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 때문에>
간밤에도 너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은행잎은 더욱 노랗게 변했다
네가 보고 싶어
마음이 그토록 아팠는데
단풍잎은 더욱 빨갛게 빛났다
그리움은 강물에 떨어지고
너의 미소를 떠올리며
가슴에 돌을 달아놓았는데도
앞산은 불타는듯
가을에 빠져들고만 있다
너의 이름이 불꽃에 새겨지고
너의 눈물이 모닥불에 떨어지면서
사랑은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낙엽이 타들어가면서
가을의 향기를 사랑에 뿌렸다
새벽동이 트면서
멀리서도 우리에게 보였다
밤새 쌓았던 사랑의 탑
안개가 걷히면서
또렷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들만의 탑을 보면서
우리는 감격했다
사랑이 숨쉬고 있다
아무리 낙엽이 떨어져도
사랑은 위로 올라오고 있다
사랑의 고백
왜 이렇게 답답할까요
보고 싶어서 그래요
할 말을 못해서 그래요
분명 사랑하고 있어요
우린
정말 사랑하는 거예요
누구보다 보고 싶고
항상 머리 속에 남아있어요
그건 사랑이예요
사랑한단 말 못하고
남 몰래 애태우고
볼 수 없는 안타까움에
눈물만 흘려요
가슴 속에 타오르는 불길은
딱딱한 응어리로 남아요
별을 보면서
사랑을 고백할게요
파도를 보면서
사랑을 약속할게요
두 손으로 받아주세요
우리들의 사랑을
<타인의 심장>
한낮의 증오는 타오르고
낡은 커튼으로 가릴 수 없기에
나그네는 눈을 감는다
열병으로 지친 벌판에
태양은 작열하고
바위 틈새에 핀 악의 꽃들은
봄을 만끽하고 있다
타인의 심장을 이식한 것처럼
박동소리 조차 낯설고
도시의 소음은
거대한 기계소리 같다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눈송이처럼 떨어지며
망각의 강물에 떠내려가고
공원의 시계탑은
정오를 지나 정지해 버렸다
<뜨거운 눈물>
아무리 사랑해도
언제나 남는 빈 공간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똑 같이 남는 그 거리
둘 사이의 공백은
어떻게 채워질까요
우리는 언제 하나가 될까요
타오르는 불길을 끄지 말아요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말아요
뜨거운 불에 마음이 타고
뜨거운 눈물에 가슴이 아파도
우리는 함께 할 거예요
영원한 사랑을 위해
오늘 밤
다시 또 먼 거리에 있어요
하지만, 별을 통해
다시 만날 거예요
보고 싶고, 닿고 싶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두 영혼은
두 개의 별을 통해
서로를 달래고 있어요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도
채워지지 않고
불길은 끝없이 번져도
사라지지 않는
서로를 향한 강렬한 그리움
그 그리움의 밭에
차가운 눈이 내리고 있어요
눈이 소복히 쌓인 숲 속에서
무엇을 찾을까요
무엇을 원망할까요
그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사랑을 확인하면서
먼 별을 보는 것이 우리의
운명인가 봐요
이 밤
나는 꿈 속에서
당신에게 다가가고
당신은 나를
별빛으로 안을 거예요
별이 빛나는 밤에
꿈 속에서의 시간은
아주 소중한
보석이 될 거예요
황홀한 순간에
뜨거운 입맞춤에서
떠날 수 없을 거예요
사랑해요 아주 많이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을 느끼고 있어요
<이룰 수 없는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 앞에서
우리는 고개를 숙였어
운명을 거역하며
사랑을 거부했던
그 시간에 별이 빛났던 거야
목적이 없어도 좋아
방향을 상실해도 길은 있어
그래서 걸었어
밤을 새워가며 걸었어
갑자기 파도가 밀려왔어
그때 시간은 정지했어
무엇 때문에 뜨거웠을까
무엇 때문에 차가웠을까
네가 아니었어도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을 거야
네가 떠났어도
나는 그 자리에 머물렀을 거야
