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방법론


                                                                       가을사랑

 

 


한 학기 강의를 마치고, 겨울방학이 되었다. 내년 봄학기에 할 강의를 준비해야 할 입장이다. 강의를 한다는 것은 매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며 인생에 있어 한참 배울 시기에 있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강의하는 사람 역시 철저한 준비를 하고, 강의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강의방법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조언을 얻고 있다. 한 학생이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내왔다. 나는 앞으로 강의를 준비하면서 이 편지를 여러 번 읽을 생각이다.


“물론 다분히 주관적이긴 하겠지만, 학생으로서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며 느낀 점이 앞으로 교수님께서 강의를 하시는데 필요하다고 하시니..떠올려 적어 보려 합니다^^ 우선 교수님의 형법 각론 수업을 들으면서 좋았던 점은..


1. 조문에 충실한 강의였습니다. 무엇보다 조문의 구성요건이 중요한 형법 과목이기에 상세하게 조문을 적어 분석해주시는 교수법은 저로 하여금 형법 조문을 한번이라도 읽어보게 하였으며 혼자 공부할 때에도 조문을 분석하는 능력을 길러주었습니다.


2. 최대한 총론과 연계한 강의였습니다. 형법은 총론과 각론을 철저하게 나누기 힘든 과목이라 생각합니다. 죄수와 착오 공범 등 많은 부분에 있어서 총론적 지식이 각론에 있어서도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총론적 지식이 부족한 저로서는 각론의 상황에서 총론을 연계시키기가 힘들었는데. 최대한 총론적 내용도 말씀해 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교수님의 교수법이 아니라.. 형법 특히 각론 파트가 너무도 분량이 많기에.. 사실 한 학기. 그것도 짧은 2학기 동안에 각론의 전 분량을 모두 자세히 나가는 것은 사실상 불능이라고 봅니다. 때문에 교수님께서도 전체적으로 포괄적으로 짚어주려 하시다 보니..대부분의 수업이 구성요건을 짚고 조금 더 추가 설명을 하는 범위게 그친 점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가볍게 훑어 나가는 수업으로 끝내기에는 교수님께 배울 점이 너무도 많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실무의 베테랑이신 교수님이시기에 가끔 언급해 주시는 실무의 경험과 소송법적 지식이 형법이라는 과목을 이해함에 있어서도 무척 도움이 되었는데..가볍게 훑으며 전체를 짚어가는 과정에서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점이 무척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일차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조금은 문제 위주로 짚어주셨으면 하는 점도 있었습니다. 사실.. 학교 수업에서는 이론적인 부분이 많다 보니.. 따로 객관식 문제를 다루지 않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쟁점화되는 부분이 어떻게 문제화 되는지 감을 잡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은 출제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쟁점을 물으려 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업 중에 하루에 하나라도 짚어주신다면 한학기동안 그러한 쟁점이 쌓여서 학생의 입장에서는 무엇이 중요한 부분인지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는 교수님께서 나누어 주신 보조 자료인 판례와 기출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각각에 달아주신 해설이 제게는 참 소중한 자료이고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많은 강의를 하지는 않으셨지만.. 어느 교수님보다 학생을 존중해 주시고..어느 교수님보다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해주시기에..그것 만으로도 학생의 입장에서는  교수님의 수업에 흡수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작이 반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러한 시작의 반을 채우는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를 대해주시는 교수님을 보면서.. 그러한 마음가짐이 저절로 우러나오게 됨은..교수님의 가장 큰 미덕이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많은 지식을 지니신 교수님께서 짧은 학기동안 학생들에게.. 어느 한 가지라도..제대로 체계적으로 전달해 주시기에는 학과 과정에 미흡한 구성적인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항상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주시고.. 수업에 반영해 주시는 것이 참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교수님께서 이것만은 가르쳐야 겠다는 확신을 지니시고 그 범주 안에서 저희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주신다면.. 보다 알차고 모두에게 유익한 강의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연말 연초에 바쁘실텐데 .. 무엇보다 술자리가 많으실 것 같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항상 지금의 인자하신 모습을 뵐 수 있길 바랍니다^^저의 부족한 생각이 조금이나마 교수님께 전해지길 바라며 이상 메일을 마치려 합니다..인생의 선배이며.. 저의 진로에 있어서도 스승이신 교수님의 모습을 지침으로 삼아..힘든 시기이지만 열심히 노력해 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한다. 눈이 앞만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돌아본다고 하지만, 그것은 마음의 눈에 의한 것일 뿐이다. 한 학기 동안 나를 마주보고 앉아 그 수 많은 시간 강의를 들었던 학생의 의견은 매우 소중하다. 나에게는 거울과 같은 존재다. 그 거울에 비친 내 강의모습을 잘 보고, 앞으로 고쳐야 할 부분, 더 열심히 공부해서 알려주어야 할 부분을 찾아내는 것은 내 임무다. 물론 이메일을 보낸 학생이 심한 비판은 자제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내가 고쳐야 할 부분만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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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형법판례특강을 했습니다. 50 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겨울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추운 날씨에 학교에 나와 하루 종일 강의에 참여해준 학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저는 특강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유익한 강의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3년간의 형법판례를 정리해서 강의자료집을 만들었습니다. 2004년 1월 1일부터 2006년 12월 20일까지의 형법판례를 모두 뽑아 정리했습니다. 사법시험 1차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범위로 압축시키고 해설을 달았습니다. 약 20일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도 많은 공부가 됐습니다.


