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의 부지


                                                          가을사랑


최근 인터넷에 댓글을 단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처벌하지 않고 있던 관행에 대해 갑자기 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게 된 것이다. 물론 처벌의 근거법규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고,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악플에 대한 처벌이 된 사실이 언론에 홍보되기도 했다.


악플의 부정적 영향은 대단히 크다. 그로 인해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명예훼손도 적지 않다. 한 인간의 인격이 완전히 매도 당하고, 시간이 가도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피해자는 법에 호소하고 법은 이를 조사하여 처벌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인터넷을 이용한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았고, 재판에 회부되기도 했다. 많은 사안에 있어서는 벌금으로 처리가 되고 있다.


문제는 법을 잘 모르고 다른 사람들이 많이 악플을 달고 지금까지 별로 심각성이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갑자기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사람들의 입장이다. 그중에 많은 사람들은 대학생이거나 젊은 사람들이다. 형사처벌을 받게 됨으로써 장차 공무원이 되거나 취업을 하는데 지장을 받을 위험성도 있다. 그래서 검찰에서는 기소유예처분을 하거나 가벼운 벌금으로 구약식기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정부에서 이런 악플에 대해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인터넷사용문화를 개선시킬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언론에서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내용으로 기사를 써서 독자들이 그에 대한 악플을 쓰도록 유도해서는 안 된다.


법의 무지로 인한 행위에 대해 수사기관 및 재판기관에서 충분한 법적 고려를 해야 하며, 앞으로 인터넷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배가되어야 된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현재의 사회적 관행을 참작하여 무차별적인 형사고소를 할 것이 아니고, 사전에 형사고소할 것임을 고지하여 경각심을 준 다음 그래도 계속하면 형사고소하는 등의 배려를 하는 것이 인간적인 처사가 아닐까 싶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 번째 강의  (0) 2006.09.18
도박이야기  (0) 2006.09.15
인간 악성의 한계  (0) 2006.08.26
알박기  (0) 2006.08.16
공범 말맞추기  (0) 2006.08.16

 

 

인간의 악한 심성의 한계는 없는가? 사람이 본래 선한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는가, 아니면 악하게 태어나는가 하는 성악설과 성선설의 논쟁이 오랫동안 있었다. 


오늘날에는 어느 한쪽에 취우치기 보다는 개인에 따라 유전적 기질의 차이를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성장하면서 가정 분위기, 교육, 환경,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에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고 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여자의 얼굴에 염산을 뿌리는 행위를 하는 것은 매우 악한 성격이 표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초범인 경우 자신의 범행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의 경우에 17세의 가해자는 염산을 얼굴에 뿌려 화상을 입게 하면 피해자가 평생 얼마나 비참한 상태에서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을 충분하게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타난 범죄의 결과는 아주 심각한 것이다. 앞으로 치료결과와 성형수술의 효과가 어느 정도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염산을 얼굴에 뿌리는 행위는 피해자의 눈을 멀게 하거나, 안면에 치명적인 흉터를 남겨서 평생 심각한 외모컴플렉스의 정신적 고통을 받게 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날이 갈수록 흉악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범죄의 수법도 지능화되고 잔인해지고 있다. 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 게임 등의 영향도 있다.


정부에서 그동안 강력범죄의 대책을 세워 시행하고 있지만, 어쩐지 미흡해 보인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범죄와 비행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연구도 하고 대책도 수립시행해 오고 있으나, 더 과학적인 대응방안이 마련되어 할 것이다. 


