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판례 해설
컴퓨터사용사기죄의 기수시기
가을사랑
사건 명
대법원 2006.9.14. 선고 2006도4127 판결
사기미수,·컴퓨터등사용사기
사건의 개요
피고인 甲은 농협지소 직원인 공소외 乙에게 지시하여 농협지소에 설치된 컴퓨터단말기를 이용하여 특정계좌에 무자원 송금의 방식으로 입금을 완료하였다. 이에 대해 검사는 피고인 甲을 컴퓨터사용사기죄의 기수범으로 기소하였다. 원심판결은 피고인 甲에 대해 컴퓨터사용사기죄의 기수를 인정하고 유죄판결을 하였다. 피고인 甲은 특정계좌에 입금은 되었으나, 그 후 그러한 입금이 취소되어 현실적으로 인출되지 못하였으므로 자신의 행위는 미수에 불과하므로 기수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판결 이유
금융기관 직원이 전산단말기를 이용하여 다른 공범들이 지정한 특정계좌에 돈이 입금된 것처럼 허위의 정보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위 계좌로 입금되도록 한 경우, 이러한 입금절차를 완료함으로써 장차 그 계좌에서 이를 인출하여 갈 수 있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으므로 형법 제347조의2 에서 정하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기수에 이르렀고, 그 후 그러한 입금이 취소되어 현실적으로 인출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 어떤 영향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판례평석
1. 컴퓨터사용사기죄의 의의
컴퓨터 사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금융거래에 있어서 매우 편리한 결과를 가져왔지만, 한편으로는 컴퓨터를 부정하게 조작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는 범죄가 증가하게 되었다. 은행전산조작으로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거나, 자신의 예금액을 허위로 증가시키는 등의 수법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형법은 컴퓨터를 이용한 각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컴퓨터등사용사기죄, 전자기록위작변작죄, 컴퓨터업무방해죄를 두고 있다. 그리고 자동판매기 등 유료자동설비를 이용하는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편의시설부정이용죄를 두었다.
2. 컴퓨터사용사기죄의 구성요건
컴퓨터등사용사기죄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 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형법 제347조의 2). 컴퓨터사용사기죄는 ① 컴퓨터에 허위정보 또는 부정명령입력, 권한 없는 정보입력변경, ② 정보처리, ③ 재산상 손해발생 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컴퓨터사용사기죄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행위의 주체는 컴퓨터프로그래머, 컴퓨터단말기사용자 등 업무자 이외에도 컴퓨터사용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도 컴퓨터사용사기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정보처리장치란 업무상의 정보를 자동적으로 처리하는 일체의 기계적 장치를 말한다. 범용컴퓨터, 오피스컴퓨터, 제어용컴퓨터, 현금자동지급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정보처리를 하는 수단은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 변경하는 것이다. ① 허위의 정보입력이란 내용이 진실에 반하는 정보를 입력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직원이 고객으로부터 5천만원을 예금받았음에도 5백만원의 예금액만을 은행컴퓨터에 입력시키는 것처럼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자료를 정보처리장치에 입력시키는 것이다. ② 부정한 명령을 입력한다는 것은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정보자료를 입력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직원이 고객의 예금계좌에서 인출하지도 않은 예금을 1천만원 인출한 것처럼 정보입력하는 것이다. ③ 권한없는 정보의 입력변경이란 진실한 정보자료를 사용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정보처리를 하게 한다는 것은 입력된 허위의 정보나 부정한 명령 등에 의하여 컴퓨터를 실행하여 계산이나 데이터의 처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프로그램조작, 입력조작, 처리과정조작 등을 하는 것이다.
3. 컴퓨터사용사기죄의 성립 여부
판례 사안에서는 금융기관 직원이 전산단말기를 이용하여 다른 공범들이 지정한 특정계좌에 돈이 입금된 것처럼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위 계좌로 입금되도록 하였으므로 이는 정보처리장치인 컴퓨터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컴퓨터사용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형법 제347조의 2 규정은 컴퓨터등사용사기죄를 범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컴퓨터사용사기죄의 미수범은 처벌하며(제352조),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제353조).
4. 컴퓨터사용사기죄의 기수시기
컴퓨터사용사기죄의 실행의 착수시기는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 변경하는 시점이다. 다시 말하면 컴퓨터에 허위정보 등을 입력함으로써 정보처리를 하도록 하는 때에 실행의 착수가 인정된다. 컴퓨터사용사기죄의 기수시기는 행위자가 정보처리를 하도록 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시점이 된다. 대법원은 금융기관 직원이 전산단말기를 이용하여 다른 공범들이 지정한 특정계좌에 돈이 입금된 것처럼 허위의 정보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위 계좌로 입금되도록 한 경우, 이러한 입금절차를 완료함으로써 장차 그 계좌에서 이를 인출하여 갈 수 있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 있게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컴퓨터사용사기죄는 기수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였다. 즉 정보처리를 하여 당초 의도했던 대로 특정계좌에 돈이 입금된 것처럼 조작해 놓았다면 그 시점에서 이미 컴퓨터사용사기죄는 기수에 달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컴퓨터사용사기죄에 의하여 은행원장파일의 예금잔고기록을 부정하게 증액시켜 허위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다음, 그 허위예금을 인출하여 현금을 취득하는 행위는 사기죄가 완성된 이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 판례 사안에서는 피고인은 그 후 그러한 허위예금의 입금이 취소되어 결과적으로 예금액을 인출하지 못하게 되었고, 따라서 자신의 행위는 미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보처리의 조작으로 특정계좌에 입금이 된 이상 그 계좌에서 허위예금액을 인출해 갈 수 있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이므로 그 후 입금이 취소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컴퓨터사용사기죄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어
형법이 컴퓨터사용사기죄를 신설한지 벌써 11년이 지났다. 현실적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재산범죄행위가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고, 그 피해금액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컴퓨터사용사기죄에 대한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번 대법원판례는 컴퓨터사용사기죄에 있어서 어느 시점을 기수시기로 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판단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판례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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