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린들이 깔려 있었다. 해가 저무는 가을 산에는 저녁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북한산 대남문을 넘어 산성매표소까지 가는 길은 가을을 보내는 서운함이 짙게 드리워 있었다.

 

구기동 매표소에서 대남문까지는 2.5킬로미터다. 가을 햇살이 비교적 따사로웠다. 올라가는 길에는 가을색이 완연했다. 은은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진한 열정을 숨기고 있었다. 빨간 단풍도 몇 군데 있었다. 피를 토하며 사랑했던 여인의 가슴 속을 보는듯 하다.

 

등에 맨 배낭의 무게를 느끼며 나는 산을 올랐다. 오후 1시가 넘어 시작한 산행이라 내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올라가기가 어려웠다. 떠나가는 가을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모두들 산에 온 것 같았다. 산에는 내려오는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는 것 같다. 내려오는 속도와 중량 때문에 올라가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길을 양보해 주어야 한다.

 

문수사를 지나며 잠깐 들를까 했으나 그냥 지나쳤다. 혜정 주지스님을 전에 우리 사무실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스님은 내게 책을 두권 선물로 가져다 주었다. 아직 제대로 읽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문수사와 대남문 사이에 배추밭이 있었다. 그 옆에 아주 잘 생긴 나무가 한 그루 서있었다. 요새는 나무가 잘 생겼으면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바라본다. 동물 못지않게 나무가 잘생겼다는 건 관심을 끈다. 대남문 앞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햇살이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다. 가을 햇살은 푸근하다. 뜨겁지 않은 햇살을 맞으며 나는 또 가을의 열기를 가슴에 담는다.

 

대남문 부근에서 식사를 했다. 산에서 먹는 음식은 모두 맛있다. 맑은 공기와 함께 먹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사서 가지고 간 김밥과 배를 먹었다. 아주 맛있는 배라 그런지 물이 많았다. 그 꼭대기에 비둘기 한 마리가 보였다. 김밥을 하나 던져 주었더니 놀라서 날아가 버렸다. 비둘기와 내가 의사소통이 거꾸로 된 것이었다.

 

대남문에서 산성매표소 방향으로 내려왔다. 5.5킬로미터다. 내려오는 길이 아주 좋았다. 가파르지도 않고 돌도 많지 않고, 편안한 길이다. 3.5킬로미터 정도 내려오니 그때 부터는 계곡에 유원지가 많이 들어서 있었다. 중간에 식당도 많고, 사람들이 술과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런 구경을 하면서 내려오니 심심하지 않아 좋았다.

 

멋있게 생긴 바위들도 많이 구경할 수 있었다. 버스가 다니는 큰 길까지 걸어서 내려왔다. 그리고 택시를 탔다. 불광역까지 가서 3호선 전철을 탔다. 종로3가역에서 내려 광장시장까지 갔다. 처음 가보는 광장시장 안에는 먹걸이가 많았다. 사람들도 무척 많았다. 재미있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 못이루는 밤  (0) 2005.11.07
작은 행복한 시간들  (0) 2005.11.06
시차 적응기간  (0) 2005.11.05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4]  (0) 2005.11.04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3]  (0) 2005.11.04

이젠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초조함 마저 든다. 11월 4일, 라디오에서는 금년도 57일 남았다고 한다. 수능시험은 D-19 일이라고 하고.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모르겠다. 아무 것도 한 것 같지 않은데 2005년도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쪽을 바라보는 마음은 세월의 허망함을 느낄 틈이 없다. 세월이 빠를수록 세상이 얼아나 보람있고 아름다운지 더 깊이 느껴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 주은이를 데리고 대치동에 갔다. 오늘 일본으로 간다. 서운한 마음으로 차에서 내려주고 돌아왔다. 아침 6시반에 출발했는데 거리에는 차들이 무척 많다. 다들 일하러 가고 있을거다.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주은이는 잠이 덜깬 상태인데도 가만히 앉아 있다.  