오늘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다시 더 깊은 연구를 해서 다음에는 아주 유익한 강의를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져봅니다.


하루 종일 지루한 강의를 들으려고 고생했던 학생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공부는 힘이 들지만 한편 보람 있고, 지식이 쌓이고 이해가 늘어나면 가슴 뿌듯한 보람을 안겨주기도 하는 것입니다.


다가오는 2007년에도는 모두 소원성취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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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에 학교에 도착하니 9시 20분이었다. 강의를 제대로 하려면 아침식사를 해야겠기에 학교 앞에 식당에 들어갔다. 해장국을 하는 집이었다. 해장국을 구수하게 잘 끓였다. 손님을 나밖에 없었다. 일하는 아주머니가 아주 친절하게 대해준다. 식사를 하고 연구실로 갔다. 10시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형법판례특강을 겨울방학에 특별히 만든 것이다. 학생들이 60여명 정도 와 있었다. 점심시간 1시간을 빼고 저녁 6시까지 대략 7시간 정도를 했다. 그래도 공부를 하려는 학생들 앞에 서면 기운이 난다. 언제 7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학생들은 얼마나 지루했을까? 그래도 별로 조는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 강의를 하다보면 내 공부도 많이 된다. 공부를 더 해야 강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녁식사를 학교 앞 식당에 가서 몇몇 교수님들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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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가 끝나고 채점을 마쳤다. 중간고사성적을 합산해서 종합평가성적을 산출했다. 성적을 최종적으로 입력시키면서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냈다.

 

"형법각론 수강생 여러분께!


오늘 여러분들의 한 학기 성적평가를 마치고 입력시켰습니다. 성적은 상대평가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에게 A+를 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제 나름대로 객관적인 기준을 세워 학생 여러분들의 평가서열을 확정했습니다. 1등부터 71등까지의 객관적 서열은 공정한 기준에 의해 결정했습니다.이를 기초로 학교에서 정한 평가방법에 따라 성적을 산출했습니다.


혹시 이의가 있거나 궁금하신 분들은 저에게 이메일 cdlaw@hanmail.net 또는 전화 000-0000 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성적이 예상보다 잘 나오지 않은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다른 학생들이 시험을 잘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한번 시험에 너무 크게 좌우되지 마시고, 이번 시험을 계기로 앞으로 남은 대학생활을 어떻게 하면 좋은 성적을 받고,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저도 여러분들과의 한 학기 형법각론 강의를 통해 저에게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더 잘 해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를 깊이 반성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내년 1학기에는 형법총론을 강의할 예정입니다. 금년도 강의 경험을 살려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내년도에는 학생들에게 좀 더 유익한 강의를 하려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강의들은 경험을 기초로 저에게 좋은 조언의 말씀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법대는 명실상부하게 교수와 학생들이 힘을 합해 좋은 법과대학으로 발전해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러분들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한 학기가 이렇게 마무리되어 간다. 약간은 허전하고 쓸쓸한 느낌도 든다. 세월의 시계는 잠시도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내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앞으로 남은 대학생활을 보람있게 하고, 사회에 나가 뜻을 펼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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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강의를 들은 어느 학생에게서 이메일을 받았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조용한 시간에 책을 읽고 있다가 학생의 편지에 가슴이 뭉쿨해졌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남자로서 복학생으로서 법대 교수님들에게 인간적인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근데 한학기 동안 교수님의 학생을 제자로 여겨주시고 정말..고등학교때의 스승님을 뵙는 듯한 느낌 덕분에 비록.. 시험은 그리 잘 보지 못했지만..생전 처음 싫어했던 형법과목을 포기하기 않고 부족하게라도 열심히 할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답장까지 보내주시니 정말 .. 무엇으로 보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휴학을 하고 공부를 해보고자 합니다..처음 지니는 결심이고..처음으로 전공을 제대로 대하는 때라..많이 초조하고..이미 군대를 다녀와 26을 바라보는 제가 너무도 초라해..맘이 너무 가난합니다..열심히 생활하며.. 종종 진정한 스승님이 그리울 때.메일 남겨도 될른지요ㅠㅠ..

