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88)

 

맹 사장은 긴장한 상태에서 영미의 오피스텔 주변에서 계속 매복수색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건물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지만, 잠시도 오피스텔에서 눈을 뗄 수는 없었다.

 

문제는 비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는 것이 큰일이었다. 더군다나 밤에 소나기가 내리니 길 건너편에서 영미가 언제 나타날 지 놓칠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었다.

 

김현식 과장도 왠 일인지 자리를 뜨지 않고 오피스텔 부근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김 과장은 우산도 쓰지 않고, 비를 맞는 것처럼 보였다.

 

회사에서는 담배 핀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데, 이상하게 김 과장이 가끔 담배를 뻐끔거리는 게, 먼 곳에서도 새빨간 담뱃불이 번쩍번쩍 도깨비 불처럼 나타났다.

 

밤 12시가 조금 넘어서 마침내 어떤 택시가 오피스텔 바로 앞에 정차하더니 하얀 색 옷을 입은 영미가 내렸다. 그러자 김 과장이 곧 바로 마중 비슷하게 쫓아가고, 두 사람은 길에 서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하늘은 영미 편인지, 영미가 택시에서 내리기 직전부터 비는 완전히 멈추었다. 미세먼지를 깨끗이 씻어간 덕분에 맹 사장은 아주 선명하게 영미와 김 과장 두 물체를 볼 수 있었고, 두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 동작을 관찰할 수 있었다. 굳이 망원경도 필요 없었다.

 

잠시 전까지만 해도 맹 사장은 이런 상황을 예상해서 평소에도 소형 망원경 하나는 핸드폰처럼 소지하고 다닐 걸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스마트폰 개발하는 사람도 손전등 기능만 넣지 말고, 망원경 기능을 포함해주지 왜 그렇게 중요한 기능을 미처 개발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전자회사 개발팀을 모두 교체하고 싶었다.

 

무슨 일인지 영미는 오피스텔에 들어가지 않고, 10분 이상 김 과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분명 이렇게 늦은 밤 시간에 비도 오는데, 굳이 하늘천 주식회사의 업무 때문에 미팅을 하거나 논의를 하지는 않을 것인데, 왜 저렇게 심각한 대화를 계속하고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190)  (0) 2019.06.12
작은 운명 (189)  (0) 2019.06.12
소설 ‘작은 운명’ 이야기  (0) 2019.06.12
작은 운명 (187)  (0) 2019.06.12
작은 운명 (186)  (0) 2019.06.12

소설 ‘작은 운명’ 이야기

 

소설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사건을 통해, 인간심리의 복잡다단함, 미묘함, 가변성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려고 합니다.

 

때로 코믹한 부분도 나옵니다만은, 이 소설은 어디까지나 무겁고 진지한 삶의 무게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임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페친 여러분께서도 이 소설의 스토리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시고, 비판적인 입장에서 콤멘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189)  (0) 2019.06.12
작은 운명 (188)  (0) 2019.06.12
작은 운명 (187)  (0) 2019.06.12
작은 운명 (186)  (0) 2019.06.12
소설, ‘작은 운명’에 관하여  (0) 2019.06.11

작은 운명 (187)

 

맹 일병은 군대에 있을 때 상급자로부터 기합도 숱하게 받았다. 어떤 때는 너무 심한 기합을 받다가 기절하기도 했다. 그때는 죽을 땐 죽더라고 기절해서 의무실로 실려가고, 그 힘든 유격훈련에서 빠지니 살 것 같았다.

 

의무실에 누워 있는 동안 동료 병사들이 무시무시한 유격장에서 뺑뺑이 도는 모습을 떠올리고 있으니, 기분이 하늘을 날아가는 것처럼 좋았다.

 

특히 맹 사장을 괴롭히던 최 상병과 정 상병은 아예 훈련을 받아가 다리가 부러졌으면 하는 희망과 소망을 가슴 속에 간절하게 품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 유격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최 상병과 정 상병은 훈련 성적이 좋았다고 포상휴가를 가게 되었고, 동료로서 가장 아끼던 공 일병의 왼쪽 다리가 부러져서 기브스를 하고 있었다.

