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 시간에는 사무실로 교수님 두 분이 방문하셨다. 함께 부근에 있는 남도미락 식당으로 갔다. 정식 코스에 나오는 음식 메뉴들이 모두 맛이 있었다. 독특한 음식도 많았다. 술을 많이 마셨다. 소주와 맥주를 마셨다. 한동안 술이 약해졌었는데, 최근 몇 달 동안 등산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술이 조금 세졌다.

 

교수님들과 헤어진 다음 대전에서 올라온 친구 일행을 만나 신사촌이라는 고기집에 갔다. 돼지불갈비를 모처럼 먹었다. 맛이 좋았다. 곁들어 소주를 마셨다. 오래 된 친구는 항상 마음이 편하다. 밤 늦게 헤어졌다.

 

오늘은 추석 연휴 전날이다. 예전 같으면 몹시 들떠있을텐데 이제는 별로 그렇지 않다. 감성이 둔해진 것이다. 사람들은 많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퇴근 후 여의도에 갔다가 돌아왔다.

 

라디오에서 좋은 팝송이 나온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나를 돌아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바쁜 일상의 생활 속에서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이 과연 올바른 길인지 되물어 보아야 한다. 너무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지?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는 매우 중요하다. 하루 한 번 잠시라도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나는 조용한 시간을 갖는다. 그때는 일에서 벗어나 삶의 본질적인 면을 생각하게 된다. 내 생활과 내 생각, 느꼈던 감정들을 적어놓음으로써 반성도 하게 된다. 그리고 먼 훗날 자꾸 기억력이 흐려지는 나를 위해 추억을 쌓아놓은 창고의 역할도 한다.

 

일에 바빠, 아니 일을 너무 많이 벌려 놓아 인간적인 삶에서 멀어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추석이 지나면 기계적인 일상의 생활에서 벗어나 낭만적인 일탈을 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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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는 모기와의 전쟁을 치뤘다. 웬일인지 모기가 많이 들어왔다. 어디로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자다가 모기에 물려 불을 켜고 한 마리를 겨우 잡고 잠이 들려고 하면 또 모기가 귓전에서 윙윙거린다. 아주 짜증스럽다. 몸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으려고 하는 징그러운 존재다.

 

불을 켜고 다시 잡은 후 조금 있으면 또 잠을 못자게 한다. 이렇게 하기를 무려 7-8회 했다. 벽에는 모기를 잡은 흔적이 여기 저기 보기 싫게 남았다. 하찮은 미물 때문에도 사람은 이렇게 시달린다.

 

잠을 설치고 출근을 하게 되니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막상 차를 타고 나가니 햇살이 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도 내가 할 일이 많다. 그래서 피로도 느낄 시간이 없다. 다시 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을 하늘은 아침부터 높아 보였다. 라디오를 틀었으나 그 소리 자체가 시끄럽게 느껴져 곧 바로 꺼버렸다. 참 이상하다. 사람이란 그렇게 변덕스러운 존재다. 어떤 때는 FM 라디오에서 나오는 멘트나 음악이 참으로 고상하고 멋있어 보이는데 어떤 경우에는 짜증스럽다. 공연히 가식적인 말들을 만들어 하는 것 같아 거부반응이 느껴지기도 한다.

 

때론 말 보다 침묵이 값지다. 특히 공허한 말은 아주 역겨울 수 있다. 최근에 읽은 몇 권의 책들도 마찬가지였다. 부자가 되는 재테크에 관한 방법론이나 정신과 의사들이 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는 방법론 등을 읽어보니 아주 공허하기 짝이 없었다. 그냥 말장난처럼 보였다.

 

이럴 땐 침묵하자. 침묵처럼 값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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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바빴다. 사무실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사건에 관해 상의를 하고 준비를 한다. 여러 가지 다양한 케이스를 놓고 상대방과 법적 싸움을 준비하기도 하고, 변론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복잡한 법적 분쟁에 휩싸이지 않고 한 평생을 살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세상이 자꾸 복잡해지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다른 사람과 법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먼 지방에서 올라온 H 사장의 딱한 사정을 들었다.

