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판례 해설


                                                                       가을사랑

 

 


유사성교행위의 판단기준


사건 명


대법원 2006.10.26. 선고 2005도8130 판결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 


사건의 개요

 

피고인이 운영하는 마사지업소에서는 여종업원들이 남자 손님들을 상대로 손을 이용하여 성적 만족을 시켜주는 신체접촉행위를 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이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는 성매매행위 유형 중 유사성교행위를 하도록 하였다는 이유로 동법위반죄로 기소하였다.

 

제1심판결에서는 손을 이용하는 형태의 신체접촉행위는 유사성교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검사가 항소하였고, 항소심에는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피고인의 행위를 유사성교행위로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대법원에서는 유사성교행위에 대한 판단기준을 설시한 다음 위와 같은 행위는 유사성교행위에 해당하며 성매매특볍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고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판결 이유

 

유사성교행위는 구강 항문 등 신체 내부로의 삽입행위 내지 적어도 성교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도의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한 신체접촉행위를 말한다. 어떤 행위가 성교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도의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한 신체접촉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 행위자들의 차림새, 신체 접촉 부위와 정도 및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 그로 인한 성적 만족감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마사지업소의 여종업원이 침대가 설치된 밀실에서 짧은 치마와 반소매 티를 입고 남자 손님의 온몸을 주물러 성적인 흥분을 일으킨 뒤 손님의 옷을 모두 벗기고 로션을 바른 손으로 손님의 성기를 감싸쥐고 성교행위를 하듯이 왕복운동을 하여 성적 만족감에 도달한 손님으로 하여금 사정하게 한 행위는 유사성교행위에 해당한다.


판례평석

 

성매매사범 단속현황

 

급격한 성개방과 물질만능풍조에 의해 성매매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사창가를 집중단속하여 해체시키는 등 성매매와의 전쟁을 해왔다. 사창가에서의 성매매는 많이 위축되었지만, 마사지업소, 술집, 노래방 등에서 이루어지는 성매매는 음성적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성매매에는 젊은 청소년들과 대학생, 가정주부까지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성매매사범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계속하고 있지만, 워낙 수요와 공급이 많아서인지 단속의 실효성을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유사성교행위 처벌근거

 

윤락행위등방지법은 폐지되고, 성매매사범단속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이  2004년 3월 22일 새로 제정되어 시행중이다. 성매매특별법에서 성매매라 함은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 그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 약속하고  성교행위나 유사성교행위를 하는 것, 또는 그 상대방이 되는 것을 말한다.

 

성매매사범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신법은 성교행위뿐만 아니라, 오랄 Sex, 항문 Sex, 등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이용한 유사성교행위까지도 성매매에 포함시켜 처벌하고 있다. 


유사성교행위 판단방법

 

성교행위에 대하여는 남자와 여자의 성기가 결합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남녀의 성기의 결합이 아닌 방법, 즉 유사성교행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불분명하다. 즉 구강이나 항문을 이용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여자의 손으로 남자의 성기를 접촉하여 사정을 시키는 행위가 유사한 성교행위라고 해석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제1심판결은 성매매특별법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지 않을 경우 대가관계가 수반된 성적만족을 얻기 위한 모든 신체접촉행위가 유사성교행위에 해당되어 처벌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손을 이용하는 행위는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있을지언정 법이 정하고 있는 유사성교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성매매특별법의 입법 취지와 성교행위와 유사성교행위를 아무런 구별 없이 같이 취급하고 있는 위 법률의 관련 조항들을 고려하면, 유사성교행위란 구강·항문 등 신체 내부로의 삽입행위 내지 적어도 성교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도의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한 신체접촉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볼 것이고, 어떤 행위가 성교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도의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한 신체접촉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 행위자들의 차림새, 신체 접촉 부위와 정도 및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 그로 인한 성적 만족감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구체적인 사안에서의 판단

 

판례의 사안을 보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이 운영하던 마사지업소에서는 침대가 설치되어 있는 밀실로 남자 손님을 안내한 다음, 보통 짧은 치마에 반팔 티 차림의 젊은 여종업원이 먼저 손님의 발을 비롯한 온 몸을 주물러 성적인 흥분을 일으킨 뒤 손님의 옷을 모두 벗기고 로션을 바른 손으로 손님의 성기를 감싸 쥐고 마치 성교행위를 하는 것처럼 왕복운동을 하여 성적 만족감에 도달한 손님으로 하여금 사정에까지 이르게 하는 방법으로 영업행위를 하였다.