 

아침 8시 반경에 집에서 출발했는데, 일산에 도착하니 10시가 되었다. 빠른 길로 간다고 강북강변도로로 들어갔더니 오히려 88도로보다 더 밀린다. 남쪽을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우연한 선택이 현실에서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지, 그래서 순간 순간 선택을 잘해야 한다. 그래도 넉넉하게 출발했기에 조급할 필요는 없었다. 차가 막혀 도로위에 서 있으니 조금 답답할 뿐이었다.

 

연수원에 도착해서 Y 교수님실로 갔다. 연수원에 교수님들 방은 매우 조용하다. 6층에서 바라다 보는 밖의 경치가 아름다웠다. 오늘 연수원장 취임식이 있어 조금 늦었다고 한다. 손기식 원장님이 취임했다고 한다. 소강당에서 100여명이 넘는 연수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했다. '형사변론절차'라는 제목으로 변호사를 할 연수생들을 대상으로 2시간 강의를 했다. 연수생들은 이제 수료를 얼마 안 남기고 실무에 관한 수업을 3주 정도 듣는다고 한다ㅣ

  

Y 교수님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었다. 고마웠다. 연수원 주변의 단풍도 아주 곱게 물들어있었다. 호수공원 주변 길도 가을 색으로 아름다웠다. 점심식사를 못해, 돌아오는 길에 강변도로에서 파는 안흥찐빵과 생수를 사서 먹었다. 차안에서 그런 식사를 하는 걸 나는 참 좋아한다. 맑은 가을하늘이 한강물에 비춰 반짝이고 있었다. 이름 모를 새 한마리가 강 위를 날고 있었다.

 

시차가 바꿔 아직 생활리듬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태에서 바삐 움직이다 보니 머리속은 멍한 상태다.

 

C 회사의 사장님이 함께 식사를 하자고 연락이 왔다. 7시에 강남의 모 일식당에서 만났다. 임원 3명을 데리고 나왔다. 소주에 양파를 넎고 청양고추를 몇 개 넣으니 아주 맛이 독특하고 좋았다. 새로 개발된 것이라고 한다.

 

K 사장님은 1군 건설업체의 횡포에 대해 울분을 토로하고 있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항상 그런 문제가 있다. 특히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자금을 가지고 압박하면 당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시차 때문에 중간에 잠이 깼다. 언제 잠이 올지 모르겠다. 낮과 밤이 뒤바뀐 상태에서 시차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사랑과 인생 모두 마찬가지다. 가끔 180도 달라진 상황에서 우리는 멍하니 서 있기도 한다. 예전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몸은 물론 마음도 힘들 때가 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행복한 시간들  (0) 2005.11.06
북한산에서 가을을 만났다  (0) 2005.11.05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4]  (0) 2005.11.04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3]  (0) 2005.11.04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2]  (0) 2005.11.03

뉴욕의 한인타운

 

가을사랑

 

11월 1일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 한인타운으로 갔다. P사장은 나 때문에 새벽부터 일어나 고생을 한다. 미안했다.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교포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존에프케네디 공항으로 갔다. 공항 가는 길에는 가을이 내려 있었다. 단풍으로 물들은 뉴욕의 가로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은은하게 깊어 간 가을이 뉴욕을 덮고 있었다. 그 속에 우리들의 사랑도 스며 들어왔다. 나는 눈을 감았다.

 

공항에 도착하니 출발시간이 2시간이나 남았다. 까다로운 검색절차를 통과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The Age of Anxiety 라는 책을 샀다. 26불이다. 저자는 퓨리처 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인 헤인즈 죤슨(Haynes Johnson)이다. 1950년대의 미국 맥카시선풍에 이어 2000년대의 9.11테러까지 불안한 사회현상을 분석한 책이다.

