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는데도, 가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저런 일로 바빠서 그랬다. 그래도 가슴 속에는 내가 좋아하는 가을, 마음껏 눈물을 흘려보고 싶은 가을, 그래서 꼭 껴안고 싶은 가을을 떠올리고 있다. 저 멀리서 구름이 밤하늘을 가르고 있다.


2학기에 들어서 지금까지 세 번째 강의를 했다. 오늘 어느 학생에게서 이메일을 받았다. 이메일이란 참 편리하고 유용한 도구다. 교수와 학생 사이에 쉽게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매체기 때문이다. 나는 그 편지를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저는 교수님의 형법각론 월요일 3시 수업을 듣고 있는 1학년 000입니다.

제가 이렇게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교수님의 수업방식이 탁월하고 효과적이라는 확신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그리하여 앞으로도 교수님의 이와 같은 수업방식이나 철학이 변함없이 계속되어 저의 후배들에게도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메일을 띄워 보냅니다.

솔직히 형법각론이라는 과목에서 처음으로 법학이란 과목에서 부드러움이랄까 어떤 좋은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1학기 때 형법총론을 공부할 때나 민법총칙, 법학개론 등을 공부할 때 느꼈던 막막함 같은 것이 교수님의 수업에서는 사라지고 "한번 해 보자. 공부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1학년을 데려다 놓고 논술형이다 약술형이다 시험양식도 알지도 못하고 들어보지도 못한 무지한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방대한 양의 시험분량을 주고는 시험을 쳤기 때문에 법학에 대하여 꼴도 보기 싫을 만큼 어려워하는 마음이 많았지만 차근차근 저희들의 지식과 경험의 분량을 예상하셔서 법학에 대하여 흥미를 가지게 해주시려는 교수님의 배려가 느껴져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처음이라 아는 것이 없어 답답하시기도 하시겠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저희들을 끝까지 법학이라는 딱딱한 학문을 새로 보고 그에 흥미를 갖도록 많은 조언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부성 립서비스로 비춰질까 두려운 가운데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시험에 붙는 것이원급제처럼 신분의 급상승을 의미할 정도로 힘들던 시절 합격하셔서 검사로 지내셨던 분에게 그러한 시절의 거들먹거림이나 교만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겸손한 언행에 존경을 표합니다.

앞으로 저 또한 성실한 학생으로 맡은바 학업에 충실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편지를 보면 우선 참 잘 썼다는 인상을 받는다. 매우 짜임새 있고, 하고 싶은 말을 간결하게 정리해 놓은 것이다. 물론 교수에게 보내는 학생의 입장에서 가급적 좋은 말, 듣기에 기분 좋은 용어를 선택해서 쓴 것 같기는 하다.

 

학생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편지를 받으면, 내가 실제 그에 미치는지 못미치는지를 떠나서 교수로서의 위상이 어떠해야 하는지, 학생들이 교수를 주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서 언행에 더욱 조심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메일을 받고,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인 수업이 될 것인지 더 연구해야겠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고, 앞으로 진로에 도움이 되게 할 수 있는지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나 스스로 강의경험이 많지 않아 부족한 것이 많은 상태다. 수업시간에 졸지 않고 집중해서 듣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더 열심히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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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성애의 실종

 

                                                       가을사랑

 

 

사람과 동물에 있어 공통점은 강한 모성애라고 할 수 있다. 동물도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다. 자식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해 강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도 잊는다. 그건 본능이다. 그런 본능 때문에 동물의 세계에서는 번식과 종족보존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식에 대한 애정 때문에 죽음도 불사한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으면 그 자식의 무덤은 부모의 가슴 속에 형성된다. 부모는 살아도 평생 먼저 간 자식이 눈에 밟혀 고통을 받고,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점차 삭막해지는 인간성은 자기 자식에 대해서조차 아주 비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분만 직후의 영아를 갖다 버리는 산모가 있고, 아이에 대한 깊은 배려 없이 이혼하기도 한다.


