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03)

 

젊은 대학생들 관점에서 보면, 50살 넘은 아주머니를 뭐가 좋다고 몇 시간씩이나 옆에서 보고 있느냐고 하겠지만, 그래도 나이 든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묘한 감정의 기류, 전기가 통하는 모양이었다.

 

처음 1년 동안은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던 맹 교수 어머니, 서옥자도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움직여갔다. 특히 대학 교수라는 추상적인 관념의 이미지에 이끌린 것 같이 보였다. 그녀는 마침내 자신보다 열 살이나 더 많은 늙은 교수의 품에 안겼다.

 

옥자가 사랑하게 된 교수는 강철민이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었다. 그는 미국에서 오래 있다가 한국에 와서 한 동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가 마침내 지방 도시에서 교수가 되었다. 워낙 소신이 강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서 학교 재단 측과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강 교수의 살아온 과거를 보면,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해서 대학교를 졸업했는데 유학갈 돈은 없는 처지였다. 외국에 나가 더 공부를 하고 싶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어느 부잣잡 외동딸이 나타났다.

 

그녀는 공부를 워낙 싫어해서 고등학교때부터 늘 꼴찌를 맡아놓은 주인공이었다. 그녀는 공부가 뱀보다 더 싫었다. 선생님이 허락만 하면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듣느니, 차라리 뱀사육장에 같이 들어가 있는 것이 나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강철민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공부 잘하는 머리 좋은 강 교수에게 모든 것을 바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집에서는 강철민을 사위 삼고 많은 돈을 들여 젊은 부부를 미국으로 미국으로 보냈다.

 

그런데 강철민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난 다음부터는 자기 부인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렇게 머리가 나쁠 수 있을까? 아마 침팬지 DNA가 들어간 모양이야. 공부를 안 한 것과 머리가 기본적으로 나쁜 것은 전혀 다른 문제야. 운동을 하지 않는 것과 운동신경이 나쁜 것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거야.’ 철민은 시간이 가면서 이런 의식이 강해졌다. 그런 상태에서 부인을 보면, 사람 같지 않고, 꼭 지능지수가 부족해서 제대로 먹이를 못찾아먹는 침판지 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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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102)

 

맹 교수 어머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이 어려워서 대학은 가지 못했지만, 혼자 꾸준히 책을 보고 연구를 해서 문학이나 예술에 관해 대화를 나누어보면, 미국 유학을 5년간 엉터리로 다녀온 사람보다 훨씬 수준이 높았고 교양이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 영어나 수학을 못하는 사람이 미국이나 유럽에 유학을 가서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외국에 유학가서 외국 사람들은 잘 안 만나고, 주로 코리아타운에서 한국 교포들과 한국말로 식사나 하고, 쇼핑이나 해서 외국에서 살면서도 영어보다는 한국말을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잘하는 경우가 있다.

 

요새는 외국에서도 한국 방송을 볼 수 있어, 주로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나 한국 아이돌의 노래와 춤을 주로 본다.

 

뉴스도 외국 현지 뉴스는 못알아들으니까 안 보고, 한국의 뉴스만 봐서 한국 사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자세하고 심층적으로 한국에서 일어나는 각종 정치 경제 군사 외교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 비해서 맹 교수 어머니는 비록 외국에 유학은 가지 못했지만, 국내 순수한 독학파로서 교양도 높았고,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영어는 잘 못했지만, 간단한 일상의 용어는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을 익혀서 혼자 아시아에서 여행도 다닐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혼자 배낭여행을 절대로 가지 않았고, 언제나 단체관광코스를 택했다. 그것은 자신의 미모 때문에 혹시 외국 여행을 가서 성범죄자들이 한국에서 온 미스코리아로 잘못 보고 납치를 해서 결혼식을 올리거나 아니면 강제로 끌고가서 강간하고 바다에 던져질 위험성을 크게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맹교수 어머니가 커피숍을 경영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그녀를 좋아하는 대학 교수가 적지 않았다. 이들은 강의가 끝나면 커피숍에 와서 서너시간씩 혼자 않자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실상은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커피숍 주인인 맹 교수 어머니를 지켜보거나 감상하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은 다른 남자와 친하게 지내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이런 교수들은 공연히 헛물을 켜고 있는 것이었다.

