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는 해가 일찍 솟아오른다. 5시도 안돼 훤하게 밝았다. 이름 모를 바닷새들의 울음소리도 잠을 깨우는 데 일조를 한다. 바다 위에 솟은 해는 힘찬 하루를 예고하고 있었다. 어두움을 떨쳐 버리고 환하게 세상을 비추고 있는 태양은 위대해 보였다.

 

절반의 시간 동안 태양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엔가 숨어버린다. 그 위대한 태양은 일시 모든 생명을 떠나 사라져 버린다. 그래도 고대인들은 태양을 가장 위대한 신으로 숭배했다. 일시 사라졌어도 그 존재의 영속성을 믿었다. 그건 현명한 처사였다. 태양은 일시 저 지평 너머로 숨는 것일뿐 아주 사라지는 건 아니었으니까.

 

나는 간밤의 우울했던 기분에서 벗어났다. 밝은 태양을 바라보면서 내 마음도 가벼워졌다. 바다의 어두움을 보면서 가라앉았던 마음은 갈매기처럼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파도는 밤새 그치지 않았다. 끝없이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밀려왔다. 나를 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래도 나는 밀려나지 않았다.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었다. 내가 파도를 이겼다. 파도는 나에게 패배했다. 나는 파도를 이긴 승리감에 도취되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파도를 뒤로 하고 나는 산위로 올라갔다.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갔다. 얼마 안 되어 우거진 숲이 보였다. 숲은 아직 잠에서 덜 깨어 있었다. 고요했다. 땅은 비가 온 뒤라 약간 축축했다. 갑자기 벌 한마리가 달라든다. 나는 놀랐다. 벌 한마리에 내 존재는 동물적으로 방어태세를 취해야 했다. 물리지 않기 위해 피할 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 커다란 등치가 아주 작은 벌 한마리에 위협을 느끼다니 자연의 법칙은 그런 것이었다.  

 

새벽의 숲속은 무슨 들짐승이 뛰쳐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무도 없는 산속을 계속 걸을 수는 없었다. 나는 방향을 돌렸다. 조금 내려오니 바다가 보였다. 푸른 바다가 넘실대고 있었다. 사실 바다 속은 더 무섭다. 사람이 빠지면 순식간에 물고기가 달라들어 해체시킬 것이다. 땅 위보다 그런 점에서는 더 심하다.

 

오따루 수족공원에서 본 쇼가 생각났다. 물개들 쇼를 보여주는데 20센치미터 정도 되는 물고기를 한번에 다섯마리씩이나 준다. 그러면 물개들은 순식간에 그 물고기들을 받아 삼킨다. 별로 씹지도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냥 삼켜버리면 소화가 되는 모양이다. 펭귄들도 마찬가지였다. 덩치는 별로 크지 않은데 조련사들이 주는 물고기를 그냥 여러 마리를 통채로 삼켜버리고 있었다.

 

산 밑에는 작은 집들이 많이 있었다. 아기자기하게 집들을 꾸며놓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나 작은 마을이나 차분히 들여다 보면 구석구석 사람들의 정성어린 손길이 쌓여 마을을 이루고 거대한 도시를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갑자기 마을이 생기고 도시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나는 떠오르는 태양과 바다를 바라보면서 한 없이 겸손해지기로 했다. 자연의 위대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산 밑의 작은 집 마당이 아기자기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작은 범주의 환경에 더 충실해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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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 되는 날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식사를 했다. 호텔 부페 식사는 항상 그렇다. 끼니를 거를 수 없으니 먹는 것이다. 8시에 버스는 떠났다. 황거를 보러갔다. 황거는 일본 천황과 그 일가가 살고 있는 곳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되었다가 1968년 재건되었다고 한다. 황거 일대는 넓은 정원식으로 꾸며져 있어 동경시민의 휴식처와 문화공간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나는 일행들과 달리 황거 공원을 둘러보지 않고 날씨가 더워 레스토랑 있는 휴게소 안에 들어가 있었다. 황거내에 살고 있는 오리 같이 생긴 큰 새를 박제해 놓고 있었다. 그 옆에는 새의 알이 매우 큰데 4개나 있었다. 그리고 작은 새끼 한 마리도 역시 박제되어 있었다. 죽어서 썩지도 못할 새의 운명이었다. 인간의 잔인함도 엿볼 수 있었다.

