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에는 매미소리며 이름 모를 벌레 소리, 새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등산을 하면 중간 중간에 이정표를 알리는 헝겊에 쓴 글들이 있다. 어느 산악회라든가, 어느 기업체 이름도 있고, 산을 사람하는 모임들이다. 백두대간에는 개인적인 사람들 이름도 가끔 눈에 띄었다. 부부처럼 보이는 사람들 이름도 있고, 친구 사이인 것처럼 보이는 이름들도 있었다. 

 

산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정말 시원했다. 어렸을 때 동요가 생각났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여름에 나뭇꾼이 나무를 할 때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준대요.' 바람이 불지 않으면 무척 더운데 바람이 불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자연의 바람이 얼마나 커다란 위력을 갖는지 모른다. 인위적인 에어콘 바람과는 다르다.

 

한 여름이라 그런지 땅 위에는 개미들이 많이 있었다. 개미 한 마리라도 밟지 않으려고 애썼다. 개미 한 마리의 목숨도 소중한 생명이다. 가끔 버섯이 피어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냥 하얀 단색으로 나와 있는 버섯의 모습은 때로 울적해 보이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예쁘기도 했다. 모든 사물은 보기 나름이다.

 

그렇게 애를 써서 도착하니 4시 반경이 되었다. 여섯 시간 넘게 산행을 한 것이다. 별로 쉬지도 않았다. 매우 무리를 한 것이었다. 내가 맨 마지막이었다. 사람들은 이미 도착해서 육십령 휴게소에서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산악회에서 낙지매운탕을 준비해 놓았다. 육십령은 고개가 매우 험해서 옛날에 산적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고개를 넘을 사람들이 60명이 되어야 산을 넘는 것을 허가해 주었다고 한다.

 

산악회에서는 식사가 끝난 후 전체 회의를 했다. 회장과 임원진을 새로 선출했다. 나야 옵서버였기 때문에 그냥 구경만 하고 있었지만, 분위기가 꽤 괜찮았다.

 

5시 반경에 버스는 육십령 휴게소를 출발했다. 천안 부근에 오니 해가 지고 있었다. 서쪽 하늘에는 아름다운 노을고 물들고 있었다. 경부고속도로의 상행선은 그렇게 아름다운 면이 있다. 지방에 갔다가 서울로 돌아올 때면 서쪽 하늘에 비추이는 아름다운 노을을 마음
껏 볼 수 있다. 해가 서산에 걸쳐 발갛에 주변 하늘을 물들이고 있다.

 

오늘도 온 생명을 비추고 아름답게 서산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 다음에도 한 참 동안 주변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 위에 짙은 색깔의 검푸른 구름들이 떠 다닌다.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고 살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느끼게 해 준다.

 

사람들은 버스 안에서 온통 산행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베테랑이었다. 나는 그에 비하면 아주 초보 수준이다.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한 세상 경험을 실제 로 한 사람들로부터 직접 경험담을 듣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

 

집에 도착하니 파김치가 되었다. 그리고 몸살이 났다. 열이 나고, 배도 아프고, 아무런 힘도 없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행을 해서 그런지 허리도 아팠다.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약도 먹고, 손과 발을 바늘로 따기도 했다. 혈액순환이 되도록 네 군데를 찔러 피를 조금 냈는데 정말 따끔했다.

 

내가 갑자기 죽으면 누가 내 죽음을 슬퍼해 줄 건가를 하루 종일 누워서 생각해 보았다. 인생이란 그렇게 허망하기도 하고, 슬픈 존재임을 깨닫기도 했다. 사람이 늙고 병들면 마음이 약해지고 고통스럽다. 그걸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무리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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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 날씨라 산행을 하기에는 힘이 들었다. 등반대장의 말에 따라 물을 많이 준비했다. 500cc 펫트병을 4개나 준비했다. 500cc 펫트병을 평소에는 참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등산을 해 보면 그렇지 않다. 딱 그 정도 크기의 펫트병이 얼마나 유용한지 모른다.

 

땀은 계속 흐르고 목은 마르고 힘이 들었다. 등산하면서 뱃속에 물을 너무 많이 넣으면 더 힘이 든다. 차라리 목만 약간 추기고 조금 먹는게 나은 것 같았다. 지난 번 설악산 등산을 할 때 조금 터득한 경험이다. 

 

배낭에 물과 먹을 것을 무겁게 넣었더니 허리도 아팠다. 물론 나이도 무시 못하지만, 군대에서 배낭을 메고, 철모에 소총을 들고 유격훈련을 하는 군인들을 생각해 보았다. 사회에서도 공사 현장에서 무거운 건축자재를 들고 일을 하는 인부들을 생각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역시 가장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높은 산에는 물을 구경하기가 어렵다. 오늘 산행도 4시간 넘게 물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준비한 물에만 의존해야 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기본욕구가 있다. 예를 들면 먹어야 하고 잠을 자야 하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 일이다. 동물적인 본능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가장 먼저 그 욕구의 충족을 위해 노력한다.


 

산 위에서 목이 마르면 물을 먹어야 한다. 배가 고프면 무언가 먹어야 한다. 다리가 아프면 앉아서 쉬어야 한다. 형이상학적인 다른 이념은 그 다음의 문제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든가, 명예라든가, 돈을 버는 일이라든가 하는 일은 일차적인 기본욕구의 충족 다음의 문제다.

 

오늘 산행은 많은 코스가 아주 좁은 길을 통과해야 하는데 양쪽이 풀과 나무로 가득 덮여 있었다. 그 사이를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 힘은 들었지만, 그런 코스는 처음 경험했다. 정말 좋았다. 내 키 비슷한 풀들 사이를 계속해서 헤치고 걸어간다는 것은 묘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가끔 밑이 안 보이기 때문에 나무 뿌리에 발이 걸리기도 했다. 그래도 발 밑에는 사람들이 다닐 수 있게끔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다만, 한 여름이라 풀과 나무 때문에 그 길이 안 보이게 덮여 있는 것이다. 잘 보면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길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 길을 본능적인 감각으로 따라가는 것이다.

 

그렇게 풀이 우거진 곳에서 길을 잃어버리면 매우 위험할 것 같았다. 뱀 같은 것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되었다. 백두대간 코스를 처음 산행했는데, 정말 우리나라 산이 아름답고 좋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이 꾸준히 노력해서 이런 백두대간 코스를 개발해 놓은 것이다.

 

같은 일행들은 아주 친절했다. 대부분 같은 회원들로서 친해서 그런지 매우 협조적이었다. 내가 맨 나중에 도착했다. 마지막 내리막길 2.5킬로미터도 매우 길고 지루했다. 내리막길이 급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면 길 주변에 있는 나무들이 몸살을 앓게 되어 있다. 사람들이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나무들을 잡고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런 몸살을 앓으면서도 나무는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다. 그게 나무다.

