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소리 간통고소사건 단상(5)

 

가을사랑

 

 

실제로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은 심증상 확실한데 구체적인 간통사실을 증명할 수 없어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불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흥신소에 돈을 주고 뒷조사를 의뢰한다. 흥신소에서는 남편의 뒤를 쫓는다.

 

보통 2~3명이 한 조가 되어 뒤를 미행한다. 자동차로 이동하기도 하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쫓아 타기도 한다. 그런 방법으로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확인하고, 모텔에 들어가는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러면 부인은 모텔로 쫓아가서 간통현장을 잡는다. 이러는 과정도 쉽지는 않다. 모텔에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해도, 경찰관을 대동하고 가야 문을 열어준다. 모텔측에서는 단골손님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부인에게 비협조적이다.

 

투숙객에게 연락을 해주거나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어 준비를 하게 만든다.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다음 부인이 모텔방에 들어가보면 증거를 다 치우고 침대시트도 깨끗하게 해놓고 둘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

 

경찰관이 이러한 상황에서 간통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기도 어렵고, 무조건 여자의 질내 정액검사를 하기 위해 강제로 신체검증을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간통죄 입증이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요새 같은 분위기에서 출동한 경찰관이 간통피의사실에 대해 무리하게 강제수사를 하려고 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많다.

 

고소인들은 이러한 수사기관의 소극적인 태도와 법망의 허술함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그 근저에는 간통죄를 형사처벌하는 데에 대한 비판적 의견과 수사에 있어서 적법절차준수 및 피의자인권보호이념의 강조 분위기가 깔려있다. 더군다나 형사소송법에서는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라는 법언이 기본이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간통사실을 당사자가 극력 부인하고 있으면 다른 간접증거로서 이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고소인의 추궁에 의해 남편이나 상간한 여자가 간통사실을 시인하는 확인서나 각서를 써주어도 마찬가지다.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주고 받은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면 틀림없이 성관계를 한 사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것만으로 간통사실은 증명되지 않는다. 나중에 수사나 재판을 받을 때 그러한 간통사실을 부인하면 단순한 확인서나 각서만 가지고 간통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실무에 있어서 모텔현장에서 체포되었어도 무혐의결정되는 사례가 많고, 심지어 동거생활을 하고 있어도 두 사람이 간음을 하지 않고 그냥 동거만 했다고 하면 무혐의되기도 한다. 이래 저래 간통죄로 처벌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사실 남녀가 은밀한 장소에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게 문을 잠그고 커튼을 치고 불을 끄고 섹스를 한 사실을 직접적인 증거 없이 인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성경에도 나오는 이야기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넷이 있으니, 곧 독수리가 하늘을 날아간 자취와, 뱀이 바위 위로 지나간 자취와, 바다 위로 배가 지나간 자취와, 남자와 여자가 함께 하였던 자취이다. 간음한 여자의 자취도 그러하니, 먹고도 안 먹었다고 입을 씻듯이 '나는 아무런 악행도 한 일이 없다'한다"(잠언 30:18~20)

 

간통죄가 인정되면 형법 제241조에 의하여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간통죄의 법정형에 불과하다. 실제로 간통죄는 많은 경우 불구속수사되고 있다. 특별한 경우에만 구속영장이 청구될 뿐이다. 피고인이 자백을 하지 않는 한 재판도 상당히 오랜 시간 걸린다. 유무죄를 확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은밀히 행해지는 간통행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가을사랑

 

옥소리 씨를 고소한 박철 씨는 간통죄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옥소리 씨는 간음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분명 진실은 하나일 것이다. 옥소리 씨가 간통을 했든지, 아니면 억울한 고소를 당했든지, 하나의 진실만이 있을 뿐이다. 고소를 당한 사람들이 간통사실을 자백하지 않는 경우, 법은 어떠한 증거에 의해 어느 정도까지  증명이 되면 간통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은밀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간음행위를 정황증거에 의해 인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재판이다. 배가 지나간 자취와 같이 남자와 여자가 함께 하였던 자취도 기이한 일이기 때문이다.  


