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가을은 정말 아름답다. 맑은 하늘을 보면서 나는 무한한 행복감을 느낀다. 벌써 10월 중순이 되었다.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강일동에서부터 올림픽대로 아스팔트 포장을 새로 하고 있었다. 4차선 도로에서 2개 차선은 그대로고 2개 차선을 새로 깔고 있었다. 같은 장소에서 그런 차이가 있으니 그 모습이 서로 극명하게 대비가 되고 있었다. 새로 깔고 있는 곳으로 차들이 모두 다닌다. 새로 포장된 도로는 아주 상쾌한 분위기를 주었다.

 

차 안에서 CD를 틀었다. 가을 분위기에 맞는 가곡이 나온다. 나는 그 분위기에 취해 한강을 바라보면서 달렸다. 상쾌한 드라이브 코스다.

 

어제 저녁에는 집에서 컴퓨터에 이상이 있는지, 내가 작동을 잘못 했는지 블로그 새글쓰기가 안됐다.

 

저녁에 둔촌동 재래시장에 갔다. 예전 보다 많이 커졌다. 광범위하게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다. 길 가에 산오징어 파는 곳과 돼지갈비 파는 곳이 성업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도 그곳에 앉아 줄도미회와 산오징어회, 돼지갈비를 먹고 곁들어 서울 장수막걸리를 마셨다.

 

옆 테이블에 남자 두 사람이 앉아 큰 소리로 싸우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막걸리를 세 병 마시고 나서 그 사람들은 주인을 불러 막걸리 제조일자가 5일이나 지났다고 하면서 새로 바꾸어 오라고 했다. 막걸리는 제조한 지 5일이 지나면 그 맛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5일 지난 막걸리는 판 곳에서 무조건 바꿔주게 되었다고 한다. 주인은 무조건 알았다고 하면서 새로 사오겠다고 답변하고 있었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듣고 있었다.

 

가을 달빛이 은은하다. 저 달빛을 닮아 우리 심성도 은은해지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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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점심시간에는 서초동 천년부페 식당에서 T 에셋 주식회사 주주총회가 있어 참석하였다. 반가운 얼굴들이다. 벌써 5년이 지났다. 우리가 회사를 만들어 시작했던 그 때가 벌써 그렇게 지났다. 몇 사람은 부동산에 전문가가 되었다. 하기야 5년의 세월이 짧은 것은 아니다. 이 사장이 고생을 많이 한다.

 

K 를 만났다. 어머니가 벌써 84세나 되었다고 한다. 건강이 안 좋아지셨나 보다. 오래 사셔야 되는데 걱정이다. K 자체도 건강이 별로 안 좋은 편이다. 얼굴을 보면 안색이 좋지 않다. 

 

회의가 거의 끝날 때 도착한 L 회장은 항상 겸손한 모습이다. 갖출 것을 다 갖추었는데도 늘상 겸허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다.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왔다고 한다.

 

최근에 블루오션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블루오션이란 알려져 있지 않은 시장을 말한다. 현재 존재하지 않아서 경쟁에 의해 더렵혀 지지 않은 산업분야를 가리킨다. 이곳에서는 시장 수요가 창조에 의해 얻어지며, 높은 수익가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의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기웃거리고 있어야 자신에게 맞는,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대상을 만날 수 없다. 아직 경쟁이 시작되지 않은 새로운 세계,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곳에서 대상을 찾아라.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하라. 그러면 평생을 서로 사랑하며, 믿고 의지하며, 영혼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상대방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랑의 블루오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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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살다 보면 삶이 권태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늘상 되풀이 되는 똑 같은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재벌이라고 항상 행복하지 않은 것이고, 장관이라고 늘상 기분 좋은 건 아니다. 오히려 돈의 가치를 못느껴 불행하고, 권력에 익숙해져 교만해질 뿐이다.

 

어제 밤 늦게 잤다. TV 를 보기도 했다. 사실 TV 를 켜놓아야 별로 재미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 차라리 블로그를 보는 게 나을 정도다. 그렇다고 블로그를 보아야 30분 정도 지나면 똑 같이 재미가 없어진다. 모든 게 익숙해지면, 더 이상의 한계효용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새벽 1시에 치킨집에 치킨을 주문했더니 그 늦은 시간에도 치킨과 생맥주를 배달해 준다. 고마운 일이다. 생맥주를 마시고 또 빈둥빈둥했다.