물론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사전에 청소년들이 심각한 비행에 나아가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 순화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범죄를 저지를 개별적인 청소년들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형사처벌과 함께 교화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박이야기  (0) 2006.09.15
법률의 부지  (0) 2006.09.07
알박기  (0) 2006.08.16
공범 말맞추기  (0) 2006.08.16
변호인참여  (0) 2006.08.11
 

                      헌법판례 해설


                                                            가을사랑


제목 : 알박기에 대한 형사처벌의 위헌성 여부


사건 명


헌재 2006. 7. 27. 2005헌바19

형법 제349조 제1항 위헌소원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토지소유자로서 A 건설회사에서 아파트 건설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청구인 소유 토지를 제외하고는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당시 평균매매가 보다 36배 비싸게 매도하여 25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득함으로써 형법 제349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청구인은 제1심 재판계속중 형법 제349조 제1항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고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반되므로 위헌이라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부당이득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349조 제1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 및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유


가. 형법 제349조 제1항이 지닌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 작용에 의하여 충분히 보완될 수 있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형법 제349조 제1항은 상대방의 곤궁한 점을 고의로 이용하는 등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은 방법을 사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지나치게 부당하게 많은 이익을 얻은 경우에 한하여 극히 예외적으로 국가가 개입하도록 하고 있으며, 형벌의 정도에 있어서도 행위자의 구체적인 행위의 불법정도에 상응한 형벌을 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판례평석


알박기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


종래 아파트재개발사업 사업부지 내에 있는 토지에 대해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이 자신의 토지를 빼고는 사업추진을 할 수 없다는 약점을 이용해서 지나치게 비싼 값에 팔아 부당이득을 챙기는 사례가 많았다. 사업추진을 하는 입장에서는 전체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되어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므로 하는 수 없이 토지소유자에게 현저하게 부당한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법원에서는 이러한 알박기행위자에 대하여 구체적인 사안의 내용에 따라 형법 제349조 제1항을 적용하여 부당이득죄로 형사처벌하고 있다.


형법상 부당이득죄의 성립요건


형법 제349조 제1항은 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폭리행위를 형사처벌하고 있다. 부당이득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① 상대방이 궁박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②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여야 하며, ③ 이익을 취득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였을 것을 요한다.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은 구체적 사정에 따라 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부당이득죄의 처벌조항에 대하여 본 사건에서 헌법위반 여부가 문제되었다.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은 형벌법규에 범죄와 형벌이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즉, 범죄의 구성요건은 가능한 한 명백하고 확장할 수 없는 개념을 사용하여야 하며, 일반인이 법률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가 무엇인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법원도 처벌법규의 입법목적이나 그 전체적 내용, 구조 등을 살펴보아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이 이해와 판단으로서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 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 해석기준을 찾을 수 있다면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판 2002. 7. 26. 2002도1855). 헌법재판소도 부당이득죄에 있어서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였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추상적 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사회통념 또는 건전한 상식에 따라 구체적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런 취지에서 형법 제349조 제1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헌법 제10조에 포함된 계약의 자유, 헌법 제23조가 보장하는 재산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제한될 수 있으며, 또한 헌법 제119조 제2항에 따라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 등 경제에 관한 공익을 위하여 법률상 제한될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이 법률상 제한을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기본권 제한입법의 한계를 준수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제하고 있는 대상인 폭리행위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고, 폭리행위는 단지 현저히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결과의 측면 뿐만 아니라, 행위의 측면에서 있어서 그러한 이익취득이 정당한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상대방의 궁박상태를 이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아 단지 폭리행위로 인하여 초래된 불균형한 재산상태를 시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이러한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인 반사회적인 행위로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부당이득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조항은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어


그동안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이 되었던 속칭 알박기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에 관하여 법원에서는 점차 부당이득죄로 처벌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런데 이번에 알박기를 처벌하는 형법 부당이득죄 규정에 대한 헌법위반여부의 소원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결정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과 사적자치의 원칙의 의의와 범위, 그 한계에 관하여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 또한 알박기라는 재개발사업에 있어서 해묵은 사회적 폐해에 대한 형사처벌근거법규인 형법 제349조 제1항의 부당이득죄의 합헌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결정이라고 할 것이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률의 부지  (0) 2006.09.07
인간 악성의 한계  (0) 2006.08.26
공범 말맞추기  (0) 2006.08.16
변호인참여  (0) 2006.08.11
살인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  (0) 2006.07.27
 

                   공범 상호간의 말맞추기


                                                       가을사랑


“최 사장님, 제가 작년에 받았던 돈 3천만원은 빌려 썼다가 다시 돌려드렸던 것이라고 진술해 주세요.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그렇게 해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구속되고 파면되어 인생이 끝납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김 과장님, 알았습니다. 과장님께 제가 무이자로 빌려 드렸던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공무원을 다치게야 하겠습니까? 과장님에 대한 의리는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전혀 걱정 마십시오.”