 

황거를 둘러 본 다음 우리 버스는 이로하고개의 48개의 커브길을 올라갔다. 닛꼬(日光)국립공원으로 갔다. 그곳에서 우리는 쥬젠지 호수를 구경했다. 산 위에 있는 호수는 매우 아름다웠다. 쥬젠지 호수는 난타이 산의 분화로 생긴 주변 약 25킬로미터의 호수로서 닛꼬 국립공원에서 가장 큰 호수다. 물빛이 맑고 아름다운 곳이다.

 

우리는 호수 주변의 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식당 아래 기념품 파는 가게에서 어느 할머니가 일을 하고 있었다. 나이를 물으니 91살이라고 한다. 허리는 많이 굽어졌지만 말을 또렷하게 한다. 그리고 계산기로 물건값을 계산해 주고 포장까지 해 주었다. 그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았다고 한다. 동경에는 두번 나갔었다고 한다. 그곳이 우주의 전부였다. 남편과 가게를 하다가 남편이 5년 전에 죽은 다음에는 아들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그 다음 게곤 폭포에 갔다. 일본 3대 폭포 중의 하나로 쥬젠지 호에서 흘러 나온 물이 97미터나 되는 암벽을 일직선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 호수에 동경대학 학생이 멋있는 유서를 나무 껍집을 벗여 써놓고 자살을 해서 아주 유명해졌다고 한다.

 

동조궁을 둘러보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묘소로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이라고 한다. 스기나무 숲으로 우거져 있었다. 입구에 거대한 이치노도리이는 일본의 3대 도리이 중의 하나로 유명하다고 한다. 천정에 있는 용을 향해 나무 막대기를 부딛혀 딱딱 소리를 내면 천정에서 용이 소리를 내는 것처럼 도르르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 신기했다.

 

니스 시오바라 온천 호텔로 이동했다. 온천욕을 하고 노천탕에서 피로를 풀었다. 다음 날 아침 호텔을 출발해서 후쿠시마 공항으로 갔다. 13시 05분 아시아나 편으로 출발해서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3시 50분이었다. 짧은 여행기간 동안 나는 많은 것을 느꼈다. 그리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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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일어나 피곤한 일정이었는데도 막상 호텔방에 들어가니 잠이 오지 않았다. 낯선도시에서 맞는 밤이라 그런 모양이었다. TV를 틀었다. 못 알아듣는 일본말이 나온다. 채널을 돌리나 한국 방송이 나왔다. 주로 한국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었다.

 

TV를 끄고 나는 동경의 야경을 창밖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서울의 야경과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단지 네온사인 글씨가 일본말로 되어 있다는 차이뿐이었다. 번화한 도심지 한복판에서 침대에 누워있다는 생각은 그 자체가 불편하게 만든다. 고요한 산속에 앉아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도심지란 무슨 일을 하기 위한 장소다. 비지니스를 하던, 쇼핑을 하던, 사람을 만나던, 관광을 하기 위한 장소다. 그런 곳에서 어떤 인생의 갈 길을 생각해 본다는 건 애당초 무리였다. 잠시도 조용히 있게 놔두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수만가지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곤 했다.

 

아침 식사때 사람들에게서 들어보니 일행들이 밤에 모여 여행사측에 심한 항의를 했다고 했다. 그래서 여행사 일본 영업소장이 협상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가이드 여직원은 울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일행들이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일행들의 불평은 왜 동경으로 바로 오지 않고 센다이공항으로 돌아왔느냐 하는 것이었고, 센다이에서 동경까지 국내선 비행기로 오는 것으로 알았다든가 버스로도 한시간 정도의 가까운 거리로 알았다는다 하는 점이었다. 또한 버스 에어콘이 잘 안나와서 고생했고, 중간에 신간센을 갈아 타는 과정에서도 고생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돈을 일부 돌려달라는 주장이었다.