심지어 바람을 피다가 자기 자식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가 아이를 숨지게 만든 어머니도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안타까울 뿐이다. 정말 사후에라도 죄의식을 느껴야 하는데 얼마나 마음이 돌처럼 딱딱해진 상태인지 궁금하다. 물론 당황해서 그런 일을 저질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문제는 결코 법으로만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급격하게 변해가는 물질만능사회,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관계에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은 상실되고, 모든 것이 개인의 이익과 행복 추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개인의 존엄과 가치는 너무 강조되고 있고, 타인과의 조화와 타인에 대한 배려를 기초로 하는 공동체의식과 윤리관은 실종되고 있다. 추상적인 국가 사회의 이념과 가치는 그때 그때 필요하면 사용되는 장식물에 불과하다. 

 

정치인들은 집단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가식적이며 표변하는 행태를 보이고, 현란한 언어의 유희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경제인들은 살아남기 힘든 국내외적 경쟁 속에서 비굴한 눈치를 보이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흐름에 무관심하면서 자신이 속한 영역에서 교만함을 보이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인터넷 매체를 통해 개별적인 의견을 표출하고 있기는 하나, 대답없는 공허한 메아리만을 체험하고 있는 듯하다.

 

정치는 실망스럽고,경제는 위기위식을 느끼게 만들고, 매일 일어나는 사건사고 내용은 불안감과 분노를 일으키게 만든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른 이해관계와 생각을 가지고 뒤섞여 살고 있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아닐까 생각하면 다소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결코 이런 상태로 계속 가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조금이라도 인간적인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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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학기 세 번째 강의를 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입장은 사실 절실하다. 졸업하면 국가고시도 보아야 하고, 취직도 해야 한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보다 깊이 있는 공부도 해야 한다. 외국에 유학도 가야 한다. 이런 입장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법학강의는 가급적 충실하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제대로 준비해서 열심히 해주어야 한다.


강의를 3시간 한 후 몇몇 학생들과 강의내용 및 방향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학생들의 솔직한 의견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런 의견을 참고로 해서 앞으로 강의방향을 약간 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나중에 먼 훗날 내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여기에 옮겨놓기로 했다.


형법각론 수강생 여러분께!

학생 여러분, 강의를 듣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오늘 세번째 강의를 했습니다.

몇 사람이 결석을 했지만, 참석한 학생들은 한 사람도 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는 강의를 준비할 때, 그리고 강의를 할 때 아주 행복한 심정입니다. 조금이라도 제 강의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교 다닐 때의 기억과, 사법시험 준비를 할 때의 외롭던 심정, 그리고 검사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법률지식의 필요성, 실용성 등을 생각하면서 학생들이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느 정도 깊이 있게 이해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형법각론에 얼마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하면서 강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행이 학생들이 지루해 하지 않고 조금 도움이 된다고 하여 더욱 용기와 자신을 가지고 강의에 임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조금만 방향을 잡고, 교수들이 제대로 가이드만 해 주면 모두 법을 제대로 공부하고,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할 자질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이번 학기에 저는 좀더 열심히 준비하고, 앞으로는 가급적 쓸데 없는 잡담을 안 하고, 내용에 있어 충실한 강의를 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강의가 끝난 후 몇몇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었는데, 일부 학생들이 객관식 시험으로만 출제하면 1학년 학생들이 손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일단 중간고사에는 약속한 대로 모두 객관식으로 출제하고, 출제범위는 강의한 범위에서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략 40문제 정도로 하고, 사법시험 1차 객관식 시험보다 약간 쉽게 출제할 예정입니다. 그런 다음 그 결과를 보아 변별력이 있는지, 정말 저학년 학생들에게 불리한 것인지 여부를 제대로 분석하여 기말고사 때 방향을 다시 정하겠습니다. 이에 관한 여러분들의 좋은 의견을 제 이메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일부 학생의 의견이 가급적 판례의 양을 늘려달라는 건의가 있어 받아들여 판례의 공부양을 조금 늘리겠습니다.

현재 어떠한 위치에 있던 여러분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형법공부시간을 통해 우리 모두 화이팅 하면서 보람있는 대학생활을 하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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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박이야기


                                                               가을사랑

 


도박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박은 재미 있기 때문에 일단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됩니다. 단순한 게임도 승부를 가리는 것이면 긴장감과 스릴을 느끼게 합니다. 돈까지 걸면 게임의 재미는 더욱 증가합니다.