구청 건축과장인 김 과장은 건물을 신축하는 최 사장에게 건축허가를 내 주는 과정에서 뇌물로 3천만원을 받았습니다. 최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 직원 중 한 사람이 퇴직한 후 앙심을 품고 검찰에 회사 비리를 제보하여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최 사장이 회사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고, 그 비자금 사용내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구청 건축과장인 김 과장에게 3천만원이 건네진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와 같은 검찰 조사내용을 알게 된 김 과장은 최 사장을 은밀하게 만나  부탁을 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뇌물이 아니고, 단순한 대차관계로 말을 맞추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김 과장은 최 사장에게 받았던 돈 3천만원을 돌려주고 차용증과 반환영수증 등을 날짜를 소급해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최 사장이 구속되고 검찰에서 회사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여 탈세 등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되자, 최 사장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김 과장에 대한 돈 3만원도 뇌물로 준 것이라고 실토하기였습니다. 그런 다음 검찰에서 뇌물공여사실을 자백했다는 내용을 김 과장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최 사장은 자신이 불가피하게 자백했고 검찰에서 김 과장을 구속할 것 같으니 일단 도피해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김 과장은 검찰조사를 피해 도피했습니다. 이런 경우 최 사장과 김 과장은 법적으로 어떠한 책임을 지게 될까요?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었던 사람이 수사를 받게 되면, 공무원은 뇌물공여자와 서로 말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돈을 주고 받은 사실 자체를 은폐하려고 합니다. 뇌물을 현금으로 준 경우는 더욱 그렇고 수표로 준 경우에도 계좌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에 증거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돈을 주고 받은 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금품수수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돈을 주고 받은 사실은 있었으나, 그것은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단순한 대차관계였다고 주장합니다. 마지막까지 사건 청탁은 없었다고 하면서 직무관련성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뇌물공여자도 함께 형사처벌될 뿐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에서 공무원으로 하여금 처벌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버티기 때문입니다.


공무원인 김 과장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돈을 받았으므로 수뢰죄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수뢰금액이 3천만원이므로 김 과장의 경우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5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이러한 특가법 규정은 2005년 12월 29일 개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최 사장은 형법 제133조 제1항에 의해 증뢰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최 사장이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뢰죄를 범한 김 과장으로 하여금 도피하라고 권유한 사실이 범인도피죄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됩니다. 형법 제151조 제1항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 과장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수뢰죄를 범한 사람이며, 범인도피죄에서 범인이라 함은 혐의를 받고 수사가 진행중인 자도 포함되며, 도피하게 한다는 것은 관헌의 체포 발견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므로 최 사장의 행위는 범인도피죄에 해당합니다. 범인 자신의 도피행위는 구성요건해당성이 없어 처벌되지 않으므로 김 과장이 피신하는 것은 범죄가 되지 않습니다.


최 사장이 자신의 증뢰죄의 증인이 될 수 있는 공무원인 김 과장을 도피시키는 것이 증인도피죄에 해당하는지고 문제됩니다. 형법 제155조 제2항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을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증인도피죄에서 말하는 증인에는 수사기관에서 조사하는 참고인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다수설입니다. 그러나 증인도피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을 도피시켜야 성립하므로, 자기의 사건에 관한 증인을 도피시키는 것은 처벌되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증인이 될 사람을 도피하게 하였다면, 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을 도피하게 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판 2003. 3. 14. 2002도6134). 따라서 최 사장은 증인도피죄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김 과장이 자신의 뇌물사건에 관하여 공범인 최 사장과 말을 맞추려고 한 행위가 처벌대상이 되는지가 문제입니다. 공범 상호간에 말을 맞추어 범행을 부인하는 행위 자체는 처벌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끝으로 최 사장과 김 과장이 뇌물죄를 은폐하기 위하여 날짜를 소급해서 차용증과 영수증을 작성해 놓은 행위는 증거위조행위에 해당하여 증거인멸죄가 될 수 있으나, 뇌물죄가 필요적 공범으로서 두 사람 모두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는 것이므로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 악성의 한계  (0) 2006.08.26
알박기  (0) 2006.08.16
변호인참여  (0) 2006.08.11
살인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  (0) 2006.07.27
변호인참여  (0) 2006.07.17
 

