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사랑

 

 

오래 전부터 나는

가을색을 좋아했다

너무 푸르지 않고

삶의 고뇌와 성숙한 표정을 닮은

가을의 순수를 보고 싶었다

 

너에 이르기까지

나의 마음은 가을이었다

가을색과 가을의 순수

그런 가을을 위한 사랑을 했다

 

바람이 낙엽을 싣고

강을 지난다

물새 한 마리가

곧 사라질 흔적을 남기며

창공을 난다

 

뜨거운 가슴을 대고

타오르는 단풍을 보면

가을을 물들인 사랑은

외줄 타는 곡예사처럼

진한 감동을 남긴다

 

가을사랑

Autumn Love

 

내 영혼을 바쳤던

사랑이 미완성의 장을 내린다

더 이상 간직할 수 없기에

더욱 소중했던 사연들

이제 가을에 보내야 한다

 

아주 먼 우리의 별에

고이 묻어 두기 위하여

우리는 가을에 떠나야 한다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가을사랑을 기억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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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의 불꽃

 

 

너를 떠올리며 잠에 들었다

꿈속에서도 너는 나를 따라왔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

행복은 프림처럼 녹았다

아픔과 슬픔도 다정한 음성에

눈처럼 사라졌다

 

하얀 눈이 바람을 따라 내린다

나뭇가지에 남았던 눈꽃이

너의 미소와 함께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상쾌한 겨울 바람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주체할 수 없는

삶의 열정으로 뜨거워지고

서로의 작은 불씨가

눈속에서도

타오르는 불꽃을 만든다

 

돌아서는 발길에도

너의 손길이 배어있다

뚝뚝 떨어지는 붉은 꽃잎을

두 손으로 모아 바친다

 

이 아련한 사랑이

나의 것이기를

또한 너의 것이기를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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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사랑>

 

 

비가 내리는 낯선 도시에는

밤이 오기도 전에

수은등이 켜지고

빗물에 젖은 마음들은

길거리에 뒹굴고 있다

 

사랑을 찾아 나섰던 사람들은

욕망을 채우지도 못한 채

아스팔트 위에서 울부짖고 있고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화살을 쏘아 올리고 있다

 

사랑의 탑은 무너지고

꽃잎들이 강물에 떠내려가는

외로운 시간에

술잔 부딪히는 소리만이 귓전을 때린다

 

얼마나 더 가슴이 아파야 할까

얼마나 더 눈물을 흘려야 할까

사슴의 순수를 배우기까지는

목련의 순정을 알기까지는

 

비에 젖은 마음이

슬픔과 슬픔 사이에서

촛불을 켜고

권태에 지친 허망한 존재들은

삶의 의미조차 알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보도블록 위에

곧 지워질 이름들을 써놓고

사랑이라는 허상 앞에서

영원을 약속하며 집착하고 있다

 

비내리는 이밤에

그들도 사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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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이름을 부르는 밤>

 

 

왜 이렇게 가슴이 시릴까

계절이 바뀌어서 그럴까

사랑 때문에 가슴이 아픈 사람들은

눈이 오면 그렇다

 

하얗게 내리는 눈 앞에서

사랑을 잃은 사람들은

사랑했던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밤을 맞는다

 

아픈 가슴은

찢어지도록 아픈 마음은

밤새 눈을 맞아야 한다

밤을 새우며 별을 보아야 한다

 

우리가 만들었던 사랑의 꽃

아주 먼 곳에서

그토록 찬란하게 피었던

그 꽃잎이 지면

강물을 수놓고

눈물의 바다를 이룬다

 

정말 사랑했었다

아무도 똑 같은 사랑을

다시 만들 수 없는 그런 사랑

 

우리 사랑의 형상이

쏟아지는 함박눈 속에 그려진다

별이 쏟아지던 그 밤에

우리의 사랑은 똑 같은

눈꽃을 그려놓았다

 

더 살고 더 살아도

나는 한 이름을 부를 것이다

아무리 불러도

혼자만 불러야 할 숙명적인 그 이름

 

오늘도 나는 그대 이름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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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랑>

 

 

태백산의 설경이 눈부시다

하얀 눈을 밟으며 오래 걷다 보면

마음은 눈처럼 하얗게 된다

 

하얀 눈 속에서

사랑은 나란히 걸어간다

오른발 사랑과 왼발 사랑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함께 걸어가고 있다

 

사랑과 사랑은 공존할 수 있을까

사랑은 지극히 강한 빛이다

빛은 분산될 수 없다

사랑은 오직 한 곳을 향해

집중하는 속성을 가진다

 

