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아팠다
가을 때문에도 아팠다

 

<사랑이 떠난 자리>

 

아무 준비도 없이 갑자기

봄을 맞은 나는

진한 신음을 토해냈다

당신을 위해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채

봄을 맞은 나는

가슴이 아팠다

사랑한다고 했을 뿐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던 나는

무엇이었던가

사랑만이 전부라고 믿었던 나는

사랑마저 떠나보냈다

길을 잃은 사슴을 보면서

우리 사랑의 색깔을

다시 그리고 싶어

붉은 노을 속에서

피어나는 그리움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깊은 어둠 속에서

힘들게 만들어 놓았던

사랑의 꽃밭에는

물망초만이 파란 꽃을 피우고

그 위로 봄비가 내렸다

사랑은 사랑을 찾아

저 혼자 동쪽으로 가고

사랑을 잃은 사람들은

그 사랑을 찾으러

서쪽으로 발길을 향했다

사랑의 흔적이 꽃잎처럼 날리면

진한 외로움이 가슴을 적시고

함께 걸으며 삶의 무게를 나누었던

다리에서 우리는

말없이 강물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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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길>

어디에서 오고 있을까

내 님이 오는 소리

라일락을 적시는 봄비처럼

아주 작은 음성으로

나를 부른다

사랑을 부를 때

나를 스쳐갔던 신음소리

지금은 어디에 쓰려져

진한 아픔과 슬픔을

한 몸에 담고 있을까

아직도 님은

내 몸 안에 있는데

사랑이 길을 묻는다

서로가 뒤섞여

알 수도 없었던 길

부둥켜 안고 눈을 감으며

강변 바람을 감추었던 길

별이 없는 이 밤

사랑은 다시 길을 찾는다

어디로 가는 것을까

미워했던 만큼

이별의 길은 멀리 떠나고

사랑했던 만큼

눈물의 호수는 깊어 가는데

미움과 사랑은 아직도 길을 모른다

오늘

사랑의 길은 낯선 영토가 되고

붙잡지도 못했던 자국들이

또 다른 사랑으로 채워져도

우리는 길을 찾는다

뜨거운 사랑을 묻었던

서러운 약속의 땅

그곳을 넘는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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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깊은 흙속에서

솟아나온 새싹처럼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보일 듯이 들릴 듯이

조용히 다가갔던 시간들

목련이 피던 봄날에

달빛을 보며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

쏟아지는 폭우이었을까

알 수 없는 그리움은

가슴을 뜨겁게 적시고

돌아설 수 없는 미련에

가로등 아래서

함께 흘리던 눈물들

별이 빛나던 그 밤에도

서로의 눈길을 나누었다

낙엽이 가을의 편지이듯이

세월은 사랑의 흔적이었다

사랑이 남긴 파편들이

창가를 수놓은 오후에

사랑은 먼 길을 떠났다

무엇을 찾아 나선 것일까

알 수 없는 비밀을 남기고

저 혼자 떠난 자리에는

차가운 바람만 불고 있다

아련한 미소를 붙잡고

서글픈 음성에 매달리며

밤새 울었던

사랑의 자취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영혼을 나누었던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사랑은 보이지 않아도

끝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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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랑>

아무리 좋아해도

어쩔 수 없기에

그저 강물을 보고 있어요

눈물이 흐르면

꽃잎이 떨어지고

당신은 꽃길을 걷고 있어요

어쩌다 만나

여기까지 왔던 건

운명이었지요

밤을 새운 간절한 바램도

모진 운명이었어요

먼 곳에서 숨을 죽이고

슬픈 사랑을 만지고 있어요

그래도 좋아요

이별의 벼랑에서

가냘픈 끈을 붙잡고

울면서 기도할 거예요

이 작은 사랑을 위해

사랑의 아픔을 달래며

사랑의 파편을 쓰다듬어요

당신이 나에게 주었던

한줌 사랑의 흙을

스쳐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을

바위처럼 끌어안고

폭풍처럼 저항하며

영원한 문신으로 새길 거예요

정말 사랑했어요

이룰 수 없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지만

그냥 바라만 보면서

숨결을 느끼고 싶어요

그 어떤 사랑보다도

소중했던 생명이었어요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내 가슴 속에 남을 거예요

진실한 사랑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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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

