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건을 맡아 요새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직접 변호인참여를 하기로 했다. 보통 참여를 하면 10시간 정도는 보통이다. 최고 많은 시간은 17시간을 계속해서 참여하기도 했다. 조사를 받는 피의자의 옆에서 앉아 있으면서 조사과정을 지켜보고, 나중에 조서가 작성되면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검사의 날카로운 질문이 계속되고, 피의자는 그에 대한 해명을 하느라고 진땀을 뺀다. 초라해진 피의자는 무척 피곤해 한다. 긴장한 상태에서 장시간 조사를 받다보면 정신은 혼미해지고 판단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는 범죄를 밝히려고 무척 고생을 한다. 피의자는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동일한 사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 입장과 시각이 다를 경우 현저한 차이를 보여준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조사하는 과정, 조사받는 과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된다.


오늘도 낮 1시경부터 들어가서 9시까지 8시간이나 참여를 했다. 공휴일도 잊고 지냈다. 밖에는 비가 가끔씩 내렸다. 서초동 청사에서 멀리 보이는 우면산이 조용히 누워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앞에는 많은 변호사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이른바 법조타운이다.


변호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껴본다. 조사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옆에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중간 중간 법적 조언도 받을 수 있다. 얼마나 답답하고 불안한 상태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내가 약간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그동안 법률공부를 한 보람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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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과정


                                                      가을사랑


수사과정은 한 인간을 파멸시키고 있었다. 수사는 혐의사실과 관련된 다른 사람들의 진술을 확보해 놓은 다음, 그 사람들의 진술에 맞추어 추궁해 들어가는 과정이다. 다른 사람들이 혐의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해 놓았으니, 그것이 사실이 아니겠느냐는 강한 선입관을 가지고 피의자를 상대로 따지고 다각도로 질문을 계속한다.


피의자는 그게 아니라고 변명을 하지만, 검사는 그 변명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추궁한다. 시간이 가면서 피의자는 점점 비굴한 모습을 하게 되고, 약해진다. 구속영장청구라는 막강한 공권력의 행사가 수단을 목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와 싸워봤자 검사는 피의자신문권한을 가지고 있고, 피의자신문조서작성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우 불리한 입장에 있게 된다. 사실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하는 내용도 문제가 있다.


피의자가 아무리 변명을 해봤자 제대로 기재해 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리고 질문의 방향에 따라 답변도 달라지기 때문에 피의자에 대한 강한 혐의를 두고 피의자를 의심하는 태도로 질문을 하면 그 조서는 피의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성이 된다. 그래서 피의자는 이런 저런 이유로 검사에게 강하게 대들고 싸울 수 없는 것이다.


피의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참고인들을 상대로 대질신문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검사는 대질신문을 꼭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검사가 판단해서 대질신문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하는 것이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생략할 수있는 것이다.


피의자는 결사적으로 대질신문에 매달리게 되지만, 실제로 대질신문을 해보아도 기술적으로 검사가 통제하므로 피의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대질이 되지 않는다. 특히 화이트칼라 범죄에 있어서는 어렵게 뇌물공여사실에 대한 자백을 받아낸 검사가 뇌물공여자와 뇌물수수공무원을 함께 만나게 하려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뇌물공여자는 자신의 입장 때문에 대질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에는 수사단계에서 공무원은 자신의 혐의사실을 밝혀내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기소가 된 이후에 법정에서나 뇌물공여자를 증인으로 신청해서 따져 물을 수밖에 없다.


세상을 살면서 수사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문제가 될 소지를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주변환경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이 무서운 줄 알고, 위험한 일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방보다 좋은 처방은 없는 법이다. 검사의 피의자신문과정에 변호인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느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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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판례해설


                                                                가을사랑


                    언론의 자유와 정정보도청구권제도의 위헌성


1. 사건명


헌재 2006. 6. 29. 2005헌마165 등(병합)

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 위헌제청


2. 사건의 개요


국회는 2005. 1. 27. 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을 제정 공포하였고, 동법은 같은 해 7. 28.부터 시행되었다. 제청신청인 조선일보사는 국가정보원과 사이에 정정보도문 게재 여부에 관한 재판 계속중에 언론중재법 조항들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06. 1. 19.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헌법재판소는 2006. 6. 29. 언론중재법 제26조 제6항 본문 전단 중 ‘정정보도청구’ 부분, 부칙 제2조 중 ‘제14조 제2항, 제26조 제6항 본문 전단 중 정정보도청구 부분, 제31조 후문’부분은 각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하였다.