 

맹 교수 어머니 입장에서는 손님으로 와서 차를 마셨으면 빨리 나가줘야 다른 손님들이 와서 매출이 느는데, 나이 든 교수들이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오래 앉아 있으면 매출이 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커피숍 분위기가 늙고 혼탁해져서 젊은 대학생들이 들어왔다가 기분 나쁜 표정을 짓고 바로 나가기 때문이었다.

 

어떤 대학생들은 커피숍 분위기 때문에 중증 고혈압 환자처럼 현기증을 느끼고, 계단을 시속 100미터로 거북이처럼 기어나가기도 했다.

 

여학생회에서는 대학교 앞에서 커피숍을 하려면 분위기를 젊고 세련되게 하고 영업을 해야지, 왜 늙고 병든 닭장처럼 분위기를 만들고 있으면 학교의 명예에 손상이 간다는 이유로 맹 교수 어머니 커피숍을 폐쇄시켜 달라는 청원서를 만들어 학생들이 500명 서명을 받아 대학교 총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학교 총장은 이런 청원서를 보고 직접 맹 교수 어머니 커피숍을 둘러보았으나, 맹 교수 어머니가 너무 지적인 외모에 차분한 말씨, 소프라노 같은 음성을 소유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학생들이 너무 과격해서 잘못 청원을 한 것이라고 단정하고 청원서를 곧 바로 찢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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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101)

 

맹 교수는 강의시간에도 여학생들과 시선을 맞추는 일은 없었다. 여학생에게 일부러 거리를 두고, 냉냉하게 대했다. 여학생이 교수실로 상담을 하러 와도, 반드시 문을 열어놓고 가급적 짧은 시간 상담하고 돌려보냈다.

 

맹 교수는 부모에 대한 효성도 매우 지극하다고 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85세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 했다. 어머니는 45살에 어렵게 맹 교수를 늦둥이로 나아서 애지중지 키웠다. 맹 교수 아버지는 아들을 낳고 5년 만에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술을 너무 좋아하고,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였다. 아버지는 적지 않은 유산을 남겨놓고 돌아가셨는데, 어머니는 아버지가 숨겨놓은 자식들이 나타나서 상속권을 주장할까 봐 몇 년 동안은 아주 노심초사했다.

 

다행이 아버지는 바람은 많이 피웠어도, 다른 여자를 임신시키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그런 점에서는 아버지를 높이 평가했고 존경했다. 여자들을 건드려 사생아를 만들어서 호적을 더럽히고, 자식들 간에 불화를 일으키고, 부인 가슴에 대못을 박아놓고 지옥으로 급행열차를 타고 가는 남자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었다.

 

맹교수 어머니는 나이 50에 과부가 되었다. 사실 과부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다. 나이 들면 대부분 남편이 먼저 죽는데, 좀 젊은 나이에 남편이 죽었다고 50살 된 여자보고 과부라고 부르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이혼해서 그렇건, 사별해서 그렇건, 남편 없이 혼자 사는 여자는 그냥 여자일 뿐이다.

 

맹교수 어머니는 남편이 죽고 나서, 커피숍을 했다. 뒤늦게 커피 배리스터 자격을 따고, 커피 연구를 했다. 남편이 남겨 놓은 돈으로 가게를 하나 오픈했다.

