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과 신분


                                                                  가을사랑

 

 


갑이 을을 교사하여 갑의 아버지 병을 살해한 경우 갑과 을의 형사책임이 문제됩니다. 존속살인죄는 행위자의 신분에 따라 보통살인죄보다 형이 가중되는 경우로서 이른바 부진정신분범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통설은 형법 제33조 본문, 즉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행위는 신분관계가 없는 자에게도 전 3조의  규정을 적용한다’는 규정은 진정신분범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통설은 제33조 단서, 즉 ‘다만 신분관계로 인하여 형의 경중이 있는 경우에는 중한 형으로 벌하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은 부진정신분범의 공범성립과 그 과형에 관한 규정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진정신분범의 경우인 존속살인죄의 경우 신분자(직계비속)가 비신분자(일반인)를 교사하여 부진정신분범(존속살인죄)을 범한 때에는 신분자는 존속살인죄, 비신분자는 보통살인죄가 성립합니다.


또한 비신분자가 신분자를 교사하여 부진정신분범을 범한 때에는 비신분자는 보통 범죄의 교사범, 신분자는 존속살인죄의 정범이 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소수설과 판례는 형법 제33조 본문이 진정신분범뿐 아니라 부진정신분범에 있어서도 공범의 성립근거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부진정신분범에 있어서 비신분자인 공범은 부진정신분범의 공범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신분자가 비신분자를 교사하여 존속살인죄를 범해도 모두 존속살인죄의 교사범 및 정범으로 처벌됩니다. 비신분자가 신분자를 교사하여 존속살인죄를 범해도 같은 결론입니다. 다만 과형에 있어서만 단서에 의하여 중한 형으로 벌하지 아니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통설에 의하면 갑은 존속살인죄의 교사범, 을은 보통살인죄의 정범으로 처벌됩니다. 소수설과 판례에 의하면 형법 제33조 본문에 의하여 갑은 형법존속살인죄의 교사범, 을은 존속살인죄의 정범에 해당하나 형법 제33조 단서에 의하여 을은 과형에 있어서만 보통살인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받게 되는 것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부진정신분범에 있어서 비신분자의 경우 통설은 형이 가중되지 않는 일반 범죄의 공범으로 처벌된다고 해석하고, 소수설과 판례는 비신분자도 신분자와 마찬가지로 부진정신분범의 공범에 해당하나 제33조 단서에 의해 과형에 있어서만 중한 형이 아닌 보통 범죄의 법정형으로 처벌된다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범과 신분의 문제에 있어서 형법 제33조 본문과 단서의 규정은 문언 그대로 쉽게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쉽게 이해하면 문리적 해석으로 통설은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의 해석을 신분이 없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는데 왜 그런지 이해가 될 것입니다.


소수설과 판례가 통설과 달리 이것을 신분으로 인해 형이 가중되는 존속살인죄와 같은 부진정신분범에도 적용되어 부진정신분범의 경우에도 신분 없는 사람도 이 본문에 의해 부진정신분범의 공범이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결국 구체적 타당성을 찾기 위한 목적론적 해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소수설도 단서에 의해 과형에 있어서는 형이 중하지 않는 보통살인죄로 처벌하는 것임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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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사랑

 

 


갑 주식회사에서는 생필품, 식품, 화장품 등을 주로 하여 약 700여 종의 물품을 다양한 업체로부터 구입하여 회원들에게 판매하였고 회원들의 상품선택에 별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한 사실, 일부 상품들의 가격이 동일 내지 유사 상품의 일반유통경로를 통한 시중가격 또는 다른 다단계판매업체의 판매가격과 비교하여 비슷하거나 저렴하기도 한 사실, 상품매매계약이 실질적으로 체결되었고 구매된 상품은 판매원들이 본사 등을 방문하여 직접 수령하거나 택배를 통하여 배송 받은 사실, 판매원들이 구매한 상품에 문제가 있는 경우 자유롭게 반품이 가능하도록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사실 등이 인정된다. 이상의 점을 종합하면 갑 주식회사와 회원들 사이에 실제로 상품의 거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되고, 이를 상품의 거래를 가장하거나 빙자하여 실제로는 상품의 거래 없이 금원의 수입만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판매대금을 초과하는 금원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의 자금조달행위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07.1.25. 선고 2006도7470 판결).


