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판례 해설
가을사랑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제기의 효력
사건 명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
위증교사
사건의 개요
피고인 갑과 을은 메스암페타민을 수입하여 매매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었다. 피고인들은 원래 중국까지 가서 메스암페타민을 구해 올 생각이 없었는데 마약수사관과 제보자들의 함정수사를 위한 이른바 ‘작업’에 의하여 비로소 범행에 대한 범의를 일으켰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는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하여 범의를 유발케 하고 범죄를 행하도록 한 뒤 범행을 저지른 사람에 대하여 바로 그 범죄행위를 문제 삼아 공소를 제기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소추권의 행사로 볼 수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규정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검사는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함정수사에 관한 법리오해가 없다고 하면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판결 이유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
판례평석
함정수사의 의의
함정수사란 수사기관이 정보원을 동원해서, 범죄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해 범인으로 하여금 범죄에 이르도록 유도하고, 그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서 범인을 체포하고 처벌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마약사범에 대해 마약을 구입하겠으니 언제 만나자고 제의하여, 마약사범이 그 장소로 마약을 판매하기 위해 나오면 수사기관과 함께 정보원이 가서 범인을 체포하는 것을 말한다. 범죄행위가 워낙 은밀하게 행하여지기 때문에 보통의 방식으로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범죄인 마약사범, 밀수사범, 뇌물죄, 성매매범죄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함정수사의 역사
함정수사는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1932년 이에 관한 판결(Sorrells v.United States)을 선고한 이래 중요한 논의대상이 되어 왔다. 독일에서는 함정수사를 법치국가원리에서 유래되는 적법절차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가끔 함정을 파놓고 범인으로 하여금 함정에 빠지게 한다. 범인은 꼬임에 빠졌던 것이지만, 명백히 범죄행위까지 나아간 사람이므로 처벌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 수사기관의 조종을 받는 정보원(undercover agent)은 교묘한 수법으로 범인을 유인하여 범죄를 저지르도록 한 후 검거되도록 한다. 그리고 수사기관에 대해 협조함으로써 증거를 만든다. 범죄를 수사하여 범죄인을 처벌하고자 하는 수사기관은 정의감에 불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증거를 확보하려고 시도할 위험이 있다.
함정수사에 의한 처벌가능성
함정수사를 당한 사람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함정수사를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대체로 자신들은 처음에는 범행을 저지를 의사가 없었는데, 수사기관에 의해 범의가 비로소 유발된 것이므로 처벌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함정수사 항변이다. 이런 경우 법원으로서는 피고인의 범의가 함정수사에 의해 유발된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는지에 관해 심리를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리미진 또는 함정수사에 관한 법리오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서 일반적인 함정수사에 대해 알아 볼 필요가 있다. 함정수사에는, ① 이미 범죄결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하여 범죄를 범할 기회를 부여하는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와, ② 전혀 범죄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새로운 범죄의사를 유발하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가 있다. 첫 번째 유형인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는 윤락행위를 상습적으로 하고 있는 부녀자에게 접근하여 윤락의 제공을 요구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윤락업소에 대한 단속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두 번째 유형인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평소 윤락행위를 하지 않고 있는 부녀자에게 접근하여 돈을 줄테니 성행위를 하자고 제의하여 성행위를 한 다음 검거하는 경우이다.
함정수사의 법적 효과
대법원은 이러한 함정수사에 대하여,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은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인정하고 있다. 즉,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함정수사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하다고 단정하고 있다. 함정수사에 대해 검사는 수사를 개시해서도 안 되고, 공소를 제기해서도 안 된다. 함정수사의 방법에 의한 수사결과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공소제기가 되었다면, 법원은 소송조건의 흠결 또는 소송장애를 이유로 공소기각판결을 해야 한다. 대법원도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므로 공소기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하여 범의를 유발케 하고 범죄를 행하도록 한 뒤 범행을 저지른 사람에 대하여 바로 그 범죄행위를 문제 삼아 공소를 제기하는 것은, 적법한 소추권의 행사로 볼 수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규정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해야 마땅하다는 취지이다. 또한 함정수사로 얻은 증거는 형사소송절차에서 당연히 증거능력이 배제된다. 그리고 함정수사를 당한 사람은 함정수사를 한 수사기관에 대해 불법수사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된다.
결어
수사기관에 의한 함정수사가 만일 선량한 시민으로 하여금 비로소 범죄의 의사를 갖게 만드는 악의적인 것이라면 이는 불법이며 철저하게 금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범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범행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그 위법성을 선뜻 인정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쳐 과연 피고인이 함정수사에 의해 비로서 범행을 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종전부터 범행을 계속해 오던 중 함정수사에 의해 증거가 포착된 것인지를 잘 따려 억울한 피고인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