첫눈이 내렸다. 밤새 하얗게 쌓인 눈 때문에 눈이 부시다. 순백의 눈은 순수한 사랑을 의미한다. 출근 길에 빨간 장미꽃이 정원에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흰 눈과 붉은 장미를 보면서 나는 사랑과 결혼의 순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행복하기로 굳은 약속을 하고 출발했던 결혼생활이 시간이 가면서 순수의 빛을 잃고 퇴색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옥소리 씨 부부의 이혼과 간통사건이 커다란 화제가 되었었다. 인기 있는 연예인이나 정치인, 재벌 집안의 가정불화나 이혼은 언제나 많은 관심을 끌게 된다. 간통으로 고소까지 당하게 되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다. 박철 씨가 옥소리 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재산분할청구를 하고, 더 나아가 간통죄로 형사고소를 하여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 클로즈업되었다. 이 사건을 통해 사람들은 간통죄란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간통사실은 어떠한 증거에 의해서 인정되는가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 같다.

부부는 정조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결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유의 구속이다. 정조의무는 일부일처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결혼한 부부는 배우자 이외의 다른 이성과 간음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혼하면 애정의 자유와 성적 자기결정권이 제한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간음을 하면 간통죄로 처벌한다. 아무리 바람둥이라도 결혼에 의해 중대한 제약을 받게 된다. 한 사람만 사랑하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을 지키겠다는 혼인서약은 이제 법적으로 화체된다.  결혼하면 오직 한 사람과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지키지 못할 것 같으면 처음부터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하고, 정조의무를 위반하면 이혼을 해야 한다. 이혼도 강제적으로 당하게 될 뿐 정조를 지키지 않은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혼도 되지 않으니 자신은 어쩔 수 없이 바람을 피워야겠다고 하면 간통죄로 징역을 가라는 것이 법의 취지다.

간통죄라 함은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헌법재판소는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및 가족생활의 보장, 부부 간의 성적 성실의무의 수호, 간통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배우자와 가족의 유기, 혼외자녀문제, 이혼 등 사회적 해악의 사전 예방을 위하여 간통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2001. 10. 25. 2000헌바60 결정).  간통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폐지를 주장하는 견해도 많다. 최근에 간통죄의 헌법위반성은 다시 헌법재판소에서 심의중에 있다.

간통죄는 남자와 여자가 간음을 한 경우에만 처벌된다. 남자의 성기가 여자의 성기에 삽입되어야 간통죄는 기수에 달한다. 반드시 사정을 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간통죄는 미수범이나 예비음모행위를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무혐의 결정이 날 수밖에 없다. 키스나 애무, 오랄섹스를 해도 간통죄는 아니다. 

간통사건에 대한 고소를 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간통으로 고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배우자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해서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선뜻 간통죄로 고소를 해서는 무혐의결정이 되고 만다.  간통이란 아무도 보지 않는 공간에서 두 사람 사이에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행위다. 남자와 여자의 성관계는 순간적으로 이루어지고, 간통죄에서 법이 요구하는 남녀 성기의 결합사실은 그 입증이 매우 어렵다. 당사자가 서로 말을 맞추어 부인하게 되면 범죄증명이 거의 불가능하다. 뇌물죄에 있어서 공무원과 업자가 서로 짜고 말을 맞추면 뇌물사실에 대한 입증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사회적으로 간통죄를 나쁘게 인식하고 강한 비난을 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호텔방에서 함께 밤을 지냈으면 객관적인 정황에 비추어 두 사람이 분명히 성교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추론을 하고 간통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간통죄는 행위의 성질상 통상 당사자간에 극비리에, 또는 외부에서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하에서 감행되는 것이어서 이에 대한 직접적인 물적 증거나 증인의 존재를 기대하기가 극히 어렵다 할 것이어서, 범행의 전후 정황에 관한 제반 간접증거들을 종합하여 경험칙상 범행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때에는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남녀가 심야에 여관에 함께 투숙하였고, 투숙한지 1시간 30분 가량 지난 뒤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가 보니 남자는 팬티만을 입고 있었고 여자는 팬티와 브라우스만을 입고 있었으며 방바닥에 구겨진 화장지가 여러 장 널려 있었다면 두 남녀가 서로 정을 통하였다고 인정하는 것이 경험칙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도974 판결). 

