잘 해주지 않고 그냥 공짜로 쉽게 하려고 하니까 저런 말썽이 생기는 거야.”

 

“아마 이번 검사사건은 강간을 했다는 것이 아니고, 회식 장소에서 여자를 만졌다는 것 같아요.”

“성추행이라고 하니까 강간한 건 아닌 것 같네. 다만, 공개된 장소에서 남자가 여자를 만지면 그게 추행인 거고. 죄질이 무거운 거야. 성추행이란 성적으로 더러운 짓을 했다는 뜻이야. 원래 성이란 서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은밀하게 해야 아름답고 의미가 있는 것이지, 여러 사람이 보는 곳에서 대놓고 여자를 만지면 당하는 여자는 얼마나 심한 모욕감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될지 뻔한 것 아냐.”

 

“맞아요. 사랑은 은밀하게 두 사람만이 있는 곳에서 하는 거예요.”

“아무튼 저 검사 신세 조졌네. 앞으로 변호사도 못하게 될 거고. 그 잘 나가던 검사 옷벗고 놀고 있으면 동네에서도 창피해서 못나가고 굶어죽을 거 아야. 참 불쌍한 인생이네.”

 

“그러게 말이예요. 남자란 참 이상한 동물이예요. 그런 욕정을 못참아서 저런 짓을 할까요?”

“성추행이란 욕정을 참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여자를 무시하고 장난처럼 만지는 경우가 많아.. 어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남자들은 그런 성추행으로도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는 하지만..”.

 

이런 대화를 하면서 민첩 아버지는 자신처럼 여자를 성의껏 대하고 정성을 다해서 모텔에 가서 진한 섹스를 하는 남자는 정말 멋있고 대단한 남자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많이 배운 검사는 여자를 다루는 데는 완전히 파이인 상태고 서투르게 여자 엉덩이나 만지다가 성추행으로 형사입건되고 조사를 받고 파면되고 전과자가 되고, 개망신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민첩 아버지는 절대로 모르는 여자의 신체를 응큼한 눈빛으로 쳐다보거나 지하철 같은 혼잡한 곳에서 젊은 여자의 신체에 자신의 그것을 접촉시키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새삼스럽게 다짐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만나고 있는 윤정은 아주 소중한 섹스 파트너, 인생 동반자였다. 그래서 더욱 잘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56)  (0) 2019.12.08
작은 운명 (55)  (0) 2019.12.02
작은 운명 (53)  (0) 2019.12.01
직은 운명 (52)  (0) 2019.11.28
작은 운명 (51)  (0) 2019.11.28

작은 운명 (53)

 

민첩 아버지는 당분간 정력을 증강시키는 일에 집중했다. 남자의 정력이란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닌데, 민첩 아버지가 오직 정력에만 신경을 쓴 이유는 본인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은 민첩 아버지가 한번 한다면 꼭 하고야 마는 성격인데다가 다른 남자들에 대한 콤플렉스를 육체적인 파워, 그것도 성적 파워로서 극복하려고 했던 잘못된 생각때문이었다.

 

민첩 아버지는 어떻게 살아야 옳은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가 없었다. 매우 단순한 생각으로, 인생에 있어서 남녀간의 사랑, 그것도 섹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장관이거나 재벌이든, 국회의원이든, 성직자라도 남자가 연애를 제대로 못하고 멋있는 사랑을 못하고 돈이나 벌고 출세나 하는 것은 불쌍한 인생이라고 단정을 하고 있었다.

 

민첩 아버지는 돈은 비교적 잘 벌고 있었기 때문에, 정력에 좋다는 사슴피를 먹으러 다니고, 인삼이나 녹용을 지어서 먹었다.

 

한번은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어느 유명한 심마니가 입동 전날 캤다고 하는 아랫도리가 통통하고 여체처럼 생긴 도삼(都蔘)을 무려 천만원을 주고 샀다. 심마니 이야기로는 그 산삼만 먹으면 전혀 큰병을 앓지 않고 100세까지 거뜬히 산다고 했다.

 

민첩 아버지는 그 산삼을 비닐봉투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민첩 어머니가 그것을 산더덕으로 생각하고 더덕무칠 때 같이 무쳐서 민첩 어머니가 혼자서 다 먹어버렸다. 민첩 아버지는 기가 막혔다.

 

아니 그 비싼 산삼을 혼자 먹어버리다니, 너무 한 것 아니야?”

산삼은 모두 가짜예요. 이제 진짜 산삼은 없다고 해요. 산짐승들이 요새는 심마니들이 산삼을 캐기 전에 모두 다 먹어버린다고 해요. 산짐승들이 산삼 좋은 것을 알게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당신 산삼 먹고 정력 세어지면 또 나쁜 짓 하게 될건데, 내가 잘 먹어버렸어요. 앞으로는 정력에 좋은 음식은 먹지 않도록 해요. 오히려 정력에 나쁘다는 고사리 같은 것을 먹어요.”