고시생이 슬픈건.. 마음이 가난해서라고 느껴집니다.ㅠㅠ.

힘든 여정의 끝에 행복이 있었으면 좋겠구요..

그럼 교수님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맞으세요^^“


나는 그 학생에게 답장을 했다.


“ 000 학생에게!

법대생이라는 신분은 매우 고독합니다. 법을 공부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재미 없고 딱딱한 법을 계속해서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이 답답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군대를 다녀와서 26세를 바라본다고 하는 입장에서는 마음이 무겁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늘 강의시간에 강조했듯이 자신감을 가지세요. 그리고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책을 많이 읽으세요. 효과적인 공부방법론도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많은 시간 책상에 앉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야 합니다. 잘 모르면 그냥 넘어가고, 다음에 보게 되면 그때는 더 잘 이해가 되니까요.


중요한 것은 공부하는 시간에 머리 속을 맑게하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잡념으로 가득 차 있고 고민거리가 많으면 또 세상 욕심이 많으면 공부는 능률이 오르지 않습니다.


세상을 좀 단순하게 보세요. 꼭 시험합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법을 공부해 두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서라도 공부를 하세요.

세상 모든 일은 생각하기에 달려있습니다. 군대 갔다오고 나이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사실도 어떻게 보면 불리할 것 같지만 달리 보면 유리할 수도 있어요. 생각이 깊어 가볍게 행동하지 않고, 법이라는 사회과학을 공부하는데 필요한 사회경험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남은 대학생활을 오로지 공부에 전념하세요. 그리고 공연한 불안감을 가지지 마세요. 그냥 하루 하루 책을 읽고, 소화시키고, 그럼으로써 작은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하세요.


가끔 슬럼프에 빠지면 고민하지 말고 운동을 하는 게 좋습니다. 격렬한 운동을 해서 땀을 내고 몸을 지치게 해 보세요. 그러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고, 삶의 활력소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제 다음 블로그에 들어와 여러 가지 글을 읽어보세요. 특히 별이 흐르는 강에는 제가 쓴 고시공부 과정이 적혀 있습니다. 블로그 주소는 http://blog.daum.net/cdlaw 입니다. 한글주소는 가을사랑입니다.


자주 연락하고 더욱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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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사랑

 

 


강간범이 합의도 하지 않고, 그냥 징역을 산다고 해도 문제는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많은 강간범은 환경이 어려워 금전적으로 합의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다. 그래서 합의를 포기한 채 징역을 산다. 합의를 봐 달라고 부탁을 해도 돈은 없으므로 그냥 합의서를 써달라는 부탁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처음에는 괘씸해서 합의를 해주지 않고 징역을 살게 두지만, 막상 형이 확정되어 징역을 살고 있으면 피해자나 그 가족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징역을 살고 나와서 또 다른 보복을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심리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징역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로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더군다나 미혼인 상태에서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결혼을 해서 잘 살고 있는데, 혹시 강간범이 출소해서 강간사실을 남편에게 알리면 어떻게 될까하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강간범은 교도소 안에서 반성을 해야 하는데 그런 일이 쉽지는 않다.


강간범은 교도소에서 자신이 강간했던 일을 떠올리며 묘한 추억에 빠져 살기도 한다. 특수한 상황에서의 이상성교를 반추하면서 변태적인 성적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에 의해 강간을 당했던 여성에게 연심을 품기도 한다. 공상 속에 피해자를 미화시키고, 공포에 떨려 강간을 당했던 여성을 몇 년동안 가슴 속에서 그리워하며 징역을 살기도 한다.


그리고 더 무서운 사실은 초범 때 어설프게 행동해 붙잡혔다는 사실을 후회하고,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붙잡히지 않았을 것인데, 그렇게 해서 붙잡히고 억울하게 징역을 살고 있다는 범행복기를 수없이 되풀이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심리가 그럴 가능성이 높다.


