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상(虛 像)

 

 

빗방울 소리가 들리네요

왠지 가슴은 답답하고

낙엽이 날려도

바람이 불어와도

그 자리에 남는 것은

상처, 진한 상처뿐

아무 것도 없어요

 

한 때 미쳤었지요

강변에서

코스모스를 따라 걸으며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지던

그 따스함과 푸근함

멍하니 바라보던 애틋함

 

저 혼자 깊어가던

강물 위에 뿌렸던 뜨거운 눈물

서로가 똑 같았어요

 

가을을 정지시키고

떨리는 손으로

허공을 향해

내일을 꿈꾸었던

낯선 시간의 허상

그 안에서 잉태했던

우리들의 작은 꽃잎들

 

너무 아파 몸서리쳤지요

나무들이 신음하고

들풀은 짓밟혀도

잔인한 운명에 맞선 채

쓰러져가는 탑 앞에서

언젠가 다시 만난다는

간절한 소망을 새겨요

 

그 몹쓸 정 때문에

슬픔은 아픔을 머금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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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방황>

 

 

너 때문에

밤을 꼬박 새우고

빗길을 계속 걸었다

 

하지만 돌아선 너는

더 이상 빛이 아니었다

그건 아픔이었다

슬픔을 넘은 고통이었다

 

가슴이 쓰라린 것은

너의 날카로운 창 때문이었다

사랑이 그렇게 힘들 줄이야

 

네가 떠난 후

새로운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었다

너의 그림자가 남고

너의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기에

 

네가 남긴 상처가

너무 깊히 박혀

낯선 사랑을 거부하고

오늘 밤에도

긴 방황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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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의 사랑

 

 

아주 멀리서도 느껴요

당신의 숨결을

까마득한 옛날부터

함께 있었던 것처럼

당신의 손길을 느껴요

 

꿈이었을까요

우리가 걸었던 해변에서

만났던 소라와 고동

 

그들의 정겨웠던

언어를 귀에 넣고

미소를 눈에 담고

밤하늘을 보았던

그 발자국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당신은 알고 있나요

얼마나 많은 밤을

이름을 부르고

그리워했는지

얼굴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는지

알고 있나요

 

내가 아니었을 거예요

내 몸도 아니고

가슴도 아니었을 거예요

 

당신에게 매달려

그토록 아쉬워하며

그렇게 안타까워했던 것은

누군지 모르겠어요

내가 아니었을 거예요

 

밤이 깊어졌어요

당신을 만날 시간이예요

그리움에 지쳐 쓰러지면

우리 함께 해변을 걸어요

 

파도가 지켜주고

별빛이 감싸줄 거예요

꿈속이지만

그건 영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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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다가와>

 

가슴 속을 파고드는 바람

사는 것이 힘들고 외로워

하늘을 보고 있을 때

그대는 바람처럼 다가왔다

 

내 마음은 한줄기 바람

광풍 속에 파묻히는 존재

그대 앞에서

흔적 없는 이름으로 남으리

 

잠들기 전에는

온종일 사로잡혀 있고

꿈 속에서 미소로 감싸면

허물어진 형체 속에서

나의 존재는 찾기 어렵고

그대 이름은

부를 수도 없는

고귀한 장미가 된다

 

감미로운 그대의 눈길

촉촉한 실크의 감촉

느껴지는 사랑의 향기

흠뻑 취해 비틀거리고

애정의 독백을 읊조리면

이 밤에 떠나가는

기차의 기적소리

나를 울린다

 

그대의 지울 수 없는 자국

아물지 않을 상처만 남기고

저 강을 건넌다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는

강물을 넘어

오늘이 간다

세월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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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그리워>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그냥 서성이며 안절부절한다

 

애틋한 그리움 속에

우리는 절규한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

서서히 들어가는 정을

어쩌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

 

마음을 뺏기고 힘들어 하면서도

좋은 걸 어떻게 해

당신이 좋은 것을

당신의 마음에 끌리는 것을

 

먼 곳에서 들여오는

기차의 기적소리

무언가 미련과 기대를 걸어본다

 

저 기차는 내 님을 실고 오겠지

아님 내 님의 마음을

안고 오겠지

 

님은 아카시아꽃과 밤꽃 향기를 가르고

기차의 차창을 바라보면서

내 생각을 하고 오겠지

 

그건 바램이었다

님은 오지 않았다

님을 볼 수 없어도

나는 울지 않을 것이다

한 그리움에

눈물을 흘려도

속으로 삼킬 것이다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사랑해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그게 우리의 사랑이다

 

슬픈 사랑 때문에

눈물은 강물 위에 떨어지고 있다

한 겨울에 흰 눈이 날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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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고백>

 

사랑한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랑의 고백은 정말 힘든 일이다

가슴이 벅차도록

리움이 가득 차 오면

밤잠 못자고

창밖을 본다

 

5월이 되면

숲 속에 아카시아꽃이 활짝 핀다

밤이 되면

향이 더욱 진하게 퍼진다

 

꽃 향기에 취해

그대 향한 그리움은

더욱 강렬해지고

나는

오늘 밤

다시 그대 이름을 부른다

 

별이 빛나는 밤

이 밤에

나는 그대가 보고파

눈물을 흘린다.

