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84)

 

시장 선거운동이 본격화되자, 각 후보 진영에서는 자신들의 공약이나 선거운동도 중요했지만, 상대방 후보의 잘못이나 비위사실, 여자관계, 기타 약점을 찾아내서 이를 가지고 상대방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하는 네거티브 전략에 더 치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경 시장에 대해서는 그동안 8년 동안 시장으로서 일을 했고, 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에도 원래 경 시장이 가지고 있던 건설회사는 계속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 시장에 대한 투서나 제보가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관할 경찰서와 검찰청에서도 내사사건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경 시장과 문제가 되었던 여자 과장의 남편이 경찰관을 많이 알고 있어, 경 시장이 관청에서 발주하는 대형 건물 신축공사와 관련하여 업자와 짜고 돈을 받아먹었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경찰서장에게 했다.

 

이에 경찰서장은 수사과장으로 하여금 수사팀을 짜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경 시장의 사무실과 자택, 건설회사 사무실을 동시에 압수수색을 했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난리가 났고 이 때문에 경 시장은 판세가 불리해진 것을 알고 후보에서 사퇴했다.

 

2선을 한 현재 시장인 경목월 시장이 여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고 탈락되자, 선거판은 극도로 뜨거워졌다. 시청 국장을 역임한 백상무 후보와 오래 전부터 시장을 노리던 정국영 후보, 그리고 대학교수인 맹공희 교수가 경합을 벌이게 되었다.

 

흥신소를 운영하는 김민첩 사장은 평소 가깝게 지내는 정국영 후보를 돕고 있었다. 정 후보는 김 사장의 실력을 알고 있기에 이번에도 상대 라이벌인 백상무 후보와 맹공희 후보의 약점을 알아내고, 비밀공작을 통해 상대 후보들의 선거법위반에 대한 증거를 찾아내도록 부탁했다.

 

김민첩 사장이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해서 정국영 후보가 당선되면 충분한 보상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이런 약속은 서면으로 작성하고 공증까지 할 성질은 아니었다. 불법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범죄에도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그야말로 상호 간에 믿음이 전제가 되어야 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지켜져야 한다.

 

김민첩 사장은 직원들을 불러놓고 지시를 했다. “우리 회사는 정국영 후보를 지지하기로 한다. 라이벌인 백상무 후보와 맹공희 후보의 뒷조사를 개시해서 그들의 비리와 약점, 잘못을 샅샅이 파헤치기로 한다. 아르바이트생들을 상대 후보 진영에 침투시켜, 상대 후보나 그들의 선거운동원으로부터 돈을 받거나 향응을 받은 다음 증거를 확보하여 이를 정국영 후보 진영에 넘겨주기로 한다. 알았나? 각자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이번 선거에서 정국영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 모든 일은 철저하게 비밀이 지켜져야 한다. 이러한 공작이 노출되면 정국영 후보도 끝이고, 우리 회사도 문을 닫아야 한다.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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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작은 운명에는 여러 사건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인물이 나옵니다. 원래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정현이라는 검사입니다. 소설에 나오는 많은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병리현상을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사건일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페친분들은 별로 관계가 없는 일들이고, 사건이므로 가급적 소설은 읽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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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82)

 

그리고 며칠 후에 경 사장은 여자에게 자신의 성기에서 피가 나오는 사진을 증거로 보여주었다. 여자는 돈이 많은 경 사장의 눈에 들어 팔자를 고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경 사장과 같이 유명하다는 역학자까지 만나서 속궁합이 잘 맞을 것 같고, 두 사람은 무병장수해서 여자가 60년 후에도 떵떵거리고 살 것이라는 일차판정을 받아서 크게 들떠있었다.

 

여자는 경 사장을 만나서 경 사장이 자신이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자신에게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고 본격적으로 돈 많은 남자의 애인이 되면 팔자가 어떻게 바뀌는 지를 알아보았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성공사례가 있었다. 재벌 회장들이 어린 여자들을 스카웃해서 데리고 있는 경우에는 나중에 그 여자는 수백억원의 재력가가 되어 있었다.

