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범죄


가을사랑



최근에 고위 공직자들이 관련된 사건으로 사회가 매우 어수선하다. 신정아 교수의 허위학력의혹사건으로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조사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자리는 매우 중요하며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 자리에 있는 고위 공직자가 사건 때문에 사표를 내고 민간인의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은 매우 안쓰럽고 초라해 보인다.


신정아 교수 역시 젊은 나이에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물의를 일으켜 연일 신문에 이름이 장식되고 공항에서 입국하면서 수사관에 의해 검찰청으로 막 바로 동행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구속영장이 일차로 기각은 되었지만 지친 몸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누워있는 상태에서 옮겨지는 모습이 TV에 비춰지고 있다. 또 다시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하니 얼마나 불안하고 고통스럽겠는가? 신정아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어 커다란 파문이 일고 있다. 그만큼 사회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증거다.


한편 부산에서는 정윤재(44세)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한다. 검찰에 의하면 정윤재 씨는 2006년 8월 부산의 건설업자인 김상진(42세, 구속) 씨에게 정상곤(53세)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과의 만남을 주선해준 대가로 청와대 비서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6년 말과 2007년 2월 각각 1000만원씩 합계 2000만원을 받은 알선수재죄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알선수재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에 규정되어 있다. 특가법 제3조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13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알선수뢰죄와는 다르다. 형법상의 알선수뢰죄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공무원만이 범할 수 있는 신분범이다.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사항이 아닌 다른 공무원의 직무사항에 관하여 청탁하면서 뇌물을 받는 행위를 처벌하려는 조항이다. 그러나 특가법상의 알선수재죄는 반드시 공무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누구나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누구든지 공무원의 직무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으면 알선수재죄가 성립하게 된다.  


검찰은 '정윤재 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수집한 증거와 법리에 대한 검토를 충분히 했다, 간부회의에서 구속영장 청구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반면에 정윤재 씨는 자신에 대한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면서 김상진 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과 김씨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진술과 증거자료가 있다고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나 금품수수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수뢰죄나 알선수재죄에 있어서 공여자는 돈을 주었다고 하고, 공직자는 돈을 받지 않았다고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검사의 판단은 어떻게 하는가? 결국 공여자의 진술과 자금출처, 공여의 방법, 일시 장소 등을 상세하게 조사하고 그에 대한 주변정황을 보충적으로 조사하여 그 신빙성을 법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 판단은 나중에 법원의 판단과 다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법원에서는 무죄판결이 선고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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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위조의 형사책임

 

가을사랑

 

최근에 대학 교수의 허위학력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얼마나 황당한 일일까요? 신성한 학문의 전당인 대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매우 창피한 일입니다. 대학입시학원에서 명성을 얻은 유명한 학원강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유명 대학교 졸업증명서를 직접 위조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여 이력서와 함께 학원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위조한 대학교 졸업증명서와 토익성적표를 가지고 대기업체에 취직하기도 합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허위 학력과 경력으로 유권자들을 속여 선거에서 당선되기도 합니다. 일부 연예인들이나 종교인들도 허위 학력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거나 신도들을 현혹시키기도 합니다.


이처럼 학력을 허위로 속인 경우에 어떠한 형사책임이 따르게 될까요? 일반적으로 자신의 학력이나 경력을 속이는 것만으로 곧 바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한 거짓말이나 허위 과장선전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졸업하지도 않은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거짓말을 하여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을 속이고 그로 인해 어떠한 재산상 거래를 하였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소지가 있습니다.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학력에 대한 거짓말과 피해자의 착오로 인한 재산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유명 대학교를 졸업하고 학위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함으로써 특정 전문분야의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상대방이 특정 대학교를 졸업하지도 않고 학위도 없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았다면 그와 같은 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도급금액을 지급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학교 교수로 임용받기 위하거나 기업체에 취직하기 위하여 허위로 작성된 졸업증명서나 성적증명서를 제출하였다면 사문서위조죄와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이러한 서류를 직접 작성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여 만들어 달라고 하면 사문서위조죄의 교사범이 됩니다. 형법 제231조는 행사할 목적으로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위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라 함은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실의 증명에 관한 문서를 의미합니다. 대학교에서 발행하는 졸업증명서나 성적증명서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대학교나 기업체에 취직하면서 자신의 학력에 관하여 거짓말을 하면서 위조된 서류를 제출하였다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업무방해죄라 함은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죄를 말합니다. 업무방해죄는 형법 제314조에 의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학교나 기업체에서 직원을 뽑을 때 서류심사를 하여 정당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선발하려고 하는데 거짓말로 학력을 속이고 그에 상응하는 거짓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선발업무를 방해하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다만,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대학교측은 제출된 자료를 제대로 심사할 입장에 있기 때문에 만일 이러한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업무방해죄의 성립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법리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 신청인이 제출한 서류를 관공서에서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무조건 신청인을 형사처벌해서는 안된다는 논리와 같은 이유에서 도출되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다른 사람의 이력서와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제출하여 회사 공원으로 취업한 경우에는 회사의 직원채용업무를 방해한 것으로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타인이 작성한 학위논문을 사립대학에 제출한 경우에도 위계에 해당한다고 하였습니다(대판 1996. 7. 30. 94도2708). 고등학교 입학원서 추천서란에 사실과 다르게 조작 허위기재하여 그 추천서 성적이 고등학교 입학전형의 자료가 된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대판 1983. 9. 27. 83도1864).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도 허위사실공표죄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당선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의 출생지·신분·직업·경력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