                       변호인참여


                                                     가을사랑


7월과 8월 조사시 변호인참여를 여러 번 했다. 오랜 시간 옆에서 앉아 조사하는 모습, 조사받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그러면서 변호인참여제도의 문제점을 생각해 보았다.


우선 변호인의 좌석배치가 문제다. 피의자의 뒤에 앉게 되는데 진술하는 피의자의 얼굴표정을 볼 수 없다. 옆에 앉아도 마찬가지다. 바로 옆에 앉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사와 피의자는 서로 마주 보고 있기 때문에 변호인은 중간 옆으로 좌석을 배치하면 어떨까 싶다. 그러면 검사와 피의자를 옆에서 동시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변호인은 피의자에게 아무런 말도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조사에 관여해서도 안 된다. 그냥 가만히 조사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별 도움이 안 된다. 피의자의 답변을 도와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변호인과 상의해서 답변할 수 있도록 해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의 제도는 나중에 조서작성이 끝난 뒤에 조서의 내용을 변호인이 읽어보고 제대로 작성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한 다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을 뿐이다.


조서열람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피의자 혼자서 조서를 열람하고 수정 보완을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변호인은 조서의 내용에 대해 피의자와 상의하고 수정 보완을 하는데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건 아주 잘못된 일이다. 어차피 조사과정이 녹음 녹화가 되어 있지 않다면 질문과 답변 내용을 검사가 임의로 정리하여 작성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질문한 내용과 실제로 답변한 내용이 꼭 그대로 조서화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것을 나중에 참여한 변호인이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조서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보충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피의자에게 매우 불리한 결과가 된다.


변호인참여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제도의 취지가 무엇인지 조차 확실하게 인식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더군다나 일부 검사들은 변호인참여를 허용하면서 마치 무슨 특별한 은전을 베푸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다. 피의자의 인권침해를 막고, 형사소송절차상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검사의 은전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변호인참여권을 보다 강화함으로써 검사의 불법수사, 자백 및 진술강요, 유도신문, 수사권남용, 프라이버시침해 등의 폐단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박기  (0) 2006.08.16
공범 말맞추기  (0) 2006.08.16
살인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  (0) 2006.07.27
변호인참여  (0) 2006.07.17
수사과정  (0) 2006.07.16
 

                       살인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


                                                                 가을사랑


같은 학교 친구를 흉기로 찔러 죽인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던 고등학교 학생이 경찰 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돼 법원에서 무죄선고를 선고받고 풀려났다고 한다. 이 사건의 수사 및 재판진행상황을 돌이켜 보면 몇 가지 교훈이 있다.

 

첫째,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의 책임이 무겁다는 것이다. 아무리 민주사회를 자처하고 있고, 수사과정의 적법절차를 강조하고 있어도, 실제로 수사과정은 일반 국민에게 무섭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수사를 당해 본 사람은 그것을 육감적으로 느끼게 된다. 죄가 있던 없던 간에 조사를 받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엄청나게 위축되어 있다. 수사관의 눈치를 보게 되고, 주눅이 들어 제대로 자기방어를 하지 못한다. 심리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어, 제대로 기억도 해내지 못하고,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지 못한다. 당황해서 불합리한 표정을 지어 수사관의 선입관을 더욱 강하게 굳히기도 한다.

 

그래서 경찰관이나 검사는 이러한 피의자의 심리상태나 의식을 고려해서 억울한 혐의를 씌우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공익에 부합하는 직무집행의 태도다.