 

비싼 이자를 물면서 돈을 빌려 썼는데 나중에 보니 갚은 돈을 또 내라고 하는 것이었다. 사채업자는 그 지역의 토착세력으로서 돈도 많고 힘도 세다는 것이다. 평소 돈 거래에 있어서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함정은 있게 마련이다. H 사장은 꽤나 인간적인 사람이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아서 그런지 적어도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그렇다.

 

일수통장을 자세하게 들여다 보았다. 매일 매일 원리금을 갚아 나가면서 도장 하나씩을 받아두는 것이었다. 빛바랜 일수통장에 힘든 애환이 서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비싼 이자를 갚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점심 식사는 강희제 중국식당에서 같은 동료들과 함께 했다. 비가 내렸다. 우산도 없이 나갔다가 비를 조금 맞았다. 점심 세트메뉴가 2만원 짜리와 2만5천원 짜리가 있다. 우리는 2만원 짜리를 시켰다. 맵지 않은 하얀짬뽕이라는 식사가 있어 주문을 했다. 

 

어느 일간지 오피니언란에 내가 쓴 글이 실렸다. 몇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신문에 난 내 글을 읽었다는 사람들이었다. P 선생, K 선생, 그리고 대전의 오홍진 선생님 등의 전화를 받았다. 반가웠다. 

 

퇴근 후에 삼성의료원에 갔다. 고등학교 동문인 C 선배의 장모상에 문상을 갔다. 친구인 문 변호사와 후배 이 변호사를 만났다. 바로 옆 상가에는 연수원 동기인 윤 변호사의 부친상이 있어 문상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계속 내렸다. 운전하기도 힘이 들었다. 가을비가 내린다. 가을이 깊어가는 길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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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씨(가명)는 중간에 잠에서 깨어 그 이후에는 제대로 자지 못했다. 잠이란 계속해서 자야지 제대로 잘 수 있는 것이지, 중간에 방해를 받으면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사람에게 잠이란 매우 중요하다.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잠을 제대로 못자면 머리가 맑지 못하고, 몸도 가뿐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다음 날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 자칫 잘못하면 악순환이 되고, 콘디션이 나빠진다.

 

철수 씨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사연은 이렇다. 미국에 유학을 보낸 아들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갑자기 어금니가 아파 밤새도록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다. 병원에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서로 상의 끝에 한국교포가 하는 치과병원에 갔다.

 

치과의사는 진찰을 하고, 어금니를 뽑아야 한다고 진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면서 임플란트 전문치과병원을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진찰비로 1700불을 요구했다. 아들은 하는 수 없이 1700불을 지불하고, 다른 치과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치과병원에 가게 되면 그렇게 비싼 치료비를 내야 한다고 한다. 대학생 의료보험 가지고는 치과치료는 혜택을 보지 못한다. 한국에서와 달리 치과의사에게 믿고 맏길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치료를 위해 한국에 나오기도 곤란한 사정이다. 답답했다.

 

비싼 유학비를 보내 유학을 시키는 철수 씨의 입장에서는 아들이 제대로 공부를 하고 성실하게 생활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철수 씨의 눈에는 아들이 자기 기대만큼 열심히 성실하게 유학생활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철수 씨는 깊은 회의에 빠졌다. 무엇 때문에 자신이 힘들게 돈을 벌어 아들 뒷바라지를 이토록 해야 하는가? 아들이 어린 나이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에 철수 씨는 자는 둥 마는 둥 날을 새웠다. 모기들이 계속해서 귓전을 울리면서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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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소리 없이 다가온다. 더운 여름 날씨를 탓하며 땀을 흘리다 보니 어느 새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들면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는 날씨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덥다고 얇은 이불을 덮고 자다 보면 새벽녘에 두꺼운 이불을 찾게 된다.

 

어제 밤에는 모기가 몇 마리 나를 괴롭혔다. 자다가 불을 켜고 한 마리를 잡은 뒤 또 잠이 들면 귓전에는 모기가 윙하는 소리가 난다. 고요한 밤에 모기 한 마리가 날아다니는 소리가 왜 그렇게 크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아마 온 신경을 곤두세워 적의 침공을 경계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오전 10시 30분 어떤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한다고 해서 법정에 갔다. 나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검사가 조금 있다가 나왔다. 그리고 판사가 들어왔다. 경찰관이 피의자를 데리고 왔다. 심사가 시작되었다.

