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재물의 손해를 보게 되는 때도 있다. 돈을 손해 보면 그 어떤 것보다도 억울한 생각이 든다. 당장 내 손에서 나가게 되는 돈은 그 손해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진다. 사람들은 말로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돈이 문제다. 자기 계산방식으로 아무런 이유 없이 돈을 내주어야 하거나, 받을 돈을 받지 못하게 되면 손해를 보게 되므로 싸움이 시작되고 기분이 나빠진다.

 

그러나 크게 보면 단순히 돈 만이 문제라면 별것 아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치명적인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더 큰 문제들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징역을 가야 한다든가, 평생 쌓아 온 명예가 더렵혀진다든가, 건강을 잃어버린다든가, 직장에서 쫓겨난다든가 하는 문제들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일상의 생활에서 닥치는 재산상의 손해는 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 돈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은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겸허하게 받아들여라. 그것이 인생이다. 세상 이치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소차를 보면서  (0) 2005.09.29
세상사는 일  (0) 2005.09.29
몸조심  (0) 2005.09.27
팥빙수는 이제 하지 않아요  (0) 2005.09.27
나이트클럽 풍경  (0) 2005.09.25

햇살이 비취는 창가에서 가을을 품어본다. 파란 하늘이 가을을 상징하고 있다. 뭉게구름이 커다란 건물을 감싸고 있다.

 

몇 달 동안 공판이 열렸던 C 씨 사건에 관한 선고가 있었다. 1심에서 징역 3년6월의 형이 선고되었었는데, 항소심에서 아무런 사정변경 없는 상태에서 감형이 되어 징역 2년이 선고되었다. 가족에게 연락을 하니 너무 고마워한다.

 

변호사로서 일하다 보면 이럴 때가 가장 보람있다. 열심히 변론을 해서 피고인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 아주 감격스럽다. 돈 보다도 피고인 본인이나 그 가족들이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고생했던 일들이 모두 잊혀진다.

 

점심 식사를 서초동에 있는 강희제 중국 식당에서 했다. 같은 회사 소속원들이 모여 하는 식사라 참 편하다.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했다. 어느 국회의원의 술좌석에서 있었던 사건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평소 몸조심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나이를 먹으면서 조심해야 할 일들이 있다. 몸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몸을 깨끗하게 하고, 건강하게 하는 일이다. 어수선한 곳에 가급적 가지 않고 건전하게 보내는 것이다. 술집이나 복잡한 곳에 덜 가면 그만큼 근심스러운 일이 없어진다.

 

술시중을 드는 여종업원이 있는 술집 보다는 건전한 생맥주집이나 막걸리집에 가면 얼마나 좋은가? 그리고 숲이 맑은 산에 가는 것이 훨씬 좋다. 청계산 입구에서 묵밥이나 보리비빔밥을 먹을 때 나는 숲 속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 좋다.

 

남자와 여자 문제도 조심해야 할 일 중의 하나다. 복잡하게 살고 싶지 않으면 남녀관계를 단순화하라. 책임질 수 없으면 그냥 조용히 살아라.

 

무리하게 술을 마시거나, 향락에 빠지거나, 컴퓨터에 지나치게 매달리거나, 남녀간의 애정에 빠져 정신을 못차라는 일에서 벗어나자.

 

조용히 산 속에 들어가 깊은 호흡을 해 보자. 그 호흡 속으로 모든 세상 일을 담아 내버리자.

 

올 가을에는 보다 성숙한 삶의 진수를 맛보아야겠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사는 일  (0) 2005.09.29
돈을 손해 보는 일  (0) 2005.09.27
팥빙수는 이제 하지 않아요  (0) 2005.09.27
나이트클럽 풍경  (0) 2005.09.25
상가임대차 분쟁  (0) 2005.09.25

점심 시간에 메리어트 호텔로 갔다. 2층 양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A 씨와는 꽤나 오랫만에 함께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전혀 변한 게 없다. 39,000원짜리 점심 set menu가 꽤 좋다. main dish로 안심스테이크가 나오고, 전채 및 디저트로 사시미와 스시도 있다. 여러 가지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A 씨는 부동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부동산 투자를 정확하게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웬지 모르게 허무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인생의 허망함을 느끼는 그의 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무었다. 내가 점심값을 내겠다고 했는데도 굳이 돈을 내겠다고 우기면서 끝내 자신이 돈을 지불했다.