 

둘째, 수사기관은 살인죄와 같은 중한 범죄에 대한 수사에 있어서, 증거판단을 철저하고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 물론 현재도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특히 살인죄에 있어서는 피의자나 피해자 쌍방 모두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 증거를 수집하고, 그에 대한 법적 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을 피의자에 대해서도 십분 적용해야 한다.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억울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민주국가의 이념이고 법원칙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는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에 대한 신병구속을 최대한 자제하고, 일단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어 구속했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실제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들면 신병을 불구속으로 한 후 시간을 가지고 보다 철저한 수사를 계속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한 범죄라 해서 무조건 구속하고, 구속된 이후에는 유죄의 선입관에 사로잡혀 아무리 억울하다고 변명을 해도 거짓말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매우 위험하고 인권침해와 연결된다.

 

셋째, 법원도 형사사건의 재판에 있어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철저하게 하여야 한다. 특히 살인사건의 경우, 유죄판결과 무죄판결의 경계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다. 무죄판결을 선고하게 되면,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와 그 유가족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정말 신중하게 증거판단을 하고,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일반인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판결이유가 제시되어야 한다.

 

넷째, 재판과정에서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나 고문 시비가 있는 경우, 검찰에서는 그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엄중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수사기관의 고문과 가혹행위는 정말 사라져야 할 때가 되었다.

 

수사관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공익을 위해 수사를 하지만, 국민의 기대가 무리하게 수사를 해서라도 피해 법익을 보호하고, 범인을 처벌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범 말맞추기  (0) 2006.08.16
변호인참여  (0) 2006.08.11
변호인참여  (0) 2006.07.17
수사과정  (0) 2006.07.16
정정보도청구권제도  (0) 2006.07.14
 

어떤 사건을 맡아 요새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직접 변호인참여를 하기로 했다. 보통 참여를 하면 10시간 정도는 보통이다. 최고 많은 시간은 17시간을 계속해서 참여하기도 했다. 조사를 받는 피의자의 옆에서 앉아 있으면서 조사과정을 지켜보고, 나중에 조서가 작성되면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검사의 날카로운 질문이 계속되고, 피의자는 그에 대한 해명을 하느라고 진땀을 뺀다. 초라해진 피의자는 무척 피곤해 한다. 긴장한 상태에서 장시간 조사를 받다보면 정신은 혼미해지고 판단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는 범죄를 밝히려고 무척 고생을 한다. 피의자는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동일한 사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 입장과 시각이 다를 경우 현저한 차이를 보여준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조사하는 과정, 조사받는 과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된다.


오늘도 낮 1시경부터 들어가서 9시까지 8시간이나 참여를 했다. 공휴일도 잊고 지냈다. 밖에는 비가 가끔씩 내렸다. 서초동 청사에서 멀리 보이는 우면산이 조용히 누워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앞에는 많은 변호사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이른바 법조타운이다.


변호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껴본다. 조사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옆에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중간 중간 법적 조언도 받을 수 있다. 얼마나 답답하고 불안한 상태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내가 약간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그동안 법률공부를 한 보람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호인참여  (0) 2006.08.11
살인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  (0) 2006.07.27
수사과정  (0) 2006.07.16
정정보도청구권제도  (0) 2006.07.14
안마사 자격제한  (0) 2006.07.13
 

                        수사과정


                                                      가을사랑


수사과정은 한 인간을 파멸시키고 있었다. 수사는 혐의사실과 관련된 다른 사람들의 진술을 확보해 놓은 다음, 그 사람들의 진술에 맞추어 추궁해 들어가는 과정이다. 다른 사람들이 혐의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해 놓았으니, 그것이 사실이 아니겠느냐는 강한 선입관을 가지고 피의자를 상대로 따지고 다각도로 질문을 계속한다.


피의자는 그게 아니라고 변명을 하지만, 검사는 그 변명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추궁한다. 시간이 가면서 피의자는 점점 비굴한 모습을 하게 되고, 약해진다. 구속영장청구라는 막강한 공권력의 행사가 수단을 목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와 싸워봤자 검사는 피의자신문권한을 가지고 있고, 피의자신문조서작성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우 불리한 입장에 있게 된다. 사실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하는 내용도 문제가 있다.


