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핑(swapping)-2 


가을사랑 


 

스와핑 방법에 의한 성행위가 법에 위반되는지 문제된다. 원칙적으로 인간의 성행위는 개인의 자유이며, 법에서 관여하지 않는다. 섹스를 할 것인지, 누구와 할 것인지, 어떠한 방법으로 할 것인지는 완전히 개인의 자유의사에 달려 있다.

 

그러나 법은 성에 대해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평화스러운 성적 행위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지, 물리력에 의한 강제섹스는 금지하고, 특정한 경우에는 사회의 성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제한을 가하고 있다. 때로는 형사처벌을 통해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유형의 섹스행위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법은 첫째, 강간죄나 강제추행죄를 규정하고 있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데 폭행이나 협박을 가해 강제로 성교를 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원치 않는 상대와의 성교를 하지 않을 자유를 해치기 때문에 처벌하는 것이다.

 

둘째, 13세 미만의 여자에 대해서는 비록 자유의사가 있고 동의를 받더라도 섹스를 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미성년자의제강간죄를 두고 있다. 좀 우스운 이야기지만 13세 미만의 여자는 섹스를 할 정신적 신체적 능력이 없다는 전제이다. 13세 미만의 남자도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죄의 대상이 된다.

 

셋째, 법적으로 혼인한 부부는 일부일처제의 원칙에 따라 반드시 부부 사이에서만 성교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간통죄를 두고 있다. 아무리 부부 사이가 나빠도 이혼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과 성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엄격한 율법주의에 입각한 형법조항이 바로 제241조 간통죄 조항이다.

 

넷째, 성을 돈을 주고 사고 팔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성매매를 금지하고 이에 위반되면 형사처벌하고 있다. 이른바 윤락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만들어놓고 있다. 경찰에서는 이러한 성매매행위를 많은 수사력을 동원해서 철저하게 단속하고 있다.

 

다섯째, AIDS에 걸린 사람은 성교를 해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감염예방조치를 취하지 않고 성관계를 하면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여섯째, 성행위는 은밀한 장소에서 해야지, 불특정 다수인이 있는 장소에서 공연히 하게 되면 공연음란죄에 걸리게 된다.

 

일곱째, 다른 사람을 속여서 성교를 하는 경우 처벌하기도 한다. 혼인빙자간음죄다. 음행의 상습이 없는 여자를 결혼하자고 속여 간음을 하게 되면 처벌된다. 돈을 줄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돈을 주겠다고 거짓말을 하여 성행위를 하고 돈을 떼어먹는 경우에는 성교대금지급채무를 면탈한 것으로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이다.

 

이와 같이 법은 성행위에 대해 많은 금지와 규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개인간의 성행위는 자유의 영역에 속한다. 법은 형사정책적으로 항상 고민을 하게 된다. 변화하는 사회현상에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지역과 시간에 따라 성에 대한 법적 규제는 항상 변화해 왔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와핑(swapping)-4  (0) 2007.10.31
스와핑(swapping)-3  (0) 2007.10.31
스와핑(swapping)-1  (0) 2007.10.31
사회의 도덕성  (0) 2007.10.30
말맞추기와 증거인멸죄  (0) 2007.10.18

스와핑(swapping)-1 


가을사랑 


스와핑(swapping)이란 부부교환섹스를 의미하는 말이다.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한 부부가 다른 부부와 서로 배우자를 바꾸어 성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종전에는 잘 듣지 못하던 용어로서 새로운 형태의 섹스방식이다.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인터넷에 스와핑 카페를 만들어 놓고 음란한 사진을 올려 전시한 사람 20명을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법은 인터넷에 음란한 사진이나 음란한 글을 올린 사람, 인터넷에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게재한 사람들을 형사처벌하고 있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65조 제1항 제2호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음란한 부호, 문언, 음향, 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 판매,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에서 정보통신망이라 함은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거나 전기통신설비와 컴퓨터 및 컴퓨터의 이용기술을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 가공, 저장, 검색. 송신 또는 수신하는 정보통신체계를 말한다(동법 제2조 제1항 제1호). 컴퓨터 인터넷은 당연히 이러한 정보통신망에 해당한다.