 

산 속에는 매미소리며 이름 모를 벌레 소리, 새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등산을 하면 중간 중간에 이정표를 알리는 헝겊에 쓴 글들이 있다. 어느 산악회라든가, 어느 기업체 이름도 있고, 산을 사람하는 모임들이다. 백두대간에는 개인적인 사람들 이름도 가끔 눈에 띄었다. 부부처럼 보이는 사람들 이름도 있고, 친구 사이인 것처럼 보이는 이름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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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산 속에 있었다. 산(山)사람이 되었다. 그건 행복이었다.

 

산행을 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보통 의지가 없으면 못하는 일이다. 게으르거나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하기 어렵다. 다행이 나는 게으른 편은 아니고, 몸이 약한 편도 아니다. 그래서 산행이 가능하다. 그건 내가 감사해야 하는 커다란 축복이다.

 

S 산악회에서 백두대간 코스를 간다고 해서 참가하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양재역 부근에 도착하니 7시 20분 전이었다. 새벽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토스트와 김밥을 파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계란토스트와 김밥은 천원씩이다. 원가 빼고 인건비 빼고 남는 건 얼마나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물건을 사면서도 고마움을 느꼈다.

 

며칠 전 택시를 탔더니 기사 아저씨 하는 말이, 요즘 손님이 너무 없다도 한다. 대리운전비가 너무 덤핑을 해서 술을 마신 손님들이 택시를 이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택시비가 올라 사람들이 부담스럽게 생각도 한다. 그래서 우울한데, 손님들은 차에 타기만 하면 휴대전화로 시끄럽게 떠드니 정말 짜증스러운 모양이다. 휴대전화가 없었을 때에는 참 좋았을 텐데. 그 다음부터는 택시 안에서 가급적 휴대전화를 하지 않기로 했다.

 

편의점에 가서 조간신문과 몇 가지를 샀다. 신문에는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이 나와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많은 부정부패사범과 선거사범을 풀어주는 지 모르겠다. 수사할 때는 언제고 한꺼번에 그 많은 부패사범들을 풀어주면 법은 무엇이고, 사회 정의는 어떻게 세워지는지 의문이다.

 

특히 일반인들이야 별 이해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함께 교도소에서 생활하던 다른 수형자들은 어떤 심정을 갖게 될까?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거물들은 다 빠져 나가고,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은 그냥 징역을 다 살아야 하니 그 억울함과 사회에 대한 원망이 대단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같은 교도소에 두고 나오기도 찜찜할 것이다.

 

오전 7시  양재역 1번 출구 수협 앞에서 버스가 출발했다. 정회원들이 대부분이어서 모두 일사천리로 행동이 통일되었다. 버스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대전 진주간 고속도로 들어갔다.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20분간 휴식 시간을 가졌다.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갔더니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단체행동을 할 때 배가 아픈 것도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냥 개인적으로 다닐 때는 그런 것이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이었는데, 단체생활은 항상 그런 점에서 많은 제약을 준다. 그래서 군대나 교도소 생활이 어려운 것이다.

 

버스는 장계 IC를 빠져나와 19번 도로를 따라 장계에 이른 다음, 26번 도로를 따라 주논개생가 표지판이 있는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한 다음, 오동재저수지를 지나 무령고개에 이르렀다. 아침 10시 10분경이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 왔더니 일행들이 모두 먼저 산으로 올라가 버렸다. 뒤쫓아 가기는 갔으나, 당황했다. 길도 잘 모르는 입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산행은 지승마을에서 시작하여, 무령고개로 올라갔다. 무령고개에서 30분 정도 가면 영취산 정상이 나온다. 영취산은 해발 1,075.6미터다. 우리 일행은 무령고개에서 민령, 깃대봉을 거쳐 육십령 휴게소까지 무려 12킬로미터를 걸었다. 5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다. 힘이 들었지만 끝까지 따라갔다. 중간에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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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목차 및 삽화 
 
 
 
 
당신은 누구신가요
 
 

첫눈에 반한 사랑! 많은 사람들이 처음 본 순간 매력을 느껴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나 세번 째까지 이성으로서의 관심과 정을 느끼지 못하면 애인으로 발전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냥 친구나 평범한 지인이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것은 남자와 여자가 이성간에 만나서 눈으로 보고 대화를 하면서 매력을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지않고 만나지 않고 매력을 느끼고 반할 수 있을까? 매우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실제 현실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꿈 같은 이야기다. 그건 서로가 순수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서로가 현실을 이해하고 아껴주고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할 때 가능하게 된다.

 

보고싶어도 보지 못하는 사람! 듣고 싶을 때 듣지 못하는 사람! 그 사람에 대한 애달픔, 안타까움, 그리움. 그러는 사이에 정은 깊어만 간다. 소백산 연화봉에서 발원한 작은 물줄기가 계곡을 따라 굽이 굽이 내려오면서 희방사폭포가 되고 점차 작은 시내에서 강으로 흘러 흘러 바다로 간다.

 

물은 시간이 가면서 점차 깊어진다. 저절로 깊어만 간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가면서 자꾸 깊어만 가고, 서로가 어쩌지 못한다. 어떻게 무슨 일을 할 수 있으랴? 저절로 저 혼자 사랑이 쌓이고 그 목소리에 젖어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것을.

 

사랑에 모든 걸 맡겨라. 운명이라고 믿어라. 사랑을 배신하지 말라. 그건 인위적인 것이 아니다. 세상에 어떻게 사랑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사랑은 저절로 싹 터나온다. 사랑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서 떨어져 나간 독립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chapter 1.

 

*당신은 누구신가요

*그 밤을 기억하나요

* 그리움은 이곳까지 따라왔는가

* 어떡하면 좋아요

* 이게 사랑일까

* 당신을 내 가슴 속에 가두고 싶어요

* 찔레꽃향을 담은 편지

* 제 마음은 그대를 향했어요

* 당신의 이름을 부를거예요

* 사랑을 찾아 떠나요

* 우리 사랑을 믿어요

* 하나이고 싶다

* 그리움에 눈물이 나네요

* 별을 보며 사랑을 고백할께요

* 이런 느낌이 사랑일까요

* 그 밤을 기억하나요

 

 

 

 


 

                                    사랑의 금자탑

 

 

단순한 욕망을 쫓지 않고 선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돈을 많이 버는 일보다도 조직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하는 것 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다. 무능한 사람이 되지 않으면서 열심히 일하면서 나름대로 아름다운 가치 있는 여유와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돈을 가지고 외면적인 치장을 하는 것 보다도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대상을 단순한 물질이나 외형에 두지 말고, 사람에게서 찾아라. 마음을 주고 정을 줄 수 있는 한 사람을 만나라. 만날 수 없더라도 정을 주어라. 보이지 않는 정을 쌓아라. 그 정은 커다란 힘을 축적한다. 삶에 소중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마음 뿌듯한 기쁨을 준다.