피의자가 아무리 변명을 해봤자 제대로 기재해 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리고 질문의 방향에 따라 답변도 달라지기 때문에 피의자에 대한 강한 혐의를 두고 피의자를 의심하는 태도로 질문을 하면 그 조서는 피의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성이 된다. 그래서 피의자는 이런 저런 이유로 검사에게 강하게 대들고 싸울 수 없는 것이다.


피의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참고인들을 상대로 대질신문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검사는 대질신문을 꼭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검사가 판단해서 대질신문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하는 것이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생략할 수있는 것이다.


피의자는 결사적으로 대질신문에 매달리게 되지만, 실제로 대질신문을 해보아도 기술적으로 검사가 통제하므로 피의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대질이 되지 않는다. 특히 화이트칼라 범죄에 있어서는 어렵게 뇌물공여사실에 대한 자백을 받아낸 검사가 뇌물공여자와 뇌물수수공무원을 함께 만나게 하려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뇌물공여자는 자신의 입장 때문에 대질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에는 수사단계에서 공무원은 자신의 혐의사실을 밝혀내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기소가 된 이후에 법정에서나 뇌물공여자를 증인으로 신청해서 따져 물을 수밖에 없다.


세상을 살면서 수사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문제가 될 소지를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주변환경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이 무서운 줄 알고, 위험한 일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방보다 좋은 처방은 없는 법이다. 검사의 피의자신문과정에 변호인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느낀 생각이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인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  (0) 2006.07.27
변호인참여  (0) 2006.07.17
정정보도청구권제도  (0) 2006.07.14
안마사 자격제한  (0) 2006.07.13
사건브로커의 형사책임  (0) 2006.07.13
 

                            헌법판례해설


                                                                가을사랑


                    언론의 자유와 정정보도청구권제도의 위헌성


1. 사건명


헌재 2006. 6. 29. 2005헌마165 등(병합)

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 위헌제청


2. 사건의 개요


국회는 2005. 1. 27. 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을 제정 공포하였고, 동법은 같은 해 7. 28.부터 시행되었다. 제청신청인 조선일보사는 국가정보원과 사이에 정정보도문 게재 여부에 관한 재판 계속중에 언론중재법 조항들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06. 1. 19.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헌법재판소는 2006. 6. 29. 언론중재법 제26조 제6항 본문 전단 중 ‘정정보도청구’ 부분, 부칙 제2조 중 ‘제14조 제2항, 제26조 제6항 본문 전단 중 정정보도청구 부분, 제31조 후문’부분은 각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하였다.


3. 헌법재판소 결정이유


가. 언론중재법 제26조 제6항 본문 전단은 정정보도청구의 소를 민사집행법상의 가처분절차에 의하여 재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정보도청구소송은 통상의 가처분과는 달리 그 자체가 본안소송이다. 정정보도청구의 소에서, 승패의 관건인 사실적 주장에 과한 언론보도가 진실하지 아니함이라는 사실의 입증에 대하여, 통상의 본안절차에서 반드시 요구하고 있는 증명을 배제하고, 그 대신 간이한 소명으로 이를 대체하는 것인데, 이것은 소송을 당한 언론사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나아가 언론의 자유를 매우 위축시킨다. 이와 같이 피해자의 보호만을 우선하여 언론의 자유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다.


나. 언론중재법 부칙 제2조 본문은 언론중재법의 시행 전에 행하여진 언론보도에 대하여도 동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이미 종결된 과거의 법률관계를 소급하여 새로이 규율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며 헌법에 위반된다.


4. 판례평석


가. 언론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민주국가에서 언론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언론보도로 인해 개인이 받는 명예훼손 등의 피해는 충분한 구제방법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두 가지 상충되는 이념의 조화를 위해 법과 제도는 효율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헌법 제21조 제4항은,‘언론 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함으로써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헌법적 차원에서 강조하고 있다. 언론기관에 의하여 인격권 등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받은 피해자에게는 신속하고도 적절한 방어의 수단이 주어져야 한다(헌재 1991. 9. 16. 89헌마165).