따라서 인터넷 카페에 성교사진을 올려놓는 행위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음란한 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하거나 공연히 전시하는 행위에 해당되므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65조 제1항 제2호에 위반되며, 1년 이하의 징역,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일반 사람들은 이러한 법이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법의 무지는 용서되지 않는다. 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다고 해서 위법한 행위가 처벌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혐의사실은 인터넷 사이트 카페에 자신들의 부부 사이의 성행위장면 등을 게재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부부 사이에 쌍방의 동의를 얻어 부부를 교환하여 성교를 하는 행위는 처벌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입건하지 않았다고 한다. 스와핑 행위 자체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적법한 행위라는 것이다.


최근 검찰은 인터넷을 통해 만나 히로뽕을 맞고 성매매를 한 혐의로 41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남성 A는 인터넷에 역할대행사이트나 채팅사이트에 글을 올려 만난 여성들에게 돈을 주고 히로뽕을 투약한 다음 성관계를 가졌다. 이들 중 일부는 친자매 여대생이 A와 삼각 성행위를 하였고, 30대 주부가 내연남과 함께 A를 만나 상대방을 바꿔가면서 성행위를 한 사실도 있다고 한다. 


이른바 스와핑 섹스를 한 것이다. 이들의 행위는 엄격한 의미의 부부교환섹스와는 다르다. 그룹섹스(Group Sex)라고 할 수 있다. 음란비디오에서나 볼 수 있던 스와핑, 그룹섹스가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낯설지 않게 되었다. 급격한 사회변화다. 사람들이 성에 대해 무척 공격적이고 대담해졌다.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늘어나고 있고, 성개방풍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스와핑 섹스는 구체적으로 이렇다. 결혼한 부부 A와 B가 다른 부부 C와 D 사이에 스와핑에 관한 합의를 하는 것이다. 즉 네 사람의 완전 합의가 이루어져야 스와핑이 가능하다. 즉 A, B, C, D  네 사람이 모두 합의하여 배우자를 바꾸어 성행위를 하기로 하는 것이다. 이때의 합의 또는 동의는 서면 또는 구두로 이루어진다. 


스와핑을 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수준이 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은 감히 부부를 서로 바꾸어 섹스를 할 생각까지 하기는 어렵다. 스와핑 사람들은 철저한 사전 검증을 통해 안전한 스와핑을 시도한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회원으로 가입하고, 호적등본을 통해 실제로 혼인한 부부임을 확인한다. 건강진단서를 통해 AIDS 등 성병이나 질병 유무를 확인한다. 직업 등을 확인해서 나중에 공갈을 칠 사람인지를 알아본다. 그리고 완전한 비밀을 유지하면서 부부를 바꾸어 섹스를 한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와핑(swapping)-3  (0) 2007.10.31
스와핑(swapping)-2  (0) 2007.10.31
사회의 도덕성  (0) 2007.10.30
말맞추기와 증거인멸죄  (0) 2007.10.18
판촉목적의 성관계  (0) 2007.10.07

사회의 도덕성

 

가을사랑

 

 

최근 대통령선거 때문에 국민들의 주된 관심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에 쏠려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폐문제가 수준 높은 수위로 표출되고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구속되었고,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비리와 관련하여 구속되었다.

 

그런 와중에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뇌물로 구속되었고, 그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현직 국세청장이 상납을 받았다는 혐의사실로 소환조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외국에서 볼 때 얼마나 한심한 사회로 볼까 싶다.

 

그뿐 아니라 삼성그룹의 법무팀장으로 근무했던 A 변호사는 그룹의 내부비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서 파문이 일고 있다. A 변호사는 삼성그룹이 자신의 동의 없이 은행과 증권사 등에 계좌를 개설한 뒤 이를 이요해 거액의 비자금을 관리하거나 자금을 세탁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의 내부에서 임원으로 근무하던 사람이 회사 내부의 문제를 제기하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회사 비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임원은 회사의 비자금 조성방법, 비자금 관리 및 사용내역, 분식회계, 대외기관에 대한 로비관련 사항 등을 소상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도덕성은 누구나 앞장서서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회는 그 면에서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상태다.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그와 같은 훈련이 덜 되어 있는 것 같다. 교육과정에서 보다 윤리적인 면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었다. 단순한 지식이나 배워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에 최우선순위를 두어왔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도덕이나 윤리의식을 배울 기회가 적었다. 사회에 나오면 맹목적으로 출세하고 돈을 벌려고만 하는 풍조에 휩쓸려 버리게 된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면 된다는 분위기에서 살다보니 자연히 도덕적으로 불감증에 걸리고 무감각해진다. 그런 환경 속에서 양심이란 실종되고 만다.