 

사실관계가 이렇다면 직접 성기가 결합하는 형태의 성교행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성교행위와 매우 유사한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안에서 피고인의 업소에서 이루어진 위 영업행위는 손님으로 하여금 성교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도의 성적 만족을 얻도록 하기 위한 신체접촉행위로 보기에 넉넉하다고 인정하였다.


맺는말

 

여자 종업원이 남자 손님을 상대로 대신 자위행위를 시켜주는 이른바 대딸방의 경우 물론 직접적인 성교행위를 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일부 손님들은 이런 경우 성매매로 처벌대상이 되는 것을 잘 모르고 있는 ‘법률의 부지’를 주장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성매매특별법이 성교행위뿐 아니라 유사성교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는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대딸방 영업행위도 유사성교행위에 포함하여 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일응 수긍이 간다.

 

다만, 무조건적인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라, 건전한 성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계도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불법업소를 차려 놓고 윤락여성을 고용하여 성교행위 또는 유사성교행위를 하도록 하는 악덕업주들을 집중 단속하여 처벌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성매매 상대방을 대대적으로 단속하여 입건하는 방식은 불필요하게 전과자만 많이 양산하는 폐해를 낳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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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사랑



(2) 정액반응감정에서는 질 내용물의 검체에 대한 산성 인산화효소 시험(Acid Phosphatase Test)에서 모두 정액양성반응이 나타났다는 것이나, 살아 있는 사람의 경우는 그 활동과 질내의 정화작용으로 정액 성분이 질내에 장기간 남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사정인바, 공소외 3에 대하여는 7. 1.경 국립경찰병원에서 질 내용물을 면봉과 슬라이드에 채취하여 7. 2.경 감정의뢰를 하였다는 것이고, 공소사실의 마지막 범행일시가 6. 중순경으로 이는 최종 범행 후 약 10일이 지나 살아 있는 사람으로부터 채취한 질 내용물에서 정액양성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되어 일반적으로 수긍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마땅히 살아 있는 사람의 질내에 정액 성분이 잔존하거나 정자가 생존할 수 있는 기한이 얼마인지, 그와 같은 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정액양성반응을 보였다면 다른 체액이나 물질 등에 의하여도 산성 인산화효소에 의한 착색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인지, 그 착색반응이 과연 사람의 정액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이른바 정액 본시험을 통해서 알아 볼 필요가 있는지, 검사절차의 정확성과 적절성의 측면에서는 타당한지등을 충분히 심리하거나 검사로 하여금 입증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지 정액반응시험 자체가 과학적인 방법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결과를 쉽사리 공소사실의 인정에 연결할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정액반응감정결과에 대해 의문을 보이고 있다. 강간을 한 후 10일이 지난 다음 검사를 하였는데 그때까지 질 내용물에서 정액양성반응이 나타났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 이유는 살아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정액 성분이 질내에 장기간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자가 일상적인 활동을 하게 되면 그 활동과 질내의 정화작용으로 인해서 정액 성분은 오래 남아 있지 않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3) 국립경찰병원 의사 A의 공소외 3에 대한진단서에는 질 입구가 가로 0.8cm x 세로 1.0cm로 측정되었고, 전체적인 충혈현상을 보인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의사 B는 위 진단서의 기재는 당시의 객관적인 질 입구의 측정치일 뿐이고, 학술적으로는 질 입구가 1cm 이상이면 성기의 삽입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나, 아동의 나이별 질 크기에 대하여 발표된 자료가 없고 피해자의 평소 질 크기도 알 수 없어 명확하게 성인 남자의 성기가 삽입되어 질이 평상시보다 확장되었다고 진단을 내리기 힘들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어 다른 의사가 위 '측정'을 '확장'이라고 고쳐서 진단서를 발행하였다고 하여 성기가 삽입되었던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되기에는 부족하고, 질의 전체적인 충혈현상도 어떠한 자극에 의하여 발생한 것인데 그 발적상태가 위와 같이 10여 일간 잔존할 수 있는 것인지 심리를 하지 아니하고는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 입증되지 아니하였음에도 원심이, 아동 진술의 특성 및 신빙성, 정액반응감정의 신빙성 등을 좀 더 자세히 가려 보지 아니한 채 피해자의 진술과 정액반응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 사건 미성년자의제강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단정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증거의 가치판단을 그르친 나머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대법원판결은 미성년자의제강간사건을 심리함에 있어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이 입증되어야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좀 더 심리를 하여야 한다는 취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13세 미만의 어린아이에 대한 성범죄는 엄벌해야 한다. 죄질이 나쁘고, 어린아이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심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아이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성인에 대한 일반적인 성범죄와는 달리 철저한 증거판단을 위한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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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사랑