 

맹 사장은 당시 일병이었는데, 공 일병과 너무 친하게 가깝게 지내 다른 사람들이 볼 때 혹시 서로 사귀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당시 맹 일병과 가깝게 지내던 동료는 공 일병과 이 일병이 있었는데, 세 사람이 너무 붙어 있어, 사람들은 ‘맹꽁이’ 삼형제라고 불렀다. 세 사람의 성씨가 ‘맹, 공, 이’라서 그런 것이었지만, 실제로 세 사람은 군대에서 고문관 역할을 할 정도로 맹꽁이였음은 틀림 없었다.

 

그래서 세 사람이 붙어 있으면 고참 병장들이 지나가다가 맹꽁이 삼형제의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씩 세게 내리쳤다. 그 이유는 그렇게 뇌세포가 집중되어 있는 두부에 충격을 주기적으로 주어야 뇌세포가 활성화되어 맹꽁이에서 지혜로운 개구리로 진화될 수 있다는 이론에서였다.

 

병장들은 맹꽁이들이 빨리 개구리로 신분 상승되지 않으면, 그토록 졸병들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사랑하고 아끼는 자신들이 제대한 후에 다른 고참들이 계속해서 맹꽁이들의 소중한 머리를 자꾸 때리고 주물럭거리면 개구리는 커녕 늙어빠진 올챙이로 전락할 것을 심각하게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맹 일병이 미워하고 증오하던 상병 두 사람은 아무 일이 없고, 공 일병이 사고를 당한 것을 보고, 맹 일병은 이 세상에는 정의도 없고, 하나님도 믿을 수 없다는 확신을 가졌다.

 

오로지 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고, 힘 없는 사람은 다리가 부러진다는 그릇된 믿음에 빠졌다. 그래서 맹 일병이 기절해서 유격훈련을 중단한 것은 하나님의 뜻이며 마귀와 사탄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주고 보살펴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건이 주된 계기가 되어 맹 사장은 군복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다음 한 동안 교회에 열심히 다녔다. 교회를 다니다가 같은 교회에서 봉사를 열심히 하는 청년부 여신도를 성추행한 사실로 교회에서 쫓겨나게 되었고, 그 후부터는 철저한 무신론자가 되었다.

 

맹 사장은 전방에서 매복 수색임무를 오랫동안 담당하였다. 최전방 철책선 안에 들어가서 풀밭에 가만히 앉아서 밤을 새운다. 저녁 식사를 한 다음, 얼굴과 손에 숯검뎅이로 까맣게 칠하고, 무장을 하고 들어가 군데 군데 앉아서 매복을 시작한다.

 

혹시 침투해오는 적군이 있는지 감시하고 수색하는 것이다. 그런 매복은 죽도록 힘이 들었다. 봄이나 가을에는 그래도 괜찮지만, 한 겨울에는 그 추운 동지섣날에 난방기구 없이 벌판에 한 밤에 장시간 앉아 있으면 동상에도 걸리고, 추위를 견디기가 정말 어려웠다.

 

그때는 차라리 조용히 호흡이 멈추고 심장 박동이 정지하고, 뇌세포가 더 이상 활동을 하지 않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그래서 고통 없이 편안하게 천국으로 올라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한 여름에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오듯 흘렀다. 군복을 입고 철모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무더위는 3배로 증폭되었다. 게다가 맹 일병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고생하고 있는데, 모기는 자신의 증식을 위해 단백질을 보충한다면서 모기 종족을 지키기 위해 맹 일병의 피를 빨아먹기 위해 목숨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깜빡 졸다가 한 놈에게 물렸으면 그만 이지 다른 부족의 모기들이 줄을 지어 달라들었다. 그렇다고 매복에서는 침묵과 무소음이 철칙이기 때문에 모기를 손바닥으로 쳐서 때려잡을 수도 없었다.