그러나 점점 간통죄에 대한 폐지논의가 활발해지고, 형사재판절차에 있어서 적법절차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엄격한 증거재판주의로 나아가면서 간통죄에 대해 종전과는 달리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간통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어왔다.  법원은 간통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간통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간접증거를 가지고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대체로 간접증거만 가지고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판단 하에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남편이 바람 피우는 것은 심증상 확실한데 구체적인 간통사실을 증명할 수 없어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불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흥신소에 돈을 주고 뒷조사를 의뢰한다. 흥신소에서는 의심스러운 남편의 뒤를 쫓는다. 보통 2~3명이 한 조가 되어 뒤를 미행한다. 자동차로 이동하기도 하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따라 타기도 한다. 그런 방법으로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확인하고, 모텔에 들어가는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모텔에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해도, 경찰관을 대동하고 가야 문을 열어준다. 모텔측에서는 단골손님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부인에게 비협조적이다. 투숙객에게 연락을 해주거나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어 준비를 하게 만든다.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다음 부인이 모텔방에 들어가보면 증거를 다 치우고 침대시트도 깨끗하게 해놓고 둘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  

경찰관이 이러한 상황에서 간통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기도 어렵고, 무조건 여자의 질내 정액검사를 하기 위해 강제로 신체검증을 하기도 곤란하다. 그래서 간통죄 입증이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경찰관은 간통피의사실에 대해 무리하게 강제수사를 하려고 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많다. 고소인들은 이러한 수사기관의 소극적인 태도와 법망의 허술함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그 근저에는 간통죄를 형사처벌하는 데에 대한 비판적 의견과 수사에 있어서 적법절차준수 및 피의자인권보호이념의 강조 분위기가 깔려있다.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에서는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라는 기본원칙이 있다. 

간통사실을 당사자가 극력 부인하고 있으면 다른 간접증거로써 이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고소인의 추궁에 의해 남편이나 상간한 여자가 간통사실을 시인하는 확인서나 각서를 써주어도 마찬가지다.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주고 받은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면 틀림없이 성관계를 한 사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것만으로 간통사실은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는다. 나중에 수사나 재판을 받을 때 간통사실을 부인하면 단순한 확인서나 각서만 가지고 간통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실무에 있어서 모텔현장에서 체포되었어도 무혐의결정되는 사례가 많고, 심지어 동거생활을 하고 있어도 두 사람이 간음을 하지 않고 그냥 동거만 했다고 하면 무혐의되기도 한다. 이래 저래 간통죄로 처벌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간통죄가 인정되면 형법 제241조에 의하여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간통죄의 법정형에 불과하다. 실제로 간통죄는 많은 경우 불구속수사되고 있다. 피고인이 자백을 하지 않는 한 재판도 상당히 오랜 시간 걸린다. 유무죄를 확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명백히 간통죄가 인정되고 고소인이 강력한 처벌을 원하면 실형을 선고하기도 하는데 대체로 징역 6개월 내지 1년의 범위에서 이루어진다. 정상을 참작할 사유가 있으면 집행유예도 가능하다. 벌금형은 간통죄에 없기 때문에 선고가 불가능하다. 많은 경우 간통사건은 수사나 재판 도중에 당사자 간에 합의가 성립되어 고소가 취소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친고죄이므로 사건은 즉시 공소권없는 것으로 종결되고 석방된다.  

간통은 중요한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해당되어 이혼사유가 되고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을 지게 된다. 간통사실이 인정되면 이혼을 당하게 되고, 간통한 사람은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이른바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간통한 배우자뿐 아니라 함께 간통한 상대방도 똑 같은 위자료지급책임을 진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고 함께 노력해서 잘 살아야 할 부부가 성격차이, 불성실, 다른 종교나 가치관, 경제적 육체적 무능력으로 인해 갈등이 생기고 끝내는 이혼까지 치닫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커다란 사회문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결혼을 하기 전에 잘 생각해야 한다. 정말 서로가 맞는 커플인지, 결혼하면 서로를 존중하면서 원만한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생각하고 따져본 다음 결혼을 해야 한다.  결혼을 했으면 그에 대핸 책임과 의무를 다 해야 한다. 이혼을 하게 되면 개인적으로 불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혼을 하려면 충분한 법적 지식을 가지고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가야 손해를 보지 않게 된다.

[간통죄폐지론의 논거]

① 개인 간의 윤리적 문제에 속하는 간통죄는 세계적으로 폐지추세에 있다. ②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성적 문제에 법이 개입함은 부적절하다. ③ 협박이나 위자료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④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대부분 고소취소되어 국가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이 약화되었다. ⑤ 형사정책적으로 보더라도 형벌의 억지효나 재사회화의 효과는 거의 없다. ⑥ 가정이나 여성보호를 위한 실효성도 의문이다.