 

게임은 기술과 능력을 겨루는 시합을 의미하고, 도박은 금품을 걸고 승부를 다투는 것을 말합니다. 예전부터 고스톱, 포카, 바둑내기, 골프내기 등 수많은 유형의 도박이 성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웹사이트 분석기관인 랭키닷컴에 의하면 온라인 고스톱과 포커게임의 경우 하루 약 15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도박 관련 산업은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복권, 사행성 게임 등을 합하면 연간 35조원이나 됩니다.


도박은 인간의 승부 근성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결코 없앨 수 없는 필요악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도박을 적당히 재미로 하지 않고 중독되면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오게 됩니다. 돈을 잃으면 본전을 찾기 위해 빚을 내서라도 매달리게 됩니다. 돈을 따면 그 맛에 계속 딸 것으로 착각하고 더 하게 됩니다. 

 

결국 도박에 중독되고 재산을 탕진하며 패가망신하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하게 됩니다. 이처럼 도박은 근로의욕을 상실시키고 일확천금의 허황된 가치관을 갖게 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런 이유로 법은 재물을 걸고 도박을 하는 행위를 도박죄로 형사처벌하고 있습니다. 형법은 일시적인 오락에 불과한 단순도박의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지만, 그 이외에는 범죄로 처벌하고 있으며 특히 상습도박죄와 도박개장죄는 무겁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국제화 시대가 되면서 거액의 도박사건, 교묘한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끌어들여 금원을 편취하는 조직적인 사기도박사건, 미국이나 마카오 등지에서의 해외원정도박사건 등이 많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사기도박의 경우, 승패가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속이는 사람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므로 겉으로만 도박이지 실제는 도박이라고 할 수 없어 사기죄로 처벌되는 기망행위인 것입니다. 사기범에 속아 돈을 따려다가 돈을 잃은 사람은 도박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나 도박죄의 경우 미수범은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사기피해자에 불과합니다. 


최근에 수사대상이 되고 있는 바다이야기사건과 같은 사행성 게임업은 이른바 슬럿머신이라는 이름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일반화되면서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사행성 기구에 의한 도박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 사행행위의규제및처벌특례법과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 등의 특별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사행행위규제및처벌특례법은 건전한 국민생활을 저해하는 과도한 사행심의 유발을 방지하고 선량한 풍속을 유지하기 위하여 사행행위 관련영업의 지도와 규제 및 사행행위 관련영업 외의 사행성 기계 기구 등으로 사행행위를 하는 자등에 대한 처벌특례에 관한 사항을 규제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습니다.

 

사행행위영업에는 복표발행업, 현상업, 기타 사행행위업이 있으며, 영리를 목적으로 회전판돌리기 추첨 경품 등 사행심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기구 또는 방법 등에 의한 영업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영업을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사행행위영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고, 영업의 방법 및 당첨금에 관하여 필요한 사랑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동법에 위반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은 게임물을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및 기기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게임물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2006년 7월 5일부터 8월 27일까지 불법 사행성 게임을 집중단속하여 14,411건의 불법 사례를 적발하였고, 그중 1,657명을 구속하고, 32840명을 불구속입건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불법게임 제작 유통업체 본사 관계자들과 성인오락실 및 성인 PC방 업주들은 전원 형사입건했고, 그 중 여러 차례 위법사실이 적발되는 등 혐의 내용이 무거운 피의자들은 구속했다고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행정처분도 병행하고, 불법영업에 사용된 게임기와 PC는 압수했습니다. 


사행성게임업자들은 게임기에 시상금을 높이는 연타기능과 미리 알려주는 예시기능 등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기계를 불법 개조해 사행성을 높이고, 환전소를 통해 손님들에게 제공된 5천원 상당의 상품권을 현금 4,500원으로 교환해 주는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얻는 행위를 하였다고 합니다. 사행성게임비리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은 업주들에 대해 횡령 및 비자금조성 등의 혐의를 밝히고, 게임기 제작 판매업체의 범죄수익 환수에 나서고 있습니다. .    


그동안 사행성 게임업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 것은 정부가 세수 확보 등의 목적으로 사행성업종을 허가하고 성인경품용 상품권 발행을 인증제에서 지정제로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업자들은 사행성 게임기를 불법적을 개조하여 사용함으로써 사행성을 높였고 상품권을 변칙사용하였습니다. 