 

사랑하는 일이 힘들어도 참아라. 사랑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깨달아라.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가 똑 같다는 사실을 이해하라. 혼자만 힘든 게 아니다. 그대가 힘들면 상대방도 함께 힘이 든다. 그게 사랑이다. 불평하지 말라. 힘든 사랑을 왜 하느냐고 탓하지 말라. 사랑은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

 

사랑은 보이지 않는 힘의 작용에 의해 그대로 끌려가는 거다. 볼 수 없는 힘에 의해 서로가 끌려가는 마치 최면상태에서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들어가는 아름다운 세계다. 그 세계에서는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저 느껴지는 대로 느끼고 보여지는 대로 보고 들려지는 대로 듣을 수 있을 뿐이다. 제눈에 덮여 씌여지는 안경을 벗지 않는 한 주관적인 감성에 의해 느껴지고 들려지는 거다.

 

남과 비교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냥 자기에 맞는 자신의 사랑일 뿐이다. 단지 소망하는 것은 상대방도 자신과 똑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감성을 가지고 사랑하도록 기원하는 일뿐이다.  

 

 

 

 
 

chapter2.

 

*사랑의 금자탑

* 당신의 별을 찾았어요

* 물안개처럼 다가가고 싶어요

* 경포대에서

* 당신의 이름을 불렀어요

* 당신의 꿈을 꾸어요

* 그리움은 강물이 되어요

* 천지에 가득한 그대의 향기

* 당신이 그리워질 때

* 초원의 연가

* 이슬에 젖어 사랑에 취해요

* 이루지 못할 사랑

* 당신이 무얼 알아요

* 슬픔속의 행복이예요

*사랑을 위해 목놓아 울어라

 

 

 

 

                                  그대는 나의 빛

 

산행을 하다 보면 가끔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다.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느냐? 비봉 가는 길은 어디냐? 등산로가 험한가? 등등. 대답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범위에서는 친절하게 말해 준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답변이 자신의 주관적인 지식과 경험, 관점에 기초해 있다는 사실이다. 듣는 사람에게는 그래서 대충밖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확한 답변은 사실 듣기 어렵다. 그러려니 하고 묻고 들어야 한다.

 

나무들은 아주 담담하게 서 있었다. 가끔 바람에 흔들거리는 일 이외에는 조용히 있다. 생명수와 같은 비를 맞는 일은 중요하다. 낙엽이 되어 바람에 흩날리는 일, 눈 속에 쌓여 앙상한 가지만 내보여 주는 일은 어려운 시련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할까? 누가 그에게 사랑에 관한 명쾌한 답변을 해줄 수 있을까? 눈으로 보이는 길을 묻는 질문과 답변도 이처럼 어려운데, 보이지 않는 사랑에 관한 물음과 대답은 어떠할까?

 

사랑이란 애매하고 모호한 개념, 남에게 쉽게 설명해 줄 수 없는 어려운 감정과 느낌, 속 상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심정, 벌겋게 달아오르는 흥분과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냉정, 시시각각 변하는 인간관계, 제3자가 끼어들었을 때 타오르는 질투심과 시기심, 이런 모든 것들을 어떻게 말로 설명하고 상대방은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어떻게 처방을 내릴 수 있단 말인가?

 

사랑에 관한 물음은 사람에게 해서는 도움이 안 된다. 사랑을 묻지 말아라. 사랑은 그냥 혼자서 느껴라. 굳이 사랑에 관해 묻고 싶거든 하늘의 별과 달을 바라보라. 산 속의 나뭇잎을 바라보라. 숲 속의 새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그러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은은한 미소와 정겨운 음성을 떠올려라. 묵묵히 산을 오르며 사랑을 받아 들여라. 그러면 어디선가 사랑에 관한 해답이 들려올 것이다.

 

 

 

 
 
 

chapter3

 

*그대는 나의 빛

* 사랑을 약속해줘요

* 당신의 마음을 담았어요

* 당신의 미소

* 애정의 정원을 걸어요

* 슬픈 음악에 춤을 추어요

* 빗속에서도 타오를거에요

* 사랑에 젖은 빗물

* 당신 때문에 마음아파요

* 우리 사랑을 믿어요

* 사랑 그 아름다운 슬픔이여

* 우리 사랑의 흔적

* 그리움이 눈처럼 쌓이면

* 그대 가슴에 묻히리라

* 사랑을 붙잡지 마라

 

 

 

 

 

                                  슬픈 사랑의 방황

 

 

사랑은 주는 걸까? 받는 걸까?

지극히 단순한 질문 같지만, 막상 그 대답은 쉽지 않다.

사랑은 누가 주는 것도, 누가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을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없듯이 받는 것을 알 수도 없는 일이다.

 

사랑이란 자신의 마음을 어느 그릇에 담아두는 일이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흔들리는 마음을 어딘가에 붙잡아 매어두는 것이다.

사랑에는 상대방을 향하는 방향성(方向性)이 있다. 어느 한 곳을 향해 흐르는 감정이다.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이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다. 그야말로 방황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사랑은 상대방의 가슴 속에 자신의 마음을 묻어두는 것이다.

때문에 사랑은 매우 추상적이다.형이상학적인 일이다.

 

사랑은 한 곳에 머문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싹을 키우고 뿌리를 내린다.

격한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고 세찬 폭풍에도 견디어 낸다.

깊은 바닷속에 닻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불안한 이유를 아는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단지 마음으로만 확인된다.

그래서 겨울 내내 뜬 눈으로 지새우면서

사랑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영원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하는 사람 속에서 두 마음이 뒤엉켜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서로가 구별할 수 없고

떼어낼 수도 없는

한덩이 눈사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금 그대가 찾고 있는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상대방의 가슴 속에 있지 않다.

그대의 가슴 속을 들여다 보라.

바로 그곳에 뜨겁게 숨쉬고 있는 사랑이 들어 있다.

 


 

 

chapter4

 

* 슬픈 사랑의 방황

* 구름에 가리워진 그리움

* 우리 사랑은 어디 있나요

* 얼마나 사랑했는가

* 사랑해서는 안되는 거예요

* 사랑이 구름에 숨었네요

* 당신의 행복을 빌겠어요

* 이별의 슬픔을 꽃잎처럼 뿌릴거예요

* 사랑의 짐을 혼자 짊어질께요

* 서글픔은 어디에 묻을까요

* 날 미워하지 않지요

* 떠난 뒤에야 알았어요

* 소쩍새도 떠날 줄 몰랐다

* 우리 사랑은 실종되었다

* 당신의 눈을 보면 눈물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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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사랑, 그 아름다운 슬픔'

머리말

 

 

                                        사랑의 정의/ 아름다운 슬픔

 

 

 

해가 서산에 걸쳐 있다. 온 종일 생명 있는 존재들을 비춰주고 이제 쉬고자 하는 시간이다. 서늘한 바람이 분다. 강변에 서서 흐르는 한강을 본다. 붉은 노을에 강물은 물들고, 사랑에 젖은 꽃잎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이 고요한 시간에 가만히 사랑을 떠올려 본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불현듯 가슴 속에 들어와 온통 그것에 매달리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인간의 마음을 사로 잡고, 수 많은 기쁨과 충만감을 준다. 삶의 진수를 맛보게 해 준다.