옥소리 간통고소사건 단상(4)

 

가을사랑

 

 

법률상 혼인을 한 경우에만 간통죄가 성립하고, 사실상 부부관계에 있어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간통죄로 처벌할 수 없다.


간통죄는 남자와 여자가 간음을 한 경우에만 처벌된다. 간음을 하지 않고, 함께 잠만 자거나, 애무 키스만을 한 경우에는 간통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점이 처벌에 있어서 가장 커다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남자의 성기가 여자의 성기에 삽입되어야 간통죄는 기수에 달하고, 형사처벌이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간통죄는 미수범이나 예비음모행위를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무혐의 결정이 날 수밖에 없다. 일반인들이 간통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심지어는 오랄섹스를 했다고 인정이 돼도 간통죄는 아니다. 단순한 부정행위로 이혼사유만 될 뿐이다.


간통사건에 대한 고소를 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간통으로 고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자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해서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선뜻 간통죄로 고소를 해서는 십중팔구 무혐의결정이 되고 만다.

 

간통이란 아무도 보지 않는 공간에서 두 사람 사이에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행위다. 남자와 여자의 성관계는 순간적으로 이루어지고, 더군다나 간통죄에서 법이 요구하는 남녀 성기의 결합사실은 그 입증이 매우 어렵다. 당사자가 서로 말을 맞추어 부인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범죄증명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예전에는 사회적으로 간통죄를 나쁘게 인식하고 강한 비난을 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호텔방에서 함께 밤을 지냈으면 객관적인 정황에 비추어 두 사람이 분명히 성교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추론을 하고 간통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점 간통죄에 대한 폐지논의가 활발해지고, 형사재판절차에 있어서 적법절차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재판받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엄격한 증거재판주의로 나아가면서 간통죄에 대해 종전과는 달리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간통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어왔다.

 

대법원은 형사재판에서 기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6도1716 판결). 이러한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법원과 검찰에서는 간통죄에 대한 유죄입증을 위해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고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원은 간통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 만일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간통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간접증거를 가지고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대체로 다른 간접증거만 가지고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판단 하에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경향이 있다.

옥소리 간통고소사건 단상(3)


가을사랑



간통죄라 함은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헌법재판소는 간통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및 가족생활의 보장을 위하여나 부부 간의 성적 성실의무의 수호를 위하여, 그리고 간통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배우자와 가족의 유기, 혼외자녀문제, 이혼 등 사회적 해악의 사전 예방을 위하여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헌법재판소 2001. 10. 25. 2000헌바60 결정)고 한다. 이런 이유로 간통죄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다시 말하면 간통죄는 선량한 성도덕,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형사처벌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간통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완전한 폐지를 주장하는 견해도 많다. 간통죄를 폐지하자는 사람들은 그 논거로서 다음과 같은 것을 제시하고 있다.

 

① 기본적으로 개인간의 윤리적 문제에 속하는 간통죄는 세계적으로 폐지추세에 있다. ②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성적 문제에 법이 개입함은 부적절하다. ③ 협박이나 위자료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④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대부분 고소취소되어 국가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이 약화되었다. ⑤ 형사정책적으로 보더라도 형벌의 억지효나 재사회화의 효과는 거의 없다. ⑥ 가정이나 여성보호를 위한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최근에 간통죄의 헌법위반성은 다시 헌법재판소에 심판청구되어 심의중에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종전과 달리 위헌결정을 내리게 되면 간통죄는 폐지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헌법재판소에서 종전에 결정한 대로 간통죄는 합헌이라고 결정을 하면 간통죄는 유지된다.

 

간통죄는 배우자 있는 사람만이 범할 수 있다. 그리고 배우자 있는 사람과 간음한 상대방은 상간자(相姦者)로 처벌된다. 이때 상간자는 상대방이 배우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간음을 해야 간통죄가 성립한다. 상대방이 결혼한 사실을 숨겼거나, 상대방이 강간을 한 경우에는 상간자는 처벌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간통죄를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유부남과 간음한 여자가 자신은 상대방이 유부남인 줄 몰랐다고 변명하고, 유부남 역시 자신이 상대방 여자에게 결혼한 사실을 숨겼다고 말을 맞춰주면 유부남만 처벌되고 여자는 처벌되지 않는다. 그러면 유부남의 부인은 남편만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해서 고소를 취소하기도 한다. 

