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가을사랑

 

 


최근 모 그룹의 회장이 보복폭행으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였다. 피의자인 회장에게는 흉기등사용폭행 흉기등사용상해 공동감금 공동폭행 공동상해 업무방해죄 등이 적용되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행, 특히 보복폭행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리고 폭력행위를 처벌하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이 무엇인가 눈여겨 보게 되었다.


형법 제260조 제1항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이 폭행죄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규정이다. 폭행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폭행이란 협의의 개념으로서의 폭행을 말하며,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폭행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이른바 반의사불벌죄이다.


그러나 집단적 또는 상습적으로 폭력행위 등을 범하거나 흉기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력행위 등을 범하는 경우에는 특별형법인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이 적용된다. 동법은 1961년 6월 20일 법률 제625호로 제정되었고 지금까지 모두 7번에 걸쳐 개정되었다. 모두 10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법은 폭력행위 가운데 상습범죄, 공동범죄, 폭력단체조직범죄 등에 관하여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


2인 이상이 공동하여 폭행, 협박, 상해, 감금 등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각 형법본조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2조 제1항 제1호에 열거된 죄를 범한 자는 제2조 제1항 각호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제3조 제1항).


2인 이상이 공동하여 폭행하는 경우에는 행위방법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불법이 무겁다고 보아 혼자서 폭행하는 행위에 비해 가중처벌하는 것이다. 폭행은 서로 싸우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폭행을 하면 피해자 역시 그에 대항하여 방어차원에서 가해자에게 폭행을 하게 된다. 일 대 일의 관계가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상대방에게 폭행을 가하게 되면 일방적인 공격이 될 가능성이 높고 폭행의 정도가 심하게 될 우려가 있다. 이런 이유에서 단독폭행과 달리 2인 이상의 집단폭행에 대해 가중처벌하는 것이다.


2인 이상이 폭행을 했을 때 실제로 폭행한 사람을 특정짓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폭행사실을 모두 부인하게 되면 피해자는 누구에게 어느 부위를 어떤 방법으로 맞았는지를 정확하게 특정해서 설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다. 그래서 수사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실무에서는 때린 사람들이 자기는 안 때렸다고 부인하고, 맞은 사람은 야간에 여러 사람에 의해 집단폭행을 당했을 때 누가 어떻게 때렸는지를 정확하게 기억하여 진술하는 것이 경험칙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2인 이상이 공동하여 폭행의 죄를 범한 때라고 함은 그 수인 간에 소위 공범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고, 또 수인이 동일 장소에서 동일 기회에 상호 다른 자의 범행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범행을 한 경우임을 요한다. 따라서 폭행의 실행범과의 공모사실은 인정되나 그와 공동하여 범행에 가담하였거나 범행장소에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또한 폭처법은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흉기라 함은 사람의 살상이나 재물의 손괴를 목적으로 제작되고 또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한 물건을 의미한다. 위험한 물건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폭처법이 제정된지 벌써 46년이 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형사사건에서 이 법은 적용되었다. 대부분의 폭행 상해사건이 야간 또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이루어졌기 때문에 일반 형법 조문에 의한 폭행죄, 상해죄 보다는 폭처법이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다. 일반형사사건에서 교통사고, 절도, 폭력행위 등은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범죄였다. 그동안 이법의 적용과정에 있어서는 중요한 쟁점이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많은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은 위험한 물건이란, 면도칼, 마요네즈병, 맥주병, 세멘벽돌, 의자, 승용차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폭처법상의 규정이 너무 무거운 형을 규정하고 있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쟁이 있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은 폭처법상 상해죄 조항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서 결과불법이 동일한 형법 제257조 제1항의 상해죄보다 상당히 높고, 결과불법이 폭처법상 상해죄보다 중한 형법 제258조 제1항의 중상해죄보다 무거우며, 형법 제259조 제1항의 상해치사죄와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만으로 곧 폭처법상 상해죄의 행위자를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더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06.4.27. 2005헌가2 결정).


야간에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형법 제283조 제1항(협박)의 죄를 범한 자를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폭처법 제3조 제2항 부분은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며,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상실하여 다른 범죄와의 관계에서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2004. 12. 16. 2003헌가12 결정). 이 결정이 있은 후에 2006. 3. 24. 관련 규정을 포함하여 폭처법이 대폭 개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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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추적

 

 


                                                    가을사랑

 

 



최근 과학기술을 이용한 수사기법이 급속도록 개발되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종래에는 거짓말탐지기, 문서감정 등이 고작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유전자감식, 통신감청 등 새로운 수사기법이 널리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한 수사에 있어서 위치추적은 매우 유용한 방식이다. 특히 범죄에 대한 증거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에서 위치를 추적하고 있는 것이 교통 통신 수단인 자동차와 휴대폰이다.

 

범죄를 실행함에 있어서 자동차와 휴대폰 사용은 필수적이다. 공범이 있는 사건의 경우에는 휴대폰통화내역과 휴대폰과 자동차에 의한 이동상황파악이 수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동차는 범인이나 피해자의 현재의 위치 및 범행 당시의 장소, 사후에 도주상황 등을 파악하는데 중요하다. 핸드폰 역시 범죄를 입증하거나 범인을 검거하는데 그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이동성이 있는 물체의 위치를 그 변동에 따라 추적함으로써 수사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과학적인 수사기법으로 위치추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위치추적은 통신망을 이용하는 방법과 인공위성을 결합하는 방법 등이 있다.

 

휴대폰은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 통화를 하지 않고 있어도 이동통신 기지국과 계속해서 교신을 하고 있게 된다. 그것은 휴대폰 소지자가 송신 또는 수신을 하기 위해서는 즉시 제일 가까운 기지국에서 통화를 연결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시스템 하에서 이동통신사에서는 필요한 경우 휴대폰 소지자가 현재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주소를 동 단위까지 알려줄 수 있다. 이처럼 이동통신사는 기지국을 이용해서 휴대폰 소지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의 휴대폰에 의한 소지자의 위치추적은 그 한계가 있다. 일단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들고 다니기만 한 경우에는 과거 특정 시점의 위치정보추적은 불가능하다. 과거 특정 시점에서의 소지자의 위치정보는 그 사람이 유대폰을 사용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과거의 통화기록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그 위치정보확인이 가능하다.

 

실제 수사과정에서 휴대폰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범 상호간에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는 방법은 아주 용이하다. 이동통신사에서는 전화요금을 부과하기 위한 자료로서 개인별 통화내역을 기록해 놓고 있다.