허위학력으로 물의를 빚었던 모 대학 교수에 대한 영장기재 범죄사실은 미국 A 대학 학사 석사 학위, B 대학 박사학위증명서 등을 위조하고, 이를 모 대학에 제출하였으며, 학력을 사칭해서 모 대학 교원모집에 응해 정상적 임용절차를 방해하였고, 거짓이력서를 작성해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모집에 지원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범죄사실에 대한 죄명은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검찰의 구속영장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기각사유는, 검찰이 혐의사실에 대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피의자가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증거를 없앨 염려가 없다, 피의자가 미국으로 출국했으나 그때는 수사가 개시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도망쳤다고 단정할 수 없다, 수사를 받기 위해 자진 귀국해 수사기관의 조사에 응했고, 도망 우려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학력위조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 자체가 지나치게 학벌을 숭배하는 분위기에 빠져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단순한 학벌이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개인의 실력, 전문성, 능력, 도덕성 등이 정확하게 평가받고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 학력을 부풀리는 현상은 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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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학력의혹사건


가을사랑



2007년 9월 16일 신정아 씨가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장면이 TV에 생중계되었다. 고개를 떨구고 양쪽에는 수사관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팔을 끼고 있었다. 수많은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얼마나 곤혹스러웠을까?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사건의 주인공이란 항상 이렇게 시달리게 된다.


그게 언론의 속성이다. 그리고 사건수사는 거의 공개수사처럼 진행된다. 모든 피의사실이 언론에 의해 공개되고, 검찰수사는 언론에서 앞질러 나가는 시나리오를 확인하고 입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비춰진다.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사건관계인들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보도 때문에 명예가 훼손되고 사회적으로 매장되기도 한다.


신정아 씨에게는 이미 체포장이 발부된 상태였기 때문에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신정아 씨를 공항에서 곧 바로 체포했다고 한다. 체포장이란 수사기관이 범죄혐의를 받고 있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의 영장을 말한다. 체포장에 의해 피의자를 체포한 때에는 48시간 이내에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피의자를 석방하여야 한다. 검찰에서는 신정아 씨를 피의자로 체포한 시간부터 48시간 이내에 석방 또는 영장청구를 결정하여야 한다. 신정아 씨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 사문서위조죄, 위조사문서행사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이 적용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한편 검찰은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일단 피내사자로 조사한 다음 귀가시켰다고 한다. 변 실장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직권남용죄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신정아 씨 학력위조의혹을 처음 제기한 모 인사는 중국으로 출국하려다가 공항에서 제지를 당해 출국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예약한 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 출입국심사대를 통과하려고 했다. 그런데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는 그 인사가 검찰에 의해 출국금지된 사실을 확인하고 여권을 회수한 뒤 출국을 못하게 막고 돌려보냈다. 출입국관리법은 출국금지된 사람의 여권을 회수해 보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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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열매(4)

 

가을사랑

 


철수는 법을 아는 사람을 찾아가 상담을 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경찰에서는 상대방 성매매여자를 조사했을 것이다. 여자의 진술이 있고, 그 여자가 철수와 통화한 전화통화내역이 있을 것이다. 보통 전화통화내역은 6개월 정도 보존되어 있다. 6개월이 지나면 대체로 통화내역은 자동으로 삭제된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 내역은 보존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여자가 작성해 놓은 장부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직업적인 여성은 자신의 수입을 날짜별로 적어놓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성매매로 인한 불법적인 수입을 상세하게 기록하는 여자도 있다. 그리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서로 주고받은 내용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성매매사건에서 수사의 단서는 윤락녀를 검거하는 데서 시작된다. 경찰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이른바 함정단속을 한다. 새롭게 범죄를 교사하는 형태의 함정단속이 아니라 실제로 성매매를 상습적으로 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접근해서 단속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법원에서도 적법한 것이라고 허용하고 있다. 전혀 성매매를 하지 않고 있는 여성에게 의도적으로 성매매를 하자고 제안하여 비로소 성매매를 하는 여성을 단속하는 것은 위법한 함정단속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재 성매매를 자주 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하자고 제안하여 만난 다음 검거하는 것이므로 법적으로 위법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경찰에서 이런 상습적인 여성을 적발하여 검거하면 그 다음 그 여자의 휴대전화의 통화내역을 조회한다. 그러면 그 여자가 성매매를 한 상대방 남자들의 전화번호가 나타나게 된다. 그 기록에 근거해서 여자로부터 구체적인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한다. 여자는 대개 젊은 나이에 사회경험이 많지 않아 경찰관의 조사에 모든 사실을 자백한다. 그러면 경찰관은 여자의 휴대전화에 통화기록이 나타난 상대방 남자들을 전화로 소환하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철수가 출석하면 경찰은 그 여자와 대질조사를 하여 철수의 얼굴을 확인하고 성매매사실을 증명할 것이다. 철수의 경우에는 몇 달 전에 한번 만나 관계를 했던 그 여자의 얼굴이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애당초 얼굴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고, 오로지 그 여자의 육체만을 탐했기 때문이었다. 애써 기억할 필요가 없고, 실제로 기억하려고 하지 않았던 여자의 얼굴이나 특징이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다만 키가 컸는지 어땠는지 정도만 기억날 뿐이었다. 