 

어떤 여자는 부자 남자의 애인이 되었다가 계열 회사의 사장까지 오르기도 했다. 보통은 남자가 애인에게 술집을 차려주거나, 커피숍을 차려주는 사례도 많았다.

 

뿐만 아니라 여자는 한달에 200만원이 월급을 받고 근근히 생활하고 있다가 돈 많은 남자의 애인이 되면 보통 남자들이 여자에게 생활비조로 몇백만원을 주고 있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여자도 돈 많고 능력 있는 경 사장을 만나 총애를 받으니 이제는 팔자를 고쳤다고 생각하고, 신용대출까지 받아 성형수술도 하고, 옷이나 핸드백도 모두 명품으로 사서 치장하고 몇 달 있으면 경 사장에게 외제차를 한 대 사달라고 조르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경 사장이 치명적인 불치의 병 전립선암이 갑자기 발견되어 성기에서 피까지 나온다니 이것은 일본에서 발생한 쓰나미가 덮친 것 이상으로 큰 재난이었다.

 

그래서 여자는 일부러 비뇨기과를 찾아가서 여자의 아버지가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하면서 전문의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병원에서는 그런 식의 상담은 해줄수 없다고 하면서 아버지를 직접 데리고 오라고 했다. 다만, 전립선암은 매우 위중한 병이라는 사실은 알려주었다.

 

여자는 오히려 경 사장을 동경했다. 하는 수 없이 헤어지기로 했다. 경 사장이 그 여자에게 보여준 피가 나오는 사진은 사실은 역학자가 어디서 구해준 다른 사람의 사진이었다.

 

전립선암이 아니라 매독 같은 성병에 걸린 사람의 사진이었던 것이었다. 이런 일을 겪은 경 사장은 그 역학자를 신처럼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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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사장이 이처럼 사람을 뽑을 때 신경을 쓰고 역학자의 조언에 크게 의지하게 된 것은 사회생활 초기에 함부로 사람을 믿었다가 실패하고 손해를 본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큰 공사를 맡아서 하청을 주려고 하는 하청회사 사장의 관상이 너무 좋지 않다고 해서 역학자가 극구 반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 너무 크고 아까워서 하청을 주었다가 나중에 큰 손해를 보았을 뿐 아니라 리베이트 문제로 그 하청업자가 물고들어가는 바람에 검찰조사까지 받고 하마터면 징역까지 갈 뻔했다.

 

그 다음부터는 어떤 경우에도 역학가의 말은 곧 진리이고 이정표였다. 그래서 기왕에 결혼한 부인이야 어쩔 수 없었지만, 새로 만나 몸을 섞는 여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역학자의 심사가 가장 중요한 선발요건이었다.

 

경 사장은 신인 여성을 발굴한 경우에는 최우선적으로 그 역학자에게 같이 가서 두 사람의 사주팔자와 관상, 체상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두 사람의 개별적인 운세, 인생 전체의 개괄적 운명, 속궁합, 겉궁합 등을 정밀하게 분석받았다.

 

역학자는 두 사람 앞에서는 나쁜 이야기는 하지 않고 나중에 경 사장만 따로 만나서 솔직한 감정의견을 제시해주었다.

 

만일 경 사장이 그 여자를 너무 마음에 들어하고 좋아하고 있어, 선뜻 역학자의 부정적인 의견에 승복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역학자는 친절하게도 컴퓨터로 상세하게 두 사람이 계속 만나서는 안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써서 보내주었다.

 

그렇게 되면 경 사장은 아무리 상대 여자가 마음에 들고, 그 여자를 계속 만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프고 처절한 고통이 따르더라도 눈물을 흘리면서 역학자의 최종 판결에 따라 그 여자를 멀리했다.

 

상대 여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더 이상 경 사장이 만나주지 않는데 대해 크게 반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역학자는 또 이런 아이디어를 내주었다.