 

하지만, 사랑은 그에 못지 않게 우리를 속상하게 하고, 긴장시키며 분노케 한다. 가슴 아프게 한다. 헤어나지 못할 상처를 안겨 준다. 삶을 포기케 하며 지울 수 없는 낙인을 남기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은 아름답지만 슬픈 형상으로 기억된다. 

 

살아가면서 만났던 다양한 형태의 사랑들은 삶의 중요한 요소다. 본질을 구성하고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사랑의 이중성을 눈여겨 보고 싶었다. 사랑의 빛 때문에 밝은 곳으로 나가 환희를 느끼는 반면, 사랑의 그림자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인간의 연약한 모습을 반추해 보고 싶었다. 그럼으로써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화석에 새겨 보려고 했다. 

 

모든 사랑, 모든 인생의 아름다움은 형식이나 외부적인 조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영혼 속에만 있을 수 있다. 진정한 행복은 자신의 영혼을 깨끗하게 하면서 그 영혼을 다른 사람의 가슴 속에 담아 두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정을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간직하는 일이 비록 고통스럽더라도 가치 있는 건 사랑의 아름다움과 그로 인한 영혼의 떨림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정말 해보고 싶었던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과 사랑 때문에 겪었던 나와 너의 고통을 한 폭의 그림에 담으려고 했다. 서툰 언어 때문에 표현하려고 애썼으나 끝내 다 하지 못했던 행간 사이의 의미를 여백으로 남겨 둔다.  

 

                                                                                            2005년 8월 12일 

                                                                                             가을사랑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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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사랑의 시집
'사랑 그 아름다운 슬픔'
 
 
                                               시 평(詩 評)
 

                                                                                                       在美作家  Jane Kim

                                                                             

*사랑을 통한 인생의 관조

*영혼을 담아내는 깨끗한 도자기

*그리움의 江물

*인식의 메타포어

*세속을 넘어서


                                              

조선窯에서
문산 김영식이 150여개의 다완 중
고작 건져낸 것은 여섯 수
그 중 문산의 마음가득 충만하는
남에게 건네주고 싶지 않을만한
단 하나의 이도다완
이렇게 그릇을 굽든 시를 쓰든
자기의 내면에서 외부로의 이끌림은
가슴 텅 비어가는 슬픔일게다.
그래도 그 슬픔은 어쩐지 달콤하고 외롭지 않음에
 
김주덕 詩人은 노래한다
사랑은 이처럼 빼어난 도자기를 굽는 일과 같은 것이라고..

 

第1章   사랑을 통한 인생의 관조

 

인생의 아름다움은 歲月에 있다는 상념에 젖는다

청춘의 싱그러움도 서서히 사라지고

사랑하던 사람들도 하나 둘 어느 듯 떠나버리고

기력이나 능력이 쇠퇴하여 세상 밖으로

어쩐지 밀려나는 듯한 알 수 없는 서글픔

노후의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가장 멋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흔히 청춘의 소유물로만 치부하거나 아니면

잠시의 열락과 쾌락의 도구로 일삼는다,아니 그 가치조차 묵살할런지 모른다

그러나 시인은 사랑이라는 명제를 두고 순정(純情)과 열정(熱情)으로 변함이 없다

그는 인생이든 무엇이든 우주적 존재론에서 세상을 읽어내기 때문에 의식세계가

광활하다.그러므로 그를 만나면 시간이 행복해지고 흐뭇해지고 여유로워진다

 

사랑이든 인생이든 스스로 지닌 품(品)과 격(格)으로 사는 것

그의 시어가 쓸데없이 난해하지 않은 이유는 그의 인품에서 비롯된다

날이 갈수록 젊은이들이 눈앞의 보이는 것들에게 집착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아무리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손치더라도 인간의 영혼은 영원불멸인 것을..

 

나무는 우리와 똑같다

반듯이 서있어야  보기좋다

나무의 생명을 느껴라

뛰어가는 동물에게서만 생명을 느끼는

사람은 깊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지 않는 나무가 가지고 있는

더 큰 생명력을 느낄 때

우리는 깊이 있는 사랑을 할 수 있다

 

고요함 속의 역동성을 우리는 그에게서 배워야 한다

아름답게 나이들어가려는 영혼에 대한 애정을 그에게서 본받아야 한다

시류에 굴하지 않고 세파에 요동치지 않고 스스로 올곧으면서도 그가

거칠거나 강팍하지 않은 이유는 그의 가슴에 살아숨쉬는 순정(純情)으로 그렇다

60여 편의 시들을 읽어가면서 젊은이들이 정녕 그의 시혼을 통해 사랑의 정체성과 

우주적 정신력과 영혼의 純純함을 경험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마음이 뜨거워졌다

 

사랑의 존재는 숙명이며 생명의 의미이고 우주를 넓히는 통로라고 그는 노래한다

사랑을 삶속에 투영시키면서 순수와 진리와 순결성을 자기의지로 일치시키려한다

현실의 오욕의 무게에 몸을 가누기 힘든 순간이 닥쳐오면

그는 사랑을 통하여 진실을 소망하고 번뇌를 카타르시스하고자 여백의 시간을 연다

그에게 사랑은 소유욕이거나 눈에 보이는 색(色)이거나 상(像)이 결코 아니다

그저 바라보는 관조의 지극한 기쁨 그리고 존재하는 의미만으로도

탐욕을 비울 수 있는,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신강한 에너지를 보유한 사람이 그이다

그의 몸속에 흐르는 원천적 道的인 요소가 사랑을 관조의 세계로 이끄는지 모른다

긴세월

바라만 보아도

좋았던 그대

 

내 영혼을

담고있는

그대는 정녕

삶의 향기

시인에게 사랑은 이처럼 향그럽고 아름답다

아련함과 애틋함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에게 천성으로 내재된 순수가

사랑을 향하여 스스로 정갈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리한 욕심인지 몰라

무모함인지 몰라

 

사랑을 향하고 있는 것을

내가 아니고 내 안의 영혼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무소유는 평안의 호수

둘이 하나가 되어 마음과 마음으로 진실하게 살고 싶어하는

시인은 현실의 무게는 그렇지않아 늘 가슴이 아프다

 

진정 내 것이었나요

검푸른 밤하늘을 보며 걸었던

동해바다의 모래언덕

억겁의 인연에 만난

당신은 정말 내 사랑이었나요

 

그는 천년의 바위에 새기는 영원불멸의 사랑을 꿈꾼다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추억을 희구하며 진실과 순수를 누리고 싶어하고

사랑이 인간본연의 깨끗한 진수이기를 소망한다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가진 것을 다 주어버리고

빈 손으로 그냥 떠나

바랑하나 둘러메고 무심히 떠나

그의 시속에 무수히 등장하는

별빛을 우러르며 순수와 순결과 진리를 탐색해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가 누구를 사랑했을까 힐긋거리기 보다는 그의 가슴에 흐르는

진정한 사랑의 生命力과 사랑의 生氣를 진중하게 느껴보아야 할 것이다

 第2章  영혼을 담아내는 깨끗한 도자기

 

사랑은 의지라고 그는 노래한다

단순한 감정의 작용이 아니라 육체의 희락이 아니며

강한 자기추구 자신의 진실함을 시험하는 의지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 누가 사람을 사랑하면서 이처럼 진중한 의지의 존재론을 펼칠 수가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막아버리지 말라고 시인은 말한다

그는 언제나 이렇듯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정신의 높이를 훌쩍 넘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정말 자신에게 맞는 사람이 우연히 나타나면 일단 붙잡아야 한다. 그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뿐 아니라 놓치게 되면 너무 아깝고 평생 후회하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로든지 붙잡아라. 다시 결혼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무조건 애인을 만들라는 뜻이 아니다. 