 

또한 사행성 오락실의 폐해가 심각해지는 것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검찰이나 법원에서 비교적 가볍게 처벌했던 경향도 없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정부에서는 이러한 사행성 성인게임영업을 철저하게 단속함으로써 일반 국민들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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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의 부지


                                                          가을사랑


최근 인터넷에 댓글을 단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처벌하지 않고 있던 관행에 대해 갑자기 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게 된 것이다. 물론 처벌의 근거법규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고,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악플에 대한 처벌이 된 사실이 언론에 홍보되기도 했다.


악플의 부정적 영향은 대단히 크다. 그로 인해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명예훼손도 적지 않다. 한 인간의 인격이 완전히 매도 당하고, 시간이 가도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피해자는 법에 호소하고 법은 이를 조사하여 처벌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인터넷을 이용한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았고, 재판에 회부되기도 했다. 많은 사안에 있어서는 벌금으로 처리가 되고 있다.


문제는 법을 잘 모르고 다른 사람들이 많이 악플을 달고 지금까지 별로 심각성이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갑자기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사람들의 입장이다. 그중에 많은 사람들은 대학생이거나 젊은 사람들이다. 형사처벌을 받게 됨으로써 장차 공무원이 되거나 취업을 하는데 지장을 받을 위험성도 있다. 그래서 검찰에서는 기소유예처분을 하거나 가벼운 벌금으로 구약식기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정부에서 이런 악플에 대해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인터넷사용문화를 개선시킬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언론에서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내용으로 기사를 써서 독자들이 그에 대한 악플을 쓰도록 유도해서는 안 된다.


법의 무지로 인한 행위에 대해 수사기관 및 재판기관에서 충분한 법적 고려를 해야 하며, 앞으로 인터넷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배가되어야 된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현재의 사회적 관행을 참작하여 무차별적인 형사고소를 할 것이 아니고, 사전에 형사고소할 것임을 고지하여 경각심을 준 다음 그래도 계속하면 형사고소하는 등의 배려를 하는 것이 인간적인 처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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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악한 심성의 한계는 없는가? 사람이 본래 선한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는가, 아니면 악하게 태어나는가 하는 성악설과 성선설의 논쟁이 오랫동안 있었다. 


오늘날에는 어느 한쪽에 취우치기 보다는 개인에 따라 유전적 기질의 차이를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성장하면서 가정 분위기, 교육, 환경,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에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고 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여자의 얼굴에 염산을 뿌리는 행위를 하는 것은 매우 악한 성격이 표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초범인 경우 자신의 범행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의 경우에 17세의 가해자는 염산을 얼굴에 뿌려 화상을 입게 하면 피해자가 평생 얼마나 비참한 상태에서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을 충분하게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타난 범죄의 결과는 아주 심각한 것이다. 앞으로 치료결과와 성형수술의 효과가 어느 정도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염산을 얼굴에 뿌리는 행위는 피해자의 눈을 멀게 하거나, 안면에 치명적인 흉터를 남겨서 평생 심각한 외모컴플렉스의 정신적 고통을 받게 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날이 갈수록 흉악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범죄의 수법도 지능화되고 잔인해지고 있다. 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 게임 등의 영향도 있다.


정부에서 그동안 강력범죄의 대책을 세워 시행하고 있지만, 어쩐지 미흡해 보인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범죄와 비행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연구도 하고 대책도 수립시행해 오고 있으나, 더 과학적인 대응방안이 마련되어 할 것이다. 