 

상대방 여자는 어떤 상황일까? 한번 몸을 섞은 상대방 남자의 얼굴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윤락녀는 경찰수사에 협조를 해야 할 입장이므로 그냥 수첩에 기재되어 있거나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통화기록을 근거로 상대방 남자가 나타나면 무조건 그 일시에 성매매를 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사회생활에 바쁜 남자와 달리 여자는 나이도 어리고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성매매사실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여자는 직업적으로 성매매를 했기 때문에 일단 서로가 통화한 기록이 남아있고, 장부에 기재를 해놓았으면 많은 남자들과 성매매를 했어도 특정해서 진술을 할 수가 있다. 얼굴을 기억하지 못해도 그 날자에 그 남자와 만나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은 확신을 가지고 진술할 수 있는 것이다. 철수가 비록 성매매사실을 부인해도 여자의 진술과 기타 증거자료만으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철수가 빠져나가는 방법은 강력하게 부인하는 것이다. 만일 남아있는 물적 증거가 여자와 통화했던 내역밖에 없다고 하면 철수의 태도에 따라 수사는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철수가 상대방 여자와 전혀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우기는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여자의 진술만으로 성매매사실을 인정하기도 쉽지 않다. 두번째는 철수가 상대방 여자와 통화를 했다고 해도 실제 성매매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방법이다. 모텔에 투숙했던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것이고, 오직 여자의 진술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남자는 인터넷으로 약속을 하고 약속장소에서 만났으나 돈 문제로 다투다가 그만 두었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아니면 모텔까지 갔으나 서로 싸워 그냥 나왔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수표로 돈을 주지 않고 현금으로 주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방법일 수도 있다. 셩매매는 남자와 여자가 성교 또는 유사성교를 해야 처벌되고 미수범이나 예비죄는 처벌되지 않는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적극적인 부인을 하거나 변명을 해서 빠져나가는 성매매사건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철수의 경우에는 부인이 알면 곤란한 사정이었다. 부인에게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치명적이었다. 부인은 절대로 이런 사실을 이해하거나 용납할 성격이 아니었다. 그런데 경찰에서 오라고 할 때 빨리 가지 않고 있으면 집으로 출석요구서가 날라올 판이었다. 경찰서에서 집으로 보내는 출석요구서는 일반 우편물과는 다르기 때문에 쉽게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


그리고 성매매사실을 부인하면 또 재차 출석을 해야 하고, 검찰에 가서 또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 과정이 길어지면 자연히 부인이 알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철수는 일단 시인하고 빨리 사건을 종결시키도록 바랬다. 


그러나 찜찜한 것은 남아 있는 다른 성매매사실이 또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그 다른 여자들이 나중에 검거되어 수첩이나 휴대전화통화내역 등이 밝혀지면 문제가 될 소지는 있었다. 그러나 그 여자들의 신원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백을 해보았자 가공의 사실이어서 처리될 수도 없어 보였다.


철수는 반성을 하고 두 번 다시는 이런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금까지 아무런 의식 없이 무심코 했던 일이 이처럼 커다란 파문을 가져오고 고통을 줄지는 몰랐다.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죄의 대가가 이토록 커다란 고통인 줄은 미처 몰랐다. 아담과 하와의 후손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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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열매(3)

 

가을사랑

 

 

철수와 상대방 여자 사이의 인터넷에서 이루어진 약속은 곧 이행되었다.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생면부지의 남자와 여자가 인터넷에서 갑자기 약속을 한다. 서로 만나 섹스를 하고 돈을 주고 받고 한다는 약속이다. 이런 약속은 일반 동물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다. 오직 인간의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고도의 이성을 가진 인간이 도덕적 가치를 땅에 떨어뜨리고 가장 저급한 동물적 본능으로 행동하기로 하는 계약을 하는 것이다. 계약은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을 의미한다. 모든 일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고 진행된다. 두 사람은 번화한 지하철역 부근에서 만나기로 하고, 서로 전화번호를 주고 받는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에 약속한 장소로 나가면서 전화통화를 한 두 차례 한다.

 

그렇게 만나 부근에 있는 모텔로 들어간다. 이 때문에 전철역 부근에 있는 모텔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 찾기 쉽고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전철이라는 대중교통수단이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에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는 현실이다. 모든 것이 인스턴트화되고 있어 남녀간의 섹스도 아주 손쉽게 간편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고 신경을 써야하는 일은 젊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기피를 당한다.


짧은 시간에 성매매행위는 이루어지고, 성을 사고파는 대금이 교부된다. 현금으로 15만원을 주고 30분 정도 함께 모텔에서 머무른 다음 헤어진다. 물론 돈은 섹스를 하기 전에 먼저 지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소지가 많다. 돈도 없는 남자가 거짓말로 성매매행위를 한 다음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사기죄가 성립한다. 그렇다고 여자의 입장에서 그 남자를 상대로 112신고를 할 수도 없다. 여자도 불법한 일을 하였기 때문에 112신고를 했다가는 윤락행위로 입건되어 처벌받기 때문이다. 처벌을 받을 뿐 남자를 상대로 화대를 청구할 수도 없다. 법에 의해서 그러한 불법원인급여는 청구가 부정당하기 때문이다. 윤락을 한 대가는 법에 의해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화대는 먼저 선지급되어야 여자는 몸을 주는 것이다. 그게 사회의 관행이고 불법세계의 법칙이다. 지하세계에는 그 나름대로의 별도의 법과 기준이 존재하는 법이다. 때때로 화대 때문에 시비가 벌어져 남자와 여자가 함께 입건되는 경우가 있다. 몹시 우스운 일이다. 그러나 오죽 했으면 함께 입건될 각오를 하고 경찰에 신고를 하겠는가?