 

이번에 종합검진을 받았더니 전립선암 말기래요. 여자와 성관계를 하면 6개월 안에 사망한대요. 여자를 만나면 껏이 하고 싶어 견딜 수 없고, 그걸 하게 되면 전립선암 때문에 죽게 생겼으니 이해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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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목월 시장은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사람을 잘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민선시장으로 선거에서 당선되기 전에 사업을 할 때에도 회사 직원을 뽑을 때 매우 신중했다.

 

정식 직원으로 계약하기 전에 최소한 3개월의 수습기간을 두었다. 수습기간 동안 여러 가지로 인간성을 테스트해보았다. 일부러 아주 쉬운 일을 시켜서 놀고 있는지 관찰하고,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도 시켜보았다. 때로는 수습직원의 책상에 현금을 놓아두어 보기도 했다. 도둑질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최종적으로 정식직원으로 채용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관상까지 보았다. 사주팔자를 정확하게 물어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실력 있는 역학자에게 검수를 받았다.

 

중요한 직책의 사람을 뽑을 때는 아무리 바빠도 역학자를 회사로 모셔서 직접 친전하도록 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물론 직원들에게는 그 분을 역학자라고 소개하지 않고, 저명한 대학교수라고 소개했다.

 

전공분야는 국제심리학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심리학에 무슨 국제분야가 있느냐고 의아해했다. 사람들의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역학자의 전공과목은 그 후 우주심리학이라고 바뀌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 역학자가 정말 일반 교수들은 할 수 없는 우주의 신비로운 심리학을 인간의 영역에서도 탐구하는 것이라고 감탄해마지 않았다.

 

만일 그 역학자가 이 사람은 사장님과 맞지 않으니 절대로 쓰지 마세요. 잘못 쓰면 큰일 납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경 사장은 반드시 들었다.

 

역학자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장관이나 국회의원 청탁도 들어주지 않았다. 만일 거절할 수 없는 장관이나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이 아주 강력하게 채용을 부탁해오면, 특별한 사유를 들어 거절했다.

 

흥신소를 통해서 그 직원후보의 뒷조사를 해서, 과거의 전력과 비행을 낱낱이 밝혔다. 그렇게 되면 직원으로 써달라고 부탁했던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기겁을 하고 나가자빠졌다. 경 사장은 그 장관이나 국회의원에게 이런 말까지 엇붙였다.

만일 이런 사람을 무리하게 쓰면, 나중에 이런 사람은 배신해서 우리 회사뿐 아니라, 자신을 취직시켜준 의원님까지 물고들어갑니다. 그러면 의원님께서는 좋은 일 하시고, 요새 가끔 TV에 나오는 국회의원처럼 자녀들 부정청탁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시켰다가 재판까지 받게 됩니다. 큰일 납니다.”

 

그렇게 되면 경 사장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가 말도 되지 않는 사유로 취업이 거절된 국회의원도 경 사장의 탁월한 회사경영능력과 사람을 분별하는 능력, 그리고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이해하고 더욱 경 사장을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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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스캔들은 선거판에서 상대 라이벌 후보에 의해서 교묘한 방법으로 무자비하게 악용되었다. 연일 지역 언론에서 난리를 쳤고, 그 때문에 마침내 현 시장은 소속 정당의 공천에서 배제되었다.

 

시장은 유부녀 과장과는 깊은 관계에 있지 않았지만, 평소에 끊임없이 다른 여자들과 연애를 했다.

 

시장이 되기 전에 그 지역에서 건설회사 사장으로서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고급 술집의 젊은 마담은 늘 사장의 애인이었다. 사장은 본인의 건설회사에서 짓는 오피스텔 몇 개를 회사 이름으로 해놓고, 마음에 드는 애인에게 무상으로 빌려주었다.

 

모든 오피스텔은 이태리식으로 인테리어를 해놓았다.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처럼 꾸며놓았다.

 

그러다가 그 애인과 헤어지면 자연스럽게 회사 직원을 시켜 오피스텔을 명도받았다. 새 애인에게 다시 그 오피스텔을 사용하게 해주었다. 가구도 다 셋팅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자들은 그냥 몸만 들어가면 되는 구조였다. 아주 편리했다.