 

그 가게는 지금 맹교수가 재직중인 대학교 정문 앞에 있었다. 비록 나이는 50살이었지만, 비교적 동안이었고, 아담한 몸매에 지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이 든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대학 앞인데도 시간이 가면서 나이 먹은 대학 교수나 장사하는 사람들이 주된 단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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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100)

 

맹공희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주변 모든 사람을 비판하고 정죄했다.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면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었다. 맹교수가 젊은 나이에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는 모르지만, 호화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경제의 민주화, 서민경제를 부르짖고 있었지만, 자동차는 벤츠를 타도 다녔다. 그것도 빨간 색 벤츠였다. 학생들은 그를 BR이라고 불렀다. Bentz Red라는 뜻이었다. 신입생 중 일부는 선배들이 맹교수를 비알(BR)이라고 부르니까,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빌어먹을이라는 비속어로 이해하고 있었다.

 

신입생들은 처음에는 맹교수가 강의도 잘 못하고, 인간성이 나쁜 교수인 줄 알고 있다가 시간이 가면서 그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빨간 벤츠는 신세대의 성공 신화가 되었고, 젊은이의 우상이 되었다.

 

맹 교수는 독신이었다. “남자가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결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결혼하면 그 자체가 구속이고, 가정에 매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나는 비록 신부는 되지 못했지만, 독신으로 지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꿈이다.”

 

맹 교수는 신부처럼 순결한 이상주의자로 비쳤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맹 교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성관계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자위행위 조차도 해보지 않은 고결한 성인이라고 소문이 났다.

 

지역에서 맹 교수가 이처럼 완벽한 총각이라는 소문이 나자 성당에서도 유명해져서 로마 교황청으로 보내자는 여론도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요새 세상에 숫총각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하면서, 그런 남자는 재수 없는 존재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남자가 능력이 없어서 40살이 되도록 여자관계를 못했으면 창피하게 생각하고 조용히 살아야지, 왜 총각이라고 떠들고 다니냐는 것이었다. 지역의 한 신문사에서 이 문제를 특집으로 다루려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편집장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한 여성 기자가 심층적으로 취재해서, ‘남자의 순결, 그 현대적 의미라는 제목으로 원고지 200매에 달하는 장문의 기사를 준비했지만, 편집장은 신문사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그 원고를 폐기하도록 했다. 그후 그 여성 기자는 끝내 고집을 부려서, ‘여성의 순결의 현대적 의미를 기사화했다가 그 신문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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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99)

 

맹 교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학교에 사표를 제출했지만, 학생들이 학교측에 강력하게 청원을 해서 사표는 반려되었다.

 

맹 교수의 자전거 때문에 다리가 부러진 여학생은 그 해 있었던 미스코리아선발대회에 출전하려고 비싼 돈을 들여서 코칭을 받고 있었는데, 재수 없게 맹 교수 옆을 지나가다가 다리가 부러져서 대회에 출전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 여학생과 맹 교수는 같은 정형외과를 다니면서 서로 가깝게 되었고, 서로 얼짱이라는 인식이 공유되면서 사고는 천재지변으로서 맹 교수의 잘못은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 사람은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사고를 계기로 만나서 서로 연인이 되었다는 가짜뉴스가 한 동안 떠돌기도 했다.

 

원래 제대로 하면 사고를 야기한 맹 교수가 그 여학생의 치료비를 물어주어야 했지만, 그 여학생 아버지가 부동산투기로 돈을 많이 벌고 있어, 여학생 집에서 오히려 맹 교수를 동정하고, 사고처리과정에서 자신을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여학생의 부상에 대해 깊이 마음 아파하고, 자주 만나서 위로해주었던 정상을 참작해서, 여학생 아버지는 맹 교수에게 타고 다니라고 최고 비싼 자전거를 하나 사서 보냈다.

 

그 자전거는 외국에서 수입해 온 것인데 무려 천만원이나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자전거를 여학생이 직접 타고 가지고 와서 맹 교수에게 전해 주려고 하다가, 오는 도중 어떤 중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여학생 자전거와 부딪쳐서 또 사고가 났다.