 

고사리는 정력에 나쁘대?”

그럼요. 옛날에 절에 스님들이 정력을 감퇴시키기 위해서 고사리를 많이 먹었다고 하는 속설이 있어요.”

앞으로 도라지는 절대 먹지 않을 거야.”

 

아무튼 민첩 아버지는 이렇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력을 증강시키는 사업에 매진했다. 그런데 그렇게 1년 반쯤 지났을 때, 정말 놀라운 효능이 나타났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체육시설에 다니나가 우연히 만난 윤정과 연애를 했다. 윤정은 이혼하고 혼자 사는 여자로서 수영을 오래 했다. 민첩 아버지는 윤정의 몸매에 빠져 윤정을 꼬시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마침내 어느 날 민첩 아버지는 윤정과 야외로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같이 술을 마시고 모텔에 들어갔다. 강변이 보이는 모텔방의 분위기는 멋이 있었다. 윤정도 민첩 아버지가 싫지 않았다.

 

두 사람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정사를 벌었는데, 일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무려 세 시간 동안이나 정신 없이 탐닉을 했던 것이다. 윤정도 솔직하게 말하는데, 지금까지 만났던 남자 중에서 생애 최고의 남자였다고 고백했다.

 

민첩 아버니는 42킬로 마라톤 경주에서 세계 참피온이 된 것같은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정력이 약한 허약한 남자라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권투로 따지면 라이트급에서 비실비실대던 선수가 어느 날 갑자기 체중을 늘려 헤비급 참피온에 도전장을 냈는데, 링에서 상대를 KO로 녹다운시키고, 참피온의 자리에 등극한 형국이었다.

 

수영으로 다져진 강력한 여자 선수를 완전히 녹다운시켜 행복하게 만든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치열한 접전 끝에 지역구선거에서 국회의원이 된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다군다나 국회의원은 4년밖에 임기가 보장이 되지 않지만, 자신의 정력은 앞으로 70살까지는 평생 보장될 것이고, 용불용설이론에 따르면 정력은 많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더욱 강해진다고 하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다만, 걱정은 이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받쳐줄 상대가 힘이 좋아야 가능하니, 그런 상대를 게속해서 만날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그런데 일단은 지금 일전을 같이 겪어본 윤정이라는 여자가 있으니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윤정은 매우 소중한 보물이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55)  (0) 2019.12.02
작은 운명 (54)  (0) 2019.12.02
직은 운명 (52)  (0) 2019.11.28
작은 운명 (51)  (0) 2019.11.28
작은 운명 (50)  (0) 2019.11.28

직은 운명 (52)

민첩 아버지는 더 이상 싸워봤자 얻을 게 없을 것 같았다. 뱀사장은 눈이 꼭 뱀같았다. 아주 날카롭게 쏘아보는 것이 옆눈으로 쏘아보고, 째져있는 눈이 꼭 뱀이었다. 얼굴 색깔로 누런게 뱀피부였다.

 

만일 치고 받고 싸우다가 그 집에 있는 구렁이나 독사를 풀어서 민첩 아버지에게 기어오게 했다가는 그깟 돈 때문에 잘못하다가는 뱀독에 물려 비명횡사할 것 같았다.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민첩 아버지는 절망감에 빠져서 처음 자신에게 뱀탕을 효능을 알려준 옆집 남자를 만났다.

 

“사장님 말을 듣고 나도 뱀탕을 먹었는데 나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 어떻게 된 걸까요?”

 

“뱀탕 먹었다고 곧 효능이 나타나는 건 아니예요. 몇 달 있어야 그때 비로소 나타나는 거예요. 그리고 당분간 술을 줄이고 있어요. 여자와 관계를 할 때는 처음에는 젊은 여자를 피하고 아이를 두 명 이상 낳은 여자와 천천히 시작해봐요. 젊은 여자와 관계를 하면 효능이 감퇴돼요. 절대 이 원칙을 지켜야 해요. 여자가 40살 넘은 여자하고만 해야해요.”

 

민첩 아버지는 이 남자가 ‘성의 고수’라는 사실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 권위에 눌려 꼼짝못하고 그 원칙을 지키려고 마음먹었다. 그날 민첩 아버지는 이 고귀한 진리를 깨우쳐준 그 남자를 대접하기 위해 술집에 가서 술을 마셨다.

 

그 남자는 담담한 표정으로 여자관계를 잘 하는 법에 대해 체계적인 강의를 한 시간 해주었다. 민첩 아버지는 ‘성전문 대학원’을 체계적으로 수료한 것 같았다. 너무 기분이 좋고 흥분이 되었기 때문에 그 남자와 술을 많이 마셨다.