 

A 씨가 잘 알던 B 사장은 끝내 모든 돈을 잃고 망했다고 한다.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사람이 망하려면 이런 저런 일이 잘 되지 않아 결국은 망하게 된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모아 놓았던 돈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비참해진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왜 망하는지를 연구해 보기로 했다. 여러 분야에서 성공했던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망하고 추락한다. 그 원인이 중요하다.

 

어느 시민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방문이 있었다. 시민단체의 일로 어느 사무실에 찾아가 항의를 하다가 벌금을 200만원씩 받았다. 그래서 정식재판을 청구해서 재판을 받고 있는 입장이었다. 몹시 억울해 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하루 종일 바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고 테니스장으로 나갔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분다. 땀이 조금씩 나도 시원한 바람에 전혀 덥지가 않다. 테니스 게임을 두게임하고 돌아왔다.

 

상일동 재래시장에 가니 이제는 팥빙수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래시장에서 포장마차 젊은 부부가 하는 햄버거가게에서 파는 팥빙수는 2천원짜리, 1천원짜리, 5백원짜리 세가지 종류가 있다. 5백원짜리도 먹을만한다. 간단하게 먹는 팥빙수인데 운동을 하고 시원하게 목을 추기는 역할을 한다.

 

그 부근에 제과점에서는 팥빙수가 4천원이다. 압구정동 어느 제과점에서는 7천원이나 했다. 동네에 따라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이다. 햄버거 가게에서도, 제과점에서도 이제 팥빙수는 안한다고 한다. 서운했다. 문득 여름이 가고, 가을이 한껏 깊었다는 생각이 들어 고맙기도 했다. l수박을 하나 사왔다. 4천원이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을 손해 보는 일  (0) 2005.09.27
몸조심  (0) 2005.09.27
나이트클럽 풍경  (0) 2005.09.25
상가임대차 분쟁  (0) 2005.09.25
불국사와 석굴암  (0) 2005.09.25

지난 목요일 밤 외국에서 온 손님들과 함께 저녁 식사 후 영동호텔에 있는 황궁 나이트클럽에 갔다. 영동호텔은 내가 1977년 신사동에 다닐 때 그 불빛을 밤에 많이 보아왔던 호텔이었다. 강남에 처음 세워졌을 때만 해도 꽤 고급스러웠던 호텔이었다. 지금은 강남에 워낙 고급호텔이 많이 세워졌지만 그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나이트클럽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았다.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신나는 음악을 계속해서 보내준다. 가수들이 나와 직접 노래를 하고, 밴드가 있으니 더욱 신이 나게 만든다. 아주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춤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놀고 있다.

 

외국사람들은 나이트클럽의 분위기가 아주 재미있다고 했다. 한국의 트롯트곡이 아주 정겹다고 했다. 색스폰으로 연주되는 은은한 분위기를 느끼면 부르스를 추는 연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조심  (0) 2005.09.27
팥빙수는 이제 하지 않아요  (0) 2005.09.27
상가임대차 분쟁  (0) 2005.09.25
불국사와 석굴암  (0) 2005.09.25
사우나에서 바다를 보며  (0) 2005.09.24

아침에 포항에 있는 어느 아파트에 갔다. 몇 달전에 갔던 곳인데 나 혼자 찾아가기는 어렵다. 사실 잘 모르는 도시의 길을 찾아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파트 주인은 나보고 찾아올 수 있느냐고 묻길래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도움을 청했다. 그래서 그가 직접 청룡회관까지 차를 몰고 와서 안내를 했다. 우리 일행 네 사람이 함께 갔다. 교장 선생님 사모님이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집 부부까지 모두 일곱 사람이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 놓았다. 아나고를 고추장에 구워놓고, 생선회, 물회까지 많이 먹었다. 주인의 음식솜씨가 매우 좋다. 아파트는 비교적 높은 지대에 있었다. 주변에 숲이 많았다. 32평 아파트가 1억원 정도 간다고 한다. 전에는 1억5천만원까지 갔었는데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의 공기가 비교적 깨끗했다.