 

오피스텔 전기료와 관리비 역시 모두 회사에서 자동이체를 했다. 심지어 핸드폰도 회사 명의로 해서 애인관계를 유지하는 기간 동안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애인과의 조건은 절대로 끝까지 달라붙지 않는다. 임신은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생활은 각자 한다. 남자의 가정은 절대로 지켜준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시장이 63세가 되도록 이런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연애조건을 크게 위반한 여자는 그 지역에서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재수 없게 나이 들고 특별히 잘난 것도 없는 유부녀 과장과 억울한 스캔들에 휘말리게 되고, 망신만 당했다. 그것이 너무 억울했다. 그 때문에 영광스러운 민선 시장 3선의 고지 바로 앞에서 처참하게 미끄러지고 말았다.

 

또한 그 지역에서 시장의 탁월한 여자 다루는 실력을 잘 모르는 일반 대중은 시장의 여자 보는 눈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줄 알고 실망할 것도 걱정 되었다.

 

시장은 너무 억울했다. 자신은 여자를 다루는 데 그 누구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숱한 여자와 연애를 하고 바람을 피고, 성관계를 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고 지역에서 물의를 일으키거나 말썽을 일으킨 일은 없었다. 그만큼 시장은 사업에서 성공한 사람으로서 여자를 보는 안목이 탁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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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78)

 

남자들은 가까운 학교 동창과는 바람을 피지 않는다. 그것은 비밀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만난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마음 놓고 같이 바람을 피러 다닌다. 골프를 같이 치러가기도 하고, 해외여행도 이렇게 팀을 짠다.

 

공칠은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시장 선거 후보로 나온 그 사람을 찾아가서 만났다. 백상무 후보는 깜짝 놀랐다. 아무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는 공칠이 찾아오니 무척 긴장하고 있었다.

 

“아니 어쩐 일이요? 그동안 잘 지냈소?”

“예. 저는 원래 하던 대로 지역 환경정화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장 선거에 나오셨다면서요? 꼭 되시기를 바랍니다. 혹시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을까요?”

“하하. 없어요. 마음만으로도 고맙습니다. 당선되면 한번 만나요. 같이 지역발전을 위해 상의합시다.”

 

시장 선거는 초반부터 매우 뜨거웠다. 기존에 시장을 하던 사람은 삼선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막판에 정당 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me too에 연루되어 물의를 일으켰다.

 

시장으로 있을 때 유부녀인 시청 과장과 사이에 스캔들이 루머로 확산되었다. 그 유부녀 과장의 남편이 지역 언론에 폭로했다. 그 유부녀 과장은 남편과 사이가 나빠 별거하고 있었는데, 시장과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자주 만나게 되고, 가깝게 지내자 남편이 의심을 하고 시장실에 찾아가 행패도 부렸다.

 

시장과 과장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었지만, 문제가 되었던 것은 시내 모텔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서 일요일 오후 시간에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물론 시장과 과장의 수상한 만남에 대해서는 김민첩 사장이 늘 하던 대로의 추적감시망에 걸려서 입수된 것이고, 이 사진은 김 사장이 돈을 받고, 그 유부녀 과장의 남편과 시장 부인에게 넘겨준 것이었다.

 

그러자 유부녀 과장의 남편이 이 사진을 가지고 시장을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려고 하였지만, 시장은 아무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돈을 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시장 입장에서는 이런 경우 돈을 주게 되면 더욱 불륜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돈을 줄 수도 없었다.