3. 헌법재판소 결정이유


가. 언론중재법 제26조 제6항 본문 전단은 정정보도청구의 소를 민사집행법상의 가처분절차에 의하여 재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정보도청구소송은 통상의 가처분과는 달리 그 자체가 본안소송이다. 정정보도청구의 소에서, 승패의 관건인 사실적 주장에 과한 언론보도가 진실하지 아니함이라는 사실의 입증에 대하여, 통상의 본안절차에서 반드시 요구하고 있는 증명을 배제하고, 그 대신 간이한 소명으로 이를 대체하는 것인데, 이것은 소송을 당한 언론사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나아가 언론의 자유를 매우 위축시킨다. 이와 같이 피해자의 보호만을 우선하여 언론의 자유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다.


나. 언론중재법 부칙 제2조 본문은 언론중재법의 시행 전에 행하여진 언론보도에 대하여도 동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이미 종결된 과거의 법률관계를 소급하여 새로이 규율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며 헌법에 위반된다.


4. 판례평석


가. 언론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민주국가에서 언론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언론보도로 인해 개인이 받는 명예훼손 등의 피해는 충분한 구제방법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두 가지 상충되는 이념의 조화를 위해 법과 제도는 효율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헌법 제21조 제4항은,‘언론 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함으로써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헌법적 차원에서 강조하고 있다. 언론기관에 의하여 인격권 등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받은 피해자에게는 신속하고도 적절한 방어의 수단이 주어져야 한다(헌재 1991. 9. 16. 89헌마165).


나. 정정보도청구권의 성질


언론중재법에 규정되어 있는 정정보도청구권은 언론사의 고의 과실이나 위법성을 요하지 않고, 정정보도청구의 소 제기로 인하여 민법 제764조의 규정에 의한 권리의 행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반론보도청구권이나 민법상 불법행위에 기한 청구권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성격의 청구권이다. 언론중재법 제14조 제2항은 정정보도로 인하여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신문의 자유와 진실에 부합한 정정보도로 인하여 얻어지는 피해구제의 이익 간에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조항이 신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


정정보도청구소송은 민사집행법의 가처분절차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재판하도록 되어 있는 결과 정정보도청구의 소에서는 그 청구원인을 구성하는 사실의 인정을 증명 대신 소명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언론중재법상의 정정보도청구소송은 통상의 가처분과는 달리 그 자체가 본안소송이다. 이러한 정정보도청구의 소에서, 승패의 관건인 사실적 주장에 과한 언론보도가 진실하지 아니함이라는 사실의 입증에 대하여, 통상의 본안절차에서 반드시 요구하고 있는 증명을 배제하고, 그 대신 간이한 소명으로 이를 대체하는 것인데, 이것은 소송을 당한 언론사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나아가 언론의 자유를 매우 위축시킨다. 이와 같이 피해자의 보호만을 우선하여 언론의 자유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다. 정정보도청구에 대한 심리절차를 가처분절차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허위보도로 인한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절한 수단이다. 정정보도청구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변론을 열어 당사자 쌍방에게 주장과 입증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다. 또한 소명의 증명정도와 증명의 증명정도는 이론상으로는 구분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정정보도는 사실에 관한 보도가 허위인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므로 그것이 언론의 비판 견제기능을 약화시킨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소급입법의 위헌성