 

 


아동 진술의 특성에 관하여 여러 연구 결과와 보고가 있으나, 아동의 연령 폭과 지적능력의 개인 차가 크고, 아동의 사회·문화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에서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지만,


순수성이 있는 아동이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적지만 꾸며대서 말하는 경향이 발견되고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기보다는 소극적으로 은폐하는 성향 쪽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정보의 양과 정확성 문제, 기억의 보유나 회상의 결함 문제가 있고, 암시성 질문에 쉽게 유도되고 오염되는 경향이 있다는 등의 사정은 부정적 요소로 알려져 있다.

 

위와 같은 아동 진술의 특성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아동복지센터 상담사가 어떠한 전문성이나 자격을 가졌는지 아무런 입증이 없는 데다가 그 면담 내용을 보면

 

상담사가 이미 어른으로부터 피고인의 범행이라는 것과 그 내용을 들었다고 보이는 상태에서 피해자를 이른바 제2차적 피해로부터 보호하면서 사건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노력하였을 뿐이고, 그 진술의 신빙성이나 정확성에 대한 검토는 별로 이루어지고 있지 아니하며,


범행자가 피고인이라는 것은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으면서 계속 반복적인 유도질문으로 면담자의 질문에 자신을 협조적이고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욕구와 질문자의 바람대로 대답해 주려는 성향을 보일 수 있는 아동이 그 암시성에 영합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고, 위와 같은 상태는 위 증인신문절차에도 그대로 이어져 그 진술의 신빙성과 정확성에 대한 검토는 별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사정을 알 수 있다.

 

더구나 피해자는 조카의 방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분명한 침대 위에서 공소사실의 행위가 이루어졌다고 진술한 적이 있거나 피고인의 등과 배에 찢어진 흉터가 있다는 등의 진술을 하고, 피고인은 그와 같은 흉터가 없으니 검사를 하여 달라는 진술을 함에도 원심은 별다른 검토 없이 피해자의 진술을 대부분 그대로 믿었다고 보이고,


피해자가 자신과 동일한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조카의 위와 같은 진술은 피고인이 추행행위를 하였다고 보이거나 삼촌의 장난 정도에 대하여 유도된 질문에 왜곡된 답변을 한 것으로 이해될 여지도 없지 아니한 데다가


피고인이 옷을 벗기거나 이상한 행동을 한 사실은 없다는 것이므로 두 아동들의 진술이 엇갈린다고 볼 수 있는데 피해자의 진술에 대하여만 '어린이가 거짓말을 하겠느냐'는 관점에서 볼 수는 없고, 다음에서 보는 객관적인 증거자료에 비추어도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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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음으로, 조카에 대하여 상담사가 면담한 녹취록의 기재에 의하면, 조카는 초등학교 2학년으로 피해자와는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인데, 삼촌이 자신의 방에 앉아서 양말을 벗은 엄지발가락과 두 손으로 서 있는 피해자 및 자신 두 사람에 대하여 옷 위로 가슴과 배 등을 자주 만지거나 간질이고, 엄지발가락을 xx에 넣었다는 것이며, 삼촌이 옷을 벗거나 피해자 등의 옷을 벗기거나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은 없다는 대답이고,