 

포항에서 경주로 향했다. 옛날 생각이 났다. 그러니까 1991년 여름이었다. 나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같이 근무하고 있는 조동근 수사관님의 친동생 상가에 문상을 가기로 했다. 그래서 승용차를 운전하고 가족과 함게 포항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대구를 거쳐 경주 IC로 빠져 나갔다. 당시에는 대구 포항고속도로가 없었을 때였다. 그래서 경주에서 포항까지 산업도로를 타고 가야했다. 그런데 중간쯤 가다가 갑자기 전방에 나타난 오토바이를 피하려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두 바퀴나 돌면서 도로 중앙에 정지했다. 차는 내가 아무리 핸들을 콘트롤하려고 해도 말을 듣지 않고, 저절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아주 생생하고 무척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차는 다행이 왕복 및 좌우로 다른 차량이 진행하지 않아, 그대로 멈추어섰다. 그런데 아무리 시동을 걸려고 해도 걸리지 않는 것이었다. 기어가 드라이브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정차 기어로 해서 시동을 걸어 차를 옆으로 뺐다. 그랬더니 앞서가던 일행의 차량이 후진해서 다시 돌아왔다. 오토바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무단횡단하다가 내 차가 삑 소리를 내면서 돌고 있으니 그냥 가버린 것이었다.

 

야간에 그런 일이 생겨 하마터라면 반대차선에서 달려오는 차량에 부딛힐 뻔했다. 다행이 반대차선에서 오는 차가 없었기 때문에 아무런 피해는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차를 도로변에 빼놓고 보니 오토바이를 끌고 길을 건너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14년이나 지난 일이었지만, 나는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경주로 가서 보문관광단지를 한바퀴 돌고나서 불국사로 갔다. 토함산불국사라고 씌어 있었다. 토함산이라는 단어를 오랫만에 들어보는 것 같았다. 절을 둘러보았다. 관광객들이 많았다. 불국사 주변에는 나무들이 아주 좋았다. 입구에는 벗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었다.

 

불국사는 신라 23대 법흥왕 15년에 창건되었다. 벌써 1450여년이 된 고찰이다. 현 석조물은 경덕왕 때 김대성에 의해 조성되었다고 한다. 다보탑은 국보 20호이고, 삼층석탑은 국보 21호, 연화칠보교는 국보 22호, 청운백운교는 국보 23호, 비로자나불은 국보 26호, 아미타불은 국보 27호라고 한다.

 

불국사 입장권 뒷면을 보니, 법구경 글귀가 쓰여져 있다.

 

'악한 일을 하지 말고 선한 일을 두루 행하여 마음을 깨끗이 하라.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 법구경 183번

 

석굴암에 갔다. 차가 매우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그런지 주차장에서 석굴암까지는 15분 정도밖에 안걸리는 것 같았다. 주차장에서 석굴암에 가는 길이 경치가 참 좋았다.

 

경주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는 김천을 지나 새로 생긴 고속도로로 왔다. 상주 문경 충주 등을 거쳐 여주로 오는 길이다. 도로가 새로 생겨 좋고 차량이 많지 않아 빨리 달릴 수 있었다. 피로해서 그런지 차를 운전하고 오는데 매우 졸렸다. 하는 수 없어 일행보고 중간에 대신  운전을 하도록 했다. 운전을 맡기니 불안하기는 했지만, 피곤해서 졸음이 오는데는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조수석에 앉은채로 30여분을 깊이 잠이 들었다.

 

서울에 도착하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이트클럽 풍경  (0) 2005.09.25
상가임대차 분쟁  (0) 2005.09.25
사우나에서 바다를 보며  (0) 2005.09.24
파도와 바람  (0) 2005.09.24
삼청동 야경  (0) 2005.09.20

외국에서 손님 두 사람이 왔다. 몇 차례 외국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대접을 받았고, 가깝기 때문에 이번 한국 방문 기간중 성의껏 접대를 했다. 

 

그래서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무척 바빴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서 서로의 이해가 깊어졌다. 인간관계란 그렇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되는 건 아니다.