 

여행사는 3박4일 일정으로 1인당 89만 9천원을 받았다. 나는 그냥 일행들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하고 나서지 않았다. 가이드 여직원이 불쌍해서 자꾸 불평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버스 에어콘이 시원찮아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곧 바로 기차로 갈아타고 왔고, 기차역에서 더워 고생한 것은 그 기차역 사정이었다. 양쪽을 다 이해할 수 있는 나로서는 어느 편도 들 수 없었다.

 

단체 행동이 시작되다 보니 나중에는 자꾸 에스컬레이터 되었다. 사람들은 주로 그 이야기였다. 여행사측에서는 하는 수 없이 1인당 8만원씩 돌려주기로 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상태에서 서울에서 함께 따라 간 가이드 여직원이 입장이 얼마나 어려울까 싶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계속 3일간 더 안내를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몹시 안쓰러워 보였다.

 

여행 이틀째는 선택관광이었다. 나는 늦잠을 자다가 아카쿠사로 갔다. 전철을 타고 20분 정도 되는 곳이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파는 재미있는 시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구경을 했다. 가부키하는 곳은 지금은 어디로 옮겨 구경하기가 어려워 그만 두었다. 퇴근 시간이라 돌아올 때 전철안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우리와 함께 갔던 다른 일행은 카메라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여행을 할 때는 항상 소지품을 조심해야 한다.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다가는 물건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면 여행 자체를 망치게 된다. 여권과 항공권, 지갑 등은 항상 조심해야 할 필수품이다.

 

저녁 시간에는 미국에서 온  K 사장을 만났다. K 사장이 내가 있는 호텔 로비로 왔다. 함께 부근에 있는 식당으로 저녁 식사를 하러갔다. 마땅한 식당을 찾기도 어려웠다. 대개의 스시집은 손님들로 북적거렸고, 매우 시끄러웠다. 조용하게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하기는 곤란했다.

 

생맥주와 오사케를 마시면서 서로 대화를 하다 보니 밤 12시가 다 되었다. K 사장은 다음 날 아침 다시 동경을 떠난다고 했다. 몇 달만에 만나는 것이지만 반가웠다. 주로 외국에서 생활하는 그는 외국 여행에 아주 익숙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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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는 놀러가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지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했다. 어린 아이들도 많이 있었다. 부모들을 따라 외국으로 놀러가는 것이다. 팔자가 좋은 아이들이다. 능력있는 부모를 만나 호강하고 사는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불공평하다. 부모를 잘 만나 별 고생하지 않고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고생을 모르고 편안하게 살아간다.

 

비행기는 12시 30분경 일본 센다이 공항에 도착했다. 센다이공항은 아주 작았다. 입국심사를 하는데 외국인들을 직원 2사람이 담당하고 있었다. 무려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무척 인내심을 요했다. 그러나 혼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단체로 간 일행들이 있으니 참을만 했다. 줄을 선 일부 사람들이 불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난 담당 공무원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센다이 공항에서 곧 바로 기다리고 있던 관광버스를 탔다. 35명이 한 버스로 움직였다. 한국에서 따라간 여자 가이드 직원이 동행하고 있었다. 가이드 일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우리야 관광을 가는 것이지만, 직원은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과 노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

 

버스의 특징은 천정에 샹들리아 처럼 멋있는 장식등을 몇 개 달아놓고 있었다. 나름대로 실내를 우아하게 꾸며 놓았다. 버스는 센다이에서 동경을 향해 달렸다. 아름다운 7월의 무성한 나무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센다이에서 동경까지는 5시간 정도 버스로 소요된다고 했다. 모든 것을 잊고 푸근한 마음으로 버스 여행을 하려고 마음 먹었다.