 

그 자료는 보통 6개월 정도 보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6개월 이내에 A라는 휴대폰번호로 B라는 휴대폰 또는 일반전화번로에 통화를 언제 몇분간 했다는 사실은 곧 바로 확인이 된다.

 

요새는 이혼소송에서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배우자의 휴대폰 통화내역에 관해 사실조회를 신청하는 사례가 많다. 그렇게 되면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밤낮없이 휴대폰으로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입증된다. 그 자체로 부정행위로 간주가 되는 것이다.

 

또한 휴대폰은 뇌물사건에서 공무원과 뇌물공여자인 업자 사이의 통화사실을 확인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수사가 시작되었을 때 공범 상호간에 전화통화사실은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면 도망간 피의자를 검거하기 위하여 피의자가 사용하는 휴대폰 또는 피의자의 가족들이 사용하는 집전화나 휴대폰등의 통화내역을 추적하여 검거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휴대폰은 문자메시지 내역도 확인이 가능하다. 그래서 휴대폰은 매우 편리한 기능을 하면서도 피의자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증거자료를 제공해주는 불행의 씨앗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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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법판례요지

 

 


                                                           가을사랑

 

 


1. 미성년자의제강간 강제추행죄의 미수범이 처벌되는지 여부

 미성년자의제강간·강제추행죄를 규정한 형법 제305조가 “13세 미만의 부녀를 간음하거나 13세 미만의 사람에게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2의 예에 의한다”로 되어 있어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미수범의 처벌에 관한 형법 제300조를 명시적으로 인용하고 있지 아니하나, 형법 제305조의 입법 취지는 성적으로 미성숙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동조에서 규정한 형법 제297조와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는 의미는 미성년자의제강간·강제추행죄의 처벌에 있어 그 법정형뿐만 아니라 미수범에 관하여도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예에 따른다는 취지로 해석되고, 이러한 해석이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거나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금지되는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7.3.15. 2006도9453]

 

[해설]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 하여서는 아니되나, 형벌법규의 해석에 있어서도 법률문언으로서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2. 2. 21. 선고 2001도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이 11세인 피해자를 간음하려다 미수에 경우 미성년자의제강간미수죄로 처벌한 사안이다.


2. 무고죄의 범의 인정 여부

 무고죄의 허위신고에 있어서 다른 사람이 그로 인하여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으면 족하므로, 고소당한 범죄가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 고소를 당한 사람이 고소인에 대하여 ‘고소당한 죄의 혐의가 없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고소인이 자신을 무고한 것에 해당하므로 고소인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하였다면 설사 그것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방어권의 행사를 벗어난 것으로서 고소인을 무고한다는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7.3.15. 2006도9453]


[해설] 피고인을 미성년자의제강간미수죄로 고소한 피해자의 아버지에 대하여 자신의 혐의가 없다고 밝혀질 경우 무고로 처벌해달라는 취지로 고소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고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안이다.


3. 절취한 친족 소유의 예금통장과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 있어서의 피해자

 친척 소유 예금통장을 절취한 자가 그 친척 거래 금융기관에 설치된 현금자동지급기에 예금통장을 넣고 조작하는 방법으로 친척 명의 계좌의 예금 잔고를 자신이 거래하는 다른 금융기관에 개설된 자기 계좌로 이체한 경우, 그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는 이체된 예금 상당액의 채무를 이중으로 지급해야 할 위험에 처하게 되는 그 친척 거래 금융기관이라 할 것이고, 거래 약관의 면책 조항이나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법리 적용 등에 의하여 위와 같은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최종적으로는 예금 명의인인 친척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하여, 자금이체 거래의 직접적인 당사자이자 이중지급 위험의 원칙적인 부담자인 거래 금융기관을 위와 같은 컴퓨터 등 사용사기 범행의 피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와 같은 경우에는 친족 사이의 범행을 전제로 하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다.대법원 2007.3.15. 2006도2704 판결]

[해설] 피고인이 절취한 친할아버지 공소외인소유 고흥 농업협동조합 예금통장을 현금자동지급기에 넣고 조작하는 방법으로 공소외인명의 위 농업협동조합 계좌의 예금 잔고 중 57만 원을 피고인 명의 국민은행 계좌로 이체한 이 사건 컴퓨터 등 사용사기 범행 부분의 피해자를 고흥 농업협동조합이라고 특정하여 공소 제기한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피고인의 친할아버지 공소외인이라는 이유를 들어,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형 면제를 선고한 조치는,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에 있어서의 피해자 및 친족상도례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파기한 사안이다.


4. 업무상배임죄에 있어 재산상 손해 유무에 대한 판단 기준

가. 업무상배임죄에 있어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 함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상태에 손해를 가하는 경우, 즉 본인의 전체적 재산가치의 감소를 가져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며,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

나.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그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로 하여금 다른 회사의 주식을 고가로 매수하게 한 경우 회사에 가한 손해액은 통상 그 주식의 매매대금과 적정가액으로서의 시가 사이의 차액 상당이라고 봄이 상당하며,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지 않거나 증권업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법인이 발행한 비상장주식의 경우에도 그에 관한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의 실례가 있는 경우에는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보아 주식의 가액을 평가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3.15. 2004도5742]

 

5. 하나의 자유형 중 일부 실형, 일부 집행유예 선고 가능 여부

 집행유예의 요건에 관한 형법 제62조 제1항이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같은 조 제2항이 그 형의 ‘일부’에 대하여 집행을 유예할 수 있는 때를 형을 ‘병과’할 경우로 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조문의 체계적 해석상 하나의 형의 전부에 대한 집행유예에 관한 규정이라 할 것이고, 또한 하나의 자유형에 대한 일부집행유예에 관하여는 그 요건, 효력 및 일부 실형에 대한 집행의 시기와 절차, 방법 등을 입법에 의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 그 인정을 위해서는 별도의 근거 규정이 필요하므로 하나의 자유형 중 일부에 대해서는 실형을, 나머지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7.2.22. 2006도8555 판결]

 

6. 심신장애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가. 형법 제10조에 규정된 심신장애는 생물학적 요소로서 정신병 또는 비정상적 정신상태와 같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외에 심리학적 요소로서 이와 같은 정신적 장애로 말미암아 사물에 대한 변별능력과 그에 따른 행위통제능력이 결여되거나 감소되었음을 요하므로,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자라고 하여도 범행 당시 정상적인 사물변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있었다면 심신장애로 볼 수 없다.