강간범은 출소하면 오랫동안 성행위를 금지당한 상태에서 해방되기 때문에 또 다른 강간욕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성적 욕구를 통제할 사회적 장치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은밀한 곳을 찾아 다니면서 무방비상태에 있는 여자들을 상대로 게릴라처럼 기습적인 공격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몇 번에 걸쳐 붙잡히지 않으면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대담하게 범행을 되풀이한다.


우리 사회는 이런 강간범에 대해 어떤 보호대책을 세워야 하는가? 추상적으로 교도소에서의 교화기능을 강화하고,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서 시행하고, 강간재범에 대해 엄벌한다는 주장은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주장과 대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 깊이 반성하고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결국 사회적으로 개인은 범죄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조되어야 한다. 혼자 있을 때 문을 제대로 잠그고, 불의의 침입자를 막아야 한다. 그리고 강간범죄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이 이루어져야 하고, 재범자에 대한 특별가중처벌이 아루어져야 한다.


모든 범죄인을 검거하여 엄벌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일단 검거된 범인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법집행을 해야 다른 사람들이 법이 엄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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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사랑

 

 


강간을 저지른 사람의 입장을 보면, 대체로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무거운 결과를 가져왔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강간범들은 우선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고 크게 다치지 않았으면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단지 폭력적인 수단만을 사용하였을 뿐, 남자와 여자가 성행위를 한 것에 불과한 것인데 무슨 피해가 그렇게 중대한지 이해하지 못한다. 여자의 정신적 고통을 이해하려고 들지 않는다. 많은 사건에서 피해자와 합의하면서 강간범은 손해배상을 하는 것을 매우 아까워한다.


오히려 피해자측에서 너무 많은 금액을 요구한다고 비난한다. 강간 당한 것을 기화로 돈을 뜯어내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청소년이 강간을 해서 부모가 합의를 봐야 하는 입장이면 대체로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강간범은 강간이 피해자와 단 둘이 있는 은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좀처럼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짧은 시간 강간하고 도망가면 어떻게 자신의 인적 사항을 알고 잡을 것이며, 설사 잡혔다고 해도 자신은 그런 일이 없다고 하면 범죄의 증명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강간현장에서 채취되는 범인의 모발, 정액 등에 대한 DNA검사 등을 통해 과학적인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범인이 잡히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범인 검거는 그렇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강간범죄가 발생하는 것에 비해 검거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강간범이 강간을 되풀이하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강간범이 붙잡혀도 범행을 부인하면 피해자는 아주 곤혹을 치러야 한다. 보기 싫은 악마의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가 다른 주장을 하면서 싸워야 한다. 특히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든가 하면 오히려 무고로 몰리기도 한다.


사실 일반사람이 범죄에 대한 피해진술을 논리적으로 제대로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범인이 변호사를 선임해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피해자를 증인으로 반대신문을 하게 되면 피해자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상황도 아니므로 심한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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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사랑

 

 


성폭력범죄로 징역 8년을 선고 받고 징역을 살다가 가석방으로 나온 사람이 또 다시 강간과 강도짓을 저질러 체포됐다고 한다. 주인공은 34세의 남자다. 처음 구속된 것이 26세 때였다. 초범에 대해 징역 8년의 형이 선고되었다면 구체적인 사안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매우 무거운 범죄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성폭력범죄는 죄질이 나쁜 중죄에 해당한다. 특히 구체적인 범죄에 있어서 피해자의 환경, 강간의 수법, 피해자에게 미친 영향, 강간 후의 태도 등에 비추어 죄질이 극도로 나쁜 경우가 있다. 강간은 매우 동물적인 범행이다. 육체적으로 연약한 여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하여 강제로 성행위를 하는 것이다.


본인의 의사에 반해 원치 않는 성관계를 당하게 되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그 정신적 피해, 육체적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평생 남자에 대한 공포심을 갖는 경우도 있고,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강간범은 피해자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일방적으로 성폭력을 하는 것이다. 강간범이 재범에 나아가는 경우는 적지 않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강간범이 제대로 체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실 강간범에 대해서는 제대로 신고가 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고, 신고가 접수되었다고 해도 경찰에서 검거하는 일도 쉽지 않다.


과학적인 수사를 한다고 하지만, 생면부지의 사람이 갑자기 주거에 침입해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짧은 시간 강간을 하고 도망갔다면 어떻게 범인을 검거할 수 있으며, 설사 검거했다고 해도 그 범인이 범행을 부인하면 범인임을 입증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형사소송법상 수사나 재판에는 많은 인권보호차원에서의 증거법과 절차적 제한 규정이 있다.