부칙 조항 중 본문부분은 정정보도청구권의 성립요건과 정정보도청구소송의 심리절차에 관하여 언론중재법을 소급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언론사의 종전의 법적 지위가 새로이 변경되게 되었다. 진정소급입법은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특단의 사정도 이 조항들 부분에 대하여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부칙 제2조 중 ‘제14조 제2항, 제26조 제6항 본문 전단 중 정정보도청구부분, 제31조 후문’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론이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이 제시되었다. 언론의 허위보도 자체는 보도와 동시에 완료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보도 후에도 계속 진행되고 확산된다. 따라서 언론중재법 시행 전에 이루어진 허위보도로 인한 피해의 계속을 막기 위하여 언론중재법에 의하여 신설된 정정보도청구권을 적용하는 것이 진정 소급입법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5. 결어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언론의 자유와 피해자의 권리보호를 적절하게 조화시켜야 한다는 이념을 표방하면서, 구체적으로 정정보도청구제도에 있어서 이를 가처분절차에 의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는 판단을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앞으로 정정보도청구소송에 있어서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고,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하고 제도의 운용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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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판례해설[1]

 

                                                           가을사랑

 

[사건번호] 헌재 2006. 5. 25. 2003헌마715 등(병합)

[사건명] 안마사에관한규칙 위헌확인


1.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스포츠마사지 시술방법을 가르치는 학원 등에서 교육을 받고 스포츠마사지 등 직종에서 일하고자 하나, 안마사에관한규칙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 한하여 안마사 자격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03. 10. 21.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2006년 5월 25일 시각장애인에 한하여 안마사 자격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비맹제외기준(非盲除外基準)을 설정하고 있는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 중 각 “앞을 보지 못하는” 부분은 법률유보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시각장애인이 아닌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이유


가.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의 규정은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으로 한정함으로써 시각장애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하여금 안마사 자격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일반인이 안마사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서,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률유보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나. 안마사 자격인정에 있어서 비맹제외기준은 기본권의 제한과 관련된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모법인 의료법 제61조 제4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기본권 제한사유로 설정하고 있으므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명백히 일탈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


다. 비맹제외기준은 특정 직역에 대한 일반인의 진입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어 합리적이고 적절한 수단이라 할 수 없고, 시각장애인 중에서도 일부에 불과한 등록안마사를 위하여 나머지 신체장애인 나아가 일반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함으로써 기본권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어긋나며,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시각장애인의 생계보장 등 공익에 비하여 비(非)시각장애인들이 받게 되는 기본권침해의 강도가 지나치게 커서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하고 있다.


3. 판례평석


가. 직업선택의 자유와 한계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직업선택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직업선택의 자유는 일반적으로 자기가 선택한 직업에 종사하여 이를 영위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이러한 직업선택의 자유는 개인이 그 선택한 직업분야에서 구체적인 취업의 기회를 가지거나 이미 형성된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거나 포기하는 데 있어 국가의 방해를 받지 않는 자유로운 선택결정을 보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헌재2002. 11. 28. 2001헌마50).


직업선택의 자유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일정한 분야에 있어서 자격제를 실시함으로써 일반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분야의 영역에는 자격제를 두어 제한할 수 있는바, 자격제는 그 자체가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도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나(헌재 2005. 3. 31. 2001헌마87), 법무사가 아닌 사람이 등기신청대행업무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헌재 2003. 9. 25. 2001헌마156).


직업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법률에 의하여야 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그 제한의 방법은 합리적이어야 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 후문의 규정에 따라 직업선택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헌재 1989. 11. 20. 89헌가102).

나. 시각장애인이 아닌 일반인에 대한 안마사자격제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3년 6월 26일, 2002헌가16 결정에서는 의료법 제61조 제4항이 법률유보원칙이나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음은 물론, 안마사에관한규칙도 법률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사항을 규율하고 있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으나, 이번 결정을 통하여 종래의 입장을 바꾸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지금까지 안마사자격을 시각장애인들에게만 독점적으로 허용하여 오던 정부의 정책에 대해 제동을 걸고, 일반인들에게 전면적으로 허용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전국안마사협회를 비롯한 시각장애인들은 투신자살, 고공투신, 지속적인 항의집회 등을 통해 반발을 하고 있다.


