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간호사의 책임 한계
가을사랑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사와 간호사 사이에 어떠한 책임의 한계가 있을까? 병원에서는 의사가 모든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 이 경우 간호사가 잘못해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사에게는 어떠한 책임이 있을까?
간호사는 의사의 의료행위를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간호사의 행위에는 반드시 의사의 지휘나 감독을 받고 해야 하는 것이 있다. 이것을 상대적 간호행위라고 한다. 상대적 간호행위의 경우에는 간호사는 의사의 지시를 받아 의사의 이행보조자로서 행위를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간호사의 과실은 곧 의사의 과실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의사는 신뢰의 원칙을 주장하여 책임을 회피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절대적 간호행위의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절대적 간호행위라 함은 의사의 지휘나 감독 없이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자신의 책임 하에 환자에 대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간호사의 절대적인 업무영역에 속한다.
특히 종합병원과 같이 의사와 간호사가 각자 독자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지휘 감독이 간호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사와 간호사는 각자 자신의 주의의무를 다 하면 그 범위에서는 신뢰의 원칙이 적용된다. 때문에 의사는 자신이 할 임무만 다하면 그 다음의 영역에서 발생한 사항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하게 된다.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대법원은 의사의 과실에 관하여 ‘의료과오사건에 있어서의 의사의 과실은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설시하고 있다.
특히 의사의 질병 진단의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하는 이상 그 요법으로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가는 의사 스스로 환자의 상황 기타 이에 터잡은 자기의 전문적 지식 경험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조치가 의사로서 취할 조치로서 합리적인 것인 한 그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당해 의사의 재량의 범위 내에 속하고 반드시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모두 과실이 있는 것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판례에서 문제가 되어 재판에 회부된 의사는 환자(남자 34세)의 병증을 기관지 폐렴으로 진단하고 그에게 그 병증의 정도가 심하니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을 것을 권유하였으나 환자가 개인사정을 내세워 통원치료할 것을 요구하므로 그 치료 조치로서는 “페니시린” 주사액을 시주함을 알혔다.
그리고 병원의 주사실로 위 “페니시린” 주사액을 위 과민성 쇽크반응 검사후 음성인 경우에 한하여 시주토록 처방전을 보내어 그 주사실에서 담당 간호사가 위 반응검사후 의사에게 단순히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보고하므로 다시 “엠피시린” 주사액을 위와 같이 반응검사후 음성인 경우에 한하여 그 주사액 500미리그람(1일 최대허용량 12그람)을 증류수 5씨씨에 타서 시주하라는 처방을 하였다.
환자의 동행자이 위 환자는 전에도 “페니시린” 주사액의 과민성 쇽크증세를 일으킨 일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자 의사는 그렇기 때문에 위 반응검사를 거쳐 시주케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반응검사를 받고 위 “엠피시린” 주사를 맞도록 하였다.
“엠피시린” 주사액은 임상의학계에 있어서 “페니시린” 주사액이 그 시주로 인한 과민성 쇼크사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어서 “페니시린계”의 치료효과를 유지하면서 위 쇽크사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하여 “페니시린계”에 “아미노산”을 첨가하여 만든 살균성 항생제로 통용되는 것이다.
또한 그 가격이 저렴하고 기관지 폐렴 등에는 살균성 항생제가 특효약이어서 서울대학교부속병원 등의 각 병원에서도 기관지 폐렴환자 등에 대하여는 “페니시린계” 주사액의 시주가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으로 인정되어 통상적으로 위 환자 등에게“페니시린” 주사액의 양성반응이 나타나더라도 다시 “엠피시린” 주사액의 반응검사를 하여 음성인 경우에는 “엠피시린” 주사액을 시주하여 왔다.
“엠피시린” 주사액을 시주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엠피시린” 주사액의 시주로 인한 쇼크사의 전례가 없었다.
다만 위 “엠피시린” 주사액의 과민성 쇼크사의 가능성에 관하여는 아직 이렇다 할 정설이 없다.
위 병원은 각 전문치료과목을 취급하는 종합병원으로서 그곳을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평소 각 전문의는 그의 전문과목 해당 환자의 진단 및 처방만을 하고 그 처방에 따른 각종 주사액의 과민성 반응검사 및 그 시주는 위 전문의의 진료실과는 별도로 마련된 주사실에서 그곳 전속간호사에 의하여 수행되어 오고 있었다.
결국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대법원은 피고인인 의사는 내과전문의로서 기관지 폐렴환자로 진단된 위 환자에 대하여 그 요법으로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이 사건 “엠피시린” 주사액을 위와 같이 피부반응검사를 거쳐 음성인 경우에 한하여 그 주사액을 시주케 한 조치를 취하였음에 내과 전문의로서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84.6.12. 선고 82도3199 판결).
* 이 사건에서 의사 이외에 간호사가 재판에 회부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만일 간호사가 기소되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는 속단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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