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는 정말 해가 일찍 뜬다. 새벽 5시면 일출을 본다. 늦잠을 자느라고 일출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아침 7시에 바다로 나갔다. 아직은 새벽이라 할 수 있다.

 

바다는 벌서 잠이 깨어 있었다. 아니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것 같았다. 새벽이라 그런지 파도 소리가 더 거세다. 무섭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도 밤에 느끼는 두려움 보다는 빛 때문에 그런지 덜 하다.

 

파도는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밀려오고 있었다. 나는 더 가까이 파도에 다가갔다. 발 밑에서 밀려왔던 파도가 햇뱇에 은빛으로 퍼져 부서지고 있었다. 물에 젖은 모래판 위에 넓게 퍼지는 은빛 물보라. 나는 거기에 빠져 있었다.

 

저 찬란한 물보라는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그건 깨끗한 마음이었다. 백지와 같은 맑은 가슴이었다. 나에게 그것을 본 받으라는 듯 은빛 물보라는 계속 펼쳐졌다. 나는 그 위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쓰고 싶었다. 곧 사라질 것이지만, 나는 수천번을 되풀이해서 그 이름을 새기고 싶었다.

 

아침 바다는 깨끗했다. 모든 절망과 아픔을 바다 깊숙히 가라앉혀 놓은 것처럼 보였다. 공기는 상큼했다. 물 속에는 산소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 산소 때문에 생명의 활기를 느꼈다. 산소 속에는 아름다운 사랑이 듬뿍 들어 있었다.

 

경포대 옆 호수는 파도치지 않고 잠잠했다. 그게 바다와 호수의 차이였다. 그건 열정과 냉정의 차이였다. 삶이란 낮과 밤이 다른 것이다. 꿈속과 현실이 상반된다. 잛은 거리를 두고 두 곳에 사는 고기들은 전혀 낯이 설었다. 바다고기와 민물고기는 출발부터 달랐다. 나는 양쪽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사랑이 가진 양면성을 떠올렸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올 것을 믿었다.

 

7월이지만 바닷가 새벽 공기는 선선했다. 창문을 열고 달리니 그 바람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새벽 바람은 우리 마음 속의 모든 더러움과 가식을 씻어버리고 있었다. 오죽헌을 지나 오면서 강릉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예교사의 역할, 임무  (0) 2005.07.12
병문안을 다녀와서  (0) 2005.07.10
경포대에서 파도를 보며  (0) 2005.07.09
비와 안개, 그리고 사랑  (0) 2005.07.03
까치와 바람, 그리고 사랑  (0) 2005.07.02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에 왔다.

내일부터 8월 20일까지 해수욕장 개장이라 오늘 저녁 개장기념행사가 있었다.

해변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가수들이 노래를 부른다.

관객들도 많이 있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즐거움이 넘친다.

마지막 시간에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있었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은 우리의 열정이었다.

 

밤에도 파도는 치고 있었다.

파도는 우리를 향해 계속 다가오고 있었다.

무언가 소리치고 있었다.

무언가 던지고 있었다.

그건 사랑이었다.

그건 꿈이었다.

 

먼 곳에는 배가 떠있었다.

그 배가 있음을 불빛이 알리고 있었다.

배는 정지해 있다.

사랑이 움직이지 않듯이

배는 사랑을 훔쳐가고 있었다.

 

전복을 먹고 산다는 전복치가 있다.

그 특이한 식성 때문에

사랑을 받는다.

사랑을 먹고 사는 꿈을 꾸며

또 우리는 바다를 본다.

 

'보고 또 보고' 드라마에서 주인공 커플이 신혼여행지를 강릉으로 정했다.

그 기념으로 '보고 또 보고 소나무' 로 명명된 소나무가 있다.

바닷가 옆 호숫가에 있다.

오늘도 바람이 스친다.

소나무를 스치는 바람은 사랑을 확인하고 있었다.

세월이 가도 변치 않을 사랑을 곁에 심고 있었다.

 

구름이 많아 별은 보이지 않았다.

별 대신 검은 구름이 많았다.

그래도 좋았다.

