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깊은 곳에 남겨진 것은>
은은한 트럼펫소리가 들려온다
영화 <대부>의 OST다
눈물이 흐른다
더 때문에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부드러운 선율을 따라
너의 가슴을 느끼고 있다
차가운 정적이 흐른다
사랑은 처음부터 없었다
사랑이 뿌리를 내릴 곳은 없었다
그래도 너였어야 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너의 그림자가 쓰러졌다
아픈 신음소리만 남기고
사랑의 흔적은 사라졌다
갑자기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울린다
너를 끝까지 껴안지 못한 건
우주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철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 남은 건
너의 숨결뿐이다
네가 끝까지 저항했던
사랑의 순결이 피를 뿌린다
거친 파도에 묻혀
심연속으로 가라앉는다
<떠나는 시간>
언제부터인가
너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어
작은 불씨 때문에
걷잡을 수 없는 산불이 되었어
네가 던진 연한 미소
너의 가슴속의 응어리
모든 것이 불에 타버렸어
오늘 밤에는
밤새 술에 취해
광란의 춤을 출 거야
짚시의 붉은 피를 따라
가시밭길을 걸을 거야
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
침묵은 호수밑으로 가라앉고
떠나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는
순간에서 영원으로
먼 기적소리에 묻혀버리고
나는 멍하니 서있는 거야
<사랑이 빛날 때>
사랑에는 반드시 빛이 있다.
빛 때문에 사랑이 빛날 때
우리 두 눈을 감자
아무 말 하지 말고
서로 껴안은 채
깊은 잠에 빠지자
꿈속에서 먼 길을 떠나자
아무도 없는 무인도를 향해
저 푸른 초원을 가로질러 가자
작열하는 태양 아래
우연히 만나 오아시스에서
고독의 샘물을 들이키고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말자
<사랑의 빛>
네 가슴엔 별이 있었어
아무도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그 별 때문에 눈이 부셨어
별이 빛나는 밤에
말없이 울었던 건
사랑이 아파서였어
아픈 사랑 때문에
강을 건널 수 없었어
눈물에 젖은 편지 위로
벚꽃잎이 수북이 쌓였어
세월의 애증을 담고
철새를 따라 멀리 날아갔어
빙점의 편지를 읽을 때
기나긴 여로의 끝에 서서
운명적인 만남과 마주쳤어
풀밭에 앉아 마주하는 시간
언어는 침묵하는 거야
모든 걸 강물에 던지고
발가벗은 물고기들이
사랑의 빛을 어루만지고 있어
<진정한 사랑>
지금까지 살면서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해 억울한가?
그건 100% 자신의 탓이다.
사랑의 가치를 모르고,
사랑의 마력을 느끼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후회하지 마라.
사랑 없어도 살 수 있고,
사랑 있어도 죽는 것이므로,
그냥 지금처럼 살아라.
진정한 사랑을 맛본 사람은,
그 사랑의 추억을 껴안아라.
꿈속에서 사랑을 되새김질하라.
그럼으로 사랑의 진주를 만들어라.