 

시장 부인 입장에서는 비록 그런 불륜이 사실이라고 해도, 시장이 부인과 평소 관계도 하지 않고 지내고 시장으로 당선이 되어 돈만 벌어오고 자신은 시장 부인으로서 폼을 잡고 살 수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자 적극적으로 시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시장 부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결혼한 다음부터 지금까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이 전혀 없다. 오직 부인과 일밖에 모른다. 자신은 남편을 절대로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남편의 결백을 주장했다. 과장도 시장과는 업무상 만난 것이고, 교회일을 상의한 것일뿐 남녀관계는 전혀 아니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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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77)

 

다음 날 공칠은 약속한 장소로 나갔다. 그 남자는 공칠에게 어제 있었던 일은 비밀로 붙여 달라고 하면서 준비한 봉투를 내밀었다. 공칠은 감각적으로 그 남자가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을 알았다.

 

미안하네, 젊은이! 어제는 내가 실수했네. 이해해 주고, 이건 내 성의니까 받아둬요.”

아니 괜찮습니다. 저는 돈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장소가 워낙 으슥한 곳이어서, 가끔 성폭행도 일어나고 해서, 제가 자진해서 위기에 처한 여자들을 구해주기 위해 하는 봉사활동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선생님을 추격했던 이유는 차 안에서 너무 오랜 시간 그것을 하고 있어, 아무래도 여자가 성폭행을 당하는 것으로 의심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과격한 성행위를 하고 있어서 그랬던 거예요. 저는 비록 차안이라도 부부간에 성관계를 하는 사람들은 단속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게 그걸 하도록 보호해주는 사람입니다. 카섹스는 이색적인 맛이 있어서 섹스리스 부부에게 중요한 활력소가 된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있던 여자분은 사모님이신가요?

. 맞아요. 우리 집사람이예요. 모처럼 같이 밖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데이트를 하다가 그렇게 된 거예요.”

아 그래요. 미인이시던데요. 선생님과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저도 어디선가 본 얼굴이예요. 혹시 연예인 아닌가요?”

. 왕년에 대학 다닐 때 메이퀸으로 뽑힌 적도 있어요. 그런 말 들으니까 멋쩍구먼. 하하...”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것도 좋은 인연인데, 앞으로 자주 연락하고 지내도록 해요.”

 

이렇게 헤어졌다. 공칠로서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건드렸다가는 공칠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공칠은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런데 그 후 5개월쯤 지나서 그 지역 시장 선거를 치루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방송에 후보자로 나오는 사람이 바로 공칠이 만났던 그 사람이었다. 공칠은 깜짝 놀랐다. 그 사람 프로필을 보니, 시청에 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가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표를 낸 것이었다. 그러니까 몇 달 전에 공칠의 단속에 걸렸던 카섹스사건 때에는 시청의 현직 국장의 신분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시청 국장이라는 높은 분이 아주 새파랗게 어린 여자애와 카섹스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위선자가 시장에 당선된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칠은 젊은 나이에 혼자 이상한 정의감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몇 달 전의 일이었지만, 당시 그 국장이 너무 격력하게 카섹스를 하고 있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어서 공칠도 매우 심하게 성적 흥분을 느낀 것이 아직도 생생했다.

 

공칠은 국장과 같은 사회 저명 인사가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 젊은 연예인을 애인으로 두고, 카섹스나 하면서 시청에 가서는 아주 모범적인 사람처럼 떠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아주 나빴다.

 

그런데 마침 공칠이 모시고 있는 김민첩 사장은 시청 국장과 라이벌로 선거에 나온 반대 후보 정국영을 지지하고 있었다. 민첩은 정국영과 몇 년 전부터 아주 친하게 지내오고 있는 사이였다.

 

3년 전 민첩은 정국영의 부인으로부터 정국영에 대한 뒷조사를 의뢰받았다. 민첩은 당시 정국영이 젊은 여자 애인에게 오피스텔을 얻어주고 연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구체적인 정보를 정국영의 부인에게 전해주면 성공보수로 500만원을 더 받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김민첩은 워낙 약은 사람이었다. 그 수집한 모든 자료를 가지고 정국영에게 가서 협상을 했다.

 

이 자료를 당신에게 줄 테니, 2천만원을 달라. 당신 부인에게는 증거를 못찾은 것으로 사건을 종결짓겠다.”