물론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사전에 청소년들이 심각한 비행에 나아가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 순화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범죄를 저지를 개별적인 청소년들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형사처벌과 함께 교화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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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판례 해설


                                                            가을사랑


제목 : 알박기에 대한 형사처벌의 위헌성 여부


사건 명


헌재 2006. 7. 27. 2005헌바19

형법 제349조 제1항 위헌소원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토지소유자로서 A 건설회사에서 아파트 건설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청구인 소유 토지를 제외하고는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당시 평균매매가 보다 36배 비싸게 매도하여 25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득함으로써 형법 제349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청구인은 제1심 재판계속중 형법 제349조 제1항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고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반되므로 위헌이라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부당이득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349조 제1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 및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유


가. 형법 제349조 제1항이 지닌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 작용에 의하여 충분히 보완될 수 있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형법 제349조 제1항은 상대방의 곤궁한 점을 고의로 이용하는 등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은 방법을 사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지나치게 부당하게 많은 이익을 얻은 경우에 한하여 극히 예외적으로 국가가 개입하도록 하고 있으며, 형벌의 정도에 있어서도 행위자의 구체적인 행위의 불법정도에 상응한 형벌을 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판례평석


알박기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


종래 아파트재개발사업 사업부지 내에 있는 토지에 대해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이 자신의 토지를 빼고는 사업추진을 할 수 없다는 약점을 이용해서 지나치게 비싼 값에 팔아 부당이득을 챙기는 사례가 많았다. 사업추진을 하는 입장에서는 전체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되어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므로 하는 수 없이 토지소유자에게 현저하게 부당한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법원에서는 이러한 알박기행위자에 대하여 구체적인 사안의 내용에 따라 형법 제349조 제1항을 적용하여 부당이득죄로 형사처벌하고 있다.


형법상 부당이득죄의 성립요건


형법 제349조 제1항은 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폭리행위를 형사처벌하고 있다. 부당이득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① 상대방이 궁박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②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여야 하며, ③ 이익을 취득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였을 것을 요한다.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은 구체적 사정에 따라 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부당이득죄의 처벌조항에 대하여 본 사건에서 헌법위반 여부가 문제되었다.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은 형벌법규에 범죄와 형벌이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즉, 범죄의 구성요건은 가능한 한 명백하고 확장할 수 없는 개념을 사용하여야 하며, 일반인이 법률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가 무엇인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법원도 처벌법규의 입법목적이나 그 전체적 내용, 구조 등을 살펴보아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이 이해와 판단으로서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 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 해석기준을 찾을 수 있다면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판 2002. 7. 26. 2002도1855). 헌법재판소도 부당이득죄에 있어서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였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추상적 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사회통념 또는 건전한 상식에 따라 구체적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런 취지에서 형법 제349조 제1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헌법 제10조에 포함된 계약의 자유, 헌법 제23조가 보장하는 재산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제한될 수 있으며, 또한 헌법 제119조 제2항에 따라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 등 경제에 관한 공익을 위하여 법률상 제한될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이 법률상 제한을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기본권 제한입법의 한계를 준수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제하고 있는 대상인 폭리행위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고, 폭리행위는 단지 현저히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결과의 측면 뿐만 아니라, 행위의 측면에서 있어서 그러한 이익취득이 정당한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상대방의 궁박상태를 이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아 단지 폭리행위로 인하여 초래된 불균형한 재산상태를 시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이러한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인 반사회적인 행위로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부당이득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조항은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어


그동안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이 되었던 속칭 알박기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에 관하여 법원에서는 점차 부당이득죄로 처벌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런데 이번에 알박기를 처벌하는 형법 부당이득죄 규정에 대한 헌법위반여부의 소원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결정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과 사적자치의 원칙의 의의와 범위, 그 한계에 관하여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 또한 알박기라는 재개발사업에 있어서 해묵은 사회적 폐해에 대한 형사처벌근거법규인 형법 제349조 제1항의 부당이득죄의 합헌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결정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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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범 상호간의 말맞추기


                                                       가을사랑


“최 사장님, 제가 작년에 받았던 돈 3천만원은 빌려 썼다가 다시 돌려드렸던 것이라고 진술해 주세요.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그렇게 해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구속되고 파면되어 인생이 끝납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김 과장님, 알았습니다. 과장님께 제가 무이자로 빌려 드렸던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공무원을 다치게야 하겠습니까? 과장님에 대한 의리는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전혀 걱정 마십시오.”