 

소리가 나면 적에게 위치가 노출되어 사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적의 총에 맞아 죽는 것보다는 모기에게 물려 혈액의 극소량을 제공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맹 일병은 이렇게 많은 모기에게 피를 주느니, 차라리 적십자단체에서 하라고 하는 헌혈을 많이 하고 군에 올 것 그랬다고 후회를 하기도 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188)  (0) 2019.06.12
소설 ‘작은 운명’ 이야기  (0) 2019.06.12
작은 운명 (186)  (0) 2019.06.12
소설, ‘작은 운명’에 관하여  (0) 2019.06.11
작은 운명 (188)  (0) 2019.06.10

작은 운명 (186)

 

하늘천주식회사의 맹을성 사장은 술을 마시고 갑자기 그것이 하고 싶어졌다. 평소에는 늘 사전에 미리 약속을 하고 갔는데, 그날은 아무 연락도 하지 않고, 택시를 타고 곧 바로 영미의 오피스텔로 갔다.

 

영미는 없었다. 전화를 해도 전원이 꺼져 있었다. 맹 사장은 화가 단단히 났다. ‘분명, 어떤 젊은 놈과 있는 게 확실해!’ 음성 메시지를 남겨놓아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오피스텔 부근 커피숍에서 기다렸다. 30분이 지나도 아무런 응답이 없자, 맹 사장은 밖으로 나왔다. 오피스텔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택시에서 내리는 사람이 다름 아닌 현식이었다. 현식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오피스텔 앞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아니, 김 과장 아닌가? 이 늦은 시간에 여기는 왠 일인가?”

“아니, 사장님 아니세요.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아냐. 이 부근에서 사람들 만나 술을 한 잔 하고, 이제 들어가는 길이야? 술을 많이 했구먼. 조심해서 들어가.”

 

간단한 대화를 마치고 맹 사장은 그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문득 수상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저 놈이 영미와 내통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혼자 살고 있는 총각이니까 영미를 좋아하고 서로 사귀고 있는 것 같기고 하고.’ 맹 사장은 순각적으로 아차 싶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내가 영미를 너무 믿고 있었구나, 저 놈이 분명 범인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맹 사장은 다시 택시를 돌려 오피스텔 건너 편에서 내렸다. 그리고 동정을 살폈다. 영미나 김현식 과장이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매복을 하고 수색을 해야 했다.

 

맹 사장은 젊었을 때 군대에 끌려가서 돈도 없고 빽이 없었기 때문에, 보병 최전방 부대에 배치되어 고생을 죽도록 했다. 맹 사장이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고 돈도 있고, 빽이 있는 상태가 되어서 보니까, 그동안 맹 사장이 고생하고 있던 시절에 수많은 정치인, 고위 공직자, 돈 많은 사람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군대를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병역비리가 그토록 심각했던 것인지 미처 몰랐다. 하기야 참새떼가 기러기들이 높은 창공에서 날아가면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 턱이 없는 노릇이었다.

 

어떤 사람은 대통령후보로 유력한 상황까지 올라갔다가, 아들 병역비리문제도 선거에서 패배하였다는 뉴스도 보았다.

 

그리고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나라에서 군대를 어떤 이유에서든지 안 갔거나 못 갔으면 조용히 살지, 군대 가서 고생하고 온 맹 사장 같은 사람 기분나쁘게, 면제받은 사람들이 날뛰면서 국회의원, 장관, 체육대학 교수, 스포츠협회 회장, 재벌이 되어 잘난 척하고 있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군대 갔다온 재향군인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TV에서 정치인들 병역면제 이야기만 나오면 맹 사장은 폭탄주를 10잔 연거푸 마시고 울분을 토하면서 내장으로부터 음식물을 토했다.