별이든 구름이든

우리의 사랑을 감싸줄 수만 있다면.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문안을 다녀와서  (0) 2005.07.10
새벽 바다를 느끼며  (0) 2005.07.10
비와 안개, 그리고 사랑  (0) 2005.07.03
까치와 바람, 그리고 사랑  (0) 2005.07.02
수해방지대책  (0) 2005.06.28

가만히 자리에 누워 빗소리를 듣는다. 장마로 인한 피해만 없으면 비는 자연이 내려주는 축복이다. 나무와 풀과 채소를 생각하면 물은 생명을 지탱해 주는 으뜸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동안 빗소리에 빠져 있었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그냥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여정을 되돌아보았다. 비는 어떤 때는 가늘게 내리다가 어떤 때는 세차게 내렸다. 그때마다 빗소리는 전혀 달랐다. 그에 따라 내 감성도 달라졌다. 평온하기도 하고, 격해지기도 하고, 무감각해지기도 했다.

 

비는 강물 위에도 똑 같이 떨어지고 있다. 강물은 수 없이 많은 빗물로 이루어져 흐르고 있었다. 밤이 되면 빗물 뿐 아니라 하늘에서 별도 떨어졌다. 하늘 나라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별들이 강에 들어왔다. 그리고 강물과 함께 흐르고 있었다. 강물은 그래서 빛났다.

 

별과 함께 흐르는 강물은 언젠가 넓은 바다와 만날 것이다. 거기에는 수 없이 많은 별들과 아름다운 꿈들이 넘실댈 것이다. 바다 속에는 고래와 상어, 은빛 고기들이 자연의 질서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마음이 통하는 지인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 온 과거를 정리하는 일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더 이상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한번쯤 글로 남기는 것은 의미기 았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 왔는지 되돌아 보고, 그걸 기초로 앞으로 남은 인생의 여정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부끄러운 일도 있을 것이고, 공개하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나는 잘못한 부분은 솔직히 인정하고 창피한 부분 역시 다른 사람들도 그런 부분을 가지고 살아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 않기로 했다.

 

혹여 내가 잘났다고 떠드는 것처럼 오해될 부분이 있으면 결코 그런 의도는 없다는 것에 대하여 미리 양해를 구하고 싶다. 별로 많은 사람들이 읽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바라지도 않지만, 단 몇 사람이 읽을 기회를 갖더라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주 평범하게 다른 사람들이 하는 정도의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특별히 부각되는 부분이 보인다면 그건 내 노력의 성과가 아니라, 나를 지켜주시는 하나님의 은총의 결과다.

 

그래서 시작했다. '별이 흐르는 강' 은 그렇게 시작됐다. 아주 오래된 일을 새삼스럽게 정리하다 보니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던 일들도 많았다. 그리고 자료를 찾기도 어려워 정확한 사실과 날짜, 장소, 이름 등이 애매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가급적 정확한 기억 하에 아주 정확한 사실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가 많이 내릴 땐 먼 곳에 있는 사물이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자욱할 땐 바로 앞에 있는 나무도 보이지 않는다. 비와 안개는 물로 구성되어 있다. 사물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사물 사이의 빈 공간을 물과 수증기로 채워주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물은 생명이다. 생명이 존재와 존재 사이를 채워주고 있는 것이라면, 단순히 일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다. 

 

지금 멀리 떨어져 서로를 걱정하고 있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비록 끊임이 있어도 물과 공기로 연결되어 있다. 단지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 두 사람은 생명인 사랑의 물로 채워져 있음을 믿어야 한다. 그게 유일한 믿음이고 생명이며 사랑이기 때문이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 바다를 느끼며  (0) 2005.07.10
경포대에서 파도를 보며  (0) 2005.07.09
까치와 바람, 그리고 사랑  (0) 2005.07.02
수해방지대책  (0) 2005.06.28
시들은 장미  (0) 2005.06.27

낮에 청계산에 올라갔다. 비가 많이 내린 뒤라 산은 온통 질퍽했다. 마른 땅을 걸어 올라가는 것과 많이 달랐다. 축축하게 젖은 땅을 걸으면 또 다른 촉감이 느껴진다. 특히 요새는 도심지에서 모두 아스팔트길이라 젖은 진흙땅을 밟아보기가 어렵다. 산에서 그런 촉감을 느껴보니 아주 좋았다.