 

여학생으로부터 핸드폰으로 사고 소식을 들은 맹 교수는 강의를 하다 말고 그냥 뛰어나가 자신의 자전거로 급히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수업을 재미 없게 듣고 있던 학생들은 맹 교수 집에 불이 나서 가족들이 모두 타죽은 것으로 알았다. 아니면 맹 교수가 무슨 큰 죄를 저질러서 집에 검사와 검찰수사관들이 갑자기 압수수색을 나온 것으로 알았다.

 

그러다가 앞에서 오던 전동 킥보드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맹 교수는 옆으로 나가자빠졌지만 아픈 통증은 잊어버리고 오히려 킥보드로 사고를 낸 깡패 같은 건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곧 출발하려고 했다.

 

그러자 그 깡패는 자신이 잘못해서 맹 교수의 자전거를 박았음에도 불구하고 맹 교수에게 무슨 약점이 있는가 싶어서 맹 교수를 붙잡고 음주운전 아니냐고 따졌다.

 

그리고 사고를 냈으면 킥보드 수리비를 물어내라고 했다. 맹 교수는 기가 막혔다. 화가 나서 당잘 폭행을 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잘못 먼저 때렸다가는 그 깡패의 체형으로 봐서 맹 교수는 갈비뼈 열대 이상은 나갈 것 같았다.

 

그런데 빨리 여학생에게 가야 할 절박한 상황이었으므로 맹 교수는 그 깡패에게 현금 10만원을 꺼내주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깡패는 웃으면서 앞으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닐 때 전동 킥보드가 최우선이니까 진로를 양보하고 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를 다 하면서 조심해서 다니라고 훈시를 했다.

 

맹 교수는 알았다고 하면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시속 60킬로미터로 달렸다. 그 깡패를 향해서 뒤로 돌아서 침을 세 번 크게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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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98)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판세는 더욱 불분명해졌다. 처음에는 백상무와 정국영 두 사람이 각축전을 벌였는데, 시간이 가면서 맹공희 교수가 치고 올라왔다. 맹 교수는 젊고, 키가 크고, 인물이 좋아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나이 먹은 여자들도 맹 교수에게 호감을 가졌다.

 

맹 교수는 40세에 출사표를 던졌다. 백 후보와 정 후보 진영에서는 너무 나이가 어려서 무슨 시장을 하겠느냐고 코웃음을 쳤다. 적어도 50대 후반이나 60살은 넘어야 세상을 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프랑스 면적은 64만㎢로 한반도의 2.9배, 인구 6,500여만명, GDP 2조7,900여달러로 세계 6위인 나라의 대통령으로 마크롱이 취임할 때 그의 나이가 40세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맹 교수는 결코 시장이 되기에 어린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맹 교수 지지자들은 나이 든 사람들은 양로원이나 가 있어야지, 정치나 단체장을 한다고 머리 하얗고, 허리 구부정한 상태에서 옛날이야기나 하고 있으면 속이 터진다고 했다.

 

아무리 고령사회라 해도 노인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옛날 이야기나 취미 삼아 하고, 향수에 젖어야지, 현대와 같이 급변하는 4차원 인공지능시대에 컴퓨터도 하지 않고, 옛날 붓글씨로 한문이나 쓰고,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당파싸움이나 이조실록을 보고 말하고 있으면 치열한 국제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보수나 진보와 같은 이념적 대결이나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젊은 맹 교수를 좋아했다. 음성도 부드럽고 좋아서 아나운서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는 매사에 완벽한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헤어스타일도 특이했고, 모든 것을 직접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바이올린 연주실력도 상당하고, 틈틈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피카소풍이어서 돈을 주고 사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맹 교수는 절대로 자신의 그림을 팔지는 않고,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에 기부는 했다.