 

이성친구로 하든 사회친구로 하든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놓아라. 그리고 시간을 가지고 좋은 관계로 발전시켜라. 세상에 자기에게 맞는 사람을 얻는 것처럼 소중한 일은 없다.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사랑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순수한 열정

비오는 아스팔트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고 싶어하고

별빛을 같이 우러러보고 싶어하고...

언뜻 표피적인 가벼운 센티멘탈같지만 그가 소망하는 것은

완벽한 일치감으로 영원한 영혼의 합일을 지향하려는 것이다

 

그는 육신보다 정신보다 영혼을 소중히 여긴다

깊어지는 애정과 그리움의 통한을 영혼으로 읽어내려 한다.내 마음으로가 아니라서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그의 깊은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사랑의 대상에 대한 절망이었을까

 

표정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슬퍼하고 너의 침실과 나의 방이 다른 것을 애달퍼하고

너의 정신과 나의 영혼이 다른 것을 허무해 하며 사랑이 머물다 간 자리를 들여다 본다

그렇게 뜨거웠던 사랑, 없으면 못살 것같은 애정이 안타까워서 함부로 정을 주지 말자

정들면 헤어지기 어려우니 철저히 잊어버리자고 작정한다 그래도 스러지지 않는 깊은 정

서로 달라 교감이 끊어진 사랑이 서글퍼지면

그는 산봉우리와 바위와 바람과 양지바른 저수지와 나무와 흙과 물을 고즈넉히 바라본다 

 

삶을 한 사람에게 바치는 것

숭고한 사랑의 의미를 아는가

사랑이 어둠을 밝히고 있는가

진정 후회없이 사랑했는가

 

사람에 대한 허무를 그는 자연과 교감을 하면서 맺히고 막힌 것을 풀어낸다

사랑은 그에게는 마음의 주인이다

마음의 공간을 넓히고 모닝커피처럼 상큼한 감성의 화수분,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순수와 영원으로 의미를 두어 두 개의 존재가 하나로 합일되는 완벽한 조화를 소망한다

 

그는 사랑을 정신적 교류,제휴,사막의 오아시스 그리고 맑은 가을하늘로 승화시킨다

투명하게 사물을 서로 바라보고 너와 나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죽어도 잊을 수 없는

기쁨과 진한 아픔과 안타까움으로 사랑을 간직하려한다

 

이게 사랑일까

옆에 없어도

소리를 듣지 못해도

숨결을 느끼지 못해도

가슴 속에 무언가

 가득 차 있는 듯한

 이 느낌이

 이 흐뭇함이

 

그는 변질된 사랑,욕망으로 무너져 버린 사랑

영혼을 파멸시키는 사랑의 상처투성이를 헤집고 나와

사랑은 여전히 삶을 이끌어 가고 사는 의미를 보태주며 영혼을 맑게 한다고 찬양한다

옆에 없어도 소리를 듣지 못해도 가슴 속에 가득차오르는 흐뭇함으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감성

한 사람을 위하여 모든 정성을 다바치고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자며 순순한 열정을 구가한다

눈물이 그치고 심장이 멎는 이 밤이 새기 전

찔레꽃 향기 배인 하얀종이위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그는 다시 쓰고 싶어한다

 

그에게 사랑은 영혼으로 읽혀지는 한 줄의 화두이다.

그가 희구하는 사랑은 그래서 언제나 샘물처럼 정갈하고 깨끗하다

그리움은 여기까지 따라왔는가..시인은 수 많은 별들이 쏟아지고 있는 밤하늘을 보며

사랑을 고백한다.

 

내 손을 잡아주어요

꼭 쥔 채 놓지 말아요

눈을 감아요

당신의 이름을 쓸께요

 

대단한 수사학이나 묘사법은 삿스러운 사족(蛇足)이다

그럴듯하게 언어를 수식하고 매우 세련된 사랑고백은 난삽일 뿐이다

 

원하는 건 없어요

당신의 존재만으로 난 행복해요

당신의 느낌만으로 난 가득 충만해있어요

 

살아갈수록 느끼는 일이지만 심플한 것이 진솔해서 아름답다

화려한 언어구사는 의식의 덧칠로 치부한다

그러므로 그는 무엇에게든지 단순하고 솔직하다

사람을 아끼고 사람을 귀히 여길 줄 아는 그는 아름다운 휴매니스트

그리고 시인은 대단한 인내와 집중력의 소유자다.

그의 올곧은 품성이 절제와 축약의 미학으로서 일상 속으로 이입(移入)

다음과 같이 토로하고 있다

갓 장작가마에서 구워 낸 도자기를 꺼내 듯 사랑을 향하여 진중한 멧세지를 띄운다 

 

사람에게 정신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정신이 살아 있어야 생명이 의미를 가진다. 정신이 죽은 육체는 살아 있어도 삶이 아니다. 정신을 고귀하게 가다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정신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 그건 가장 소중한 일이다.

 

정신으로 하여금 사랑하게 하라. 정신에게 활력소를 불어넣어라. 가슴으로 느껴라. 그대의 영혼을 깨끗하게 하고 그 안에 다른 영혼을 받아 들여라. 그리고 그대의 영혼을 다른 사람의 깨끗한 영혼 안에 부어 넣어라. 사랑은 진정 그대의 영혼을 담을 깨끗한 도자기를 또 하나 갖는 일이다.

 
인생은 그리움이 많아야 추억도 많아 풍요롭다는 것이다

마음의 풍요로움은 인생을 다복하게 이끌고 가니 막힘이 드물다

 

저녁노을 보면

네가 그립다

낙엽지면 더욱 그립다

눈 산위에 달이뜨면

미치도록 그립다

 

그가 그리워하는 대상은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

그러한 자연으로의 회귀본능이다 사랑이 깊어지면 자연친화력을 갖는다

그가 무릇 知的인 법조인으로 일하면서 매우 평이한 언어로

시를 쓰고 있는지를  생각을 해본다.23세에 고시를 패스한

그는 동창생들 사이에서 전설의 인물이다.영어사전을 암기후 한권을 먹었다느니

마당의 밥상위에서 달이 떠오르는 줄도 모르고 공부에 열중했다느니  

대단한 집중력과 인내심을 보유한 그가 어찌 사랑타령을 하는지

세심히 들여다 보고싶어졌다.그는 다재다능한 예술혼이

천성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사람이다.아트쪽으로 능력을 발휘하지 않을 뿐

그는 출중한 아티스트이다.사물을 꿰뚫어 볼 줄 아는 것은 사회성과는 별개이다

그는 매우 솔직하고 남에게 듣기 싫은 말 하기를 꺼린다

多感하고 조용하지만 그의 통찰력은 여느 속좁은 안목을 능가한다

우리도 그의 마음을 따라가서 차분히 정좌하고 스스로의 본심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제까지 우리가 걸치고 있었던 타존재에 의한 숱한 습(習)들이 보이지 않는가