 

사실 떳떳하지 못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공직에 나가지 않으면 된다. 설사 추천을 받아도 사양하면 더 이상의 망신은 당하지 않게 된다.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경거망동하다가 망신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돈을 좋아했으면 계속해서 비지니스를 하면 된다. 돈도 좋아하고 도덕적으로 타락했으면서도 그것을 감추고 공직을 맡아 명예까지 얻으려고 하다가 모든 것을 잃고 만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던 것이 현실이다. 

 

우리 모두 도덕적으로 재무장할 필요가 있다. 겸허하게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를 되돌아보고 잘못된 것은 반성하고 앞으로나마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각오를 다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와핑(swapping)-2  (0) 2007.10.31
스와핑(swapping)-1  (0) 2007.10.31
말맞추기와 증거인멸죄  (0) 2007.10.18
판촉목적의 성관계  (0) 2007.10.07
뭉칫돈  (0) 2007.10.03

말맞추기와 증거인멸죄


가을사랑



최근에 검찰에서 특별수사활동을 벌인 신정아-변양균사건과 정윤재-김상진사건에서 당사자들의 말맞추기가 문제되었습니다. 검찰에서는 당사자들이 사전에 말을 맞추어 놓았기 때문에 수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법원으로부터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지 않자 당사자들의 증거인멸과 말맞추기 시도가 예상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중요한 사건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당사자들의 말맞추기로 인하여 수사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말맞추기라 함은 당사자들이 혐의사실을 빠져나가기 위하여 서로 말을 맞추어 놓았다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게 되면 맞춘대로 진술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말맞추기는 형사사건에서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를 조작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말맞추는 행위는 피의자에게 보장된 형사소송법상의 방어권을 행사하는 적법한 행위로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방어권의 범위를 벗어나 증거인멸죄 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나 범인은닉죄 등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됩니다. 


일반적으로 범죄수사를 받게 되면 피의자나 사건관계인들은 혐의사실을 부인하거나 그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사가 시작되면 압수수색에 대비해 증거자료를 다른 곳에 옮겨 은닉하거나, 폐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가 성공하려면 신속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물론 수사보안은 생명입니다. 공범관계에 있는 피의자들끼리 서로 말을 맞추어 혐의사실을 빠져나가기도 하고, 참고인들에게 거짓말을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합니다.


폭행사건에서 피의자가 폭행하지 않고 맞기만 하는 것을 보았다고 허위의 목격진술을 부탁하기도 합니다.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돈을 준 뇌물공여자에게 직무와 관련있는 대가성 있는 뇌물이 아니라 돈을 꾸어주었던 차용금이었다고 거짓진술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합니다.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 다른 사람이 운전하였던 것이라고 말을 맞추어 피의자를 바꿔치기 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형사사건에서 피의자 또는 참고인들이 말을 맞추어 허위진술을 함으로써 혐의사실을 빠져나가려고 시도하는 경우 법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피의자의 행위를 방어권 차원에서 허용하고 있습니다. 피의자가 자신에 대한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입니다. 피의자는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뇌물사건에서 뇌물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은 이해관계를 같이 하기 때문에 검사가 아무리 추궁을 해도 뇌물을 주고 받은 사실을 부인하게 됩니다. 검사는 물적 증거나 다른 인적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을 하게 되고 그것이 실패하게 되면 그 사건은 끝나고 맙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에게 진술을 강요하거나 자백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피의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범죄혐의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를 피의자가 은닉하거나 인멸하기 전에 압수수색등을 통해 확보할 책임이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책임을 제대로 하지 않고, 피의자로 하여금 증거를 보존하였다가 제출하라는 식의 수사태도는 용납되지 않는 것입니다. 위 두 사건에 있어서도 검찰은 일단 기각되었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여 법원으로 영장을 받아냈습니다.


그러나 피의자 본인의 행위가 아니고, 피의자 아닌 참고인이 피의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증거를 인멸하거나 조작하는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법은 이러한 경우에 증거인멸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피의자 이외의 사람이 피의자를 위하여 피의자와 말을 맞추고, 그에 따라 증거를 인멸하거나 조작하면 증거인멸죄 등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또한 피의자가 자신을 위하여 다른 사람에게 이와 같은 행위를 시킨 경우에는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말맞추기행위는 경우에 따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그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하여 타인의 혈액을 자신의 혈액인 것처럼 교통사고 조사 경찰관에게 제출하여 감정하도록 한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판 2003. 7. 25. 2003도1609).