 

실제로 유부남이 미혼의 여자에게 결혼한 사실을 숨기고 자신과 결혼하자고 하면서 간음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때 여자는 남자를 혼인빙자간음죄로 고소를 할 수 있다. 그런 사실이 입증되면 남자는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된다. 여자는 혼인빙자간음죄의 피해자가 될 뿐 간통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간통을 해놓고 여자가 강간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유부녀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워놓고 남편이 간통사실을 추궁하면 당장 생면 신체 위험을 느껴 일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방편으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 다른 남자가 자신을 강제로 강간한 것이라고 둘러대는 것이다.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다음 모텔로 데리고 가서 강간을 했다는 식의 주장이다.

 

그러면 남편은 그 말을 믿고 부인에게 강간죄로 고소를 하라고 한다. 부인은 정을 통한 애인을 강간죄로 허위고소한다. 그러다가 그러한 허위사실이 드러나면 여자는 무고죄로 입건된다. 애인남자는 강간죄는 무혐의결정을 받지만, 나중에 다시 간통죄로 재차 고소를 당하게 된다. 여자는 간통죄와 무고죄의 실체적 경합범으로 처벌받게 된다.

옥소리 간통고소사건 단상(2)


가을사랑

 


결혼에는 개인의 자유가 제한된다. 결혼한 부부는 서로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그 책임은 도덕적 또는 인간적인 책임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법에 의해 강제되는 법률상 의무에 해당한다.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 동거는 부부로서 동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같은 장소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해서 동거의무를 다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서로 다른 방을 쓰고 식사도 따로 하고, 대화를 하지 않고 지내면 이는 부부로서 동거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한 아파트를 나누어 세를 사는 사람과 같은 정도에 불과하다.

 

오늘 날 이러한 부부가 많다. 완전히 남처럼, 주인과 하숙생처럼 지내는 것이다. 얼마나 삭막하고 고통스러울까? 그렇다고 서로의 편의나 이해관계 때문에 이혼도 하지 않는다. 이혼하는 것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귀찮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부가 서울과 부산에서 서로 따로 살고 있어도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동거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 근무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자녀의 교육 때문에 일시적으로 별거하는 것이 합리적인 부부공동생활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부부로서 동거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공동체를 위해 서로가 떨어져 사는 고통과 불편을 감내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는 부부들도 적지 않다. 기러기아빠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지 부부가 먼 거리에 떨어져서 오래 있으면 부부 간의 결속력이 떨어지고 어느 한 쪽이 해이해진 상태에서 말썽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이혼사건에서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서양격언이 적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래 계속되는 객지생활에서 사람들은 허전하고 진한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때 옆에서 가까이 있으면서 그 외로움을 달래주는 이성의 친구가 있으면 쉽게 가깝게 관계가 진행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 부부는 함께 붙어서 살아가는 것이 좋고 바람직하다.


부부는 서로에 대한 부양의무를 부담한다. 민법은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의 부담은 당사자 간에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833조). 부부는 결혼을 한 후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함께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양의무는 자녀를 출산한 후 성년이 될 때까지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까지 포함한다.


그리고 부부는 정조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결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유의 구속이다. 이와 같은 부부의 정조의무는 일부일처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일단 결혼한 부부는 배우자 이외의 다른 이성과 간음을 해서는 안 된다.

 

만일 간음을 하면 간통죄라는 형벌로 처벌한다. 결혼한 사람들은 배우자에 대해 자신의 정조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아무리 바람둥이라고 하더라도 결혼에 의해 이런 중대한 제약을 받게 된다. 한 사람만 사랑하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그 사랑을 지키겠다는 혼인서약은 이제 법적으로 화체(化體)된다.

 

그래서 결혼한 이상 한 사람과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법적 의무가 되는 것이다. 배우자에 대한 정조의무를 지키지 못할 것 같으면 애당초 결혼하지 말아야 하고, 정조의무를 위반하게 되면 이혼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정조의무위반자만 이혼을 당할 위험성만 있을 뿐, 스스로 먼저 이혼을 청구할 자격도 없다. 이혼도 되지 않으니 자신은 어쩔 수 없이 바람을 피워야겠다고 하면 간통죄로 징역을 가라는 것이 법의 취지다.