 

맹 교수는 매년 헌혈을 하고, 불쌍한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섰다. 연탄나르기, 집짓는 봉사활동, 모심는 농촌봉사활동 등을 열심히 했다. 대학교에 출퇴근할 때에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언젠가는 자전거를 타고 빙판길에 넘어져서 왼쪽 다리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는데, 그때 넘어지면서 걸어가던 여학생 다리까지 부러뜨려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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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97)

 

상홍은 공칠이 백상무의 뒷조사를 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공칠이 백상무의 뒷조사를 다 해놓고 상홍이나 김민첩 사장에게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고, 백상무와 은밀한 거래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상홍은 아는 여자를 통해 백보미(50, 가명)를 소개받았다. 상홍은 보미가 마음에 들었다. 보미는 남편과 별거하면서 현재 이혼소송을 하고 있다고 했다. 상홍은 보미의 이혼소송을 도와주려고 했다.


저는 지금 남편과 결혼한 지 10년 되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40살이었고, 남편은 45살 때 만나서 결혼을 했어요. 저는 당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40살이 되니까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때 누가 소개를 해주어 남편을 만나 결혼했지요.”

 

그런데 왜 지금 이혼재판을 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 두 사람은 모두 초혼이었어요. 서로 좋아해서 무척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7년쯤 지나서 남편이 돈을 잘 벌자, 고객이라고 하면서 혼자 사는 여자들과 자주 만나고 술도 마시러 다니는 거예요. 그래서 조용히 지켜보았더니 점점 집에 와서는 관계를 전혀 하지 않는 거예요.”

 

그 전에는 관계를 자주 했나요?”

물론이지요. 그걸 너무 좋아해서 일주일에 5번은 꼭 하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전혀 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물어보았더니, 피곤하다고 하면서 나이 먹어 성욕이 완전히 떨어졌다는 거예요.”

 

이런 것으로부터 시작이 되어 보미와 남편의 사이는 나빠졌고, 서로 싸우면 폭언도 나오고 손찌검도 나오기 시작했다. 보미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변호사를 선임했다. 변호사는 착수금으로 5백만원을 받았다.

 

그리고 재산분할을 해서 보미가 받게 될 재산가액의 5%를 성공보수로 받기로 했다고 한다. 변호사는 보미의 남편에게 소장을 보냈고, 보미 남편의 예금통장을 가압류했다.

 

그리고 보미 남편의 소유 부동산에 대해 처분금지가처분을 했다. 남편에게 이런 사실을 전혀 말하지 않고, 보미 혼자 변호사를 선임해서 했기 때문에, 남편은 법원으로부터 이혼소송서류를 등기로 받고 순간적으로 흥분했다.

 

갑자기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보미에게 달려들었다. 보미는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자 곧 바로 112신고를 했다. 남편은 가정폭력으로 불구속입건되었다.

 

남편은 집에서 나가 따로 생활하고 재판이 진행되었다. 남편도 이혼소송에 같이 싸워야했기 때문에 변호사를 따로 선임했다.

 

상홍은 보미를 인간적으로 동정하고 도와주려고 했다. 그러다가 두 사람은 몸을 섞게 되었다. 상홍은 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보미가 유부녀의 신분임을 감안해서 나중에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보미로부터 소송관련서류를 복사해서 받아놓았다.

 

그런데 보미는 자신의 오빠인 백상무와 사이가 나빴다. 백상무가 출세를 했는데도 부인과 자식만 알았지, 부모에게 불효를 했고, 형제들을 전혀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상홍이 보미를 살살 꼬시자, 보미는 자신의 오빠인 백상무의 비위사실을 아는대로 소상하게 상홍에게 알려주었다. 상홍은 보미의 협조를 얻어 백상무의 비위사실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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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96)

 

상홍의 지시를 받은 공칠은 백상무의 뒤를 파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재개발사업을 추진했던 사람들을 만나서 백상무의 비리를 수집했다.

 

백상무가 단골로 다니는 식당 주인도 만나고, 술집 마담도 만났다. 백상무가 공짜로 얻었다는 오피스텔도 알아냈다. 백상무의 젊은 애인도 누구인지 알아냈다.

