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관계


                                                                    가을사랑

 

 


형법총론을 공부하면서 시작되는 범죄론에서는 구성요건에 관해 연구하게 된다. 구성요건의 개념과 구성요건적 불법과 관련된 결과불법, 행위불법이론을 공부하게 된다. 그 다음 부작위범과 인과관계론을 공부하게 된다.


그 다음 구성요건적 고의와 사실의 착오, 과실, 결과적 가중범 등을 연구하게 된다. 따라서 구성요건이론을 제대로 이해해야 그 다음 단계인 위법성과 책임을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인과관계와 객관적 귀속을 살펴보기로 한다.


범죄행위에 의해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대개의 경우 결과가 발생해야 그 범죄는 기수에 이르게 된다. 결과발생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를 미수라고 한다. 범죄란 행위자의 의사에 의해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범죄자는 자신의 행위로 인해 어떠한 결과를 성취하려고 한다. 살인죄, 강간죄, 절도죄 등에서 보듯이 범죄인은 범죄의사로 살해행위, 강간행위, 절취행위를 실행한다. 그 범죄행위의 결과로 피해자가 살해되거나 정조를 유린 당하고, 재물을 도난 당하게 된다.


이때 범죄행위의 결과가 행위자의 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형법상 인과관계의 문제다. 인과관계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한다.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라 함은 행위의 외적 발생형태를 결정하는 상황을 말한다. 행위의 주체, 행위의 객체, 행위의 태양 및 결과발생 등이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한다.


살인죄의 경우에 살인행위의 주체인 자연인, 객체인 피해자, 칼로 찌르는 살해행위의 태양,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발생 등이 살인죄에 있어서 객관적인 구성요건을 구성하게 된다. 살해행위와 사망의 결과 사이에 존재하는 인과관계도 객관적 구성요건요소가 된다.


종래 형법에 있어서 인과관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학설이 대립되었다. 조건설, 원인설, 상당인과관계설, 중요설, 위험관계조건설, 목절설 등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합법칙적 조건설이 다수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합법칙적 조건설은 일상적 경험법칙으로서의 합법칙성이라는 개념으로 인과관계를 파악한다.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결과가 경험법칙에 따른 인과법칙에 비추어 볼 때 행위로 인해 발생했다고 할 수 있어야 된다는 이론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합법칙성은 행위시에 있어서 일반적인 지식수준에서 알려져 있는 법칙적 관계를 의미하게 된다. 또한 이와 같은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다음 단계로 객관적 귀속을 검토하게 된다.


개관적 귀속이론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결과를 행위자의 행위에 객관적으로 귀속시킬 수 있는가를 확정하는 이론이다. 이 문제는 규범적 영역에 속한다. 객관적 귀속의 기준에 관하여는 회피가능성이론과 위험실현이론이 있다.


일반적으로 객관적 귀속이 인정되려면, ① 결과가 객관적으로 예견 및 지배가능해야 하고, ② 행위자가 보호법익에 대한 허용되지 않는 위험을 창출 또는 증가시키고, ③ 허용되지 않는 위험이 결과로 나타나며, ④ 결과가 침해된 규범의 보호범위 안에서 발생하였을 것을 요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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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판례 해설

 

                                                                      가을사랑

 


자동차 명의수탁자의 절도죄 및 사기죄 성부


사건명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도4498판결

사기, 절도


사건의 개요


이 사건 매그너스 승용차는 피해자 갑이 구입한 것이고, 갑은 장애인의 면세혜택을 적용받기 위해 피고인의 어머니인 을의 명의를 빌려 등록을 하였다. 피고인은 자동차 등록명의자인 을의 딸로서 위 승용차를 열쇠공을 통해 문을 연 후 몰래 가지고 가서, 일주일 후에 피고인이 적법하게 처분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병 자동차매매상사 직원에게 매도하고 그 대금으로 700만원을 교부받았다. 검사는 피고인에 대하여 피해자 갑 소유의 자동차에 대한 절도죄와 피해자 병에 대한 자동차매매대금편취사실의 사기죄로 기소하였다. 원심은 위 사안에 대하여 절도죄 및 사기죄에 대하여 모두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검사가 상고를 하였다. 대법원은 절도죄는 유죄로 인정된다고 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고, 사기죄는 무죄라고 판단하면서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판결 이유


자동차에 관하여도 명의신탁관계가 인정될 수 있으며, 자동차 명의신탁관계에서 제3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승용차를 가져가 매도할 것을 허락받고 명의신탁자 몰래 가져간 경우, 위 제3자와 명의수탁자의 공모·가공에 의한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한다. 또한 부동산의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 준 경우, 명의신탁의 법리상 대외적으로 수탁자에게 그 부동산의 처분권한이 있는 것임이 분명하고, 제3자로서도 자기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이상 무슨 실질적인 재산상의 손해가 있을 리 없으므로 그 명의신탁 사실과 관련하여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있다거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어서 그 제3자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될 여지가 없다.


판례평석


1. 자동차의 명의신탁 인정 여부

 

자동차의 실질적인 소유자가 제3자 명의로 명의신탁을 해 놓은 경우 그 자동차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원심판결은 자동차관리법 제6조에 의하면, 자동차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하여야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그 등록이 없는 한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당사자의 대내적 관계에 있어서도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위 승용차는 피고인의 어머니인 을의 명의로 등록된 상태이었으므로 을의 소유였다고 할 것이고, 을은 피고인에게 승용차를 매도할 것을 승낙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가져간 행위는 소유자의 승낙에 의한 것으로서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동차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고 그와 같은 등록이 없는 한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당사자의 대내적 관계에 있어서도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당사자 사이에 그 소유권을 그 등록 명의자 아닌 자가 보유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그 등록 명의자 아닌 자가 소유권을 보유하게 된다고 보았다.


2. 자동차절도죄 성립 여부


자동차의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자동차를 몰래 가져간 경우 절도죄가 성립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과 을의 공모 가공에 의한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다시 말하면 자동차 명의신탁관계에서 제3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승용차를 가져가 매도할 것을 허락받고 인감증명 등을 교부받아 위 승용차를 명의신탁자 몰래 가져간 경우, 위 제3자와 명의수탁자의 공모·가공에 의한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3. 자동차처분행위와 사기죄 성립 여부


피고인은 피해자 병 자동차매매상사의 사무실에서 위와 같이 절취한 위 승용차를 마치 피고인이 적법하게 처분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여 이에 속은 위 회사의 직원에게 위 승용차를 매도하고 즉석에서 그 대금으로 7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원심판결은 이러한 사기죄의 공소사실에 대해서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부동산의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 준 경우, 명의신탁의 법리상 대외적으로 수탁자에게 그 부동산의 처분권한이 있는 것임이 분명하고, 제3자로서도 자기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이상 무슨 실질적인 재산상의 손해가 있을 리 없으므로 그 명의신탁 사실과 관련하여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있다거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어서 그 제3자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될 여지가 없고, 나아가 그 처분시 매도인(명의수탁자)의 소유라는 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역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으며, 이는 자동차의 명의수탁자가 처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라고 하였다.

