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던 자리>

 

 

그림자만 스쳐 지나갔다

빈 공간에는 아무도 없었다

봄날은 벌써 왔는데

네가 있던 자리에는

꽃도 피지 않았다

 

사랑은 사랑으로 머물고

함박눈은 눈꽃으로 정지하고

빗물은 눈물이 되어야 한다

 

꽃이 핀다고 잊혀지는 건 아냐

꽃이 진다고 사라지는 건 아냐

너는 그대로 있어

나도 그대로 있고

꽃은 언제나 꽃이고

낙엽은 언제나 낙엽인 거야

 

낯선 침묵이 흐르고

철새가 어디론가 떠나면

남겨진 존재는

차가운 모닥불 앞에서

작은 신음소리를 낸다

 

# Rodrigo Aranjuez <Played by: Pablo Sainz Villegas>

이 노래를 들으면서 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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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서>

 

호숫가에 물안개가 피어날 때

희미한 모습에 들떴지만

너는 보이지 않았어

봄날이 왔을 뿐이야

 

오래 기다렸던 건

꿈속에서도 갈망했던 건

너의 마음이었어

함께 걷고 싶었던 거야

같이 울고 싶었던 거야

 

벚꽃이 바람에 날릴 때

꽃잎을 모아서 밤새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어

너의 미소를 그리려다

너의 음성을 담으려다

끝내 잠이 들었어

 

그리움은 물 위에 떠돌고

연한 새싹 사이로

무거운 슬픔이 가라앉고

텅빈 가슴에는

너의 이름만 맴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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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켜질 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네가 없었던 시간으로

아주 처음으로 돌아갔다

 

오랫 동안

너 때문에 가슴이 뜨거웠다

머릿속은 텅 비었고

너에게로 가는 길에서 만난

작은 새는 비틀거렸다

 

봄날이라 아팠다

벚꽃이 떨어져 쌓인 벤치에서

실종된 사랑의 언어를 찾아

밤새 헤맸다

 

너라는 존재 앞에서

삶은 빙점으로 추락하고

통토를 건너가는 순록처럼

슬픈 촛불이 강변에 켜진다

 

# 이 시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썼다.

Speak Softly, Love · David David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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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는 온다고 했지>

 

 

겨울 기차가 떠나는 시간

너는 손수건을 건네주었어

고드름 같은 정을 남기고

뜨거운 눈물을 숨긴 채

봄날을 기약했어

 

라일락이 피면 온다고 했지

밤을 새우면서 기다렸어

커피와 함께 등불을 켜면

꽃향기에 젖은 네가 올 거야

 

목련꽃 때문에 변치 않을 거야

그리움에 물들은 옷깃을 여미고

너의 미소를 떠올리고 있어

가슴이 아픈 건

봄바람 때문이야

손끝이 아린 건

너 때문이야

 

네가 없는 곳에

물안개가 가득 피었어

네가 앉았던 풀밭에

너의 그림자가 자리 잡았어

네가 오기 전까지는

봄날은 가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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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

 

어느 봄날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았다

호숫가 풀밭에서

너는 연한 눈빛을 던졌다

 

너를 따라 나선 길에

물안개가 피었다

튤립 모양의 둥지를 만들고

그곳에 내 마음을 깔아놓았다

 

왜 이렇게 포근할까

밤이 깊어도

별빛이 비취고

달빛에 물들은 두 가슴이 뜨거웠다

 

계절이 바뀐다고 가는 건 아냐

보금자리는 그대로 제 자리에 있어

잠깐 잠이 들었을 뿐야

너는 더 이상 날지 못할 거야

내가 대신 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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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광소나타

 

달이 높이 뜬다

너에게 기댄 채 달빛에 젖는다

가슴이 붉게 물들고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사랑의 시를 읽는다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음악이 사랑을 감싸고

사랑은 눈물을 감춘다

 

징검다리 위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얽히고설킨 정이 들어

아팠던 날들이

신음소리를 낸다

 

모든 것은 사라지는 거라고

영원한 것은 없다고

흐르는 물은 잡을 수 없다고

두 마음은 작은 글씨를 새긴다

<변치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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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부

 

영화 대부의 주제가를 듣고 있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머릿속으로 상상을 한다.

 

비가 오는 날,

이태리 레스토랑으로 가서 창가에 앉는다.

유리창으로 세차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눈을 감는다.

 

와인을 마시며 진한 고독에 빠진다.

술에 취해 꿈을 꾼다.

낙엽을 밟으며 사슴 한 마리를 쫓는다.

 

깊은 계곡에서 사슴의 그림자를 상실하고,

대신 달무리를 찾아 나선다.

그곳에 나타난 가을이 처연한 모습으로 나를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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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꿈

 

1.

5월의 화사함이 너무 눈부셔

장미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장미꽃의 아름다움 때문에

밤이 잠을 못 잔 것인가?

아니면 장미가 못 잔 것일까?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

삶이 순수하고

열정이 낭만을 향하던 그곳

 

우리는 나목이 되어

옷을 벗는다

고독이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2.

5월의 푸르름이

아픈 낭만에 젖어

장미꽃을 뿌리고 있다

 

안개 자욱한 새벽길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무척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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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태양을 가득 싣고 왔다.

사랑은 달빛에 젖은 채 섬으로 내렸다.

하얀 목련꽃 아래 침묵한다.

너무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고

우리는 짚시를 따라 광란의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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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가을사랑

 

얼마나 많은 시간 방황했던가!

삶의 의미를 찾을 때까지

상처를 딛고 일어설 때까지

 

그래 맞는 말이야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일방적일 수 없고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빗소리가 유난히 크다

온 정신을 집중해서 빗물을 본다

그곳에 아주 가냘픈 사랑이 떠오른다

너무 희미해서 잡을 수도 없는

연약한 새싹 같은 사랑이...

 

밤새 떨어진 목련꽃잎 앞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의 파편들이

꽃잎을 어루만지며

위로받고 있다

 

정오의 태양은 구름에 가려

안타까운 사랑의 추억의 실루엣을 만든다

 

어디 이것뿐이랴!

우리가 상실했던 소중한 가치들

더 이상 기억하지 않기로 했던

너와 나의 시간들

 

그 속에서 기차는 남쪽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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