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앞에서>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가을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네가 보고 싶어 울다가

꿈속에서 너를 보았다

너는 단풍처럼 빨갛게

강물처럼 파랗게 보였다

가을 앞에서

사랑이 붉게 익어

앞산처럼 뜨겁게 타올랐다

사랑은 부끄러운듯

낯을 붉히며

서로의 가슴속에 숨었다

사랑도 강물속으로 잠겼다

왜 이렇게 그리울까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도

숨소리는 들리지 않고

살랑이는 솔바람처럼

살속을 파고드는

사랑의 언어들이

낙엽처럼 난무하고 있다

가득 쌓인 낙엽을 보면서

너의 미소를 떠올린다

멀리 있어도

꼬옥 잡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가을의 밀실로 들어선다

창밖에는 꿈의 카펫이 깔리고

그 위로 사랑이

낙엽을 밟고 있다

너무나 소중해서

만질 수도 없는

사랑의 색깔이 가을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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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밤 하늘에 별을 보아요

바닷가를 걸으며

서로의 미소를 느껴요

호젓한 산장에 누워

사랑의 별을 찾아요

이제 긴 방황에서 벗어나

당신에게 안길 거예요

거센 바람이 불어와도

쓸쓸함은 없을 거예요

날리는 은행잎에

우리 마음을 담아

사랑의 단어를 남겨요

가을이 오면

모닥불을 피우겠어요

밤새 하늘을 보며

사랑의 편지를 쓰겠어요

가을이 오면

당신은 내 사랑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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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사랑>

 

 

오래 전부터 나는

가을색을 좋아했다

너무 푸르지 않고

삶의 고뇌와 성숙한 표정을 닮은

가을의 순수를 보고 싶었다

 

너에 이르기까지

나의 마음은 가을이었다

가을색과 가을의 순수

그런 가을을 위한 사랑을 했다

 

바람이 낙엽을 싣고

강을 지난다

물새 한 마리가

곧 사라질 흔적을 남기며

창공을 난다

 

뜨거운 가슴을 대고

타오르는 단풍을 보면

가을을 물들인 사랑은

외줄 타는 곡예사처럼

진한 감동을 남긴다

 

가을사랑

Autumn Love

 

내 영혼을 바쳤던

사랑이 미완성의 장을 내린다

더 이상 간직할 수 없기에

더욱 소중했던 사연들

이제 가을에 보내야 한다

 

아주 먼 우리의 별에

고이 묻어 두기 위하여

우리는 가을에 떠나야 한다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가을사랑을 기억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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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는 길>

 

 

비바람이 치고

어둠까지 내리면

슬픈 사랑이 떠난다

 

맑은 음성, 연한 미소

강물이 꿈틀대는 언덕 위에

피어오르는 아련한 안개

그 속에서 시간은 정지한다

 

차라리 잊혀졌으면

영원히 사라졌으면

잡을 수 없는 기억은

내 것이 아니었으니

 

보이지 않는 것도

시야를 가리며

들리지 않는 것도

귀를 막고 있는

너와 나

그리움은 통곡한다

 

가슴 속에 틀어박혀

빼내지지 않는 애틋함

슬픈 형상을 지우고

다시 너의 이름을 부른다

 

그때 돌아서는 길에는

달맞이꽃도 수줍어하고

진한 아픔이 떨어지면

가을은 숲을 찾고

애증의 상처는 유성처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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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처>

 

 

밤이 깊어

풀벌레소리도 숨을 죽이면

사람들은 강물에 가슴을 담근다

 

사랑을 찾아 나섰던 사람들은

낯선 도시에서 상처를 받고

술병을 손에 든 채 잠이 들었다

 

꿈을 심었던 정원에는

고독한 철학자가 남긴 슬픔만이 있을 뿐

해마다 찾던 철새도 발을 끊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사랑을 나누었던 사람들은

허망한 게 사랑이라며

고개를 저었고

아직도 삶에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사랑해야 살 수 있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개 너머로 달이 기울면

어제 배달된 세월의 편지를 읽는다

긴 세월 속에 쓰여진 편지에는

행복과 불행도, 기쁨과 슬픔도

모두 색이 바랜 채

역설로 반기를 들었다

 

상처주기 보다는

상처 받는 것이

미워하기 보다는

미움 받는 것이 나았는데

술에 취해 바라보는 별들과

가슴이 훵해 쏘아보는 나무들은

우리에게 그 무엇이란 말인가?