 

한편, 피고인이 설령 명의수탁자인 을과 공모하여 절취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명의신탁관계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고, 따로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해지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종료될 것이며, 더욱이 명의신탁을 해지하더라도 그 등록이 말소, 이전되기 전까지는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가 유효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설령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경위로 이 사건 승용차를 가지고 왔고, 그것이 절도죄에 해당될 수 있으며, 나아가 피고인이 그와 같이 위 승용차를 처분하면서 위 승용차가 명의신탁된 것임을 고지하지 않고, 위 을의 소유라는 말을 하는 등으로 피고인이 대외적으로 적법하게 처분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여 매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매수인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맺은 말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담보로 제공한 차량이 그 자동차등록원부에 타인 명의로 등록되어 있는 이상 그 차량은 피고인의 소유는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승낙 없이 미리 소지하고 있던 위 차량의 보조키를 이용하여 이를 운전하여 간 행위가 권리행사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판 2005. 11. 10. 2005도6604). 자동차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하여야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위 차량은 그 등록명의자의 소유이고 피고인의 소유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당사자 사이에 그 소유권을 등록 명의자 아닌 자가 보유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내부관계에서 등록 명의자 아닌 자가 소유권을 보유하게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자동차 등에 있어서 등록명의와 다른 명의신탁관계를 인정한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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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법 제170조 제2항의 해석


                                                                     가을사랑



1. 사건 개요


공소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사건에서 대법원은 형법 제170조 제2항에 대한 해석을 명확하게 하였다. 형법 제170조 제2항서 말하는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자기나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관련조문을 전체적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이라고 보았다. 또한 이와 같은 해석방법은 법규정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법형성이나 법창조행위에 이른 것이라고는 할 수 없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금지되는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4.12.20. 94모32 전원합의체 결정(공소기각결정에대한재항고)]. 또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제1심의 공소기각결정과 그에 대한 원심의 항고기각결정을 모두 취소하고 사건을 제1심법원에 환송하였다.

 

2. 대법원결정 요지


[다수의견] 형법 제170조 제2항에서 말하는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이라 함은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자기의 소유에 속하든, 타인의 소유에 속하든 불문하고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하며, 제170조 제1항과 제2항의 관계로 보아서도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일반건조물 등) 중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것에 관하여는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제2항에서는 그중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것에 관하여 규정하고,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에 관하여는 소유의 귀속을 불문하고 그 대상으로 삼아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봄이 관련조문을 전체적,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일 것이고, 이렇게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법규정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법형성이나 법창조행위에 이른 것이라고는 할 수 없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금지되는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반대의견] 형법 제170조 제2항은 명백히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이라고 되어 있을 뿐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이라고는 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우리말의 보통의 표현방법으로는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이라는 말은 ‘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한꺼번에 수식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같은 규정이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아무런 제한이 따르지 않는 단순한,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3. 원심결정 이유


검사는 피고인이 1993.3.23. 16:00경 피해자들 소유의 사과나무 밭에서 바람이 세게 불어 그냥 담뱃불을 붙이기가 어렵자 마른 풀을 모아 놓고 성냥불을 켜 담배불을 붙인 뒤, 그 불이 완전히 소화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자리를 이탈한 과실로, 남은 불씨가 주변에 있는 마른 풀과 잔디에 옮겨 붙고, 계속하여 피해자들 소유의 사과나무에 옮겨 붙어 사과나무 217주 등 시가 671만원 상당을 소훼하였다는 것을 공소사실로, 형법 제170조 제2항 , 제167조를 적용법조로 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 법원은 형법 제170조 제2항은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일반물건)을 소훼한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고, 형법상 그러한 물건을 과실로 소훼한 경우에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규정이 없으므로 결국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진실하다고 하더라도 범죄가 될 만한 사실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소기각의 결정을 하였다.


제1심 법원의 결정에 대하여 검사가 즉시항고하자, 원심법원은 형법 제170조 제2항의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자기나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제167조에 개재한 물건'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특히 유추해석금지 또는 확장해석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즉시항고를 기각하여 제1심결정을 유지하고 있다.

 

4. 대법원의 입장


형법 제170조 제2항의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소훼하여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자'를‘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소훼하여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자'로 해석하여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소훼하여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자'를 제외함으로써 타인의 물건을 과실로 소훼하여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면, 우리 형법이 제166조에서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일반건조물 등을 방화한 경우(이 경우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함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일반건조물 등을 방화한 경우 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고, 제167조에서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일반물건을 소훼하여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를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물건에 대한 경우 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으며, 제170조에서 과실로 인하여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일반건조물 등)을 소훼한 경우에는 공공의 위험발생을 그 요건으로 하지 아니하고 있음에 반하여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을 소훼한 경우에는 공공의 위험발생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형법 제170조 제2항에서 말하는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이라 함은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자기의 소유에 속하든, 타인의 소유에 속하든 불문하고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며, 제170조 제1항과 제2항의 관계로 보아서도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일반건조물 등) 중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것에 관하여는 제1항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제2항에서는 그중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것에 관하여 규정하고,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에 관하여는 소유의 귀속을 불문하고 그 대상으로 삼아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봄이 관련조문을 전체적,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일 것이다. 이렇게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법규정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법형성이나 법창조 행위에 이른 것이라고는 할 수 없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금지되는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재항고를 받아들여 원심결정과 제1심 결정을 모두 취소하고, 사건을 제1심법원인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하기로 한다.

 

대법관 천경송, 대법관 정귀호, 대법관 박준서, 대법관 김형선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은 형법 제170조 제2항의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이라는 표현을, 먼저,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축약한 것으로 보고, 나아가 이를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이라는 수식어가 걸리지 아니하는, 다시 말하여, 자기나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은 문언해석으로부터 출발하여야 하고, 문언상 해석 가능한 의미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법창조 내지 새로운 입법행위 바로 그것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으며,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중요한 내용인 유추해석의 금지원칙상 쉽게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형법 제170조 제2항은 명백히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이라고 되어 있을 뿐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이라고는 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우리말의 보통의 표현방법으로는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이라는 말은 ‘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한꺼번에 수식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위 규정이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아무런 제한이 따르지 않는 단순한,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과실로 인하여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일반물건을 소훼하여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그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 할 수 있으나, 그 처벌의 필요성은 법의 개정을 통하여 이를 충족시켜야 할 것이고 법의 개정에 의하지 아니한 채 형법의 처벌규정을 우리말의 보통의 표현방법으로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것에 의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정신을 훼손할 염려가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다수의견에는 찬동할 수가 없는 것이다.