 

이렇게 협상을 해서 민첩은 정국영에 대해 수집한 자료를 부인에게 전달하지 않고, 모두 정국영에게 넘겨주었다. 그 대가로 2천만원을 받았다. 그런 다음부터 두 사람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두 사람은 같이 술도 마시러 다녔고, 각자의 애인을 대동하고 같이 여행도 다녔다. 서로의 비밀을 지켜줄 의리 있는 사람들이었고, 바람 피는 취향도 비슷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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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76)

 

이 사람이 어디를 빤히 쳐다봐? 혼을 내야겠구면.”

그 남자는 놀라서 곧 바로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공칠은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성관계를 왜 이런 오픈된 곳에서 하느냐? 그건 안 된다. 여기는 동방예의지국이다.’ 뿐만 아니라 하고 싶어도 형편상 할 수 없는 남자들을 자극시키고 약을 올려 강간 같은 성폭력 범죄를 유발시키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공칠은 이런 확신과 사명감을 가지고 추운 겨울날에도 매일 단속을 했다. 사회 윤리와 도덕, 법을 지키기 위해서 개인적인 희생은 감수하겠다는 굳은 각오였다. 환경단체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서 쓰레기를 줍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번은 현금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랬는지, 문을 열고 신고를 한다고 해도 끝내 돈을 줄 생각을 하지 않는 젊은 남녀가 있었다. 공칠은 하는 수 없이 112신고를 했다. 얼마 후 순찰차가 와서 그 차를 인솔해 지구대로 가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떠났다.

 

경찰관은 공칠이 추운데 고생한다고 격려를 하고 갔다. 공철은 카드결제를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 젊은이들은 시계 같은 현물로 하천부지 사용료를 낼 생각은 하지 못해 개망신을 당하게 된 맹꽁이들이라고 한심하게 생각했다.

어느 겨울 저녁 늘 순찰을 도는 은밀한 곳으로 갔다.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나무 뒤에서 데이트 차량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10시경 검은 에쿠스 차량이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 차량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포르노 전문 배우들이 탔는지 매우 빠른 속도로 차가 움직였다.

 

공칠은 고급차 쇼바가 나가거나 타이어가 펑크날까 걱정했다. 삼십분을 기다려도 일을 끝내지 않자 더 이상 관찰을 하고 있다가는 동상에 걸릴 위험을 감지하고 공칠은 살금살금 차량으로 다가갔다.

 

차량 뒷좌석에서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하고 있었다. 남자는 뱀탕을 많이 먹었는지, 그렇게 오랫동안 그 짓을 하고 있었다. 공칠은 칠흙같은 어두운 밤이었지만, 평소 갈고 닦은 실력으로 적외선카메라로 촬영을 했다. 그리고 문을 두드렸다. 그 사람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공칠은 차량 앞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남자는 창문을 10센치미터만 열고 돈을 주겠다고 했다. 공칠은 문을 열라고만 했다. 남자는 문을 열지 않고 계속 버티고 있었다. 삼십분 정도 실강이를 하다가 공칠이 용변을 보러 잠시 차 옆으로 간 사이에 차는 뺑소니를 쳤다.

 

공칠은 그 차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무려 1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까지 따라가서 차를 정차시켰다. 공칠의 오토바이 실력은 한국에서는 거의 최고 수준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갈고 닦았기 때문이었다.

 

공칠은 오토바이 경주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프로선수들이 타는 오토바이 값이 어마어마하다고 해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중고로 산 25만원짜리 국산 오토바이로 대회에 출전해서 우승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일제시대에 손기정 선수가 운동화만 신고 마라톤에서 우승한 것과는 너무 다른 현실이었다.

 

그러자 하는 수 없이 그 차에 타고 있던 남자가 내렸다. 그러면서 그 남자는 주먹과 발로 공칠을 때렸다. 공칠은 넘어졌다. 그 사이에 뒷좌석에 타고 있던 여자는 차에서 내려 길 건너편으로 야간도주했다. 너무 빠른 속도로 뛰어가는 걸 보니 100m 육상선수 같았다.