 

한 시간쯤 가면서 버스 에어콘이 제대로 작동이 안되어서 버스 안이 무척 더웠다. 일행들이 가이드 직원에게 항의를 했다. 도대체 이렇게 더워서 어떻게 계속 동경까지 타고 가겠느냐는 것이었다. 여러 사람 들이 있다 보면 항상 용기 있는 사람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더워도 그냥 속으로 불평하면서 참고 가는데 어떤 사람이 큰 소리로 항의를 했다.

 

그러자 가이드는 본사와 일본 내 영업소에 연락을 취했다면서 일단 기다리라고 했다. 사람들이 불평은 계속되었다. 두시간 쯤 가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어느 기차역으로 갔다. 그곳에서 신간센을 탔다. 기차를 타려고 역에서 30분 정도 기다리는데 그곳도 에어콘 시설이 안되어 무척 고생들을 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캔맥주를 하나 사서 마셨다. 기차는 2층으로 되어 있었다. 달리는 차창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어느듯 해가 지고 어두워지고 있었다. 배행기를 타고 가는 것과 달리 기차여행을 하면 또 다른 느낌을 가게 된다. 주변의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온다. 

 

기차길 옆에는 집들이 많이 늘어서 있었다. 특히 역 주변에는 더욱 그랬다. 내가 어렸을 때 철도길 옆에 살던 기억이 떠올랐다. 기차길 옆에 사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묘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가끔 잠을 깨워 곤혹스럽기도 하겠지만, 드물게 달리는 기차를 보면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 같다. 어딘가 가고 있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기차가  마침내 동경에 도착했다. 동경 시내에서 한국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다. 우리가 간 식당 주변에는 한국 식당이 많이 있었다. 코리안타운 같기도 했다. 메뉴는 김치찌게 백반이었다. 처음 어울리는 일행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도 어색했다. 서로 특별히 할 말도 없는 상태라 그냥 식사만 조용하게 하고 나왔다.

 

저녁 식사 후에 동경 신도청 전망대로 갔다. 동경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신주쿠 중심에 위치한 높이 243미터, 45층으로 된 전망대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구경을 하였다. 동경 시내는 불빛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45층에는 카페가 있었다. 흑인 남자 한 사람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나는 블랙러시안을 한 잔 마시면서 그 피아노 연주에 심취해 있었다.

 

전망대 주변에는 몇 사람의 노숙자들이 도로변에 누워 있었다. 바지를 입고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너무 측은해 보였다.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었다. 그 자동차 매연을 마셔가면서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사람의 운명이란 저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매우 숙연해졌다.

 

도시에는 항상 낙오자가 눈에 띈다. 도시의 고독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다. 힘든 경쟁에서 뒤떨어져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된 고독한 존재들이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고 스스로 두꺼운 껍질을 쓰고 침묵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눈에 비추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몹시 냉소적일 거라는 추측이 든다.

 

우리가 머물 아카사카 엑셀도큐호텔에 도착했다. 일부 사람들이 방에 들어가지 말고 모여서 회의를 해야 한다고 남으라고 했다. 나는 그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방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모여서들 여행사에 항의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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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살다 보면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무언가에 매달려 집착하다 보면 자신의 영혼은 어디를 떠도는지 모르게 된다. 그래서 가끔은 머리를 비어놓고 자신의 영혼을 찾아야 한다. 영혼이 외롭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는 영혼은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더운 여름 날, 나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라 인천공항은 많은 인파로 붐볐다. 자주 다니다 보니 이제는 예전 같은 감흥은 없다. 그냥 시외버스터미널처럼 느껴진다. 다만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사실밖에 다른 차이는 없다. 비행기 여행은 수속을 밟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적어도 2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서 수속을 밟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움직이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외국 여행의 불편함은 이런 시간 소모에 있다. 출국 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기다려야 하고, 줄을 서야 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새벽 6시가 조금 넘어 공항버스를 탔다. 1인당 7천원이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88올림픽도로는 막히지 않았다. 7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휴가철일 뿐 아니라 테러 때문에 보안검색이 까다로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출발시간 3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는 주의사항 때문에 무려 3시간 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사에서 직원들이 나와 티켓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단체관광에서는 시간을 잘 지켜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여행사에서는 동그란 표찰을 나누어 주었다. 잘 보이는 곳에 붙이고 있으라고 했다. 나는 말 잘듣는 학생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여행 일정표를 나누어주고 지정된 시간에 탑승하라고 하면서 탑승권을 주었다. 모든 절차를 여행사에서 밟아주고 있어 매우 편하게 느꼈다. 개개인이 따로 해야 하는 것과 달리 단체가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은 매우 효율적인 측면이 있다.