당사자 간의 말맞추기는 또한 범인은닉죄에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범인은닉죄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형법 제151조 제1항). 판례는 범인이 자신을 위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의 자백을 하게 하여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는 행위는 방어권의 남용으로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판 2000. 3. 24. 2000도20).


범인이 기소중지자임을 알고도 범인의 부탁으로 다른 사람의 명의로 대신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준 경우(대판 2004. 3. 26. 2003도8226), 공범이 더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허위보고를 하고 조사를 받고 있는 범인에게 다른 공범이 더 있음을 실토하지 못하도록 한 경우(대판 1995. 12. 26. 93도904), 범인으로 혐의를 받아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를 받게 되자 범인 아닌 다른 자로 하여금 범인으로 가장케 하여 수사를 받도록 한 경우(대판 1967. 5. 23. 67도366) 등에는 범인은닉죄 또는 범인도피죄에 해당하게 됩니다.


그러나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범인에 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을 묵비하거나 허위로 진술하였으나 그것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만하여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범인의 발견 또는 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것이 아닌 경우(대판 1997. 9. 9. 97도1596)에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말맞추기는 피의자의 방어권과 관련하여 형사처벌에 있어서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와핑(swapping)-1  (0) 2007.10.31
사회의 도덕성  (0) 2007.10.30
판촉목적의 성관계  (0) 2007.10.07
뭉칫돈  (0) 2007.10.03
증거인멸  (0) 2007.09.25

판촉목적의 성관계


가을사랑



“김 사장님! 안녕하세요. 요새 바쁘시지요. 제가 점심을 사드릴 테니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하하. 살다보니 별일을 다보겠네요. 미스 박이 점심을 다 사주겠다고 하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아무튼 고맙소. 만납시다.”


평소 잘 다니는 술집의 여종업원인 미스 박이 점심을 사겠다고 전화를 하니 김 사장은 입이 딱 벌어졌다. 두 사람은 약속을 하고 만나 점심식사를 했다. 물론 점심값은 김 사장이 냈다. 미스 박이 내겠다고 했지만 그게 말이나 되는가?

 

당연히 김 사장이 점심값을 내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호텔에 가서 성관계를 했다. 성관계는 미스 박이 단골 손님인 김 사장을 위해 서비스를 한 것이었다. 미스 박은 성관계의 대가를 전혀 받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다음 김 사장은 손님들을 데리고 미스 박이 일하고 있는 '하와이 클럽(가명)‘에 가서 술을 마셨다.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시고 재미있게 놀았다. 이런 방식의 영업이 성매애알선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법에 위반되지 않는 영업을 위한 판촉행위에 불과한 것인가?

 

실제 사례를 보도록 하자. A씨는 2006년 서울에서 여종업원 4명을 소개받아 일본에 있는 자신의 술집에 고용한 뒤 돈이 많은 손님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여종업원들에게 평소에 관리하도록 시켰다. 여종업원들의 손님 관리는 주로 성관계로 이루어졌다.


A씨는 서울의 한 직업 알선브로커로부터 술집 여종업원 4명을 소개받은 뒤 이들에게 선불금조로 각 250만원∼600만원을 지급하고 고용했다. A씨가 일본에서 운영하고 있는 술집은 술을 마신 뒤 여종업원들이 손님들과 소위 2차(성매매)를 나가 성관계를 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는 업소는 아니었다.


그러나 A씨는 여종업원들에게 성관계를 통해 손님관리를 하도록 했다. A씨는 돈이 있는 손님들의 연락처를 알아두었다가 종업원들에게 손님들을 지정해 두어 평소에 잘 관리하도록 했다. 여종업원들은 손님이 술집에 다녀간 며칠 뒤 연락하여 낮에 만나 성관계를 갖는 방법으로 고객을 관리했다. 성관계시 금품 지급은 일체 없었으나 손님들은 저녁에 주점으로 찾아와 술을 마셔 매상을 올렸다.