5. 해설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형벌법규를 해석함에 있어서 유추해석은 금지된다.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 그것과 유사한 성질을 가지는 사항에 관한 법률을 유추하여 적용하는 것을 유추해석(Analogie)이라고 한다.


죄형법정주의가 그 본래의 취지인 보장적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형벌법규는 입법자가 제정할 당시부터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형벌법규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이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권력기관의 자의가 개입되게 된다. 형법상 범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규정이 불명확한 경우에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가 가능하게 되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헌재결 1995. 9. 28. 93헌바50).


이처럼 형법이 그 구성요건과 법적인 결과를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성원칙(Bestimmtheitsgrundsatz)라고 한다. 아무리 형법규정을 명확하게 규정해 놓아도 해석과정에서 언어의 가능한 의미를 넘는 해석을 하게 되면 일반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형법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언어의 가능한 의미를 초월하는 형법해석은 법관에 의한 자유로운 법창조에 해당하며, 해석이 아니라 유추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형법해석은 어디까지나 해석의 범위에 국한되며, 해석의 범위를 넘는 것은 유추에 해당하고 해석이라고 할 수 없다. 이것은 헌법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해 놓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당연한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형법 제170조 제2항에서 말하는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이라 함은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자기의 소유에 속하든, 타인의 소유에 속하든 불문하고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수의견은 제170조 제1항과 제2항의 관계로 보아서도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일반건조물 등) 중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것에 관하여는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제2항에서는 그중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것에 관하여 규정하고,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에 관하여는 소유의 귀속을 불문하고 그 대상으로 삼아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봄이 관련조문을 전체적,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일 것이고, 이렇게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법규정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법형성이나 법창조행위에 이른 것이라고는 할 수 없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금지되는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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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작위범



                                                                     가을사랑

 

 



형법초심자의 입장에서 부작위범의 이해는 쉽지 않다. 존재론적으로 무(無, Nichts)에 지나지 않는 부작위(Unterlassung)라는 규범적 법적 개념으로 파악하여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논리적 과정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형법상 인간의 행위는 작위와 부작위로 나누어진다. 사회적 행위론에서는 행위를 의사에 의하여 지배되거나 지배될 수 있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간의 행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회적 중요성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행위를 법적 규범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행위론의 입장에서 볼 때 부작위는 작위와 마찬가지로, 법적 행위기대라는 규범적 가치판단요소에 의하여 사회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종래 인과적 행위론에서는 부작위는 작위와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무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거동성을 인정할 수 없어 거동성을 요소로 하는 행위개념에 포함시킬 수 없었다.


목적적 행위론은 부작위를 행위목표에 대한 수단이라고 보았으나 부작위에는 목적적 행위지배를 인정할 수 없어 상위개념인 행위개념에 부작위를 포함시키는데 난점이 있었다.


형법상 일부 범죄는 명령규범에 위반하는 것 자체를 처벌하고 있다. 퇴거불응죄, 다중불해산죄, 전시군수계약불이행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부작위범의 구성요건을 두고 있는 경우 진정부작위범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작위범의 형태로 규정되어 있는 구성요건을 부작위에 의해 실현하는 경우를 부진정부작위범이라고 한다. 형법상 대부분의 작위범 구성요건은 부작위에 의해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부작위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구성요건적 상황, ② 부작위, ③ 행위의 가능성 등이 있어야 한다. 구성요건적 상황이란 구체적인 작위의무의 내용을 인식할 수 있는 사실관계를 말한다.


부진정부작위범에 있어서의 구성요건적 상황이란 구성요건적 결과발생 내지 구성요건실현의 위험을 말한다. 진정부작위범에 있어서는 개별적인 구성요건에 구성요건적 상황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부작위가 있어야 하며, 행위자가 법이 요구하고 있는 행위를 객관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하는 개별적 행위능력이 있어야 한다.


작위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구성요건을 부작위에 의해 실현하는 부진정부작위범의 경우에는 부작위가 작위와 같이 평가될 것을 요한다. 이것을 부작위의 동가치성이라고 한다. 동가치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결과를 방지하지 않은 사람이 보증인이어야 한다. 즉 결과의 방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구성요건의 실행과 같이 평가될 수 있는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보증인지위의 체계적 지위에 관하여는 보증인설(구성요건설)이 통설이다. 보증인지위는 부진정부작위범의 구성요건요소가 되며, 보증인의무는 위법성의 요소라고 본다. 보증인지위에서 발생하는 작위의무는 법령, 계약, 조리, 선행행위에 의해 발생한다. 또한 부진정부작위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구성요건의 실현과 같이 평가될 것을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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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스의 봄


                                                                  가을사랑

 

 



캠퍼스의 봄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같은 봄이라도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직은 사회에 때 묻지 않은 순수가 봄바람에 어우러져 향기를 날리고 있었다.


비록 가진 것은 없어도 학생들은 젊음과 순수, 그리고 꿈을 가지고 있다. 낭만을 노래하면서 하늘을 바라볼 때 그들은 한껏 들뜨기도 하고, 철학적인 사고와 논리로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강의를 마치고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오늘 두 번째 강의를 했습니다.

지루한 법강의를 졸지 않고 열심히 들어주신데 대해 고맙게 생각합니다.


여러분! 

시작이 반입니다. 힘들어도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책을 읽으면 됩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자꾸 읽다보면 저절로 뜻이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아야 되는 것도 아닙니다. 제한된 시간을 가지고 똑 같은 조건에서 시험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오래 공부한 사람은 매너리즘에 빠져 더 불리할 수 있습니다. 짧은 기간, 2년 정도의 기간을 집중해서 몰두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머리 속을 단순하게 비우고 책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도록 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공부를 할 때 항상 key word를 생각해야 합니다. 쟁점이 있을 때 다수설과 판례의 결론을 한 줄로 정리해서 암기해야 합니다. 그게 필요한 지식입니다. 민법이고 형법이고, 헌법이고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학설이 열 개 있어도, 항상 다수설과 판례의 결론만 외우면 됩니다. 결론에 이르는 논리적 과정은 외우려고 하지 마십시오. 자꾸 읽으면 저절로 알게 됩니다. 빠른 속도로 책을 읽어 앞과 뒤가 연결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법적 사고능력입니다.


형법총론에 자신감을 가지면 사법시험 공부는 절반 가까이 다가간 것입니다. 공부할 때 각주에는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판례는 어떤 경우든지 간에, 특히 교과서에 인용할 정도면 그 결론을 잘 읽어두시기 바랍니다. 판례를 외우려고 하면 안 됩니다. 그냥 차분히 읽고 그 의미만 이해하면 됩니다.