 

남자와 여자가 성매매를 한 다음에는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는다. 한 번의 성매매행위로 거래는 끝나고 더 이상의 만남은 서로가 생각하지 않는다. 그 허망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주 동물적인 성관계를 맺고 그에 대한 수고비조로 현금을 주고 더 이상의 관계는 없다. 서로가 이름도 알 필요도 없다. 오히려 서로가 많은 것을 알게 되면 위험하기도 하고 불편하다. 현대판 성풍속의 한 단면이다. 그로 인해 얻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철수는 새로운 여자와 섹스를 했다. 짧은 시간의 성행위는 새로운 호기심을 충족시켰고, 권태로운 세상에서 잠시동안 도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섹스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만족감도 없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반면에 그는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 자신의 인격이 추하게 추락하고 나르시시즘이 훼손당하고, 섹스 후의 허망함 때문에 여자에 대한 고상함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고귀한 가치가 동물적인 섹스 때문에 짓밟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섹스를 통해 남자와 여자는 이성과 도덕에서 말초적 본능을 자극시켜 스스로 천사의 지위에서 동물의 위치로 타락했다. 철수는 그런 허망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돈도 아깝기도 했다. 15만원이면 가족들과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무드를 잡고 우아한 식사를 할 수도 있었다. 예술의 전당에 가서 오페라를 관람할 수도 있는 돈이었다. 그런데 불과 30분만에 그 허망한 일에 15만원을 주고 말았다. 그게 철수에게 남겨진 결과였고 상처였다. 그런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철수는 완전히 손을 끊지 못했다. 금단의 열매는 한번 먹게 되면 계속해서 먹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금단의 열매는 다른 실과와 달리 보이지 않는 유혹을 가지고 있고, 한번 먹으면 두번째부터는 아주 쉽게 따먹을 수 있게 되는 속성이 있다. 본인이 먹든, 아니면 금단의 열매가 유혹하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되어있다.

 

상대방 여자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그녀는 우선 돈을 벌었다. 짧은 시간에 성매매행위를 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15만원이라는 큰 돈을 받았다. 윤락의 대가인 화대를 받는 행위를 처벌하는 문제는 아주 어려운 법철학적인 문제이고 형사정책적인 과제다. 그 논의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진지하게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실정법은 이러한 성매매행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주 단순한 창녀촌에서의 매춘행위는 직업적임을 인정하면서도 단속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 등을 통해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성매매행위는 똑 같은 매춘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적극적인 기획수사에 의해 단속이 된다. 이른바 고급창녀와 같이, 겉으로는 매춘이 아닌 것으로 보여지지만 남자와 여자가 성을 매개로 해서 상대방과 불륜의 성관계를 맺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속적으로 받는 관계는 매춘(賣春)이 아니다. 내연의 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정말 사랑하는 내연의 관계에서 돈을 주고 받는 것은 다르지만, 한쪽에서는 사랑도 없이 상대방을 이용하기 위해 육체관계를 맺고 돈을 받아 쓰는 경우에는 다르다. 수많은 다른 이성들과 비슷한 관계를 맺으면서 돈을 받아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면 이것은 매춘과 사랑 사이의 경계선상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은 이런 경우에도 파고들어가 성매매로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기 등이 될지는 몰라도 말이다.  


철수의 상대방 여자가 받는 그 돈은 생활비로 쓰여지거나 유흥비로 쓰여질 것이다. 화장품이나 옷을 사는데 쓰여지기도 할 것이다. 그 여자는 오직 돈 때문이었을 것이다. 돈 때문에 아무 감정도 없는 남자와 처음 만나 몸을 섞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돈의 효용은 이처럼 못해내는 것이 업게 되었다.


철수는 그 후에도 몇 차례 이런 일을 되풀이했다. 아주 나쁜 버릇이었다. 한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습관이 있다.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시는 습관, 탈선적인 섹스를 하는 버릇, 도박이나 마약을 하는 중독증세 등이 사람들에게는 있다. 성매매는 이런 유형에 들어가는 나쁜 버릇이다. 그리고 매우 위험하다. 성병에 감염될 수 있고, 에이즈에 옮아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이런 위험요소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일을 저지른다. 철수는 마지막 성매매행위 이후 3개월 동안 더 이상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내 일이 터져 경찰서에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철수는 문자메시지에 찍혀 있는 번호로 전화를 했다. 담당 경찰관이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주고 경찰서로 오라고 했다. 철수는 마음이 급해졌다. 궁금하고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 다음 날 출석하기로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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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사랑

 

 

철수는 결혼해서 단란한 가정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갖춘 부인이 있었고, 자녀도 한 명 있었다. 철수는 직장도 안정되었고 돈도 별로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편안함과 익숙함 때문에 찾아오는 권태로움이 문제였다. 부족한 것이 없는 사람들이 가끔 엉뚱한 일탈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부간의 성생활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철수는 인터넷을 통해 유혹에 걸려들었다.

 

사람들에게 유혹은 갑자기 찾아온다. 그 유혹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유혹의 일시적인 달콤함은 사람으로 하여금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게 하고 합리적인 감각을 마비시킨다. 돈의 유혹, 이성(異性)의 유혹이 얼마나 무서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파탄에 이르게 하고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는가? 우리는 늘상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사건들을 보고 있다. 

 

대형 스캔들 역시 이런 유혹에서 출발한다. 잘 나가는 인사들이 한 순간 잘못 생각해서 유혹의 덫에 걸리고, 오랫동안 그것이 악마의 선물인 줄을 모르고 달콤함에 빠지고 우쭐해 있다가 갑자기 깊은 함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깊은 유혹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으면 사람들이 벌떼같이 몰려들어 야유를 하고 돌팔매질을 한다.