여종업원이 손님을 유치하는 방법으로 성관계를 맺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술집 주인이 강요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니 종업원의 자유의사에 달려있었다. 그래서 만일 여종원이 싫어하면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


A씨는 자신의 술집에 여종업원을 소개시켜 준 B씨가 한국에서 검거되는 바람에 자신도 한국에 들어왔다가 경찰에 붙잡혔고, A씨는 여종업원들에게 성을 파는 행위를 하도록 알선했다는 혐의(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A씨는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여자 종업원들에게 손님들과 성매매를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었다. 다만, 손님들로 하여금 하와이 클럽에 많이 오도록 유도를 하기 위해서 낮에 단골 손님들을 만나 섭외를 하도록 지시를 했다. 손님들을 만나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차도 마시고 해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가급적 하와이 클럽에 많이 오도록 하라는 지시였다. 종업원과 단골 손님이 낮에 만나 함께 성관계를 갖는 것은 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와 같이 여자 종업원들이 손님들을 만나 하와이 클럽에 오도록 유치하는데 필요한 실비를 지급해 주었을 뿐이었다.


이와 같은 사안에서 하와이 클럽 여자 종업원들이 술집에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낮에 술집 주인으로부터 판촉비 명목으로 돈을 조금 받고 손님들을 만나 함께 식사를 하고 성접대를 하였을 경우에 이러한 행위가 성매매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다.


매우 재미있는 케이스다. 제1심 법원의 판사는 이러한 사안에서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술집에 손님을 유인하기 위한 판촉 행위로 술집 종업원과 손님들 사이의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성매매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법원은 A씨가 운영하는 주점의 여종업원들은 손님과 영업시간 외에 연락해 금품 거래 없이 성관계를 맺었고, 또 성관계를 통해 손님을 주점에 유도했을 수는 있겠지만 이를 성관계에 대한 대가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종업원과 손님이 영업시간 외인 낮에 연락해 성관계를 하고 그 대가로 일체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이 수수되지 않은 점, 성관계를 통해 손님을 주점에 유도할 수 있으나 손님에게 추가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법에 규정된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ㆍ약속하고 성교행위 등의 행위를 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봐야할 지는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즉 손님이 주점에 들러 매상을 올려주는 것이 성관계에 대한 `대가'로서 `재산상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은 2004년 3월 22일 제정되었다. 이 법은 성매매 및 성매매알선등행위 및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근절하고, 성매매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 법에서 성매매라 함은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ㆍ약속하고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상대방이 되는 것을 말한다. ① 성교행위, ② 구강ㆍ항문 등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이용한 유사성교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성매매알선등행위라 함은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① 성매매를 알선ㆍ권유ㆍ유인 또는 강요하는 행위, ② 성매매의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 ③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ㆍ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성매매알선등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직접 성매매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ㆍ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회의 도덕성  (0) 2007.10.30
말맞추기와 증거인멸죄  (0) 2007.10.18
뭉칫돈  (0) 2007.10.03
증거인멸  (0) 2007.09.25
말맞추기  (0) 2007.09.25

뭉칫돈


가을사랑



신정아 씨 허위학력의혹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그동안 신정아 씨와 변양균 씨를 10여 차례 소환조사했다고 한다. 특별수사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10여 차례 계속해서 조사받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물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에 의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특별한 수사를 받아 모든 것이 낱낱이 밝혀져 무겁게 처벌되는 것은 커다란 고통일 수 있다. 대개의 특별수사사건이 그렇다. 수사를 계속하다 보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밝혀진다.


이번 사건에서도 검찰은 2007년 9월 28일 성곡미술관 3층에 있는 A 관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거액의 수표를 발견했다고 한다. 성곡미술관 관장은 쌍용향회 명예회장인 김석원 씨의 부인이다.


김석원 씨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쌍용그룹에 260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49억원을 횡령하였다는 범죄사실로 2005년 3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형이 확정되었고, 2007년 2월 특별사면을 받았다.