학생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환경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어떠한 환경에 있어도 남과 비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건강하고, 대학에 다닐 수 있는 여건만으로도 여러분은 축복받은 입장입니다.


다만, 놀고 싶은 유혹을 자제할 수 있도록 인내하고, 의지를 강하게 하십시요. 2년만 고생하면 그 다음에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공부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재미를 붙이시기 바랍니다. 공부를 잘 하는 것이 자신의 달란트라고 생각하면 엔돌핀이 나옵니다. 법대에 들어온 이상 법을 공부해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입니까? 힘을 내십시요.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봄을 맞이하고 열심히 학문에 정열을 바치는 지금 이 시간이

여러분들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내 이메일을 보고 어느 학생이 즉시 답장을 보냈다. 서로가 느끼는 따뜻한 정이다. 그게 사람이 사는 사회라고 믿는다.


'오늘 처음 교수님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주시고 배려하시는 마음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독려해주시는 이메일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일로 치이다 보면 마음도 아프고 걱정도 클 때도 있지만 교수님 말씀대로 건강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만 해도 정말로 큰 축복을 받은 것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저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려는 생각은 아직 진지하게 하지 않고 있지만 교수님 말씀을 들으면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저는 교환학생에 지원해서 내일 면접을 보게 됩니다. 홀로 지내며 다른 세상을 보고 발전하고픈 욕심이 있어서요. 가능하다면 유럽에서 방학 때는 국제기구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등의 경험을 쌓고 돌아오고 싶습니다.  

이번 학기에 초등학생에게 세계문화유산에 대해 강의하는 자원봉사도 하게 되어 정말 만만치 않은 한학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전공 공부도 결코 게을리하지 않고 독하게 하리라는 다짐을 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교수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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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의 개념


                                                                    가을사랑

 

 


형법에서 범죄론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총론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구성요건, 위법성, 책임의 세 가지 요소로 되어 있는 범죄성립요건에 대해 철저한 이해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범죄론은 행위의 본질에 대한 행위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행위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구성요건과 위법성, 책임을 이해하는 입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구성요건까지는 쉽게 이해해도 그 다음 단계에서 위법성을 공부할 때 혼란에 빠지는 것은 위법성과 불법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불법에 대해 설명해 보기로 한다.


불법은 실체적 개념이다. 위법성이라는 용어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전체법질서에 위반된다는 성질을 의미함에 반하여, 불법은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한 행위를 가치키는 실체개념이다.


이러한 불법은 결과불법과 행위불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체로서의 불법은, ① 구성요건해당행위의 객관적 측면이 위법할 때의 실체부분을 의미하는 결과불법과, ② 구성요건해당행위의 주관적 측면이 위법할 때의 실체부분을 의미하는 행위불법으로 나뉘어진다.


불법이란 사람의 어떤 행위가 형법상 규정되어 있는 개별적인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할 때 그 행위 자체를 가리키는 용어다. 예를 들어 갑이 을을 칼로 찔러 사망하게 한 행위가 살인죄라는 형법 제250조 제1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이 인정될 때 갑의 행위를 불법이라고 한다. 살인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고, 별도의 위법성조각사유가 없는 경우 그 행위는 불법의 실체를 가지게 된다.


구성요건 가운데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실현시킨 행위로서 위법한 경우를 결과불법이라고 한다.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실현시킨 행위는 구성요건적 결과라고 한다. 이와 같은 구성요건적 결과에 위법성조각사유가 없으면 그것은 위법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며, 이를 결과불법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행위불법은 주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를 말한다. 구성요건적 고의 또는 구성요건적 과실이 인정될 때 주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결과불법은 불법의 객관적 측면을 의미하고, 행위불법은 주관적 측면을 의미한다.


결과불법에서 말하는 결과란 객관적 구성요건을 실현시킨 행위라는 뜻이며, 이는 인과관계에서 말하는 결과의 개념과는 구별된다. 인과관계에서의 결과란 시간적 공간적으로 나타난 외부적 변화를 말하며, 결과불법에서의 결과란 객관적 구성요건을 실현시킨 행위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행위불법에서 말하는 행위란 주관과 객관을 합한 전체적인 개념인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행위불법이라는 용어에서 사용하는 행위란 불법의 실질적인 내용이 구성요건적 고의 또는 과실과 같은 주관적 구성요건요소의 실현에 있다는 것과 그에 대한 위법성판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행위불법은 결국 주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를 가리킨다. 행위불법에서는 불법은 행위자의 목적적 조종활동에 있다고 한다. 행위의 결과 나타나는 결과란 우연에 불과하다고 보고 불법의 실질을 행위자의 목적적 조종활동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인적 불법론이라고 한다.


‘인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불법이란 사람만이 목적적 조종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에게만 고유하다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종래 결과불법은 인과적 행위론에서 주장되었다. 인과적 행위론의 입장에서는 객관적 구성요건을 위법하게 실현시킨 행위가 불법의 전부라고 보았다. 결과불법만이 불법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목적적 행위론에서는 구성요건적 고의 또는 과실을 가지고 위법한 행위에 나아가는 것이 불법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사회적 행위론에서는 결과불법과 행위불법 두 가지 요소가 모두 불법의 실질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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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의 범죄능력



                                                                    가을사랑



1. 법인에게 범죄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통설과 판례가 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정하고 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의무의 주체가 법인인 경우 그 법인의 대표기관이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판결이 있다. 대판 1984. 10. 10. 82도2595 이다.


2. 다수의견은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의무의 주체가 법인이 되는 경우라도 법인은 다만 사법상의 의무주체가 될 뿐 범죄능력이 없는 것이며 그 타인의 사무는 법인을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른 대표행위에 의하여 실현될 수 밖에 없어 그 대표기관은 마땅히 법인이 타인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의무내용 대로 사무를 처리할 임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법인이 처리할 의무를 지는 타인의 사무에 관하여는 법인이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그 법인을 대표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이 바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즉 배임죄의 주체가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법인은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인이 처리할 의무를 지는 타인의 사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법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연인인 대표이사가 배임죄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3. 이에 대해 대법원의 소수의견은 법인은 사법상의 의무주체가 될 뿐 범죄능력이 없다고 하나 바로 이 사법상의 의무주체가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것이므로 이것을 떠나서 배임죄는 성립할 수 없다할 것이고 법인의 대표기관은 법인이 타인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의무내용대로 사무를 처리할 임무가 있다는 그 임무는 법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임무이지 법인의 대표기관이 직접 타인에 대하여 지고 있는 임무는 아니므로 그 임무에 위배하였다 하여 이를 타인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소수의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므로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 또는 신분이 있는 자이다. 법령상 또는 계약상 또는 관습상 이와 같은 지위 또는 신분이 있는 자가 그 타인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신의성실의 의무에 위배하는 것이 곧 배임죄의 본질이므로 이와 같은 지위나 신분이 없는 자는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다시 바꾸어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배임죄는 법령이나 계약에 의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권한이 있는 자가 그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권한 즉 지위나 신분이 없으면 배임죄는 성립될 여지가 없다. 이 점이 배임죄의 구성요건상 특이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당원이 이와 같은 견해를 되풀이 하여 왔다.