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보장


그러나 ① 안마사 자격인정에 있어서 비맹제외기준은 헌법 제34조 제5항의 신체장애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 장애인복지시책 등에 바탕을 두고서 일반인에 비해 취업상 극히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시각장애인을 보호하고 그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② 시각장애인의 신체적 조건 및 전문적 기술 등을 고려하여 이들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허용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③ 일반인은 안마사 자격인정 대상에서 배제되더라도 다른 직업을 선택하여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만약 안마 등의 직종에서 일하기를 원할 경우 일련의 수련과정과 시험을 거쳐 물리치료사 자격을 취득하고 그 분야에서 종사할 수 있어 피해의 최소성에 반하지 않는다. ④ 일반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각장애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공익이 월등히 우선한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의 생계보장 등 공익을 위하여 비(非)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것은 법익의 균형성에 반하지 않는다. ⑤ 시각장애인에 대한 우선적 처우로 말미암아 일반인에게 가해지는 역(逆)차별적 취급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이 사건 규칙조항은 시각장애인이 아닌 일반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한 명의 재판관은 이와 같은 반대의견을 냈다.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라. 결어


이번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각장애인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공익에 대한 가치판단이다. 일반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사회현실에서 안마사 이외에 사실상 다른 직업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은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생계보장문제가 보다 더 우월적 가치를 가진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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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브로커의 형사책임


                                                            가을사랑


“강 사장님, 법조계에 아는 사람이 많으시죠. 제가 꼭 도와줘야 할 사람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망사고를 내서 구속되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걱정 마십시오. 제가 아는 판사와 검사에게 부탁해서 확실하게 빼드리겠습니다.”

“비용은 얼마나 필요할까요?”

“2천만원만 준비하십시오.”


강 사장(가명, 45세)은 건설회사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대인관계가 좋고 워낙 부지런해서 주변에 아는 사람들을 많이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경찰 간부, 검사, 판사, 세무공무원 등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주변에서는 강 사장의 그런 처세술을 부러워했습니다.


강 사장은 형사사건을 해결해 준다고 구속된 피의자 가족으로부터 2천만원을 받았습니다. 아는 판사와 검사에게 부탁을 했으나, 결국 1심에서 실형 1년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강 사장은 변호사를 선임해 주고 변호사 비용으로 자신이 받아 가지고 있던 돈 중에서 50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피의자 가족은 실형을 받자 강 사장이 사기를 친 것으로 생각하고, 강 사장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했습니다. 이런 경우 강 사장은 어떤 형사책임을 지게 될까요?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강 사장과 같은 사건브로커가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가 예전보다 많이 용이해졌고, 법원과 검찰에서도 법과 제도를 개선해서 형사사법의 공정성을 기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에서 판사나 검사를 잘 안다면서 파격적으로 사건 해결을 해주겠다고 나서는 엉터리 브로커에게 당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검찰에서 이와 같은 법조브로커 단속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으나, 뿌리 깊은 폐해와 부조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브로커들이 사건을 해결해 주겠다면서 돈을 받는 행위는 변호사법에 위반됩니다. 변호사법 제111조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에 관하여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건브로커를 처벌하는 전형적인 규정입니다. 변호사법 제111조는 실제로 청탁을 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당사자로부터 청탁을 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으면 그 즉시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 범죄는 범인이 실제로 청탁할 생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금품을 교부받은 것이 자기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면 범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습니다(대판 1986. 3. 25. 86도436).


