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랑의 문신>
당신 때문에 가슴이 아파요
함께 나누었던 열정을
어디에 묻을까요
진한 가을의 입맞춤은
낙엽 따라 흘러가네요
바람소리를 들으며
당신을 생각했어요
비를 맞으며
당신을 떠올렸어요
당신을 잡을 수 없어
눈물을 흘려요
허공을 맴도는
당신의 미소가
가슴을 파고 들어요
운명일까요
마음을 흔들어놓고
무정하게 떠나간
당신을 잊지 못하는 건
심장에 새겨진
당신의 문신을
지우지 못하는 건
별이 보고 있네요
우리의 슬픈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안타깝게 보고 있네요
<꿈속에서>
가을 바람이 불면
우리는 낙엽에 덮힌다
수 많은 삶의 색깔들이
눈속으로 들어온다
내 영혼의 색깔을 찾아본다
네 것과 내 것이 뒤섞여
연한 파스텔 색조가 되었다
정을 찾아 헤맸던
낯선 도시의 방황 끝에
너를 만났다
그곳은 종착역이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모든 짐을 내려놓는
우리들만의 쉼터였다
너는 그곳에 있었다
나를 기다렸던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가로등과 함께 밤을 새우며
목마를 탄 철학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설 수 없었던 걸까
외로움 때문에 비틀거렸던 걸까
우리는 작은 배 안에서
부딪히며 흔들거리고 있었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어떤 아픔도 느끼지 못한 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젠 나목이 되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찬바람이 불어도
더 이상 눈물은 없다
네가 붙잡고 있는 나무에
내가 매달려 있다
누군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
나는 꿈속에서 너를 안고 있다
잃어버린 장미꽃
장미꽃이 너무 붉어
가슴이 타들어간다
밤새 쌓였던 외로움이
장미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무엇 때문에 그토록 아팠던가
네가 없어도 살 수 있었는데
네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강물은 저 혼자 흘러갔는데
다시 멍한 상태로
구름을 본다
답답한 가슴속으로
진한 꽃향기가 빨려들어간다
그 안에서 슬픔과 뒤범벅이 되어
거친 숨을 내뿜는다
오래 된 사랑이 흐트러진다
강가를 따라 어디론가 사라진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사랑을 상실한 채 돌아선다
나는 다시 벤치로 돌아온다
<가을에는 울지 마라>
가을에는 울지 마라
가을에 울면 사랑이 아프다
꿈속에서처럼
너의 모습은 희미하고
네 미소가 연하게 보일 때
나는 다시 낙엽을 밟는다
눈이 부시게 진한 노란잎
그 위에 사랑이 누워있다
오랜 침묵에 지친 사랑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까칠한 단풍잎 사이로
철새가 떠났다
햇볕 조차 볼 수 없도록
무성했던 한 여름이 남긴
전설 같은 사랑을 냉소하며
새는 멀리 떠나갔다
사랑의 흔적이
숨을 쉬고 있다
힘겨운 날갯짓을 기억하며
바람에 글씨를 쓴다
사랑을 전해주던 언어들이
뒤엉켜 몸부림칠 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나뭇잎들이 떨어져
빗물에 젖는다
잃어버린 사랑이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낸다
나무들은 잠들지 못하고
나도 함께 지새는
가을의 밤이다
바람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감춘다
가을에는 울지 마라
가을에 울면 사랑이 너무 아프다
<그리움에 젖은 접시꽃>
오늘 보고 싶었어
아주 갑자기
진한 그리움이 찾아온 거야
참을 수 없고
기다릴 수 없었어
눈물까지 흘렀어
그래서 찾아간 거야
너를 보려고
너를 안으려고
빗물이 내렸어
비를 맞으며 창가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비에 젖은 상처가 아물지 않아
우리는 너무 아팠어
견딜 수 없을 만큼
일어설 수도 없을 정도로
이제 알았어
얼마나 사랑했는지
눈을 감고 따라갔던 그 길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미련 때문에 가슴 아파도
잊지는 않을 거야
잊혀지지도 않을 거야
사랑했으니까
목숨만큼 사랑했었으니까
<돌아서는 길>
사랑했다면 무언가
흔적이 남아야 한다
진정 사랑했다면
모든 것을 바쳤어야 한다
유월의 폭염
그것은 내가
네게 쏟았던 열정이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산곡의 가는 솔바람
가랑잎이 구른다
낙엽 밟는 그곳에서
너의 발자국을 찾는다
돌아서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다시 볼 수 없는 아쉬움에
애정으로 그린
너의 슬픈 미소 때문이다
<돌아서는 길>
당신을 만난 것이
너무 마음 아파요
당신을 만나 정든 것은
너무 가혹한 거예요
이젠 돌아설 게요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혼자 짊어지겠어요
사랑의 무게를
혼자 감당하겠어요
사랑의 고통을
당신에게 안기지 않겠어요
사랑이 이처럼
힘든 줄 몰랐어요
그냥 좋아했어요
그냥 사랑했어요
그러면 되는 줄 알았어요
이젠 돌아설 게요
당신을 위해서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
<너 때문에>
간밤에도 너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은행잎은 더욱 노랗게 변했다
네가 보고 싶어
마음이 그토록 아팠는데
단풍잎은 더욱 빨갛게 빛났다
그리움은 강물에 떨어지고
너의 미소를 떠올리며
가슴에 돌을 달아놓았는데도
앞산은 불타는듯
가을에 빠져들고만 있다
너의 이름이 불꽃에 새겨지고
너의 눈물이 모닥불에 떨어지면서
사랑은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낙엽이 타들어가면서
가을의 향기를 사랑에 뿌렸다
새벽동이 트면서
멀리서도 우리에게 보였다
밤새 쌓았던 사랑의 탑
안개가 걷히면서
또렷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들만의 탑을 보면서
우리는 감격했다
사랑이 숨쉬고 있다
아무리 낙엽이 떨어져도
사랑은 위로 올라오고 있다
사랑의 고백
왜 이렇게 답답할까요
보고 싶어서 그래요
할 말을 못해서 그래요
분명 사랑하고 있어요
우린
정말 사랑하는 거예요
누구보다 보고 싶고
항상 머리 속에 남아있어요
그건 사랑이예요
사랑한단 말 못하고
남 몰래 애태우고
볼 수 없는 안타까움에
눈물만 흘려요
가슴 속에 타오르는 불길은
딱딱한 응어리로 남아요
별을 보면서
사랑을 고백할게요
파도를 보면서
사랑을 약속할게요
두 손으로 받아주세요
우리들의 사랑을
<타인의 심장>
한낮의 증오는 타오르고
낡은 커튼으로 가릴 수 없기에
나그네는 눈을 감는다
열병으로 지친 벌판에
태양은 작열하고
바위 틈새에 핀 악의 꽃들은
봄을 만끽하고 있다
타인의 심장을 이식한 것처럼
박동소리 조차 낯설고
도시의 소음은
거대한 기계소리 같다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눈송이처럼 떨어지며
망각의 강물에 떠내려가고
공원의 시계탑은
정오를 지나 정지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