 

그 남자는 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는 것 같지 않았다. 소주병을 무려 5병이나 혼자 비웠다. 그 남자는 술을 민첩 아버지에게 권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혼자 따라 마시고, 빈병도 자신이 먹은 것을 확인하려는 듯 따로 놓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술집을 나올 때 그 남자 혼자 마신 소주병은 무려 12병이나 되었다.

 

민첩 아버지도 술이 센편이라 그날 많이 마셨는데, 3병밖에 되지 않았다. 그 남자의 주량에 비해볼 때 25%밖에 되지 않는 저조한 실적이었다. 순간 창피했다.

 

같은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나서 군대까지 갔다왔는데, 이렇게 밖에 술을 못마시고 그것도 취해서 구두를 신을 때 오른쪽 구두와 왼쪽 구두를 구별할 수 없어 헤매는 자신을 보니 무엇 때문에 살고 있나 싶었다.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처럼 그냥 삶에의 맹목적 의지 때문에 죽지 않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는 뱀탕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소주를 12병을 두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들이마시고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얼굴이 붉어진 것도 아니었다. 음성이 거칠어진 것도 아니고 차분했다. 마치 커피만 마신 여자같았다.

 

민첩 아버지는 자신이 뱀탕을 오래 먹고도 아무런 성능력에 변화가 없는 대신, 저 남자는 술을 저렇게 많이 먹고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니 똑 같은 무변화는 맞는 것 같았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54)  (0) 2019.12.02
작은 운명 (53)  (0) 2019.12.01
작은 운명 (51)  (0) 2019.11.28
작은 운명 (50)  (0) 2019.11.28
작은 운명 (49)  (0) 2019.11.27

작은 운명 (51)

 

민첩 아버지는 뱀탕을 먹을 때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철저하게 지켰다. 뱀탕을 먹을 때에는 여자관계도 삼갔다. 전문가 말로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는데도 민첩 아버지는 정력이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특별한 노력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여자관계를 하지 않고 참으려고 했더니 더욱 생각이 간절한 것이었다. 그것은 더욱이 뱀탕을 먹는 이유가 여자관계를 잘 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뱀탕을 먹을 때마다 오히려 여자 생각이 더욱 치솟아서 인내하기가 어려웠다.

 

뱀탕집 주인은 민첩 아버지에게 진짜 뱀을 끓여주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게 해서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살아있는 뱀을 망태기에서 꺼내서 물로 씻은 다음 솥에 넣는 장면부터 보여주었다.

 

뱀의 눈은 무서웠다. 모두 민첩 아버지를 노려보는 것이었다. 뱀들을 솥에 넣고 나중에 다 꾾인 다음 두껑을 열고 보여주는데, 뱀들이 모두 머리를 꼿꼿하게 쳐들고 죽어있었다. 저런 뱀을 뱃속에 집어넣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지만 민첩 아버지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뱀탕을 끝까지 먹고 정력을 키워야할 시대적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내 담담해졌다. 아무튼 민첩 아버지는 이렇게 갖은 고생을 하면서 뱀탕을 먹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뱀탕을 먹기 전이나 먹은 다음이나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민첩 아버지는 뱀탕 주인에게 사기 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가서 따졌다.

 

“아니, 사장님. 어째서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까?”

“글쎄요, 정말 아주 좋은 물건만 사용했기 때문에 틀림없이 달라질 텐데요. 내가 30년 뱀을 취급하지만 선생 같은 분은 처음인데요. 병원에 가서 혹시 성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정밀검사를 받아보면 어떨까요?”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까지 애도 낳고 여자들하고 잘 하고 있었는데 성불구라니요?”

“내가 언제 성불구라고 했어? 도대체 이 사람이 왜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고 있어? 당신 생긴 게 잘 못하게 생겼구먼.”

 

뱀사장은 갑자기 흥분해서 반말이었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민첩 아버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내가 생긴 게 어째서 그래? 당신 가짜뱀 쓴 거 아냐?”

 

“가짜뱀이라니? 이 세상에 어떻게 뱀 모조품을 만들어? 당신 눈깔로 똑똑히 봤잖아? 살아있는 그 싱싱한 뱀들을 솥에 넣는 것과 나중에 끓인 다음 서있는 것도 봐놓고 그런 헛소리를 해?”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53)  (0) 2019.12.01
직은 운명 (52)  (0) 2019.11.28
작은 운명 (50)  (0) 2019.11.28
작은 운명 (49)  (0) 2019.11.27
작은 운명 (48)  (0) 2019.11.27

작은 운명 (50)

 

민첩 아버지는 갑자기 눈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뱀탕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에게 물어보았다.