공무원에게 청탁할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사건관계인을 속여 돈만 편취하면 사기죄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으로서 변호사법위반죄보다는 무겁습니다. 사건 해결을 해주겠다고 돈을 받는 행위에 있어서는 사실상 편취의 범의를 인정하기 곤란한 경우도 있으므로, 변호사법위반죄는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는 영역까지 처벌할 수 있는 특별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변호사법위반죄를 저지른 사건브로커의 경우 사기죄 보다 법정 선고형이 더 무겁게 선고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는 브로커들이 변호사법위반죄로 기소되면 사기죄로 공소장을 변경하려고는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이 브로커로부터 직접 돈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 공무원은 형법 제129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수뢰죄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브로커는 자신이 잘 아는 공무원에게 부탁하여 그 공무원으로 하여금 직접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에게 청탁을 하게 하고, 간접적인 지위에 있는 공무원에게 돈을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중간에 있는 공무원은 알선수뢰죄에 해당합니다.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받는 경우는 형법 제132조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고 있습니다. 형법상 알선수뢰죄의 주체는 공무원에 한하지만,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여’라 함은 다른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처리에 법률상이거나 사실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계에 있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여기에 해당하고, 그 사이에 반드시 상하관계, 협동관계, 감독권한 등의 특수한 관계가 있을 것을 요하지는 않습니다{대판 1003. 7. 13. 93도1056).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을 받고, 청탁상대방인 공무원에 제공할 금품을 받아 그 공무원에게 단순히 전달한 경우와는 달리, 자기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하여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금품 등을 교부받으면 그로서 곧 변호사법위반죄가 성립되고, 이와 같은 경우 알선수뢰죄나 증뢰물전달죄는 성립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대판 1986. 3. 25. 85도436).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알선수재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알선이란 일정한 사항을 중개하여 양 당사자 사이에 교섭이 성립하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일체의 서비스를 말합니다. 장래의 알선행위에 대해 수뢰가 이루어진 경우 그 후 실제로 알선행위가 이행되었는지 여부는 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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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눈빛


가을사랑


어떤 공무원이 부정한 금품수수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검사는 이미 상당 부분 증거를 확보해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돈을 주고 향응을 베풀었다는 사람들의 진술이 모두 확보되었다. 다만 뚜렷한 물증이 없을 뿐이었다. 


검사는 피의자를 소환하여 면밀하게 추궁해 나갔다. 처음 조사를 받는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실로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는 자신의 억울한 누명을 벗어야 한다.


과연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누명을 벗지 못하면 구속되고 자신의 인생은 파멸하고 만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그는 검사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검사는 수사전문가다. 수사의 베테랑 앞에서 비전문가인 공무원은 고양이 앞에 쥐의 형상이 된다.


검사는 이미 다른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다 마친 상태이므로 그들이 진술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는 선입관을 강하게 가지고 있게 된다. 공무원이 그들의 진술과 다른 설명을 하면, 검사는 피의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우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점점 더 심하게 추궁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검사는 날카로운 눈빛을 보인다. 그 눈빛은 물론 법을 집행하는 검사로서 당연히 범죄와 싸우기 위한 비장한 태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 눈빛은 사실 날카로우면 날카로울수록 더욱 검사답게 만드는 것이고, 사회를 위해서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당하는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그 눈빛은 무섭고 강렬한 충격을 주는 전자파에 해당한다. 자신의 운명을 가로막는 벽이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갈기 갈기 찢어 헤치는 공포의 빛이다. 그런 눈빛과 대조해 보면 피의자의 눈빛은 비굴함을 담고 있다.


피의자의 눈빛은 검사의 눈빛과 비교할 수 없는 초조함과 나약함을 내포하고 있다. 수사하는 사람과 수사받는 사람이 보여주는 두 개의 눈빛은 가급적 마주치지 않으려고 피하지만, 부득이 마주칠 경우에는 피의자의 흐린 눈빛은 검사의 강한 눈빛에 눌려 빛을 상실하고 만다.


시간이 흐르면서 검사의 눈빛은 점차 강해지고, 피의자의 눈빛은 점차 희미해진다. 마침내 검사는 피의자로부터 자백을 받고, 피의자는 항복을 선언하다. 자백조서가 작성되고 서명날인이 끝나면, 검사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피의자는 패배의 눈물을 흘린다. 검사는 의례적인 위로의 말로 대신하고, 피의자는 가슴 속 깊은 곳에 피와 눈물이 맺힌다.


자신의 억울함을 쉽게 해명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공무원은, 넘을 수 없는 벽의 높이를 인식하고 절망한다. 돈을 주었다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거짓말로 허위의 사실을 꾸미는 것이 가능하다.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하는 소극적인 사실에 대한 입증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억울한 누명을 벗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오늘도 구치소에서 울부짖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법과 제도의 모순 때문에 밤잠을 못이루고 있다. 서글픈 현실이다.