 

자신들도 똑 같은 잘못을 하고 있으면서도 유독 눈에 띄이는 남의 스캔들에 대해서는 아주 가혹하다. 가차없는 비난을 한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다. 비뚤어진 인간의 심성은 이렇게 표출된다. 그 비난은 인정사정 없는 것이며, 사람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고 나서야 그친다. 이천년전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비난하다가 마침내 십자가에 못박게 한 다음에야 조용해졌던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의 사악함은 끝이 없다. 돌팔매질을 당하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죽어가고 있다. 육체적으로도 아무런 기력도 없는 상태에서 하루 하루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무슨 잘못이 있던지 간에 그 사람으로서는 모든 것을 상실한 식물인간의 상태인데 그를 향해 아주 가혹한 돌팔매질을 계속한다. 그가 완전히 짓밟혀 정신적인 사망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계속한다.

 

그러한 인간의 사악함은 법과 도덕, 인간적 양심, 사회정의라는 이름으로 위장되고 정당화된다. 그가 위선자였다는 사실과 거짓말을 하고 법과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는 점은 인간사회에서는 결코 용남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다. 그들의 열정은 종교적인 신념 이상이다. 


철수는 성매매를 하겠다는 적극적인 제의에 순간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넘어갔다. 금단의 열매를 따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은 쉽게 망각되고 뱀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뱀의 유혹은 항상 감미롭게 다가온다.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더러 동산 모든 나무의 실과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창세기 3장 4절 ~5절).

 

뱀은 하나님의 명령을 왜곡해서 인간을 설득시키려고 했다. 뱀은 하나님이 명령을 해석할 권한이나 능력이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뱀은 교묘한 방법으로 인간에게 하나님과의 관계를 굴절시켜 변질시키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아담과 하와가 뱀의 말을 들었을 때 그들은 하나님의 명령을 무시하고 인간의 이성적 기준에 의해 사물을 판단했다. 인간의 이성으로 볼 때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실과는 먹을 수 있는데 오직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실과만 먹지지 말고 만지지도 말라고 하는 하나님의 명령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간이 어찌 하나님의 말씀을 모두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으랴! 인간은 인간일 따름이다.

 

"여자가 뱀에게 말하되 동산 나무의 실과를 우리가 먹을 수 있으나,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실과는 하나님의 말씀에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너희가 죽을까 하노라 하셨느니라"(창세게 3장 2절~3절). 그러나 사실은 이러한 하와의 말도 하나님의 명령을 인간적으로 왜곡한 것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가라사대 동산 각종 나무의 실과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창세기 3장 16~17절)라고 단정적으로 말씀하셨다. 하와의 말처럼 죽을까 하노라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정녕 죽으리라라고 강하게 말씀하셨다.

 

선악과를 먹는 행위는 곧 사망을 뜻한다. 선악과취식은 인간의 사망과 연결된다. 사망할 수 있다는 사망의 가능성과는 다르다.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죽을 수 있다는 것과는 전혀 다르고 질적인 차이가 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선악과를 먹으면 너는 죽는다'라고 정언적인 금지규범을 선포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수범자인 인간은 이것을 자의적으로 달리 해석하여 '선악과를 먹으면 너는 죽을 수 있다'라고 이해하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죽을 수도 있지만 죽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자의적 해석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님께서 금지하신 행위를 할 수도 있는 가능성과 여지를 남겨 놓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하나니의 명령을 철저하게 지키며 살아가야 할 인간이 그 명령을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이 있는 것처럼 오해하고 교만하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뱀은 바로 이러한 인간적인 이성적 판단에 근거해서 사람들을 유혹하고 악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인다. 바로 뱀은 아담과 하와에게 이렇게 질문을 함으로써 시작했다.

 

"뱀이 여자에게 물어 가로되 하나님이 너희더러 동산 모든 나무의 실과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창세기 3장 1절). 물론 하나님은 동산 모든 나무의 실과를 먹지 말라고 하신 것은 아니었다. 오직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실과만을 먹지 말라고 하신 것이었다.

 

어리석은 인간의 눈으로는 그런 하나님의 명령의 의미를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하나님의 명령은 수범자인 인간의 입장에서 그 의미를 해석해서 자기 이성으로 이해가 되면 따르고 그렇지 않으면 따르지 않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무조건 절대적으로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대적인 명령이다. 

 

금단의 열매는 죄를 말한다. 죄를 저지르게 되는 인간의 마음을 말한다. 그 금단의 열매를 따서 손에 쥐고 있기만 해도 인간은 이미 죄악에 가깝게 다가가 있는 것이다. 언제 죄악의 불꽃이 그에게 튀어 사망에 이르게 할지 모른다.

 

금단의 열매를 입에 넣어 먹고 뱃속에 넣으면 그때부터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불륜의 간음이라는 악마의 유혹이 담긴 죄를 저지르면 그 사람은 일시적으로는 달콤할지 몰라도 언제 어떤 구렁텅이에 빠져 사망할지 모른다. 