구청 건축과장인 김 과장은 건물을 신축하는 최 사장에게 건축허가를 내 주는 과정에서 뇌물로 3천만원을 받았습니다. 최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 직원 중 한 사람이 퇴직한 후 앙심을 품고 검찰에 회사 비리를 제보하여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최 사장이 회사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고, 그 비자금 사용내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구청 건축과장인 김 과장에게 3천만원이 건네진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와 같은 검찰 조사내용을 알게 된 김 과장은 최 사장을 은밀하게 만나  부탁을 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뇌물이 아니고, 단순한 대차관계로 말을 맞추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김 과장은 최 사장에게 받았던 돈 3천만원을 돌려주고 차용증과 반환영수증 등을 날짜를 소급해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최 사장이 구속되고 검찰에서 회사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여 탈세 등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되자, 최 사장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김 과장에 대한 돈 3만원도 뇌물로 준 것이라고 실토하기였습니다. 그런 다음 검찰에서 뇌물공여사실을 자백했다는 내용을 김 과장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최 사장은 자신이 불가피하게 자백했고 검찰에서 김 과장을 구속할 것 같으니 일단 도피해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김 과장은 검찰조사를 피해 도피했습니다. 이런 경우 최 사장과 김 과장은 법적으로 어떠한 책임을 지게 될까요?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었던 사람이 수사를 받게 되면, 공무원은 뇌물공여자와 서로 말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돈을 주고 받은 사실 자체를 은폐하려고 합니다. 뇌물을 현금으로 준 경우는 더욱 그렇고 수표로 준 경우에도 계좌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에 증거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돈을 주고 받은 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금품수수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돈을 주고 받은 사실은 있었으나, 그것은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단순한 대차관계였다고 주장합니다. 마지막까지 사건 청탁은 없었다고 하면서 직무관련성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뇌물공여자도 함께 형사처벌될 뿐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에서 공무원으로 하여금 처벌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버티기 때문입니다.


공무원인 김 과장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돈을 받았으므로 수뢰죄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수뢰금액이 3천만원이므로 김 과장의 경우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5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이러한 특가법 규정은 2005년 12월 29일 개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최 사장은 형법 제133조 제1항에 의해 증뢰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최 사장이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뢰죄를 범한 김 과장으로 하여금 도피하라고 권유한 사실이 범인도피죄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됩니다. 형법 제151조 제1항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 과장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수뢰죄를 범한 사람이며, 범인도피죄에서 범인이라 함은 혐의를 받고 수사가 진행중인 자도 포함되며, 도피하게 한다는 것은 관헌의 체포 발견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므로 최 사장의 행위는 범인도피죄에 해당합니다. 범인 자신의 도피행위는 구성요건해당성이 없어 처벌되지 않으므로 김 과장이 피신하는 것은 범죄가 되지 않습니다.


최 사장이 자신의 증뢰죄의 증인이 될 수 있는 공무원인 김 과장을 도피시키는 것이 증인도피죄에 해당하는지고 문제됩니다. 형법 제155조 제2항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을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증인도피죄에서 말하는 증인에는 수사기관에서 조사하는 참고인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다수설입니다. 그러나 증인도피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을 도피시켜야 성립하므로, 자기의 사건에 관한 증인을 도피시키는 것은 처벌되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증인이 될 사람을 도피하게 하였다면, 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을 도피하게 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판 2003. 3. 14. 2002도6134). 따라서 최 사장은 증인도피죄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김 과장이 자신의 뇌물사건에 관하여 공범인 최 사장과 말을 맞추려고 한 행위가 처벌대상이 되는지가 문제입니다. 공범 상호간에 말을 맞추어 범행을 부인하는 행위 자체는 처벌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끝으로 최 사장과 김 과장이 뇌물죄를 은폐하기 위하여 날짜를 소급해서 차용증과 영수증을 작성해 놓은 행위는 증거위조행위에 해당하여 증거인멸죄가 될 수 있으나, 뇌물죄가 필요적 공범으로서 두 사람 모두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는 것이므로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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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인참여


                                                     가을사랑


7월과 8월 조사시 변호인참여를 여러 번 했다. 오랜 시간 옆에서 앉아 조사하는 모습, 조사받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그러면서 변호인참여제도의 문제점을 생각해 보았다.