 

금요일 오후에 대구에 내려갔다. 오후 3시반경에 서초동을 출발했다. 대전을 거쳐 가다 보니 7시가 다 되어 북대구 IC에 도착했다. 대전에서 대구까지 가는 경부고속도로가 중간 중간 확장공사를 해서 그런지 제한속도도 80킬로미터밖에 안 된다. 트럭도 많고 해서 차가 많이 밀렸다.

 

북대구 IC에 나가서 길을 안내해 줄 사람을 만났다. 잘 모르는 길을 찾아간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1986년 5월부터 2개월간 대구에서 근무를 했지만, 대구 지리는 지금도 거의 모르는 편이다. 당시 황금동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리고 20일 정도는 모텔에서 생활을 했다. 어느 유원지 부근에 있던 모텔이었는데, 매우 변두리였던 것 같다. 주변에 논이 많아 여름철에 맹꽁이 소리가 무척 시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마중나온 사람의 차를 따라 사택으로 갔다.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색다른 분위기였다. 같은 경주 김씨 종친이다. 열심히 살고 성실한 사람이다.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사람임에 틀림 없었다. 경주에서 만든다는 '화랑' 술을 마셨다. 저녁 식사 후 앞마당에서 커피를 마셨다. 아파트와 달리 주택이란 그런 점에서 운치가 있다.

 

저녁 식사 후 대구에서 포항으로 갔다. 9시가 넘어 대구를 출발했다. 포항 IC에 정사장 부부가 대리기사를 데리고 나와 있었다. 우리 일행은 함께 청룡회관으로 갔다. 대리운전비가 1만5천원이라고 한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 고생을 많이 하는 것 같아 수고비를 더 주었다.

 

운전기사는 포항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을 해 주었다. 자신은 고향이 다른 곳인데 해병대 근무를 포항에서 한 것이 인연이 되어 포항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해병대 훈련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설명을 해주었다. 포항 인구가 조금씩 줄고 있다고도 했다.

 

청룡회관은 군인휴양시설이라고 한다. 일반인도 이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시설도 좋고 값도 저렴해 보였다. 바닷가에 위치한 이 회관은 호텔 못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하고 깨끗해 보였다. 다시 또 가보고 싶은 곳이다. 지하 1층에 있는 사우나실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아주 멋이 있었다. 한폭의 그림이었다. 해수탕에 오래 들어가 바다를 보았다. 구름이 하얗게 떠 있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가임대차 분쟁  (0) 2005.09.25
불국사와 석굴암  (0) 2005.09.25
파도와 바람  (0) 2005.09.24
삼청동 야경  (0) 2005.09.20
추석 명절  (0) 2005.09.18

가을 바다는 정겨웠다. 가을이 바다 위에 내려 앉았다. 파도가 가을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건너 편에는 포항제철 공장이 보이고 있었다. 밤새 불을 밝히고 있다. 청룡회관 3층에서 나는 검은 파도를 듣고 있었다. 청룡회관은 포항시 바닷가에 있는 휴양시설이다. 깨끗한 시설에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답다. 넓은 방도 하룻밤에 3만원에 사용할 수 있다.

 

우리 일행은 방 2개를 잡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모처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말재주가 좋은 사람들이 있다. 별것 아닌 소재를 가지고도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말하는 톤, 제스처, 그 내용 등으로 인해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밤 12시가 넘어서 부근에 있는 노래방으로 갔다. 적지 않은 노래방인데 손님들이 많았다. 빈 방은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 겨우 얻어서 놀았다.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를 부르면 노는 것은 건전하기도 하고 좋은 일이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기도 하다.

 

요새는 노래방기계가 좋아져서 배경음악도 멋있고, 오디오 성능이 좋아 웬만큼만 불러도 잘 부르는 것처럼 보인다. 요새는 내가 별로 노래방이나 노래를 할 수 있는 장소에 별로 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참으로 오랫만에 가게 된 노래방이었다. 안하던 노래를 하려니 맨날 부르던 노래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내가 좋아하는 18번은 '미워하지 않으리', '돌아가는 삼각지', '미워도 다시 한번' 등이다. 다른 사람들이 노래를 흥겹게 잘 하는 것을 보면서 노래방이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생각을 했다. 캬바레는 그것 대로, 술집은 그것 대로 다 필요한 것이다.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은 그곳에 전념한다.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그게 취미고 성격이다.