 

그는 언제라도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불륜(不倫)이란 가정을 파괴하고 인간을 파탄에 빠지게 하는 무서운 죄악이다. 인간의 합리적인 판단. 이성에 근거한 판단으로서는 뱀의 말과 같이 "과연 정식의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 사랑하는데 그게 무슨 커다란 죄일까? 하나님께서 간음하지 말라고 명령하신 것은 지나치신 명령이 아닐까""라고 회의를 가지고 그 명령의 의미를 해석하고 인간의 자의적 판단에 근거해서 지키고 싶으면 지키고 그렇지 않으면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편리하게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막상 간음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고 고통을 받게 되면 그 고통은 다른 어느 것보다도 중대하고 치명적이다. 지상에서의 작은 천국이라는 가정은 날라가 버리고 외롭게 떠도는 신세가 된다. 그렇게 집착했던 사랑도 시간이 가면서 변질되고 허망한 존재로 전락한다. 남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그 허망한 사랑 때문에 진정한 가치를 가진 다른 모든 것들을 잃었다고 할 때 그는 과연 더 이상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뒤늦게 왜 하나님께서 간음하지 말라는 명령을 하셨으며, 그 명령을 위반하면 너희가 정녕 죽으리라고 말씀하셨는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처음부터 하나님께 무조건 복종했어야 한다. 하나님의 명령은 어린 아이처럼 무조건 따르고 순종해야 한다. 하나님의 명령과 말씀을 인간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편의를 위하여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불복종해서는 안 된다. 명령에 대한 복종과 불복종의 경계를 인간이 임의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에던의 동산에서는 하나님과 인간의 절대적인 관계만이 존재한다. 그 관계가 절대적일 때 마귀와 사탄은 끼어들지 못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선악과를 따먹으면 반드시 죽는다고 경고하셨다. 하나님께서는 '간음하지 말라'고 단언적으로 명령하셨다. 그런 명령을 위반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되어 결국 죽음과 같은 상태로 된다는 것을 깨닫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는 너무나 쉽게 간음할 수 있는 유혹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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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압수수색


가을사랑


최근 신정아 씨 학력위조파문과 관련한 외압의혹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신정아 씨의 e-mail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한 e-mail을 복구하여 그 내용을 확인했다. 그 내용은 신정아 씨와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를 알려주는 좋은 단서가 되었다.


변 실장이 신정아 씨의 동국대 교수 임명과정과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수사에 기초를 마련해주고 있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했다고 인정되면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


대검찰청 디지털수사전문가는 신정아 씨의 PC 하드디스크 복사본을 가지고 원본복구작업을 했다고 한다. 하드디스크에 있는 데이터 파일은 삭제명령을 내려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PC에서 삭제명령을 내리게 되면 겉으로 보기에는 데이터 파일이 지워진 것처럼 되지만 해당 데이터를 찾아가는 주소보정만 지워지게 된다. 주소가 지워지기 때문에 다시 그 데이터를 찾아가지 못할 뿐이다.


데이터 내용 자체는 완전히 삭제되지 않고 어디엔가 남아 있게 된다. 일반인과 달리 컴퓨터전문기술을 가진 사람은 데이터에 대한 주소정보가 없는 경우에도 특수한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하드디스크에 남아 있는 데이터 원본을 찾아낼 수 있다.


압수란 증거방법으로 의미가 있는 물건이나 몰수가 예상되는 물건의 점유를 취득하는 강제처분을 말한다. 수색이란 압수할 물건이나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발견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의 신체나 물건 또는 일정한 장소를 뒤져 찾는 강제처분을 말한다. 실무상은 압수수색영장이라는 하나의 영장을 발부받아 수색한 다음 압수를 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서는 범죄혐의가 있어야 하고,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며, 압수수색의 비례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우체물의 압수에 대해서는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발송한 서신이나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 대하여 발송된 우체물 또는 전신에 관한 것으로서 체신관서 또는 기타 기관이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은 압수대상이 된다(형사소송법 제107조 제1항, 제219조).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그 밖의 우체물 또는 전신에 관한 것으로서 체신관서 또는 기타 기관이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은 피의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하여 압수대상이 된다(제107조 제2항, 제219조).


압수대상인 우체물과 전신이 반드시 증거수단으로 의미 있을 개연성이나 몰수될 개연성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제한은 없다. 우체물을 압수할 때에는 발신인이나 수신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해야 한다. 다만 심리나 수사에 방해가 될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제107조 제3항, 제21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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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열매(1)


가을사랑



철수(35세, 가명)는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갑자기 경찰서에서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경찰에 출석하라는 취지였다. 담당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찍혀있었다. 처음에는 요새 유행하는 전화사기로 의심했다. 그러나 상대방 전화번호와 이름이 명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사기는 아닌 것 같았다.

 

전화를 했더니 실제로 경찰관이 받았다. 출석요구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성매매사실로 조사를 하겠으니 출석하라는 것이었다. 그에 관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했다. 사람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제발이 저리는 법이다. 철수는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세상이 캄캄하고 어둡게 보였다. 머릿속은 하얗게 되었다. 이상한 일이다. 어려운 일을 당할 때 사람의 머릿속은 비어서 하얗게 되는데, 바깥 세상은 무거움으로 가득차면서 어둡게 보이는 일이다. 빛과 어두움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철수는 갑자기 공황상태가 된 것이었다. 이럴 때 조심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혈압이 높은 사람은 쓰러질 위험도 있다.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게 된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있던 일이 갑자기 생겨 충격을 받고 공포와 불안에 떨게 된다. 누구에게나 이런 상황은 예기치 않게 찾아올 수 있다.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누가 낙관할 수 있고 큰소리칠 수 있겠는가?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고 불완전한 까닭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인간의 교만은 깨지고 겸허해진다. 어느 때고 하나님 앞에서 무릅을 꿇게 된다.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바로 이런 것이다. 물론 사전에 조심을 하고 정직하고 정당하게 살았다면 많은 일들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인지라 잘못도 하고 실수도 하고,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적당히 살다보면 이상한 일들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일들은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일이고,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로 인해 얼마나 무슨 고통과 손해를 보아야 할지 모르는 일들이다.