증거보전사건 중 증인신문절차에서는 젤리 같은 것이 묻은 적이 있다거나 간질이지 않는 때도 손가락, 발가락을 넣은 적이 있고, 아팠다는 등의 진술을 추가하는 외에는 대체로 위와 동일한 취지의 진술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3)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액반응감정 및 유전자분석감정 회보서의 기재는 피해자와 조카의 질 내용물을 채취한 면봉이나 슬라이드에 대한 정액반응시험(SM시험법)에서 모두 정액양성반응이 나타났다는 것이고, 그 후 피고인과 피해자 등의 혈액에 의한 유전자분석감정에 의하면 질 내용물에서는 각 피해자와 조카의 유전자형만 검출되었으나,


정액은 정자와 전립선분비액으로 구성되어 있고, 정액의 확인은 산성 인산화효소 시험법에 의하지만, 남성의 DNA는 정자 속에 존재하고 정액이 확인되더라도 정관수술을 하거나 무정자증인 사람의 경우와 세포 내에 있는 DNA 분해효소, 자외선, 열, 오염, 부패 및 기타 내·외부적인 여러 환경요인에 의해 정자의 DNA가 분해되거나 변성된 경우에는 DNA가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 그러나 위와 같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이나 정액반응감정 등으로는 이 사건 미성년자의제강간의 범행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 우선, 피해자와 조카는 초등학교 2학년의 아동들인 사실을 알 수 있는바, 특히 피해자가 아동인 성폭력 사건의 형사절차 등에서 아동의 정신적·신체적 피해 상황의 반복되는 회상 진술에 의한 이른바 '제2차적 피해'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아동 진술의 특성에 착안하여 진술장소의 아동 친화적 환경이나 해부학적 인형의 활용 등 그 기억의 보유나 복구의 결함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여러 배려나 절차가 필요할 것임은 의문이 없으나, 피고인의 형사절차상의 인권보호와 엄격한 증거재판주의 또한,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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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사랑



여기에서는 이에 관한 한 예로 대법원판결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검토대상은 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4도1462 판결(미성년자의제강간사건)이다. 의제강간이라는 용어는 13세 미만의 여자에 대해서는 폭행이나 협박을 하지 않고 간음을 하더라도 강간으로 의제해서 처벌한다는 취지이다. 그래서 의제라는 단어를 앞에 붙이고 있다. 형사책임을 묻는데 의제해서 처벌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사건은 원심인 서울고등법원판결이 7세 6개월 남짓 되는 초등학교 2학년 아동 진술의 특성 및 신빙성, 정액반응감정의 신빙성 등을 좀 더 자세히 가려 보지 아니한 채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미성년자의제강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단정한 것이 잘못이라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이다. 


제1심 재판부와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모두 피고인이 미성년자를 간음했다는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이러한 원심판결이 잘못되었다고 취소하고 다시 재판하라고 서울고등법원에 내려 보낸 것이다.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자신의 조카(여, 8세)가 하교한 다음 그 친구인 피해자(여, 7세)와 함께 노는 것을 알고서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마음먹고, 4회에 걸쳐 피고인이 침식하는 작은 방에서, 피해자의 옷을 모두 벗기고 가슴과 성기를 손과 발로 만지고 성기 안에 발가락을 집어넣는 등 추행하다가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성기에 삽입하여 13세 미만의 부녀인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것이었다. 


공소사실이란 피고인에 대한 혐의사실을 수사하여 검사가 최종적으로 죄가 된다고 인정한 내용을 법률적으로 정리하여 공소장에 적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고 있는 사실을 말한다. 즉 위와 같은 공소사실은 피해자의 진술, 그리고 다른 증거자료에 의해 검사에 의해 진정한 사실로 인정될 때 그에 대해 재판을 청구하게 되는 것이다.