 

산 위에 올라가니 뿌연 안개가 나무들 사이 사이에 들어와 있었다. 안개를 통해 사물을 바라본다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다. 안개는 나와 나무 사이에 약간의 여백을 남겨 두고 있었다. 습기찬 숲 속에서 느끼는 또 다른 정감이다. 산 위에서는 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산행을 하고 있었다. 나는 산 정상 부근에서 바위에 앉아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까치 몇 마리가 가지에 앉아 울고 있다. 지저거리고 있다. 반가운 손님이 오려나 보다. 까치 소리는 생각보다 컸다. 그 작은 몸에서 어떻게 저렇게 커다란 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그리고 바람 소리를 들었다. 바람은 특이한 소리를 낸다. 바람 소리는 나뭇잎이 흔들거리는 소리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산에서는 침묵하라. 묵언하라. 소리를 내지 말라. 존재의 소리 이외에는 아무 소리도 내지 말라. 덧없는 소리를 자제하라. 나는 까치소리와 바람소리에 몰두하고 있었다. 의미없는 사람의 소리는 몹시 거슬렸다. 이곳은 자연이다. 인간세계가 아니다. 그러니 객인 사람은 주인인 자연 앞에서 조용히 있어야 마땅하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도 사람 사이에는 무언가 통한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무언가 서로를 연결시켜 주는 끈이 있다. 그 끈은 바람과 까치를 통해 전해진다. 사랑을 믿고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자연은 사랑을 배신하지 않는 법이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포대에서 파도를 보며  (0) 2005.07.09
비와 안개, 그리고 사랑  (0) 2005.07.03
수해방지대책  (0) 2005.06.28
시들은 장미  (0) 2005.06.27
신원 CC 를 다녀와서  (0) 2005.06.26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매년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호우가 집중적으로 내려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 지역에서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물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가? 불보다도 더 무섭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숱하게 물난리를 겪었다. 수해가 상습적으로 나는 지역은 대체로 알려져 있다. 정부에서는 좀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수해방지를 위해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꼭 수해가 발생한 다음에야 난리를 치는 모습은 아주 좋지 않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와 안개, 그리고 사랑  (0) 2005.07.03
까치와 바람, 그리고 사랑  (0) 2005.07.02
시들은 장미  (0) 2005.06.27
신원 CC 를 다녀와서  (0) 2005.06.26
여성가족부 출범식  (0) 2005.06.23

어제 밤에는 비가 많이 왔다. 우리 집은 숲 속에 둘러쌓여 있다. 비가 오면 빗소리에 푹 빠져든다. 맹꽁이 소리도 요란하다. 한동안 맹꽁이 소리가 들리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다. 농약을 많이 뿌렸거나 물이 고이지 않게 배수로를 잘 만들어 놓아서 맹꽁이가 살 수 없게 된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다. 그런데 다행히 어제는 맹꽁이들의 세상이었다. 맹꽁이소리는 꼭 내가 우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무엇 때문에 그 긴 시간 목이 터지라 우는지는 모르겠지만. 

 

빗길을 바라보면서 88올림픽대로를 지나 출근을 했다. 88도로는 비가 오면 오는대로 정취가 있다. 멀리 강물이 보인다. 물이 조금 불어있다. 언제나 말 없이 흘러가는 강물을 보면 우리의 삶이 어떤 곳을 향해 가야하는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변론 준비 때문에 서울구치소에 갔다. 몇 사람을 만났다. A 씨는 사업관계로 재판을 받고 있는 남편을 위해 옥바라지를 하다가 문제가 생겨 징역을 살고 있었다. 남편에 대한 열렬한 사랑은 현대판 열녀전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 안에서 오래 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정말 억울하게 들어와 있고, 실제로 처벌 받을 정도보다 훨씬 무거운 형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7월 달에 출소하면 사회정의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기로 약속했다. 

 

사설 펀드를 운영하다가 실패해서 재판을 받고 있는 B씨, 부부싸움 끝에 일이 벌어져 구속된 C 씨, 절도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D 노인, 모든 사람들의 애절한 사정을 듣다 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밖에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그 사람들과 이런 저런 상의를 하다 보면 내가 구치소 안에 계속 있는 사람같은 착각도 든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런 사람들의 억울한 사정을 밝혀주는 일이다. 답답한 심정을 법적으로 해결해 주는 사명이다. 모두들 하루 빨리 석방되어야 한다. 더 열심히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구치소 정원에 시들은 장미꽃이 보였다.

 

장미는 그 화사한 자태를 버리고 색깔이 바랜 초라한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그 초라함은 빗속에 더욱 보는 나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한때 꽃 중의 꽃, 꽃의 여왕으로 불리던 장미가 시들어 축 처져있다. 순간 구속되어 있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겹쳐졌다. 비는 여전히 조금씩 뿌리고 있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치와 바람, 그리고 사랑  (0) 2005.07.02
수해방지대책  (0) 2005.06.28
신원 CC 를 다녀와서  (0) 2005.06.26
여성가족부 출범식  (0) 2005.06.23
색다른 음식  (0) 2005.06.22

우리 법인 소속 멤버들이 모처럼 운동을 하자고 해서 용인에 있는 신원 CC 에 갔다. 토요일 오후 티업이라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경부고속도로도 막히고 영동고속도로도 많이 막혔다. 잘 모르는 길을 찾아가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용인 인터체인지로 나가서 15분 정도 걸린다.