노란 은행잎

빨간 단풍잎

낙엽 속에 감추어진

우리들의 슬픈 사랑이

가을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한없이 내리는 눈 속에서도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순수했던 사랑 앞에서

우리는 간절히 소망했다

아름다운 사랑이 영원하기를

별 위에 이름이 새겨지기를

단풍은 사랑 때문에 붉게 타오른다

이룰 수 없는 안타까움에

빨갛게 물들어간다

그 앞에서 우리는

아프고 또 아팠다

더 이상 아픔을 느끼지 못할 때

가을은 말없이 떠나갔다

너는 은행잎을 따주었다

그리고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은행잎은 해마다 진해지고 있다

사랑을 담은 잎에는

아직도 은밀한 촉감이 남아있다

아름다운 기억으로

가을을 보내는 밤이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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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길>

오늘 밤

겨울의 문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어요

눈을 감아도

선하게 떠오르는

그대의 연한 미소

그 미소에 취했어요

그토록 끈질긴

인연의 사슬에서

우리는 다시 태어났어요

사랑이 무엇인지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서로에게 매달리고

서로에게 억눌리고 있어요

왜 그런지 알 수 없어요

낙엽이 구르는 거리에서

슬프도록 푸른 강변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그리움

이해할 수 없는 안타까움

무엇일까요

사랑하기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 힘든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진한 어둠 속에서도

내게 시선을 보내요

그대에게 다가가는

내 눈빛은 칠흙을 불사르고

두 가슴을 녹일 거예요

가득 쌓인 눈을 그리며

눈 속에서도 꽃을 피워요

어디가 끝일까요

어디에서 두 길이 만나

힘든 삶의 여정을 풀고

아늑한 포옹을 할 수 있을까요

문득 어느 날

모두가 낯선 도시에서

우리 사랑을 기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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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은 눈물의 씨앗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생활에서의 일탈을 꿈꾸어 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멋있는 또 다른 사랑을 만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한번 진한 사랑을 경험했던 사람은 과거의 사랑과 비교가 되기도 하고, 현재의 생활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사랑을 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

어떤 의미에서 새로운 사랑이란 인간에게 주어진 고유한 애정의 영역을 넓혀 나가는 일이다. 기존의 인간관계에서 굳어진 딱딱한 삶의 껍질을 벗어나 상큼한 공기를 마셔보는 것이다.

그러나 상큼한 공기처럼 다가와 그렇게 시작된 금지된 사랑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 전개과정에서 닥쳐오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은 어떤 것들인가? 그 무게는 얼마나 되며, 과연 자신이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다른 사람의 사건과 사례를 통해 간접경험을 한다고 해도,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그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다. 대체로 막연하게 생각하면서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불륜이라는 라벨이 붙은 애정관계는 결코 순탄치 않다. 많은 산을 넘어야 하고, 험한 강을 건너야 한다. 그 산에는 많은 뱀과 사나운 동물들이 잠복해 있다가 괴롭히고, 강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덩이가 파여 있다.

불륜은 불행의 씨앗임에 틀림없다. 그 불륜을 잘 극복해서 아름다운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불륜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되고, 많은 상처를 받게 된다. 그게 현실이다.

그러면 불륜은 왜 불행의 씨앗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왜 사람 사이에 좋은 감정을 느끼고 아끼는 사랑을 하는데 행복을 얻지 못하고, 불행을 잉태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불륜사랑이 가지는 태생적 한계와 외부의 환경적 요인 때문이다.

첫째, 불륜은 불안한 가운데 노심초사하면서 시작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하는 사랑이 아니다. 떳떳하지 못한 일은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내놓고 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륜은 시초부터 위축된 상태에서 시작된다. 마음 한 구석에는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는 죄의식이 도사리고 있다.

물론 시대가 급격하게 변해 불륜에 대한 죄의식은 무척 둔해지고, 자신의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았다. 배우자 있는 남자와 여자를 향해 적극적으로 달라붙으면서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기존의 배우자에게 헤어지라고 강요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예외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륜관계에 들어섰다고 해도 상대방의 배우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조심스러워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둘째, 불륜을 위해서는 숱한 거짓말을 해야 하고, 알리바이를 꾸며놓아야 한다. 순간 순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머리를 써야 한다. 혹시 우연한 기회에 자신들의 행각이 탄로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한다. 신경이 곤두서고, 인식작용이 분열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인격은 왜곡되고, 때로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이 일단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일이고, 양심의 가책을 받게 된다. 이른바 하얀 거짓말이라는 말이 있다. 선의의 거짓말을 의미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내용의 거짓말을 뜻한다.