 

오늘 아침에는 아주 늦게까지 늦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났다가 또 잤다. 잠을 오래 자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오후에 뒷 동산에 올라갔다. 주은이를 데리고 갔다. 11킬로그램이나 되기 때문에 안고서 올라갔더니 힘이 든다. 나뭇잎들이 떨어질 채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곳으로 이사온 지도 벌써 만 7년이 되었다. 나무들도 많이 자란 것 같기도 하다.

 

나무와 나무잎은 이제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나무에서 떨어져 어디로 가는지? 낙엽이 되어 어떻게 될지 그 운명을 서로가 모른다.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재미 있다. 나무는 나무대로 모두 다르다. 잘 생긴 나무와 못 생긴 나무, 건강한 나무와 병든 나무. 나무를 세심하게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몇 그루의 나무잎에 벌레가 많이 먹었다. 안타깝다. 빌라 단지에서 일부러 심어놓은 소나무 몇 그루는 모두 말라버린 상태였다. 밤나무 밑에 밤송이가 많이 떨어져 있다. 도토리도 보인다.

 

어린이 놀이터에서 그네를 탔다. 아이들이 적어서 그런지 놀이터에 아이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네를 타 보니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작은 그네가 앞뒤로 왔다 갔다 한다. 그네는 참 재미 있게 만들어진 기구다. 탄력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 재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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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에서 박수근, 이중섭 화백의 위작품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유명 화가의 작품을 모방하여 그리고, 낙관을 위조하여 찍는 위작품은 예전부터 많이 있어왔다. 그로 인한 피해는 미술품시장을 교란시키고, 당장 진품인 것으로 믿고 거액을 주고 미술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사기를 당하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미술품의 진위 여부를 감정하기 위한 비용을 많이 지출할 뿐 아니라, 항상 진품 여부에 대해 신경을 쓰도록 만들었다. 불신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미술품과 같은 창의적인 노력의 결정체에 대한 저작권은 국가에서 강력하게 보호해 주어야 한다. 현재 수많은 위작품이 시중에 나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자들이 고소를 해도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아 아예 권리보호를 포기하고 있는 경향마저 있다.

 

정부에서는 앞으로 위작품이 발견되어 범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는 고소장이 제출되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인을 반드시 검거하도록 하고, 죄질이 나쁜 위작범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

 

현재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미술저작권보호협회가 설립되어 활동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화랑에서도 위작품이 유통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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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결과 이중섭과 박수근 화백의 작품들 중 일부가 위작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원화를 그대로 모사 또는 복사한 후 색상만 변화시키는 유형과, 원화의 일부분을 따내 하나의 독립한 작품으로 제작하는 유형이 있다고 한다.

 

가짜 그림 시비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가짜로 그려 낙관을 위조하여 찍음으로써 마치 진품인 것처럼 속여 팔아왔다. 실제로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가짜 그림이 시중에 나돌아 다닌다는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미술저작권이 제대로 보호되도록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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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L 교수가 11시에 사무실로 왔다. K 선생과 함께 왔는데, 11시까지 서울로 오려면 새벽부터 일어나 고생을 했을 생각을 하니 미안했다. 1시간 정도 상의를 하고 다시 대전으로 내려갔다.

 

오후 1시에 여의도 백화점 6층에 있는 여의도 웨딩홀에서 P 회장의 장남 결혼식이 있었다. 차를 운전하고 여의도로 갔다. 여의도 백화점을 잘 몰라, 청첩장에 있는 약도를 보면서 찾았으나 쉽지 않았다. 지나가는 택시 기사분에게 물었다. 친절하게 안내를 해 준 택시 기사는 빈 택시를 운전하고 비상라이트를 견채 내가 가려고 한 여의도 백화점 입구까지 안내를 해 주었다. 너무 친절하고 고마운 분이었다. 

 

때로 세상을 살다 보면 아주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예식장에는 하객들이 많았다.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J 부장도 왔다. 함께 연회장에서 식사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앉아야 해서 그런지 식당의 테이블과 의자가 협소했다. 다닥다닥 붙어서 7명이 식사를 한다. 갈비탕 맛이 좋았다. 결혼식장에 가면 떡도 있고, 과일도 있고, 술과 음료수가 나온다.