배고프면 밥먹고 자고싶으면 잠자고 놀고싶으면 한껏 놀고 아주 쉬운 말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육신은 늙고 병들어 기력이 쇠약해져

배고파도 건강하지 않으면 제대로 먹지못할 수 있고

자고 싶어도 불면증으로 온 밤을 공연히 하얗게 새우고

놀고 싶어도 기운이 모자라니 신명도 줄어 흥겹던 것들이 시끄럽게만 들릴 것이다

 

그러한 인생을 들여다보며

시인은 사물과 사물의 교감,정신과 영혼의 교감,사람과 자연과의 교감이

허무한 세월에게도 무심할 수 있고 스러져가는 인생에서도 초월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거기에다 우리 인생의 정점은 과연 무엇인가 아마 사랑과 행복일 것이다

사랑이 풍부해지면 행복에 겨워 그 사랑이 연신 사랑을 낳는다

행복에 겨우면 사랑이 아름답게 보여서 잔뜩 경계를 짓거나  남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대 눈빛으로 편안하고

그대  음성으로 구원받는

아 이 느낌이 사랑이어라

 

마주보는 눈빛만으로

그대를 느낄 수 있고

그대 향한 그리움이

강바닥처럼 깊어가면

진한 커피내음으로

정다운 사람의 향기를 맡는다

 

눈빛 하나 목소리 한마디 커피 한 잔으로도 사랑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그의 영혼은 청빈하다

함부로 유치하다라고 교만을 부리는 축들이 오히려 자성(自省)하고 본받아야 할 점이 바로 이것이다

詩句 곳곳에 들꽃처럼 은은한 자태는 그의 품과 격조에서 비롯되는 시혼이고 인생관이다

<선화동 풍경> <가을사랑>에 이어 <사랑 그 아름다운 슬픔>시집 세 권을 세상에 으젓하게

 내놓고도 자신을 시인이라 불리우는 것을 부끄러워한다.그의 품성이 純純하고 조용해서 그렇다


第4章 사랑 그 아름다운 슬픔을 통해 들여다보는 인식의 메타포어

 

1) 熱情.

   <내가 네 속에 있는 시간, 네가 내 속에 있는 시간>

 

빗속에서도 서로 타오를거예요

눈을맞으며 서있어도 식지 않는 이 마음을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 내 작은 가슴이 터져요

지금 이 순간을 정지시켜요.저 탑의 시계를 멈추어 줘요

당신은 날 얼마나 사랑하나요.나만큼 사랑하나요

사랑하고 있어요 모든 것을 다 바칠께요

다른 생각못하고 있어요.당신에게 붙잡혀있어요

진정 얼마나 사랑했는가 용광로보다 뜨겁게 좋아했는가

남극의 빙하를 녹일 수 있는가

모든 것을 주고 싶다

온종일 머리 속에서 맴돌고 있어요

눈산위에 달이 뜨면 미치도록 보고싶다

내 존재를 부정하고 그 빛속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지고 싶다

원시림속에서 울부짖는 표범의 눈빛이고 싶다

사랑은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것 그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는 것

 

2)섬세한 감성.

  <별하나 떨어지는 강물>

 

멀리서도 당신의 촉감이 느껴지는..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당신의 파장을 느껴요

이슬방울 속에 당신의 모습이 보여요

별하나 떨어진 강물은 평생 안타까움을 남겨준 그대는..

연꽃위에서 숨을 쉬고 있어요

못다한 말은 구슬로 꿰어드릴께요

진한 그리움이 뚝뚝 떨어져 강물이 되어요

다시 별이 뜨면 꽃잎을 따주세요

당신이 앉았던 벤치에서 찔레꽃향이 피어나요

눈을 감고 듣는 너의 음성 귀로 듣는게 아니라 가슴으로 듣는다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방울방울 강물위에 떨어지고 있어요

보랏빛 작은 꽃을 불속에 태울거예요 그 향기를 천지에 뿌리겠어요

보고픈 마음을 장미꽃으로 수놓았어요

 

3)사랑 그 아름다운 슬픔.

  <세파에 지친 내 마음이 쉴 수 있도록>

 

당신이 무얼 알아요

꿈을 꾸는 장미처럼 당신이 무슨 슬픔을 알겠어요

동굴에 갇힌 사슴

부르다 숨이 멎을 이름

그대없는 이 밤이 너무 슬퍼요

표창이 박힌 것처럼 내 마음이 아프네요

그리움은 또 그리움을 몰고오고 안타까움은 더 안타깝게 만들고

사랑은 보이지 않는 고통의 길이다

가슴 속에 타오르는 불길은 힘겨운 응어리로 남는다

사랑이 이처럼 힘들 줄 몰랐어요

이제는 눈물도 말랐어요

안개속을 헤메이듯 내 마음이 힘들어요

너무 가혹한 일이예요 당신을 만나 정이 든 것이

당신은 잡을 수 없는 먼하늘의 별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혼자 깊어가는 강물이예요

당신의 눈을 보면 눈물이 나요

 

4)순수를 향하여.

  <두개의 별이 빛나는 때까지>

 

그대는 나의 주인

그대는 나의 분신

당신의 포로

사랑의 숙명

그대를 향한 망부석

천년의 아름다운 화석

어렵게 캐낸 보석

그대만이 유일한 빛 한줄기 생명

 

5)시인과 마음의 고향 

 풀밭,별빛,초원,호수,정원,바위,강,샘물순수,순결,진리,꿈,영원,파도,바다,안개,

 눈물,구름,소나기,천년,빛,이슬,인연,눈(雪),소나무,장미 ,찔레꽃,바람,소쩍새.화석,주인,


第5章 세속을 넘어서

 

험한 길일수록  함께 갈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시인은 말한다

맞는 말이다 혼신을 다해 목표를 향해 오르고 있을 때

마음을 휴식할 수 있는 대상은 입체적 위안의 장소로 공간화한다

그 곳에서 감미롭고 상큼하고 향긋하게 마음놓고 휴식하고 싶은 것이다

진정한 마음으로 그 공간의 주인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싶어하는 것이다

사랑을 업수이 치부하는 수치심과 강박관념을 우리는 버려야한다

혹독한 세파 속에서도 그것을 극복하는 에너지가 풍부한 사람은 사랑을 귀히 여길 줄 안다

오히려 우리는 그의 詩를 통하여 아름답고 섬세한 사랑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대단히 솔직하고 단순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설기할 수 있음은

신강한 운명애(運命愛)의 특성이다.그가 쏟아내는 언어들은

詩에서는 지극단순화하고 있지만 산문으로 쓴 다른 글들을 읽어보면

대단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知的이다.