나. 정정보도청구권의 성질


언론중재법에 규정되어 있는 정정보도청구권은 언론사의 고의 과실이나 위법성을 요하지 않고, 정정보도청구의 소 제기로 인하여 민법 제764조의 규정에 의한 권리의 행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반론보도청구권이나 민법상 불법행위에 기한 청구권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성격의 청구권이다. 언론중재법 제14조 제2항은 정정보도로 인하여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신문의 자유와 진실에 부합한 정정보도로 인하여 얻어지는 피해구제의 이익 간에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조항이 신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


정정보도청구소송은 민사집행법의 가처분절차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재판하도록 되어 있는 결과 정정보도청구의 소에서는 그 청구원인을 구성하는 사실의 인정을 증명 대신 소명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언론중재법상의 정정보도청구소송은 통상의 가처분과는 달리 그 자체가 본안소송이다. 이러한 정정보도청구의 소에서, 승패의 관건인 사실적 주장에 과한 언론보도가 진실하지 아니함이라는 사실의 입증에 대하여, 통상의 본안절차에서 반드시 요구하고 있는 증명을 배제하고, 그 대신 간이한 소명으로 이를 대체하는 것인데, 이것은 소송을 당한 언론사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나아가 언론의 자유를 매우 위축시킨다. 이와 같이 피해자의 보호만을 우선하여 언론의 자유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다. 정정보도청구에 대한 심리절차를 가처분절차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허위보도로 인한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절한 수단이다. 정정보도청구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변론을 열어 당사자 쌍방에게 주장과 입증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다. 또한 소명의 증명정도와 증명의 증명정도는 이론상으로는 구분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정정보도는 사실에 관한 보도가 허위인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므로 그것이 언론의 비판 견제기능을 약화시킨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소급입법의 위헌성


부칙 조항 중 본문부분은 정정보도청구권의 성립요건과 정정보도청구소송의 심리절차에 관하여 언론중재법을 소급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언론사의 종전의 법적 지위가 새로이 변경되게 되었다. 진정소급입법은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특단의 사정도 이 조항들 부분에 대하여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부칙 제2조 중 ‘제14조 제2항, 제26조 제6항 본문 전단 중 정정보도청구부분, 제31조 후문’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론이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이 제시되었다. 언론의 허위보도 자체는 보도와 동시에 완료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보도 후에도 계속 진행되고 확산된다. 따라서 언론중재법 시행 전에 이루어진 허위보도로 인한 피해의 계속을 막기 위하여 언론중재법에 의하여 신설된 정정보도청구권을 적용하는 것이 진정 소급입법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5. 결어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언론의 자유와 피해자의 권리보호를 적절하게 조화시켜야 한다는 이념을 표방하면서, 구체적으로 정정보도청구제도에 있어서 이를 가처분절차에 의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는 판단을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앞으로 정정보도청구소송에 있어서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고,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하고 제도의 운용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호인참여  (0) 2006.07.17
수사과정  (0) 2006.07.16
안마사 자격제한  (0) 2006.07.13
사건브로커의 형사책임  (0) 2006.07.13
검사의 눈빛  (0) 2006.07.12

                              헌법판례해설[1]

 

                                                           가을사랑

 

[사건번호] 헌재 2006. 5. 25. 2003헌마715 등(병합)

[사건명] 안마사에관한규칙 위헌확인


1.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스포츠마사지 시술방법을 가르치는 학원 등에서 교육을 받고 스포츠마사지 등 직종에서 일하고자 하나, 안마사에관한규칙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 한하여 안마사 자격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03. 10. 21.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2006년 5월 25일 시각장애인에 한하여 안마사 자격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비맹제외기준(非盲除外基準)을 설정하고 있는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 중 각 “앞을 보지 못하는” 부분은 법률유보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시각장애인이 아닌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이유


