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앞에서>

봄날을 느끼는 시간
기타 소리가 들린다
내 마음을 어디론가 끌고간다
눈을 감고
따뜻한 감촉을 느끼며
어디론가 날아오른다

내려다보면 구름이 있다
뭉게구름이 퍼져
바다처럼 보인다
조용히 아주 조용히
너를 안는다
사랑을 내려놓으면
저 아래 천길로 떨어질 것이다

사랑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꿈을 꾸었던 것일까
빈손에 남겨진 편지는
알 수 없는 언어로
의미 없는 허망함을 토해냈다

아무리 사랑했어도
그토록 낯선 곳에서
거친 사랑을 울부짖었어도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사랑은
아주 초라한 모습으로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눈사람으로 전락했다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눈물로 맺혀진 고드름 앞에서
시린 손이 손사래를 친다
너의 그림자로 덮힌 햇살이
곧 앞산의 아지랑이를 뚫고 나와
나의 가슴을 감쌀 것이다

그리움은 그리움으로만 남는다
강물은 강물로만 흐른다
좁혀지지 않았던
너와 나의 간격
그곳에 얼어붙은 동토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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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면
왜 네가 생각날까?

너는
꽃속에서 피어나
꽃속으로 퍼져나간다

꽃 앞에 서면
왜 그리움에 사무칠까?
그립고 그리워
꽃도 눈물을 흘린다

꽃향기에 젖으면
왜 사랑이 아픈 걸까?
깊어가는 사랑이
아픔을 품고
달을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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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정

우리의 항해는
숲속에서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
햇살을 가슴에 담은 채
풀잎을 밟으며
사랑을 향해 나갔다

우리의 가냘픈 떨림은
새벽에 전해졌다
아무 미련도 없이
밤을 새웠던 동굴에서 나와
사랑의 꽃잎을 찾아 나섰다

우리는 시선을
멀리 산 너머에 둔 채
산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
그 앞에서 생명을 느꼈다
둘이 하나가 되었다는
운명적인 그림자를 밟고
사랑이라는 이름을 돌에 새겼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던 것일까
배 위에는 갈매기들이 지쳐 쓰러져있고
새로운 사랑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조각들이
한쪽에 쌓인 조개껍질들 속에서
뒹굴고 있는 오후에
우리는 곧 항구에 닿는다
사랑의 묘비명을 낯선 항구에 남기고
다시 먼 여정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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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서>

삶이 허전해 기댔던
너의 품은 따뜻했다
추위에 떠는 병아리처럼
난 그 안에서 잠을 잤고
생명의 물을 맛보았다

떨어져 있어도
아주 먼 곳에 있어도
느낄 수 있는 그 따스함
내 마음을 묶어 놓은 듯
험한 풍랑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찾고 또 찾고
없으면 둘러보게 되는
영혼의 등불은
캄캄한 길을 밝혀주고
그 겨울의 눈을 녹여주었다

아직은 동굴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사랑의 약속은 벽 위에 새겨지고
우리는 익숙해진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초원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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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할 때는

오늘 밤
서산에 달이 뜨면
가슴이 후련해지도록
사랑을 하자

강가에 앉아
밤을 새우며
가슴이 타오르도록
사랑을 하자

어차피 사랑을 할 바엔
다시는 외롭지 않게
뜨거운 사랑을 하자
꼬옥 껴안고 떨어지지 말자

머리 위로 별이 떨어지고
발 밑에서 화산이 폭발해도
우리 오늘 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사랑의 진실을 화석에 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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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신가요?>

오래 전부터 꿈꾸었던
그 정원의 꽃길
그곳에서 거닐던 늦은 밤
눈이 초롱초롱한
작은 사슴 한 마리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하늘에서 별이 쏟아진다
진흙투성이 벌판에서
그냥 바람에 실려
내 마음이 흘러간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채
나는 추락할 지점을 살피고 있다
그때 초원에서 메아리가 울렸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낯선 도시의 거리에서
무표정한 실존의 더미에 쌓여
광활한 주차장 안으로 던져졌다
형형색깔의 차들 안에서
연인들이 공허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화벨이 울린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대상 없는 지점으로
내 마음이 끌려들어가고 있다
별로 화려하지 않은 카페에서
너는 묻고 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벌써 너는 내 가슴 속에 침투했다
영혼의 일부를 잠식한 너는
아주 미세한 사랑의 세포를 뿌리고
내게 사랑의 진실을 묻는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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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