 

다수의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의무의 주체가 법인이 되는 경우라도 법인은 다만 사법상의 의무주체가 될 뿐 범죄능력이 없는 것이며 그 타인의 사무는 법인을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른 대표행위에 의하여 실현될 수 밖에 없어 그 대표기관은 마땅히 법인이 타인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의무의 내용대로 사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다고 하나 그 입론의 근거가 박약함은 물론 배임죄의 본질에 크게 벗어나는 해석으로서 승복할 수가 없다.

 

우선 법인은 사법상의 의무주체가 될 뿐 법인은 범죄능력이 없다고 하나 바로 이 사법상의 의무주체가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것이므로 이것을 떠나서 배임죄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이며 다수의견이 이 점을 내세우면서도 어찌하여 사법상의 의무주체와 범죄주체를 따로 파악하려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법인에 범죄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대표행위를 하는 대표기관을 배임죄로 다스린다는 것은 의무 없는 자를, 따라서 임무위반행위가 없는 자를 처벌하는 것이 되어 죄없는 자를 처벌하자는 것과 같은 결론이 된다. 법인에 범죄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대표기관을 처벌한다는 것은 도시 그 입론의 근거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형벌법규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 엄계하여야 할 잘못을 범하는 것이 된다.

 

물론 다수의견이 법인을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은 마땅히 법인이 타인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의무내용대로 사무를 처리할 임무가 있다고 하는 입론이 법인격과 법인의 의사 및 행위능력 등에 비추어 대표기관에 그 책임을 돌리려는 이론구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이와 같은 해석은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확대왜곡하는 것이며 법인이 타인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의무내용대로 사무를 처리할 임무가 있다는 바로 그 임무는 다수의견의 표현 그대로 이는 법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임무이지 법인의 대표기관이 직접 타인에 대하여 지고 있는 임무는 아니므로 그 임무에 위배하였다고 하여 이를 타인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는 할 수 없다.

 

법률 특히 형벌법규는 엄격한 해석이 요청됨은 많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구성요건상 분명히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규정되어 있는 배임죄의 주체 즉 사법상의 의무주체가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도 그 책임을 법인의 대표기관에 돌리는 것은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확대해석하는 정도를 넘어 배임죄에 관한 형법규정을 왜곡하여 죄 없는 자를 처벌하는 결과가 된다.

 

법인의 배임행위에 대하여 그 법인에 범죄능력이 없다하여 반드시 누가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하여도 의문이 없을 수 없다. 법인에 범죄능력이 없으면 그것으로 그만이지 왜 꼭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형벌의 목적은 교정에 있는 것이며 응보가 그 목적은 아니다. 배임죄는 재산죄 중에서도 특히 사법질서를 다스리는데 그 입법목적이 있는 것이며 그 사법관계는 원칙적으로 사법질서에 따라 해결되는 것이 기본원리임을 간과할 수 없다. 요즈음 흔히 말하는 소위 민사의 형사화 현상은 우리 법조인이 다 같이 자성하여야 할 당면의 문제이며 이 점에서도 다수의견과 같은 해석은 피하여야 할 것으로 법의 궁극적 목적과 법의 궁극에 있는 이상을 되새겨 배임죄에 관한 종전 대법원 견해는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반대의견을 밝히는 것이다.


4. 법인의 범죄능력에 관하여 대판 1994. 2. 8. 93도1483 는 법인은 기관인 자연인을 통하여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인이 법인의 기관으로서 범죄행위를 한 경우에도 행위자인 자연인이 범죄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고, 다만 법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만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률효과가 귀속되는 법인에 대하여도 벌금형을 과할 수 있을 뿐이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이 회사의 기관으로서 외국환관리법 제30조 제1항 제4호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당해 행위로 인한 대가로 수수료를 받았다면 수수료에 대한 권리가 회사에게 귀속된다고 하더라도 행위자인 피고인으로부터 수수료로 받은 외국환 등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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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추해석금지원칙


                                                          가을사랑

 

 


1. 대법원판결 요지


가.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죄와 형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하고, 이로부터 파생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은 성문의 규정은 엄격히 해석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성문규정이 표현하는 본래의 의미와 다른 내용으로 유추해석함을 금지하고 있다.

 

나. 형법 제38조 제1항 제1호는 경합범 중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인 때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경합범 중 가장 중한 죄의 소정형에서 무기징역형을 선택한 이상 무기징역형으로만 처벌하고 따로이 경합범가중을 하거나 가장 중한 죄가 누범이라 하여 누범가중을 할 수 없음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 위와 같이 무기징역형을 선택한 후형법 제56조 제6호의 규정에 의하여 작량감경을 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55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7년 이상의 징역으로 감형되는 한편, 같은 법 제42조의 규정에 의하여 유기징역형의 상한은 15년이므로 15년을 초과한 징역형을 선고할 수 없다.

 

다. 수형자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켜 그 자유를 박탈하는 종신자유형인 무기징역형은 유기징역형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 양형의 조건에 비추어 무기징역형에 처하는 것이 과중하다고 인정되고 작량감경의 사유가 있다면 작량감경한 형기 범위 내에서 형을 선고하여야지 작량감경한 형이 가볍게 느껴진다고 하여 과중한 무기징역형을 선고할 수는 없는 것이며, 만일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면 이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한 경우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대법원 1992.10.13. 선고 92도1428 전원합의체 판결, 강도치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

 

[반대의견]

 

① 피고인이 법정형으로 사형과 무기징역형 밖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중죄인 강도치사죄를 범하고 법원이 그 법정형 중 유기징역형보다 훨씬 무거운 무기징역형을 선택한 후 그 무기징역형 자체가 너무 무겁다고 인정되어 유기징역으로 작량감경을 하였을 때에는, 강도치사죄를 범하지 않고 유기징역형이 선택형으로 법정되어 있는 더 가벼운 죄를 범하여 법원이 그 중 유기징역형을 선택한 경우보다 아주 낮게 징역 15년 이하라는 상한범위 내에서 형을 양정할 수밖에 없어 현저히 균형에 어긋나므로, 전자의 경우에도 징역 15년을 넘는 처단형을 정할 수 있다.