 

하지만 그렇게 몸을 상해가면서 울분과 음식물을 세상 밖으로 토해내보았자. 세상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장관후보자는 병역면제자로서 면제사유가 불분명했고, 오래 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청문회에서 당당하게 답변하는 장면이 나왔다. 군대는 가지 않았지만, 테니스나 골프는 프로 선수 이상의 실력을 자랑하는 사람이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작은 운명’ 이야기  (0) 2019.06.12
작은 운명 (187)  (0) 2019.06.12
소설, ‘작은 운명’에 관하여  (0) 2019.06.11
작은 운명 (188)  (0) 2019.06.10
작은 운명 (187)  (0) 2019.06.10

소설, ‘작은 운명에 관하여

 

작은 운명에서 작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세상에는 정말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과거, 현재의 환경, 주변의 인간관계의 테두리 안에서만 사고하고 행동한다. 쉽게 말하면, ‘우물 안 개구리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폭 넓은 차원에서 얼마나 와 다른 사람들이 동시대에 공존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모든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그야말로 180도 다른 정반대의 생각과 인식, 행동을 한다는 것을 양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랑의 갈등, 결혼과 이혼, 성범죄에 있어서 대립하는 당사자는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방적이고, 주관적이며, 편향적인 생각과 행동을 한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사랑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사랑 때문에 얻는 행복 보다는 불행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위선과 가식. 비진실이 각계각층에 만연되어 있는지 파헤치고 있습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187)  (0) 2019.06.12
작은 운명 (186)  (0) 2019.06.12
작은 운명 (188)  (0) 2019.06.10
작은 운명 (187)  (0) 2019.06.10
작은 운명 (186)  (0) 2019.06.09

작은 운명 (188)

 

그래서 가끔 정치부 기자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오기도 했다. 사람들은, ‘요새 같은 극심한 불황에 어떻게 생각하고 큰 투자를 클럽에 했느냐?’ ‘강남의 클럽들이 다 문을 닫는 추세인데, 박 상무는 무슨 배짱으로 인수했느냐?’ ‘클럽의 실제 소유자는 정치인인가, 재력가인가, 연예인인가?’ 등의 질문을 퍼부었다.

 

하지만 박 상무는 그런 우매한 질문에는 늘 웃으면서 염화시중의 미소로 답했다. 세상 일, 남녀 사이의 일, 술집 문제에 대해서는 꼭 직문직답을 하거나, 사실조사를 받는 것처럼 답할 문제가 아니고, 이심전심으로 알아서 답을 얻으라는 태도였다.

 

그런 미묘한 태도 때문에 ‘데스 밸리’ 클럽과 ‘박 상무’의 존재는 장안에 화제거리로 급부상되었다.

 

뿐만 아니라, ‘데스 밸리’ 클럽에 있어서는 상무가 아니라, 전권을 휘두르는 ‘박 사장’ 또는 ‘박 회장’, ‘박 여사’로 불리워졌다. 박 상무가 심혈을 기울여서 데스 밸리의 체제를 재정비했다.

 

우선 중요한 포지션에 모두 스튜디어스 출신의 여성으로 전진 배치했다. 영업도 잘 못하고 잘난 척이나 하는 남자들은 여성 파워에 밀려 모두 구조조정되었다.

 

끝까지 버티고 나가지 않고 일을 하겠다고 우기는 남자 몇 명은 보직은 영업직이나 관리직에서 화장실 청소 담당으로 바꾸었다. 그러면서 영업 개시 전과 개시 후에는 여자화장실 청소까지 맡겼다.

 

그리고 일부러 아는 여자들을 시켜서 화장실 앞에서 청소를 하면서 여자들을 응큼한 눈으로 쳐다보았다고 트집을 잡아 시말서를 쓰도록 했다.

 

성경에도, ‘눈으로 간음하는 것도 간음이고, 마음 속으로도 간음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남자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 여자를 더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것은 죄악이라고 주장했다.

 

영업 및 관리를 담당했던 남자들은 이런 여자의 편향적인 시선을 다툴 수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그 남자 직원들은 한 달 이내에 모두 사표를 내고 말았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186)  (0) 2019.06.12
소설, ‘작은 운명’에 관하여  (0) 2019.06.11
작은 운명 (187)  (0) 2019.06.10
작은 운명 (186)  (0) 2019.06.09
작은 운명 (185)  (0) 2019.06.09

작은 운명 (187)

 

하늘천 주식회사 맹을성 사장은 ‘데스 밸리’ 클럽을 인수해서 그 운영책임자로 회사의 박천순 상무에게 맡겼다. 맹 사장은 대외적인 체면과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 클럽을 자신이 직접 운영한다고 알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박천순 상무가 스튜디어스 출신이고, 비록 나이는 55살이나 되었지만, 아직은 외모가 받쳐주고, 사람들 관리를 잘 하기 때문에 클럽 운영을 맡겼다.