부부의 정조의무는 단순히 간음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이행되는 것이 아니다. 민법은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이혼사유로 하고 있다. 부정한 행위라 함은 간통 보다 넓은 개념이다. 간통까지는 하지 않아도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일체의 부적절한 행동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성관계는 하지 않고 있더라도 다른 사람과 지속적인 데이트를 하거나, 연인처럼 전화나 이메일을 주고 받는 경우, 간음 이외의 키스나 애무를 하는 경우, 호텔에서 밤을 새우면서 술을 마시는 경우 등이 간통죄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이혼사유가 되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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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소리 간통고소사건 단상(1)


가을사랑



첫눈이 내렸다. 밤새 하얗게 쌓인 눈 때문에 눈이 부시다. 순백의 눈은 순수한 사랑을 의미한다. 하얀 눈 위에 빨간 장미꽃잎이 떨어져 있었다. 가을의 모순이다. 11월이 다 지나가는데 아직 장미꽃이 남아 있다니. 여름과 가을의 공존에서 겨울과 여름의 동시성도 느껴진다. 


흰 눈과 붉은 장미를 보면서 나는 사랑과 결혼의 순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행복하기로 굳은 약속을 하고 출발했던 결혼생활이 시간이 가면서 순수의 빛을 잃고 퇴색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최근에 옥소리 씨 부부의 이혼과 간통사건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인기 있는 연예인이나, 정치인, 재벌 집안의 가정불화나 이혼은 언제나 많은 관심을 끌어왔다. 이들이 간통으로 고소를 당하게 되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된다.


박철 씨가 옥소리 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재산분할청구를 하고, 더 나아가 간통죄로 형사고소를 하여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 언론에 많이 보도되고 있다. 사실 아무리 연예인이라고 하더라도 프라이버시가 보호되어야 하는데, 현재 언론에서는 지나치게 당사자들의 사생활을 여과없이 노출시키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옥소리 씨를 고소한 박철 씨는 간통죄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옥소리 씨는 간음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분명 진실은 하나일 것이다. 옥소리 씨가 간통을 했든지, 아니면 억울한 고소를 당했든지 어느 하나의 진실만이 있을 뿐이다. 고소를 당한 사람들이 간통사실을 자백하지 않는 경우,  법은 어떠한 증거에 의해  어느 정도까지  증명이 되면 간통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아주 은밀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간음행위를 직접증거 없이 정황증거에 의해서 인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재판이다. 배가 지나간 자취와 같이 남자와 여자가 함께 하였던 자취도 기이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통해 사람들은 간통죄란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간통사실은 어떠한 증거에 의해서 인정되는가, 간통죄가 인정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가, 간통사실은 이혼소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 같다. 


일부 사람들은 결혼의 의미를 단순하게 생각한다. 결혼하고 나서도 그냥 대충 살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혼자만의 개인생활이 아니고, 비록 두 사람이 하는 것이지만 공동생활에 속한다. 1인 개인생활과 2인 공동생활은 그 차이가 크다. 개인생활은 모든 행동이 자유다.

 

공동생활은 함께 움직여야 하고, 상대방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를 해야 하며, 상대방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고, 상대방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공동생활은 각자의 자유를 부분적으로 제한하면서 상호협조하는 데서 발전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는데 불편을 느끼거나,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그에 대한 배려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 사이에는 불만과 갈등이 생겨나고 서로가 고통을 받게 되며, 종국에 가서는 공동생활은 해체된다. 

 

2인의 공동생활은 예컨대 대학교 다닐 때 하숙을 한 방에서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경우에 경험하게 된다. 이때 서로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으면 매우 불편한 심정을 느끼게 된다. 공동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나중에 군대에 가서 단체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탈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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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범죄(Politics & Crime)

 

가을사랑

 

 

BBK 전 대표인 김경준 씨가 미국에서 강제송환되어 귀국했고, 검찰수사를 받은 다음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김씨에 대한 개인적인 범죄사실만으로 구속영장은 청구되었지만,  김씨의 주가조작사건에 이 후보가 관련되었는지 여부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논쟁이 뜨겁다.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폭탄이기에 여야 정치권은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다.

 

정치인이 관련된 사건은 여러 가지 면에서 특수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건처리를 둘러싸고 항상 시비가 생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각 정당에서는  대조적인 주장을 내세우게 된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논란이 된다. 검찰의 태도는 비난받게 되고,  중립성을 의심받게 된다.

 

정치인 사건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된다. 수사는 완전히 공개된 상태에서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여론의 반응이 뜨거워진다. 때문에 검찰이나 법원은 여론의 강한 압력을 받게 될 위험성이 있다. 아무리 공정하게 수사한다고 해도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는 것이 정치인사건이다.

