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

네가 떠난 창가에는
낯선 구름이 서성이고
눈이 올 것 같은 대지에는
슬픔이 갈대처럼 나부끼고 있다
그곳에서 나는 너의 이름을 부른다

너를 잃은 아픔일 거야
너무 소중해서 잃을 수 없었던
너를 잃은 상처가
밤하늘에 피를 뿌리고 있다
아리고 쓰라려
눈을 뜰 수도 없는 시간에도
너의 모습이
눈앞을 가린다

네가 기억하지 못해도
나는 그곳에 있다
네가 흔적을 지운다 해도
나는 그 바람 앞에 선다

낡은 세포를 다 빼앗겨도
한 줄기 빛은 남아있겠지
너를 향한 가냘픈 희망은
아직도 진한 가을색을 꿈꾸고 있다
어디선가 다시
미소가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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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어제 밤에도 아낙네는 꿈을 꾸었다
갈매기가 품에 안기는 꿈을

첫사랑은 읍내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별을 가르켰다
청운의 꿈을 품고 서울로 떠난 그는
계절이 두번 바뀌고 변했다

두번째 사랑은 배를 탔다
그 사랑은 폭풍우 때문에 불안했다
파도에 입숙해졌을 때
그는 삶을 가르쳐준 바다를 건너
혼자 타국으로 갔다

갈매기떼가 힘찬 날개짓을 한다
아낙네는 하얀 조개와 작은 꿈을 꾼다

조개가 물가에 머물고
갈매기가 맴돌고
그녀는 바닷가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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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각>

별이 흐르는 밤에는
바람도 멈추었다
서로의 이름을 불렀던 초원에는
향기 짙은 낙엽이 날리고 있다

밤새 눈이 내렸다
빛이 바랜 낙엽을 덮으며
하얀 눈은 낡은 사랑을 보낸다

힘들게 저항했지만
모진 운명 앞에서
눈물조차 보일 수 없었던
사랑했던 추억들
우리는 그 추억을 추상이라 부른다

이제 사랑은 없다
사랑했던 그림자만 남아
뿌연 하늘에 재를 뿌린다
하지만 그건 진실이었다
사랑의 진실은 계절을 초월한다

눈이 내리는 오후
낯선 방황이 시작되면
떠나간 사랑은 외투를 벗어던지고
기나긴 침묵이 시작된다

옛사랑은 천 길 아래로 추락하고
형체만 남은 기억들은
삶의 흔적을 짓밟은 채
저 강을 건넌다
망각의 강은 오늘도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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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밤새 걷고 또 걸었는데
온몸이 지쳐 한 걸음 떼기도 힘든데
아직도 너에게 닿지 못했다

바다가 보이는 그곳에서
삶에 지친 나그네가
저녁 노을에 물들고 있다

고기를 잡으러 떠났던 작은 배가
풍랑을 피해 돌아오고 있다
텅 빈 배 안에서 어부는
배고파 울부짓는 갈매기들을 동정하고 있다

가장 야속한 것은 무엇일까
너를 위해 험한 길을 걷고 있는
속마음을 몰라주는 것일까
더 용기를 내지 못한다고
나를 쳐다보는 시선일까

아직 배는 뭍에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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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도시에서>

# 기타 소리가 요란하다

낯선 도시를 방황한다
거리에서 부딪히는 낭만들
그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나눈다

어둠이 시작되면서
불안과 허무함이 깔리면
밤안개에 눌려 신음소리를 낸다

상실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더욱 밀착한다
위에서 누르고
밑에서 강하게 저항하면서
열정의 불꽃은 끝내 재가 되고
아픈 상처 때문에 산화한다

# 트럼펫 소리가 높아진다

허공에서 별이 쏟아진다
위스키를 가슴 속에 붓고
담배 연기에 빨려 초원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사자의 사나운 질주와
가련한 사슴의 비명소리를 듣는다

무서운 공포와 살벌함을 느끼면서도
차라리 우리는 해방된다
신선한 자유함이 찾아왔는데도
사랑은 갑자기 부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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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떠난다 해도>

우리는 사랑에 이끌렸다
마음대로 사랑했던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운명 때문에
너와 내가 만났고
우리는 사랑하게 되었다

어찌 알았으랴
너에게 이끌리고
네가 나를 받아주고
그리하여 하나가 되고
두 몸이 부둥켜안고 울게 될 줄을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다
단지 예감했을 뿐이다

사랑은 서로를 얽어매는
강한 사슬이다
벗어나려고 몸부림쳐도
아무 소용없고
울지 않으려고 애써도
눈물이 저절로 흐르는
세월의 강에서
두 사람은 만나고
또 헤어질 준비를 한다

사랑을 어찌하랴
너를 벗어나려고
너 때문에
더 이상 가슴 아프지 않으려고
밤을 새워 다짐하건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새벽안개처럼
헛된 맹세는 사라지고
눈부신 햇빛을 맞으면
다시 떠오르는 너의 미소 앞에
마음은 약해지고
하염없이 눈시울을 적신다

네가 떠나도
나는 기억한다
네가 내 가슴에 못을 박아도
나는 견딜 수 있다
그것은
내가 너를 가슴에 담았고
너의 미소, 너의 열기를
영원히 새겨놓았기 때문이다

별이 빛나는 오늘 밤에는
다시 네가 꿈에 찾아올 것을
기다린다
기다린다,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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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갈 수 없는 건>

네게로 향하던 불꽃이 사라졌다
눈이 무섭게 쏟아지던 밤
신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던 시간
바람은 거세게 불어왔다

서로가 다가갈 수 없었던 건
너무 많이 아팠기에
너무 많이 슬펐기에
차라리 동백꽃처럼 선명했던 탓이다

꼭 끝을 맺지 않아도
꼭 너의 마음을 훔치지 않아도
사랑을 손안에 쥐고
달빛에 흠뻑 젖었다

강변에 두 마음이 서있다
서로가 겹치지 않는 지점에서
운명이라고 돌린다
이룰 수 없어도
사랑은 사랑이었다고
서로의 가슴에 날선 말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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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무


눈이 쏟아지는 밤
목련은 꽃을 피웠다
순백의 색깔로
나무는 눈을 껴안았다

슬픔에 잠긴 사랑은
겨울에 떠나갔다
새벽에 날아간 물새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바닷가에서 어두움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오랜 세월의 그리움은
파도에 밀려 떠내려갔다

꽃잎이 떨어지던 밤
사랑의 편지는 찢겨지고
빗물에 젖은 채
밤을 지새우던 눈물은
바닷가에 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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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창밖을 본다>

창밖에 어두움이 내리면
우리는 말없이
작은 공간에서
서로를 보고 있어요

낯선 구름이 흘러가면
눈물이 흐르고
두 마음은 강물을 따라
아주 멀리 가고 있어요

눈을 감고 느끼는
서로의 숨결
그것은 운명이었어요
거역할 수 없기에
마침내 무릎을 꿇었어요

왜 이렇게 아플까요
가슴은 뜨거운데
입술을 깨문 채 웃고 있는데
슬픔이 밀물처럼 밀려오네요

겉잡을 수 없는
상처의 파편들을 맞으며
우리는 몸부림쳤어요

비에 젖은 가로등이
뿌연 신음을 토하며
우리와 함께 울고 있어요

이룰 수 없는 사랑이
가슴에 비수를 꽃으며
어두움에 빛을 더하면
사랑은 봄날 꽃잎처럼
붉은 피를 뿜으며
강변으로 흩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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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파야 한다

너를 떠올릴 때 아프고
사랑을 느낄 때 아프고
너와 헤어질 때 아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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