 

10월이고 가을이며 계절이 좋아서 그런지 결혼식이 많다. 아는 사람들의 결혼식에 참석해야 할 기회가 많다. 엘리베이터에서 어떤 사람이 말한다. 주말이면 몇 군데 씩 결혼식에 다녀야 해서 9월과 10월에는 주말에 골프도 치지 못한다고 한다. 관혼상제의 참석도 좀더 사회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직접 당사자가 결혼하거나 돌아가셨을 때만 참석하는 분위기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의도에서 나와 남산으로 갔다. 남산도서관 옆에 있는 분수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남산공원에서 산보를 했다. 가을햇살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들어갔다. 사단법인 안중근의사 숭모회에서 관리하는 것 같았다. 입장료는 천원이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은 1970년 10월 26일 개관했다. 실내 전시실에는 안의사 일대기, 하얼빈 의거, 재판과정등을 담은 영상물과 옥중생활 모형, 활약상을 담은 수퍼그래픽, 유묵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안중근 의사(1879~1910)는 1879년 9월 2일 황해도 해주에서 출생했다. 1909년 3월 블라디보스톡 연추에서 11명의 동지와 함께 단지동맹으로 동의단지회를 조직하였고,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두에서 이토오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대한제국 만세를 삼창한 후 러시아 헌병에 의해 체포되었다. 1910년 2월 14일 여순 관동도독부 지방법원 공판에서 사형이 선고되었다. 1910년 3월 26일 여순감옥에서 교수형으로 순국하였다.

 

몇년전 중국 대련에 갔다가 여순에 들러 여순감옥을 보고 왔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기념관에서 밖으로 나오니, 몇 사람들이 바둑을 재미있게 두고 있었다. 공기 좋은 그늘에 앉아 신선놀음을 하고 있었다.

 

기념관 뒷편에 느티나무가 아주 멋있었다. 자세히 보니, 수령은 225년, 수고 19 미터, 나무 둘레 214센티미터로 씌어져 있었다. 나무의 소재지는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 5가 467번지로 되어 있었다.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었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 주변에는 아름다운 느티나무가 많이 눈에 띄었다.

 

그러니까 벌써 34년 전의 일이다. 내가 대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왔던 때가 1971년 8월이다. 그 때 형님과 함께 둘이서 삼선교 부근에서 하숙생활을 하면서 일요일에 남산에 올라왔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나무들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서울시내가 다 보였는데, 지금은 나무에 가져 서울시내가 잘 보이지 않았다. 세월의 흐름을 다시 느껴 보았다.

 

돌아올 때 하이야트 호텔 쪽으로 오다 보니 남산 순환도로변에 은행나무들이 많이 서 있었다. 조금씩 색깔이 변해가고 있었다. 일부 나무는 많이 노랗게 색이 들었다.

 

가을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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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하는데 비가 오고 있었다. 빗속을 운전하고 가면서 바라보는 강남의 거리는 생존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었다. 다들 바쁘게 움직인다. 냉철한 계산하에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살아간다. 뒤떨어지는 사람만 낙오자가 된다. 옆에 사람들이 아프던, 실업자가 되던, 성공하던 실패하던 아무 상관 없이 자신의 이익과 감정만 우선해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점심 약속이 있어 차를 운전하고, 메리엇트 호텔로 갔다. 2층 양식당에서 J 차장과 L 교수를 만나 식사를 했다. 오래 된 지인들이라 함께 식사를 해도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저녁 6시에 코엑스 컨벤션센타 그랜드볼륨에서 아는 분의 자녀 결혼식이 있어 참석하려고 사무실을 일찍 나섰다. 금요일 오후라 그런지 차가 무척 막혔다. 1시간 가까이 걸려서 도착했다. 옆에 있는 인터 호텔에 발레파킹을 하려고 했더니 발레도 안된다고 했다. 그 정도로 차가 붐비고 하객들이 많았다.

 

내가 아는 분은 신부측이었는데, 신랑측은 손님들이 더 많았다. 성대한 결혼식이었다. 하객으로 온 사람들을 내가 많이 알고 있어 인사하느라고 바빴다. 인사를 하고, 옆에 있는 인터 호텔 라운지에 가서 손님들을 만나 차를 마시고 대화를 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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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는 나쁜 수법으로 손님들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술집들이 있다.

 

술집 주인은 종업원들과 짜고 아주 조직적인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이런 조직에는 사장이 있고, 총지배인, 지배인, 마담, 웨이터, 삐끼 등을 두고 있다.

 

삐끼(호객원)들은 '8만원이면 양주 1병과 안주, 아가씨 팁, 그리고 2차(성매매)까지 보내준다'라는 말로 손님들을 유혹한다.