 

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성격적 결함을 가진 자에 대하여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고 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기대할 수 없는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사춘기 이전의 소아들을 상대로 한 성행위를 중심으로 성적 흥분을 강하게 일으키는 공상, 성적 충동, 성적 행동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소아기호증은 성적인 측면에서의 성격적 결함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것으로서, 소아기호증과 같은 질환이 있다는 사정은 그 자체만으로는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다만 그 증상이 매우 심각하여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이 있는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거나, 다른 심신장애사유와 경합된 경우 등에는 심신장애를 인정할 여지가 있으며, 이 경우 심신장애의 인정 여부는 소아기호증의 정도, 범행의 동기 및 원인, 범행의 경위 및 수단과 태양,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증거인멸 공작의 유무, 범행 및 그 전후의 상황에 관한 기억의 유무 및 정도, 반성의 빛의 유무, 수사 및 공판정에서의 방어 및 변소의 방법과 태도, 소아기호증 발병 전의 피고인의 성격과 그 범죄와의 관련성 유무 및 정도 등을 종합하여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07.2.8. 2006도7900]

 

7. 집행유예 선고 요건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할 때에, 집행유예의 결격사유를 정하는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 소정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란, 이미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된 경우와 그 선고 시점에 미처 유예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여 형 선고의 효력이 실효되지 아니한 채로 남아 있는 경우로 국한되고,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가 이미 그 효력을 잃게 되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집행의 가능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여 집행종료나 집행면제의 개념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위 단서 소정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범죄라고 할지라도 집행유예가 실효 취소됨이 없이 그 유예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이에 대해 다시 집행유예의 선고가 가능하다.[대법원 2007.2.8. 2006도6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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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인의 입장

 

 


                                                    가을사랑

 

 


법정은 매우 심각한 전쟁터라고 할 수 있다. 판사 앞에서 서로가 치열하게 다투는 곳이다. 칼과 창, 방패만 들지 않았을 뿐, 법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서로가 죽기 살기로 싸운 곳이다.


그곳에서 지면 살아남지 못한다. 물론 생명이야 부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피고인은 징역을 가야 하고, 모든 명예를 잃게 된다. 재산상 손실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변호인 역시 마찬가지다.


피고인을 위해 법정공방을 벌이는 것이지만 사건에서 지게 되면 많은 것을 잃게 된다. 그래서 피고인은 징역을 가지 않기 위해서, 변호인은 사명감에서 합심해서 최선을 다하게 된다.


어느 사기죄의 공판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피고인은 외국으로 이민을 가서 그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한국 사람에게 사기를 쳤다는 공소사실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외국의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사기로 고소를 당하자 한국에 들어와 조사를 받았다. 그러다가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에 회부되었다.


검찰에서는 출국금지조치를 취해 놓았기 때문에 자신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게 되었다. 외국에서 하던 사업은 엉망이 되고 있었다. 출국금지조치가 풀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한국에 머물면서 재판을 받아야 했다. 불구속이라 재판은 보통 한달에 한번씩 열리고 있었다.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자 검찰에서 증인신청을 했다. 고소인부터 시작해서 검찰측 증인들이 나왔다. 고소인측 증인들은 모두 고소인의 진술에 부합하게 증언을 했다. 변호인측에서 반대신문을 하였지만 그들의 진술을 탄핵하는 일을 쉽지 않았다.


피고인측에서 신청한 증인들이 나왔다. 그 중에 일부 증인들은 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영주권자였다. 그들이 멀리 비행기를 타고 증언을 하러 한국으로 왔다. 팽팽한 공방이 시작되었다. 몇 년 전의 일을 기억을 되살려 증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변호인이 먼저 신문을 하고, 검사가 반대신문을 했다. 판사가 보충신문을 했다. 이어서 고소인이 방청을 하고 있다가 자신도 증인에게 몇 가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판사의 허가를 받아 고소인도 질문을 했다. 증인은 몹시 시달리고 있었다.


남의 사건에 증인으로 나와 이런 저런 질문을 받으면 무척 힘이 들게 된다. 더군다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재판에서 자칫 잘못하면 고소인이나 피고인 어느 한쪽으로부터 위증죄로 고소를 당할 위험도 있다.


대부분의 증인들은 법률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법을 잘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물으면 이렇게 답변하고 저렇게 물으면 저렇게 답변하게 된다. 증언을 하고도 찜집한 기분을 남기게 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분쟁이란 대부분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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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판례 해설


 

                                                           가을사랑

 

 

 


집행유예기간 중에 범한 죄의 집행유예 가부


사건 명

대법원 2007.2.8. 선고 2006도6196 판결

병역법위반


사건의 개요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죄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된 후 그 재판 도중에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한 경우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다. 원심은 이러한 경우 피고인에 대하여 집행유예를 다시 선고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검사는 이러한 원심판결이 법률해석을 잘못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하였으므로 위법하다는 취지로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판결 이유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할 때에, 집행유예의 결격사유를 정하는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 소정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란, 이미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된 경우와 그 선고 시점에 미처 유예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여 형 선고의 효력이 실효되지 아니한 채로 남아 있는 경우로 국한된다.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가 이미 그 효력을 잃게 되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집행의 가능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여 집행종료나 집행면제의 개념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위 단서 소정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범죄라고 할지라도 집행유예가 실효 취소됨이 없이 그 유예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이에 대해 다시 집행유예의 선고가 가능하다.


판례평석


집행유예의 의의와 요건


형사재판실무에서 집행유예는 대단히 중요하다.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그 즉시 석방되지만 실형이 선고되면 그 형을 모두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집행유예란 형을 선고함에 있어서 일정한 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의 효력을 잃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라는 판결이 선고되면 피고인에 대한 1년의 징역형은 2년간 집행이 유예된다. 그리고 만일 피고인이 위 유예기간인 2년을 무사히 경과하면 피고인에 대한 위 형의 선고는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은 다시 형의 집행을 받지 않는다.