위 대법원판결은 상품의 거래가 매개된 자금의 수입이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에서 금하는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는지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7호 소정의 후원수당 중에서 ‘자신의 재화 등의 판매실적에 따른 후원수당’만을 지급받을 수 있고 하위판매원을 모집하여 후원활동을 하는 데 대한 후원수당이나 하위판매원들의 재화 등의 판매실적에 따른 후원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람이 위 법 소정의 다단계판매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은 제2조 제5호에서 “다단계판매라 함은 판매업자가 특정인에게 다음 각목의 활동을 하면 일정한 이익(다단계판매에 있어서 다단계판매원이 소비자에게 재화 등을 판매하여 얻는 소매이익과 다단계판매업자가 그 다단계판매원에게 지급하는 후원수당을 말한다)을 얻을 수 있다고 권유하여 판매원의 가입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다단계판매조직을 통하여 재화 등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면서 그 활동의 내용으로 ‘가. 당해 판매업자가 공급하는 재화 등을 소비자에게 판매할 것, 나. (가)목의 규정에 의한 소비자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당해 특정인의 하위판매원으로 가입하도록 하여 그 하위판매원이 당해 특정인의 활동과 같은 활동을 할 것’을 정하고 있고, 제2조 제7호에서 “후원수당이라 함은 판매수당·알선수수료·장려금·후원금 등 그 명칭 및 지급형태를 불문하고, 다단계판매업자가 다음 각목의 사항과 관련하여 다단계판매원에게 지급하는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고 하면서 그 경제적 이익이 지급되는 사항의 내용으로 ‘가. 다단계판매원에게 속하는 하위판매원들에 대한 조직관리 및 교육훈련실적, 나. 다단계판매원 자신의 재화 등의 판매실적이나 그 다단계판매원에게 속하는 하위판매원들의 재화 등의 판매실적’을 정하고 있으며, 제22조 제1항에서 “다단계판매업자는 다단계판매원 등록 또는 자격유지의 조건으로 과다한 재화 등의 구입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수준 이상의 부담을 지게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법 소정의 다단계판매원이 되기 위하여서는 소매이익과 후원수당을 모두 권유받아야 할 것인데, 만일 위 제2조 제7호 소정의 후원수당 중에서 ‘자신의 재화 등의 판매실적에 따른 후원수당’만을 지급받을 수 있고 하위판매원을 모집하여 후원활동을 하는 데 대한 후원수당이나 하위판매원들의 재화 등의 판매실적에 따른 후원수당을 지급받지 못한다면, 이러한 사람은 하위판매원을 가입시키더라도 그 판매에 의하여 이익을 얻는 것이 허용되지 않게 되는바 그러한 방식으로는 순차적ㆍ단계적으로 조직을 확장해가는 다단계판매가 성립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사람은 위 법 소정의 다단계판매원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3도4966 판결, 2006. 3. 9. 선고 2003도2433 판결 등 참조).

 

재물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서 그 대가가 일부 지급된 경우의 편취액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

 

재물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 있어서는 기망으로 인한 재물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써 피해자의 재산침해가 되어 이로써 곧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다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다 하여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그 영향이 없으므로 사기죄에 있어서 그 대가가 일부 지급된 경우에도 그 편취액은 피해자로부터 교부된 재물의 가치로부터 그 대가를 공제한 차액이 아니라 교부받은 재물 전부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74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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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사랑

 

 


인터넷 포털 사이트 내 오락채널 총괄팀장과 위 오락채널 내 만화사업의 운영 직원에게, 콘텐츠제공업체들이 게재하는 음란만화의 삭제를 요구할 조리상의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던 사건이다.


대법원은 이들에게 음란만화의 삭제를 요구할 조리상 의무가 있다고 하여, 구 전기통신기본법(2001. 1. 16. 법률 제63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8조의2 위반 방조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대법원 2006.4.28. 선고 2003도4128 판결, 전기통신기본법위반/ 인정된죄명:전기통신기본법위반방조). 


이 사건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유무선 전기통신사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갑 주식회사의 인터넷 포털서비스 사이트 내 오락채널을 총괄하는 팀장 을과, 위 오락채널 내 만화사업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직원 병은 위 사이트를 무료사이트에서 유료사이트로 전환하기 위하여 그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성인만화방을 개설하였다. 그리고 유료사이트 전환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영리의 목적으로 성인만화방 등을 비롯한 성인대상 채널을 중점적으로 관리하였다.


