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전중학교를 다닐 때 공부를 잘 못했다.
매일 충남대학교 캠퍼스에 가서
토끼풀을 뜯어다가 토끼와 닭을 먹여야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시험에 붙어
대전고등학교를 들어갔다.
고등학교 2학년 1학기까지만 해도
공부를 별로 잘 하지 못했다.
학교 등록금도 못내서
담임선생님께 꾸중도 많이 들었다.
학교에서 가는 수학여행은 한번도 가지 못했다.
못된 친구들이
내 교복 등에다 잉크를 뿌려놓아도
새옷을 살 돈이 없어 그대로 입고 다녔다.
고등하교 2학년 말에
대전 시내에 있는 어느 치과에 부모님과 같이 가서
내 충치를 때웠다.
그런데 아버님이 충치때운 치료비 일부를
외상으로 해놓았다가 제때 갚지 못했다.
그랬더니 그 치과 원장님이
대전고등학교 불어선생님께
내가 돈을 떼어먹었다고 알려주었다.
그 문제 때문에
나는 나중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성적은 되는데, 품행이 나쁘다는 이유로
우승상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버님께 여쭤보니
보름 있다가 갚았다고 하셨다.
아마 치과 원장님은 돈을 받기 전에
학교에 통보를 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3학년이 되면서 갑자기 공부를 잘 하기 시작했다.
문과에서 전교 1등도 여러번 했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서울법대에 들어갔다.
가끔 옛날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부모님과 고생했던 생각이 난다.
그러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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