이와 같은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로서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때 3년 이하의 형은 법정형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선고할 형을 의미한다. 따라서 작량감경에 의해 3년 이하의 형으로 줄일 수 없는 경우에는 애당초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법정형이 7년 이상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작량감경을 해도 3년 6월 이상의 형을 선고해야 하므로 집행유예를 붙이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벌금형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는 효력을 잃게 된다. 따라서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사람은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다시 실형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의 해석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는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는 실형뿐 아니라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된다. 그리고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자가 형법 제65조에 의하여 그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정해진 유예기간을 무사히 경과하여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형의 선고의 법률적 효과가 없어진다는 것일 뿐, 형의 선고가 있었다는 기왕의 사실 자체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더구나 집행유예 기간 중에 죄를 범하였다는 역사적 사실마저 소급적으로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위 단서 조항이 형의 집행종료나 집행면제 시점을 기준으로 집행유예 결격기간의 종기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를 무시한 채 유예기간이 경과되어 집행 가능성이 소멸되었기 때문에 집행종료나 집행면제의 시기를 특정할 수 없게 된 경우까지를 위 단서 조항의 요건에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형벌법규는 그 규정 내용이 명확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그 해석에 있어서도 엄격함을 요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집행유예기간 중에 범한 죄의 집행유예 가능 문제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의 경우에는 그 유예기간의 장단 및 경과 여부를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그 판결의 확정시로부터 3년간이 결격기간으로 되는 것으로 유추해석할 수도 없다. 또한, 이와 달리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한 때를 위 결격기간의 종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허용될 수 없다. 그렇다면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할 때에 위 단서 소정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란, 이미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된 경우와, 그 선고 시점에 미처 유예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여 형 선고의 효력이 실효되지 아니한 채로 남아 있는 경우로 국한된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반하여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가 이미 그 효력을 잃게 되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집행의 가능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여 집행종료나 집행면제의 개념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위 단서 소정의 요건에의 해당 여부를 논할 수 없다. 이 점은 이 사건과 같이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죄에 대한 기소 후 그 재판 도중에 유예기간이 경과한 경우라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 태도다. 


맺은 말


위 판결은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죄에 대하여 재판을 하던 중 집행유예기간이 경과한 경우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고 해석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집행유예기간 중에 죄를 지었다고 해도 그 유예기간이 경과하면 이유야 어떻든지 간에 형의 선고는 효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종전에 선고된 집행유예판결의 영향으로 다시 집행유예를 하지 못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원칙에 위배되므로 이번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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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행에 대한 정당방위

 

 

                                                                    가을사랑

 

 

 

성폭행은 매우 야만적인 범죄이며 죄질이 나쁩니다. 개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강간죄는 인간의 심성을 왜곡시키고 피해자에게 중대한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게 됩니다. 폭행에 의해 성관계를 당하는 피해자는 성적 도구로의 전락을 의미하며, 가해자의 범죄는 동물적인 행위로서 대단히 비인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형법은 강간죄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과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에서는 일정한 형태의 강간행위를 가중처벌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엄격한 처벌규정에도 불구하고 성폭력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성폭행사범이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음으로써 암장되는 경우가 많고, 처벌을 받고 나온 다음 또 재범에 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폭행을 당하는 여자 입장에서는 정조를 상실하게 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하여 강력한 대응을 하게 됩니다. 성폭행은 갑자기 행해지기 때문에 피해자는 가해자의 공격행위에 대해 본능적인 방어행위를 하게 됩니다. 그 방어행위는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방어의 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신체적으로 연약한 여자가 상대적으로 강력한 남자의 성폭행을 당하지 않고 벗어나려다 보면 칼과 같은 위험한 물건을 사용할 수 있고,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 살해하는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성폭행 피해자의 행위는 어디까지 허용되는 정당방위일까요? 그와 같은 정당방위의 범위와 한계는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강간죄는 여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하여 반항을 제압하고 강제로 성교를 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여자를 납치하거나 감금해 놓고 성관계를 하기도 합니다. 여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힘으로는 가해자인 남자를 제압하거나 폭행 협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성교에 대해 몸부림치거나 거부하는 형태로 반항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도망을 치는데, 잘못하면 호텔에서 떨어져 사망하거나 치명적인 상해를 입기도 합니다. 달리는 차에서 밖으로 뛰어내리다가 사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소극적인 방어에서 그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가해남성의 혀를 절단하기도 하고, 칼로 찌르거나 야구방망이로 사망에 이르게 하기도 합니다. 중상을 입히기도 합니다.


형법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1조 제1항). 이것이 바로 정당방위입니다. 상대방이 부당한 침해를 할 때 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성이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을 조각해서 처벌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자신을 살해하려고 권총을 겨냥한 상대방을 먼저 총으로 쏴서 살해하는 경우 등과 같은 것입니다. 정당방위에 해당하게 되면 그 행위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강간하려는 성폭행범에 대해 그와 같은 부당한 범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위는 일응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당방위의 요건인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인정되고, 자기의 법익을 지키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제21조 제2항). 만일 정도를 지나친 방위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아예 처벌하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제21조 제3항).


대법원은 남자 두 사람이 인적이 드문 심야에 혼자 귀가중인 피해자 여자에게 뒤에서 느닷없이 달려들어 양팔을 붙잡고 어두운 골목길로 끌고 들어가 담벽에 쓰러뜨린 후 한 남자가 음부를 만지며 반항하는 옆구리를 무릎으로 차고 억지로 키스를 하므로 여자가 정조와 신체를 지키려는 일념에서 엉겁결에 갑의 혀를 깨물어 설절단상을 입혔다면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의붓아버지의 강간행위에 의하여 정조를 유린당한 후 계속적으로 성관계를 강요받아 온 피고인이 그의 남자친구와 공모하여 범행을 준비하고 의붓아버지가 반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식칼로 심장을 찔러 살해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결여하여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이혼소송중인 남편이 찾아와 가위로 폭행하고 변태적 성행위를 강요하는 데에 격분하여 처가 칼로 남편의 복부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으므로 정당방위나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최근에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성폭행을 피하려다가 가해자인 남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여자에게 상해치사죄를 인정했습니다. 이 여자는 성폭행 위험을 피하기 위해 남자를 차에 매단 채 달아나다가 남자를 숨지게 했습니다. 법원에서는 피해자를 승용차에 매단 상태에서 차를 몰고 간 사실에 비추어 여자에게는 확정적 인 고의는 없었지만 피해자가 위험해 처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견할 수 있었던 만큼 상해치사죄가 인정되며 피해자에 대한 대응방법이 정도를 초과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정당방위에 있어서 침해에 대한 방위는 사회상규에 비추어 상당한 정도를 넘지 않아야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당방위는 개인의 법익에 대한 보호를 위해 인정되는 것이므로 성폭행을 고의적으로 감행하는 강간범에 대해 방위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방위수단의 선택이 적정했느냐 하는 판단은 구체적인 행위상황에 비추어 특별히 상당성을 초과했다고 보여지지 않는 한 가급적 폭넓게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 대 일의 관계에서 남자로부터 강간을 당하는 상황은 그야말로 매우 위험하며 특수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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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상과잉방위

 


                                                            가을사랑

 

 


형법은 범죄성립요건을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의 3단계로 나누어 판단하고 있다. 범죄가 성립하려면 이와 같은 3 요소를 모두 구비하여야 한다. 그런데 범죄구성요건에는 해당하지만, 위법성이 없는 행위들이 있다.