갑 주식회사는 콘텐츠 제공업체들과 사이에 위 성인만화방에 게재되는 만화 콘텐츠 이용자들로부터 그 이용료를 받아 그 수익금의 40-50%는 갑 주식회사가, 50-60%는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나누어 갖는 공동사업을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계약에 따르면,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위 성인만화방에 게재될 만화 콘텐츠의 수집, 가공, 개발, 입력, 갱신의 업무를 수행하고, 갑 주식회사는 위 인터넷 사이트 이용자들이 만화 콘텐츠에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시스템의 유지 관리 및 운영 업무를 수행하기로 하되, 각자의 분담 업무에 관하여 상호 협의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갑 주식회사의 담당직원들인 을과 병은 사전에 콘텐츠 제공업체들과 협의를 함으로써 위 성인만화방에 대체로 어떠한 내용의 콘텐츠가 게재될 것인가를 사전에 예상하였고 그 콘텐츠의 뷰잉(viewing)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등 게재의 편의를 적극적으로 도모하였으며, 사후에 콘텐츠의 실제 게재 여부 및 정상 서비스 여부에 관하여 확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만화 콘텐츠가 저장된 서버에 대한 시스템상 사용 및 보안권한 설정권을 보유하는 등 일반적 통제권한을 보유하여 콘텐츠의 내용을 실시간에 지속적으로 쉽게 검색·파악할 수 있었고, 이러한 것들이 을과 병의 주요 업무내용이었다.


갑 주식회사는 콘텐츠 제공업체들과 사이에 제공업체들은 콘텐츠에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내용의 정보를 담아서는 안 되며 이러한 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약정하였고, 병은 이러한 해지권을 근거로 실제 일부 만화들에 대하여 직접 삭제를 하거나 콘텐츠 제공업체에 요구하여 삭제하게 하였다.


병은 이 사건 만화들 중 일부가 게재된 것을 알았고, 을도 성인만화방에서 어떤 내용의 만화가 게재되어 제공되고 있는지 알았으며 직접 검색을 하여 문제가 되는 만화는 병에게 삭제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하였고, 음란성의 수위를 조절하도록 지시하면서도 이 사건 만화들은 안이하게 생각하여 방치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갑 주식회사의 담당직원인 을과 병은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위 성인만화방에 게재하는 만화 콘텐츠를 관리·감독할 권한과 능력을 갖고 있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음란만화들이 지속적으로 게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이상 이를 게재한 콘텐츠 제공업체들에게 그 삭제를 요구할 조리상의 의무가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을과 병에게는 위와 같은 작위의무가 인정되므로 구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2 위반 방조죄에 해당하게 된다.


이 사건에서 형법상 방조행위가 부작위에 의하여도 성립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또한 형법상 부작위범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에 관하여 대법원은 설시하고 있다.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의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작위에 의한 경우뿐만 아니라 부작위에 의하여도 성립되는 것이다(대법원 1984. 11. 27. 선고 84도1906 판결, 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도456 판결 등 참조).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그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라면, 작위에 의한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부작위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작위의무는 법령, 법률행위, 선행행위로 인한 경우는 물론, 기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에도 인정된다(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도2951 판결, 1997. 3. 14. 선고 96도1639 판결, 2003. 12. 12. 선고 2003도5207 판결, 2005. 7. 22. 선고 2005도3034 판결 등 참조).


한편 법률의 착오에 관한 형법 제16조의 규정 취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형법 제16조에서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도887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이 사건 만화들 중 ‘에로 2000’을 제외한 나머지 만화에 대하여 심의하여 음란성 등을 이유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판정하였을 뿐 더 나아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16조의4 제1항에 따라 시정요구를 하거나 청소년보호법 제8조 제4항에 따라 관계기관에 형사처벌 또는 행정처분을 요청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 위원회들이 시정요구나 형사처벌 등을 요청하지 아니하고 청소년유해매체물로만 판정하였다는 점이 곧 그러한 판정을 받은 만화가 음란하지 아니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나이, 학력, 경력, 직업, 지능 정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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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사랑

 

 


세상에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옛날 애인을 만나 로맨스에 빠져 보려던 가벼운 생각이 이처럼 계속해서 무서운 협박을 당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전혀 모르는 남자를 만나 성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것은 연애도 아니고 낭만도 아닌 고문이었다. 영숙은 남자의 성적 도구로 전락하였던 것이다. 가정을 파탄나고, 인생을 한 없는 나락 속으로 추락해 버렸다.


이 사건에서 과연 정수의 갑에 대한 간음행위가 강간죄에 해당하느냐가 쟁점으로 되었다.