<봄날의 고독>
봄날이 올 때
우리 청춘은 뜨거웠지
열정을 가슴에 담고
냉정을 머리에 넣고
숨이 차도록 뛰어갔어
너의 무게에 짓눌렸어
너의 눈빛에 얼어붙었어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다시 너를 껴안아도
시간은 정지할 거야
풍차는 멈춰설 거야
봄날이 갈 때
벚꽃은 눈물을 흘리고
목련은 피를 토했어
가슴에 새긴 문신은
빗물에 더욱 선명해졌어
기차는 저 혼자 떠난 거야
바람을 따라 가는 길에
무거운 쇳소리는
사랑을 짓누르고 있어
그림자는 언제나 동행하지 않아
너를 찾아 나선 밤에
진한 고독이 몸부림치고 있어
<의미 없는 동행>
너에게 가는 길은 험했어
낭떠러지에 고고하게 핀 한송이 꽃
어렵게 다가갔어
꺾으려고 했던 건 아냐
그냥 가까이 가서
향기를 맡고
가지에 매달리려고 했던 것뿐이야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침묵은 계속되고
차가운 눈보라가 몰아쳤어
밧줄은 끊어지고
나는 한없이 한없이 추락했어
다시 너의 미소를 찾아나섰어
너는 보이지 않아
너의 부재는 곧 시간의 정지였어
모든 것이 멈춘 상태에서
우리의 기억은 빙점 아래로
끝없이 가라앉았어
그래도 음악은 멈추지 않아
차가운 포옹은 싫어
의미 없는 동행도 거부한 채
밤새 쌓아올린 사랑의 탑은
스스로 무너져버렸어
<봄비를 맞으며>
봄비가 내린다
밖으로 뛰쳐나가 비를 맞는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고독이라는 우비를 입는다
너를 사랑했던 것일까?
너를 미워했던 것일까?
알 수 없다.
사랑과 미움은 같은 것이니까
사랑해서 미워했다
미워해서 사랑했다
너를 껴안았을 때 사랑했다
너를 껴안았을 때 미워했다
빗물은 모든 것을 적신다
사랑도 미움도 모두 적신다
봄날이 가고 있다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사랑의 부재는 네게서 유래한다
너 때문에 봄날은 간다
너 때문에 사랑은 없다
너도 없고 나도 없다
빗물이 눈물처럼 흐른다
벚꽃이 젖은 채로
아름다운 신음소리를 낸다
봄비가 내린다
밖으로 뛰쳐나가 비를 맞는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고독이라는 우비를 입는다
너를 사랑했던 것일까?
너를 미워했던 것일까?
알 수 없다.
사랑과 미움은 같은 것이니까
사랑해서 미워했다
미워해서 사랑했다
너를 껴안았을 때 사랑했다
너를 껴안았을 때 미워했다
빗물은 모든 것을 적신다
사랑도 미움도 모두 적신다
봄날이 가고 있다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사랑의 부재는 네게서 유래한다
너 때문에 봄날은 간다
너 때문에 사랑은 없다
너도 없고 나도 없다
빗물이 눈물처럼 흐른다
벚꽃이 젖은 채로
아름다운 신음소리를 낸다
<무의미 3>
해질 무렵 홀로 들판에 선다
한낮의 고독이 소음과 같이 매몰된다
너 역시 사라지고
남는 것은 도시의 어두움뿐이다
봄날은 목련을 따라 와서
벚꽃을 눈처럼 날리고 있다
떨어진 꽃잎 가운데서
실종된 사랑의 언어를 찾고 있다
소나기가 쏟아지던 밤
우리는 작은 동굴 안에서
서로를 껴안고 울었다
무의미가 망각의 강을 건너고
허망함이 풀밭에서 뒹굴 때
서러움이 북받쳐
낮은 신음소리를 냈다
다시 새벽이 부활처럼 찾아오면
차가운 사랑의 실루엣을 더듬고
낯선 미소마저 침묵을 지킨다
그곳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빛바랜 언약이 잠들고 있다
<라일락을 보며>
그땐 왜 그랬는지 몰라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났어
네가 가슴속에 들어왔기 때문이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어
오직 너의 미소만 보였어
가을이 깊어갈 때
우리는 끝없이 걸었어
눈을 감고 비틀거리면서
강변을 따라 걸었어
바다와 만나는 곳에서
우리는 밤새 울었어
이룰 수 없었던 건 아냐
넘을 수 없었던 것도 아니었어
껴안을 힘이 없었어
거센 파도 앞에서
한없이 초라했던 나
작은 배는 침몰하고 말았어
다시 4월이 왔어
너는 라일락으로 다가올 거야
처연하게 피어난 꽃잎으로
사랑이 실종된 공간을 채우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