 

바람을 따라 다가온

그리움은 우리를 슬프게 하고

바람을 따라 가버린

이별은 우리를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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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느강에서>

세느강에서

사랑의 진실을 헤아려본다

수없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도

정작 감성은 감추어졌다

벌거벗은 눈물의 독백조차

거짓의 비수에 무참히 베어지고

살아남은 청춘의 겉옷은

새로운 사랑을 거부하면서

헛된 사랑의 그림자에만 매달렸으니

아~아

지금껏 눈앞에 어른거렸던

사랑이라는 괴물은 무엇이었던가

사랑은 진실을 용납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모순과 갈등들이

작은 배를 거칠게 몰아세울 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너의 눈빛이 강물을 응시하고 있는 한

사랑은 쉽게 떠내려가지 않을 것임을

가을이면 단풍이 펼쳐질 것처럼

굳게 믿고 강을 건넜다

그동안 흘렸던 애증의 눈물은

이제 흔적도 없이 강바닥에 잠겼다

지금 남겨진 것은

두 가슴속에 새겨진 문신의 아픔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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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깊이

때로는 홀로 있고 싶었다

세상은 혼자서 걸어가는

길이라고 믿었다

외딴 섬에서 혼자

바다를 보는

삶을 꿈꾸기도 했다

하늘이 내린 사랑

숙명적인 사랑에 빠져

고독은 사라지고

사랑은 삶을 변화시켰다

혼자 살 수 없는 인생이라고

두 사람은 작은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나아갔다

풍랑에 배는 뒤집혔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손을 꼭 잡은 채

바다로 빠져 들어갔다

바다 속 깊은 곳에서

사랑을 잃은 물고기들 속에서

그들은 더 깊은 사랑을

더 뜨거운 열정을

가슴 속 깊이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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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작은 꽃들이 하늘을 보며

구름 위에 무엇이 있을 거라고

기웃거리는 오후

그 늦은 시간에

슬픈 사슴들은 시선을 잃은 채

떠난 사랑을 아쉬워한다

잡을 수 없었던 허망함에

촛불조차 꺼버린 암흑

어두움이 소리 없이 내리면

바람도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다

목련나무도 비를 맞으며

외롭게 떠돌고

꿈을 이루기 위해

먼 바다로 떠났던 사람들은

다시 낮은 자리로 돌아왔다

긴 밤에 혼자 삭이던 고독은

별빛을 따라 희미해지고

남겨진 발자국들은

눈밭에 파묻혀 버린다

오늘도 내게는

소중한 이름이 자리잡고

그의 나뭇가지에 매달려

따뜻한 눈빛으로 익어가는

사과 하나를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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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건>

 

사랑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일이다

사랑에는 실험이 있을 수 없다

사랑을 대상으로 실험하지 말라

 

사랑은 배우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익히려는 것은 어리석다

사랑은 오직 뜨거운 마음으로 다가서는 일이다

 

사랑할 때는 자신을 잊어버려라

자신에 집착하는 한

사랑은 진실할 수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버릴 때

사랑의 불길은 타오르며

영혼은 순수해지고

사랑은 완성되는 법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시간을 잊어버린다

사랑했던 시간과 사랑하는 시간은 구별되지 않는다

사랑의 과거와 현재는

오직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영원 속에 남을 것이다

 

오늘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는가

그 얼굴에 미소가 남아있는가

그것으로 행복을 느껴라

사랑 이외에 다른 빚을 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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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탑>

 

 

사람들은 어떤 상징을 그린다

가지고 싶은 것을 표현하며

해와 달, 꽃을 그려 놓는다

더 나아가 탑을 쌓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과 달리

탑을 쌓는 일은 무척 힘이 든다

탑을 쌓는 것은

영원을 추구하는 일이다

 

사랑을 그리는 것과

사랑의 탑을 쌓는 것은 차이가 있다

순간과 영원의 차이다

그림은 순간을 묘사하고 있지만

탑은 영원에 도달하고 있다

 

두 사람은 말을 잊었다

너무 사랑하고 있기에

서로의 모든 것을 느끼고 있기에

 

행복은 찾아왔다

지금 이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말자

 

사랑이 움직이고 있다

사랑이 타오르도록

침묵하자

너의 미소는

모나리자가 되고

너의 숨결은

가을 바람처럼 다가오고 있다

 

진정한 사랑은

정지된 상태에서 느껴진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말없이 손을 껴안자

사소한 동작도 금지된다

사랑을 깨우면 안 되기 때문에

움직이지 말자

 

조용히 첫눈을 맞는다.

하얀 눈 같은 우리 사랑은

순수함을 드러내고

강렬한 순백의 색깔은

어두움을 떨쳐내고 있다

 

사랑 때문에

밤새 눈을 맞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에게 두 사람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었고

숙명처럼 붙잡아야

살 수 있는

생명의 동일체라는 사실을

깨닫고 또 깨달았다

 

뼈가 부서질듯한 포옹으로

애정은 확인되지만

사랑의 탑은

아무리 쌓고 또 쌓아도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바벨탑처럼

완성의 직전에서 무너져 버리는

신의 노여움 때문일 것이다

 

완전한 사랑은

영원히 얻어지지 않는다

연약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쉬지 않고 사랑의 탑을

쌓아 나가는 것 뿐이다

 

우리는 맹세한다.

별을 보고, 달을 보면서

죽을 때까지 변하지 말자고

어떤 파도에도 맞서고

어떤 유혹에도 견디며

사랑의 탑을 세우고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자고

약속하고 또 약속한다

 

우리가 세웠던 그 탑은

천년 후에도

꿋꿋하게 남아

사람들을 일깨워줄 것이다

 

그 옛날

어떤 두 사람이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랑을 했고

차가운 겨울 날에도

사랑의 탑을 쌓기 위해

손을 호호 불었고

밤새 눈을 맞고 있었다고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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