사람의 마음을 끌어내는 흡입력도 막강해서 신선하고 역동적이다

 

내면의 한켠으로 물흐르듯 부드럽고 그저 예사스러운 그의 시어를 통해

우리의 오염된 탐욕과 편견들을 서슴없이 카타르시스 해야 할 것이다  

어느 틈 그도 세속의 나이가 들었는지 무심하고 쓸쓸한  눈빛으로 묻는다

"반백을 하고도 맨 사랑의 시만 쓴다고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까"

 

나는 여러 그와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에게 만나자고 해서

가까운 공원 벤치에 앉아 가만가만 커피를 마시며 시를 읽어 주었다

 

삶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죽음은 어디에서 마무리되는가

겨울은 삶을 잉태하고

 봄에 싹을 피운다

 

쉿 침묵하자

긴 잠을 자도록

명상보다 깊은 잠

꿈에 취하고

사랑에 취하자

 

멋있다.이 시인이 누구라지. 어느 나라 시인이야

남자야 여자야...덩달아 눈물처럼 반짝거리는 햇빛.

대답대신 하얀 종이에 적힌 시를  천천히 연달아 읊조렸다

 

눈을 감아도 선히 보이는 당신은

당신은 누구신가요

멀리서도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당신은 누구신가요

부르고 부르다 숨이 멎을

 당신은 진정 누구신가요

 

이미 친구들은 저마다의 추억속의 순정이 피어나는 듯

촉촉해진 먼 시선으로 제각기의 풍경을 우러르고 있었다

 

아무도 없어요 지금

우리가 지나는

인생의 터널 속에는

그대만이 유일한 빛

한줄기 생명이예요

험한 강을 건너야 해요

뗏목도 없고 밧줄도 없어요

그대만이 유일한 돛

강풍을 견딜 수 있어요

 

그대 내 손을 잡아주세요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감싸주세요

어두운 세상에서 밝은 빛이 되어주세요

별들만 알아요

별이 쏟아지고 있어요

당신의 별을 찾았어요

그 별은 떨어져

수많은 사랑의 파편을

밤하늘에 수놓고 있어요

이 길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마음아팠는지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당신은 모를거예요

별들만 알아요

커피향이 바람결을 따라 향긋하게 묻어나는 오후,시인의 시는 이처럼 따스하고 애틋해서

나무잎사이로 보이는 풍경과 詩를 듣는 이의 마음들이 애잔하게 적신다

사랑은 詩句를 통해 사랑을 낳아서 물푸레나무 그늘아래로 사랑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세속이 비록 혼탁하더라도 시인의 격조와 품성을 통하여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세속으로 환원되고 있었으니 덩달아 온 세상이 흐뭇하게만 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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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휴가를 보냈다. 어떻게 보면 일의 공백이었다. 머리를 식힌다는 핑계로 푹 쉬었다. 무려 11일이나 사무실을 비웠다. 사실 휴가라는 명목으로 사무실에 나가지 않으면서도 머리 속에는 사무실 일이 떠나지 않았다. 아니 떠날 수가 없었다. 그거 자체가 또 하나의 스트레스였다.

 

휴가 기간 동안 나는 새로운 세계를 찾아보려고 애썼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하려고 했다. 내가 안주하고 있었던 가시적인 그런 범주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삶의 터전, 내 영혼이 바라보는 풍경을 찾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 무엇을 잃었는지 알지 못한다. 지루하기도 했지만, 그런 면에서는 짧은 기간이기도 했다. 다만, 세속적인 허망한 욕심에서 벗어나려는 태도에 약간 다가가게 되었다. 무가치한 세상 사람들의 부질없는 논쟁에서도 초연하는 법을 배웠다. 

 

어제 출근하자 마자 몹시 바빴다. 휴가 기간의 공백을 메꾸려는 노력도 했다. 그러면서 곧 바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그러자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다. 휴가란 한편으로 리듬을 깨뜨리기 때문에 더 힘들게도 만드는 측면이 있다. 그래도 휴가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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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여름의 무더위도 막바지다. 가만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다. 그래도 우리 집은 나은 편이다. 숲 속에 있어 아무리 더워도 에어콘을 잘 켜지 않고 여름을 넘긴다. 날씨가 더우면 추울 때와 달리 기운이 없어진다. 몸이 풀어지기 때문이다. 여름에 날씨가 더워 노인들이 돌아가시는 게 이해가 된다. 신문을 보면 외국에서는 폭서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사망한다.

 

모처럼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주양쇼핑상가에 갔다. 우리 집 근처에 있어 나는 주양쇼핑에 지금까지 수 없이 다녔다. 서울 시내 어느 백화점 보다도 내게는 친숙한 곳이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손바닥처럼 잘 알고 있는 곳이다. 내일과 모레 이틀간 상가 전체가 휴가로 쉰다고 한다.

 

지하 식당가에는 여러 가지 먹을거리가 많다. 만두, 떡뽁이, 칼국수, 비빔밥 등 많은 음식들을 먹음직스럽게 만들어 놓았다. 밑반찬도 수 없이 만들어 놓았다. 나는 이런 곳을 구경하기를 좋아한다. 한 가지 한 가지가 먹고 싶은 것들이다. 만들기도 잘 만들어 놓았다.

 

하기야 손님들의 입맛이 까다로우니 정성껏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놓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손님들이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하루 종일 음식 냄새를 맡으며 일을 해야 하는 상인들이 힘들어 보였다. 더군다나 음식을 조리해야 하니 가스렌지를 켜놓고 그 옆에서 일을 해야 한다. 김치만두를 샀다. 애써 만든 그 노고를 생각하면서 먹으니 더욱 맛이 있었다.

 

팔당대교 쪽으로 드라이브를 했다. 비가 약간 내렸고 해가 들어가서 분위기가 좋았다. 하남시 미사리 부근에 강변도로의 확장공사가 많이 진척이 되고 있었다. 풍산동 아파트 택지개발사업도 많이 진행되었다. 하남시 문화예술회관 신축공사도 그렇고 하남시 공설운동장 신축공사도 시작하고 있었다.

 

서울춘천간고속도로로 하남과 덕소를 잇는 교량공사도 한참 진행중이었다. 가끔 지나가다 보면 한강에 새로운 다리를 하나 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낄 수 있다. 교량설계를 하는 사람, 시공을 하는 사람, 자재를 하나 하나씩 쌓아나가는 사람 들의 모든 머리와 노력으로 다리는 만들어진다. 공사 때문에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개발된다는 기대감 때문에 기분은 좋다. 그리고 오래 살다 보니 어떤 변화를 준다는 것은 기분 전환도 되고 좋은 일이다.

 

라디오에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었다. 좋은 노래들이 많이 나온다. 나에게 맞는 음악은 아무래도 오래 된 음악들이다. 최신 음악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따로 테이프에 녹음하여 차안에서 들었으면 좋겠는데 그 일이 쉽지는 않다. 