원심판결은 영숙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영숙은 옛 애인으로 행세한 정수와 그 얼굴을 정확히 보지 못한 상태에서 1회 성관계를 가진 후 여전히 옛 애인으로 행세하는 정수로부터 전화로 ‘정수를 만나기 위하여 애를 업고 모텔로 들어가는 영숙의 모습과 정숙을 만났던 모텔 방호수를 사진으로 찍은 사람이 영숙과의 성관계를 요구한다’는 말을 듣는 등


마치 사진 찍은 자의 성관계 요구에 불응하면 사진이 영숙의 집으로 보내지고 옛 애인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남편과 가족들에게 알려질 듯한 태도에 협박받아 ‘사진 찍은 자’로도 행세하는 정수로부터 간음을 당하게 되었고,


그 외에는 정수로부터 별다른 폭행이나 협박을 받은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각 간음현장에서도 정수로부터 어떠한 폭행이나 협박을 당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협박은 영숙의 의사에 반하는 정도라고 볼 수는 있을지언정 영숙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결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정수의 협박내용이 혼인 외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취지의 것 이외에도 마치 ‘사진 찍은 자’가 수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다거나 그 성질을 건드리지 마라는 등 여러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점,


정수는 실제로 피해자의 가족이 출근이나 등교한 직후 아침시간대에 피해자와 어린 아들만 있는 영숙의 집까지 찾아가 수회에 걸쳐 영숙을 간음하였으며 때로는 영숙의 아들에게 영숙의 남편 휴대전화번호를 물어보거나 새벽에 영숙의 집에 전화하기까지 한 점,


정수는 수회에 걸쳐 영숙과 통화하거나 영숙을 간음하는 과정에서 정수의 1인 2역 행동에 쉽게 속아 넘어가 심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영숙의 심리상태를 교묘하게 간파하여, 상황과 필요에 따라 “때로는 ‘사진 찍은 자’로, 때로는 옛 애인으로” 행세하면서, 영숙이 성관계에 불응할 경우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거나 ‘사진 찍은 자’가 마치 자신의 폭력조직 부하들을 동원하여 피해자의 신체 등에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영숙을 협박하고 ‘사진 찍은 자’로 행세하면서 수회에 걸쳐 영숙을 간음하기에 이른 점,


한편 영숙으로서는 자신을 협박하고 있는 ‘사진 찍은 자’가 폭력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는 데다가 그 정확한 신원을 전혀 모르고 있는 관계에 있어 ‘사진 찍은 자’는 성관계를 폭로하더라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채 영숙만이 심각한 불이익을 당하게 될 상황에 처해 있고, 따라서 ‘사진 찍은 자’의 계속되는 협박에 영숙이 불응할 경우 언제든지 협박의 내용과 같은 성관계 폭로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위협을 더욱 크게 느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


이 사건 협박의 내용과 정도, 협박의 경위, 이 사건 ‘사진 찍은 자’와 영숙의 신분이나 사회적 지위, 영숙과의 관계, 영숙의 가족상황, 간음 당시와 그 후의 정황, 이 사건 협박이 영숙에게 미칠 수 있는 심리적 압박의 내용과 정도를 비롯하여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정수의 위와 같은 협박은 영숙을 단순히 외포시킨 정도를 넘어 적어도 영숙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므로, 강간죄가 성립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대판 2007. 1. 25. 2006도597). 


대법원은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가해자가 폭행을 수반함이 없이 오직 협박만을 수단으로 피해자를 간음 또는 추행한 경우에도 그 협박의 정도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면 강간죄가 성립하고, 협박과 간음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더라도 협박에 의하여 간음이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면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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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사랑

 

 


영숙이 정수를 만나기 위해 모텔로 들어가는 장면을 제3자인 병철이라는 사람이 몰래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가지고 그것을 근거로 영숙을 협박한다는 것이었다. 그 협박의 방법은 병철이라는 협박범이 직접 피해자인 영숙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정수라는 사람을 통하여 협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협박의 내용은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유부녀인 영숙이 혼외 정사를 한 사실을 알고 있는 병철이라는 사람이 정수를 통하여 영숙에게 성관계를 해달라고 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병철이라는 사람의 협박을 정수는 단지 영숙에게 전달해 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제는 병철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고, 정수가 그 병철이라는 사람처럼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정수라는 실제 인물이 영숙의 옛날 애인인 것처럼 속여 영숙을 불러내서 어두운 모텔방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그 후 정수는 자신이 마치 제3자인 병철로서 영숙의 모텔 출입사실을 사진으로 찍어 가지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영숙에게 성관계를 해주지 않으면 영숙의 약점을 폭로하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하였던 것이다.


그 협박내용은 ‘제3자인 병철이라는 사람이 영숙이 정수를 만나기 위하여 모텔로 들어가는 모습과 모텔 방호수를 사진으로 찍었다고 하면서 돈은 필요 없고 성관계를 요구한다’라는 것이었다. 이런 협박 때문에 영숙은 하는 수 없이 병철을 가장한 정수의 요구에 응해 간음을 당했다.


