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초상화>

이룰 수 없는 건가요
보고 싶어도 못 보고
듣고 싶어도 못 듣는
안타까운 시간이예요

철로 위에 귀를 대봐요
기차가 다가오고 있어요
꿈을 싣고 오네요
사랑을 가득 담고 있어요

바닷가에서
그려진 초상화에는
당신의 미소가 있어요
당신의 슬픔이 있어요

거센 바람 속에서도
갈매기는 날고 있어요
당신에게 향하고 있어요

내 사랑을 전할게요
떠나지 말아요
오늘 밤에는
꿈 속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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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에서

며칠 동안
시베리아 칼바람이 몰아쳤다
강물이 얼었다
그 위로 밤새 눈이 쌓였다

꽁꽁 얼어붙은 동토를 지나
강위로 나아간다
그 위에 작은 텐트를 치고
우리는 밀실 속으로 숨는다

별이 쏟아지는 강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에게 밀착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얼음 아래로
강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두꺼운 얼음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삶의 에너지를 보내고
강물은 더욱 윤택해져
바다로 흘러간다

몇 마리 오리들이
강변에서 서성이고
이름 모를 철새 한 마리가
가끔 밀실 주변을 맴돈다

차가운 공간에서도
사랑의 불꽃은 타오르고
재가 될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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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며>

겨울이 다 지나가고 있다.
곧 봄이 오고,
우리는 따뜻함 속에서 활개를 펼 것이다.

한 겨울
고생 많이 했다.
추위에 찬 바람에 웅크리고
그 때문에 너의 미소를 보지 못했다.

사는 동안 가슴을 뜨겁게 하자.
늙고 병들더라도
가슴만은 항상 불타오르게 하자.

서로의 가슴을 맞대고
사랑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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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눈물>

눈을 감고 부드러움을 느껴
은은한 음악이 흐르고 있어
그 가운데 네가 있어
너의 미소를 껴안고
너의 음성에 물들고 있어

밤이 깊었어
이름 모를 작은 새가 보여
너의 형상을 닮은
새가 애달픈 음을 토해내고 있어

너의 가슴 깊은 곳에서
아픈 기억을 꺼내고 있어
같이 걸었더 그 길에
첫눈이 내리고 있어

길을 잃었던 거야
술에 취해 쓰러지고
꿈 속에서도
추억을 찾아 방황했던 거야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허망한 허상이었어
너의 손길도 이젠 없어
네 이름만 강물에 뿌려졌던 거야

네 안에 들어갔던 시간은
아주 뜨겁고 짧았어
길게 늘어지는 바이올린 선율

우리는 다시 침묵해야 해
너 때문에 언어는 초토화되었어
그 속에
우리는 목놓아 울어야 해
아무 이유도 없는 거야
낯선 그림자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 눈물을 흘려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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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겨울 강물이 차다
너를 찾아 나선 길에서
자욱한 안개의 무게를 느낀다

너의 미소를 보면서
왜 슬픔을 느낄까
너의 음성을 들으면서
왜 아픔을 느낄까

이제는 지쳤다
기다림도 없고
그리움도 없다

문득 하늘에서 꽃잎이 날린다
붉은 동백이 울음을 터뜨린다
나는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랑을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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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슬픔이 있어요

거센 바람 속에서도
갈매기는 날고 있어요
당신에게 향하고 있어요

내 사랑을 전할게요
떠나지 말아요
오늘 밤에는
꿈 속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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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ch by Touch>

당신의 은은한 파도를 느낄 때
가슴이 뛰었어요
보이지 않는 손을 잡고
뜨거운 전율에 떨었어요

당신의 불타는 시선을 느낄 때
그 자리에 멈췄어요
그치지 않는 울음을 삼키며
거친 들판을 뛰었어요

진한 사랑이 거품처럼 흩어지고
날카로운 사자의 이빨처럼
아픔과 슬픔을 물어뜯을 때
우리는 껴안은 채
밤새 눈을 맞는 거예요

지금 사라진다 해도
모든 것이 끝난다 해도
손에 꼬옥 쥐고 있을 건
하나가 되었었다는 것
순수가 뭉쳐졌다는 것
이 느낌만으로
겨울 바람을 견딜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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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을 위해>

아름다운 선율에 맞춘 미소
파도를 타는둣한 음성
꿈 속에서 너를 맞는다

눈을 감고 네게 안긴다
뜨거운 피가 슬픔을 짓누르고
부드러운 손짓이 아픔을 어루만진다

달빛에 젖은 눈동자
우수를 머금은 입술
눈을 감아도 네가 보인다
안개비를 맞아 촉촉해진 너를
가슴에 담는다

다시 하나가 되어
먼길을 떠난다
너의 그림자를 밟으며
한낮의 열기를 모아
초원의 밤에서
너를 따뜻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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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사랑 때문에

오래 동안
서로를 괴롭혔던 사랑이
어느 날 갑자기 식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싸늘해진
사랑의 흔적 앞에서
우리는 똑같은 슬픔을 느꼈다

두 사람 이외에
또 따로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던
사랑이라는 존재의 상실
그 상실 앞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의 형상을 깨달았다

사랑은 저 혼자 태어나
저절로 자라서 뿌리를 내렸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괴물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무력했다

사랑이 웃으면 행복했고
사랑이 울면 불행했다
사랑이 잠을 잘 때
편안히 숨을 쉬었고
사랑이 불면의 밤을 지새울 때
함께 밤을 새웠다

이제 사랑이 떠났다
어디론가 알 수 없는 곳으로
아주 멀리 떠났다
아무런 기약도 없이 떠난 사랑을
우리는 더 이상 소망하지 않는다

어느 별에 닿아
그곳에서 아름다운 추억의 탑을 만들기를
그곳에서 우리들의 이름이
함께 기억되기를 기도한다

사랑에서 떨어지고 내팽개쳐진
우리들이 어디로 갈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사랑이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했기에
우리의 마음은 한결 따뜻해졌고
서로의 정이 담겨져 있었기에
가슴은 훈훈해졌다

그것으로 우리는 만족해야 한다
사랑에 빠졌던 우리들이
함께 울고 웃었던
저 초원의 풀들이
바람을 따라 내게 다가왔다

우리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린다
사랑 때문에
떠나간 사랑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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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시간>

너에게 매달렸던 시간
바람처럼 가벼웠던 내가 미웠다

아무 것도 없이
절벽에서 한 송이 꽃을 피우던
그림자 같던 사랑이
언제 우리 곁에 있었던가

저절로 샘솟는 그리움 때문에
밤새 눈을 맞으며
부를 수도 없는 서로의 이름을
아프도록 써보았다

사랑인지 미움인지
알 수도 없는 혼란에 쌓여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로의 가슴에 못을 박았던
그 밤의 뜨거운 몸짓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지 않는다
어이없는 운명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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