특별수사과정에서 압수수색, 계좌추적을 당하게 되면 이처럼 특정인의 이상한 뭉칫돈이 발견된다. 그러면 그 돈의 출처와 성격을 확인하게 된다. 떳떳한 돈이면 은행에 보관하면 되는데, 그렇지 않고 거액의 돈을 집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은 이상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 돈은 비밀리에 조성해 놓은 돈일 수 있거나, 회사경영에서 조성한 비자금일 수 있다. 비자금은 자칫 잘못하면 회사돈을 횡령한 것일 수도 있고, 탈세와 공적자금을 빼돌려 은닉해 놓은 돈일 수 있다. 검찰수사와 세무조사가 동시에 진행되면 당사자는 아주 곤경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맞추기와 증거인멸죄  (0) 2007.10.18
판촉목적의 성관계  (0) 2007.10.07
증거인멸  (0) 2007.09.25
말맞추기  (0) 2007.09.25
신정아 - 변양균 사건  (0) 2007.09.21

증거인멸


가을사랑



피고인 자신을 위한 증거인멸행위가 동시에 피고인의 공범자 아닌 자의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되는 경우에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는 것일까?


여기에서 핵심은 피고인이 자신을 위하여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증거인멸죄로 처벌되지 않지만, 그러한 증거인멸행위가 피고인 자신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피고인과 공범의 관계에 있지 아니한 제3자의 증거를 인멸한 결과를 가져온 경우 피고인은 제3자를 위한 증거인멸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에 관해서는 재미있는 대법원판결이 있다.


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들은 검찰로부터 선박이 침몰한 사건과 관련하여 선박의 안전운항과 관련된 항만청의 직무수행 내용 등에 관한 서류의 제출을 요구받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검찰의 자료제출요구가 있기 전에 이미 항만청 해무과 소속 공무원들이 위 선박의 정원초과 운항사실 등을 적발하여 선장등으로부터 정원초과운항확인서 4장을 작성받아 보관중이었다.


그러나 항만청 해무과 소속 공무원들은 선장등으로부터 정원초과운항확인서를 받아만 놓은채 그에 따른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방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피고인들은 이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자신들을 비롯한 항만청 관계자들이 형사처벌 및 징계를 받을 것을 두려워했다. 이런 이유로 피고인들은 순차로 공소외 갑에게 위 정원초과운항확인서 4장을 소각할 것을 지시하였다.


피고인들로부터 정원초과운항확인서 4장을 소각하라는 지시를 받은 공소외 갑은 이를 소각함으로써 위 서류의 효용을 해함과 동시에 위 선박의 정원초과운항과 관련하여 구속기소된 제1심 공동피고인에 대한 선박안전법위반사건의 증거를 인멸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검사에 의해 재판에 회부되었다.


그러나 원심판결은 피고들에 대한 증거인멸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하였고,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증거인멸에 대한 범죄사실 자체에 의하더라도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하였다는 것이므로, 비록 위 피고인들의 행위가 동시에 위 제1심 공동피고인에 대한 별개 범행의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다시 말하면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자신들 스스로가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을 것을 두려워하여 관계되는 증거를 인멸한 것이므로 증거인멸죄로 처벌받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비록 그러한 증거인멸행위로 인하여 피고인들 이외에 다른 사람에 대한 별개 범행의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되더라도 마찬가지로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증거를 인멸한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하였다면, 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거인멸죄로 다스릴 수는 없다 할 것이며(대법원 1976.6.22. 선고 75도1446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그 행위가 피고인의 공범자가 아닌 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5.9.29. 선고 94도2608 판결).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판촉목적의 성관계  (0) 2007.10.07
뭉칫돈  (0) 2007.10.03
말맞추기  (0) 2007.09.25
신정아 - 변양균 사건  (0) 2007.09.21
검찰수사의 어려움  (0) 2007.09.21
말맞추기


가을사랑



서울에서는 신정아 - 변양균 사건을 수사하고 있고, 부산에서는 정윤재 - 김상진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묘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청와대 정책실장과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사람들이 관련된 사건이 검찰의 특별수사를 받고 있다. 청와대의 도덕성이 크게 실추되었고, 특히 대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있어 정치권에서 공방거리로 삼고 있어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사건들이다. 야당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검찰수사결과를 지켜보았다가 미흡한 경우에는 특별검사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법원에서 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된 상태에서 검찰수사는 커다란 차질을 빚고 있을뿐 아니라, 불구속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사건 당사자들의 증거인멸 및 말맞추기 등의 의혹이 있다고 하면서 검찰은 향후 수사결과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요한 사건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당사자들의 말맞추기로 인하여 수사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말맞추기는 원래부터 대부분의 사건에서 이해관계인들이 자신들에 대한 혐의사실을 빠져나가기 위한 방어권행사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공범들 상호간에 있어서는 그러한 현상이 특히 심하다. 