만일 병철의 성관계요구에 불응하면 병철이 찍어놓은 영숙의 불륜사실에 관한 사진을 영숙의 남편에게 보내져서 가정을 파탄낼 것처럼 협박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숙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간음을 당했다. 그리고 정수는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다고 하는 병철의 요구를 전달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영숙에게 전해주었다. 병철의 부하가 열명쯤 되는데 그 사람들에게 다 당하는 것보다 한 사람에게 당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 그 사람(병철)의 성질을 건드리지 마라, 나(정수)는 어차피 이민가면 그만이지만 여기에 남아 있는 너(영숙)는 계속 그 사진 찍은 사람(병철)에게 괴롭힘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영숙의 옛애인인 정수가 영숙이 나쁜 사람이 병철로부터 당하는 괴로움을 걱정하며 옆에서 도와주는 것처럼 꾸몄던 것이다. 그리고 정수는 사진 찍은 사람으로 행세하면서 영숙을 실제로 간음했다.


그리고 남편이 출근하고 혼자 있는 영숙에게 전화하여 ‘사진 찍은 자’의 거듭된 성관계 요구를 전달한다고 하면서 이에 불응하는 영숙에 대하여 ‘사진 찍은 자를 집으로 보내겠다’고 말하기도 하여, 결국 수회에 걸쳐 영숙의 집에 침입하면서까지 영숙을 간음하였다.


이와 같은 정수의 협박에 의하여 영숙은 옛 애인과의 혼전 성관계가 폭로될 것에 대한 압박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생면부지의 ‘사진 찍은 자’로 행세하는 정수와 성관계를 갖게 되었다.


그 후에도 사진의 존재는 물론 기왕의 성관계까지 모두 폭로되어 남편과 시댁에 알려지거나 가정이 파탄될 것이 두려워 계속되는 성관계 요구를 더욱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는 이러한 정수와의 성관계 사실이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알려지자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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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간죄(1)


                                                                   가을사랑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참 다양하다.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들여다 보면 사람이란 참 미묘한 존재이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머리는 기가 막히게 좋고, 피해를 당하는 사람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이 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우연히 만나 악연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은 정말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장난처럼 보여진다.


최근에 대법원판례에 나타난 사건을 보면, 한 여자가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 강간을 당하고, 가정이 파탄나고, 인생이 비참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을 살면서 무엇을 조심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강간죄란 무엇이고, 어떤 경우에 강간죄가 성립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영숙(가명)은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가정주부의 삶이란 단순하고 피곤하다. 늘 똑 같이 되풀이되는 일상의 삶 속에서 때로는 일탈하고 싶은 욕망이 샘솟기도 한다.


많은 가정주부들이 삶의 권태에서 벗어나려고 다른 남자들과 데이트도 하고,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고 있지만 대부분은 별탈없이 넘어간다. 그래서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일부 가정주부들도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남편 이외의 다른 남자와 만나 친구 겸 애인처럼 지냈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바람둥이 주부는 잘 피해 가는데 처음 하는 서툰 주부는 이상하게 말썽이 생긴다. 영숙은 결혼 전에 남자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와 헤어진 후 현재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고 평안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이 사건에서 정수(가명)라는 사람이 우연히 나타났다. 그러면서 정수는 영숙의 옛날 애인인 것처럼 행세하였다. 사건기록을 볼 수 없고, 단지 대법원 판결에 나타난 사실관계만을 가지고 보면 정수가 어떻게 영숙의 옛 애인인 것처럼 행세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약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실제 사건에서는 정수는 영숙에게 옛날 애인인 것처럼 행세하고 영숙을 모텔로 데리고 가서 어두운 방에서 1회 성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다.


결혼 해서 살고 있는 가정주부인 영숙에게 자신이 마치 옛날 애인인 것처럼 거짓말로 속여 모텔방으로 오라고 해서 얼굴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상태에서 육체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은 정말 드라마틱하다. 세상에는 이런 일이 가끔 일어난다. 일반 사람들의 사고로는 제대로 이해가 가지 않는 기묘한 일들이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정수는 영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병철(가명)이라는 사람이 사진을 찍었다고 하는 거짓말을 했다. 다시 말하면 영숙이 정수를 만나기 위해 모텔로 들어가는 모습과 모텔 방호수를 사진으로 찍어놓았다고 하면서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영숙과의 성관계를 요구한다고 말을 전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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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사랑

 

 


3. 위법성


범죄는 행위와 행위자에 대한 반가치판단으로 이루어지며, 행위판단이 구성요건적 불법이고, 책임은 행위자판단이다. 위법성에 대한 판단은 행위자가 아닌 행위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며 행위의 소극적 성질에 대한 것이고, 행위자의 인격에 대한 판단이 아니다. 위법성판단은 보편타당성, 또는 일반적 가치판단의 기준에 따른 객관적인 판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위법성판단의 대상은 행위불법과 결과불법이 포함되며 행위불법에는 의사방향에 대한 주관적 요소가 포함된다. 위법성판단에 있어서는 행위자가 무엇을 의욕하고 실현하였느냐가 문제된다.