 

“뱀탕은 고상한 말로 생사탕이라고 하는 거요. 생사탕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아주 강력한 초정력제인 거요. 조선시대에는 폐결핵이나 중병으로 다 죽어갈 때 먹이면 다시 팔팔하게 체력이 회복되었던 거예요. 생사탕에는 고단위 단백질과 22종의 아미노산이 들어있는 것으로 성분분석이 되었다고 해요. 특히 현대 사회에서 정력제로 선전되고 있는 토코페롤이 많이 들어있어요.”

 

“제가 제일 궁금한 것은 정말 뱀탕을 먹으면 저처럼 정력이 약하고 조루인 사람도 강해지나요?”

“뱀탕은 비싸서 못먹지, 먹어본 사람들 이야기 들으면 백이면 백 모두, 변강쇠가 되었다고 하니까 그런 질문은 아주 어리석은 우문인 거요.”

 

“어느 정도 강해지나요?”

“지금까지 그런 구체적인 강도의 수치까지 물어보는 사람은 처음 봐요. 나 바쁜 사람이니까 이제 그만 하고 돌아가세요. 공연히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아요.”

 

민첩 아버지는 머쓱해졌다. 머리를 끄적거리며, “주로 어떤 뱀을 먹는지 궁금해요?”

“주로 구렁이, 칠점사, 까치독사, 화사라고 하는 꽃뱀을 가지고 탕을 만드는 거예요.”

 

민첩 아버지는 더 이상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 자리에서 돈을 온라인으로 이체하고 일주일 후부터 뱀탕을 먹기로 했다. 물론 와이프에게는 비밀로 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거느리고 있는 애인 여자들에게도 절대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뱀탕을 먹고 과연 성능력향상의 효능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공연히 비싼 돈을 주고 뱀탕을 먹었는데도 자신에게만은 효능이 나타나지 않게 되면 망신만 당하는 것일 것이고, 만일 효능이 크게 나타난다고 해도, 먼저 말을 하면 뱀탕 때문에 인위적으로 정력이 향상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뱀탕은 완전히 모든 사람들에게 비밀로 하고 센 정력을 과시하면 위대한 남자로 대우를 받고 역사적인 위인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만일 정력이 변강쇠처럼 세지면, 현재의 애인들은 모두 교체할 것이라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야 새로 만나는 여자들이 민첩 아버지가 태어날 때부터 변강쇠였던 것으로 믿을 것이고 생각했다.

 

바다에서 나는 광어도 자연산과 양식 광어가 있듯이, 변강쇠도 태생적 변강쇠와 뱀탕 먹은 변강쇠는 아무래도 상대에 대한 인식과 선입관에 차이가 있고, 그 때문에 상대의 성적 흥분에도 차이가 날 것이고 혼자 믿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은 운명 (52)  (0) 2019.11.28
작은 운명 (51)  (0) 2019.11.28
작은 운명 (49)  (0) 2019.11.27
작은 운명 (48)  (0) 2019.11.27
작은 운명 (47)  (0) 2019.11.27

 

작은 운명 (49)

 

민첩 아버지는 아무튼 전에 애인 있는 여자를 건드렸다가 죽을 뻔한 다음부터는 유부녀에 대한 노이로제에 걸렸다.

 

그러면서도 아예 여자를 만날 생각을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새로 여자와 연애를 하려고 할 때에는 우선 상대 여자가 정말 혼자 있는 여자인지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했다.

 

아무리 여자가 겉으로 보아 가정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믿지 않았다. 나이가 젊어도 믿지 않았다. 그래서 여자를 만날 때 우선 집부터 알아놓았다.

 

하지만 어떤 여자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디 살고 있는지부터 꼬치꼬치 캐물으면 남자를 의심하게 된다. 때문에 민첩 아버지는 하는 수 없이 여자와 헤어진 다음, 그 여자를 몰래 미행하였다.

 

그러다 여자에게 들키면 밤에 여자 혼자 집에 돌아가다가 나쁜 치한을 만날까봐 몰래 뒤따라가려고 했던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다.

 

순진한 여자들은 그 말을 곧이 믿었다. 어느 정도 친해지면 반드시 여자 집안까지 들어가보았다. 혹시 여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지, 결혼은 하지 않았어도 다른 남자가 가끔 왔다갔다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았다.

 

이렇게 완벽한 검증절차를 거친 다음, 여자가 결혼하지 않았거나, 결혼했어도 이혼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놓고 데이트를 하고 잠자리를 했다.