 

② 무기징역형을 감경하는 경우 원칙적으로는 형법 제42조 본문 후단에 따라 그 상한을 15년으로 보되, 감경 대상이 되는 무기징역이 실질적으로는 가중된 의미를 갖는 무기징역일 때에는 형법 제42조 단서에 따라 그 상한은 징역 25년의 범위 내에서 가중되는 내용에 상응하는 범위의 징역형기가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③ 경합범인 강도치사죄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 중 전자에 대하여는 소정형 중 무기징역형을, 후자에 대하여는 소정형 중 유기징역형을 각 선택하고, 경합범 처벌례에 따라 유기징역을 무기징역에 흡수시킨 후 작량감경을 한 경우, 다수의견과 같이 징역 15년 이하의 유기징역밖에 선고할 수 없다고 한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이기는 하나, 만약 다수의견대로라면, 법정형이 이보다 낮고 그 상한이 각 15년의 유기징역형인 범죄를 경합범가중한 경우의 상한과 비교하여 현저하게 균형을 잃는다고 생각할 경우, 즉 징역 15년의 형은 가볍고 무기징역형은 무거운 사안에서 사실심법원으로 하여금 무기징역형의 작량감경을 주저하게 만드는 불합리가 있어 실질적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생김을 부인할 수 없다.

 

④ 형법이 유기징역의 상한을 형의 가중이라는 형식을 거쳐 실질적으로 25년까지 확장하고 있는 점, 무기징역은 종신형이므로 일정한 기간만 징역에 처하는 유기징역에 비하여 현격한 차이가 있는 점에 비추어 무기징역형을 작량감경하고 난 후의 유기징역형의 상한을 징역 25년까지로 확장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감경된 형과 감경되지 아니한 무기징역 사이에도 역시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렇게 보는 것이 우리의 법률감정에도 부합한다.


2. 판례해설


(1) 대법원은 위 전원합의체판결에서 ① 죄형법정주의와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의 의의에 관하여 명시하고 있다. ② 무기징역형을 작량감경하는 경우 경합범가중사유나 누범가중사유가 있다 하여 15년을 넘는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③ 무기징역형에 처하는 것이 과중하다고 인정되고 작량감경사유가 있는 경우 작량감경한 형이 가볍게 느껴진다고 하여 과중한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의 당부에 관하여 부당하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2) 원심은,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 가운데 강도치사의 소정형 중 무기징역형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의 소정형 중 유기징역형을 각 선택하고, 피고인 갑의 특가법위반죄에 대하여는 누범가중을 한 다음, 피고인들의 위 각 범행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이므로 형법 제38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피고인들을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하여야 할 것이나 피고인들에게는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하여 작량감경을 한 후 피고인들을 각 징역 20년에 처하면서, 그 근거로서,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들의 특가법위반죄와 강도치사죄가 경합범관계에 있고 한편 피고인 갑의 특가법위반죄가 누범인 경우, 특가법위반죄의 소정형 중 유기징역형을 선택하고 강도치사죄의 소정형에 유기징역형이 있다고 가정하여 유기징역형을 선택하였다면, 누범가중 또는 경합범가중을 하여 피고인 박현수에 대하여는 징역 25년(누범가중),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하여는 징역 22년 6월(경합범가중)의 상한범위 내에서 형을 양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와의 균형상 이 사건에서도 위 유기징역형을 가중하는 경우의 처단례에 따르는 것이 상당하다고 설시하고 있다.

 

(3) 그러나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죄와 형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하고, 이로부터 파생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은 성문의 규정은 엄격히 해석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성문규정이 표현하는 본래의 의미와 다른 내용으로 유추해석함을 금지하고 있다.

 

형법 제38조 제1항 제1호는 경합범 중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인 때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 경합범인 특가법위반죄와 강도치사죄 중 가장 중한 강도치사죄의 소정형에서 무기징역형을 선택한 이상 무기징역형으로만 처벌하고 따로이 특가법위반죄와 경합가중을 하거나 특가법위반죄가 누범이라 하여 누범가중을 할 수 없음은 더 말할 나위도 없는바, 위와 같이 무기징역형을 선택한 후 형법 제56조 제6호의 규정에 의하여 작량감경을 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55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7년 이상의 징역으로 감형되는 한편, 같은 법 제42조의 규정에 의하여 유기징역형의 상한은 15년이므로 15년을 초과한 징역형을 선고할 수 없는 것이다.

 

원심은 강도치사죄의 소정형 중 유기징역형이 있다고 가정하여 유기징역형을 선택하였다면 누범가중 또는 경합범가중을 하여 징역 25년 또는 징역 22년 6월의 상한범위 내에서 형을 양정할 수 있어 이러한 경우와의 균형상 이 사건에서도 유기징역형을 가중하는 경우의 처단례에 따르는 것이 상당하다는 것이나, 이는 유기징역형을 가중하는 경우의 처단례를 유추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징역 15년을 초과하는 처단형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 아니라, 이 사건에서 강도치사죄의 처단형 상한이 징역 15년으로 된 것은 무기징역형을 선택한 후 작량감경한 결과이므로 원심설시와 같이 유기징역형이 있다고 가정하여 유기징역형을 선택한 경우에도 작량감경을 하게 되면 그 처단형의 상한이 징역 12년 6월 또는 11년 3월이 되어 이 사건의 경우와 균형이 어긋난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반대의견은 강도치사죄에서 선택한 무기징역형을 감경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그 상한을 징역 15년으로 보되 감경대상이 되는 무기징역형이 실질적으로 가중된 의미를 갖는 무기징역형일 때에는형법 제42조 단서에 따라 그 상한은 징역 25년의 범위 내에서 가중되는 내용에 상응한 범위의 징역 형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나, 이 또한 위에서 본 형법 제38조 제1항 제1호, 제55조 제1항 제2호 및 제42조의 각 규정 문언이 표현하는 본래의 의미의 한계를 벗어나는 해석으로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에 다름 아니므로 찬성할 수 없다.