검사는 이런 수사상의 문제점에 대해 정말 인간적인 측면에서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사를 하면서 정말 억울한 사람으로 하여금 징역 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불확실한 다른 사람의 말만 가지고 처벌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억울하게 징역을 갔다 온 사람들에게 맺힌 한은 죽을 때까지 풀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검사의 눈빛에는 인간적인 애정이 담겨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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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도소로부터의 편지


                                                가을사랑

 

 


내 책을 읽은 한 독자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그 독자는 현재 어느 교도소에 수감중이면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가끔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외롭고 힘든 상황에서 내가 쓴 “이렇게 하면 빨리 석방된다”라는 책을 읽고 자신의 사건에 관해 상담을 구하는 내용들이 많다. 나는 그들의 편지를 읽으면서 함께 가슴 아파하고, 그들이 빨리 석방될 수 있도록 기도를 해 준다. 편지는 다음과 같이 시작되었다. 


‘먼저 변호사님의 기록과 경험을 담아 출판한 도서를 구입하여 읽고 제에게 많은 도움이 되어 글을 올립니다.’


우선 내가 쓴 책을 읽고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어 궁금하기도 하다. 의례적으로 쓴 인사말인지 아니면 진정 도움이 되어서 쓴 말인지 확실한 판단이 서지는 않는다.


‘저는 교도소라는 자체도 모르고 지금까지 살아 오다가 사기라는 죄명으로 현장으로 체포되어 바로 구속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도소를 모른다. 아니 법을 전혀 모르고 살아간다. 그러다가 어느 날 고소를 당하고 조사를 받다가 구속되고 그 구속이 장기화되는 수가 있다. 법이란 사실 무척 냉정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구속되어 몇 달씩 고생을 하면서 재판을 받게 된다.


‘그런데 고소한 사람 모두가 사전에 저와 알고 있는 사이였고, 저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던 사림들이었습니다.’


편지를 쓴 사람은 건설업에 종사하다가 법적 분쟁이 되어 사기죄로 고소를 당했던 모양이다. 사기죄롤 고소를 한 사람들은 모두 잘 알고 있던 사람들이고 피고소인으로부터 평소에 많은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었다. 잘 알고 지내던 사람들끼리 고소를 하고, 그러다가 한 사람은 구속되고 서로는 원수지간이 된다.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그러나 저와의 따뜻한 인연은 교도소라는 담을 안고 있는 저를 모두 외면하게 만들었습니다.'


피의자가 구속되자 사람들은 모두 피의자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면서 그동안 맺었던 좋은 인간관계를 냉정하게 끊어버린 모양이었다. 사람이 구속되면 믿었던 사람들마저 등을 돌린다. 그때 세상이 무서운 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저는 교도소 자체가 모두 나쁘다고는 이제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도소 생활은 저에게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고, 저로 하여금 앞으로의 제 생활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교도소에 처음 들어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는 줄로만 안다. 결코 견뎌내지 못할 지옥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그리고 사람은 달라진 환경에 곧 바로 적응한다. 적응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점차 시간이 가면서, 그들은 체념하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어차피 보내야 할 시간이라면 그곳에서 삶에 대한 반성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도 하게 된다. 


‘교도소에 갇혀 있는 저를 모든 사람들이 외면하였어도, 가족만큼은 헌신적으로 저를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일을 겪고 보니 가족의 소중함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저는 언제 저의 죄가 마무리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출소하면 가족에게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저와 현재 같이 있는 oo교도소 00방 식구들은 변호사님의 책을 돌려보며 사건과 관련한 의논도 하고 서류작성도 하며 또한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며 생활하고 있어 변호사님께 모두 감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되시면 더 좋은 글과 내용으로 많은 사람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도 대학시절에 동대문경찰서 유치장에 20일간 구류를 살았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서러움과 고통을 너무나 잘 안다. 교도소 담장 안이 얼마나 차갑고 냉냉한 가를 말이다. 나는 그들이 하루라도 빨리 석방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더 이상 바램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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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독점욕

 

                                                  가을사랑

 

 

사랑은 강한 소유욕과 질투를 속성으로 내포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혼자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그건 진실한 사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자기만의 대상을 정해 자신의 영혼을 다 쏟아 붓는 것이 사랑의 순수성이다.