 

박 상무는 그동안 회사에서 하는 일이 별로 없고, 자신이 실력 발휘할 분야가 마땅치 않아, 공연히 월급이나 축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신경을 썼는데, 이번에 갑자기 사장이 클럽을 인수해서 운영을 하라고 하니까 신이 났다.

 

24시간 클럽에만 신경썼다. 그리고 스튜디어스를 지낸 동료, 후배를 모아서 자신에게 어드바이슬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술값은 왠만하면 박 상무가 공짜로 해주겠다고 선언했다. 미모나 몸매가 되는 여자 손님들이 많이 클럽에 와야 물이 좋다고 소문이 나서 장사가 잘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클럽의 속성상 40살만 넘으면 늙은 할머니 취급을 하기 때문에, 가급적 40살 미만의 여자들에게만 연락했다. 소문을 듣고 늙은 여자들이 전화를 해오면, 박 상무는 자신은 별 실권이 없다고 거짓말로 둘러대고 끊었다.

 

하지만 소문은 누가 막을 수도 없었다. 순식간에 전직 스튜디어스 출신이 돈 많은 영감 세컨드가 되어 스폰을 받아 클럽을 인수했다는 소문이 강남 바닥에 쫙 퍼졌다. 박 상무는 뜻하지 않게 맹 사장의 세컨드로 지위가 승격되었다.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 10대 재벌 이세와 아예 동거중이라고 알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차기 대선에 출마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유력 정치인의 내연녀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작은 운명’에 관하여  (0) 2019.06.11
작은 운명 (188)  (0) 2019.06.10
작은 운명 (186)  (0) 2019.06.09
작은 운명 (185)  (0) 2019.06.09
작은 운명 (184)  (0) 2019.06.06

작은 운명 (186)

 

승무원 중에는 재벌집에 발탁되어 시집을 갔다가 몇 년 살지도 못하고 위자료도 별로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경우도 보았다.

 

거기에 비하면 선화는 지금은 큰 돈이 없지만, 앞으로 큰 돈을 벌 보배가 자기 수중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

 

가끔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중갑의 곂에서 선화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었다가 무의식중에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시퍼렇게 멍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중갑은 선화로부터 돈을 가져간 다음 외국 출장을 자주 간다고 하면서 선화네 집에 오늘 일이 뜸해졌다.

 

러던 어느 날 선화가 외국 비행을 마치고 일주일 만에 집에 왔는데, 집에 들어와 불을 켜고 조금 있다 보니 초인종이 울렸다. 밖에는 어떤 여자가 서 있었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빨리 문을 열라고 했다. 문을 열었다.

 

그래. 스튜디어스 주제에 남의 남자를 빼앗아 동거를 해?”

무슨 말씀이예요? 남의 남자라니?”

당신이 내 남편과 동거를 하고 있었잖아?”

중갑 씨는 미혼이고, 저와 결혼할 사이인데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남의 남편과 동거생활을 했으니, 위자료 5천만원을 내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장에 가서 1인 시위를 할테니까.”

중갑의 부인은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고 돌아갔다. 선화는 충격을 받고 중갑에게 전화를 했으나 중갑의 전원은 꺼져있었다.

 

박 상무는 선화가 너무 불쌍했다.

어떻게 유부남이 너의 집에 와서 계속 동거생활을 했을까? 이상하잖아?”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외국 비행기를 타니까 한달 전에 비행스케줄이 나오잖아요. 그걸 그 사람에게 보여주었더니, 내가 외국에서 일하고 있을 때는 자기 집에 가서 부인과 지내고, 내가 한국에 와 있는 날에는 나와 같이 지냈던 거예요.”