 

뇌물사건에서 뇌물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해관계를 같이 하기 때문에 검사가 아무리 추궁을 해도 물증이 없으면 뇌물을 준 사실을 부인하고, 뇌물을 받은 사실을 부인하게 된다. 그러면 검사는 물적 증거나 다른 인적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을 하게 되고 그것이 실패하게 되면 그 사건은 기소하지 못하고 끝나고 만다.

 

그래서 검사는 뇌물공여자를 압박하여 뇌물을 준 사실에 대한 자백을 받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뇌물공여자는 자신에 대한 수사확대나 처벌 등을 두려워하여 검찰수사에 협조하고 공무원을 처벌할 수 있도록 뇌물공여사실을 자백하게 된다. 그러나 끝내 뇌물공여자와 뇌물수수자가 말을 맞춰 입을 다물어 버리면 뇌물수사는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두 사건에서도 검찰은 당사자들 사이에 말맞추기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그에 대비하여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9월 21일에는 신정아 씨를 조사 후 귀가시키면서 검찰수사관을 함께 보내 승용차 편으로 뒤를 쫓게 했지만 도중에 놓쳤다고 한다.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된 피의자는 구속될 때까지 불구속으로 조사를 받는 것인데, 이러한 불구속피의자의 행적을 수사관이 뒤쫓는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로 보인다.


정윤재 - 김상진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부산지검은 정윤재 전 비서관은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이 구속된 8월6일부터 김상진 씨가 재구속된 9월6일 사이에 김씨와 문자를 포함하여 30차례나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두 사람 사이에 말맞추기를 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증거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중요한 사건 수사에 있어서 이러한 당사자 사이에 말맞추기 시비는 항상 생기고 있다. 당사자들이 상의하여 자신들에 대한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그에 대해 말을 맞춤으로써 증거를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의자들의 방어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피의자의 방어권의 범위를 벗어나서 피의자 아닌 다른 사람들이 피의자를 위하여 증거를 인멸하거나 증거를 조작하게 되면 증거인멸죄 등으로 처벌받게 된다. 더 나아가 법정에서 위증을 시키면 위증교사죄로 처벌된다. 종전에 변호사도 위증교사죄로 처벌된 사례가 있었다.

 

물론 변호인은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변호사가 앞장서서 증거인멸이나 위증을 하도록 해서는 증거인멸교사죄 및 위증교사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리고 변호사윤리에 의해서도 그러한 적극적인 증거인멸이나 위증을 교사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공동피의자 상호간에 말을 맞추는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는 없다. 이것은 피의자들에게 보장된 방어권의 범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수사기관에서는 수사상 보안을 유지하면서 당사자들이 서로 말을 맞추지 못하도록 각별한 유의를 하여야 한다. 언론에 모든 수사상황이 공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사자들만 서로 말을 맞추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수사기관과 피의자들 사이에는 서로 형사소송법이 보장하고 있는 공격방어방법에 의해 혐의사실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고, 혐의사실에 대한 방어권행사를 위한 증거제출 등을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공정하게 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뭉칫돈  (0) 2007.10.03
증거인멸  (0) 2007.09.25
신정아 - 변양균 사건  (0) 2007.09.21
검찰수사의 어려움  (0) 2007.09.21
정치와 범죄  (0) 2007.09.20

신정아 - 변양균 사건


가을사랑



검찰에서는 학위위조와 후원금횡령의혹을 받고 있는 신정아 씨와 이를 비호한 의혹를 받고 있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소환하여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신정아 씨는 구급차를 타고 검찰에 나왔다.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는 사람들에 대해 기자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주요 혐의사실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사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런 답변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피의자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질문을 던진다.