 

이런 과정에서 민첩의 아버지는 다른 사람의 뒷조사를 하고, 미행하고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기술을 습득했다. 민첩 아버지의 경험과 노하우가 같은 집에 사는 아들 민첩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전수되어서 그랬는지 나중에 민첩은 흥신소를 차려 사장으로서 성공하게 된다.

 

민첩 아버지는 결혼하고 민첩을 낳기 전까지는 몸이 비교적 허약한 편에 속했다. 여자를 좋아하는 기질은 선친으로부터 타고나서 그런지 사람들이 말하는 색골이었지만, 몸은 허약해서 성적으로도 혼자 즐기는 편이었지, 상대 여자를 충분히 만족시켜주지는 못했다.

 

민첩 아버지는 몸으로 때우는 스타일이 아니라, 돈으로 때우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정력이 약했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돈을 많이 씀으로써 여자와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여자들은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남자가 젊고 정력이 강해야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민첩 아버지는 마음에 드는 여자를 애써 꼬셨는데, 자신보다 돈을 없지만 젊고 정력이 세고, 헬스장에서 몸을 만든 남자에게 빼앗긴 경험을 몇 차례 한 다음부터는, ‘돈이 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돈 가지고 안 되는 게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만만하게 살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는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여자에 대한 경쟁력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은 할 수가 없었다. 민첩 아버지는 아직까지 조상 대대로 집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족보의 범위내에서는 한 사람도 자살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가문의 영광이며 최고의 자부심으로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 명문의 집안에서 태어난 남자가 여자를 꼬시는 경쟁력이 신체의 허약함 때문에 쉽게 자살한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수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새로 이사온 사람과 술을 마시는데, 그 사람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술을 무척 많이 마셨기 때문에 정력이 무척 약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뱀을 잡으러 다니는 사람을 알게 되어 그 사람 때문에 몇 달 동안 뱀탕을 먹게 되었다.

 

그랬더니 그후부터 정력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그 남자는 어느 날 갑자기 뱀탕의 영험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 실력 발휘를 할 데가 없어 일차적으로 부인에게 했더니 처음에는 부인이 좋아하다가 일년쯤 지나서는 도저히 그 남자를 상대할 수 없다고 가출해버렸다고 한다.

 

그 남자는 결국 아내와 이혼하고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는데, 그 탁월한 정력 탓으로 여자들이 항상 줄로 서있다고 했다. 오히려 여자들이 돈을 벌어다가 남자를 도와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핸드폰에서 애인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데, 최소한 다섯명의 여자들이 속옷차림으로 그 남자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51)  (0) 2019.11.28
작은 운명 (50)  (0) 2019.11.28
작은 운명 (48)  (0) 2019.11.27
작은 운명 (47)  (0) 2019.11.27
작은 운명 (46)  (0) 2019.11.26

작은 운명 (48)

 

그리고 동네 사람들 중에 유부녀와 바람을 피고 있는 남자들이 있으면, 그 남자들을 찾아가 며칠씩 술을 사주면서 유부녀의 위험성과 불륜이 문제되었을 때 남자의 생명은 전쟁이나 쓰나미 때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몇 달 동안 이런 우매한 남자들을 위해서 민첩 아빠가 쓴 술값만 합계 5백만원이 넘는 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그래도 민첩 아빠는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설사 자신이 파산을 하거나 나중에 법원에 개인회생신청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일은 사회 정의와 공공의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며, 아픈 경험을 한 자신만이 이 일을 할 적임자라고 믿었다. 민첩 어머니도 신랑이 하는 일이 옳다고 동조했기 때문에 돈 나가는 것을 감수했다.

 

그런데 아무리 민첩 아빠가 그 남자들을 일깨워주어도, 그 남자들은 소귀에 경읽기였다. 오히려 민첩 아빠에게, ‘당신은 진정한 사랑을 몰라서 그래. 남녀간의 사랑은 이론으로 설명이 안 되는 거야. 우연히 만나서 속정이 들고 어쩌지 못하게 되면, 유부녀든 유부남이든 환경을 극복하고 초월해야 하는 거야. 당신처럼 일신상의 부귀와 영화, 생명 신체상의 안전만 따질 것 같으면 왜 살아?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부터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어머니 뱃속에서 편하게 거주하고 있으면 좋았을 거야. 그리고 당신 같은 겁쟁이는 위대한 사랑을 쟁취할 수 없어. 그냥 혼자 잘 먹고 잘 살아. 죽을 때 후회할 거야.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위대한 사랑을 한 사람들은 대개 복합적 애정관계, 삼각관계, 결혼과 이혼을 거친 끊임없는 심각한 투쟁을 하고 거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뿐이야. 당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당신한테 술을 얻어먹으면 3년 동안 내가 재수 없을 것 같아. 그러니까 오늘 술값은 내가 낼 거야.“

 

민첩 아빠는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머리 나쁜 사람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민첩 아빠가 지난 번 건달에게 당한 역사적 사실을 동영상과 녹화를 해놓았더라면 이 우둔한 백성을 깨우쳐줄 수 있었을텐데, 그때는 공황상태라 미처 이런 준비를 못한게 한스러웠다.