형법은 위법성조각사유로서 ① 정당행위, ② 정당방위, ③ 긴급피난, ④ 자구행위, ⑤ 피해자의 승낙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중에서 정당방위는 가장 전형적인 위법성조각사유라고 할 수 있다.


정당방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를 말한다.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정당방위상황, ② 방위행위, ③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하여 방위하기 위한 행위이어야 하며, 방위행위가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정당방위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서 정당방위행위라고 인정이 되는 경우에는 비록 그 행위가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된다. 위법성이 조각됨으로써 불법이 배제되고 가벌성심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 즉 정당방위의 요건인 상당성의 정도를 초과한 경우를 과잉방위라고 한다. 과잉방위는 상당성이 없기 때문에 정당방위가 아니며 따라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오상방위란 객관적으로 정당방위상황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방위행위를 한 경우를 말한다. 오상방위도 정당방위가 아니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오상과잉방위란 정당방위상황이 없는데도 착오를 일으켜 그러한 상황이 있는 것으로 잘못 알았고 방위행위를 하였는데 그 방위행위도 상당성의 정도를 초과한 경우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오상과잉방위는 오상방위와 과잉방위가 결합한 경우에 해당한다.


오상과잉방위행위에 대하여 법적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① 오상과잉방위를 고유한 별개의 범죄유형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② 오상과잉방위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 의하면, 오상과잉방위는 정당방위 요건인 상당성이 결여되었을 뿐 아니라 착오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에서 위법성조각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③ 오상과잉방위에 있어서 행위자가 상당성을 초과하고 있는 것을 인식한 때에는 과잉방위로 보고, 상당성을 초과하고 있는 것을 착오로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는 오상방위로 보는 견해가 있다.


④ 오상과잉방위를 오상방위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는 (가) 엄격책임설에 따라서 고의범의 금지착오와 같이 해결하려는 입장과, (나) 제한책임설에 따라 과실범으로 처벌하려는 입장으로 구별된다.


제한책임설에 의하면 정당방위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부주의로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는 과실범으로 처벌하고, 잘못 판단할 수밖에 없는 회피불가능한 상황인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다고 본다. 이러한 해석에 의하면 과잉방위에 관한 형법 제21조 제2항, 제3항의 규정은 오상과잉방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


오상방위의 경우는 비록 위법성은 조각되지 않으나, 오상방위는 행위자가 정당방위가 허용되는 상황이 존재하는 것으로 착오를 한 것이므로 위법성조각사유의 객관적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허용상황이 착오에 해당한다.


위법성조각사유의 객관적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는 사실의 착오와 법률의 착오 중간영역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다. 위법성조각사유의 객관적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는 범죄행위의 원인이 되는 허용상황이라는 사실에 대한 착오를 일으킨 것이므로 사실의 착오와 유사한 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착오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 즉 구성요건사실에 대한 착오는 아니다. 허용규범에 희하여 금지규범의 적용에 배제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한 것이기 때문에 법률의 착오에 유사한 측면이 있다.


위법성조각사유의 객관적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를 일으킨 행위에 대하여 이를 해결하는 이론으로서는 ① 소극적 구성요건요소이론, ② 엄격책임설, ③ 제한책임설 등이 대립되고 있다. 그리고 제한책임설은 다시 (가) 유추적용제한책임설과 (2) 법효과제한책임설로 구별된다. 제한책임설은 책임고의만을 탈락시켜 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으로서 법효과면에서만 사실의 착오와 동일하다고 보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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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지식의 부족


 

                                                                    가을사랑

 

 


일반 사람들이 법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매우 피상적이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법을 잘 모르는 이유로 많은 손해를 보게 된다. 아무리 법의 생활화운동을 정부에서 해도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변호사 숫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도 여전히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은 높은 편이다. 인터넷으로 법률상담도 하고, 법에 대한 지식과 자료를 얻을 방법도 많아졌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실전에 이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상담을 하면 그 실상을 알 수 있게 된다. 법률용어가 어렵기도 하고, 사실 법에 의한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그렇다. 우선 민사와 형사 자체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문제를 경찰서에서 다루는 것인지, 민사법원에서 다루는 것인지를 모른다. 하기야 의사가 아닌 다음에야 의학적인 용어를 모르는 것이 일반이고, 설명을 들어봤자 실제 치료에 써먹을 수도 없는 것이다. 모든 전문분야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은 든다.

 

어떤 사람이 하소연한다. 계를 들었다가 3천만원을 떼었다고 한다. 계주를 상대로 고소를 했는데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한다. 검사가 구형을 1년을 했고, 선고일자가 잡혔는데도 계주는 전혀 합의할 생각도 하지 않고, 계주 앞으로 된 재산은 하나도 없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사건을 설명하는데 그것이 민사재판인지, 형사재판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고소인 입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검사의 구형의 의미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정말 안타까웠다. 계주는 아마 집행유예를 바라고 합의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입장이었다. 한참동안 설명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겨우 법절차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분은 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법과 상관없이 다른 사람을 믿고(믿음은 법과는 관계가 없다. 사람을 믿는 것은 법을 믿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을 맡겼다. 계가 얼마나 불확실하고 위험요소가 많은지를 몰랐던 것이다. 계를 시작할 때부터 제대로 법을 알았어야 했고, 계를 하는 도중이라도 법을 제대로 알았어야 했다.

 

그리고 계가 깨져 손해를 보게 되었을 때도 빨리 서둘어 법을 정확하게 알고 대처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만 가다 보니 구제방법도 마땅치 않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속만 상해하고, 세상사람들을 모두 불신하고, 사회 전체를 불신하게 된다. 법과 제도를 모두 못믿게 된다.  

 

또 어떤 사람은 사기를 당해 고소를 하고 무혐의결정이 나자 채권자를 만나 강제로 끌고가서 17시간을 같이 있었다고 한다. 지불각서를 받고 있는데 경찰이 들이닥쳐 체포되었다가 풀려났다.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함께 있으면서 가족들과 계속해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다가 나중에 경찰이 오고 일은 끝났는데 이것을 문제삼아 채권자를 공갈범으로 몰았다.