 

공항의 면세점을 둘러보았으나 사고 싶은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예전에는 술에 관심이 많았으나 요새는 별로다. 대한항공 라운지에 들어갔다. first class 는 lounge도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business class 와도 구별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first class lounge 는 조용하고 사람도 거의 없었다. 나는 그곳에서 방금 전에 산 영어책을 읽었다.

 

first class lounge에서 나는 커피를 마시며 밖은 내다보았다. 뉴욕 공항이 눈에 들어왔다. 비행기는 계속해서 뜨고 내리고 있었다. 어디론가 먼 길을 떠나는 사람들, 어디선가 먼 곳에서 오는 사람들. 그 사람들 때문에 공항은 존재하고 있었다.

 

예정보다 하루 앞 당겨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비행기에 타고 나서 나는 와인을 세잔 정도 마셨다. 기내식 후 누웠더니 피곤해서 그런지 잠이 들었다. 7시간 정도를 그냥 잤다. 불편하지만 그런대로 잘 잤다.

 

비행기는 끝없이 먼 길을 날고 있었다. 나는 혼자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명확하게 방향지으려고 애썼다. 머리 속은 혼란스러웠지만, 시간을 아껴 에너지를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천에 가까이 오면서 창밖을 보니, 구름이 너무 아름다웠다. 구름바다였다. 구름눈산이었다. 구름을 뭉치면 커다란 눈사람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오후 5시 마침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또 많은 사람들 속에 뒤섞여 걸어가고 있었다. 낯선 사람들 틈에 서 있어야 했고, 입국심사와 세관심사 등 계속되는 심사를 받아야 했다.

 

밖으로 나오니 늦가을의 공기가 가슴 속에 들어왔다. 10월을 떠나 보낸 마음이 허전하기도 했다. 606번 버스를 탔다. 조용하게 가을풍경을 감상하고 오는데, 뒷좌석에 앉은 두 남자가 커다란 소리로 떠든다. 무슨 대화를 하는 것인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큰 소리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한 남자는 연신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면서 버스 안이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한다. 아무도 그 남자의 무례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번 출장 때는 유난히 시차 때문에 고생을 했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에서 가을을 만났다  (0) 2005.11.05
시차 적응기간  (0) 2005.11.05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3]  (0) 2005.11.04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2]  (0) 2005.11.03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1]  (0) 2005.11.03

Boston에서 범종을 만나다

 

가을사랑

 

10월 30일 일요일에는 아침에 일어나니 방에 있는 시계와 내 손목시계가 한 시간 차이가 나 있었다. 이상했다. 휴대전화를 보니 역시 손목시계와 한 시간 차이가 있다.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보스톤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호텔 후론트 데스크에 와서 물으니 정확한 시간은 휴대전화에 있는 시간이 맞는다고 했다.

 

뉴욕시내에 있는 기차역에 도착하니 7시반이었다. 오늘부터 서머타임[Day light savings time]이 해제되어 한 시간 빨라진 것이었다. 이날 오전 2시가 되면 미국 전역에서 시계바늘을 오전 1시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국과는 14시간의 차이가 나게 되었다.

 

그걸 모르고 있다가 한 시간 빨리 기차역으로 나온 것이었다. 기차는 10시에 출발하게 되어 있었다. Amtrak을 타기 위해 2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했다. 시간이 많이 남아 한인타운으로 가 강서회관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김치찌개를 시켜 먹었다. 김치찌개는 8불 95센트다. 아침이라 계란 후라이도 하나 서비스로 주었다. 코리아타운은 40-2 west 32nd st, Broadway에 있다.

 

오전 10시 정각에 암트랙 비지니스 클래스를 탔는데도 기차는 보스톤까지 4시간반이나 걸렸다. 기차는 Stamford, Bridgeport, New Haven역 등을 순차로 지났다. 기차역을 지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 낙서가 많이 눈에 띄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써놓은 낙서는 아주 예술적으로까지 보였다. 왜 그렇게 많은 낙서를 해놓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가을햇살은 끊임없이 그 낙서들의 의미를 추구하고 있었다. 기차는 중간에 대부분의 역에서 정차를 하는 것이었다. 뉴욕에서 보스톤까지 가는 기차에서 밖을 내다 보니 가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은은하게 단풍이 들어 있는 주변의 나무들이 운치를 더해 주었다.

