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서>

 

 

물안개가 자욱했어

너에게 가는 길에는

촉촉이 젖은 꽃잎들이

가슴 속을 파고들 때

작은 새가 둥지를 틀었어

 

주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받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바람 때문이었어

빗물에 젖은 침묵이 무거웠어

 

작렬하는 태양 아래

언어의 그림자는 찾지 못한 채

동행은 낯선 의미로 다가왔어

그래도 마음은 마음으로

달빛을 밤새 걸었어

 

왜 이렇게 보고 싶을까

그리움은 그리움에서 그치지 않아

창밖에 빗물이 뿌려질 때

찻잔 속으로 눈물이 가라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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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으니까

 

깊어가는 가을 밤

당신의 미소가 떠오르면

나는 한줄기 바람이 되어

저 강을 건넌다

우리가 하나가 되어

꿈을 꾸고 있었던

풀밭에는 밤이슬이 내린다

 

한 동안 눈물을 흘렸다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서도

사랑의 끈을 놓지 못하고

눈을 맞으며 서 있었다

아무리 울어도

타오르는 불길은 꺼지지 않았다

 

풀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당신의 속삭임이 들린다

나를 사랑하느냐는 물음에

말없이 끄덕이던 당신은

날지 못하는 날개로

처절한 몸짓을 한다

 

소중히 간직했던

우리들의 낡은 편지에는

눈물 자국만이 남겨져 있고

사랑했던 만큼

아픔은 깊이 새겨졌다

 

다시 가을 앞에서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밤이 메아리를 울려주면

우리 사랑은

가쁜 신음소리를 내며

내게로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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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못한 건>

 

너를 기다리는 시간

호수에는 눈물이 흘렀다

물안개 자욱한 새벽

작은 새가 조용히 밤을 새웠다

 

사랑하지 못한 건

사랑할 수 없어서다

이루지 못한 건

이룰 수 없어서다

 

새는 절벽으로 추락한다

붉은 꽃잎들이 함께 떨어진다

그곳에는 신음소리도 없다

빗물만이 아픔을 참는다

 

사랑한다는 말을 못한 건

너무 아파서다

떠난다는 말도 못한 건

끝내 떠날 수 없어서다

 

새는 보이지 않는다

너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호수에는

낯선 침묵만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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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떠난 시간>

 

 

호숫가에 물안개가 피었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안개 속에서 눈을 감고

너를 찾았어

너의 마음을 잡으려했어

 

물 위로 떨어지는 벚꽃

그건 호수의 눈물이었어

너 때문에 흘리는 아픔이었어

너 때문에 보내는 슬픔이었어

 

안개가 걷힐 때

모든 것은 사라졌어

밤새 비를 맞았던

빛바랜 기억들도 잊혀지고

진한 외로움마저

물새가 앗아가버렸어

 

이젠 괜찮아졌어

새벽 기차가 떠날 시간이야

그곳에서 이름 없는

승차권을 철로에 던지고

나는 허공을 응시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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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실(喪失, forfeiture)

 

 

너와 걷던 길이 사라졌다

길가 봄꽃도 보이지 않고

앞산 아지랑이도 가려졌다

 

너 없는 길은 길이 아니다

봄 없는 꽃은 꽃이 아니다

 

안개가 자욱할 때

그곳에 호수가 있었다

물가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너를 닮았다

안개가 걷히자

새는 남쪽으로 떠났다

 

너와 만든 기억이 망각되었다

하얀 스크린에 까만 점 하나

점점 클로즈업 되면서

크고 작은 의미들이 겹친다

 

세월이 낙엽 따라 흐른다

비가 내리는 벤치에서

눈물에 젖은 편지를 읽는다

힘든 잉태를 이어

가벼운 상실이 선을 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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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소나타>

 

 

작은 정원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밤하늘에는 별이 쏟아진다

달은 구름을 타고 흐르고

베토벤의 월광소나타가 울려퍼진다

 

꽃잎이 수은등 아래서

눈꽃처럼 날리고 있다

초원을 달리는 얼룩말 무리 가운데

초라한 존재의 그림자가 비친다

 

아무런 말이 없어도

언어는 언어도 이어진다

차가운 숨결조차

거친 호흡을 억누른다

 

달빛이 차다

가슴 속을 파고 드는

너의 손길을 받아들이려

옷깃을 풀어헤친다

 

알 수 없는 슬픔이 몰아치고

보이지 않는 바다에는

광풍이 인다

하나가 하나 되는 시간

삶은 잉태되었다가

작렬하는 태양 아래 소멸한다

 

<후기>

 

새벽에 잠이 깼다.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듣는다.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서

시를 썼다.

그래서 제목이 <월광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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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것>

 

 

사방이 고요해서 한없이 가라앉는 밤

무엇을 더듬고 있는지 모른다

캄캄한 동굴에서 비취는 한 줄기 빛

그곳에서 적막을 깨는 음성이 들린다

 

우리가 걸었던 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가냘픈 풀잎의 뿌리에도

작은 비밀의 암호가 있었다

 

갑자기 말을 타고 달린다

오랜 시간 침묵이 흐르고

무가치한 사랑을 버리고

소중하게 껴안은 바람

빗물에 젖은 편지가 짓밟힐 때

차가운 기억은 되살아난다

 

존재는 부존재로 부각되고

아픔은 슬픔으로 각인된다

초록이 단풍으로 변해

봄비가 눈보라로 달라질 때

이성은 사라지고

감성이 뒤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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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춤을>

 

 

봄날이 간다

꽃잎이 마지막 광란의 춤을 춘다

벚꽃이 물 위에 떨어진다

아픔을 견디지 못해 신음소리를 낸다

 

피아노 건반이 떨린다

사랑이 멜로디를 따라 흐른다

허망함이 어둠을 덮고

고독이 몸부림친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여가수의 높은 고음을 따라

인생을 음미한다

남가수의 낮은 저음을 따라

삶을 뒤엎는다

 

무엇이 그토록

우리를 아프게 했던가

어디에서 불어온 바람이

우리를 슬프게 던가

 

이제 사랑은 없다

허망한 사랑 앞에서

무서운 폭풍이 분다

이제 아무 것도 없다

더 이상 사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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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봄날의 맑은 햇살 아래

말을 타고 달린다

지평선이 보이지 않는다

뒤에는 네가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바람 때문에 눈을 뜰 수 없다

달리는 말에 몸을 맡긴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오직 말만이 알고 있다

 

너는 바람에 속삭인다

지금 이 순간

무척 행복하다고

너의 체온이 느껴진다

뼈속까지 파고드는 정

그 정 때문에

온몸에 전류가 흐른다

 

지친 말이 정지한다

낯선 오아시스에서

사랑을 샘물에 적신다

하나가 된 것일까

어두움이 빛처럼 내리면

우리는 깊은 잠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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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질 때>

 

 

꽃이 졌다

봄날처럼 없어졌다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꽃이 진 자리에

눈물이 떨어진다

꽃잎이 눈물에 젖는다

꽃잎도 같이 눈물을 흘린다

 

그렇다고 잊혀진 건 아냐

아주 사라진 것도 아냐

그냥 꿈을 꾸는 거야

꿈속에서 너를 만지고 있는 거야

 

꽃은 다시 피지 않아

꽃잎도 빗물에 젖지 않아

아픈 가슴만 벌거벗은 채

슬픈 몸뚱아리만 외투를 걸쳤어

 

서럽게 봄날이 가는 거야

진한 상처만 남기고

밤새 신음소리를 냈어

오랜 기억 때문에

그놈의 정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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