피고인에 대한 제1심 재판은 증거보전사건의 각 증인신문조서 중 각 일부 진술기재와 면담녹취록의 기재, 사법경찰관리 작성의 진술조서, 고소장, 진단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액반응감정 및 유전자분석감정 회보서의 기재 등을 증거로 채택하여 미성년자의제강간의 범죄사실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제1심판결에 대해 피고인은 억울하다고 주장하면서 항소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을 담당하면서 제1심판결이 타당한 판결이라고 판단하고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러자 피고인은 또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피고인은 경찰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조카에 대하여는 몸을 만지면서 간질이고 장난을 쳤지만, 그 친구인 피해자는 집에 자주 놀러 와서 얼굴은 아는데 몸을 만지거나 간음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하는바, 원심이 채택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주된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과 위 정액반응감정이라고 보이므로 이를 중심으로 기록에 비추어 검토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경찰에서 최초 조사를 받을 때부터 검찰조사, 제1심 공판기일, 항소심 공판기일에서 일관해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절대로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재판부에서는 고민하는 것이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피고인은 피해자를 간음한 것일까? 아니면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여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것일까?


대법원은 구체적인 증거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

(1) 먼저, 피해자에 대하여 상담사가 면담한 녹취록의 기재에 의하면, 피해자는 친구의 삼촌이 2003. 5. 초순경 피해자와 친구의 옷을 모두 벗기고 자신도 옷을 벗고 침대에 두 사람을 눕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다가 가랑이 사이에 오줌을 쌌다는 등의 대답을 하는 것을 알 수 있고, 증거보전사건 중 증인신문절차에서는 일시가 주로 6월경으로 바뀌고 친구의 방에는 침대가 없다고 바뀐 이외에 대체로 위와 동일한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 피고인의 얼굴은 안 봐도 알고 등과 배에 찢어진 흉터가 있다는 진술을 추가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어린 아이이므로 그 진술의 신빙성이 가장 중요한 판단대상이다. 특히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인 어린 아이는 아동상담사가 아이를 면담하면서 녹취록을 작성한다. 아이에 대해 특별한 기술 없이 질문을 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얻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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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사랑

 

 


형법상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때에 성립한다.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한 때에 성립한다. 이처럼 강간죄는 부녀만이 객체가 될 수 있으나, 강제추행죄는 부녀뿐 아니라 남자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실 강간죄를 비롯한 성범죄는 죄질이 매우 나쁘다. 강간의 경우에는 부녀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부녀의 경우에 강간을 당하여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숙하게 살고 있는 여자를 강제로 강간하여 처녀성을 상실시킴으로써 인생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강간은 그 자체로도 많이 범해지지만, 강도를 하러 들어갔다가 여자가 혼자 있는 것을 보고 욕정을 느껴 강간하거나, 강도가 범죄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부녀를 강간하는 경우도 있다. 형법은 강간죄를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고 있다(형법 제297조).

 

그러나 13세 미만의 어린아이를 간음하거나 추행하면 그 자체로 처벌된다. 13세 미만의 어린아이에 대해서는 비록 폭행이나 협박을 하지 않고 간음 또는 추행을 하더라도 강간죄나 강제추행죄를 범한 것과 마찬가지로 처벌된다. 이것이 소위 미성년자의제강간죄,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죄이다. 형법 제305조에 규정되어 있다.


형법이 13세 미만의 어린아이에 대한 간음과 추행을 이렇게 처벌하는 것은, 13세 미만의 어린아이의 건전한 성적 발전을 보호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다. 13세가 되지 아니한 어린아이에 대해서는 비록 간음이나 추행에 대한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법률적으로 동의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범죄로 인정하여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죄는 ‘의제’라는 용어가 따른다. 13세 미만인 경우에는 비록 어린아이가 이전에 성경험이 있었다고 해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 또한 13세 미만의 어린아이에 대해 폭행이나 협박을 하고 간음 또는 추행을 하는 경우에는 본죄가 성립하지 않고 일반적인 강간죄나 강제추행죄로 처벌된다.


13세도 안 되는 어린아이를 간음하는 경우는 죄질이 매우 나쁘다. 현실적으로도 그런 사람은 동물과 같다고 비난을 받게 된다. 성에 대한 분별력도 없고, 성교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린아이를 상대로 간음하는 것은 사실 정상적인 사람의 행위라고 보기 곤란하다.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설마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 정도로 나쁜 짓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고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일이 생긴다. 이웃 아저씨에게 당하고, 유아원 원장에게 당한다. 심지어 집안의 삼촌이나 사촌오빠에게 당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의붓아버지가 의붓딸을 데리고 성폭행을 하는 수도 있다. 그래서 어린 여자 아이는 특히 잘 보호를 해주어야 한다. 믿고 다른 남자와 단 둘이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가는 큰 일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간음이나 추행을 당해도 그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에 상당 수는 그냥 넘어간다. 부모들이 그런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범인들은 이런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13세 미만의 어린아이를 간음하거나 추행하는 경우에는 피해자가 너무 어린 탓에 피해사실을 제대로 진술하는 것이 어렵고, 또한 성범죄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범인이 범죄사실을 부인하는 경우 입증이 매우 어렵다.