 

이들은 일반 손님은 전혀 받지 않고, 오로지 삐끼로만 영업행위를 한다. 남자 손님 1-2명 정도에 그치고, 그 이상 단체손님은 받지 않는다. 손님 숫자가 많으면 나중에 시비가 생길 경우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삐끼들은 손님들을 아주 그럴듯한 말로 현혹시킨다. 아주 값싸게 술을 마실 수 있고, 서비스가 좋으며, 팁도 포함되어 있고, 2차까지 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이때 손님들은 어리석게 속는다. 세상에 그렇게 싸게 술장사를 할 수 있는가? 한번쯤 생각해 보면 대번 알 수 있는 일도 의심을 하지 않는 습관 때문에 솔깃하고 믿는 것이다.

 

이런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손님이 술집에 들어가면, 그 때부터 접대부들이 동석해서 가짜 양주를 가져오고, 안주 등을 마구 가져다 놓는 방법으로 매상을 올리게 된다. 접대부들의 팁은 술값 8만원에 포함되어 있다고 했으므로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다.

 

다만, 술이 양주 1병이라고 했는데, 추가로 들어오니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나 술판에서 제 정신을 차리고 술을 먹는 사람이 없으므로, 그럭저럭 시간이 가게 된다.

 

이렇게 해서 한 사람이 들어가서 먹은 술값이 85만원이 나왔다. 들어갈 때는 8만원이면 된다고 했는데, 무려 10배가 넘는 술값이 계산서로 청구가 된 것이다. 손님이 가만 있을 리가 없다. 당연히 항의를 하게 된다.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셨서도 돈에는 눈이 번쩍 띄이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 위기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손님이 정색을 하며 항의를 하면, 이 문제를 처리하는 전문가가 나타난다. 이른바 진상처리를 담당하는 직원이다. 대개 인상이 험상궃게 생기고 말빨이 좋은 사람들이다. 싸움도 잘 하는 사람들을 뽑는다.

 

진상처리 담당 직원은 손님에게 '빨리 술값을 내라. 그렇지 않으면 신상에 좋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등의 방법으로 손님에게 겁을 준다.

 

손님은 외로운 입장이다. 모두 술집 종업원들이고 그쪽 편이다. 자신을 편들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핸드폰을 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그러한 술집에서는 외부와 연락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전파차단기를 미리 설치해 두고 있다.

 

아무리 핸드폰을 눌러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종업원들의 핸드폰을 빌려 쓸 수도 없고, 업소의 일반전화를 사용할 처지도 못된다. 그토록 즐겁게 동석해서 술도 마시고 노래도 했던 접대부들은 다 나가 버리고 있다 해도 아주 싸늘한 눈초리다. 돈도 없이 왜 그렇게 여자들을 데리고 술을 흥청망청 마시면서 기분을 냈느냐는 눈치다.

 

처음 들어올 때 8만원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해 본다. 그러면 그 종업원이 누구냐고 따지면서 증거를 대라고 한다. 손님 입장에서는 말로 들은 것을 녹음해 놓은 것도 아니고, 삐끼가 그런 말 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 하면 아무런 증거가 없고, 혼자서만 바보가 되는 것이다.

 

결국 종업원들은 손님이 술값을 내지 않으면 그의 신체에 어떠한 위해를 입힐 듯한 태도를 보여 이에 겁을 먹은 손님으로부터 신용카드를 교부받고, 카드 비밀번호도 알아낸 다음, 인근에 있는 편의점 내 현금자동인출시에서 그곳의 카메라 렌즈를 손이나 종이로 막은 후 현금서비스를 받는다.

 

이런 술집에서는 위조방지가 되어 있는 윈저양주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고급 양주와 값싼 양주를 섞어서 판매한다. 여자 종업원들은 술을 마시는 척 하면서 바로 콜라 음료수 통에 버리는 방법으로 매상을 올린다.

 

그리고 술집에서는 호객되어 온 손님들에게 여관을 미리 잡는다는 명목으로 신용카드를 미리 교부받아 그 한도를 조회하고, 그 금액만큼 바가지를 씌운다. 신용결제를 하지 않고 오직 현금서비스를 받는 방법으로 현찰 장사만을 한다.

 

따지고 보면 술집에서는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손님을 유인하여 바가지를 씌울 생각으로 치밀하게 준비를 한다. 그리고 그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다. 손님의 입장에서는 혼자 또는 둘이서 술을 마시러 갔다가 봉변을 당하게 되고, 술값을 바가지 쓰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유혹에 절대로 넘어가지 말라. 세상에 공짜가 없다. 함정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법집행기관에서는 이러한 삐끼영업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업소에 대한 철저한 단속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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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에 내가 변론을 맡은 피고인에 대한 형사재판이 있어 법정에 들어갔다. 피고인은 68세가 된 분이다. 법정에 함께 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니 무척 답답한 모양이다. 예전에 어느 법원에서 청소일을 10년간 했다고 한다. 그래서 판사와 검사, 변호사들도 많이 알고 있는데, 이번에 막상 재판을 받고 있으니 매우 서글픈 생각이 든다고 했다. 