 

금년처럼 검찰수사가 정치권과 맞물려서 시끄러웠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동국대 교수 신정아 씨 학력위조의혹사건이 불거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그 배후로 밝혀지고 구속까지 되었다. 그 과정에서 미국으로 출국했던 신정아 씨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되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신정아 씨와 변양균 정책실장 사이에 주고 받은 이메일이 검찰에 의해 압수되고, 그 내용으로 보아 부적절한 애인관계이었던 것으로 알려지자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어느 일간지는 신정아 씨의 누두사진 관련 기사를 실어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담당 부장이 사직을 하고, 그 일간지는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다.

 

신정아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처음에는 기각되어 커다란 파문이 일었고, 압수수색영장도 기각되어 검찰과 법원이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종국에는 두 사람은 구속기소되었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부산에서는 청와대 비서관 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마침내 전군표 국세청장이 현직에 있는 상태에서 구속되었다. 참으로 쇼킹한 사건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번에는 김경준 씨가 범죄인인도절차에 의해 한국에 인도되었고, 신정아 씨와 마찬가지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수갑을 찬 채 나타났다. 온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그는 검찰청으로 옮겨졌고, 수사를 받은 다음 법원에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김씨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도 포기했다. 김씨의 사건수사는 그 결과에 따라 한달 남은 대선에도 커다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정치와 범죄 사이의 관련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치란 권력과 연결되어 있다. 정치인은 정당을 통해 권력을 잡게 된다. 권력은 어떠한 경우라도 남용될 위험성이 있다. 권력의 남용은 범죄로 이어지게 되고, 권력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는 그 적발도 어렵고, 처벌이 어렵다. 사법부에 의해 처벌되어도, 종국에는 권력에 의한 사면으로 끝내지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정치와 범죄의 연관작용은 이를 둘러싼 무수한 정치적 논쟁을 유발시키게 된다. 정치인들은 정치와 범죄를 중요한 정치적 투쟁의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한 좋은 방법으로 믿고 결사적인 공격을 하게 된다. 이에 언론이 가세하면 사태는 급격하게 확산되고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게 된다.

 

검찰은 항상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게 된다.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불신은 어느 때고 동일하다. 야당에서는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조직에서 야당에 유리한 수사를 할 리는 없다고 믿고 있다. 항상 집권당과 청와대를 위해 수사방향을 잡고, 그에 따라 수사확대나 축소수사를 할 것이라고 의심하게 된다. 이에 반해 청와대나 여당에서는 검찰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사실 수사란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사건 당사자들로부터 자백을 받는 일도 쉽지 않고, 수사가 시작되면 이해관계인들의 말맞추기, 증거인멸 은닉, 중요한 참고인들의 수사협조거부 등으로 인해 사실관계를 밝혀내기도 어렵다. 더군다나 언론에서 모든 수사상황을 보도하고 있는 공개수사형태가 되면 더욱 그렇다.

 

모든 비난은 검찰에게 향해진다. 그래서 특별검사를 임명하자는 주장은 수사 초기단계부터 거론된다. 검찰 역시 정치적인 논쟁에 휘말려들지 않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다 보니 수사의 타이밈을 놓치기도 하고, 철저한 수사를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최근에는 삼성그룹에서 법무팀장으로 근무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이른바 떡값검사 명단을 일부 발표해서 검찰의 수사에 대한 공정성 시비는 더욱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정치와 범죄, 기업과 범죄에 대한 상호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단계다. 정치인과 기업인, 검사의 정치적, 경제적, 법률적 관계가 수준높게 정착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많은 혼란이 생기고 있다. 신임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끝났지만 청와대에서 공식임명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현재와 같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정치와 범죄, 기업과 범죄에 대한 수사를 공정하게 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찾고 국민들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받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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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핑에 대한 형사처벌


가을사랑

 

 

인터넷에 스와핑 카페를 만들어 놓고 음란한 사진을 올려 전시한 사람들이 경찰에 의해 형사입건되었습니다. 인터넷 카페에 성교사진을 올려놓는 행위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음란한 영상을 공연히 전시하는 행위에 해당되므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65조 제1항 제2호에 위반되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러나 경찰은 스와핑 카페 회원들이 부부 사이에 쌍방의 동의를 얻어 부부를 교환하여 성교를 한 행위는 입건하지 않았습니다.