 

이런 진지한 토론을 수십 차례 했지만 남자들은 모두 민첩 아빠와 견해가 달랐고, 철학적 기반도 달랐으며, 성애(性愛)지상주의자들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토론의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

 

이런 지저분한 문제로 자꾸 토론을 하다보니 민첩 아빠는 토론에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TV에서 정치평론가나 대학교수, 변호사, 소설가 등이 정치, 경제, 군사, 외교, 검찰수사, 문화, 예술, 스포츠 등의 수만가지 분야에 나와 만물박사인 것처럼 떠들고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을 주고 받는 것을 보면서, ‘!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박식하고, 논리적이고, 토론을 잘 하는가! 인물도 모두 좋고, 인품도 너무 좋다.’ 이렇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민첩 아빠가 본격적으로 토론의 무대에 나서서 여러 차례 토론을 해보니까, ‘토론을 잘 하는 사람들은 모두 주둥아리만 가지고 나불대는 놈들이구나! 별로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짧은 시간에 떠들 몇 가지 사항만 준비하고 나와서 떠드는 깊이없고 한심한 인간들이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50)  (0) 2019.11.28
작은 운명 (49)  (0) 2019.11.27
작은 운명 (47)  (0) 2019.11.27
작은 운명 (46)  (0) 2019.11.26
작은 운명 (45)  (0) 2019.11.26

작은 운명 (47)

 

민첩의 이름은 원래 민첩의 아버지가 바람을 피고 첩을 두었기 때문에 민첩 어머니가 신랑이 데리고 있는 첩을 떼어버리기 위해 부적 대신 아들 이름에 자를 넣고, 첩을 없앤다는 의미에서 자를 넣은 것이었다.

 

민자 무늬또는 첩을 민다는 이중적 의미에서 역학자가 지어준 것이 일단 역학자 말대로 첫 번째 첩은 당초 예정한 3년 이내에 떨어져나갔지만, 민첩의 어머니 입장에서는 그 후에도 신랑이 바람을 필까봐 늘 걱정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민첩의 아버지가 사업수완이 좋아서 돈을 잘 벌고 있고, 또한 타고난 성격상 씀씀이가 좋고 남을 배려하는 이타적인 성격이서 특히 불쌍한 여자들에게 잘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민첩 아버지는 젊고 예쁜 여자도 좋아했지만, 나이 들어 사별하고 혼자 사는 여자나 남편에게 두들겨맞고 이혼당한 여자에게도 측은지심이 발동해서 술 사주고 밥 사주는 일을 자주 해서 동네에서 인기가 좋았다.

 

다만, 민첩 아버지는. ‘절대 유부녀나 애인 있는 여자는 만나지 않는다. 불륜의 여자는 악마고 꽃뱀이고 가시 있는 장미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지난 번 데리고 있던 여자가 혼자 있고, 한번도 결혼하지 않은 숫처녀라고 해서 많은 돈을 들여서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옛애인이라고 자처하는 깡패 건달이 감방에서 튀어나와 주인 행세를 하면서 여자이 얼굴에 염산을 뿌리고, 더 나아가 민첩 아버지를 죽이려고 난리를 친 역사적인 사건을 직접 경험하고 나서 깨달은 만고의 진리였던 것이다.

 

그래서 민첩 아버지는, ‘유부녀와 연애를 하느니, 차라리 거세를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민첩 아버지가 거세까지 할 결연한 남자다운 태도를 보인데 대해서, ‘아무리 그래도 거세하면 남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니까 거세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요새 유행하는 삭발이나 단식을 하는게 어떠냐?’고 적극적으로 만류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첩 아버지는 한번 먹은 마음을 돌리는 성격이 아니었다. 남자가 한번 거세한다고 했으면 거세하는 것이지, 치사하게 삭발이나 단식을 하느냐고 더 강력하게 말했다.