 

검사나 판사가 물어볼 예상질문에 대해 내가 대신 물어보았다. 어떻게 답변할 것이냐고 하니 생각 보다는 잘 답변을 하고 있었다. 법정은 5층에 있었다. 그 전에는 5층 법정까지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재판받는 사람들에게 불편하다고 해서 요새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11시에 늦을까봐 조바심을 내면서 갔다. 도착하니 한 3분 정도 늦었다. 다른 변호사들이 사건을 진행하고 있었다. 나도 자리에 앉아 재판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건 되지는 않지만 재판이 오래 계속되어 무려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재판 받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떤 사람은 한의사 자격 없이 침을 놓았다는 이유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었다. 전에도 두번이나 재판을 받고 이번이 세번 째라고 한다. 명의를 빌려준 것으로 같이 재판 받고 있는 한의사는 젊은 사람이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혼자 개업하기가 힘이 들어 명의를 빌려주고 침을 놓게 했다는 이유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었다.

 

또 한 사람은 중국 사람에게 입국비자를 받게 하기 위해 돈을 받고 혼인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 여자는 아이를 하나 데리고 살고 있다는데, 재판 받는 도중 계속 눈물을 흘리면서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자는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한달에 월급이 70만원이라고 한다. 혼인신고를 해주는 대가로 500만원을 받기로 했는데, 그것고 160만원밖에 못받았다고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여자가 계속 눈물을 흘리고 울고 있으니 법정은 숙연해졌다.

 

재판을 마치고 나오니 12시 반이 되었다. 점심식사도 못했다. 밖의 날씨는 가을 답게 화창하고 하늘은 매우 놓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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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한 어느 사장이 마침내 구속되었다. 털면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는 식으로 제보가 들어가 장부 등이 압수되고 조사를 받다 보니 법에 위반된 사항이 일부 나왔고, 그로 인해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실질심사를 받았으나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그래서 구속되어, 계속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심장이 약하고, 부정맥이 있다고 해서 약을 계속 먹고 있는 상태였다. 벌써 1주일이 지났는데 아직 수사가 결말이 나지 않아 초췌한 상태였고, 몹시 지쳐있었다. 오후에 다시 접견을 갔다. 변론을 위한 준비를 했다. 빨리 석방되어야 하는데 답답하다. 더 열심히 변론을 해서 석방을 시켜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나왔다.

 

출판문화보호활동을 하기 위한 단체가 결성되어 회의를 했다. 참석한 사람들 모두 사명감에 불타고 의욕이 넘쳤다.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녁 6시에 L 교수님이 오셔서 S 씨와 함께 미팅을 한 후 저녁식사를 했다. 부근에 있는 율향에 갔다. 저녁시간에는 처음인데 손님이 적고 조용해서 좋았다.

 

명일동에 있는 이마트에 갔다. 이마트 책코너에서 용혜원 씨의 시집, 둘이 만드는 단 하나의 사랑 이라는 시집을 한 권 사왔다. 박철언 씨의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1] 이라는 책도 함께 사왔다.

 

이마트에서 예쁜 문구들을 구경했다. 이런 저런 아이디어 상품들이 많다. 물건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쓸모를 발견하게 된다. 이마트 5층에는 어린 아이들이 많이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서점가에 앉아서 열심히 책을 들여다 보고 있는 모습은 참 귀엽다. 아주 어린 아이들을 보면 더욱 귀엽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세상 사람들의 복잡한 생각과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들 때문에 신경쓰는 일을 많이 줄여나가고, 거꾸로 변하지 않는 자연의 은은한 변화, 깊이 있는 무게를 세세하게 느껴가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예전에는 잘 못느끼던 삶의 아름다움을 마음으로 느끼고,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모치게 그리운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가을 밤에는 많은 것들이 그리워진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들! 그리고 내가 아껴야 하는 이상과 가치. 오늘 밤에는 삶이 내게 깨우쳐주고 있는 새로운 일들을 되새겨 본다.

 

전에 무심코 바라 보던 저 달도 오늘 따라 유난히 내 가슴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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