우선 변호인의 좌석배치가 문제다. 피의자의 뒤에 앉게 되는데 진술하는 피의자의 얼굴표정을 볼 수 없다. 옆에 앉아도 마찬가지다. 바로 옆에 앉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사와 피의자는 서로 마주 보고 있기 때문에 변호인은 중간 옆으로 좌석을 배치하면 어떨까 싶다. 그러면 검사와 피의자를 옆에서 동시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변호인은 피의자에게 아무런 말도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조사에 관여해서도 안 된다. 그냥 가만히 조사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별 도움이 안 된다. 피의자의 답변을 도와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변호인과 상의해서 답변할 수 있도록 해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의 제도는 나중에 조서작성이 끝난 뒤에 조서의 내용을 변호인이 읽어보고 제대로 작성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한 다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을 뿐이다.


조서열람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피의자 혼자서 조서를 열람하고 수정 보완을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변호인은 조서의 내용에 대해 피의자와 상의하고 수정 보완을 하는데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건 아주 잘못된 일이다. 어차피 조사과정이 녹음 녹화가 되어 있지 않다면 질문과 답변 내용을 검사가 임의로 정리하여 작성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질문한 내용과 실제로 답변한 내용이 꼭 그대로 조서화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것을 나중에 참여한 변호인이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조서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보충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피의자에게 매우 불리한 결과가 된다.


변호인참여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제도의 취지가 무엇인지 조차 확실하게 인식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더군다나 일부 검사들은 변호인참여를 허용하면서 마치 무슨 특별한 은전을 베푸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다. 피의자의 인권침해를 막고, 형사소송절차상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검사의 은전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변호인참여권을 보다 강화함으로써 검사의 불법수사, 자백 및 진술강요, 유도신문, 수사권남용, 프라이버시침해 등의 폐단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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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


                                                                 가을사랑


같은 학교 친구를 흉기로 찔러 죽인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던 고등학교 학생이 경찰 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돼 법원에서 무죄선고를 선고받고 풀려났다고 한다. 이 사건의 수사 및 재판진행상황을 돌이켜 보면 몇 가지 교훈이 있다.

 

첫째,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의 책임이 무겁다는 것이다. 아무리 민주사회를 자처하고 있고, 수사과정의 적법절차를 강조하고 있어도, 실제로 수사과정은 일반 국민에게 무섭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수사를 당해 본 사람은 그것을 육감적으로 느끼게 된다. 죄가 있던 없던 간에 조사를 받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엄청나게 위축되어 있다. 수사관의 눈치를 보게 되고, 주눅이 들어 제대로 자기방어를 하지 못한다. 심리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어, 제대로 기억도 해내지 못하고,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지 못한다. 당황해서 불합리한 표정을 지어 수사관의 선입관을 더욱 강하게 굳히기도 한다.

 

그래서 경찰관이나 검사는 이러한 피의자의 심리상태나 의식을 고려해서 억울한 혐의를 씌우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공익에 부합하는 직무집행의 태도다.

 

둘째, 수사기관은 살인죄와 같은 중한 범죄에 대한 수사에 있어서, 증거판단을 철저하고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 물론 현재도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특히 살인죄에 있어서는 피의자나 피해자 쌍방 모두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 증거를 수집하고, 그에 대한 법적 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을 피의자에 대해서도 십분 적용해야 한다.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억울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민주국가의 이념이고 법원칙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는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에 대한 신병구속을 최대한 자제하고, 일단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어 구속했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실제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들면 신병을 불구속으로 한 후 시간을 가지고 보다 철저한 수사를 계속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한 범죄라 해서 무조건 구속하고, 구속된 이후에는 유죄의 선입관에 사로잡혀 아무리 억울하다고 변명을 해도 거짓말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매우 위험하고 인권침해와 연결된다.

 

셋째, 법원도 형사사건의 재판에 있어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철저하게 하여야 한다. 특히 살인사건의 경우, 유죄판결과 무죄판결의 경계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다. 무죄판결을 선고하게 되면,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와 그 유가족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정말 신중하게 증거판단을 하고,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일반인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판결이유가 제시되어야 한다.

 

넷째, 재판과정에서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나 고문 시비가 있는 경우, 검찰에서는 그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엄중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수사기관의 고문과 가혹행위는 정말 사라져야 할 때가 되었다.

 

수사관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공익을 위해 수사를 하지만, 국민의 기대가 무리하게 수사를 해서라도 피해 법익을 보호하고, 범인을 처벌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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