사랑은 선택이다. 한 사람을 잘 만나야 사랑이 이루어지고 행복하다. 한 사람을 잘못 만나면 모든 것이 어긋나고 불행해진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인간사에 있어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하지만 사랑은 불변을 전제로 해야 한다. 변한다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사랑을 할 때에는 불변의 약속을 하라. 그리고 변하지 않도록 노력하라. 변하면 이미 사랑이 될 수 없다. 곧 변할 마음을 가진 사람은 사랑이 아니라, 단순한 육체의 유희를 생각하는 것이다.

가냘픈 사랑의 떨림을 들어라. 그 떨림은 아주 은은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한 무지개빛을 동반한 채 우리를 유혹한다. 너무 매력적이다. 그래서 나는 숨도 쉴 수 없다.

‘너무 너무 멋져 눈이 눈이 부셔/ 숨을 못 쉬겠어 떨리는 Girl/ 너무 부끄러워 쳐다 볼 수 없어/ 사랑에 빠져서 수줍은 Girl/ 그대 그대밖에 모르는 바보/ 그래요 그댈 보는 난/ 너무 반짝 반짝 눈이 부셔’(소녀시대, Gee, 가사 중에서)

‘스무 살, 아무 것도 모르는 그녀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가르쳐 준 남자, 그리고 그 후 그녀를 거쳐 간 수많은 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룻밤의 정사를 가지기 위해 그들은 사랑을 팔았다. 사랑이란 말을 너무도 쉽게 주절거렸다. 그렇게 남자와의 사랑이란 거, 하기는 쉬웠다. 그러나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결론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오직 이 남자와 함께 한 세월뿐이었다.’(김수희 소설, S.O.S. 제1권 345쪽에서)

사랑을 할 때에는 오직 사랑만 바라보자. 그래야 사랑이 투명해 보인다. 사랑 이외의 티를 보지 말라. 순수한 사랑은 거울처럼 맑게 빛나는 곳에서 마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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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정>

사랑처럼 힘든 일이 있을까
한 사람을 좋아하고
그의 마음에 매달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흔들리는 갈대에
보이지 않는 정을 실어놓고
바람이 불면
불안한 생각
긴 겨울 밤 잠 못 이루면
세상은 어두운 공간
삭막한 유배지가 된다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진한 감정의 못에서
허우적거리는
연약한 인간의
안타까운 모습을 본다

다시 태어나
똑 같은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사랑이 괴로운 것임을
흐르는 강물 속에
독백처럼 남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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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에서

오늘 밤
당신에게 가고 있어요
낯선 태양을 피해
달빛을 따라 가고 있어요

꿈에서도
당신을 그리며
당신을 사랑하면서
파도를 타고
산을 넘어 가고 있어요

당신에게 닿는 순간
자유를 얻을 거예요
마음껏 포옹할 수 있는
신선한 바람 같은 자유를
가슴 속에 담을 거예요

사랑은 하얀 포물선을 그리며
오래 된 시골길을 걸어요
사랑이 사과나무에 걸려 있고
우리는 사과와 사랑을 함께
가슴 속에 담을 거예요

걸림돌에 걸려 넘어져도
다시 상처 난 발을 털면서
당신을 따라 걷고 있어요
당신만이 구원이라고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면서
익숙해진 달빛을 따라 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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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앞에서>

겨울이 떠날 채비를 한다
강변에서 겨울을 껴안는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가슴속으로 밀려 온다

질식할 것 같은 외로움에서
살 수 있었던 것은
너에게 기댔기 때문이야
그래서 숨을 쉴 수 있었던 거야

그렇다고 사랑했던 건 아냐
서로 위로 받고 위로해 주어
살 수 있게 했던 건
사랑이 아닌 사랑이었던 거지

너 때문에
외로움을 견뎌 낸 나는
너와 일부를 공유하고
아픔과 슬픔을 공감하고
사랑의 허상을 벗어난
하나에 다가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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