 

또 반대의견은 이 사건에서 무기징역형을 선택하여 작량감경을 함으로써 징역 15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이 사건과 같이 징역 15년의 형은 가볍고 무기징역형은 무거운 사안에서 사실심법원으로 하여금 무기징역형의 작량감경을 주저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형자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켜 그 자유를 박탈하는 종신자유형인 무기징역형은 유기징역형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 양형의 조건에 비추어 무기징역형에 처하는 것이 과중하다고 인정되고 작량감경의 사유가 있다면 작량감경한 형기 범위 내에서 형을 선고하여야지 작량감경한 형이 가볍게 느껴진다고 하여 과중한 무기징역형을 선고할 수는 없는 것이며, 만일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면 이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한 경우에 해당하여 위법한 것이다. 사실심법원이 이러한 위법한 형의 양정을 할 것을 전제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여부를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4) 대법원의 소수반대의견

 

첫째로, 양형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만약 피고인들이 이 사건에서 강도치사죄를 범하지 않고 (상한이 15년인) 유기징역형이 선택형으로 법정되어 있는 더 가벼운 죄를 범하여 법원이 그중 유기징역형을 선택하였다면, 원심이 설시한 각 상한범위 내에서 형을 양정할 수 있었음에 반하여, 법정형으로 사형과 무기징역형밖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중죄인 강도치사죄를 범하고 법원이 그 법정형 중 유기징역형 보다 훨씬 무거운 무기징역형을 선택한 후 그 무기징역형 자체가 너무 무겁다고 인정되어 유기징역으로 작량감경을 하였을 때에는 위 경우보다 아주 낮게 징역 15년 이하라는 상한범위 내에서 형을 양정할 수밖에 없는바, 그렇다면 이는 전자와 비교하여 볼 때 현저히 균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둘째로, 무기징역형을 감경하는 경우 원칙적으로는 형법 제42조 본문 후단에 따라 그 상한을 15년으로 보되, 감경대상이 되는 무기징역이 실질적으로는 가중된 의미를 갖는 무기징역일 때에는 형법 제42조 단서에 따라 그 상한은 징역 25년의 범위 내에서 가중되는 내용에 상응하는 범위의 징역 형기가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이 사건 강도치사죄의 법정형 중 무기징역형을 선택한 후 특가법위반죄의 법정형 중 유기징역형을 선택하여 (피고인 갑에 대하여는 이에 누범가중을 한 다음) 경합범가중을 하면 형법 제38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인 무기징역으로 처벌하게 되고 유기징역은 위 무기징역에 흡수되는바, 위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이 사안에 비추어 너무 무거워서 작량감경을 하게 되면, 위 유기징역형을 흡수한 무기징역은 실질적으로는 가중된 내용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감경된 징역의 상한은, 적어도 강도치사죄의 법정형인 무기징역을 감경했을 때의 상한인 징역 15년과 특가법위반죄의 감경된 상한인 징역 7년 6월 (피고인 갑에 대하여는 징역 12년 6월)의 형기를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가중한 징역 22년 6월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의 판단은 이러한 취지에 따라 형법 제42조와 제55조 제1항 제2호를 조화롭게 해석하면서 형의 선택 폭을 넓혀 적정한 형의 양정을 기하려는 것으로서 옳다고 하겠다.

 

셋째로, 다수의견에 따르는 것이 반드시 피고인에게 유리하다고만 할 수 없고, 오히려 피고인에게 불리할 경우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사건 원심과 같이 강도치사죄의 법정형 중 무기징역형을, 특가법위반죄의 소정형 중 유기징역형을 각각 선택하고, 경합범처벌례에 따라 유기징역을 무기징역에 흡수시킨 후, 작량감경을 한 경우, 다수의견과 같이 징역 15년 이하의 유기징역밖에 선고할 수 없다고 한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이기는 하나, 만약 다수의견대로라면, 법정형이 이보다 낮고 그 상한이 각각 15년의 유기징역형인 범죄를 경합범 가중한 경우의 상한과 이 사건과 같은 경우의 상한이 현저하게 균형을 잃는다고 생각할 경우 즉, 이 사건 피고인들에 대하여서와 같이 징역 15년의 형은 가볍고 무기징역형은 무거운 사안에서, 사실심법원으로 하여금 무기징역형의 작량감경을 주저하게 만드는 불합리가 있는바, 그렇다면 다수의견에 따를 경우 실질적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생김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넷째로, 원심의 위 판단에 대하여, ‘이와 같이 선고할 수 있는 형의 상한이 제한되는 것은 작량감경을 하였기 때문이므로, 이렇게 무기징역형을 작량감경한 경우와 유기징역형이 (누범 또는 경합범) 가중되었지만 작량감경을 하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여 전자의 형의 상한이 너무 가벼워 균형이 맞지 아니한다고 탓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거나, 또는 원심의 설시와 같이 유기징역형이 있다고 가정하여 유기징역형을 선택한 후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그 처단형의 상한이 징역 12년 6월 또는 11년 3월로 되니 양자의 균형이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작량감경은 사안의 내용과 법정형의 경중을 교량하여 형의 양정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이를 행하는 것인바, 원심이 무기징역형을 감경한 이유는 단지 무기징역형 자체가 너무 무겁다는 데 있을 뿐이고, 만약 형기가 가중된 범위에서 유기징역형으로만 처단할 수 있었다면 굳이 그 형기를 작량감경하려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다섯째로, 우리 형법은 유기징역의 상한을 형의 가중이라는 형식을 거쳐 실질적으로 25년까지 확장하고 있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기징역은 종신형이므로 일정한 기간만 징역에 처하는 유기징역에 비하여 현격한 차이가 있음은 다수의견도 시인하고 있는바, 무기징역형을 작량감경하고 난 후의 유기징역형의 상한을 위에서 전개한 논리에 따라 징역 25년까지로 확장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감경된 형과 감경되지 아니한 무기징역 사이에도 역시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렇게 보는 것이 우리의 법률감정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소론과 같은 작량감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상고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할 것이라고 본다.


(5) 이 사건에서 쟁점은 법정형 중 무기징역형을 선택한 다음에 작량감경을 하는 경우에 징역 15년을 초과하는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느냐 하는 데 있다. 다수의견은 부정설이다. 형법 제55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무기징역형을 감경하는 경우에는 7년 이상의 징역이 된다. 또한 형법 제42조의 규정에 의하면 유기징역형의 상한선은 15년이다. 따라서 무기징역형을 감경하게 되면, 처단형은 7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이 된다. 다른 사유로 이를 초과하는 형을 정할 수 없다는 것이 다수의견의 결론이다.


이에 대해 소수의견은 강도치사죄에서 무기징역형을 선택한 후 작량감경하는 경우에는 감경 대상이 되는 무기징역형이 실질적으로 는 가중된 의미를 갖는 무기징역일 때에는 형법 제42조 단서의 따라 그 상한을 징역 25년의 범위 내에서 가중되는 내용에 상응하는 범위의 징역형기가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다.


다수의견은 소수의견처럼 해석하는 것은 이 사건에서 유기징역형을 가중하는 경우의 처단례를 유추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결과가 되어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수의견처럼 해석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38조 제1항 제1호, 제55조 제1항 제2호, 제42조 각 규정의 문언이 표현하는 본래의 의미의 한계를 벗어나는 해석으로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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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법성의 본질


                                                                    가을사랑

 

 


형법에서 위법성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초심자로서는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다. 위법하다는 것은, 법에 위반된다는 뜻이다. 이때 법이란 형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형법을 포함한 전체 법을 말한다.