책임판단에서는 행위의사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져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또 이것을 비난할 수 있는냐가 판단대상이 된다. 위법성의 평가방법에 대해서는 객관적 위법성론과 주관적 위법성론이 대립된다.


객관적 위법성론이 다수설로서 법규범은 간접적인 의미에서만 의사결정규범이며 위법성에 관하여는 평가규범일 뿐이고 위법성은 객관적인 평가규범에 대한 위반이라고 본다. 위법성조각사유를 인정하기 위한 주관적 측면을 주관적 정당화요소라고 한다.


통설은 위법성의 객관적 판단은 평가방법에 있어서의 객관성을 의미하루 뿐, 행위불법을 조각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정당화요소가 필요하다고 한다. 주관적 정당화요소를 결한 경우의 효과에 관하여 다수설은 불능미수범설로서 이러한 경우에는 결과반가치가 없기 때문에 불능미수의 규정이 유추적용되거나 불능미수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4. 책임


책임의 근거에 관하여는 도의적 책임론과 사회적 책임론이 대립되고 있다. 도의적 책임론은 자유의사를 가진 자가 자유의사에 의하여 위법한 행위를 하였으므로 행위자에게 도덕적 비난을 가하는 것이 책임이라고 본다. 형법이론에 있어서 고전학파(구파), 범죄론에 있어서 객관주의, 형벌이론에 있어서 응보형주의와 연결된다.


사회적 책임론은 인간의 자유의사를 부정하며, 책임의 근거는 행위자의 반사회적 성격에 있다고 본다. 근대학파(신파)와 주관주의, 목적형주의와 연결된다. 책임의 본질에 관하여는 심리적 책임론과 규범적 책임론이 대립되고 있다.


심리적 책임론은 책임을 결과에대한 행위자의 심리적 관계로 보고, 고의나 과실만 있으면 책임조건은 구비된다고 본다. 결과에 대한 행위자의 심리적 관계인 고의와 과실이 책임의 본질이라고 한다.


규범적 책임론은 책임을 심리적 사실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평가적 가치관계로 본다. 책임의 구성요소는 행위자의 감정세계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결과 사이의 심리적 결합이 아니라 행위자가 법에 따를 것이 요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에 위배하여 행위하였다는 환경의 평가에 있으며, 책임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불법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의미한다.


고의책임은 법위반을 인식하면서 법의 명령을 위반하였다는 점에서, 과실책임은 부주의로 사회생활의 요구를 침해하였다는 점에서 각각 행위자를 비난할 수 있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책임은 종래의 주관적 심리적 과정에서 객관적 가치판단으로 되었고, 비난가능성이 책임의 중심개념이 되었다. 책임개념은 책임능력, 위법성의 인식, 고의나 과실의 책임형심, 기대가능성(책임조각사유의 부존재)으로 이루어진다.


위법성인식의 체계적 지위에 관하여는 ① 고의설(엄격고의설, 제한적 고의설), ② 책임설(엄격책임설, 제한 책임설)이 대립되고 있다.


다수설인 제한적 책임설에 의하면, 위법성조각사유의 착오를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와 그 범위나 한계에 대한 착오로 나누어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는 법적 효과에 있어서 사실의 착오와 동일하다.


그러나 인정되는 위법성조각사유의 법적 한계와 인정되지 않는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착오는 금지착오에 해당한다고 본다.


금지착오에 있어서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의 처리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된다. ① 엄격책임설, ② 소극적 구성요건요소이론, ③ 제한적 책임설(구성요건적착오규정유추적용설, 법효과제한적 책임설)이 대립되고 있다.


다수설인 법효과제한적 책임설은 허용구성요건의 착오는 고의를 조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의책임과 고의형벌을 조각하여 법효과에 있어서 구성요건적 착오와 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기대가능성의 책임론에 있어서의 체계적 지위에 관하여 다수설은 기대가능성은 책임의 적극적인 요소가 아니라 책임능력과 책임조건이 존재하면 원칙적으로 책임이 인정되고 기대가능성이 없는 때에는 책임이 조각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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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체계론(1)


가을사랑


형법총론을 공부하는 초심자의 입장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범죄론의 전체적인 연결관계 부분이다. 범죄는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으로 구성되는데, 각 요건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내용들이 범죄성립요건인 세 가지 요건 어디에 해당하며, 전체적으로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통일적인 체계를 이루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이러한 범죄체계에 관한 개괄적인 핵심 포인트를 정리해 보기로 한다.