 

산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나는 나무와 바닷물, 바람과 파도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었다. 산은 조용히 있다. 침묵하고 있다. 바다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쉴 새 없이 소리를 내고 있다.

 

바다는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래서 움직이고, 소리를 낸다. 파도는 계속 밀여오고 있었다. 끝까지 어딘가에 부딛힐 때까지 다가가고 있었다.

 

산에는 숲이 있다. 수많은 나무들이 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은 산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유일한 징표다. 바람이 없이 정지해 있으면 삶과 죽음을 구별하는 게 불가능하다.

 

나는 파도와 바람을 비교해 보았다. 바다에는 파도가 있음으로써 생명을 인식시킨다. 산에는 바람이 있음으로써 무덤 속의 존재와 무덤을 바라보는 존재를 구별시킨다. 파도는 사나운 힘을 싣고 있지만, 바람은 따뜻한 사랑을 담고 있다. 파도는 어딘가에 부딛혀 부서지지만, 바람은 나무에 닿아 부드러운 촉감을 전해 주고 있다.

 

파도여, 바람이여!

우리에게 다가오라. 끊임 없이 우리를 품어라. 그러면 우리는 삶의 의미를 깨닫고 사랑을 느끼게 될 것이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국사와 석굴암  (0) 2005.09.25
사우나에서 바다를 보며  (0) 2005.09.24
삼청동 야경  (0) 2005.09.20
추석 명절  (0) 2005.09.18
오래된 명화  (0) 2005.09.18

어제 저녁에는 삼청동 어느 식당에 갔다. 작고 아담한 경양식당이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퓨전음식이 주된 메뉴다. 이층 식당 창가에 앉아 창밖을 내다 보았다. 유명한 삼청동 수제비집 건너편이다.

 

오랜 된듯한 수제비집에는 밖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열댓명이나 서서 기다리는 장면이 보였다. 이 불황에 저렇게 성업중인 식당도 있다. 남들은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데 손님이 많아 정신을 못차리는 영업소도 있다. 그게 세상 현실이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또 생각했다. 세상이 불경기라고 한탄하거나 의기소침할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성공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연구를 하고 노력을 하면 아무리 불경기라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자신이 하는 일에만 몰두하라. 주변 환경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라.

 

삼청동 도로변은 마치 유럽의 어느 동네같은 분위기였다. 젊은 남녀가 데이트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아마 경복궁 뒤로 해서 삼청동 식당가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길 건너에는 작은 새마을금고 건물이 보였다. 식당 주인이 우리를 알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써주었다. 추석 연휴기간인데도 손님들이 많다.

 

식사를 한 후에 자양동에 있는 사우나로 갔다. 7층건물 전체를 대형사우나로 꾸며놓은 곳이다. 사장님을 만나 함께 차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 7층에는 노천탕을 꾸미고 있었다. 7층에 정원도 잘 만들어 놓았다. 사우나복장으로 7층에 올라가 맥주를 마시면 기분이 좋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우나에서 바다를 보며  (0) 2005.09.24
파도와 바람  (0) 2005.09.24
추석 명절  (0) 2005.09.18
오래된 명화  (0) 2005.09.18
낭만적인 일탈  (0) 2005.09.16

아침 7시에 일어나 7시 40분경 집을 나섰다. 큰집에 갔다. 차가 별로 없어 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가 가득 차 있었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라고 하는데 마땅치 않아 맴돌다 마침 한 자리가 비어 겨우 대고 들어갔다.

 

차례를 지냈다. 차례를 지내고 포천 산소에 갔다. 차가 많이 막혔다. 산소에 가니 다른 성묘객들이 많이 와 있었다. 잔디를 손을 보고 풀을 뽑았다. 내려 오면서 들풀을 몇 송이 꺾어 가지고 왔다. 초등학생 두 명이 꽃을 꺾으면 안된다고 걱정을 한다. 아이들에게 이건 꽃이 아니라 들풀이라고 설명을 해도 아이들은 이해를 못한다. 약간 미안했다. 그리고 괜히 꺾었다는 생각을 했다. 들꽃은 집에 가져다 물병에 꽃아 놓으니 아주 예뻤다.