 

나는 그 가을풍경에 푹 빠져 기차여행을 즐겼다. 기차를 타고 바깥 풍경을 구경하는 것은 또 다른 맛이 있다. 버스나 비행기, 배와는 또 다르다. 기차가 지나가는 길이 대부분 산 밑이거나 바다 옆, 또는 기차길 양쪽으로 나무나 숲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기차는 가끔 바다 옆을 지나갔다. 미국 동부해안을 따라 가는 것이다. 바다는 가을색을 받아 더욱 은은해 보였다. 기차는 바다를 껴안고 달리고 있었다. 숲이 바다 사이에 있어 더욱 운치를 보였다. 그 숲에는 고요가 숨어있었다.

 

기차는 가끔 기적소리를 냈다. 그런 신호를 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소리가 정겹게 들렸다. 내가 어렸을 때 기차길 옆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향수를 느끼는 것인지 모른다. 기차안에서는 책을 보기가 더 어려웠다. 철로 때문에 계속 흔들렸다.

 

보스톤 사우스 스테이션에 내려 범종을 만났다. 나를 기다리느라고 2시간 넘게 고생을 했다. 범종과 함께 보스톤 브루크라인에 있는 일식당을 갔다. 브루크라인은 보스톤에서 가장 부유한 층이 사는 동네다. 그 일식당은 전에도 두 차례 가본 곳인데 손님들이 여전히 많다. 식사를 한 후 컴퓨터매장에 들렀다. 범종이 컴퓨터를 샀다. 쉐라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재즈쇼를 보러 갔는데 이미 끝나서, 그 호텔 1층에서 스테이크로 저녁식사를 했다. 다시 돌아와 푸르덴셜 빌딩 꼭대기에 있는 스카이라운지에 가서 맥주를 마셨다. 보스톤의 야경이 아름다웠다. YMCA 빌딩의 네온사인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YMCA 부근에는 범종이 처음 살던 아파트도 있고, 현재 살고 있는 스듀디오도 있다. 노스이스턴 대학교 캠퍼스가 있다. 그곳이 주로 우리가 왔다 갔다 하던 곳이다.

 

범종의 말에 의하면,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한국에서 온 여학생이 밤 늦게 숙소에 가다가 흑인 강도를 만났다고 한다. 강도가 갑자기 뒤에서 뒤를 돌아보지 말고, 핸드백만 달라는 말에 뒤를 돌아보았더니, 흑인은 벽돌로 여학생의 얼굴을 세게 때리고 핸드백을 빼앗아 도망갔다고 한다.

 

한국 유학생들이 모금을 해서 주었고, 현상금을 1만불이나 걸었다고 한다. 범인은 아직까지 못잡고, 여학생의 얼굴은 심하게 망가졌다고 한다.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미국의 밤거리는 조심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강도범은 엄벌해야 한다. 당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나쁜 사람인가? 돈을 빼앗기 위해 멀쩡한 사람을 때리고 죽이고, 망가뜨린다. 사람을 해치지 않는 절도범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10월 31일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노스이스턴 대학교 캠퍼스로 갔다. 그 캠퍼스에 가면 나는 항상 작은 연못을 유심히 쳐다 본다. 그곳에 있는 작은 오리새끼들을 또 찾아보았다. 오리는 여전히 연못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오리의 발을 쳐다보았다. 무척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야 물위에서 방향을 잡는 모양이다.