 

납치 감금, 공갈미수죄 등이 죄목이다. 법을 잘 모르고 행한 무지의 소치다. 아무리 억울해도 법은 지켜야 하는데 채권자 입장에서 채무자를 상대로 지나친 행동을 했다가 돈도 못받고 거꾸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사기를 당해 돈도 못받고, 그것을 해결한다고 나섰다가 오히려 범죄인으로 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

 

법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법을 무시해서는 법으로부터 복수를 당하게 된다. 그래서 법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법을 사랑해야 한다. 법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법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큰소릴 치는 이유가 이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이렇게 저렇게 피해를 보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법에서는 많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 같지만 막상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모든 것은 개인이 알아서 하도록 결론이 난다.

 

도둑을 맞아도 그렇다. 도둑을 잡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뺑소니를 당해도 그렇고, 사기를 당해도 마찬가지다. 법에 의해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모든 것을 피해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이다. 막상 피해를 당해보면 안다. 고소를 해도 그렇고 소장을 내도 그렇다. 대부분 남의 일로 생각하고 그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실망한다. 결국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분위기다. 법과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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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판례해설


                                                                   가을사랑


대법원 2007.1.26. 선고 2004도1632 판결은 형법상 중요한 쟁점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1. 공동정범에서의 공동가공의 의사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고, 위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저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도1940 판결, 2005. 7. 22. 선고 2005도3352 판결 등 참조).


[해설]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대판 2001. 11. 9. 2001도4792).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때에 성립한다. 주관적 요건으로 공동가공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 공동가공사실이 있어야 한다. 공동가공의사는 기능적 행위지배의 본질적 요건이다. 이와 같은 공동가공의사가 있기 때문에 공동정범은 공범자들의 개별적인 행위가 전체로 결합되어 분업적으로 실행된 행위의 전체에 대한 책임을 모든 공범자들에게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 방조죄의 성립요건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유형적·물질적 방조뿐만 아니라 정범에게 범행의 결의를 강화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무형적·정신적 방조행위까지도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방조의 범행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방조 상대방의 구체적인 범행의 실행을 원조하여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의 존재 및 그 점에 대한 행위자의 인식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5도1373 판결 등 참조).


[해설] 방조범은 정범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인식, 즉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는 인식, 즉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성립한다. 방조범은 정범에 의하여 실현되는 범죄의 본질적인 요소를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이처럼 방조범은 최소한 정범의 구체적인 범행의 실행을 원조하여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의 존재과 그 점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3. 업무상배임죄의 고의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 이득의 의사가 임무위배행위에 대한 인식과 결합하여 성립하는 것이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관련 제반 사정의 종합적인 고려 하에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하여야 한다.


이윤추구와 아울러 공공적 역할도 담당하는 각종 금융기관의 경영자가 금융거래와 관련한 경영상 판단을 함에 있어서 그 업무처리의 내용, 방법, 시기 등이 법령이나 당해 구체적 사정 하에서 일의적인 것으로 특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특정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 경우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업무의 내용, 금융기관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이 유지되어야 한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2004. 10. 28. 선고 2002도3131 판결 등 참조).

 

4.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죄에서의 허위사실


형법 제309조 제2항, 제307조 제2항에서 정하는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적시한 사실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서 허위이어야 하며,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2. 2. 25. 선고 99도4757 판결 등 참조).


타인의 발언을 비판할 의도로 출판물에 그 타인의 발언을 그대로 소개한 후 그 중 일부분을 부각, 적시하면서 이에 대한 다소 과장되거나 편파적인 내용의 비판을 덧붙인 경우라 해도 위 소개된 타인의 발언과의 전체적, 객관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위 비판적 내용의 사실적시가 허위라고 읽혀지지 않는 한 위 일부 사실적시 부분만을 따로 떼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피고인이 위 각 광고에 농림부장관의 해당 공문 사본을 그대로 전재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공문 중 일부를 발췌, 게재한 사실의 적시가 허위의 내용이 아님은 물론, 그에 덧붙인 모욕적인 표현으로 말미암아 위 공문의 전체적, 객관적 의미에 대한 해석을 그르칠 정도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위 각 광고에 다소 과장되거나 비방적인 표현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기재된 사실 전체의 내용은 진실한 것이어서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출판물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형법 제309조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비방의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의미하고, 이는 형법 제310조의 공공의 이익과는 상반관계에 있으므로 적시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의 목적은 부인된다.


그 적시사실이 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비방의 목적에 기한 것인지 여부는 적시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 교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공공의 이익에는 널리 국가, 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되고,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개인적인 목적 또는 동기가 내포되어 있거나 그 표현에 있어서 다소 모욕적인 표현이 들어 있다 하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공인이나 공적 기관의 공적 활동 혹은 정책에 대하여는 국민의 알 권리와 다양한 사상, 의견의 교환을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의 측면에서 그에 대한 감시와 비판기능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명예를 훼손당한 자가 공인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피해자가 그와 같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여부 등의 사정도 적극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공적 관심사안에 관하여 진실하거나 진실이라고 봄에 상당한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는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는 증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도3045 판결, 2003. 11. 13. 선고 2003도3606 판결, 2005. 4. 29. 선고 2003도2137 판결 등 참조).

 

농협, 축협 등에 대하여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 정부가 1999. 3. 8.경 ‘협동조합개혁방안’을 발표한 후, 1999. 8. 13. 같은 취지의 농업협동조합법이 공포되고, 그 주무부서인 농림부가 1999. 9. 10. 통합 농협중앙회의 정관을 작성하는 등의 설립사무를 추진하여 왔고, 이에 대하여 1999. 7. 9.경 축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된 피고인은 위와 같은 협동조합의 개혁은 협동조합의 기본원칙을 벗어난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불과하여 결국 축협 회원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헌법소원, 신문광고 기타 각종 방법으로 통합반대운동을 전개하여 온 사실,


농림부장관은 1999. 12. 9. 한국수퍼체인협회장에게 ‘소값 안정을 위한 연말연시 및 설수요 대비 협조요청’이라는 제목 아래 최근 산지 소값은 수급불균형 등으로 인하여 높은 수준이 계속되고 있고, 연말연시와 설 성수기가 다가옴에 따라 쇠고기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회원사인 대형유통업체로 하여금 국내산 쇠고기보다는 수입쇠고기를 이용한 선물세트 등을 다량 제작하여 향후 성수기에 대비토록 하여 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2000. 5. 2.에는 각 축협조합장들에게 ‘협동조합 유통활성화사업 대상조합 추천’이라는 제목 아래 협동조합개혁과 연계하여 산지조합을 농·축산물 유통개혁의 핵심주체로 육성하기 위하여 추진하고 있는 협동조합 유통활성화사업 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 1단계로 신청조합(29개) 중 협동조합 개혁에 적극적인 6개 조합과 축협중앙회 비회원인 8개 조합을 사업대상자로 우선 추천하였으며 향후 협동조합개혁 추진상황 등을 참작하여 추가지원 대상자를 추천할 계획이고, 1차 선정대상조합인 평창에는 46억 원을, 무안에는 24억 원을, 전북양계에는 49억 원을, 광주에는 24억 원을 지원하는 등 그 추천된 조합내역과 지원금 내역을 알리는 내용의 공문을 각 보낸 사실,