 

민첩 아버지는 삭발은 머리숱이 더 많이 나는 효과가 있고, 단식은 죽지 않으면 다이어트나 대장청소에 아주 효과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일종의 쇼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거세(去勢)는 자신처럼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의 입장에서는 사형 이상의 형벌이고 고통이라고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49)  (0) 2019.11.27
작은 운명 (48)  (0) 2019.11.27
작은 운명 (46)  (0) 2019.11.26
작은 운명 (45)  (0) 2019.11.26
작은 운명 (44)  (0) 2019.11.24

작은 운명 (46)

 

공칠은 마침내 서울생활을 모두 접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내가 뭐라고 했니? 네 적성에 공부는 맞지 않는 거야. 너는 우리 집안의 가업을 이어받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어. 정육일을 배우고, 식당 경영에도 신경을 쓰자.“

 

그런데 이상하게 저는 소와는 인연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다른 일을 하게 해주세요. 저는 원래 경찰관이 되려고 했어요. 대학은 포기했지만, 경찰관 시험공부를 하게 해주세요.“

 

경찰관 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야. 그리고 경찰관은 사회를 위해 좋은 일도 하지만, 남을 잡아넣고 음주단속을 해서 적을 많이 만들기 때문에 별로 좋은 직업이 아냐.“

 

공칠은 아버지의 말에 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기운이 솟구쳐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나, 꾹 참았다. ‘소를 죽이고, 소고기를 썰고, 소고기를 요리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는 경찰관이라는 직업이 훨씬 덜 죄를 짓는 거예요.’

 

공칠은 아버지 몰래 경찰관이 되려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는 커피바리스타가 되겠다고 말하고 커피학원을 다니기로 하고, 그 지역에서 제일 활발하게 흥신소를 하고 있는 김민첩 사장을 찾아가서 아르바이트일을 하기로 했다.

 

흥신소에서는 비록 공칠이 나이는 어리지만, 태권도와 권투 등 무술을 했기 때문에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고 일을 시켰다. 흥신소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오토바이면허를 타는 것이 급선무였다. 공칠은 열심히 해서 오토바이를 배웠다. 곧 이어서 자동차운전면허도 땄다.

 

흥신소 사장인 김민첩은 이름 그대로 머리가 잘 돌아가고 행동이 빨랐다. 어떻게 그 아버지가 아들의 이름을 민첩이라고 지었는지 모른다고 사람들은 혀를 찼다.

 

민첩의 아버지는 민첩을 낳기 전에 부부 사이가 나빴다. 그래서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여자를 만나서 첩을 만들었다. 그런 상태에서 민첩의 어머니는 임신을 하고 마침내 아들을 낳았다. 그래서 민첩의 어머니는 아들 이름을 지으러 역학자에게 찾아갔다.

 

역학자는 민첩의 어머니를 한동안 쳐다보더니, “자네 아들 이름은 민첩이라고 지어. 그래야 신랑이 더 이상 첩을 두지 않고, 현재 있는 첩도 3년 이내에 떨어져나가게 돼. 민자는 첩을 밀어내서 신랑을 첩이 없는 상태, 즉 무첩(無妾)으로 만든다는 뜻이야.”

 

그래서 민첩의 어머니가 우겨서 아들 이름을 민첩으로 지었는데,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민첩이 세 살이 되던 해에 민첩의 아버지는 데리고 있던 첩의 과거 애인이 감방에서 출소해서 옛애인을 만나 자신이 감방에 가있는 동안 민첩의 아버지와 바람을 피었다는 이유로 얼굴에 염산을 뿌렸다.

 

그러자 그 여자는 민첩의 아버지가 강제로 강간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지금까지 끌려다녔다고 허위자백을 했다. 그 여자 애인은 흥분해서 민첩의 아버지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민첩 아버지를 만났다.

 

그 건달은 감방에서 몇 년을 고생해서 밖에 나와 마음 잡고 잘 살려고 했는데, 옛애인이 이렇게 남의 첩으로 되어 있고, 남의 애인을 빼앗아 첩으로 데리고 있는 놈이 잘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이 세상은 살 가치가 없는 곳이라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 남자는 민첩의 아버지에게 염산을 뿌리고 불을 질러 없애기로 준비를 하고 민첩 아버지를 찾아왔다. 그런데 그 여자가 이런 위급한 상황을 민첩 아버지에게 사전에 연락을 해주었다.

 

그래서 민첩 아버지는 그 지역에서 제일 무서운 폭력조직의 두목에게 돈을 주고 그 건달을 막아달라고 SOS를 쳤다. 두목은 웃으면서,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게 만들어줄테니까요.”

 

그러면서 두목은 제일 민첩한 행동대원 세명을 민첩의 아버지 집에 상주시켰다. 며칠 있다가 마침내 첩의 옛애인이 민첩의 아버지 집을 찾아왔다. 민첩의 아버지가 폭력조직배 세명과 같이 마중을 나갔다.