 

상일역 부근에 있는 재래시장에 갔다. 시장 안에 있는 나무들에서 매미소리가 매우 크게 들렸다. 예전에는 안 그랬었는데 왜 그렇게 매미들이 시끄럽게 크게 우는지 모르겠다. 이상할 정도였다. 원래 매미소리가 크지만 그래도 이렇게 시끄러운 건 처음 들어본다. 

 

재래시장 상인들도 많이 휴가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군데 군데 상인들이 문을 닫아 놓았다. 채소를 파는 아주머니는 고구마, 감자, 오이, 호박, 옥수수 등을 몇 가지 늘어놓고 팔고 있다. 호박 2개에 천원 한다. 양파 한 자루에 5천원이라고 쓰여있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나도 그들처럼 욕심 부리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본다.  

 

얼마 전에 마포에 있는 어느 냉면집에 갔다. 작은 골목길에 있는데 식당 규모도 작았다. 그런데 손님들이 많았다. 안에 들어가 냉면을 주문했는데 무려 3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밖에는 손님들이 12명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까닭일까? 냉면이 그렇게 맛있은 것도 아니었다. 내 입맛에 맞지 않아서일까? 그래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데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근에 있는 다른 식당들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장사란 그런 것이다. 비슷한 장소에서도 업종에 따라 다르고 같은 업종을 해도 운영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불황이라는데 그처럼 손님이 많은 냉면집을 보면서 나는 세상 사는 이치를 또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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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따루에서 하꼬다테 가는 길은 멀었다. 오따루에서 삿뽀로까지 30분 정도 기차를 타고 가서 갈아탄 다음 3시간 10분 정도 더 가야 한다. 그것도 빠른 특급열차를 타고 달리는 거리다.

 

북해도는 커다란 섬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다니는 기차를 타면 주변의 풍경이 아름답다. 바닷가를 달리는 경우도 많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서 달리는 기분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떤 때는 바다를 끼고 달리는데 산쪽으로 기차길이 있고, 바다쪽으로 고속도로가 있다. 자동차와 함께 달린다. 기차가 단연 빠르다. 차 한대 씩 추월하는 모습을 본다. 옆에는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있다.

 

신깐센 열차는 매우 편하게 되어 있다. 좌석도 넓고 180도 회전하게 되어 있다. 서로 마주보고 앉아서 갈 수 있다. 뒤로 제치면 아주 편안하게 누울 수 있다. 어떤 곳에는 좌석이 하나만 있는 경우도 있다.

 

기차길 옆이란 특이한 풍경들이다. 철로 바로 옆까지는 집을 짓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약간의 공터를 비워둔다. 그리고 그곳에 나무와 꽃을 심어놓는 경우가 많다. 아마 기차의 소음 때문에 약간의 거리를 띄워놓고 중간에 방음장치 비슷하게 해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기차길 옆은 한 밤중에 기차가 지나가면 잠을 깰까봐 걱정이 된다. 그것 아니면 낭만적일 수 있다.

 

하꼬다테는 오래된 항구도시였다. 금년이 개항 146주년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념행사를 여기 저기에서 하고 있었다. 공원 꼭때기에 올라가는 케이블카에는 관광객들이 줄을 이어서 타고 있었다. 야간 경치가 아주 좋다고 한다. 케이블카도 매우 컸다.

 

도심지 한 복판에 늘어선 포장마차들이 여러 가지 먹을 것을 제공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게임놀이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아침시장이라고 불리는 朝市에도 사람들이 많이 구경을 하고 있었다. 오징어 회가 유명하다고 한다.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노파의 얼굴에는 그저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지만 남아 있었다. 외국에서 누가 왔던 아무 상관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삶에 너무 많은 시간 기웃거리고 있는 건 어리석은 일일 수 있다. 오늘 해야 할 일에 충실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다.

 

하꼬다테는 북해도에서는 아주 남쪽이라 그런지 날씨가 더웠다. 같은 바닷가라도 오따루와는 달랐다. 더운 날씨에 팥빙수를 찾았는데 어렵게 찾은 것도 형편 없었다. 팥빙수는 한국 것이 최고다. 호텔에서는 밧데리가 부착된 자전차도 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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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휴가는 외부와의 통신을 두절한 상태에서 조용히 사색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일상의 번거로움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특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다루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는지 모른다. 아뭏튼 일주일 동안 머리를 식히고 싶었다. 그래서 핸드폰 사용을 거의 하지 않았다.

 

사실 핸드폰이란 매우 편리한 도구지만 사람을 매이게 한다. 수시로 핸드폰 통화를 하다 보면 생각하던 것이 자꾸 줃단된다. 그런 삶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것도 문제다.

 

일주일 동안 나는 휴가를 냈다. 그리고 조용한 바닷가에 가 있었다. 새벽이면 바다를 환하게 비추는 태양의 위대함을 볼 수 있었다. 시퍼런 파도는 무서울 정도로 싱싱해 보였다. 파도는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성이 나면 모든 걸 삼켜버릴 기세였다. 계속해서 모든 존재를 밀어부치고 있었다. 인정 사정 없는 존재였다. 모든 존재가 자신 앞에서 무릎을 꿇기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이 파도였다.

 

새벽이면 갈매기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아무리 피곤해도 갈매기들은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면 눈을 붙이고 있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파도소리에 춤을 추는 것인지, 휴식처를 빼앗겨버린 것인지 모르겠다. 잠시도 쉬지 않고 바닷물 위를 오고 간다. 그건 하나의 그림이었다. 자연이 만들고 있는 한 폭의 작품이었다. 나는 그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자였다.  

 

바쁘게 살던 사람은 하던 일이 중단되면 갑자기 공백상태가 된다. 진정한 휴식을 취하려면 사실 그런 공백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휴식을 취하려던 것이 오히려 불안감에 빠지고 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일이란 원래 그런 공백을 용납치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휴가때 특히 그런 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어느 정도 성공은 했지만 100%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휴가를 떠나기 전에 공항 구내서점에서 은희경씨의 소설, '비밀과 거짓말'(문학동네, 2005년 1월)을 샀다. 휴가 기간 내내 나는 그 책을 읽었다. 나는 그의 소설을 좋아한다.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등에서 느꼈던 그녀의 감칠맛 있는 글솜씨를 이번 새 소설에서도 만끽했다.

 

소설을 읽고 나서 나는 내 삶에 있어서 비밀은 무엇이고, 거짓말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비밀이야 특별한 건 없다.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야 많이 있다. 그걸 모두 까발려야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한 일들이다. 살면서 공개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일들도 있다. 떳떳하지 못한 일들도 있다. 그렇다고 그게 비밀일까?

 

거짓말에 대해서는 아주 복잡하다. 적극적인 거짓말도 많다. 소극적인 거짓말도 많다. 선의의 거짓말도 많다. 별 의미 없는 거짓말도 많다. 사실이 아닌 말이 거짓말이다. 진실에 반하는 말이 거짓말이다. 꼭 남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아도 거짓말은 거짓말이다.

 

은희경씨의 소설은 제목 자체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나 역시 이번 휴가 기간 동안 내내 삶의 비밀과 거짓말을 화두로 사색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작가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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