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형사판례 해설
가을사랑
강간치상죄에 있어서 상해의 판단 기준
사건 명
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5도1039 판결
강간치상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40대의 건장한 군인이고, 피해자는 만 14세의 중학교 3학년 여학생으로 154㎝ 40㎏의 체격이다. 피해자는 소형승용차의 좁은 공간에서 강간범행을 모면하기 위하여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피고인과 실랑이를 하고 위 차량을 벗어난 후에는 다시 타지 않으려고 격렬한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우측 슬관절 부위 찰과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이와 같은 피해자의 상해가 강간치상죄의 상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 원심판결은 강간치상죄의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강간죄만을 인정한 후 고소취소되었다는 이유로 공소기각을 하였다. 이에 대해 검찰에서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강간치상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 판결 이유
강간행위에 수반하여 생긴 상해가 극히 경미한 것으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어서 자연적으로 치유되며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강간치상죄의 상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논거는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 만한 폭행 또는 협박이 없어도 일상생활 중 발생할 수 있는 것이거나 합의에 따른 성교행위에서도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상해와 같은 정도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정도를 넘는 상해가 그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하여 생긴 경우라면 상해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피해자의 건강상태가 나쁘게 변경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된 것인지 여부는 객관적, 일률적으로 판단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 정신상의 구체적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판례평석
강간치상죄의 의의
형법 제301조는 강간치상죄를 규정하고 있다. 즉, 제297조 내지 제300조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강간치상죄라는 결과적 가중범을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강간치상죄는 강간죄, 강제추행죄, 준강간죄 ‧ 준강제추행죄, 13세미만자의제강간죄 ‧ 의제강제추행죄 및 그 미수범을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함으로써 성립한다. 성적 의사결정의 자유와 신체의 건강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이다.
강간의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행하게 되면 단순강간죄가 아니라 강간치상죄로 처벌받게 되므로 고소가 취소되어도 처벌된다. 강간치상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강간죄라는 기본범죄에 대한 고의와 치상의 결과에 대한 과실이 있어야 하고, 강간죄와 치상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상해의 결과는 강간의 수단인 폭행에 의해 발생하거나 간음행위 그 자체로 발생하거나 모두 포함된다.
상해의 개념과 범위
강간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의 개념에 관하여, 소수설은 강간치상죄에 대해 무거운 처벌을 하는 점에 비추어 상해죄에 있어서의 상해의 개념과 같다고 할 수 없고, 상당한 정도에 달할 것을 요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설은 각칙의 구성요건마다 상해의 개념을 달리 해석하는 것은 실정법상의 근거가 없는 것이며 판단기준이 애매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 될 위험이 있으므로 상해개념을 통일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강간의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회음부찰과상을 입히거나, 콧등을 붓게 한 경우, 성병감염, 처녀막파열, 보행불능, 수면장애, 식욕감퇴 등 기능의 장애를 일으키거나 히스테리증을 야기한 경우도 상해의 개념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판례는 경부와 전흉부 피하출혈과 통증으로 약 7일간의 가료를 요하는 상처를 입힌 경우, 강간 도중에 피해자의 어깨와 목을 입으로 빨아서 생긴 반상출혈상,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과정에서 피해자의 손바닥에 생긴 2센티미터 정도의 가볍게 긁힌 상처, 3,4일간의 가료를 요하는 정도의 외음부충혈은 여기의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손으로 목을 눌러 피해자에게 경추부좌상 및 우측주관절염좌상을 입힌 경우, 피해자가 왼쪽 젖가슴에 약 10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상을 입고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3일간 투약한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신체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었다는 이유로 강간치상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원심판결의 판단 내용
원심은 이 사건 진단서를 발부한 의사 작성의 확인서에 따르면 '상처 자체는 치유되는 데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기재되어 있는 점, 피해자의 아버지 진술서에 따르면 '무릎 상처는 크지 않고 조금 까진 정도이다. 병원에는 2004. 7. 17. 오후에 한 번 갔으며 그 이후로는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머큐롬을 바르는 정도이다. 생활에 전혀 지장은 없다.'고 기재되어 있고, 피해자의 확인서에도 '공군 중위 아저씨의 사무실에 가서야 무릎이 까진 것을 알았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제1심 증인 A가 '저희 병사가 무릎 상처 난 것을 보고 약을 발라주고 밴드를 붙여주는 것을 보았습니다.'라고 진술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피해자의 상해는 그 상처가 굳이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정도로, 이로 인하여 신체의 완전성이 손상되고 생활 기능에 장해가 왔다거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강간치상죄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의 상해 판단 기준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16:00경 병원을 방문하여 팔꿈치 부위에 대한 X-Ray 촬영과 무릎부분의 치료를 하였고, 위 병원에서 발부한 상해진단서에 의하면, 피해자의 상해부위는 '우측 슬관절 부위 찰과상 및 타박상, 우측 주관절 부위 찰과상'이고, 예상치료기간은 수상일로부터 2주이며, 입원 및 향후 치료(정신과적 치료를 포함)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경우 피해자가 입은 위 상해의 정도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단기간 내에 자연치유가 가능한 극히 경미한 상처라고 할 수 없고, 그러한 정도의 상처로 인하여 피해자의 신체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된 것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맺는 말
강간죄로 고소를 하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급적 강간범인에 대한 처벌을 무겁게 하기 위하여 약간이라도 상처가 있으면 일단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아 첨부하여 제출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수사기관에서는 상해가 발생하였고, 강간의 기회에 생긴 상해이므로 좀처럼 강간치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기가 어려운 입장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대로 강간치상죄로 기소하게 되고, 그 때문에 대법원에서 강간죄에 수반된 상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판례가 여러 차례 나오게 된 것이다.
대법원은 본건 판결에서 강간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의 개념에 관하여 다시 한번 명백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