또한 피해를 당한 여성의 경우 순간적으로 일어난 상황에 대해 창피하고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에 혼자서 삭히고 신고하지 않고 넘어가는 수도 있다. 특히 남편이나 가족에게 알리기를 꺼려하기도 한다.


강간을 당한 후 남편과 이혼하는 사례도 있다. 남편이 강간피해를 이해하지 못하고 성적으로 부인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저런 피해를 보게 되는 강간피해자를 생각하면 강간범은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 형사정책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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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란성과 예술성


                                                                     가을사랑

 

 


최근 마광수 교수가 음란물게재혐의로 형사입건되면서 또 다시 음란규제 필요성과 음란기준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1992년 소설 ‘즐거운 사라’로 음란성을 인정받아 유죄판결을 받았던 마 교수는 개인 홈페이지에 성관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시와 소설, 남녀성기가 노출된 사진을 게재하였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음란성과 예술성은 어떻게 구별되는가, 성적 표현을 규제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쟁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성(性, SEX)에 관한 인간의 표현과 행동에 대한 법적 규제는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자유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법의 개입을 가급적 자제해야 합니다. 둘째,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유지하고, 일반인들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보호해야 합니다.

 

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방되고, 성의 자유화 ‧ 문화화가 확산되면서 성표현의 문제는 가급적 범죄영역에서 제외하고 법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일반적입니다. 헌법이념에 따르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표현의 자유, 행동의 자유를 최대한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헌법은 그 자유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회질서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성에 관한 표현이나 행동도 이러한 이유에서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유지하고 일반인들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정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법이 어느 정도까지 성문화에 개입할 것인지, 法과 性(law & sex)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성문제는 인간의 본능과 직결되어 있고,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항이므로 자유와 금지의 경계를 적절하게 설정하지 않으면, 성을 보편적인 소재로 다루는 문학과 예술 분야에 있어서 상상과 표현을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으며, 한편으로 무제한적인 허용은 일반인들 가운데 원치 않는 노골적인 성표현을 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성적 혐오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현대사회는 디지털시대, 글로벌공간에 걸맞게 인터넷매체를 통해 각종 음란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나체사진은 말할 것도 없고, 성교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무제한 제공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단속해도 성매매는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음성화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딸방에서의 영업행위를 유사성교행위로 인정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판결도 나올 정도입니다. PC방에서는 노골적인 성교장면을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법에서 음란물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를 하는 것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음란을 형사처벌하기 위해서는 규범적인 차원에서 음란의 개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법은 음란물제조 반포죄, 공연음란죄를 규정하고 있고,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 정보통신망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등에서 음란물과 음란행위에 대한 특별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음란(淫亂)이라 함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사람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시키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함으로써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드시 그 행위가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성적인 의도를 표출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욕을 자극 또는 흥분케 한다는 행위자의 주관적 목적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성적 표현의 객관적인 경향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음란성은 구체적인 시대와 상황에 있어서 일반사람들의 성적인 도덕관념, 가치관, 성인식, 문화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가변적인 개념입니다.


일반적으로 음란성에 대한 판단은, ① 그 시대의 보통인에 해당하는 통상적인 성인 일반을 기준으로 하며, ② 대상 전체를 놓고 판단해야 하고, ③ 성에 대한 노골적이고 상세한 표현의 정도와 그 수법,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에 표시된 사상 등과 표현과의 연관성, 구성이나 전개 또는 예술성, 사상성 등에 의한 성적 자극의 완화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되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요구르트 제품 홍보를 위해 전라의 여성 누드모델들이 알몸에 밀가루를 바르고 무대에 나와 분무기로 요구르트를 몸에 뿌려 밀가루를 벗겨내는 방법으로 알몸을 완전히 드러낸 채 음부 및 유방 등이 노출된 상태에서 무대를 돌며 관람객들을 향하여 요구르트를 던진 행위는 비록 요구르트로 노폐물을 상징하는 밀가루를 씻어내어 깨끗한 피부를 탄생시킨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예술로서의 성격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위 행위의 주된 목적은 요구르트 제품을 홍보하려는 상업적인 데에 있었고, 이 사건에서 이루어진 신체노출의 방법 및 정도가 위와 같은 제품홍보를 위한 행위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넘어섰으므로, 그 음란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판 2006. 1. 13. 2005도1264).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음란동영상배포, 야설배포 등이 단속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음란단속에 있어서는 사회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변화의 흐름을 충분히 감안해서 법집행에 있어서 법과 문화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법원이나 검찰에서도 음란성에 대한 판단기준, 구체적인 사건에서 음란성이 인정되는 합리적인 근거를 보다 명확하게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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