 

공칠은 경찰도 아니고, 감사원 공무원도 아닌데, 마치 자신이 무슨 대단한 권한이 있는 것처럼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지역 신문 기자들과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했다. 기자들도 아주 좋아했다.

 

뜨거운 선거판에 유력한 후보의 뒷조사를 한다고 하니, 특종 욕심에 들떠있었다. 피나는 노력을 한 끝에 공칠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

 

그러나 공칠은 이러한 증거를 곧바로 김민첩 사장에게 가져다주지 않고, 직속 상급자인 상홍에게도 알맹이 있는 정보는 주지 않았다. 공칠은 먼저 백상무 후보를 만났다.

 

제가 이번에 이렇게 많은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북극오피스텔사업과 관련해서 국장님으로 재직할 당시 2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오피스텔 한 채를 후보님 친척 명의로 공짜로 받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 자료를 정국영 후보에게 주어야 할 상황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백 상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저도 무척 괴롭습니다. 차라리 선거를 포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최 선생! 우리 이렇게 합시다. 지금 선생이 가지고 있는 증거는 모두 말밖에 없는 겁니다. 물적 증거는 아무 것도 없어요. 하지만 지금 시점에 이런 문제가 터지면 큰일입니다. 내가 당선되면 은혜를 잊지 않고, 4년 동안 챙겨줄 테니 모든 걸 덮어주세요. 그리고 이 자료는 저를 주시면 어떨까요?”

 

. 알았습니다. 후보님. 저도 후보님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시를 위해서도 후보님이 당선되었으면 합니다. 상대 정국영 후보는 워낙 지저분하고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공칠은 이렇게 타협을 보고, 김민첩 사장에게는 껍데기 자료만 가져다 주고, 이 정도 자료만 가지고 문제를 삼았다가는 거꾸로 백 후보 측으로부터 역공을 당할 위험이 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랬더니 김민첩 사장은 크게 실망했지만, 하는 수 없다고 단념했다.

 

지역에서는 정 후보와 백 후보 두 사람 모두 여자관계가 복잡하다는 루머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지만, 이상하게 이번 선거에서만은 me too 운동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지 않아서인지 두 사람의 여자 문제는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다.

 

보통은 후보로 나온 사람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가진 여자들이 들고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데, 두 사람 모두 여자를 잘 다루었거나 관리를 잘 했거나, 적어도 이용해 먹고 나 몰라라 하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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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홍 아버지는 필사적인 노력을 한 결과 집사에서 장로까지 올라갔다. 교회에 열심히 다녀서 상홍 아버지는 매일 성경을 읽었다. 심지어는 방언을 하는 수준에까지 올라갔다. 상홍 아버지는 독실한 크리스찬이 되면서 아주 모범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다.

 

교회에도 가족 모두를 데리고 갔다. 상홍도 하는 수 없이 아버지를 따라 교회를 나갔다. 아버지는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대학교에 진학을 하지 못했고, 그에 대한 콤플렉스도 심했는데, 교회를 다니고 성경공부를 하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달라졌다.

 

상홍 아버지는 매주 월요일 저녁시간에는 가족회의를 했다. 아버지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앞으로 가족이 일주일동안 해야 할 일을 각자 발표하도록 했다. 그리고 매달 초에는 월례회의를 했다.

 

한달 동안 가족 구성원이 각자 할 일, 목표 등을 발표하도록 했다. 상홍과 상홍의 누나는 처음에는 이러한 가족회의에 대해 거부반응이 컸지만, 아버지가 계속해서 강행을 하니 하는 수 없이 따라가게 되었고, 나중에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순응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매년 11일이 되면 아침 10시에 가족들 전체를 모아놓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사를 하기 전에 거실에서 모여 모두 일어서서 애국가 1절을 같이 부르고,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까지 했다.

 

언젠가부터는 아버지는 어디에서 구해왔는지 세워놓는 태극기도 신년행사를 할 때 준비했다.

