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관 부설 자문위원회 회의가 있어 참석했다. 새로 위촉된 위원들이 있어 위촉장 전수식이 있었다. 중식당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1년 임기가 벌써 끝나고 2기가 시작된 것이다. 1년 동안 자문위원회 회의를 4차례 했다. 위원 중 한 분은 7월 말에 돌아가셨다.

 

법정에 가서 변론을 했다. 연세가 70이 다 된 노인분이 재판을 받았다. 가족들이 나와 증인으로 증언을 했다. 안타까운 모습이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검사와 판사의 노력도 진지해 보였다. 그러나 억울한 사건에서 빨리 풀려나려고 애쓰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노력을 더 심각하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차이다.

 

압구정동에서 국제업무관련 회의가 있어 참석하려고 30분이나 걸려 갔는데 주변에 주차할 곳이 없었다. 전에 한번 사용했던 유료주차장에 갔더니 빈 자리가 없었다. 주변을 도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다가 인터뷰 관계로 전화가 와서 다시 서초동 사무실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 후에 동네 테니스장으로 갔다. 바람이 전혀 없었다. 버드나무 잎이 그냥 정지해 있었다. 바람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바람은 생명이었다. 움직이고 있다는 건 살아 있다는 의미였다. 어디서 어디로 가고 있다는 징표였다. 그런 점에서 바람은 매우 소중한 것이다. 바람이 없으니 불안하기까지 했다. 바람이 없는 날씨는 무척 더웠다. 테니스를 치니 땀이 많이 났다. 게임을 하게 되니 자연히 열심히 뛰게 된다. 테니스를 치고 내가 생맥주와 치킨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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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이야기다. 철수 씨(가명)는 사촌 동생이 회사에 취직한다고 해서 신원보증을 섰다. 철수 씨는 보증의 의미를 잘 모르고 그냥 동생이 가져온 보증서 용지에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어 주었다. 사실 일반 사람들은 보증서에 도장을 찍는 의미를 잘 모른다. 그냥 인정상 찍어주고 잊어버린다. 설마 어떤 일이 있으랴 싶어서다.  

 

그런데 그 사촌 동생이 회사에서 공금을 10억원 횡령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다. 그 소식을 듣고 그는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올 것을 두려워 해서 자신의 아파트를 급히 다른 사람에게 매도하고 받은 대금 3억원을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3남매가 있었는데 모두 출가해서 살고 있었다.

 

사촌 동생이 다니던 회사에서는 즉시 신원보증인으로 되어 있는 철수 씨의 재산을 찾아 가압류를 하려고 했는데 알아 보니 이미 매도처분해 버린 상태였다. 회사에서는 철수 씨를 상대로 강제집행면탈죄로 형사고소를 했다.

 

민사재판과 달리 형사고소를 당하면 경찰서나 검찰청에 불려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 피의자의 신분이 되는 것이다. 형사절차는 잘못 하면 구속되어 징역을 살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철수 씨는 법을 잘 몰라 그냥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고 검사실에 가서 또 조사를 받았다. 그냥 묻는대로 가볍게 생각하고 답변을 했다. 나중에 법원에서 공소장이 날라오고 공판기일소환장이 왔다.

 

법원에 가서 그냥 자백하는 형식으로 재판을 받았다. 그리고 선고기일을 받았다. 이때서야 이상해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왔다. 나는 그가 위험한 상태에 있음을 알려 주었다. 결심했던 공판기일을 재개신청하고 다시 재판을 받도록 했다.

 

그가 강제집행을 면탈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음을 주장하고, 증인들을 세웠다. 이른바 무죄를 다투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미 수사와 재판이 거의 끝난 상태에서 이를 근본적으로 뒤집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필사적인 노력을 한 결과 철수 씨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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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내가 어렸을 때 살던 대전 시청 뒤에 있던 집 부근을 지나게 되었다. 집 앞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던 곳을 지나 큰 길을 따라 걸어갔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문화동까지 가자고 했다.