 

먼저 판사가 인정신문을 하고,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의 요지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진술거부권이 있음을 고지했다. 검사가 신문사항을 준비해서 가지고 왔다. 그에 따라 신문을 했다. 검사는 기본적으로 경찰수사기록만을 가지고 피의사실에 대한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경찰수사결과가 진실한 것으로 믿고 그에 따라 추궁해 들어가게 된다.

 

사실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다. 자신의 주장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태에서 피의자에게 불리한 증거만을 가지고 영장이 청구되고, 검사는 그에 따라 추궁하고 있으니 말이다.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이루어졌다. 변호인은 180도 입장이 다르다. 피의자가 하고 싶은 모든 해명과 주장을 대신 해 주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피의자를 믿어야 한다. 그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믿고 변론을 해야 한다. 피의자을 의심하고 불신하면 변론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변호인이 볼 때 범죄사실은 대개 과장되거나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피해자나 고소인의 입장에서 피해사실을 과장하거나 거짓 증인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을 제대로 밝히기가 영장실질심사과정에서는 쉽지 않다. 정식의 재판을 하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쌍방간에 신문이 끝난 후 검사의 의견과 변호인의 변론이 있었다. 그리고 피의자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한 다음 심사는 종결되었다. 이제는 판사가 기록을 검토해서 영장을 발부하느냐 기각하느냐의 결정만 남은 것이다.

 

피의자는 다시 경찰관과 함께 경찰서 유치장으로 돌아갔다. 운명의 결정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얼마나 초조할까? 자신의 운명을 한 사람의 판단에 맡기고 있는 시간이.

 

밖에서는 가을이 이런 답답한 심정도 모른 채 높은 하늘과 맑은 구름이 나무와 풀을 바라고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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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을은 가을이다.

 

맑은 하늘에 흰 구름이 두둥실 떠가고 있다. 내 마음도 솜털처럼 가볍다. 마음이 구름 위를 날아 간다. 저 산 너머로 내 사랑이 숨어 있다. 그 사랑을 찾아 내 마음은 바람을 따라 날아 간다. 그게 가을이다. 정겨울 가을 풍경이다.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한낮의 뙤약볕에 벼이삭이 하루 하루 익어간다. 그러면서 고개를 숙인다. 속이 차가고 있다는 뜻이다. 나도 벼처럼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겠다. 잘났다고 고개를 바짝 쳐들고 살아갈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잘난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다. 너나 할 것 없이 스스로 최소한의 모든 것을 갖췄다고 생각하면서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는 것이 커다란 문제다.

 

웬만하면 대학교 나왔고, 집이 있고, 자가용을 굴리고 다니다 보니, 스스로 잘났다는 나르시즘에 빠져버린다. 그래서 남을 무시하고, 무조건 비판적이다. 안타까운 사회 분위기다.

 

신문에 나는 고위공직자들의 기사를 보면 일반 시민들은 더욱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몇십억원의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고위 공직에 오르고, 부와 명예, 권력을 독점한다. 말로는 나누어 사는 사회를 외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다.

 

대기업을 경영하는 오너들은 이제 완전히 귀족계층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반인들도 경기가 어렵다고 말로는 그러면서 해외골프여행을 수시로 나간다.

 

아침 10시경 청게산 산행을 시작했다. 지난 번 주차장에서 차를 대는 문제로 고생을 했기 때문에 아예 택시를 타고 갔다. 압구정동 고속도로 입구에서 차가 막힐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차가 막히지 않고 잘 빠졌다.

 

청계산에는 가을을 맞아 사람들이 많이 왔다. 등산화 대신 랜드로바를 신고 갔다. 등산화를 사려고 했더니 마땅치 않다. 그리고 8만원 내지 9만원 대의 등산화가 대부분 made in China 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정말 중국 제품이 이제 곳곳에서 판을 치고 있다. 무서운 저력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등산하면서 김 사장님을 만났고, 친구 김 모 변호사를 만났다. 모두 땀을 흘리며 등산을 하고 있었다. 날씨는 더운 날씨였다. 바람이 전혀 없었다. 땀이 몹시 났다. 중간에 이르니 그래도 바람이 조금 불어왔다. 바람이 왜 필요한지 알겠다.