 

예상치 못한 일을 당했을 때 넘어지지 않고 잘 대처하는 것이 실제 그 사람의 능력이고 실력이다. 그런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고 쓰러지고 만다. 생을 비참하게 마감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하기도 한다. 심각한 우울증세에 빠지거나 대인기피증으로 고생을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닥친 일을 용기를 가지고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것만이 살 길이다. 다른 그 누구도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남의 일일뿐 아니라, 심지어는 다른 사람이 잘못되는 것을 고소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재미있게 즐기기도 한다. 겉으로는 걱정을 하는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평소에 잘 나가고 잘난 척 하더니 잘 걸렸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게 세상 인심이다. 힘들 때 진정 옆에서 위로해주고 용기를 주며 함께 걱정해 주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가족 이외에 그런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어려울 때 진심으로 대해주는 사람이 정말 인간적으로 가까운 사람이고 필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세상은 외롭게 험난한 파도를 타는 것과 같다. 험한 강물을 건너는 것과 같다. 평온한 호수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면서 편안하게 살 수만 있는 것은 인생이 아니다. 그런 인생은 소설 속의 이야기이거나 천국에 갔을 때의 일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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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사건의 명암 


가을사랑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뇌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부정부패의 연결고리가 그대로 잔존하고 있을뿐더러 공무원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무원에게 접근해서 인허가를 받으려고 돈으로 공무원을 매수하려고 한다. 각종 향응을 베풀고 대가를 지급한다. 그런 유혹에 넘어가는 공무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뇌물은 독약이 든 선물이다. 좋을 때는 감사의 표시고, 자연스러운 인정의 표시지만, 법에 의해 적발이 되고 문제가 되면 인생을 망가뜨리는 극약이다.


사실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 정직하게 살고 청렴하게 살아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 꼭 넓은 아파트에서 살지 않아도 되고, 명품을 쓰지 않아도 된다. 자녀들을 해외유학보내지 않아도 된다. 골프를 치지 않고 등산을 하면 되고, 양주을 마시지 않고 소주를 마시면 된다.


그런데 굳이 공무원이 징역을 갈 위험을 안고 뇌물을 받아 유흥비로 쓰거나 집안식구들에게 갖다 주어 흥청망청 쓰게 해봤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고생을 하지 않고 쉽게 들어온 돈은 또 쉽게 나간다. 뇌물을 받아 부자된 사람은 별로 없다.


나중에 뇌물로 구속되고 파면되고 징역까지 가게 되면 그때는 땅을 치고 통곡을 하게 된다. 당장 개인적으로는 교도소에 가서 말도 못할 고생을 해야한다. 어떻게 징역을 살 것인가? 고생을 해보지 않던 공무원이 감옥에 가면  건강도 망가지고 정신적으로 폐인이 된다. 우울증에 걸리고 자신감을 상실하게 된다. 생지옥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단속반은 수천만원을 현금인출기에 입금하던 공무원 A를 적발했다. 단속반원이 신원을 확인하자 A는 자신이 민간인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저항했다. 그러나 끝내 단속반원의 적발로 국무조정실 조사를 받고 검찰수사까지 진행되었다.


뇌물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 많은 경우 묻혀 버린다. 뇌물을 주고 이권을 따낸 사람이 문제삼을 리는 없다. 주변 사람들이 의심을 하지만 증거가 없기 때문에 선뜻 문제제기를 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안심하고 뇌물을 주고 받는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정부에서는 뇌물을 찾아내기 위해 갖가지 연구를 하고 노력을 한다. 공무원의 생리를 잘 아는 다른 공무원들이 뇌물을 적발하기 위해 암행감사를 벌이기도 한다. 그래서 A는 적발되었던 것이다.


A는 검찰수사과정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은 뇌물이 아니라, 지방국립대 강연에 대한 거마비라거나, 사업에 투자했다가 회수한 가족의 돈이라고 변명했다. 결국 A는 지방 전문대에서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수사경험이 없기 때문에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 못한다. 대충 거짓말을 하면 통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하나씩 따지고 파고 들어가면 피의자가 거짓망을 해도 곧 들통이 난다.


계좌추적 등을 통해 돈 흐름을 쫓던 검찰이 뇌물공여자를 밝혀내자 그에게 전화 연락하거나 그와 접촉을 시도하며 검찰에 나가더라도 허위로 진술하라고 입을 맞췄다. 검찰수사가 시작되었을 때 공무원과 뇌물공여자가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난 사실이 있으면 그 자체로 의심을 받게 되고 자칫 잘못하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구속영장발부사유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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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범죄의 특징


가을사랑



기업인범죄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저지르는 범죄를 말한다. 이른바 범죄의 주체에 따른 분류에 해당한다. 기업인들 역시 사회생활을 하면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그런데 왜 기업인범죄가 특별한 고찰의 대상이 되는가?