또한 자칫 잘못하다가는 어린아이의 불명확한 말에만 의존해서 무거운 아동에 대한 성범죄로 억울한 사람을 처벌하는 과오를 범할 위험성도 적지 않다. 그래서 어린아이에 대한 성범죄에 있어서는 범죄에 대한 입증을 둘러싸고 매우 첨예한 공방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법원의 재판과정에서도 종종 무죄판결이 선고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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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일 월요일 오후 3시 강의실에 들어갔다.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밖에서 보니 안이 캄캄했다. 불이 나갔나 싶어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안에 들어가 보니 불을 모두 꺼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케이크를 놓고 촛불을 켜놓고 있었다. 내가 촛불을 켜니 학생들이 박수를 쳤다. 종강파티 비슷한 것이었다. 그것을 준비한 학생들이 고마웠다.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나오니 서운하기도 했다. 똑 같은 학생들을 모아서 다시 강의할 시간은 없을 것 같아서였다. 한 학기 동안 강의실에서 매주 만나 세 시간씩 형법을 함께 연구를 했던 학생들이었다.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강의를 마치고 나서 몇 학생들을 개별상담을 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 저는 다음과 같은 말을 많이 해주었습니다.

1. 첫째,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사법시험처럼 공부하기 쉬운 시험은 별로 없습니다. 예전부터 고등학교만 졸업한 사람들도 혼자 독학으로 많이 붙은 시험입니다. 대학수능시험이야 수학, 과학, 논술이 주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처음부터 기초를 튼튼히 하지 않으면 중간에 갑자기 한다고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법률과목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학, 과학, 논술은 다 빠지고 주로 사회과목만 가지고, 보다 깊이 있게, 보다 폭 넓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고등학교 때 수학, 과학, 논술이 하기 싫었던 사람들도 마음 먹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둘째, 주로 공부할 교과서를 하나씩 선택해서 집중해야 합니다. 여러 종류의 교과서나 참고서를 가지고 공부를 한다는 것은 시간낭비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시험에 합격한 교과서를 하나씩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읽고 난 다음, 참고서로 요약서, 판례요지집 등을 보고, 진도별 모의고사를 풀어나가는 식으로 공부를 해야 효과적입니다.

3. 셋째, 사법시험은 결국 인내심과 체력 싸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 10 시간 이상 최소한 2년은 해야 시험에 합격할 정도의 공부양이 되는 것입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 여러분!
망설이지 말고 일단 마음 먹었으면 하루라도 빨리
공부에 전념하시기를 바랍니다.
젊었을 때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뿌듯한 보람을 느끼게 해줍니다.

법에 대해 하나씩 깨우쳐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커다란 즐거움을 줄 것입니다.
힘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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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법각론 수강생 여러분께!


다음 주 월요일 강의를 하면 이번 가을학기 강의가 모두 끝나게 됩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강의를 준비하였지만 과연 제대로 강의를 하였고,

여러분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인생에 있어서 앞날을 준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기에 있습니다.

대학생활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몇 십년 동안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많은 보람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학업에 전념할 시간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은데 벌써 한 학년이 다 지나가 버렸을 것입니다.

법학을 전공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실력 있는 법률가가 될 수 있도록 법서를 많이 읽고

법률적 사고(legal mind)를 함양하는데 노력을 해야 합니다.

남아 있는 강의 예습도 충분히 하고, 기말고사 준비에 시간을 많이 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강의준비자료를 보내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항상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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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각론 수강생 여러분께!

이제 강의도 두 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강의할 때 참고할 판례자료를 보내드립니다. 당장은 안보더라도 나중에 본격적으로 사법시험 1차시험을 준비할 때는 참고가 될 것입니다. 가장 최근 판례까지 다 정리해 놓았습니다.