 

그 남자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공칠과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주면서 그 다음 날 만나자고 했다. 공칠은 그 남자가 차도 좋고, 생긴 것도 공무원이나 대학 교수처럼 보여서 믿고 그대로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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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75)

 

흥신소 업계에서 민첩은 그야말로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뿐만 아니라 흥신소사업이 자리를 잡자, 민첩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민첩은 기획부동산회사도 차리고, 술집도 차렸다. 보험대리점도 차리고 휴대폰매장도 계열회사로 두었다. 자동차도 벤츠로 바꾸었다. 연예인들이 타고 다니는 검은색 밴 큰 차량도 구입했다.

 

이런 베테랑 사장 밑에서 열심히 일을 배운 결과 공칠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흥신소에서 정식으로 맡아서 처리하는 업무 이외에 공칠은 혼자서 독자적으로 하는 일이 있었다. 그 지역에서 행세하는 사람들의 뒷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공칠은 그 지역의 시장이나 농협조합장, 교장 등을 선정한 다음, 꾸준히 그들의 뒷조사를 했다. 대상자들을 미행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그들의 사생활을 감시했다.

그 지역에 있는 몇 군데 으슥한 데이트 장소를 찾아서 차안데이트 하는 것을 감시했다. 공칠은 이런 일을 계속하다 보니 완전히 전문가가 되었다. 그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손바닥처럼 꿰차고 있었다.

 

강변 고수부지 가운데 연인들이 차를 세워놓고 데이트하는 곳이 있었다. 공칠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멀리 세워놓고 그곳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망원경으로 차량을 살펴보면 차가 약간씩 움직이는 것이 포착된다.

 

공칠은 매복을 하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그 차량에 다가간다. 카섹스 하는 장면을 촬영한다. 그리고 문을 열게 한 다음, 경찰에 신고할 테니 기다리라고 한다. 남자는 놀라서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사정한다.

 

“한번만 봐주세요.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을게요.”

“당신들 부부 아니잖아! 이런 곳에서 그런 짓을 하면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청소년들이 보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리고 다른 사람들보다 너무 심하게 해서 차가 완전히 지진 난 것처럼 요동발광을 쳤잖아. 내가 동영상 다 찍어 놨어. 당신들 선수야! 용서 못해. 잠깐 기다려요. 곧 경찰이 올테니까.”

 

차안에 있는 남자는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10만원이다. 공칠은 마지 못해 그 돈을 받으며 부드럽고 인자한 미소를 짓는다.

 

“나는 이곳 자원봉사 환경감시원입니다. 이번만 봐줄테니 앞으로는 절대로 나쁜 짓하면 안돼요. 주시는 돈은 환경단체 기금으로 넣겠습니다.”

 

하루에 평균 3대를 잡으면 30십만원은 되었다. 공무원이거나 학교 선생님 같은 중량급 인사는 한번에 50만원을 주기도 했다. 물론 수표나 어음은 받지 않았다. 현찰박치기가 카섹스 현장에서는 유일한 거래 룰이었다.

 

시간이 가면서 점점 수법도 세련되고, 대담해졌다. 복장도 공무원 비슷한 작업복에 명찰도 새겼다. 이름은 가명이었다. 처음에는 세상 물정을 잘 몰라서, ‘최단속’ 또는 ‘최순찰’ ‘최경비’라고 썼다. 자신이 마치 경찰관처럼 단속, 순찰, 경비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런 이름이 이상하다는 지적이 있자. ‘최환경’이라고 바꾸었다가, 다시 ‘최공해’로 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하다고 해서, ‘최미세’ 또는 ‘최황사’로 했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이런 이름들이 너무 딱딱해서 다시, ‘최복지’라고 썼다. 공칠이 단속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회복지업무라고 생각했다.

 

단속되는 사람들은 공칠의 옷만 보고 말지, 이름까지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는 없었다. 대개 눈을 밑으로 깔고, 공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만일 당당하게 얼굴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공칠은 큰소리로 혼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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