 

박 상무는 자신이 아는 검사에게 특별히 부탁을 해서 그 사기꾼을 구속시켰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그 사건을 오래 전의 일이고, 박 상무의 말을 확인할 방법은 없는 것이었다. 어쨌든 박 상무 말로는 그 사기꾼을 구속시켰고, 그 사기꾼의 부인이 선화를 상대로 위자료 5천만원을 청구한 사건에서도 선화가 100% 이겼다고 한다.

 

선화가 나중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 사기꾼은 자신의 부인과 이혼하고, 몇 년 있다가 다른 항공사의 승무원과 결혼해서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한다.

 

박 상무는 그 후부터 후배들이 남자를 만난다고 하면, 반드시 상대방 남자의 혼인증명서를 떼어봐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품었다.

 

그리고 건강검진서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B형 간염환자도 많고, 무정자증 환자나 성불구자도 있기 때문이라는 게 박 상무의 지론이었다.

 

다만, 조루증환자는 건강검진에서 확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은 실전을 통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는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188)  (0) 2019.06.10
작은 운명 (187)  (0) 2019.06.10
작은 운명 (185)  (0) 2019.06.09
작은 운명 (184)  (0) 2019.06.06
작은 운명 (183)  (0) 2019.06.06

작은 운명 (185)

 

박 상무의 후배 한 사람은 승무원 생활을 열심히 하고, 결혼하려고 저축을 꾸준히 했는데, 어떤 사기꾼을 만나 하루 아침에 모았던 돈을 날려버린 일이 있다.

 

그래서 당시 박 상무가 앞장 서서 그 후배를 사기친 유부남을 구속시켰다. 그런데도 그 사기꾼은 징역을 살고 끝내 후배의 돈을 갚지 않았다. 그 슬픈 스토리를 전해 줄 때, 박 상무는 언제나 중간에 그 사기꾼을 죽였어야 한다고 주먹을 가볍게 쥐고, 테이블을 살짝 쳤다. 그리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 사기사건이 후배의 일이 아니라, 박 상무 자신의 일인 것인 것 같기도 했다.

 

선배님. 글쎄 제가 사귀던 남자가 나중에 알고 보니 유부남인 거예요. 그래서 고소를 하려고요. 그런데 처벌이 문제가 아니라, 사기 당한 돈은 제가 결혼하려고 모아놓은 전 재산이예요. 어떻게 하면 좋죠?”

아니, 어떻게 유부남을 만난 거야? 유부남인 알고 만났어?”

전혀 몰랐어요.”

 

후배 정선화는 우연히 김중갑을 만나 데이트를 했다. 처음 만날 때 선화는 30살이었고, 중갑은 38살이었다. 중갑은 무역업을 한다고 하면서 결혼하자고 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서울에서 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던 선화는 중갑이 성실해 보이고, 여자에 대한 배려심이 많아 보여서 마음을 주었다.

 

그러자 사귄 지 두 달 만에 중갑은 선화의 전셋집에 들어와서 동거생활을 했다. 결혼식은 나중에 올리기로 하고, 두 사람은 신혼부부처럼 행복에 빠졌다.

 

이렇게 6달이나 동거생활을 하고 있는데, 중갑은 선화가 모아놓은 돈이 있는 것을 알고, 자신이 하는 무역사업에 선화의 자금을 빌려다가 단기간 내에 35퍼센트의 이익금을 남겨줄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에 관한 두툼한 자료를 보내주고, 수시로 영어로 외국에 있는 거래처 사람들과 시차를 감안해서 한 밤중에도 전화를 하고, 전화만 하면 돈을 벌었다고 웃고 기분 좋아 술을 마시는 중갑의 모습에 전적으로 믿음을 주었던 선화는 마침내 은행에서 돈을 찾아 73백만원을 빌려주었다.

 

서로 동거하고 있고, 결혼할 사이였기 때문에 그냥 은행에서 현금과 자기앞수표로 찾아서 중갑에게 주었다. 아무런 증서도 써받지 않았다.

 

중갑은 선화로부터 두둑한 돈다발을 건네 받자 선화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눈물까지 흘리면서 잠자리를 세 번이나 해주었다.