검찰은 은행계좌와 성곡미술관의 자금흐름을 추적한 결과 횡령혐의를 포착했다고 한다. 검찰은 압수한 컴퓨터에서 예일대 박사학위 증명서 파일과 예일대 총장 서명 그림 파일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검찰은 후원금 횡령혐의를 집중 조사한 다음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변 실장에 대해서는 흥덕사에 국고지원을 지사한 경위와 신정아 씨의 동국대 교원 임용, 광주비엔날레 감독선임 과정에서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한나라당은 권력실세 배후를 밝히기 위한 신정아-정윤재 특검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검찰의 신정아 게이트나 정윤재 게이트 사건이 사실상 권력실세의 배후를 밝히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특검법안을 제출하겠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실장의 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것은 실체를 밝히라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것이라며 검찰은 관련된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에서는 영장항고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영장항고제는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및 기각에 불복한 검찰이나 피의자가 항고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증거인멸  (0) 2007.09.25
말맞추기  (0) 2007.09.25
검찰수사의 어려움  (0) 2007.09.21
정치와 범죄  (0) 2007.09.20
학력위조의 형사책임  (0) 2007.09.19

검찰수사의 어려움


가을사랑



최근 신정아 - 변양균 사건과 정윤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법원에서 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이 잇달아 기각되자 무척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사건들이며 특히 청와대 정책실장과 의전비서관이 의혹의 직접적인 당사자로 되어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국민들은 청와대의 정책실장이 직권을 남용해서 신정아 씨로 하여금 동국대 교수로 임용되게 했는지 여부와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선정되게 했는지를 궁금해 하고 있다. 그리고 변 실장이 압력을 행사해서 신정아 씨를 후원하게 했는지도 알고 싶어한다.


또한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의 경우 알선수재죄와 변호사법위반죄에 해당하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중요 인사들의 범죄행위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사실 검찰의 명예를 걸고 해야 하는 일이다. 정치적 권력과 맞서 싸우는 수사로서 이러한 수사를 제대로 못하면 검찰의 독립은 훼손되고 국민들로 비판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은 정치적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는 검찰은 비장한 각오를 해야 한다. 그리고 수사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건 초기에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함으로써 증거를 확보해야 하고 수사보안을 유지해가면서 수사상황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들의 경우 사건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시일 동안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많은 증거가 인멸되거나 은닉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은 수사에 있어서 중대한 장애사유가 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사건에 있어서는 모든 수사상황이 언론에 공개되기 때문에 수사를 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누가 소환되고 어떤 혐의에 대해 조사가 될 것이라는 식의 보도가 앞질러 나가는 상황에서 검찰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사건관계인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유리한 정보를 얻고 그에 대처하기 위해 말맞추기, 증거조작, 도피 및 불출석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게 된다.


사건 초기에는 혐의사실만이 공표됨으로써 검찰에 매우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지만 시간이 가면서 피의자측의 반격이 언론에 서서히 표출되면서 상황은 검찰에 불리하게 돌아간다. 게다가 변호인들의 적극적인 변론활동이 시작되면 많은 의혹들이 수정되어 평가를 받게 된다.


언론에 쫓겨 서둘러 영장청구를 하게 되면 법원에서 또 제동이 걸리게 된다. 법원은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엄격한 영장심사를 한다. 그러다 보면 영장을 기각되고 검찰은 수사에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검찰은 법원의 영장기각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강력한 반발을 했다. 심지어 검찰에서는 헌법재판소에 영장기각에 대한 항고제도에 관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법원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으로 영장을 심사해서 기각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불평도 강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엄격한 증거법원리에 따른 공판중심주의에 의한 재판과정에서도 중요한 사건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검찰수사를 평가한다. 야당에서는 검찰이 초기에 신속하게 수사착수를 하지 않았고,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신정아 - 변양균 게이트와 정윤재 게이트에 대해 검찰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법안을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사건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억울한데 검찰에서 지나치게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의 진술만을 믿고 밀어붙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검찰수사는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이 관련된 중요한 사건수사에는 항상 위와 같은 난관들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하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곧 바로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고, 수사보안을 유지해 가면서 철저한 수사를 하여야 한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언론보도에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열심히 공정하게 수사를 하여야 한다. 수사를 하는 사람들이 수사외적인 환경에 대해 불평을 하는 것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법원은 법원 나름대로 권한이 있고, 입장과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삼권분립의 이론이다.


언론은 언론대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하고 사회의 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야당은 야당대로 정치적인 비판과 견제를 하려고 할 것이다. 때문에 검찰은 검찰의 입장에서 서서 나중에 역사적 심판을 올바르게 받을 수 있도록 법과 양심에 따라 검찰권을 성실하게 행사한다는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맞추기  (0) 2007.09.25
신정아 - 변양균 사건  (0) 2007.09.21
정치와 범죄  (0) 2007.09.20
학력위조의 형사책임  (0) 2007.09.19
허위학력의혹사건  (0) 2007.09.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