가.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의 규정은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으로 한정함으로써 시각장애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하여금 안마사 자격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일반인이 안마사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서,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률유보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나. 안마사 자격인정에 있어서 비맹제외기준은 기본권의 제한과 관련된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모법인 의료법 제61조 제4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기본권 제한사유로 설정하고 있으므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명백히 일탈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


다. 비맹제외기준은 특정 직역에 대한 일반인의 진입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어 합리적이고 적절한 수단이라 할 수 없고, 시각장애인 중에서도 일부에 불과한 등록안마사를 위하여 나머지 신체장애인 나아가 일반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함으로써 기본권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어긋나며,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시각장애인의 생계보장 등 공익에 비하여 비(非)시각장애인들이 받게 되는 기본권침해의 강도가 지나치게 커서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하고 있다.


3. 판례평석


가. 직업선택의 자유와 한계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직업선택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직업선택의 자유는 일반적으로 자기가 선택한 직업에 종사하여 이를 영위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이러한 직업선택의 자유는 개인이 그 선택한 직업분야에서 구체적인 취업의 기회를 가지거나 이미 형성된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거나 포기하는 데 있어 국가의 방해를 받지 않는 자유로운 선택결정을 보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헌재2002. 11. 28. 2001헌마50).


직업선택의 자유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일정한 분야에 있어서 자격제를 실시함으로써 일반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분야의 영역에는 자격제를 두어 제한할 수 있는바, 자격제는 그 자체가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도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나(헌재 2005. 3. 31. 2001헌마87), 법무사가 아닌 사람이 등기신청대행업무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헌재 2003. 9. 25. 2001헌마156).


직업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법률에 의하여야 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그 제한의 방법은 합리적이어야 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 후문의 규정에 따라 직업선택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헌재 1989. 11. 20. 89헌가102).

나. 시각장애인이 아닌 일반인에 대한 안마사자격제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3년 6월 26일, 2002헌가16 결정에서는 의료법 제61조 제4항이 법률유보원칙이나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음은 물론, 안마사에관한규칙도 법률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사항을 규율하고 있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으나, 이번 결정을 통하여 종래의 입장을 바꾸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지금까지 안마사자격을 시각장애인들에게만 독점적으로 허용하여 오던 정부의 정책에 대해 제동을 걸고, 일반인들에게 전면적으로 허용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전국안마사협회를 비롯한 시각장애인들은 투신자살, 고공투신, 지속적인 항의집회 등을 통해 반발을 하고 있다.


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보장


그러나 ① 안마사 자격인정에 있어서 비맹제외기준은 헌법 제34조 제5항의 신체장애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 장애인복지시책 등에 바탕을 두고서 일반인에 비해 취업상 극히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시각장애인을 보호하고 그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② 시각장애인의 신체적 조건 및 전문적 기술 등을 고려하여 이들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허용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③ 일반인은 안마사 자격인정 대상에서 배제되더라도 다른 직업을 선택하여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만약 안마 등의 직종에서 일하기를 원할 경우 일련의 수련과정과 시험을 거쳐 물리치료사 자격을 취득하고 그 분야에서 종사할 수 있어 피해의 최소성에 반하지 않는다. ④ 일반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각장애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공익이 월등히 우선한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의 생계보장 등 공익을 위하여 비(非)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것은 법익의 균형성에 반하지 않는다. ⑤ 시각장애인에 대한 우선적 처우로 말미암아 일반인에게 가해지는 역(逆)차별적 취급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이 사건 규칙조항은 시각장애인이 아닌 일반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한 명의 재판관은 이와 같은 반대의견을 냈다.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라. 결어


이번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각장애인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공익에 대한 가치판단이다. 일반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사회현실에서 안마사 이외에 사실상 다른 직업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은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생계보장문제가 보다 더 우월적 가치를 가진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사과정  (0) 2006.07.16
정정보도청구권제도  (0) 2006.07.14
사건브로커의 형사책임  (0) 2006.07.13
검사의 눈빛  (0) 2006.07.12
교도소로부터의 편지  (0) 2006.07.0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