최근에 사법시험 3차시험이 끝나고 최종 합격자 발표가 있었습니다. 합격생들의 합격소감은, 그냥 열심히 책을 많이 읽는 방법으로 공부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본서를 10회독 이상 했고, 2차시험을 위해서는 4-5회독을 더 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최소한 2년-3년은 투자를 했다. 모든 것을 나중으로 미루고 공부만 열심히 했다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집중적으로 투자한 사람은 법조인이 되고, 그것을 힘이 들다고 처음부터 포기하거나 적당히 한 사람은 시험을 붙지 못하는 것입니다. 법대에 들어와 보람있는 일을 하려면 일단 어렵지만 시험에 도전해 보고, 적어도 3년 정도는 완전히 몸과 마음을 바쳐 공부를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법시험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격을 따놓고 다른 일을 하면 밑바탕에 법률지식이 있고, 시험을 붙었다는 자부심이 있어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말고사와 관련해서는 지난 번 누차 말씀드린 바와 같은 방식으로 출제할 예정이니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바랍니다. 누구나 몇 번만 읽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니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준비를 하고, 그럼으로써 이번 시험을 계기로 형법각론 전반에 걸친 기초적인 이해와 약간의 자신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습니다. 이번 우리 법대에서는 3차시험에서 전원 합격했습니다. 선배들을 본받아 여러분들도 시간을 아껴 학업에 정진하고,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 월요일 강의 시간에 뵙겠습니다.

건강 조심하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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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끼호객행위


                                                          가을사랑

 

 

아주 악질적인 수법으로 손님들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술집들이 있다. 술집 주인은 종업원들과 짜고 아주 조직적인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이런 조직에는 사장이 있고, 총지배인, 지배인, 마담, 웨이터, 삐끼 등을 두고 있다.


삐끼(호객원)들은 '8만원이면 양주 1병과 안주, 아가씨 팁, 그리고 2차(성매매)까지 보내준다'라는 말로 손님들을 유혹한다. 이들은 일반 손님은 전혀 받지 않고, 오로지 삐끼로만 특정 손님들을 끌어들여 영업행위를 한다. 남자 손님 1-2명 정도에 그치고, 그 이상 단체손님은 받지 않는다. 손님 숫자가 많으면 나중에 시비가 생길 경우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전략적인 영업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삐끼들은 손님들을 아주 그럴듯한 말로 현혹시킨다. 아주 값싸게 술을 마실 수 있고, 서비스가 좋으며, 팁도 포함되어 있다. 2차까지 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이때 손님들은 어리석게 속는다.


세상에 그렇게 싸게 술장사를 할 수 있는가? 한번쯤 생각해 보면 대번 알 수 있는 일도 의심하지 않는 습관 때문에 솔깃하고 믿는 것이다. 많은 피해자들은 세상 경험이 별로 없는 20대 초반 또는 30대 중반까지의 사람들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잘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이런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손님이 술집에 들어가면, 그 때부터 접대부들이 동석해서 가짜 양주를 가져오고, 비싼 안주를 마구 가져다 놓는 방법으로 매상을 올리게 된다. 접대부들의 팁은 술값 8만원에 포함되어 있다고 했으므로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다. 접대부들은 술을 거의 쓰레기통에 부어버리는 방법으로 실제 술도 별로 마시지 않고 계속 술병만 비워놓는다. 아주 전형적인 바가지 씌우는 고전적인 수법이다. 


다만, 술이 양주 1병이라고 했는데, 추가로 들어오니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나 술판에서 제 정신을 차리고 술을 먹는 사람이 없으므로, 그럭저럭 시간이 간다. 이렇게 해서 한 사람이 들어가서 먹은 술값이 85만원이 나왔다. 들어갈 때는 8만원이면 된다고 했는데, 무려 10배가 넘는 술값이 계산서로 청구가 된 것이다. 손님이 가만 있을 리가 없다. 당연히 항의를 하게 된다.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셨서도 돈에는 눈이 번쩍 띄이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 위기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손님이 정색을 하며 항의를 하면, 이 문제를 처리하는 전문가가 나타난다. 이른바 진상처리를 담당하는 직원이다. 대개 인상이 험상궃게 생기고 말빨이 좋은 사람들이다. 싸움도 잘 하는 사람들을 뽑는다. 다만, 사후문제를 고려해서 폭력전과가 많은 사람은 처음에 관여하다가 나중에 복잡해지면 슬그머니 뒤로 빠져버린다. 