사랑과 사랑은

동일한 평면에서는 공존하지 못한다

두 개의 이질적인 사랑만이

같은 무대에 양립할 수 있을 뿐이다

 

사랑은 순수해야 한다

사랑에는

이해관계나 계산이 따라서는 안 된다

사랑을 할 때는 목숨을 걸어라

그래야 사랑을 얻을 수 있다

 

눈이 내릴 때는

비가 오지 않는 법이다

눈이 올 때 비가 내리면

눈을 쌓이지 못한다

하얀 세상은

눈만이 내릴 때 가능하다

 

사랑을 할 때

다른 사랑은 생각하지 마라

오직 한 사랑만을 위해 기도하라

하나의 사랑을 위해 눈을 감아.

그 사랑만이 영원을 약속할 수 있다

 

영원한 사랑은

기념비에 새겨진다

눈이 쌓여도

그 사랑의 이름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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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그림자>

 

 

저녁 노을이 보이네

네 얼굴도 떠오르고

너의 미소 뒤에

감추어진 살인적인 열정도 타오르네

 

나는 허용하지 않았어

너의 가벼운 사랑을

너의 가벼운 터치를

 

사랑은 무거운 거야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

나는 운명을 걸었어

나의 모든 것을 걸었어

 

내일은 없어

모든 것은 네게 달렸어

너를 믿고 왔던 거야

너밖에 없었어

하지만 너의 그림자만 남았어

그래서 서글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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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아픔일지라도

 

 

왠지 슬퍼지네요

비바람 치는 이 밤은

 

그대가 없는 풀밭에는

빗소리만 들리고

나 홀로

별을 찾고 있어요

보이지 않는 그 별을

 

처음엔 몰랐어요

사랑이 이토록 아픈 줄을

그대를 못 잡은 내가

천길 벼랑에 떨어질 줄은

 

그래도 세월은 가겠지요

아픈 가슴을 부여안고

밤하늘을 보면

시간은 정지해 있고

풀잎마저 숨을 쉬지 않아요

 

이젠 알아요

사랑했던 만큼 아파도

그리워했던 만큼 슬퍼도

우린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임을

그대가

나의 갈비뼈로 만들어졌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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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오는데>

 

 

당신은 무엇이기에

우연히 나타나

내 마음 흔들어놓고

침묵하고 있나요

 

당신 때문에 아픈 것이

당신 때문에 슬픈 것이

사랑인가요

미움인가요

 

꺾을 수 없는 나뭇가지

잡을 수 없는 그림자

그런 잔인한 허상 앞에서

겨울은 가고

봄날은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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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기도>

 

밤새 전해주었던 사랑의 전설은

바람 따라 갔던 것일까

 

겨울의 방에서 나와

봄의 문턱에 선다

 

안개처럼 사라졌던 너의 미소

비를 따라 걸었던

호숫가에 남겨진 잔잔한 음성

정말 모든 것이 없어진 것일까

 

풀밭에 누워 빈 가지를 본다

뜨거운 너의 시선을 느끼며

가슴 속에 눈물을 가득 채운다

 

우리가 보물처럼 감추었던

사랑의 밀어들이

발하늘의 불꽃처럼 펴져나가

먼 곳으로 흩어진다

 

아직은 가까운 곳에 있는 거야

손을 뻗으면 잡힐 거야

가슴이 찢어질 거야

그 안에 거미줄처럼 네가 있다

 

벗어날 수 없는 작은 존재가

그림자 되어 맴돌고 있다

허전한 벤치 위에

흰 손수건이 비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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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쓴 편지>

 

 

너와의 뜨거운 공백 앞에서

울고 싶었다

 

진한 녹색의 나뭇잎은

삶의 정점을 보여주는 역설이며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도시의 어둠은

우리의 현실이다

 

한낮의 더위는 운명처럼 찾아왔다

작열하는 태양은 받아들이면 성장이고

거부하면 죽음이다

 

태양 앞에서 모든 존재는

삶과 소멸을 선택해야 한다

깊어진 사랑도 똑 같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사랑은 모진 운명처럼 다가와

삶과 죽음의 선택을 강요한다

 

아무런 감정도 없이

열기를 내뿜는 아스팔트 위에서

히말라야 정상을 바로 눈앞에 두고

눈보라에 파묻혀 사라져가는

등반대원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건

한 여름의 모순이고

한 겨울의 이상이다

 

술에 취해 편지를 쓴다

편지에 담긴 진실은 역사에 남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해지지 않고

내 마음 한켠에 뒹굴고 있는

색 바랜 편지지 위에 써놓은 사랑의 진실

그 앞에서 한 영혼의 순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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