 

공항은 생각보다는 그렇게 붐비지 않았다. 보안검색대를 지나 출국심사를 마치고 안에 들어가 구경을 했다. 면세점을 구경하고 다녔다. 늘 그렇고 그런 물건들이 보였다. 특별히 사고 싶은 물건도 없다.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잘 이해가 안 간다.

 

아는 사람을 세사람이나 만났다. 세상은 넓은 것 같으면서 좁다. 다들 외국으로 출장을 가거나 휴가를 간다고 했다. 정말 국제화시대가 되었다. 외국 나가는 일을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가 국제화가 된 것이 그렇게 오랜 일은 아니다. 88올림픽이 개최되기 전까지만 해도 웬만한 사람은 외국여행을 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공무원 신분의 사람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했다.

 

휴대전화를 국제로밍하면서 전화기를 빌렸다. 내 기종은 일본에서 로밍이 안된다고 한다. 몇 달전에 새로 산 것인데 왜 로밍이 안되는지 모르겠다. 살 당시에는 그런 걸 확인하지 않았다. 옛날 기종도 일본에서 로밍이 되었기 때문에 이번에 산 기종은 더 신형이라 당연히 될 줄 알았다. 물건을 살 때 신중해야 하고 하나 하나 확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골치 아프게 되는 것이다.

 

로밍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사람들이 많아 번호표를 뽑아 오래 기다려야 했다. 휴대전화를 빌려주는데 아주 중고 제품이다. 다른 사람들이 쓰다 버린 것을 가져다가 빌려주는 것처럼 보였다. 내 것을 두고 다른 것을 빌려다 쓰는 기분이 그런 것이리라고 생각되었다.

 

오전 10시 20분 마침내 나는 아시아나 비행기를 탔다. 아시아나 조종사들이 파업을 한다고 하는데 막상 내가 탄 비행기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못느꼈다. 주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다닌 나로서는 정말 모처럼 아시아니 비행기를 탄 것이다.

 

비행기는 예정대로 출발했다. 나는 하늘을 날면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몸과 마음을 아주 가볍게 정리해 보고 싶었다. 과연 3박 4일의 짧은 여정을 통해 그런 일이 가능할까 싶기는 했다. 기러기가 천리를 날아간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싶기는 하다. 그러나 나는 기러기가 아니다. 내 의지를 통해 무언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기대를 하면서 나는 비행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날면서 나는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시간들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과연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는가? 지금 나는 어떤 존재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나를 둘러싼 주변의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취고 있는가?   

 

하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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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자상가에 가서 컴퓨터 한 세트를 사가지고 왔다. 나는 컴퓨터를 잘 모르기 때문에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을 시켜 사왔다. 한 세트에 172만원이라고 한다. 지금 집에서 쓰고 있는 것은 몇 년 지나서 그런지 속도가 너무 느리다.

 

새 컴퓨터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전에 쓰던 컴퓨터를 치우자니 섭섭하기도 하다. 오랫동안 내 영혼이 그 곳에 들어가 글을 만들고 남겼던 장소다. 대화수단이기도 했다.