 

산 위에서 복숭와와 포도를 먹었다. 맛이 꿀맛이었다. 물 대신 과일을 먹으니 갈증도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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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부모님 산소에 들렀다. 아버님은 1991년 1월 3일 돌아가셨다. 어머님은 2002년 8월 21일 세상을 떠나셨다. 산소는 아버님께서 생전에 미리 만들어 놓으셨다. 정확한 기억은 없으나 1983년경인 것 같다.

 

고향의 종중 산 일부에 가묘를 만들어 놓으시고 상석을 세웠다. 그리고 우리는 매년 한 두 차례 산소에 가서 잔디를 깍았다. 주변에 나무와 풀 정리도 했다. 그러다가 아버님이 돌아갔는데 한 겨울 추운 날씨였다. 그때 얼마나 다행스럽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미리 산소를 만들어 놓으신 덕분에 한 겨울에 그곳을 모실 수 있었다.

 

주변에 나무들이 많이 자랐다. 그래도 앞으로는 확 트여 멀리까지 잘 보인다. 낫을 가지고 잔디를 깍았다. 잔디 깍는 일이 쉽지 않다. 손을 벨까봐 무척 조심을 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멀리 뭉게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베어스타운 앞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오징어 회와 세꼬시를 시켰다. 여자 사장님 혼자서 식당을 하고 있는데 솜씨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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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울적해질 때가 있다. 살면서 골치 아픈 일이 생길 때가 있다.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 그런 상황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려운 때를 맞게 된다. 내가 아는 사람이 목요일 오후 6시경에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그래서 금요일 오전 피의자 접견을 했다. 밤늦에 구속영장이 검찰에 청구되었다. 토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영장실질심사가 있을 것을 예상되었다.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토요일 오전 9시반경 법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직원들이 확인해 보니 영장이 아직 법원에 접수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휴무라서 사무실은 문을 닫았는데 다시 이런 저런 방법으로 확인을 했더니 검찰에서 영장이 법원에 넘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그 문제를 확인하고 처리하느라고 온 신경이 그곳에 가있었다. 영장은 법원에 오후 3시경 넘어왔다. 그래서 일요일 오전에 영장실질심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시 연기되어 월요일 오전에 하기로 했다고 한다.

 

주말에 이런 상황이 생기면 모든 것이 당직실로 돌아가게 되어 매우 힘이 들어진다. 그래도 많이 수양이 되어 참고 견디며 일처리를 해냈다.

 

영장실질심사를 오늘 오전에 하지 않게 되어 일단 차를 타고 포천쪽으로 향했다. 포천군 내촌면에 있는 주금산 등산을 하기로 했다. 주금산은 813미터의 산이다. 베어스타운 주변에 있는 산이다. 한시간 정도 올라가서 송전철탑 있는 곳까지 갔다. 

 

산 속에 나무가 많아 숲이 우거져 있었다. 계곡물도 깨끗하게 흐르고 있었다. 가을 날 맑은 하늘을 보며 숲 속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이 상황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흙을 밟으며 올라가는 길은 너무 좋았다. 아주 정취가 있는 곳이었다. 다소 가파른 길을 올아가야 했기 때문에 땀이 많이 났다. 온통 땀으로 몸이 젖었다. 등산객을 거의 없었다. 왕복 2시간 동안 만난 사람은 5사람 정도였다. 아주 고요함 속에서 좋은 산행을 했다.

 

다른 나무를 휘감아 올라가는 나무들이 많았다. 그런 나무들에 감기어서 그런지 나무둥지가 굵지는 못했다. 그냥 가느다랗게 높이 자라고 있었다. 어떻게 높은 나무위에 걸쳐 올라가는지 신기했다.

 

쑥을 뜯어 차에 놓았다. 진한 쑥향기가 난다. 어느 향수가 이와 같은 좋은 향기를 풍길 수 있을까? 그건 자연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입구에 큰 절이 있는데 아주 고요했다.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약수물을 맛있게 마셨다.