 

신원 CC 는 신원그룹에서 만들었다. 곳곳에 교회 분위기를 넣고 있었다. 연습을 별로 하지 않아 처음에는 조금 흔들렸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옛날 페이스를 되찾을 수 있었다. 골프장에 나가면 기분이 참 좋다.

 

잘 다듬어 놓은 조경에 아름다운 경치, 맑은 공기, 그리고 아주 작은 공을 가지고 콘트롤하는 재미, 가까운 사람들과의 자연스런 대화 등등이 너무 좋다. 막상 딱딱한 분위기인 사무실에서 못할 대화들을 여러 시간 함께 움직이면서 나눈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6월을 다 보내고 있는 날씨지만 별로 더운 것은 잘 못느꼈다. 산 속에서 있어서 그런지 그런대로 운동하는데 적당했다. 같은 직종에 있는 사람들을 몇 사람 만났다. 반가웠다.

 

캐디에게 물어 보았더니 호칭을 언니라고 하지 말고 OO씨라고 이름을 불러주면 좋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더니 그것도 자연스러웠다. 간간히 휴게소에서 이것 저것 먹었다. 맥주는 300씨씨만 준다. 음주운전 때문인 모양이다.

 

다른 건 괜찮은데 막상 그린에 올라가면 퍼팅이 잘 안 된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홀안에 공을 넣는 것이 힘들다. 꾸준히 연습도 해야 하는데 막상 시간을 잘 내지 못하고 있다. 사우나 탕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이 권유하는 대로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가며 오갔다. 심장마비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을 했더니 사람들이 웃는다. 묘햔 느낌이다. 뜨거운 곳과 차가운 곳을 번갈아 오가는 일이란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삶도 이같은 변화를 그때 그때 겪으며 사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감성이 뜨거운 사람과의 대화, 이성이 차거운 사람과의 비지니스. 번갈아 가면서 아주 다른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골프장을 나오니 어두워졌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평온했다. 차 안에서는 좋은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고속도로 상의 연이어지는 차량들 속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일로 서울로 향하고 있을까? 그들의 마음 속에는 사랑으로 가득 차 있을까? 증오심으로 넘치고 있을까? 사랑도 미움도 아닌 담담한 무감성으로, 무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을까? 이렇게 하나 저헐게 하나 내일 아침에는 또 다른 태양이 동쪽에서 뜰 것이고, 하루의 시간을 보내면 서쪽 산 넘어로 웅장했던 해는 질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또 갈 것이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해방지대책  (0) 2005.06.28
시들은 장미  (0) 2005.06.27
여성가족부 출범식  (0) 2005.06.23
색다른 음식  (0) 2005.06.22
한밤의 명상시간  (0) 2005.06.21

6월 23일 11:30 여성가족부 출범식이 프레스센터 20층 홀에서 개최되었다.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을 비롯해서 한명숙 초대 여성부 장관, 지은희 제2대 여성부 장관 등이 참석하였다.

 

여성가족부(Ministry of Gender Equality & Family)의 가족정책 범위는 총괄기획 및 조정, 기존사업 확대강화, 신규사업 개발추진 등이다. 가족정택 추진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한다고 한다. 가족정책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가족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며, 가족친화적 직장문화를 확산시키고, 가족생활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출범식 진행에는 많은 여성단체 지도자 및 여성 원로들이 참석해서 성황을 이루어졌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들은 장미  (0) 2005.06.27
신원 CC 를 다녀와서  (0) 2005.06.26
색다른 음식  (0) 2005.06.22
한밤의 명상시간  (0) 2005.06.21
고독이라는 창에 비친 자화상 [4]  (0) 2005.06.21

아침 7시에 집을 나섰다. 시청 옆에서 회의가 있는데 시간을 맞추기가 애매해서 아예 일찍 회의 장소 부근에 가서 사우나를 하고 참석하기로 했다. 출근시간에 88올림픽도로를 탔다가는 대책이 없이 밀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조금만 일찍 나가도 시속 80킬리미터로 계속 달릴 수 있다. 서울에서 생활하려면 러시아워를 피해 출퇴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굳이 밀리는 시간에 차 안에 갇혀 있으면 얼마나 답답하고 힘이 드는가?