진상처리 담당 직원은 손님에게 '빨리 술값을 내라. 그렇지 않으면 신상에 좋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등의 방법으로 손님에게 겁을 준다.


손님은 외로운 입장이다. 모두 술집 종업원들이고 그쪽 편이다. 자신을 편들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핸드폰을 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그러한 술집에서는 외부와 연락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전파차단기를 미리 설치해 두고 있다. 


아무리 핸드폰을 눌러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종업원들의 핸드폰을 빌려 쓸 수도 없고, 업소의 일반전화를 사용할 처지도 못된다. 그토록 즐겁게 동석해서 술도 마시고 노래도 했던 접대부들은 다 나가 버리고, 있다 해도 아주 싸늘한 눈초리다. 돈도 없이 왜 그렇게 여자들을 데리고 술을 흥청망청 마시면서 기분을 냈느냐는 비웃는 눈치다.


처음 들어올 때 8만원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해 본다. 그러면 그 종업원이 누구냐고 따지면서 증거를 대라고 한다. 손님 입장에서는 말로 들었지, 녹음해 놓은 것도 아니고, 삐끼가 그런 말 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 하면 아무런 증거가 없고, 혼자서만 바보가 되는 것이다. 


결국 종업원들은 손님이 술값을 내지 않으면 그의 신체에 어떠한 위해를 입힐 듯한 태도를 보여 이에 겁을 먹은 손님으로부터 신용카드를 교부받고, 카드 비밀번호도 알아낸 다음, 인근에 있는 편의점 내 현금자동인출시에서 그곳의 카메라 렌즈를 손이나 종이로 막은 후 현금서비스를 받는다. 


이런 술집에서는 위조방지가 되어 있는 윈저양주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고급 양주와 값싼 양주를 섞어서 판매한다. 여자 종업원들은 술을 마시는 척 하면서 바로 콜라 음료수 통에 버리는 방법으로 매상을 올린다. 


그리고 술집에서는 호객되어 온 손님들에게 여관을 미리 잡는다는 명목으로 신용카드를 미리 교부받아 그 한도를 조회하고, 그 금액만큼 바가지를 씌운다. 신용결제를 하지 않고 오직 현금서비스를 받는 방법으로 현찰 장사만을 한다. 


따지고 보면 술집에서는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손님을 유인하여 바가지를 씌울 생각으로 치밀하게 준비를 한다. 그리고 그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다. 손님의 입장에서는 혼자 또는 둘이서 술을 마시러 갔다가 봉변을 당하게 되고, 술값을 바가지 쓰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유혹에 절대로 넘어가지 말라. 세상에 공짜가 없다. 함정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법집행기관에서는 이러한 삐끼영업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업소에 대한 철저한 단속이 있어야 한다.


[피해자들의 대응방법]


이런 피해를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우선 경찰서에 신고를 해 놓고,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정식으로 형사고소장을 작성해서 경찰서에 접수를 시켜야 한다. 특히 혼자가 아니고 두 사람 이상의 일행이 있으면 더욱 유리하다. 구청에 신고할 문제가 아니고, 형사사건으로 경찰서에 고소를 해야 한다.


고소인진술과정을 통해서 상세하게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처음부터 속여서 거짓말로 유인을 하고 실제 먹은 것보다 훨씬 많은 요금을 청구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진술하면 된다. 물론 술집 업주측에서 사기죄가 될 것인지, 아니면 공갈죄가 될 것인지, 기타 폭행이나 협박, 감금행위가 있는지는 조사과정에서 상세하게 밝혀질 것이다.


일단 형사고소를 해놓으면 업주측에서도 귀찮고 처벌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술값을 깍아주거나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사건은 피해자들이 다소 힘이 들더라도 끝까지, 필요하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피해구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악덕업주와 종업원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정의가 실천되고 비록 술을 마시더라도 안전하게 믿고 마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일을 당하면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그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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