총체적인 의미의 법, 즉 전체 법질서에 위반되다는 개념이 형법에서 사용하고 있는 위법성이라는 용어의 의미다. 따라서 위법성은 '형법위반성‘으로 이해할 수 없다. ’법질서 전체‘에 대한 위반성을 의미한다.


형법상 범죄성립요건은 사람의 어떤 행위가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개별적인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전체 법질서에 위반되며, 행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


이처럼 구체적인 사람의 행위가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을 가져야 비로소 범죄가 성립되며, 범죄로 인정되고 그에 대해 형벌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인간의 행위이어야 한다.


따라서 행위론은 구성요건 전단계에서 형법상 평가대상으로서 의미 있는 인간의 행위의 본질에 관하여 연구하는 이론체계를 말한다. 인과적 행위론, 목적적 행위론, 사회적 행위론 등이 있으나, 대체로 사회적 행위론에 의해 행위를 설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적 행위론에 의해 범죄론체계를 설명하고 있는 입장이 합일태적 범죄론체계라고 할 수 있다. 합일태적 범죄론체계는 인과적 행위론과 목적적 행위론의 범죄론체계를 중첩적으로 구성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과적 행위론에서는 객관적 구성요건을 위법하게 실현시키는 행위가 불법의 전부라고 본다. 이에 대해 목적적 행위론에서는 외부세계에서 실현된 결과는 우연에 불과하며 고의를 가지고 위법한 행위에 나아가는 것 자체에 불법의 실질이 있다고 본다. 사회적 행위론에서는 이 두 견해를 종합하여 불법은 결과불법과 행위불법으로 구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윅라 법질서 전체에 반하는 성질을 위법성이라고 한다. 형법에 있어서 위법성은 그 자체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범죄유형적 위법성만이 문제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유형적 위법성은 구성요건해당성에 의해 징표되고 있다.


어떠한 행위가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는 범죄유형으로서 형법에 의해 이미 평가된 상태로서 위법성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위법성이 추정되는 구성요건해당행위도 종국적으로 전체 법질서의 가치평가에 의해 실질적인 불법에 해당하는가 여부는 위법성단계에서 판단된다. 다만, 위법성 판단방법은 구성요건해당성을 갖는 행위는 일단 위법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만일 그러한 구성요건해당행위가 어떠한 위법성을 조각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면 위법하지 않다는 소극적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위법한 것이나, 예외적으로 그 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면 위법하지 않다는 법적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위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별도로 위법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유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성질 자체가 곧 위법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고, 예외적인 위법성조각사유의 유무만을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위법성의 본질에 관하여는 형식적 위법성론과 실질적 위법성론이 대립되고 있다. 형식적 위법성론은 위법성의 본질을 법규범에 규정된 작위 또는 부작위의무의 침해에 있다고 본다. 실질적 위법성론은 위법성의 본질을 권리의 침해, 법익의 침해, 공서양속위반 등으로 본다.


또한 위법성을 어떤 방법으로 평가할 것인가에 관하여도 객관적 위법성론과 주관적 위법성론이 대립되고 있다. 객관적 위법성론은 법규범은 행위의 위법성을 측정하는 평가규범이며, 인간의 행위를 사회질서의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평가규범이다. 그리고 위법성은 객관적인 평가규범에 대한 위반이라고 본다.


주관적 위법성론은 법규범의 명령을 받을 수 있는 사람만이 수명자가 되고, 수명자의 행위만 법적인 의미에서의 행위이며 평가의 객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위법성은 단순한 객관적 평가규범에 대한 위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의사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규범에 대한 위반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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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메시지

 

                                                                   가을사랑

 

 

'봄학기 강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강의를 듣는 학생이나 하는 교수나 모두 열심히 해야 한다. 교수는 인생 선배로서, 학문을 먼저 했던 입장에서 학생들을 잘 안내해야 한다. 그래서 두번째 이메일을 보냈다.'

 

형법총론 수강생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다음 주 월요일 강의시간에는 교재 25쪽 유추해석금지원칙에서부터 교재 100쪽 행위의 주체[법인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강의할 예정입니다.


원래 신학기 초에는 모든 것이 어수선해서 정신집중이 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봄기운에 들뜨게 되는 것도 인지상정이고요.


그러나 공부는 그야말로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남보다 잘 할 수 있고, 목표를 달성해 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놀 때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내서 책을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 이해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우선 정신을 집중해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스스로 확인을 해 보십시오. 정신집중이 되는지 아닌지, 집중이 되지 않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바람을 쐬십시오. 정신이 집중된다는 것은 주위에서 작은 소리만 나도 신경이 거슬릴 정도를 의미합니다.


가급적 수업시간 전에 미리 한번이라도 읽어보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교수가 설명하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그게 효과적인 공부방법입니다.


여러분들은 현재 매우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 편입니다. 더 못한 환경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대로 우선 헌민형 기본서를 한번 열심히 읽고, 각자의 해오던 방식대로 진도를 맞춰서 시험공부를 하기 바랍니다. 법공부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열심히 읽고 이해하기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수리탐구나 논술시험이 아닙니다. 사회과목이란 많이 읽고 외우면 되는 것입니다. 너무 기교적인 문제에 집착하지 말고 기본서를 많이 읽고 문제집을 많이 풀고, 판례도 많이 읽어 기본실력을 탄탄하게 쌓아야 합니다. 그래야 한번 떨어져도 곧 바로 붙을 실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형법을 결코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아주 쉬운 과목입니다. 이번 학기에 형법총론을 완전히 소화시키시기 바랍니다. 함께 열심히 노력하는 강의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을 시험합격 후로 미루시기 바랍니다. 낭만적인 분위기에 빠지고 싶은 유혹도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먼 훗날 여러분들이 힘들게 도서관에 앉아 책을 보고 하나씩 익혀 나갔던 시절이 가장 아름다운 추억의 낭만으로 간직될 날이 있을 것입니다.


환경이 어려운 분들도 결코 좌절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려운 환경은 지금은 고통스럽더라도 그 사람을 더욱 맑게 하고 높여주기 위한 시련과 연단의 시간입니다. 돈많고 편한 환경에서는 공부를 잘 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가난하고 춥고 배고픈 시간에 다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던 사람들이 사회를 움직여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것이 참된 보람일 것입니다. 부모님들의 도움으로 편하게 지내고 잘 사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보람을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남을 원망하지 말고, 가급적 불평을 하지 말고, 모든 것은 자신의 운명이요, 자신이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성공합니다. 분명히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습니다. 힘을 내십시오.


변덕스러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 주 월요일 오후 3시에 404호 강의실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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