사랑의 눈물을

달이 보고 운다

 

달을 보고

사랑을 고백해야겠다

구름을 보고

그리움을 묻는다

 

그대는

이제

내 눈물의 의미를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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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바다로 간다

해는 서산에 지고 밤이 찾아온다

밤하늘에는 별이 무성하다

 

수없이 반짝이는 별들 속에서

너의 별을 찾는다

그 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초라한 내 별이 보인다

 

검은 바다 앞에 서서

먼 곳에서 밀려오는

밤의 파도를 맞는다

사랑은 휩쓸려가고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사랑이 되살아난다

생명이 있는 한

우리 사랑은 꺼지지 않는다

 

내 마음은

사랑하는 사람 없이

외로운 갈매기가 되어

창공을 난다

 

멀리서 등대불빛이 반짝거리며

우리 사랑을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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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길을 잃었다>

 

아이 같던 사랑아

풀밭에서 뒹굴던 사랑아

그 사랑이 떠나가고 있다

 

마음이 돌아섰기에

돌이킬 수 없기에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그토록 붙잡았지만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쳤지만

남겨놓은 것은

눈밭에 쌓인 냉정함 뿐

우리들의 사랑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사랑이 길을 잃었다

저 혼자 깊어만 갔던

스스로 행복을 머금었던

사랑이 어느 날 슬픔으로 변했다

 

무엇이 앞을 막았을까

누가 사랑의 끈을 끊었을까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안개 너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사랑은 봄비를 맞으며 떠났다

겨울의 끝자락에 떠났다

 

사랑은 아픔도 모르면서

사랑은 슬픔도 모르면서

우리 곁을 떠났다

떠남의 의미도 모르면서

떠남만을 남겼다

 

사랑이 떠난 자리에

봄꽃이 핀다

세월의 아픔을 씨앗으로

이별의 눈물을 양분으로

사랑꽃이 피어난다

 

사랑이 떠난 그곳에는

새로운 사랑이

싹을 내리지 못한다

그곳에는

오직 우리의 추억만이 있다

 

사랑의 낙엽이 쌓이고 쌓여

우리를 덮을 때까지

한 겨울 눈이 쌓일 때까지

사랑의 아픈 기억만이

우리를 감싸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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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연습

 

 

사랑이 시작될 때

우리는 이미 이별을 생각했다

변하는 것이 마음이고

영원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마주하는 눈빛 속에

정은 깊어만 가고

속삭이는 밀어

서로를 녹인다

 

실연의 경험이 없던 시절

이별은 불가능했다

변하거나 헤어짐은

우리의 일이 아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겪었던 상처

마음 속의 쓰라린 흔적

그로 인하여

지금의 사랑이

훗날 아픔이 되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며

더욱 진한 감정으로

너를 아끼고

너와 지새는

이 밤은 왜 이다지 짧은지

 

가야만 하는가

떠나가야 하는가

정말 흘러가야 하는가

누구의 마음이 더 아플까

어느 슬픔이 깊이를 더 할까

 

하지만 헤어지는 의미는

모든 것을 뒤덮어 버리는

무서운 파도

그가 지나간 자취는

앙상한 몰골에 진한 눈물뿐이다

 

언제 오려나

어떻게 찾아 오려나

두렵기만 한 우리의 운명

죽음 보다 무서운 갈라짐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세월이 흘러

다시 서로를 알고

서로가 소중함을 깨우치면

그 때

우리의 영혼은

새로운 만남을 부활처럼 맞으리니

진실한 사랑을

에덴의 동쪽에

영원히 꽃피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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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울지 마라>

 

가을에는 울지 마라

사랑이 아프다

 

꿈속에서

너의 모습은 희미하고

네 미소가 연하게 보일 때

다시 낙엽을 밟는다

 

눈부시게 진한 노란잎 위에

사랑이 누워 있고

오랜 침묵에 지친 사랑은

허공만 바라본다

 

까칠한 단풍잎 사이로

철새가 떠났다

햇빛 조차 볼 수 없도록

무성했던 여름이 남긴

전설 같은 사랑을 냉소하며

멀리 멀리 떠나갔다

 

사랑의 흔적이

숨쉬고 있다

힘겨운 날갯짓을 기억하며

바람에 글씨를 쓴다

 

사랑을 전해주는 언어들이

뒤엉켜 몸부림칠 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나뭇잎들이 떨어져

빗물에 젖는다

 

잃어버린 사랑이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신음 소리를 낸다

나무들도 잠들지 못하고

나와 함께 지새는 가을밤

바람 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감춘다

 

가을에는 울지 마라

사랑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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