 

택시 기사는 매우 나이가 들어 보였다. 그리고 택시는 아주 낡아 곧 바퀴라도 빠질 것 같은 정도였다. 나와 어느 동료가 함께 타고 가는데 둘이서 아주 불안해 했다. 기사는 자기도 불만이라면서 회사를 비난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화동 가는 예전 길로 가지 않고 어느 시골 길로 들어섰다. 주변은 모두 논밭이었다. 벼가 많이 자라고 있었다. 풀밭도 보였다. 왜 이런 길로 가냐고 하니 그래도 목적지는 나온다는 것이었다.

 

목적지도 불분명했다. 어느 개천이 있는 곳에서 우리 일행은 내렸다. 그리고 그 개천을 보니 내 가방과 짐이 놓여져 있었다. 누가 가방을 열어보고 서류가 들어있는 상태에서 그냥 두고 간 것이었다. 나는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짐을 들었다. 잃어버렸던 짐을 그곳에서 찾은 것이었다. 귀중품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잃어버리면 곤란한 것들이었다.

 

그러면서 꿈에서 깼다. 매우 흐릿한 꿈이었다. 하지만 꿈 속에서 어렸을 때 살던 대전이 생생하게 떠올라 자리에 누워 푸근한 마음을 가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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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Grill 하이얏트 호텔

가을사랑

가을이다!

가을이 왔다. 저녁 6시 반 하이야트 호텔에 갔다. 모처럼 호텔에서 저녁식사 약속을 했다. 일부러 하이야트로 정했다. 내가 좋아하는 호텔이다. 남산에 위치하고 있어 경치가 좋다. 한강이 보이고, 숲에 둘러싸여 있다.

지하 1층에 프랑스 식당이 있다. Paris Grill 식당 창가에 테이블이 예약되어 있었다. 도착해서 자리에 앉으니 해가 지고 있었다.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창가에 예쁜 꽃이 피어 있었다. 파란 잎 위에 빨간 꽃이 피어 있었다.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다. 종업원에게 물어보아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구름이 예뻤다. 저녁 노을이 지면서 보여주는 구름의 색깔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는 식사보다도 그 분위기가 더 좋았다. Dinner set menu가 있었다. 두 가지 종류가 있었다. 모처럼 우아한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고 나오니 가을 바람이 너무 좋았다. 서울의 가을은 너무 짧다. 순식간에 지나간다. 가을을 느끼기 전에 추워지고 겨울이 다가온다.

올 가을에는 정말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을 해야겠다. 좋은 감정을 느끼고, 내가 할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싶다. 후회 없도록 이 좋은 계절을 몸으로 느껴야겠다.

집에 돌아와 동네 테니스 코트에 나갔다. 테니스 게임을 했다.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과 게임을 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뛰게 된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테니스 게임이 끝난 후 상일동 재래시장에 갔다. 포장마차에서 파는 팥빙수가 2000원, 1000원, 500원 짜리 세 종류가 있다. 1000원짜리를 하나 주문했다. 맛이 있었다. 햄버가와 콜라 한 세트가 1000원이다. 정겨운 재래시장 풍경이다.

치킨집 바깥 의자에 앉아 노가리, 골뱅이, 막걸리를 시켰다. 생맥주도 500cc 마시고, 모두 21000원이다. 약간 얼큰하게 취한다. 치킨집 아저씨는 부동산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를 하다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 부인과 함께 치킨집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권리금이 너무 비싸고, 바깥에 테이블을 1개밖에 못 내놓게 해서 힘이 든다고 했다. 세상 사는 일이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싶다. 그게 인생이다. 상일동의 가을바람은 시원하게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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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 강의를 나갔다. 서초동에서 연수원까지 차가 막히지 않으니 30여분 정도밖에 안 걸렸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댈 곳이 마땅치 않았다. 겨우 한 자리를 찾았는데 차를 집어 넣기가 어려웠다. 차를 운전한지도 벌써 30여년이 되었는데 실력은 여전히 제 자리를 맴돌고 있다.

 

2시간 강의를 했다. 어떻게 하면 강의를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게 분위기를 만들면서 정확한 지식을 넣어주는 게 기술이다.

 

이번에는 앉아서 강의를 하게끔 배려해 놓았다. 그래서 앉아서 편하게 강의를 했다. 점심 식사 후에 듣는 강의인데도 조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예전과 달리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뜻이다.

