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행위의 뇌물성(賂物性)
가을사랑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액션범죄영화 ‘무방비도시’는 소매치기 조직과 경찰수사의 치열한 공방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소매치기 조직원인 백장미가 조대형 형사를 유혹해서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미인계를 써서 수사하는 경찰을 유혹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공무원에게 성접대를 하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 법은 어떠한 취급을 하고 있는가?
뇌물죄(bribery)라 함은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받는 것을 말한다.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범죄의 주체가 공무원이어야 하고, 뇌물을 받아야 한다. 그 뇌물은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범위에서 받아야 한다. 이것이 뇌물죄가 성립하는 구성요건해당성이다.
공무원인 시청 공무원이 건축허가와 관련하여 허가를 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건축업자로부터 돈을 500만원 받았다고 하면 뇌물수수죄에 해당한다. 공무원에게 돈을 건네준 건축업자는 뇌물공여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뇌물죄는 이와 같이 돈을 준 사람과 돈을 받은 공무원을 함께 처벌한다. 주는 사람이 있어야 받는 사람이 있게 되는 구조를 띄고 있어 법률상 이른바 필요적 공범에 해당한다. 다만, 법은 준 사람보다 받은 공무원을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뇌물을 주고 받아야 한다. 여기에서 뇌물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가 문제된다. 통설은 뇌물이란 직무에 관한 불법한 보수 또는 부당한 이익을 말한다고 한다.
뇌물에는 돈이나 보석 등과 같은 물건뿐 아니라, 이익도 포함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독일 형법은 뇌물죄의 객체를 이익(Vorteil)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형법은 단지 뇌물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해석상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익이라고 함은 법적, 경제적, 인격적 지위를 유익하게 해주는 것으로서 유형의 이익과 무형의 이익 모두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판례상 이익이 뇌물이라고 인정된 사례를 보면, ① 장래 시가의 앙등이 예상되는 주식을 액면금액에 매수하는 경우, ② 조합아파트가입권에 붙은 프리미엄, ③ 금전소비대차계약에 의한 금융상 이익, ④ 장기간 처분하지 못하던 토지를 처분하고 향후 개발이 되면 가격이 많이 상승할 토지를 매수하는 경우 등이다.
그러면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이성으로부터 성관계를 제공받았을 때 뇌물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예를 들면 세무서 직원이 세무조사를 하던 중 상대방 납세자인 여자로부터 제의를 받고 호텔에서 3회의 성관계를 맺고 탈세금액을 줄여주었다고 가정하자.
이런 경우 공무원인 세무서 직원은 여자로부터 돈이나 기타 금품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호텔비나 식사대금을 공무원이 지급했다. 여자는 단지 육체를 제공했을 뿐이다.
이런 경우 공무원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뇌물죄에서 말하는 뇌물의 내용인 이익이라 함은,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나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 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판 2001. 9. 18. 2000도5438). 그러므로 세무공무원은 여자납세자로부터 성관계를 접대받았으므로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아 뇌물을 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만일 공무원이 여자이고 상대방이 남자인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마찬가지로 여자의 경우에도 성접대를 받은 경우에는 뇌물죄의 성립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강간죄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도 공무원이 별도로 대금을 지급하고 성관계를 했다면 이것은 성매매범죄에 해당할 뿐 특별한 이익을 보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뇌물죄에는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성접대의 경우에 만일 공무원이 배우자 있는 남자이고 성접대한 여자 역시 유부녀인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 공무원은 수뢰죄와 간통죄의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한다. 그리고 상대방 여자의 경우 증뢰죄와 간통죄의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한다. 만일 여자의 남편이 성접대하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동의했거나, 사후에 알고 용서해 주었다면 여자의 남편은 간통죄로 고소할 수 없다. 그러나 공무원의 부인은 공무원과 상대방 여자를 간통죄로 고소할 수 있다.
공무원에 대한 성접대는 반드시 직무와 관련된 당사자 아니라도 제3자로 하여금 성접대를 하도록 해도 뇌물에 해당한다. 예컨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이차로 여자종업원으로 하여금 성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화대를 대신 지급해 주면 그것은 당연히 뇌물의 가액에 포함되는 것이다.
성접대를 한 공무원에 대한 몰수와 추징을 어떻게 해야 할까? 뇌물이 수수 공여된 경우에는 수뢰자로부터 몰수 추징해야 하고, 수뢰자가 받았던 뇌물 그 자체를 증뢰자에게 반환하였을 경우에는 증뢰자로부터 몰수 추징하여야 한다(대판 1984. 2. 28. 83도2783).
이와 같이 뇌물죄에 있어서 뇌물은 필요적 몰수 대상이다. 그러나 성접대를 한 경우에는 이미 이익은 취득하였으나 현존하지 않기 때문에 몰수할 수는 없다. 그러면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추징하여야 할까? 범인 또는 그 정을 나는 제3자가 받은 뇌물 또는 뇌물에 공할 금품은 몰수하며, 만일 이를 몰수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되어 있다(형법 제134조).
그러나 뇌물의 가액을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우에는 추징할 수 없다. 따라서 성접대의 경우에는 그 가액을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우므로 추징대상으로 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정교가 공갈죄의 대상인지 여부]
가짜 기자행세를 하면서 싸롱객실에서 나체쇼를 한 여자 피해자를 고발할 것처럼 데리고 나와 여관으로 유인한 다음, 겁에 질려있는 그녀의 상태를 이용하여 동침하면서 1회 성교한 피고인에 대하여 검찰에서는 그녀의 정조 대가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갈취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하였으나, 법원에서는 여자의 정조 그 자체는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는 창녀나 위 피해자와 같은 주점접대부의 정조는 금전화될 수 있어 이들과의 정교는 경제적 이익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공갈수단을 사용하여 창녀나 접대부와 정교를 맺고 그 매음대가의 지급을 면한 이상, 공갈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나, 위 피해자가 주점접대부라고 할지라도 피고인과 매음을 전제로 정교를 맺은 것이 아닌 이상, 피고인 이 매음대가의 지급을 면하였다고 볼 여지가 없으니 더 판단할 것도 없이 위 논지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공갈죄는 재산범으로서 그 객체인 재산상 이익은 경제적 이익이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인바, 일반적으로 부녀와의 정부 그 자체는 이를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므로 부녀를 공갈하여 정교를 맺었다고 하여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이로써 재산상 이익을 갈취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며, 부녀가 주점접대부라 할지라도 피고인과 매음을 전제로 정교를 맺은 것이 아닌 이상 피고인이 매음대가의 지급을 면하였다고 볼 여지가 없으니 공갈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83.2.8. 선고 82도271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