이에 피고인은 2000. 1. 12. 조선일보 등 4개 일간지에 ‘수입쇠고기 판매를 권장하는 농림부장관은 과연 어느 나라 장관입니까? -우리는 더 이상 농림부장관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라는 제목 아래 “(성명 생략)농림부장관은 1999. 12. 9. 장관 명의의 공문을 통해 ‘연말연시와 설 성수기가 다가옴에 따라 국내산 쇠고기보다는 수입쇠고기를 이용한 갈비세트, 선물세트를 다량 제작, 향후 성수기에 대비토록’ 수입쇠고기 소비 촉진에 앞장서는 매국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지난해 5월과 11월 두차례나 ‘축산발전 투융자계획’을 발표하면서, 2004년까지 축산업에 투자되는 4조 5천억 원의 절반 이상을 한우산업에 집중투자하겠다고 공언했던 농림부장관이 한편으로는 수입쇠고기 판촉을 촉구하는 이중적 행태를 자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 (성명 생략)농림부장관은 국민의 여론에 밀려 퇴진당하기 전에 스스로 장관직에서 사퇴하는 것만이 진정으로 우리나라 농·축산업을 살리는 길임을 자각하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2000. 5. 24. 조선일보에 ‘국민의 혈세가 장관의 뒷주머니 용돈입니까? -축협 조합장들을 돈으로 유혹하고 있는 농림부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농림부장관은 사업을 빙자하여 농·축협 통합에 찬성하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특정 조합을 자금지원 대상으로 추천(공문서 참조)하였으며, 농·축협 강제통합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국민의 혈세를 미끼로 조합을 회유하는 한심한 일만을 해대고 있습니다.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농·축협 강제통합을 밀어 붙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농림부장관의 비열한 행태는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각 게재하면서 해당 각 공문 사본을 위 각 광고 속에 전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위 2000. 1. 12.자 광고의 경우, 그 내용이 농림부장관이 공식 채택한 수입쇠고기 유통 및 판매의 권장정책에 대한 비판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하면 같은 해 1. 8.부터 1. 12.까지 사이에 국내 여러 일간지에서도 위 공문내용에 대한 양축인들 및 관련 단체들의 비난성명을 기사로 소개함과 아울러 양축인들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서 외국산 쇠고기 소비를 부추기는 부도덕한 행위를 자행하는 데 대한 비판적 사설을 게재하기도 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는 공적 관심사안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같은 해 5. 2.자 광고도 농축협 통합정책의 정당성에 관한 정부와 축협 관련단체 사이의 대국민 홍보전이 전개되는 와중에 농림부장관이 거액의 유통활성화 사업자금의 지원자 선정을 그 제도 본연의 취지에 따른 기준 대신 위 통합정책에 대한 찬성 여부와 연계지은 조치의 정당성 여부를 문제삼고 있는 이상 이 또한 공적 관심사안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위 각 공문을 통하여 실시하고자 한 농림부의 각 정책의 합법성 및 지향점은 일응 수긍할 수도 있을 것이나, 그 내용과 방법론, 시점 등에 있어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는 할 수 없고, 피고인이 대변하는 축협중앙회 등 이해당사자에 의한 문제제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다가 그 문제제기의 방법에 있어서도 관련사실을 해당 공문 사본의 전재를 통하여 가감 없이 전달한 이상 비록 그 표현에 있어서 ‘매국적 행위’ 혹은 ‘국민의 혈세’, ‘농림부장관의 뒷주머니 용돈’ 등 과장되고 모욕적인 용어를 사용한 잘못은 있다 하더라도 그 전체적인 내용의 해석에 있어서는 농림부장관 개인에 대한 비방보다는 공적 기관으로서의 농림부의 구체적 정책 혹은 그 방법론에 대한 비판을 주된 동기 내지 목적으로 하였다고 볼 여지가 더 많고, 이는 위 광고의 게재에 이르게 된 것이 협동조합의 개혁에 관한 농림부와의 의견대립에서 비롯되었다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각 광고의 동기, 표현의 부적절함과 방법, 그로 인한 농림부장관의 명예훼손의 점을 들어 비방의 목적에 기한 광고라고 단정한 조치는 형법 제309조 제1항의 ‘비방의 목적’ 혹은 형법 제310조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


5. 제3자뇌물공여죄의 성립요건


형법 제130조의 제3자 뇌물공여죄에 있어서 뇌물이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매개로 제3자에게 교부되는 위법 혹은 부당한 이익을 말하고, ‘부정한 청탁’이란 위법한 것뿐만 아니라 사회상규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부당한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다.


직무와 관련된 뇌물에 해당하는지 혹은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직무 혹은 청탁의 내용, 이익 제공자와의 관계, 이익의 다과 및 수수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과 아울러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이라고 하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에 비추어 그 이익의 수수로 인하여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판단 기준이 된다(대법원 1999. 7. 23. 선고 99도1911 판결, 2002. 3. 15. 선고 2001도970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비록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부당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해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그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라면 이는 의연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4도3424 판결 참조),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도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묵시적인 의사표시라도 무방하며, 실제로 부정한 처사를 하였을 것을 요하지도 않는다.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경영자인 공소외 2가 그 판시관광지구 내 사업장 이외에는 제주도 혹은 피고인측과 아무런 연고 없이 지내다가 위 사업장 설치일로부터 약 17년 지난 이 사건 무렵에 이르러 총 30억 원이나 되는 거액을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공소외 3 복지법인의 설립에 출연하게 된 점, 위 출연 무렵 공소외 1 주식회사가 골프장 등의 용도로지구 내 소유지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그럼에도 지구가 1994. 6.경 중산간지역보전의 명목으로 종전에 선정된 관광지구지정에서 해제된 데에 이어 1994. 12.경부터는 관할 시·도에 의하여 그 중 상당부분이 준농림지역으로 용도변경될 움직임이 있자 당초 계획대로의 개발을 위하여 제반 절차면에서 보다 유리한 관광지구로 다시 지정받기를 원하고 있었던 점,