 

캠퍼스 옆에 있는 세븐일레븐에 들어가 빵과 오렌지쥬스를 사서 먹었다. 아침 운동 뒤에 먹는 간식은 매우 맛이 있었다. 한참 걷다가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범종과 함께 식사를 하고 Back Bay Station으로 갔다. 돌아올 때는 Amtrak First Class 를 탔다. 편도로 160불이다. 이국 만리 먼 곳에서 범종과 헤어지니 서운했다. 혼자 남겨 두고 오는 마음이 허전했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110불 정도다. 나중에 알고 보니 Amtrak 이 아닌 액셀레이터라는 다른 종류의 열차가 있다고 한다. 그 열차로 뉴욕과 보스톤 구간이 2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한다. 내가 오전 10시 20분 탄 Amtrak은 돌아올 때는 보스톤에서 뉴욕까지 3시간 반 정도 걸렸다. First Class 칸에서는 간단한 식사도 내주었다.

 

뉴욕역에서 내려 걸어서 힐튼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서 혼자 쉬다가 밤 늦게 11시경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핼로윈데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는 복장과 가면등을 쓰고 장난을 하고 있었다. 1986년 시애틀에서 유학을 할때는 핼로윈데이의 실상을 몰랐다.

 

가장 번화하다는 뉴욕시의 브로드웨이에서 보는 핼로윈데이는 그야말로 미국인들의 커다란 축제였다. 시커먼 곰이 되어 다니는 사람, 무서운 가면을 쓴 사람, 예쁜 공주옷을 입은 여자들, 그중에는 한국 유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가끔 눈에 띄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차 적응기간  (0) 2005.11.05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4]  (0) 2005.11.04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2]  (0) 2005.11.03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1]  (0) 2005.11.03
남산의 가을 풍경  (0) 2005.10.27

맨해튼 힐튼호텔에서 머물다

 

가을사랑

 

꼼짝 못하고 좌석에 앉아 14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뉴욕 존에프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몇 차례 다닌 경험이 있어 낯익은 곳이다. 공항에서는 테러 때문에 지문을 찍고 얼굴 사진을 찍는다.

 

공항에는 P사장과 L부장이 나와 있었다. 함께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traffic이 만만치 않았다. 거의 한 시간 걸려서 맨해탄 힐튼호텔에 도착했다. 10월은 각종 국제회의가 많은 달이라서 뉴욕의 호텔은 무척 붐빈다. 좀처럼 빈방을 잡기도 어렵다. 힐튼호텔에도 사람들이 참 많았다. 44층이나 되는 고층의 거대한 호텔이다. 방값도 하루에 348달러다. 34층에 위치한 내 방은 높아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묘미가 있었다. 옆에는 쉐라톤 호텔이 있고, UBS 빌딩이 서 있었다. 거대한 빌딩 숲 한 가운데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서 일을 보고, 식사를 하러 갔다. 이태리식당인데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태리 음식에 와인을 겯들여 식사를 했다. 고급 레스토랑인데도 맛은 잘 모르겠다. 내가 이태리 음식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른다. 술을 꽤 마신 다음 호텔에 돌아왔다. 시차가 바뀌어서 그런지 잠도 안 온다. TV를 켜니 객지의 외로움이 밀려든다.

 

아침에 일어나 사람들과 함께 부근에 있는 breakfast restaurant에 갔다.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식당이다. Diner라는 이름의 체인점이다. 푸짐한 양의 아침식사를 준다.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오전에 일을 보고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식사 후 다시 회의를 한 후 저녁식사를 하러 코리아타운으로 갔다. 신라식당에서 갈비로 저녁식사를 했다. 소주를 마셨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대부분은 유학생으로 보였다.

 

한인타운은 별로 넓지 않은 거리다. 금강산 식당이 있고, 그 옆에 Stanford Hotel 이 있고, 신라 식당이 있다. 몇 군데 헤어숍이 있고, 대부분은 식당들이다. 여행사도 있다.

 

맨해튼 브로드웨이 7번가의 저녁 시간은 항상 인파로 북적인다. 150개 이상의 인종이 모여 있다는 맨해튼은 인종 전시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늘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다. 나도 그 관광객 중의 한 사람이었다. 브로드웨이에는 대형 규모의 극장들이 많이 있다. 브로드웨이 7벉가와 42번가가 교차하는 지점에 타임스스퀘어가 자리잡고 있다. 2004년 3월에는 한국의 '난타'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졌다. 대단한 일이다.

