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납치범에 대한 형사처벌
가을사랑
지난 7월 아프간에서 발생한 한국인 23명 인질납치사건이 아직까지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질 중 두 사람은 인질범들에 의해 살해되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감금되어 죽음의 공포 앞에서 떨고 있을 인질들을 생각하면 인간의 잔임함은 그 한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인질들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이와 같이 무고한 사람을 인질로 삼아 자신들의 투쟁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테러범인들은 국제사회에서 반드시 응징되어야 반인도적 범죄입니다.
이들의 범죄는 국제테러범죄에 해당합니다. 무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차별한 범행을 저지르는 테러행위에 대해서는 그 동기가 소수민족의 독립투쟁이거나 종교적 이념적 투쟁으로 행해지더라도 정치적 범죄로 보지 않고 테러범죄로 보아 형사처벌을 하려는 것이 국제사회의 공통된 이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테러범죄에 대한 처벌 또는 인도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국제협약을 체결해왔습니다. 인질행위방지협약 등의 국제협약에 의하면 이번 사건의 테러범죄인에 대한 형사재판관할권(criminal jurisdiction)은 아프간 정부에 있지만, 피해자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우리나라도 형사재판관할권을 가지게 됩니다. 다만, 범인들에 대한 검거와 체포는 아프간 정부만이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아크간의 주권 때문에 우리나라 법집행공무원들이 직접 아프간 영토에 들어가 테러범인들을 체포할 수는 없습니다. 만일 그렇게 하면 아크간에 대한 주권침해가 됩니다.
아프간 정부에서 범인들을 검거하게 되면 우리나라 정부는 범인들에 대한 인도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아프간과 범죄인인도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아니한 상태라도 국제법상 상호주의의 원칙에 입각해서 아프간 정부는 범인들을 우리나라에 인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양국 간에 범죄인인도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실제로 범인들을 인도받는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테러범인들에 대한 신병을 인도받게 되면 어떠한 범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일단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체포감금죄, 살인죄, 인질강요죄, 인질상해죄 등입니다. 우리 형법에는 인질범죄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인질을 납치해서 감금해 놓고 인질을 이용하여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려는 것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인질범죄는 어린아이나 부녀자를 납치하여 금품을 뜯어내는 악질적인 범죄이며, 국제사회에서는 각종 테러범들이 인질을 납치하여 이를 이용해 정치범 석방, 철군 등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에서 자행되고 있습니다.
형법 제324조의2는 사람을 체포 감금 약취 또는 유인하여 이를 인질로 삼아 제3자에 대하여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질강요죄는 인질을 체포하여 감금하는 행위, 그리고 피해자를 인질로 삼아 제3자에게 그 무엇을 강요하는 행위가 결합되어 성립합니다. 이러한 두 가지 행위를 하나로 합쳐 인질강요죄라는 구성요건을 두고 있습니다.
인질강요죄는 인질의 장소선택의 자유와 피강요자의 의사결정의 자유 및 행동의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질강요죄가 보호하는 정도는 침해범에 해당합니다. 인질강요죄의 실행행위는 사람을 체포 감금 약취 또는 유인하여 이를 인질로 삼아 제3자에 대하여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번 아프간사태에서 납치범인들은 인질들을 납치해서 감금해 놓고, 아프간정부에 대해 탈레반 수감자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일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납치범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인질 중 두 사람을 살해하였습니다. 인질강요죄에서 인질로 삼는다는 의미는 인질의 생명 신체의 안전에 관한 제3자의 우려를 이용하여 석방이나 생명 신체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제3자에게 강요하기 위해 인질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을 말합니다.
인질범이 인질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제324조의3). 인질상해죄는 인질강요죄와 상해죄의 결합범이고 인질치상죄는 인질강요죄의 진정결과적 가중범입니다. 또한 인질범이 인질을 살해한 때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제324조의4).
또한 형법 제336조는 인질강도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인질로 삼아 강취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종래 약취강도죄가 사람을 약취하여 그 석방조건으로 재물을 취득한 경우에만 성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던 것을 1995년 형법개정을 통하여 죄명을 인질강도죄로 바꾸고, 행위방법으로 약취 이외에 유인을 포함시켰으며, 재물 이외에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도 포함시켰습니다. 미성년자를 약취 유인하고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요구한 때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 의하여 가중처벌하고 있습니다.
형법은 인질범들에 대해 퇴각의 다리를 놓아주고 있습니다. 인질범들이 인질을 안전한 장소로 풀어준 때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형법 제324조의6). 인질의 생명 신체 자유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인질을 석방해 준 인질범에 대한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납치범들은 인질 두 사람을 석방해 주었습니다. 인질석방에 대해서는 형이 감경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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