 

강의를 마치고 C 교수의 방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C 교수의 방은 서쪽이라 해가 계속해서 비치고 있었다. 에어콘이 나오기는 하나 역부족이어서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차를 타고 자유로를 달렸다. 강물은 차분하게 흐르고 있었다. 가을햇살이 물위에 비취고 있었다. 자유스러움이 보였다. 가을바람은 우리를 흔들어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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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경 주양쇼핑에 들러 벨트가 허리에 맞지 않아 구멍을 몇 개 더 만들었다. 주양쇼핑은 내가 자주 가는 쇼핑센터다. 명일동에 있는 아주 오래된 곳이다.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다. 상인들도 얼굴을 많이 알아 비싸게 받지도 않는다. 옆에 이마트가 들어와 손님은 조금 예전보다 적어진 것 같다.

 

차를 타고 포천으로 향했다. 구리쪽으로 해서 진접을 거쳐 화현면으로 갔다. 차가 별로 막히지 않았다. 휘발유값이 많이 올라 차량 운행이 줄었다는 어느 택시 기사의 말이 생각났다. 늦은 오후가 되니 햇볕은 별로 따갑지 않았다.

 

운악산 부근에 가서 운악산포도를 파는 집을 들렀다. 아직 운악산포도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나와 있는 것은 비닐하우스 포도라고 한다. 운악산포도즙도 아직 안나왔다고 한다. 추석 지나고 9월말쯤 되어야 본격적으로 운악산포도가 나온다고 한다. 택배도 가능하지만, 실제 택배를 해보니 많이 망가진다고 했다.

 

부모님 산소에 올라갔다. 6시가 넘어서 그런지 산 속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산소 주변의 나무들을 조금 손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소에서 내려와 동네 할머니집에 갔다. 아드님의 얼굴이 모처럼 보니 많이 안좋아졌다. 무슨 고민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작은 강아지가 매우 귀엽게 보였다. 

 

돌아오는 길에 신파 삼거리 부근에 있는 원조 할머니 순두부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3대째 30년의 전통있는 집이라고 한다. 순두부정식이 5천원인데 맛이 좋았다. 주인 할머니처럼 보이는 분이 카운터에 앉아 돈을 받고 있었다. 손님들이 많았다.

 

돌아오다가 아식스 등산용배낭을 샀다. 50% 세일을 해서 4만5천원이다. 등산용바지도 1만9천원에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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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술을 마시고 늦게 자서 그런지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때로 그런 풀어짐도 필요하다.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보면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삶에 권태를 느끼게도 된다. 머리도 굳어져 사고의 유연성도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일요일이 좋다.

 

11시경 검단산에 갔다. 등산로 입구 주변에는 차를 댈 곳이 없었다. 등산객들로 길가는 차량이 가득 차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좁은 공간에 주차를 잘 해놓았는지 모르겠다. 운전솜씨들이 좋은게 틀림없다. 아주 먼 곳에 가서 차를 세웠다. 사람들이 거기까지는 차를 대지 않았다.

 

산 중턱에 올라가니 바람이 아주 시원했다. 이제 가을바람이었다. 하루 하루 갈수록 달라지고 있었다. 산 속에서 바람을 맞으니 가을이 실감이 났다. 가을은 역시 몸으로 느껴야 한다. 공연히 말로, 책에서, 음악으로 느낄 것이 아니다. 산에 가서, 강물을 보며, 들판에서 누런 벼이삭을 보면서 몸으로 느껴야 한다. 그래야 가을이 좋은 계절임을 알게 된다.

 

산행을 하면서 나는 잘 생긴 나무들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 예쁘게 피어있는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을 유심히 쳐다 보았다. 그들은 그 자체로 존재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흘러가는 내가 오히려 존재의 이유를 묻고 있었다. 밤나무에서는 밤송이가 떨어져 있었고, 도토리 열매도 주변에 떨어져 있었다. 다람쥐 먹이가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그 계단을 밟으며 나는 사람들의 정성을 생각했다.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이 등산로를 만들면서 그들은 엄청난 땀을 흘렸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그 계단을 밟고 다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노고를 기억해 주기를 바랬을 것이다.