제주도개발특별법에 기한 관광지구 지정은 개발에 필요한 개별 법률상의 인·허가 의제 등 각종 혜택과 아울러 거래통념상 지가상승 등 상당한 경제적 이득이 기대되는 조치로서 거래 일반에 인식되었고, 실제로 공소외 2는 이 사건 도중에 지구가 관광지구로 추가지정되자 그 중 10만평의 토지를 시가보다 현저히 높은 총액 55억 원에 매도하기도 한 점, 1996. 1.경 20억 원의 출연시점은 피고인이 선거공약사업 이행의 일환으로 위 관광지구 추가지정을 위한 절차를 밟아 나가던 시점과 일치하고, 1997. 6.경 나머지 10억 원의 출연 또한 위 지구의 관광지구 지정 이후 그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시행승인을 받기 이전이자 아직 미확정단계이던 판시 지리정보시스템(GIS)에 의한 중산간지역관리 보완지침의 시행과 관련한 이해관계가 걸린 시점에 이루어진 점,


위 관광지구 추가지정의 방안으로는 당초 지구를 배제하는 방안을 비롯한 총 3개 방안이 담당 연구원에 의하여 제시되었다가 도지사 주재회의에서 사업시행능력을 우선 고려하기로 하는 방침이 채택됨에 따라 위 지구를 사실상 포함하는 절충안이 채택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결정이 이루어진 점, 공소외 3 복지법인의 이사진에는 출연자인 공소외 2측 관계자는 전혀 들어 있지 아니한 반면, 피고인의 처가 재단 이사로 되어 있어 피고인이 처를 통하여 공소외 3 복지법인에 대해 사실상의 운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점 등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30억 원의 복지재단 출연금은 위 관광지구 추가지정 및 관련 절차의 진행에 있어서 이를 총괄하는 도지사로서의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하여 제3자 뇌물공여죄에서 뜻하는 광의의 부정한 청탁을 매개로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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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독과 정독

 

                                                                   가을사랑

 

형법총론을 수강하는 학생이 질문을 했다. 속독과 정독의 차이를 묻고 있었다. 공부하는 방법을 명확하게 설명해 달라는 취지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의 자세가 진지해보여 좋았다. 여기에서 몇 가지 설명을 하기로 한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처음 공부할 때 모든 것을 다 이해하려고 하면 시간이 많이 낭비됩니다. 법은 처음부터 다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형법총론만 해도 그렇습니다. 앞부분에서 상상적 경합이라든가 보안처분, 공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뒤에서 자세하게 설명되고 있습니다. 민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민법총칙에서 나오는 많은 이론들이 뒤에서 배워야 할 물권법, 채권법, 가족법 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헌법도 마찬가지이고요. 앞부분을 공부하다 보면 맨 나중에 공부하게 되는 헌법재판이론이 함께 나옵니다.

그래서 초심자의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윤곽을 잡아야 하고, 이것 저것 알아야 종합적인 이해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부할 때 너무 지엽적인 부분에 집착해서 진도가 나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빠른 속도로 읽으라는 취지는 한 시간에 25페이지 정도를 읽으라는 취지입니다. 적어도 그 이상을 읽어나가야 합니다. 30페이지 정도도 좋고요.

정독은 한 시간에 1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정독은 한줄 한줄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고 넘어가는 방식의 공부방법입니다. 이런 정독은 적어도 1년 이상 공부한 다음에 필요한 공부방법입니다. 물론 그 이전 단계에서도 정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매우 어려운 부분이고 중요한 부분에서는 이러한 정독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속독과 정독은 그때그때 공부하는 내용을 봐서 선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해가 쉬운 부분, 형총에서 초기의 앞부분 같으면 속독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실의 착오, 법률의 착오 등에 있어서 너무 빠른 속도로 읽으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때는 조금 천천히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속독이나 정독을 하면서 그냥 읽고만 있으면 집중력이 떨어져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펜을 들고 노트에 중요한 용어를 써보고, 도표 같은 것을 간단히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서브노트를 만들라는 취지가 아닙니다. 서브노트 역시 많은 시간이 들기 때문에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요새는 전문강사들의 요약서가 잘 돼 있어 그것으로 활용하고 그 요약서에 필요한 내용을 보충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사법시험준비는 형식적인 단권화 작업이나 서브노트작업보다는 머릿속에 정리해 두는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 잠시 쉴 때 머릿속으로 읽은 내용을 되새겨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름대로 정리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몇 사람이 함께 공부해야 합니다. 이른바 스타디그룹 방식입니다. 서로 공부한 것을 말로 설명해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자신이 공부한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더군다나 말로 설명할 정도가 되는지, 설명하면서 논리적으로 뒷받침이 되고 있는지, 그러한 결론의 근거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실력 차이도 비교할 수 있고, 자극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기회가 마땅치 않으면 혼자 해도 괜찮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시 되돌아가면 속독은 대부분의 법률과목에서 빠른 속도로 읽어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헌법 같은 과목을 그냥 읽으면 대개 이해가 가는 것입니다. 모든 과목이 읽어서 이해 자체가 가지 않는 부분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냥 이해는 가는데 그 다음 단계에서 전체적인 연결을 시키고, 각 문제에 대한 결론과 그 결론에 이르는 논리와 설명을 자신의 머릿속에서 확실하게 정리하는 것이 어려운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빠른 속도로 열심히 읽어나가면 점점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것으로 정리가 되며, 필요한 부분을 정확하게 암기하면 됩니다. 이러한 이해 - 정리 -암기의 3 단계를 거쳐야 사법시험에 1차와 2차에 합격할 수 있고, 3차 면접시험에서도 구술평가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사법연수원에 들어가서도 튼튼한 기초실력을 가지고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공부하면서 다른 사람과 너무 비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각자 자기 방식대로 공부하는 것입니다. 공부에는 왕도(royal road)가 없습니다.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꾸 의문을 가지고 묻고, 열심히 책을 보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생활을 단순화시키고 공부에 집중하십시오.

그리고 사법시험합격에 자신감을 가지십시요. 그러면 행운은 찾아옵니다. 두드리고 구하는 사람에게 문을 열리고 성취가 이루어집니다. 궁금한 사항은 망설이지 말고 어느 때나 제 이메일로 질문을 하세요. 그러면 성실하게 답변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여러분과 똑 같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초기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법시험에 대한 합격을 자신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좌절하지 마십시요. 자꾸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날씨가 좋아졌습니다. 4월과 5월은 특히 공부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건강에 조심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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