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창>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어

조용한 선율이 흐르고

네가 없는데도

새소리가 들려

 

햇살을 따라가고 있어

강물은 정지하고

감정이 뒤엉킨 시간

너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폭우가 쏟아지고

시야가 완전히 가려지면

사랑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아픔의 빗방울만 고여있어

 

무엇을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어

너 때문에 요동쳤고

사랑 때문에 밤새웠던 나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거야

 

 

<존재의 창>을 쓰면서

 

비가 오는 풍경을 창을 통해 보고,

빗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랑의 파편을

처연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거예요.

 

그러면서 과연

누가 누구를 사랑했던 것인지

기억하려고 애쓰지만,

사랑의 주인공들은 이름 마저 떠오르지 않는 거예요.

 

사랑 때문에,

그 놈의 정 때문에

홍역처럼 앓았던 시간들이

강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어요.

 

모두 창밖의 뿌연 풍경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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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그곳은 가을이었다

붉은 단풍잎들이 내게로 왔다

내가 발갛게 물들어

석양노을을 보고 있을 때

낙조대로 바람이 불어왔다

 

낙엽을 밟고 있었다

사랑이 차곡차곡 쌓인 채

숨을 쉬고 있었다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사랑이 계곡에서 살아났다

 

사랑을 찾아 갔다

내 사랑을 껴안기 위해

연한 안개에 덮힌

대둔산을 올랐다

가을이 산 전체를 덮고 있었다

가을사랑이 산을 껴안았다

 

더 높이 오르고 싶었다

구름이 닿는 곳까지 올라

너의 미소를 보고 싶었다

정상에서 너 있는 곳까지

내 숨결을 보내고 싶었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에서 너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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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말아요>

 

 

어둠이 짙게 깔린 시간

밤조차 길을 잃은 채

비틀거리고 있어

 

그토록 오랜 시간

우리가 만든 탑은 무엇이었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그림자만 손에 붙잡고

울고만 있었던 거야

 

네가 떠나려고 한 건 잘못이야

우린 헤어질 수 없어

어떻게 헤어질 수 있어

가슴이 아파

너무 아픈 거야

 

다시 한번 생각해 봐

무엇 때문에 떠나는 거야

아무 의미도 없잖아

이별은 단지 이별일 뿐이야

 

이미 깊숙이 든 정은

결코 떠나지 않아

잊혀지지도 않는 거야

우리가 소멸할 때까지

두 사람 속에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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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문신>

 

당신 때문에 가슴이 아파요

함께 나누었던 열정을

어디에 묻을까요

진한 가을의 입맞춤은

낙엽 따라 흘러가네요

 

바람소리를 들으며

당신을 생각했어요

비를 맞으며

당신을 떠올렸어요

 

당신을 잡을 수 없어

눈물을 흘려요

허공을 맴도는

당신의 미소가

가슴을 파고 들어요

 

운명일까요

마음을 흔들어놓고

무정하게 떠나간

당신을 잊지 못하는 건

심장에 새겨진

당신의 문신을

지우지 못하는 건

 

별이 보고 있네요

우리의 슬픈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안타깝게 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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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가을 바람이 불면

우리는 낙엽에 덮힌다

수 많은 삶의 색깔들이

눈속으로 들어온다

내 영혼의 색깔을 찾아본다

네 것과 내 것이 뒤섞여

연한 파스텔 색조가 되었다

 

정을 찾아 헤맸던

낯선 도시의 방황 끝에

너를 만났다

그곳은 종착역이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모든 짐을 내려놓는

우리들만의 쉼터였다

 

너는 그곳에 있었다

나를 기다렸던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가로등과 함께 밤을 새우며

목마를 탄 철학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설 수 없었던 걸까

외로움 때문에 비틀거렸던 걸까

우리는 작은 배 안에서

부딪히며 흔들거리고 있었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어떤 아픔도 느끼지 못한 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젠 나목이 되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찬바람이 불어도

더 이상 눈물은 없다

네가 붙잡고 있는 나무에

내가 매달려 있다

누군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

나는 꿈속에서 너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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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장미꽃

 

 

장미꽃이 너무 붉어

가슴이 타들어간다

밤새 쌓였던 외로움이

장미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무엇 때문에 그토록 아팠던가

네가 없어도 살 수 있었는데

네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강물은 저 혼자 흘러갔는데

 

다시 멍한 상태로

구름을 본다

답답한 가슴속으로

진한 꽃향기가 빨려들어간다

그 안에서 슬픔과 뒤범벅이 되어

거친 숨을 내뿜는다

 

오래 된 사랑이 흐트러진다

강가를 따라 어디론가 사라진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사랑을 상실한 채 돌아선다

 

나는 다시 벤치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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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울지 마라>

 

 

가을에는 울지 마라

가을에 울면 사랑이 아프다

 

꿈속에서처럼

너의 모습은 희미하고

네 미소가 연하게 보일 때

나는 다시 낙엽을 밟는다

 

눈이 부시게 진한 노란잎

그 위에 사랑이 누워있다

오랜 침묵에 지친 사랑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까칠한 단풍잎 사이로

철새가 떠났다

햇볕 조차 볼 수 없도록

무성했던 한 여름이 남긴

전설 같은 사랑을 냉소하며

새는 멀리 떠나갔다

 

사랑의 흔적이

숨을 쉬고 있다

힘겨운 날갯짓을 기억하며

바람에 글씨를 쓴다

사랑을 전해주던 언어들이

뒤엉켜 몸부림칠 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나뭇잎들이 떨어져

빗물에 젖는다

잃어버린 사랑이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낸다

 

나무들은 잠들지 못하고

나도 함께 지새는

가을의 밤이다

바람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감춘다

 

가을에는 울지 마라

가을에 울면 사랑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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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젖은 접시꽃>

 

오늘 보고 싶었어

아주 갑자기

진한 그리움이 찾아온 거야

 

참을 수 없고

기다릴 수 없었어

눈물까지 흘렀어

그래서 찾아간 거야

너를 보려고

너를 안으려고

 

빗물이 내렸어

비를 맞으며 창가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비에 젖은 상처가 아물지 않아

우리는 너무 아팠어

견딜 수 없을 만큼

일어설 수도 없을 정도로

 

이제 알았어

얼마나 사랑했는지

눈을 감고 따라갔던 그 길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미련 때문에 가슴 아파도

잊지는 않을 거야

잊혀지지도 않을 거야

사랑했으니까

목숨만큼 사랑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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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는 길>

 

 

사랑했다면 무언가

흔적이 남아야 한다

진정 사랑했다면

모든 것을 바쳤어야 한다

 

유월의 폭염

그것은 내가

네게 쏟았던 열정이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산곡의 가는 솔바람

가랑잎이 구른다

낙엽 밟는 그곳에서

너의 발자국을 찾는다

 

돌아서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다시 볼 수 없는 아쉬움에

애정으로 그린

너의 슬픈 미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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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는 길>

 

 

당신을 만난 것이

너무 마음 아파요

당신을 만나 정든 것은

너무 가혹한 거예요

 

이젠 돌아설 게요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혼자 짊어지겠어요

사랑의 무게를

혼자 감당하겠어요

사랑의 고통을

당신에게 안기지 않겠어요

 

사랑이 이처럼

힘든 줄 몰랐어요

그냥 좋아했어요

그냥 사랑했어요

그러면 되는 줄 알았어요

 

이젠 돌아설 게요

당신을 위해서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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