 

운악산 포도가 제철이다. 포천 운악산 주변에서 나는 포도는 신맛이 없이 아주 달다. 그런데 9월 중순이 넘어야 비로소 나오기 시작한다. 꽤 늦은 편이다. 포도를 파는 곳이 꽤 많았다. 봉수리 농원이라는 곳에서 포도를 샀다. 5킬로그램에 1만7천원이고, 10킬로그램에 3만3천원이다.

 

옆에 봉수리 교회가 있었다. 작은 교회다. 원래 11시와 오후 2시에 예배를 보는데 오늘은 추석 명절이라 11시 예배만 보고 2시 예배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 교회 목사님이 포도 파는 곳에 나와 있었다.

 

저녁에는 명일동 쪼끼쪼끼집에 가서 생맥주를 마시고 왔다. 몇 군데 식당이 문을 열었지만, 갈만한 곳이 없었다. 홋카이도 소세지모음을 안주로 시켰다. 바깥 길에 놓은 둥근 탁자 위에서 맥주를 마시니 시원했다. 손님들도 여러 테이블이나 있었다.

 

 

추석이 그렇게 지나갔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도와 바람  (0) 2005.09.24
삼청동 야경  (0) 2005.09.20
오래된 명화  (0) 2005.09.18
낭만적인 일탈  (0) 2005.09.16
때론 침묵하라  (0) 2005.09.14

추석 전날 저녁 시간에 밖으로 나왔다.

 

강동구 둔촌동 재래시장으로 갔다. 재래시장의 훈훈한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였다. 오랫만에 가 보니 많이 달라져 있었다. 시장 범위가 크게 늘어났다. 시장이 아주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래서 구경거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떡집도 많이 늘었다. 대부분이 먹는 장사다. 수 많은 종류의 음식을 파는 곳이 있다. 다 장사가 잘 되는 건 아니다. 잘 되는 집도 있고, 손님이 거의 없는 식당도 많다.

 

오래 전부터 그곳에서 양말을 파는 아주머니가 있다. 양말 한 컬레에 1000원 짜리와 1300원짜리가 있다. 1300원짜리 10컬레와, 등산용 양말 6컬레를 사니 모두 23000원인데 1000원을 깍아 준다고 한다. 깍아 준다는데 굳이 괜찮다고 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22000원을 냈다. 등산용 양말도 6컬레에 만원이다. 매우 싸다.

 

떡집에서는 송편을 많이 만들어놓고 팔고 있었다. 예전에 집에서 솔잎을 따다가 송편을 빚어 찌던 때가 생각났다. 대전에 살때까지만 해도 산에 가서 솔잎을 따왔다. 그런데 서울생활에서는 솔잎을 따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런지 송편 냄새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오다가 목포 홍어집이 있어 들어갔다. 삼합을 시켰다. 주인이 식당 밖에다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비가 올지 모른다며 위에도 천막을 쳐주었다. 동동주와 곁들여 홍어요리를 먹었다.

 

옆집에서 숯불을 펴서 요리를 하는 돼지불갈비가 맛있게 보여 2인분을 시켰다. 푸짐한 상을 차려놓고 술을 마시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한가위 기분을 거기서 낸 것 같았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텐트를 쳐놓아 괜찮았다. 더욱 운치가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E Mart를 들렀다. 사람들이 많았다.

 

집에 돌아와 TV를 켜니 KBS 1 TV에서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를 시작하고 있었다. 옛날에 보았지만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영화다. 다시 보았다. 1966년 아카데미영화상에서 각본, 감독 등 5개 부문 수상을 한 작품이다. 오마 샤리프가 주연한 이 영화는 매우 잘된 작품이었다. 끝까지 다 보니 1시 반이 다 되었다. 주제가가 더욱 멋있게 들렸다.

 

눈이 가득 쌓인 풍경들이 눈에 선하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청동 야경  (0) 2005.09.20
추석 명절  (0) 2005.09.18
낭만적인 일탈  (0) 2005.09.16
때론 침묵하라  (0) 2005.09.14
가을비를 맞으며  (0) 2005.09.1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