 

산 중간 정상에 올라가니 사람들이 꽤나 많이 앉아 있었다. 항상 그곳에는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올라와 1000원씩 팔고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해 고생을 하는 것이다. 그 사람 때문에 우리는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맛본다. 가을을 느끼면서 한강물을 바라보며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다.

 

산 위에서 보는 강물의 색깔은 나뭇잎색깔이었다. 나무 사이로 멀리 보이는 강물을 평화로와 보였다. 그 강물의 평화 속에 내 마음을 담고 싶었다. 가을은 내게 다가오고 강물을 또 나를 품고 있었다. 햇살은 약간 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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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에 동네 테니스장에 갔다. 1시간 가까이 테니스를 쳤다. 이젠 저녁 시간에 바람이 예전과 다르다. 선선함이 느껴진다. 더운 기운이 가셔진 상태다. 열심히 테니스를 치니 약간 땀이 났다.

 

운동을 해서 땀이 나면 기분이 좋다. 사우나에 들어가 땀을 흘리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노력 끝에 얻어지는 결정체다. 비록 작은 노력이지만 값진 건 마찬가지다. 라이트를 켜놓고 시원한 바람 속에 테니스를 치고 있자니 신선놀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축복이다.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운동을 할 수 있음은.

 

운동을 마치고 미사리 경정장 뒤편 둑방길로 갔다. 강변을 걸었다. 하남시에서 몇 달전에 이곳에 가로등을 설치했다. 몇 킬로미터가 되는 강변 산책로에 가로등을 설치해 놓으니 사람들이 많아졌다. 무섭거나 위험하지도 않게 되었다. 늦은 시간에도 산책나온 사람들이 많다.

 

한강물은 검푸른색으로 진하게 보였다. 밤에는 사실 강물을 보면 약간 무섭기도 하다. 그러나 시원하게 뻗은 한강을 보면 마음이 시원해진다. 침묵하는 강을 보면서 나는 삶의 자세를 깨달아보기도 했다. 멀리 보이는 산의 모습도 밤에는 또 달리 보인다.

 

미사리에는 많은 비닐하우스가 있다. 일부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애환이 들리는 것 같다. 내가 걷는 길은 3.5킬로미터 구간이다. 그러니까 왕복으로 7킬로미터다. 중간 지점에 개를 훈련시키는 센터가 있다. 오늘따라 개들이 조용하다. 끝까지 가면 미사리 카페촌이 나온다.

 

출발지점으로 돌아오자 세군데의 호프집이 있다. 발길을 멈추게 한다. 시원한 강가에서 마시는 생맥주는 특별한 맛을 느끼게 한다. 나는 그 유혹을 뿌리치고, 팔당대교 부근으로 갔다. 매운탕집에 가니 11시가 되었다. 일부 식당은 문을 닫았는데 내가 간 집은 새벽까지 한다고 한다.

 

매운탕과 장어를 시켰다. 장어는 있는지 모르겠다고 주인이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한참 후에 장어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장어를 1킬로그램 시켰다. 3만원이다. 매운탕은 메기와 잡어로 2만원이라고 한다.

 

장어를 시켜 맛있게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주인과 싸움을 한다. 왜 자기가 먼저 와서 장어를 주문할 때는 안된다고 해놓고 다른 사람이 시키니 가능하냐고 하는 취지다. 우리는 공연히 미안했다.

 

주인 왈, 최근에 중국산 장어 파동이 있어 사람들이 장어를 먹지 않아 장어를 준비하지 않고 있었는데, 우리가 자꾸 해달라고 간청을 하니 다른 식당에 가서 얻어 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먼저 손님은 한번 주문하다고 말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는 것이었다.

 

사람들 사이의 싸움은 대개 그런 것이다. 상대방을 조금만 이해하려고 들면 아무 것도 아닌데 일단 기분나쁜 상태에서 상대방을 비난만 하면 더 싸움이 커진다. 제3자가 들어보면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일들이다.

 

나는 동동주를 시켜 마셨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얼큰하게 취했다. 술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 예전에는 이 정도 마셔서는 끄덕도 안했는데 지금은 다르다. 약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밤 늦게 강변도로를 따라 한강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한강은 내가 술에 취했거나 취하지 않았거나 똑 같은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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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는 마음이 편하다. 한 주간의 일을 마치고 조금 편안하게 쉬는 때이기 때문이다. 9월 첫번째 토요일이다. 벌써 9월은 소리 없이 왔다.