1. 의의


사회적 행위론에 의하면, 형법상 행위란 인간의 의사에 의하여 지배되거나 지배될 수 있는 사회적 의미 있는 인간의 행태라고 한다. 이러한 행위개념에는 작위와 부작위, 고의행위과 과실행위가 모두 포함된다.


범죄는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세 가지 범죄요건은 다시 여러 가지 요소들로 구성된다. 이와 같은 범죄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을 범죄성립요건 3 단계 중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에 관한 이론이 범죄체계론이다.


합일태적 범죄체계는 신고전적 범죄체계와 목적적 범죄체계를 절충하여 하나의 형태로 흡수한 이론으로서 오늘날 다수설의 입장이다. 고의와 과실은 불법의 기초가 되는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 본다. 불법은 결과불법과 행위불법으로 구성된다. 행위불법은 다른 형태의 고의에 의해 인적 불법이 된다.


위법성의 인식은 고의 과실과는 독립된 별개의 책임요소가 된다. 다만, 고의와 과실의 이중적 지위와 기능이 인정된다. 고의와 과실은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행위반가치의 판단대상이 되며, 책임요소로서 심정반가치의 판단대상이 된다.


2. 구성요건


구성요건에는 규범적 구성요건요소가 있다. 절도죄에 있어서의 ‘타인의 재물성’과 같은 것을 말한다. 구성요건해당성도 가치판단이며 법률판단이다. 주관적 불법요소는 모든 구성요건에 존재하며 고의와 과실도 주관적 불법요소로서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한다는 인적 불법론은 현재 통설이 되었다.


불법에는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가 포함되며 행위반가치에 있어서 고의는 불법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고 본다. 구성요건은 객관적 요소와 주관적 요소로 구성되며, 구성요건에 대한 판단은 규범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구성요건해당성은 불법유형으로서 위법성과 관련을 가지고 있는 가치판단의 문제가 된다. 구성요건해당성은 불법요소이나 그것만으로 불법이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위법성과 함께 불법을 형성한다. 구성요건의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는 고의, 목적, 내적 경향, 불법영득의사, 불법이득의사 등을 말한다.


불법의 개념은 결과반가치와 행위반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결과불법과 행위불법은 구성요건해당성과 관련되며, 이에 이해 무엇이 구성요건요소가 되는가가 결정된다. 통설은 이원적 인적 불법론의 입장이다.


불법은 법익의 침해 또는 위험을 뜻하는 결과반가치와 행위의 주관적 객관적 측면을 포섭하는 행위반가치를 동시에 고려하여야 하며 양자는 대등한 차원에서 병존하는 불법요소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고의의 체계적 지위에 관하여는 다수설은 고의의 이중적 지위와 기능을 인정하고 있다. 고의는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의 구성요건적 고의와 책임조건으로서의 책임고의로 나누어 고찰된다.


고의는 불법구성요건으로서는 객관적 행위상황에 대한 지적 의지적 실현으로서의 구성요건적 고의가 된다. 또한 고의는 책임조건으로서는 고의에 의하여 법질서에 반하여 의사결정을 잘못 했다는 책임고의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고의는 구성요건단계에서는 행위의사에 의하여 객관적인 구성요건요소를 실현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고의는 책임단계에서는 행위자가 왜 그러한 실현의사에 이르게 되었으며, 그러한 행위자의 의사결정이 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 심정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를 문제로 하는 것이다.


고의는 구성요건적 사실에 대한 인식으로 충분하며, 행위의 위법성까지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위법성은 구성요건의 내용이 아니라 구성요건을 내용으로 한다. 위법성의 인식은 고의의 구성요소가 아니라 고의와는 독립된 책임요소이다.


위법성의 인식이 없을 때에는 고의가 조각되는 것이 아니라 고의의 비난가능성이 문제될 뿐이다. 과실도 고의와 마찬가지로 구성요건요소이나 동시에 책임요소로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구성요건적 과실은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주의태만이 문제되며, 책임과실은 행위자의 개인적 능력에 따라 그가 객관적 주의의무를 다할 수 있었느냐를 문제삼는다. 과실범의 구성요건은 주의의무위반, 결과발생, 인과관계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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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적 가중범


                                                                     가을사랑

 

 


구성요건이론에서 고의와 과실이 따로 따로 논의된 이후에 문제되는 것이 결과적 가중범이다. 고의와 과실이 결합되어 하나의 범죄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결과적 가중범이다. 개별적인 범죄는 고의나 과실 하나를 요소로 해서 이루어진다. 살인죄와 상해죄는 고의범이고, 과실치사죄는 과실범이다.