 

날씨가 한풀 꺽인 것 같기도 하다. 해가 쨍쨍 내리쬐지 않으니 더위는 덜 하다. 바람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해주는 것도 한 여름의 더운 날씨다. 이런 무더위 때문에 들판을 곡식을 아주 잘 익을 것이다.

 

금년에는 포도가 아주 달다. 나는 포도를 매우 좋아한다. 과일 중에서 제일 좋아한다. 그 독특한 맛은 내 성격과도 비슷한 지 모르겠다. 포도는 특히 그 모양 자체가 아름답다. 가지런히 매달려 있는 포도알들을 보면 먹기 아까울 정도다. 그 진한 색깔도 마음에 든다.

 

 



울창한 수풀을 보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그건 사랑으로 가득찬 맑은 영혼이다. 새소리가 들리는가? 오늘 아침에는 옹달샘에서 차가운 물 한 바가지 퍼서 가슴 속에 담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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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에 있는 서울대공원은 명소다. 가끔 가보면 시원한 분위기에 마음이 맑아진다. 특히 나로서는 내가 과천에서 4년간을 살았기에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지나간 추억은 우리를 붙잡아 둔다. 나는 과천을 지나갈 때면 옛날에 내가 법무부에서 근무하면서 열정을 바쳐 일했던 시절이 생각나곤 한다. 그때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오직 내가 맡은 일만 열심히 했다. 그렇게 3년의 시절이 지나갔다.

 

서울대공원 후문쪽으로 들어가는 길은 아주 운치가 있다. 길 양쪽으로 늘어진 나뭇가지는 시원스런 그늘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봄이면 벚꽃으로 환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지만 한 여름에는 싱싱한 초록빛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이런 운치있는 길을 자주 못 와보는 건 서울 사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일이다.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를 조금 지나가면 백운호수가 있다. 조용한 동네에 잔잔한 물결을 자랑하고 있는 호수 주변에 아름다운 건물들이 많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들이다. 황토빛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멋있는 음악들은 우리의 마음을 가라앉게 한다. 지은 지 5년쯤 되었다는 터자랑 레스토랑은 음식도 맛이 있었다. 종업원들의 서비스도 친절하고 마음에 들었다. 호수가 보이는 경치란 항상 운치가 있다. 물이 생명의 근원이라 그런지 모른다.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더운 날씨인데도 마음은 늦가을을 걷는 기분이다. 동대문 밀리오레 주변의 화려한 불빛은 서울을 알랴주고 있다. 대학로 주변의 어수선함을 맛본다. 서울은 번화함과 한적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나폴레온 제과점은 삼선교에서 아주 유명한 곳이다. 그 부근에서 나는 하숙생활을 했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큰 제과점이 아니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유명한 명소가 되었다. 대전에서 서울에 올라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내 몸과 영혼이 잠시 쉬고 있었던 삼선교 하숙집을 언제 찾아가 보고 싶다. 그대로 옛날 형태로 남아 있을 지는 모르겠다. 시와 수필에 관해 생각을 하면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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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는 사람이 찾아왔다. 25년전에 아버님이 돌아가셨고, 아버님의 모든 재산을 제일 큰 형님 앞으로 옮겨놓았다. 다른 형제들은 이때 아무 말도 안했다. 그냥 큰형남 앞으로 해놓으면 되는 줄 알고 가만히 있었다.

 

그후 큰형님이 돌아가시고, 그 재산들은 큰형수와 그 자녀들 앞으로 다시 상속등기가 되었다. 지금부터 5년전이라고 한다. 이때도 다른 형제들은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집안의 종중재산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이 임야를 처분하고 새로 납골당을 얻었다. 그 과정에서 임야는 20억원이나 되는 커다란 값을 받고 팔게 되었다.