 

맨해탄의 한 복판 구경을 하면서 호텔까지 걸어왔다. 타임스퀘어 부근의 건물에 삼성전자 옥외광고판이 빛나고 있었다. 안내하는 사람의 말에 의하면, 삼성전자 광고판은 일년에 천만불을 낸다고 한다. 그 건물에는 5개 정도의 광고판이 있다. 건물주는 엄청난 돈을 버는 것이다.

 

휘황찬란한 브로드웨이에서 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핼로윈데이 이틀 전이라 사람들은 몹시 떠있는 분위기였다. 길거리에는 가끔 노숙자들이 담요를 덥고 누워 있었다. 차가운 세멘바닥에 아주 불편한 자세로 누워서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4]  (0) 2005.11.04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3]  (0) 2005.11.04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1]  (0) 2005.11.03
남산의 가을 풍경  (0) 2005.10.27
그린콜 이야기  (0) 2005.10.26

뉴욕으로 출장을 가다

 

가을사랑

 

10월의 하늘은 파랗다. 뭉실 구름들을 넘어서 내려다 보는 하늘은 파란 바다였다. 창공에서 내려다 본 구름들은 마치 눈이 내려 쌓여있는 것처럼 보였다. 눈처럼 푹신한 느낌을 주었다. 비행기에서 뛰어 내리면 그 눈밭에 떨어질 것 같았다. 구름은 아름다웠다. 눈꽃의 축제가 펼쳐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땅에서 쳐다보는 구름과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구름은 그렇게 달랐다. 똑 같은 구름이 어쩌면 그렇게 달라 보이는지 모르겠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위로 쳐다보는 경우와 아래로 내려다보는 경우는 전혀 다르다.

 

2005년 10월 28일 금요일 오전 9시 반경 인천공항으로 갔다. 탑승수속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주말과 달리 금요일과 같은 평일은 비교적 덜 붐빈다. 공항 서점에서 공지영 작가의 '우리들이 행복한 시간'이라는 소설을 샀다. 대한항공 Lounge로 갔다. 약간의 시간이 남아 몇 군데 전화를 하고 탑승을 했다. 비행기는 11시 30분경 이륙했다. 뉴욕까지는 1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예전에는 대개 알래스카 공항을 경유하거나 로스앤젤레스에서 내려 바꿔타고 갔는데 이번에는 직항노선이다.

 

비행기 안에서 나는 공지영 씨의 소설을 다 읽었다. 아주 재미있었다. 자살을 몇 차례 시도했던 여자 주인공이 살인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를 만나러 다니면서 느끼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소설이었다. 소설에서 사형수는 끝내 사형집행을 당한다.

 

옆 좌석에는 뉴욕에 사는 재미교포가 앉았다. 중국 출장을 3주간 다녀오는 길이라고 한다.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 낯선 사람과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눈다는 것도 조금은 피곤한 일이다. 서로의 공통점도 별로 없는 상태에서 가만히 있기 곤란하니 서로가 대화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말이다.

 

비행기 안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14시간을 혼자 앉아 간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실존의 고독을 느껴보기도 한다. 삶이란 그래서 외로운 것이다. 가까운 사람과 동행하면 힘은 들어도 그런 고독이나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을 수 있다. 별로 마음 줄 수 있는 사람 없이 혼자서 여행한다는 건 그래서 특이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나는 뉴욕까지 가면서 완전히 공지영 씨의 소설에 몰입했다. 공지영 씨와 함께 생각하고 느끼면서 14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지루함을 달랬고, 여행의 피로를 씻을 수 있었다. 작가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3]  (0) 2005.11.04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2]  (0) 2005.11.03
남산의 가을 풍경  (0) 2005.10.27
그린콜 이야기  (0) 2005.10.26
깊어가는 가을  (0) 2005.10.26

남산의 가을 풍경

 

가을사랑

 

가을바람을 느껴본다. 남산에 올라 서울의 야경을 보면서 나는 피부에 스치는 바람을 맞았다. 바람은 시원함과 아울러 쓸쓸함을 가슴에 안겨 주었다.