 

선화도 이때가 가장 행복했다. 그동안 승무원생활을 하면서 피땀 흘려 모아놓은 돈을 사랑하는 사람 사업하는데 빌려주고, 그 돈을 가지고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서 다시 선화에게 돌려주고, 그러면서 결혼까지 할 것을 생각하니, 세상에서 자신처럼 남자 복을 타고난 여자는 없는 것 같았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187)  (0) 2019.06.10
작은 운명 (186)  (0) 2019.06.09
작은 운명 (184)  (0) 2019.06.06
작은 운명 (183)  (0) 2019.06.06
작은 운명 (182)  (0) 2019.06.06

작은 운명 (184)

 

특히 박 상무가 흥분하는 대목은, 나이 들어 늙은 남자들이 가끔 스튜디어스 지나가는데 신체에 접촉을 하는 경우였다.

 

일부러 복도석에서 발을 바깥으로 내놓고 승무원 다리나 히프에 닿게 하는 응큼한 영감들은 처음에는 짜증 정도로 그쳤지만, 나이가 들면서 아예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징그러워서 소름이 끼치면 한 여름인데도 추워서 비행기 내릴 때까지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기실에 가서 털코트를 뒤집어 쓰고 흥분과 추위를 가라앉혀야 했다.

 

그리고 제일 귀찮은 것은 배식을 다 끝내고 조용히 쉬려고 대기실에 들어가 있는데 승무원호출 버튼이 울리 때다. 가 보면 다리를 바깥으로 크게 내놓고 수작을 부리던 늙은이다.

 

공연히 핑계를 만들어서 박 상무를 한 번 더 보려고 하는 검은 속셈이 틀림없다. 물을 더 달라고 하거나, 입국심사서 쓰는 법을 알려 달라고 한다. 심지어는 돋보기가 필요하다고 하고, 멀미가 난다고 약을 달라고 한다.

 

생긴 꼬라지를 보면 대학교는 기본이고, 대학교에서 교수까지 했을 것처럼 생겼는데, 볼펜도 안 가지고 다니는지 모르겠고, 나중에 입국심사서 써놓은 것을 보면 조선 시대 한석봉은 저리 가라는 식으로 아주 개끗하게 명필로 다 써놓았다.

 

물은 그 짦은 시간에 왜 그렇게 많이 마시는지? 혹시 당뇨병 말기 아니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돋보기도 그 글자 몇자 쓴다고 달라고 하는지 알 수 없고, 꼭 돋보기 필요하면 그 옆좌석에 앉아있는 젊은 남자에게 대신 써달라고 하면 될 것을 꼭 박 상무를 여러 번 불러야 하는지 머리 나쁜 박 상무 입장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었다.

 

젊은 사람들도 눈이 나빠서 그런지 본인도 모르게 승무원호출 버튼을 눌러서 급하게 달려가보면 잘못 눌렀다고 하면서 미안한 표정은 전혀 아니다.

 

그래서 박 상무는 비행기가 기류 변화 때문에 심하게 요동을 치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이코노미 사람들과는 죽지 않고, 퍼스트 승객들과 죽어야겠다는 괴이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박 상무는 옛날에는 퍼스트 승객들과 사적인 연락도 많이 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뉴욕까지 가면 그곳에서 하루 이틀 체류하다 다시 서울행을 타는데, 이때 고급 손님이 뉴욕에서 식사나 한번 하자고 하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생긴다고 했다.

 

박 상무 입장에서는 이코노미석에서 그런 제안을 하면 당연히 거절했다. 그건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선배들이 그런 충고를 많이 했다. 이코노미에서 식사를 하자고 해서 만났는데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 간다고 가더니 그 길로 사라져버려서 승무원이 바가지를 썼다는 경험담이었다.

 

어떤 선배는 퍼스트에서 만난 재벌의 세컨드가 되어 성공했다는 신화도 만들어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186)  (0) 2019.06.09
작은 운명 (185)  (0) 2019.06.09
작은 운명 (183)  (0) 2019.06.06
작은 운명 (182)  (0) 2019.06.06
작은 운명 (181)  (0) 2019.06.0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