그것은 기업인들의 사회적 신분과 위상 때문이다. 물론 기업인의 개념에 대한 정의 자체도 쉽지는 않다. 무조건 기업을 하고 있다고 모두 기업인이라고 할 것인지 하는 문제와 기업체에 종사하는 임직원들 역시 기업인범죄의 주체로 보아야 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다. 기업인들의 범죄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일반인들의 범죄와는 크게 다르다. 기업인들은 기업활동을 통해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한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근로자고용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인범죄는 기업체를 이용해서 범한다는 측면에서 규모가 크고 사회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업인범죄는 개인적인 범죄에서 그치지 않고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을 매수해서 이용하기 때문에 부정부패를 촉발시키는 측면이 있다. 과거 권위주의적인 통치체제에서 정경유착의 폐해는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기업인들이 범죄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호화사치생활을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간극을 확대시키고 위화감을 조성하게 된다. 기업인범죄는 범죄 후에도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 로비력으로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빠져나감으로써 유전무죄라는 부정적인 사회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구속집행정지, 형집행정지, 형집행면제사면 등의 특별조치를 통해 처벌을 면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인들은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이라는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 법을 무시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돈이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고, 항상 특권의식을 가지고 특별취급을 받으려고 한다.


기업인범죄는 첫째, 영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돈을 벌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데에서 기업인범죄는 출발한다. 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부터 법을 위반한다.


가장 흔한 것이 자본납입가장이다. 별로 자본도 없는 사람들이 규모에 맞지 않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사채를 일시 차입하여 자본금으로 사용하여 회사를 설립한 다음 곧 바로 그 자본금을 빼내어 사채를 변제한다. 그렇게 해서 100억원의 자본금을 가진 대형회사로 위장한다. 가끔 검찰에서 이러한 자본납입가장행위를 특별단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런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


자본을 납입가장하면 얼마나 부실한 회사인가? 그로 인한 폐해가 적지 않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설립초기부터 많은 회사들이 자본금을 잠식한 상태에서 운영된다. 소위 껍데기 회사인 것이다. 계열회사를 만들어 모회사의 자본금을 이리 저리 굴려 여러 개의 회사를 만들어 그룹을 형성한다. 일반인들은 외형만 보고 거대한 그룹인 것으로 오해한다. 형식과 실질이 이처럼 거대한 괴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둘째, 기업경영과정에서 법과 규정을 위반한다. 그것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하다. 회사의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탈세를 한다. 비밀자금 또는 비공식자금은 회사의 매출을 누락시키거나 가공의 경비처리를 하는 방법으로 조성하게 된다. 또 하청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다. 비자금을 조성해서 경영자가 사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업무상횡령죄를 저지른다. 특히 1인회사의 경우에는 오너는 회사 재산을 자기 개인의 재산으로 생각하고 있다.


셋째, 공무원과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고 기업경영을 한다. 관청으로부터 수의계약을 따내고, 무리한 허가나 인가를 받는다. 세금을 탈세하면서 뇌물을 사용한다. 사업을 하려면 공무원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고, 협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가로 뇌물을 준다.


기업인들은 돈을 벌기 때문에 번 돈을 혼자 먹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공무원들에게 나누어준다. 공무원 역시 기업인들이 돈을 버는 것은 관련공무원들의 음양의 도움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정치인들 역시 후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뇌물을 받기도 하고,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수수함으로써 문제가 되기도 한다.


넷째,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법을 위반하고 사회적 윤리를 망각한다. 독점적 지위에서 횡포를 부리기고 하고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기도 한다. 부정식품을 제조판매하기도 하고, 부실공사를 하여 안전사고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각종 행정법규를 위반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기업인범죄는 기업체가 영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외형으로 볼 때에는 기업활동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기업체는 최대의 이익추구가 절대적인 목표이며 과제이기 때문에 기업인들은 이익추구를 하는 과정에서 법을 위반하는데 대한 위법성의 인식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기업체의 회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주먹구구식의 회계처리를 하고, 특히 분식회계를 하여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을 속인다. 허위공시를 함으로써 주가를 조작하기도 한다. 허위가공의 수출실적을 포장하기도 한다. 사실 기업체에 있어서는 회계가 가장 중요하다. 회계를 통해 기업체의 모든 활동이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기업체의 회계정리를 엉터리로 한다는 것은 곧 부정을 의미한다. 그 부정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닌다. 탈세를 하고 투자자들을 속이고, 경영성과를 허위로 과장하는 것이다.


여섯째,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살 수 있는 길을 찾는다. 처음부터 재산을 빼돌려 고의적인 회사부도를 내기도 한다. 주식회사는 유한책임을 지기 때문에 대표이사 역시 제한된 책임을 지게 된다. 프랜차이즈사업을 하면서 가맹점들로부터 받은 보증금 내지 가맹비를 제멋대로 사용해서 부실하게 만든다. 기업주는 자신의 명의로 재산을 가지지 않고 가족 친척 등의 명의로 해놓는다.

 

일곱째, 정상적인 기업활동 보다도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려고 한다. 개인적인 부동산투기, 주식투자 등에 열을 올린다. 기업인범죄수법은 곧 바로 다른 기업인들에게 모방되고 전파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여덟째, 윤리적으로 타락한 기업인들이 많다. 외국으로 재산을 빼돌리기도 하고, 해외에 나가 도박으로 많은 돈을 낭비하기도 한다. 자녀들에 대한 편법증여의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아홉째, 기업인들은 회사의 영업상 비밀이나 기술을 외부로 빼돌리기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이나 기술집약적 중소기업에서 고도의 과학적 기술이나 원천기술 등이 중국 등으로 유출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열째, 기업인범죄는 회사의 조직과 거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피해를 사회에 주기도 한다. 신동아그룹외화도피사건, 대우그룹분식회계사건, SK글로벌의 분식회계사건, 현대차비자금사건 등이 바로 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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