 

불과 30분도 안 돼서 소공동 롯데호텔에 도착했다. 사우나는 아침 7시부터 연다고 한다. 고층에 있는 사우나에 들어가니 전망이 좋았다. 바로 앞에는 삼성화재건물이 커다랗게 보였다. 사우나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열탕에 들어갔다. 40도로 맞추어 놓았는데 탕에 들어가니 그 따뜻함이 아주 좋았다.

 

이발을 하고 텔레비젼을 보다가 9시경에 나왔다. 혼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시간에 맞추어 일어났다.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누워 있으면 곧 바로 잠이 들고 한 15분 있다가 저절로 잠이 깨서 일어나 약속시간에 늦지 않는 것을 보면. 정말 오래간만에 호텔 사우나에 가 보았다.

 

9시 반부터 12시까지 회의를 했다. 2시간 반이나 지났는데 아주 빨리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정신을 집중해서 일을 하다보면 시간은 참 빨리 지나간다. 그렇지 않고 무료하게 있거나 누구를 기다리고 있으면 시간이 얼마나 더디 가는지 모르는데.

 

회의를 마치고 시청 옆 퓨전식당에 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젊은 사람들이 주로 오는 식당인데 분위기가 아주 세련돼 있었다. 일행들과 함께 스파게티를 주문해서 먹었다. 나 혼자 식사를 하게 되면 일부러 스파게티를 시키지는 않는다. 그래서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스파게티도 오랫만에 먹어 보게 되었다. 색다른 분위기에서 색다른 음식을 먹는 것도 기분전환이 된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원 CC 를 다녀와서  (0) 2005.06.26
여성가족부 출범식  (0) 2005.06.23
한밤의 명상시간  (0) 2005.06.21
고독이라는 창에 비친 자화상 [4]  (0) 2005.06.21
고독이라는 창에 비친 자화상 [3]  (0) 2005.06.21

                 

퇴근 후에 동네 테니스코트에 갔다. 거의 매일 나오다시피 하는 몇 명의 회원들은 정말 열심히 운동을 한다. 모처럼 나도 땀이 흠뻑 나오도록 테니스를 쳤다. 테니스는 아주 재미있는 운동이다. 게임을 하고 있으면 다른 잡념이 다 사라진다.

 

연두색의 테니스공을 보면서 나는 질그릇으로 만는 찻잔을 떠올렸다. 은은하게 우르는 찻물을 생각하면서 나는 테니스공의 촉감을 느끼고 있었다.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 나에게는 그렇지 않은 이유가 있다. 그게 정이고 사람 사는 모습이다.

 

낮에 기자들의 방문을 받았다. 일부 노래방, 노래바에서 남성 호스트들이 여자 손님들을 상대로 유흥접대행위를 하고 심지어 2차로 나가 윤락행위까지 한다고 한다. 젊은 남자들이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이렇게 즐기면서 쉽게 돈을 버는 일을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한다. 변화하는 성풍속의 현실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고 하는 상업주의, 배금주의가 가져오는 불행한 현상이다.

 

유흥접객업소 허가도 받지 않고 그냥 노래방으로 신고한 후 남성도우미들을 고용해서 여자 손님들을 상대로 술을 따르게 하고 유흥을 돋구게 한 다음 2차까지 내보낸다고 한다. 얼짱 몸짱의 젊은 남성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서글픈 현실이다. 잘 나가는 스타급은 한달에 1000만원까지 벌기도 한다고 한다.

 

전방 군부대 내무반에서 무차별 총기난사로 여러 사람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잠을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피해자들, 그리고 갑자기 비보소식을 듣고 오열하는 유가족들. 사건 진상조사를 하고 향후대책을 세운다고 어수선한 군당국의 모습.

 

수사를 잘해 명성을 얻었던 여자 경찰관과 여성 최초로 지방경찰청장까지 올랐던 어느 경무관의 추락하는 안타까운 모습.

 

우리 사회가 너무 어수선하다. 모두들 차분하게 제 자리로 돌아가 욕심 부리지 말고 조용하게 살아가야 할텐데. 네탓 내탓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나부터 지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돌이켜 보고 방향을 확인해 보아야겠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성가족부 출범식  (0) 2005.06.23
색다른 음식  (0) 2005.06.22
고독이라는 창에 비친 자화상 [4]  (0) 2005.06.21
고독이라는 창에 비친 자화상 [3]  (0) 2005.06.21
고독이라는 창에 비친 자화상 [2]  (0) 2005.06.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