 

인간이 개발한 슬기로운 삶의 방법의 하나인 공동소유개념이 사랑에서 만큼은 통하지 않는다. 일부일처제가 확립된 이후, 남자와 여자는 1대 1의 관계에서 사랑을 독점적으로 향유하려고 희망했고, 사회도 법과 제도로써 이를 보장하려고 노력해왔다.


결국 오랜 인류 역사가 제도로서 고착시켜 온 이러한 관행과 뿌리 깊숙히 박힌 인식은 많은 불행을 가져왔다. 간통한 사람들을 돌로 쳐 죽이는 무자비함은 사랑의 독점이라는 제도 아래서 합리화되었고,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간통죄라는 형벌규정으로 남아 있다.

 

사랑의 주홍글씨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궤도에서 이탈한 사랑을 가혹하게 응징하고 있다. 이것은 사랑을 법으로 묶어 두려는 무모한 인간의 도전이었다.


사랑의 형이상학적 측면을 간과한 채 육체적 욕구를 억누를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사회제도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간통죄 폐지는 현대사회에서 압도적인 추세가 되었고, 간통죄를 유지하고 있는 몇 개 나라에서도 간통죄를 비형벌화해야 한다는 여론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사랑은 결코 강제될 수 없다. 사랑은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대해 방향을 고정시킨다고 해서 움직이지 않는 고착성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사랑은 서로의 노력으로 자연스럽게 붙잡고 있는 부드러운 실크와 같은 것이다.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기 위해 상대방의 눈빛을 바라보면서 잘 붙잡고 있어야 평형을 유지하면서 좋은 모습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가변적이고 추상적인 존재다.


물론 사랑했던 사람들이 사랑의 언약을 깨뜨리는 건 잘못이다. 사랑의 약속을 파기한 대가는 현실적으로 가혹하게 나타난다. 간통죄로 징역을 가기도 하고, 간통현장에서 살해되거나 중상해를 입기도 한다. 이혼을 당해 고생을 하기도 한다. 사랑의 약속은 가급적 지켜야 한다. 그건 사랑했던 사람의 가장 인간적인 도리고 양심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랑처럼 힘든 일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기도 어렵지만, 사랑이 떠난 차가운 자리에서 따뜻한 마음을 만들어 붙잡고 있으라고 명령하는 건 불가능을 기대하는 일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식었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옮겨갔을 때, 그것을 탓해 강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건 사랑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부족한 까닭이다.


사랑이 낳는 인간의 비극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상대방은 나름대로의 감성을 가진 특이한 존재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것을 무시하고 격분해서 살인하거나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결국 또 다른 불행을 초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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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수사와 인권침해

 

                                                  가을사랑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는 항상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수사기관은 강제수사권을 행사하는 권력기관이다. 쉽게 말하면 사람을 조사해서 징역을 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은 수사기관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조사를 받는 사람은 죄가 있던 없던, 수사기관에 의해 징역을 갈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 죄를 지은 사람은 조금이라도 벌을 덜 받기 위해서, 죄를 짓지 않았지만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은 그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저자세로 수사기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수사기관은 범죄혐의 유무에 대해 법적 권한을 가지고 일차적인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혐의 있다고 인정해서 피의자로 입건(立件)하면 그 혐의를 벗기 위해 피의자는 아주 애를 먹게 된다.

 

이처럼 막중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보니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우습게 보이고, 비열해 보이게 된다. 수사기관은 고소인이나 피해자의 말만 믿고, 때로는 제보자의 진술만을 무조건 믿고, 피의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강한 선입관을 가지고 수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여학생이 공원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코피를 흘리면서 울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이 그 여학생에게 왜 그러냐고 묻는다. 여학생은 어느 남학생을 가리키며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지목한다.