네 가슴 속에는
내 이름이 없었어
네 몸에도
내 흔적은 없었어
아무 것도 없었던 거야
오직 보이지 않는 거품만
하얗고 하얀 물거품만
스치고 지나갔던 거야
그래도 좋았어
너 때문에 울고
너 때문에 웃던
그 날의 빗방울 때문에
내가 젖었어
너도 젖었어
우리 사랑이 흠뻑 젖었던 거야
<하얀 하나>
너를 만나기까지는
긴 사막을 지나야 했다
한낮의 불볕 더위
한밤의 얼음 추위
목마름과 떨림을 겪으면서도
가슴은 기다림으로 설레였다
너를 만나
긴 겨울을 지날 때
우리는 빙하를 건넜다
깊은 겨울 바다 밑에서
꼬옥 껴안고 있을 때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봄이 오는 소리에
두 가슴은 뛰고
먼 산에 아지랑이가 피던 날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얼마나 감격스러웠던가
하나가 하나에 녹아 사라지고
반짝이는 새로운 하나가 떠올랐으니
우리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간 밤에는 별이 빛났다
그리움은 별로 남고
애틋함은 별로 쏟아진다
말이 없어도
보고 싶은 마음과 마음이
서로에게 이어지는 밤
이제는 더 이상 슬프지 않은
하얀 하나를 본다
<사랑한다는 그 말>
당신이 없는 이 밤
너무 외로워요
정말 보고 싶어요
그리움에 눈물이 나네요
왜 이렇게 보고 싶을까요
방금 떠났는데
돌아서면
다시 보고 싶어지는 건
무슨 까닭일까요
당신을 따라 갈 수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울진 않을텐데
보고픔에
눈물 흘리지 않을텐데
기억해줘요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바닷물이 마를 때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사랑이 떠난 자리>
사랑이 길 위에 쓰러져있다
그 위로 눈이 소복히 쌓인다
삶의 긴 여정 끝에 사랑이 지쳤다
숱한 위선과 가식을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피를 토하고 말았다
그 사랑을 따라 눈을 감고 걸었던
우리는 이제 무엇이 되었나
아무 말 없이 눈길을 걸으며
사랑을 멀리 보낸다
사랑은 저 혼자 먼길을 떠난다
허망한 사랑이었지만
그래도 진한 감동을 남겼다
사랑의 애틋한 추억 때문에
한 없이 눈물을 흘린다
아픈 가슴을 쓸어안고
별빛 앞에 무릎을 꿇는다
애절한 사랑이 슬픔으로 남았다
가슴을 가득 채웠던
사랑이 떠난 자리에
처절한 고독이 밀려온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다시 낯선 곳으로
길 잃은 사슴을 따라
숲 속을 헤맨다
가시에 찌려 피투성이가 된 채
신음하면서 허공을 향해
추억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사랑이 붉은 빛으로 채색된 채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불고
사랑이 남긴 상처가 다시 아파온다
<강변에서>
해가 지려고 해
강이 보이는 호텔에서
창밖을 보고 있어
어두워지면
너와 나만 존재해
광활한 우주 속에
다른 사람은 없어
우리는 와인잔을 들고
흐르는 강물 앞에서
하나가 되었어
나뭇가지들이 신음하면서
붉은 상처를 감싸고 있어
오늘 밤에는
순결한 꽃잎을 바칠 거야
하얀 천에 빨간 수를 놓은
작은 순수를 펼칠 거야
<사랑하지 않는 이유>
모든 것을 주었는데
너는 어디에 있는 거야
너 없으면 나는 없는데
너는 어디로 사라진 거야
몸을 주고, 마음도 주었는데
왜 사랑하지 않는 거야?
너의 냉정함이 파도처럼
나를 휩쓸고 가고 있어
사랑을 탓하지 마
사랑이라는 이름을 부르지 마
사랑으로 고독을 이기려 하지 마
너를 사랑해도 외로운 거야
아무리 사랑해도 나는 혼자인 거야
혼자 걸어갈 거야
나 혼자 거친 길을 걸어가야 해
너는 잠시 동행한 거야
동행은 동행으로 끝나는 거야
나를 네 것으로 여기지 마
너로부터 벗어났어
아침 물안개가 거치면
너는 외로움으로 나타날 거야
우리 사랑은 사랑으로 남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