 

그랬더니 그 첩의 옛애인은 행동대원 중 한 사람을 알아보고,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제가 잘못했어요. 죽여주세요.” 민첩의 아버지는 어리둥절했다. “선배님이 아는 사람인줄 몰랐어요.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그 첩의 옛애인은 감방에 가기 전에 그 행동대원의 애인을 건드렸다가 린치를 당해 거의 죽을뻔 했던 사람이었다. 아무튼 민첩의 아버지는 이 일로 인해 첩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대신 첩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댓가로 첩에게 3천만원을 위자료로 지급했다. 그리고 조직폭력배에게 천만원을 주었다. 그 이후에는 바람은 피어도 고정적으로 첩관계는 만들지 않았다.

 

민첩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을 지어준 그 역학자를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다만, 아들 이름 때문에 남편이 첩은 떼어버릴 수 있었지만, 아들을 부를 때 첩아!’라고 첩자를 넣어서 부르는 것은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48)  (0) 2019.11.27
작은 운명 (47)  (0) 2019.11.27
작은 운명 (45)  (0) 2019.11.26
작은 운명 (44)  (0) 2019.11.24
작은 운명 (43)  (0) 2019.11.24

작은 운명 (45)

 

공칠은 꿈에서 아버지가 너무 한심하게 생각되었다. 저렇게 공칠과 싸우다가 비참하게 죽어 한이 맺힌 소를 돈을 벌기 위해 이국만리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가져가려고 한다는 아버지는 그 소가 공칠이 죽인 소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공칠은 아버지에게 그 소를 한국으로 가져가서는 절대 안 된다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아버지를 만류하였다. 그러자 아버지는 주먹으로 공칠을 때리는 것이었다. 그때 죽었던 소가 다시 살아나 뿔로 아버지를 세게 받았다.

 

아버지는 빌딩 높이로 치솟았다가 아스팔트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그 순간 공칠은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그때 공칠은 잠에서 깨어났다. 비록 꿈이었지만 현실처럼 아주 생생했다. 공칠의 온몸에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 꿈은 공칠이 재수를 한 끝에 다시 대학교 시험을 보러가기 일주일 전에 꾼 것이었다. 공칠은 그 꿈이 무슨 꿈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꿈의 해석을 부탁하지는 않았다. 왠지 불안하고 무서웠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 꿈이 좋은 꿈일 수도 있을 것처럼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 꿈은 공칠이 목전에 두고 있는 대학입시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은 들었다. 공칠이 대학교 시험을 보러 가는 당일 아침 공칠은 시험장으로 가기 위해서 고시원을 나와서 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승용차가 도로 3차선을 달리다가 공칠이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공칠쪽으로 뛰어들어 공칠을 차로 치었다.

 

운전자가 주행중에 스마트폰을 보다가 도로 우측으로 잘못 진행을 했고, 그 때문에 아무 죄없는 공칠이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라고 있다가 그 차 우측 밤바에 치어 넘어졌고, 공칠은 머리를 다치고 왼쪽 발목부위가 분쇄골절이 되는 상해를 입었다.

 

공칠은 곧 출동한 경찰차에 의해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고, 그 때문에 대학입시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것은 사고 당시의 상황이었다. 공칠은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왼쪽에서 도로 3차선을 따라 커다란 황소 한 마리가 매우 빠른 속력으로 공칠을 향해 질주해오는 것이었다.

 

그 소는 바로 스페인에서 공칠과 투우장에서 혈전을 벌이다가 쓰러졌고, 그 후 공칠의 아버지가 사서 한국으로 가져오려고 했던 바로 그 소였다. 공칠은 환상을 보고 있었다. 그 소는 누런색깔이었다. 그런데 공칠을 실제로 친 자동차는 빨간 벤츠차였다.

 

그런데 공칠에게는 그 빨간 벤츠 자동차가 누런색깔의 황소로 보였던 것이다. 공칠은 자동차를 피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투우장에서처럼 오른쪽으로 약간 비끼면서 손에 들고 있는 가방을 붉은 천으로 생각하고 자동차를 향해 펼쳤다. 그 때문에 자동차는 공칠을 치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런 사고를 당하게 되자 공칠은 더 이상 서울에 있는 것이 무서워졌고, 대학입시를 치루지 못한 것도 소 때문이고,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소 때문이며, 자신의 인생은 앞으로도 소 때문에 더 이상 잘 될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공칠로서는 이런 소의 콤플렉스를 아버지나 어머니, 기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도 없었고, 그 누구와 상의할 수도 없었다. 그건 잘못했다가는 소들의 더 큰 복수를 받게 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공칠은 이 모든 운명은 결국 자신의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업보 때문에 자식인 공칠에게 모두 돌아오는 것이라고 더욱 공고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공칠은 서울로 올가간 지 꼭 1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47)  (0) 2019.11.27
작은 운명 (46)  (0) 2019.11.26
작은 운명 (44)  (0) 2019.11.24
작은 운명 (43)  (0) 2019.11.24
작은 운명 (42)  (0) 2019.11.2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