 

그러면 상식적으로 제3자는 그 여학생의 말을 무조건 믿고 남학생이 무어라고 변명하면 무조건 거짓말 하는 것이라고 들을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은 그 여학생이 가해자를 캄캄한 밤이라 잘못 보았을 수도 있고, 심지어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그게 사회 현실이다. 그래서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은 항상 피의자나 피고인의 말에도 충분히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법이 양쪽 귀를 가지고 있는 이유다. 법이 양쪽 균형이 생명인 천칭을 그 상징으로 하고 있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법의 존재이유가 없다.  

 

자백을 받는 것이 자신에게 부여된 법적 의무이고, 거짓말을 하는 피의자를 처벌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한다고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자백을 강요한다.

 

자백하지 않으면 끝까지 괴롭히고, 수사를 확대한다거나 탈세 등의 조사의뢰를 통해 망하게 하겠다고 공갈을 친다. 심지어는 고문을 하거나 가혹행위, 불법감금 등의 범죄행위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형사소송 역사는 이러한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동안 국민의 인권의식의 급격한 변화와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 법원 검찰이 보여주고 있는 수사과정에서의 불법행위근절을 위한 노력 때문에 많이 달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개선되었다고 믿기는 어렵다.

 

그동안 검찰수사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이 자살을 했다. 이유야 어떻든 검찰로서는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검찰이 수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너무 합목적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몇 년전에 검찰청에서의 고문치사사건이 발생해서 검사와 수사관이 처벌을 받았다. 그 악몽 이후 국민들은 정말 이 땅에서 고문이나 가혹행위가 사라지길 바라왔다.

 

검찰은 경찰과 구별되어야 한다. 검사는 수사전문가이며 공소유지책임자이다.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중대한 책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검사에게는 고도의 직무의식과 품위유지의무를 법과 사회가 강요하고 있다.

 

일반사법경찰관리나 특별사법경찰관리, 그리고 검찰청 수사관들이 수사과정에서 불법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감독하고 지도해야 할 위치에 있는 검사 스스로 법을 위반하거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사를 해서는 그 위치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번에 또 검찰청에서 특별수사를 하던 과정에서의 고문시비가 재연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6년 6월 27일 수사과정에서 참고인을 불법 감금하고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검사와 수사관을 검찰총장에게 고발했다고 한다.

 

물론 실제 사안의 진실이 어떠한지는 검찰 수사로 명확하게 밝혀지겠지만, 이번 사건은 결코 간단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 검찰에서는 명예를 걸고, 국민들이 의혹을 가지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실 여부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엄정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말로만 그치지 말고, 국가기관인 검찰, 그리고 경찰이 수사를 함에 있어서 자백만에 의존해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을 지양하고, 과학적인 수사기법을 개발하여 물적 증거를 확보하는 합리적인 방식에 의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수사권의 행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는 범위에서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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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사랑

 

 

 


한 학기 강의가 끝나고, 기말고사 채점도 거의 끝났다. 학생들은 이제 방학으로 들어간다. 처음 했던 강의라 그런지 애착도 많이 간다. 내 강의를 들은 학생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전체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한 학기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강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처음 해보는 헌법강의였고, 충분한 연구가 덜 된 상태에서 한 강의였기에 여러 가지로 부족했고, 돌이켜 보면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반성도 많이 하게 됩니다.


중간 중간 설문조사를 해서 방향을 수정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여러분들의 사정을 잘 몰라 유인물의 글씨를 너무 크게하고 복사에 많은 금전적 부담을 준 부분은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다음부터는 글씨를 작게하고 복사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말고사를 채점하면서 여러분들이 제 강의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아주 우수한 답안들이 많아 내심 기뻤습니다. 부족한 답안 역시 조금 더 노력하면 충분히 헌법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성적은 아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고생해서 작성한 답안지에 대해서는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읽어보고 정확한 평가를 하고 순위를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성적공시가 되면 혹시 의문이 있거나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면 제 이메일을 통해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성실하게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바램이 있다면 앞으로 여러분들이 목표로 하는 바를 성취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비록 강의는 끝났지만 한번의 강의로 맺어진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열심히 노력하고 저도 더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십시다.


계속 건승하십시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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