 

큰형수는 그 임야를 판 돈을 혼자 다 가지고 다른 형제들에게는 전혀 나누어 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다른 형제들은 너무 억울한 생각이 들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돈이 문제다. 형제간에 우애도 돈 때문에 금이 간다. 적은 돈이면 서로 양보할 수 있지만 워낙 큰 돈이라 욕심이 생기면 서로 양보하기 어렵다. 부모님들이 남겨준 유산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형제간은 서로 원수가 되는 경우가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다행이 부모님들께서 재산을 별로 많이 남겨놓지 않았기 때문에 돈 때문에 형제간에 우애가 나빠지지 않았다. 천만 다행이다.

 

재산 때문에 형제간에 사이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정말 잘못이다. 서로가 공평하게 나눌 생각을 하고, 설사 조금밖에 안돌아간다고 해도 가급적 양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마음 편하게 사는 법이다. 상속재산이 없다고 못사는 건 아니다. 많은 재산을 상속받아 사기를 당하거나 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빈털털이가 되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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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비선조직인 미림팀이 1990년대 중반 각계 인사들의 사석에서의 발언을 불법도청한 사건으로 사회가 매우 떠들썩하다. 미림팀 관계자들은 도청테이프 수백개를 외부로 유출했고, 기업체에 거액을 요구하는 등 테이프를 미끼로 흥정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법집행을 하는 국가기관의 명백한 범죄행위다. 공소시효가 지나서 형사처벌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밝혀야 한다. 그리고 향후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서 시행해야 한다. 국민들은 지금도 불법도청이 행해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유선전화, 휴대전화, 팩스, 이메일 등을 이용한 대화나 의사소통에 관한 비밀유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법에 의해 특별하게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화의 비밀이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아직까지 이런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충분하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이번 기회에 불법 도청과 감청을 철저하게 금지시켜야 할 것이다.

 

불법도청으로 얻어진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번 사건을 통해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대법원에서 중요한 판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법으로 얻어진 증거를 형사소송법상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과 그러한 불법증거를 기초로 다른 내사나 수사를 시작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수사기관에서 처음부터 범죄를 수사하기 위하여 불법적으로 증거를 수집하였다면 약간 다를 수 있으나, 이번 사건처럼 제3자가 다른 목적으로 불법수집한 자료에 범죄혐의가 인정된다면 자료를 불법수집한 사람에 대한 법적 책임을 따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인정되는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를 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대화를 몰래 엿듣다가 살인사건을 알게 된 사람이 제보한 내용을 기초로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불법도청으로 인해 관련자들의 뇌물죄나 정치자금법위반죄 등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그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범위에서는 검찰에서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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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국회에 갔다. 의원회관에 가서 어느 의원을 만났다. 의원실은 그다지 넓지 않았다. 하기야 숫자가 많으니 더 이상 넓은 공간을 주기도 곤란할 것이다. 의원을 만나면 역시 정치이야기가 주된 화제다.

 

국민일보 건물 1층에 있는 카페포토에서 차를 마셨다. 그리고 지하 1층에 있는 기소야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왔다. 건물 1층의 넓은 공간을 비워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택시를 타고 서초동까지 와서 차를 가지고 왔다. 휴가철인데도 차들이 시내에 많다.

 

삼성의 X파일문제도 온 신문이 난리다. 불법도청에 재벌그룹과 공무원들이 유착관계, 대선자금문제 등이 얽히고 섥혀 복잡하다. 우리 사회는 언제나 맑아질 것인지 궁금하다. 모두들 말들은 깨끗한데 나중에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부정직하고 깨끗하지 못하다.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날씨는 덥고 밖에 나돌아 다니기가 힘들다. 더위도 이제 막바지 단계다. 추운 겨울이 되면 이런 더운 날씨가 그리워질텐데. 나는 그래도 잘 참는 편이다. 블로그를 정리했다. 너무 어수선했던 것 같아 다소 불편한 마음이 생겨서였다. 또한 주위에서 블로그를 너무 open하는 것이 모양이 좋지 않다는 충고도 있어 조용히 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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