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45)
“오빠. 나 임신했어. 어떻게 하지?”
“그게 무슨 말야? 언제 임신했어? 그때 피임했잖아?”
“글세 나도 모르겠어. 아무튼 임신했어. 걱정이야.”
“뭘 걱정해. 병원에 가야지. 돈은 내가 낼게 걱정하지 마.”
“뭐라고! 애를 지우라고! 그걸 말이라고 해! 오빠는 내가 성당에 다니는 거 알잖아. 낙태는 죄악이야. 태아도 생명이라고!‘
“지현아! 너 미쳤니? 그럼 애를 낳겠다는 거야?”
“응. 낳고 싶어. 오빠와 결혼하지 못해도 나 혼자 낳아서 키울테니까 걱정하지 마.”
“너 정말 미쳤구나. 그러지 말고 빨리 병원에 가자. 더 늦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수술해야 해.”
이 말을 듣고 나서 명훈은 크게 놀랐다. 지현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상한 여자로 보였다. 무슨 의도인지 몰랐다. 아마 일시적으로 명훈이 잘 대해주니까 무슨 착각을 한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지현을 만나 일부러 술을 많이 먹이고, 관계를 할 때 과격하게 함으로써 자연적으로 유산시키려고 했다. 술에 취해 있을 때 수면제도 먹이기도 하고, 지현의 배를 세게 누르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현은 유산된 것 같지 않았다.
결혼을 약속한 것도 아니고, 그냥 서로 만나 즐기고 엔조이하려고 했던 것인데, 갑자기 지현이 임신했다고 갑자기 아이를 낳겠다니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꼭 자기 애라는 증거도 없었다.
지현도 처음 만나는 날 곧 바로 섹스를 했던 여자였기 때문에 무척 자유분방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지현은 처음부터 섹스를 아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본인 말로도 자신은 섹스를 좋아한다고 늘 이야기했다.
지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카페에서 알바를 하면서 지내는 입장이었다. 인물도 평범했고, 몸매도 별 거였다.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대화를 해보면 답답했다.
지현이 아버지는 지현이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에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재혼해서 다른 남자와 사는데, 그 남자도 건달이라 별 능력도 없으면서 어머니를 때리면서 살고있는 처지라, 지현은 어머니와 잘 만나지도 않는다고 했다.
언젠가 술에 취한 지현이 명훈에게 털어놓았다. 지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되지 않아 자신보다 열 살 더 많은 남자를 사귀었다. 그 남자가 원룸도 얻어주고, 지현을 너무 사랑해서 지현도 푹 빠졌다. 6개월쯤 동거생활을 했는데, 어느 날 경찰에서 원룸에 찾아와서 그 남자를 수갑 채워서 끌고 갔다.
그 남자는 사기도박단의 멤버였다. 그래서 그 길로 감방에 가서 징역을 살게 되었다. 처음 몇 달 동안 지현은 열심히 그 남자의 면회를 다녔다. 그런데 어린 나이에 면회를 다니다 보니, 그 남자의 사기도박단 다른 조직원이 지현을 도와준다고 나타나서 몸을 빼앗고, 도망가버렸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면회 가서 이야기했더니, 동거하던 남자는 지현이 꼬리를 쳐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흥분했다. 그리고 교도소에서 나가면 지현을 죽여버릴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래서 그 길로 더 이상 면회도 가지 않고, 원룸을 팽개치고 나와버렸다.
그런데 그 후 감방 갔던 남자는 출소했을 것인데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남자가 감방에 가기 전에 지현을 죽을 때까지 사랑할 것이라고 맹세를 하면서, 지현의 은밀한 곳에 그 남자의 이름과 러브마크를 문신으로 새겨놓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 사람의 상징을 문신으로 가지고 있었다. 명훈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어차피 결혼할 것도 아니고, 제대로 사랑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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