 

오후 6시에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아는 사람의 결혼식이 있어 참석하려고 호텔로 갔다. 조금 일찍 가서 차를 한잔 하려고 했다. 도착하니 4시 40분이었다. 로비라운지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로비라운지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혼자 조용히 차를 마시며 앉아 있었다. 젊은 남자와 여자가 마주 앉아 선을 보는 것처럼 보이는 커플들이 몇 사람 보였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어색한 만남이었다. 서로 멋쩍어 하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저렇게들 만나 한 평생을 재미있게 잘 살아가야 할 텐데. 남자와 여자의 만남이란 얼마나 소중한가? 두 사람의 평생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일이다. 잘 선택해서 서로가 잘 노력해야 좋은 인연이 맺어지는 것이다.

 

5시가 되자 음악을 연주하는 팀들이 나왔다. 피아노 등 3인조 밴드였다. 조용하게 연주를 한다. 외국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의 연주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 보았다.

 

결혼식장에 들렀다. 하객으로 인사를 하고, 화려하게 장식해 놓은 식장에 들어갔다. 나오는 길에 잘 아는 부부를 만났다. 호텔을 나오니 백일홍이 멋있게 피어있었다. 우아한 백일홍의 색깔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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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과 관련된 상담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주변에 부부관계가 나빠져서 갈라서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이혼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정상적인 부부가 아닌 상태가 된 경우도 많다. 아뭏튼 이제는 부부관계가 예전 같지 않고, 그 갈등을 치유하기도 어렵고, 이상적인 잉꼬부부로 살기는 매우 어려운 세상이 된 것 같이 느껴진다.

 

그 이유는 무얼까? 남자와 여자의 사고나 행동양식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적 추세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시부모나 친정부모들이 이러한 젊은이들의 사고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부부관계를 나쁘게 만드는 경우도 있어 보인다.

 

물질만능의 사회분위기에서 정신적인 가치는 퇴락하고, 돈 없이는 행복도 없다는 등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점도 한몫 거드는 것이다.

 

힘들어도 참고 사는 예전의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종래 이혼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풍토에서 결혼의 구속력이 유지되었으나, 이제는 이혼한 전력이 크게 부끄러운 것도 아닌 담담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도 늘어나고 있다.

 

함께 살기 어려운 사람과 고통을 받으면서 사느니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나을 것이라는 판단도 쉽게 한다. 주변에서의 충고도 그런 방향이다.

 

그러나 막상 이혼을 하고 나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혼과정은 너무나 비인간적이다. 물질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혼상담과정에서 나는 가끔 인간적인 비애를 느낀다. 일단 이혼하려고 마음 먹으면 상대방의 잘못만 눈에 보인다. 그동안 함께 고생하고 사랑했고, 잘 해주었던 부분은 다 잊어버린다.

 

서운하고, 잘해주었던 부분은 모두 그 가치나 노고를 깍아내린다. 원수가 되어 버려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소송이 시작되면 서로가 상대방의 잘못한 부분만 장문의 글로 적어 법원에 낸다. 그렇게 나쁜 사람과 어떻게 살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 돈이 문제다. 재산분할이 가장 큰 문제다. 결혼할 때 가지고 왔던 고유재산은 분할대상이 안 된다. 결혼 이후 증가한 재산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문제다. 특히 부부간에 믿고 상대방에게 모든 재산명의를 넘겨 놓은 경우는 더욱 큰 문제다. 알거지가 되어 내쫓길 수가 있다.

 

이혼할 때는 상대방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는 것이 그렇게 아깝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자식이 있어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 헤어지면 그렇게 남남이 되는 건지 이해가 안간다. 부부간의 재산문제, 재산분할, 재산관리에 관하여 합리적인 법적 기준을 상세하게 만들어 시행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무조건 믿고 생각 없이 살다가 나중에 경제적으로 아무 것도 받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면 큰 문제니까. 결혼 전부터 재산 문제에 관한 논의를 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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