 

신년사는 아버지가 며칠 동안 공을 들여 만들었다. 아버지는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식 때 기념사를 읽듯이 서면으로 작성한 신년사를 천천히 읽어나갔다.

 

사랑하는 가족 여러분! 작년 한 해 동안 고생 많이 했습니다. 2020년 경자년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 가족은 웅대한 꿈을 가지고 보다 나은 가정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로 시작해서 약 5분간 이어졌다.

 

아버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홍의 누나에게는 결혼전 순결을 지킬 것을 강조했고, 상홍에게는 술과 담배, 마약을 해서는 안 된다고 수없이 강조했다. 그리고 상홍 아버지는 어머니와의 잠자리도 중단했다.

 

이런 모범적인 생활을 하던 중에 어느 날 상홍이 술과 담배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졌다.

 

다행이 응급실로 빨리 가서 일주일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은 했지만, 반신불수가 되었다. 상홍은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쓰러진 것에 대해 한없는 죄책감을 가졌다.

 

그리고 아버지가 일을 못하게 되어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되었다. 상홍의 누나도 당시 남자친구의 꼬임에 빠져 순결을 잃었지만, 아버지가 무서워서 그런 사실을 절대 비밀로 유지했던 것을 상홍은 뒤늦게 알고, 누나의 지혜로움에 감탄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쓰러졌다가 다시 회복한 다음부터는 아버지 스스로 예전과 같은 엄격한 율법주의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가족들은 폭압정치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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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홍은 45살이 되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고 있었다.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얼굴만 보아서는 65세는 최소한 되어보였다.

 

술과 담배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고등학교 다닐 때, 못된 친구의 꼬임에 빠져 술과 담배를 배웠는데, 그 때문에 아버지가 충격을 받아 쓰러진 사실이 있었다고 해서 그 다음부터는 술과 담배는 평생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은 상홍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술과 담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가 충격으로 쓰러진다는 것이 믿기 어렵다. 딸이 강간을 당했다면 충격으로 쓰러질 수 있지만, 아들의 술담배문제로 쓰러질 아버지가 어디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사건의 스토리는 이런 것이었다. 상홍의 아버지는 평생 술과 담배, 여자를 달고다녔다. 그러다가 어느 날 어떤 전도사의 인도에 안수를 받고 교인이 되었다.

 

그리고 몇 달 있다가 완전히 새사람이 되었다. 술도 끊고,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다만, 여자관계는 하루 아침에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1년간의 집행유예기간이 허용되었다.

 

상홍의 아버지와 연애를 하고 있던 여자들은 갑자기 상홍의 아버지가 자신들과의 관계를 부정하고 더러운 관계라고 하면서, 헤어지자고 하니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지금까지 나를 이용해먹고 갑자기 그만 만나자고 하느냐?” 여자들의 이런 질문에 상홍 아버지는 종교적 확신을 가지고 대답했다.

 

혼인관계가 아닌 여자와 성관계를 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이런 답변에 여자들은 기가 막혔다.

 

그런 하나님의 말씀이 성경 어디에 나옵니까? 확실한 증거를 대세요. 성경에 그런 말은 전혀 나오지 않아요?”

 

여자들은 너무 황당해서 상홍의 아버지 말을 반박하기 위하여 신학교 재학중인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 비용을 주면서 성경에 과연 결혼하지 않는 다른 여자와 성관계를 금지하는성경 구절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신학생들은 도서관에 가서 며칠을 헤맸지만, 성경에 구체적으로 그런 부인 이외의 다른 여자와의 성관계금지구절을 찾지 못했다. 여자들은 상홍 아버지에게 그런 성경구절이 없다고 난리를 치자, 이번에는 아내 이외의 여자와 간음하면 지옥에 떨어진대요.”라고 말도 되지 않는 거짓말로 둘러댔다.

 

상홍 아버지 여자 애인들은 또 난리가 났다. 상홍 아버지의 주장이 자신들을 떼어버리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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