 

남산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수리중이다. 불은 환하게 켜놓았다. 저 높은 곳까지 사람이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아마 마음을 두고 몸만 올라가는 게 아닐까? 수리가 끝나면 곧 바로 올라가 봐야겠다.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가니 땀이 조금 났다. 그래도 등산을 해서 단련이 되어 그런지 별로 힘은 들지 않았다. 남산 순환도로를 걸었다. 한바퀴를 돌면 7킬로미터는 넘는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뛰고 있었다. 몹시 빠른 속도로 뛰는 걸 보니, 아마 마라톤 연습을 하는 것 같았다. 사이클을 타고 계속 오르막길을 달리는 사람들도 있고, 사람의 체력의 한계는 상상을 초월한다. 꾸준한 연습으로 대단한 체력을 연마할 수 있는 것이다.

 

점심 식사 후 서울구치소로 갔다. Y 위원장을 만났다. 재판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목소리는 힘이 있었지만, 오래 구속되어 있다보니 많이 지쳐보였다. 빨리 석방되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C 단장을 만났다. 1심에서 징역 10월을 받았고, 11월 4일 선고기일이 잡혀 있다고 한다. 많이 억울해 하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 미국으로 출장을 간다. 다음 주 목요일 돌아올 예정이니까 7일간의 여정이다. 뉴욕에서 일을 보고 보스톤을 들러올 계획이다. 머리도 식힐 겸 세상 구경을 하고 와야겠다. 뉴욕의 가을을 보고 싶다. 보스톤의 낙엽 떨어지는 거리도 걸어보고 싶다. 그리고 돌아와 서울의 은행잎을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2]  (0) 2005.11.03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1]  (0) 2005.11.03
그린콜 이야기  (0) 2005.10.26
깊어가는 가을  (0) 2005.10.26
Busy day  (0) 2005.10.24

그린콜 이야기

 

가을사랑

 

어제 저녁에 차를 놓고 왔다. 그래서 아침에 콜택시를 불렀다. 그린콜 택시다. 기사분은 나이가 지긋하다. 그린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40분 정도 그린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린콜은 원래 장애우들을 태우기 위한 제도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30-40명이 모여 무전기를 가지고 장애우들을 태우는 수단으로 만든 제도다. 현재는 회원이 1,500여명이나 된다. 월 회비가 2만원씩이고, 한번 콜을 해서 승객을 태우면 500원씩 돈을 낸다. 회원이 많아지다 보니 한달에 30~40 회 정도밖에 콜을 못 받는다.

 

내가 가끔 상일동에서 서초역까지 간다는 사실을 자신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무전기로 들어서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일동에서 서초역까지 종종 가는 사람이 누군가 궁금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다고 했다.

 

기사분은 일을 마치고 새벽 1시나 2시경이 되면 배도 출출하고 해서 동네에서 안주를 3천원짜리 하나 사고, 슈퍼에서 소주를 한병 사서 먹고 집에 들어가 자는 게 좋아 그렇게 살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잠을 바로 자면 몸에 아주 나쁘다는 걸 알지만, 좋은 걸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생각으로는 술을 덜 마시고 끊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보고도 술을 끊으라고 충고했다. 나도 술을 끊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고 했다.