그러나 불륜을 은폐하기 위하여 하는 거짓말은 사실 도덕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나쁜 의미의 거짓말이다. 배우자가 불륜을 의심하게 되면 자꾸 캐묻게 되고, 그에 대한 거짓말을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하나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서는 열개의 거짓말이 계속되어야 한다. 계속해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본인 자신을 무척 피곤하게 하는 일이다.

셋째, 언젠가는 불륜이 노출되어 공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꼬리가 길면 밟히게 되어 있다. 이런 저런 경로로 부인이 알게 되어 두 사람 앞에 나타나게 된다. 부인은 격한 상태에서 두 사람을 공격한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공격을 계속하게 된다.

많은 사건에서 보면, 배우자의 부정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받는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바람을 피워도 자신의 남편이나 부인은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산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단서가 잡히기 시작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계속 파악하다 보면 결정적인 증거가 포착되는 수가 있다. 눈으로 확인된 배우자의 부정행위에는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존재가 있다. 애정관계에서 제3자가 끼어들은 것이다.
우선 느끼는 감정은 모욕감이다. 자신의 인격이 완전히 부정되는 상황이 된다. 자신의 어디가 어떻다고 자신을 두고 다른 여자나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는 말인가? 모든 사람은 자신의 주관적인 입장에서만 사물을 바라보기 때문에 바람을 피는 남편이나 부인의 심리상태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으로써 곧 바로 흥분상태가 된다.

세상은 갑자기 까맣게 보이고, 모든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지금까지 남편이나 부인을 위해서만 살아 온 자신이 너무 서글퍼진다.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흥분상태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특히 유부녀와 연애를 하다가 남편에게 발각되는 경우에는 생명에 위험까지 느끼게 된다. 흥분한 남편이 폭행을 하거나 살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기 때문에 간통한 주제에 제대로 방어하기도 어렵다. 간통현장이 적발되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모텔 창문으로 뛰어내리다가 사망하거나 척추가 부러진 사건도 있었다.

넷째, 불륜의 결과는 배우자를 비롯해서 가족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실망을 가져오게 된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체면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가져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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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에 울고>

강가에 앉아
우리는 눈물을 흘렸어요
사랑의 의미를 잊을 때까지
별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밤새 눈이 내렸어요
눈을 맞으며
슬픔을 강물에 뿌렸어요
사랑이 잊혀질 때까지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떠날 때까지

먼 동이 틀 때
사랑은 또 나타났어요
거친 들판의 작은 풀들처럼
아무리 짓밟고 눌러도
다시 살아나는 거예요

정이 들었나 봐요
너무 깊은 정이 뿌리를 내리고
우리 사랑의 날개를 꺽어
더 이상 날지 못하게
자유를 박탈한 채
두 가슴을 사로잡았나 봐요

이제 와서 어떻게 해요
포로수용소에 갇힌
우리 두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어요
포로는 그냥 따라갈 뿐이예요

햇볕이 뜨거운 한낮에도
사랑은 지치지 않고
우리 곁에 있네요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네요
이제 와서 어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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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했던 것도 사랑이었다

미워했던 것도 행복이었다
그건 너를 알고
너를 사랑했던
소중한 흔적이니까

너의 숨결로
삶은 용솟음쳤고
사랑은 호흡 안에서 춤추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서로에게 전해졌던 촉감
서로가 살아 있음을
서로가 느끼고 있음을
뚜렷이 보았다

사랑은 잊혀지지 않는 것
새벽 이슬이 내려도
그 밤에 나누었던 밀어는
사라지지 않는 향기로
우리의 몸을 뒤덮고 있다

네가 떠난 외로움 때문일 거야
낯선 도시의 유령처럼
가슴 벌판에 떨어진
하얀 꽃잎들은
네가 남긴 슬픔일 거야

사랑이 뿌려졌던 그곳에는
찔레꽃이 무심하게 피어있고
상처가 불탔던 곳에는
사랑의 탑이 녹슨 채
석양을 맞고 있다
너 때문에 아팠던 것도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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