그러나 상해치사죄는 결과적 가중범이다. 상해치사죄는 상해의 고의와 과실치사의 과실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두 개의 고의와 과실은 기본범죄와 중한 결과에 관한 것으로 단계적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결과적 가중범은 고의로 범하는 기본범죄의 실행에 의하여 의도하지 않았던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의도하지 않았던 중한 결과로 인해 행위자에 대한 형이 무겁게 가중된다.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결과적 가중범은 폭행치사죄, 상해치사죄, 낙태치사상죄, 유기치사상죄, 체포감금치사상죄, 강도치사상죄, 교통방해치사상죄 등이 있다. 결과적 가중범에는 진정결과적 가중범과 부진정결과적 가중범이 있다.


진정결과적 가중범이란 고의에 의한 기본범죄에 기하여 과실로 중한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를 말한다. 부진정결과적 가중범이란 중한 결과를 과실뿐 아니라 고의에 의하여 발생하게 한 경우에도 성립하는 경우를 말한다.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죄, 일수치사상죄, 교통방해치사상죄 등이 부진정결과적 가중범에 해당한다.


결과적 가중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중한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와 과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중한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는 합법칙적 조건설에 의해 인정 여부가 판단된다. 즉 행위가 시간적으로 뒤따르는 외계변화에 합법칙적으로 연결되어 구성요건적 결과가 실현되었다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인과관계가 인정된 다음 중한 결과를 행위자에게 객관적으로 귀속시키기 위하여는 지배가능성의 원칙과 위험실현의 원칙에 입각한 귀속기준이 충족되어야 한다.


또한 결과적 가중범이 성립하기 위한 중한 결과에 대한 과실은 예견의무와 결과방지의무를 내용으로 한다. 중한 결과에 대한 과실은 기본범죄를 실행할 시점에 이미 존재해야 한다. 결과적 가중범의 공동정범도 인정되고, 교사범과 종범 성립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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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요건적 착오


                                                                    가을사랑

 

 


형법에 있어서 착오의 문제는 구성요건적 착오와 위법성의 착오로 나누어 설명된다. 구성요건적 착오란 행위자가 주관적으로 인식한 범죄사실과 객관적으로 발생한 범죄사실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구성요건적 착오는 객체의 착오, 방법의착오, 인과관계의 착오로 구별된다. 착오가 구성요건의 요소 중 어떤 부분에서 일어났는가에 따른 구분이다.


또한 착오가 동일한 구성요건의 범위 안에서 발생했는가에 따라, 구체적 사실의 착오와 추상적 사실의 착오로 구별된다.


구성요건적 착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이론으로는 ① 구체적 부합설, ② 법정적 부합설, ③ 추상적 부합설이 대립되고 있으나, 현재 추상적 부합설은 학설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 부합설은 인식사실과 발생사실이 구체적으로 부합하여야 발생사실에 대한 고의기수책임을 인정한다. 구체적으로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는 인식사실의 미수와 발생사실의 과실을 인정한다.


 다만, 객체의 착오가 구체적 사실의 착오인 경우에는 동일한 구성요건의 범위 안에서 일어난 객체의 혼동으로서 동기착오에 불과하다고 보아 고의를 인정한다.


법정적 부합설은 구체적 사실의 착오에 있어서 발생사실에 대한 고의기수책임을 인정하고, 추상적 사실의 착오에 있어서는 인식사실미수와 발생사실과실을 인정한다.


인과관계의 착오란 행위자가 예견한 인과과정과 실제 발생한 인과과정 사이에 불일치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살인할 고의로 머리를 때려 실신하지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잘못 알고 증거를 인멸할 목적으로 강물에 던졌는데 사실은 강물에 빠져 익사한 경우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① 개괄적 고의이론은, 제1행위와 제1행위로 구별되는 행위의 복합체가 단일한 범죄적 의사경향에 의하여 포괄될 수 있으므로 발생결과에 대한 고의기수범을 인정한다. ② 인과관계적용이론은 행위자가 예견한 인과과정과 사실상 발생한 인과과정의 상위정도가 일반적 생활경험에 비추어 예견가능한 범위 안에 있고 그 행위에 대해 다른 평가를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 때 그러한 인과관계의 착오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므로 고의기수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③ 미수범설은 제1행위와 제2행위를 구별하여 제1행위의 미수범과 제2행위의 과실범의 실체적 경합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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