 

좋은 걸 어떻게 하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좋은 건 어쩌지 못한다. 사랑도 그렇고, 술도 그렇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그린콜에서는 전화 안내하는 여직원들도 대부분 장애우다. 그래서 출퇴근도 매우 어렵고, 고생들을 한다고 한다. 마음이 찡한 이야기였다. 예전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그린콜 사무실에 들러 장애우들을 격려해 주곤 했는데 요새는 통 그런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높은 자리란 바로 그런 일을 해야 하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어떤 목사님의 방문이 있었다. 함께 기도하자고 해서 나는 당연히 목사님께서 기도하실 줄 알았는데, 기도를 하지 않고 계신다. 그러다가 나보고 기도하라고 하신다. 그래서 내가 기도를 했다. 기도란 어려운 일이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1]  (0) 2005.11.03
남산의 가을 풍경  (0) 2005.10.27
깊어가는 가을  (0) 2005.10.26
Busy day  (0) 2005.10.24
시골 집  (0) 2005.10.23

가을이 많이 깊어졌다. 에어콘 없이 차를 탈 수 있는 건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고, 나는 한강을 바라보면서 출근을 했다.

 

왜 사느냐고 물으면 무어라고 답해야 할까? 그래도 삶의 의미를 물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만큼 여유가 있는 것이니까. 나는 그저 되풀이 되는 일상의 생활에서도 많은 의미를 발견하곤 한다.

 

서초청사에 들어갔다. 내가 근무했던 건물이라 정이 들었던 곳이다. 12층과 9층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약속 시간 때문에 서둘러 나와 택시를 탔다. 조선호텔 앞에 있는 소공동 지하로가 대수선공사로 인해 폐쇄된 상태였다. 그걸 모르고 택시에서 내리니 건널목이 한참 위에 있었다.

 

프라자 호텔 3층 일식당에서 사람들을 만나 식사를 했다. 프라자 호텔을 오래 돼서 에스컬레이터가 매우 좁다. 한 사람밖에 서 있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도 위치가 좋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강남에 있다 보니 자주 이용은 못한다.

 

조 기자와 차를 마셨다. 오래 된 사이다. 벌써 10년도 넘었다. 세월은 그렇게 빠르다.

 

퇴근 후 신사촌에서 사람들을 만나 저녁 식사를 했다. 양 사장님이 남원에서 가져 온 송이버섯과 함께 고기를 구워 먹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산의 가을 풍경  (0) 2005.10.27
그린콜 이야기  (0) 2005.10.26
Busy day  (0) 2005.10.24
시골 집  (0) 2005.10.23
가을 바람  (0) 2005.10.22

일이 바빠지다 보니, 블로그에 글을 쓰는 시간도 많이 줄었다. 우선 급한 일을 해야 하니까.

 

K 회장의 방문을 받았다. 어렵게 만들어 놓은 단체에서 내분이 생겨 복잡하다고 한다. 단체나 협회, 사단법인 등이 모두 마찬가지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서 만들어 놓은 단체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헤게모니 다툼을 하게 된다.

 

단체는 이사회를 장악하면 총회 개최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실권을 빼앗긴 측에서 법상 권한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점차 실권을 가진 사람의 입지는 굳어지게 된다. 그래서 문제다.

 

수 많은 단체들이 이런 내분과정을 겪고 있다. 주식회사와 같은 법인체도 마찬가지다. 개인간의 분쟁도 해결이 어렵지만, 이런 법인체 관련 소송을 더욱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안타까운 일들이다.

 

차병원 옆 식당으로 갔다. 한정식 집인데 아주 깨끗하고 조용했다. 음식도 특이하고 맛이 있었다. 마늘을 구워놓은 것이 특이했다. 식사를 하면서 비즈니스 미팅을 하다 보면 무엇을 먹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차분하게 식사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르다.

 

사무실에 들어와 2시간 정도 일을 하다가 다시 시내로 나가 회의를 했다. 회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벌써 컴컴해졌다. 해가 빨리 진다. 여의도로 왔다. 몹시 바쁜 하루였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린콜 이야기  (0) 2005.10.26
깊어가는 가을  (0) 2005.10.26
시골 집  (0) 2005.10.23
가을 바람  (0) 2005.10.22
갇힌 사람들의 꿈  (0) 2005.10.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