 

내려오다보니 작은 연못이 있었다. 연못 주변에 오리가 2 마리 놀고 있었다. 지팡이를 집고 오리를 빠르게 따라갔다. 오리 2 마리가 뒤뚱거리며 도망간다. 장난 삼아 계속 따라 갔더니 한참 도망가다가 연못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건너편으로 나와 길을 따라 내려가기에 또 따라갔다. 맞은 편에서 작은 개 한마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오리 2 마리는 나와 개 사이에서 어쩌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옆으로 빠져 나가면서 큰 소리를 치고 갔다. 덕분에 오리 엉덩이를 오랫 동안 볼 수 있었다.

 

오리를 보면서 내가 겪었던 힘든 일들은 모두 거품처럼 연못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게 인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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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후에 한강변으로 나갔다. 비가 내리고 나서 얼마 안 돼서 그런지 강변은 축축했다. 밤하늘의 공기 속에는 사랑이 촉촉히 배어 있는 것 같았다.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뒤로 나가서 강변을 따라 걸었다. 한참을 가면 영동대교가 나오고 청담대교에 이르게 된다. 그 다음 잠실운동장을 지나 잠실대교까지 가는 길이 있다.

 

푸른 강물을 밤에 가까이서 보면 무섭게 느껴진다. 어두운 침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말 없는 존재에서 느껴지는 두려움이다. 다리 밑을 지나면서 보니 다리는 매우 커다란 존재였다.

 

그 위로 자동차들이 달리는 것이다 보니 오죽하겠는가? 사람이라는 존재가 매우 초라하게 느껴진다. 다리 밑에서 다리를 쳐다 보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청담대교 밑을 지날 때 전철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우람한 소리를 밑에서 들었다. 비가 온 다음이라 사람들은 매우 적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적었다.

 

강가에는 밤낚시를 하려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몇 사람 눈에 띄었다. 무슨 고기가 잡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서울의 야경은 몹시 아름다웠다. 한강 양쪽으로 불빛이 연이어 있었다. 가을의 야경을 눈에 담아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아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신의 친구가 간통죄로 현장에서 경찰관에 의해 체포되어 어는 경찰서에 끌려갔다고 한다. 그래서 면회를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다시 연락을 하라고 했다.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간통 현장을 붙잡혀 경찰서에 끌려가 있는 사람의 심정은? 더군다나 남자와 여자가 동시에 끌려가 따로 따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 고소인은 부인일 것이다. 함께 살던 남편을 간통죄로 고소하여 잡아 넣으려는 그 심정은 오죽할까? 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초조한 마음으로 이 밤을 보낼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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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씨(가명)는 갑자기 체포되었다. 어떤 사건에 공범으로 인정이 되어 고소인으로부터 함께 고소를 당했다. 그런데 다른 공범들은 고소를 당하고 나서 곧 바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구속되었다. 공범 2명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는데, 50여일 후에 보석으로 석방되었다가 결국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수 씨는 경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구속되면 자신이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철수 씨는 기소중지처분이 되었고, 지명수배가 내려졌다. 법원에 의해 체포장이 발부되었다.

 

철수 씨는 경찰의 수배를 피해 도피생활을 했다. 도피생활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시로 당하게 되는 불심검문이 있다. 차를 운전하고 다니면 검문소에서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조회를 하면 지명수배자가 적발된다.

 

철수 씨는 다른 사람 명의의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다녔다. 그것은 곧 공문서부정행사죄가 되어 무겁게 처벌된다. 오피스텔을 얻어 지냈다. 오피스텔을 얻는데 계약명의도 다른 사람으로 했다. 휴대전화도 수시로 바꿨다.

 

사실 수사기관을 피해 도피생활을 한다는 건 매우 어렵다. 수사기관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명수배자를 검거하기 위해 노력한다.

 

철수 씨는 서울 시내 이곳 저곳을 다니다 결국 검거되었다. 어느 경찰서로 끌려갔다. 한 순가에 자유를 상실하게 된 것이다. 변호사가 경찰서 유치장으로 접견을 왔다. 변호사와 사건에 대해 이것 저것 상의를 했다.

 

경찰에서는 체포장에 의해 체포한 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된다. 구속영장이 신청되면 검사의 서명을 받아 법원에 접수된다. 판사 앞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권리가 있다.

 

철수 씨는 결국 이러한 절차를 거쳐 구속되었다. 그동안 도피생활을 하면서 마음 조렸던 것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졌다. 이젠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을 거쳐 자신의 억울함을 밝힐 노력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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