스와핑(swapping)이란 부부교환섹스를 의미합니다. 혼인신고를 한 부부가 다른 부부와 배우자를 바꾸어 성행위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스와핑 섹스는 구체적으로 이렇습니다. 결혼한 부부 A와 B가 다른 부부 C와 D 사이에 스와핑에 관한 합의를 하는 것입니다. 네 사람의 완전 합의가 이루어져야 스와핑이 가능합니다. 그런 다음 A, B, C, D  네 사람이 배우자를 바꾸어 성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성행위는 개인의 자유이며, 법에서 관여하지 않습니다. 섹스를 할 것인지, 누구와 할 것인지, 어떠한 방법으로 할 것인지는 개인의 자유의사에 달려 있습니다. 자유민주사회에서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성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습니다.


첫째, 강간죄나 강제추행죄는 처벌합니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데 폭행이나 협박을 가해 강제로 성교를 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둘째, 13세 미만의 여자에 대해서는 비록 동의를 받더라도 성관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미성년자의제강간죄를 두고 있습니다.


셋째, 일부일처제의 원칙에 따라 법적으로 혼인한 부부는 배우자 이외의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하면 간통죄로 처벌됩니다. 넷째, 돈을 주고 성을 사고 파는 성매매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AIDS에 감염된 사람은 감염의 예방조치 없이 성행위를 하면 형사처벌됩니다. 여섯째, 성행위를 불특정 다수인이 있는 장소에서 공연히 하게 되면 공연음란죄에 해당합니다. 일곱째, 다른 사람을 속여서 성교를 하는 경우 처벌하기도 합니다. 음행의 상습 없는 여자를 결혼하자고 속여 간음을 하게 되면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됩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 남녀 두 쌍이 서로 파트너를 바꾸어 섹스를 하는 것은 처벌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룹섹스를 하건, 파트너를 바꾸어 따로 따로 섹스를 하건 성적 자기결정권에 따른 자유행위로서 헌법상 보장되는 개인의 자유권에 속합니다. 


그러나 스와핑 섹스는 간통죄에 해당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결혼한 부부가 서로 맞바꾸어 섹스를 하는 경우에는 배우자 아닌 다른 사람들끼리의 두 개의 섹스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즉, A와 D, C와 B 사이의 섹스는 각자 배우자 있는 남자와 여자가 자신의 배우자 이외의 다른 여자와 남자를 상대로 섹스를 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두 개의 섹스행위는 간통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당연히 간통죄로 처벌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간통죄는 친고죄로서 고소를 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또한 간통행위를 배우자가 사전에 권했거나, 사후에 용서한 경우에는 고소할 수 없습니다. 종용이란 간통에 대한 사전 동의를 말하며, 유서는 사후 승낙을 말합니다.


스와핑 섹스에 있어서는 배우자 있는 남자와 여자가 모두 간통에 대한 사전 승낙을 하였기 때문에 각자의 배우자가 한 간통행위에 대해 고소권이 없게 됩니다. 간통죄는 간음행위 하나마다 한개의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므로, 간통행위에 대한 사전 승낙은 개별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이를 포괄적으로 하게 되면 물론 사전 승낙으로서의 효력이 있습니다.


스와핑을 하는 부부가 특정한 경우에만 승낙을 하였는데, 어느 한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의 승낙 없이 스와핑을 했던 이성과 또 따로 만나 개별적인 섹스를 했다면 그 부분에 대한 간음행위에 대한 승낙이 없었던 것이 되어 간통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스와핑은 성교를 하는 당사자 두 사람이 합의하여 성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간죄나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폭행이나 협박행위가 없는 자발적인 동의에 의한 성교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스와핑을 하기로 합의는 하였으나, 마음이 달라져서 성교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의사표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하기로 했으니까 해야 한다는 식으로 밀어붙여 폭행을 하거나 협박을 하는 등 강제력을 행사하여 간음을 하였다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강간죄나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은밀한 장소에서 성교를 하는 경우에는 일반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장소에서 음란한 행위를 하는 공연음란죄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스와핑행위를 하면서 성교장면 등을 사진 촬영하여 인터넷 등에 게재하게 되면 성행위와는 별도로 인터넷공연음란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규정에 의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스와핑은 부부 사이의 합의에 의해 하는 배우자의 부정행위이기 때문에 이혼사유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와핑에는 합의했지만, 그 후 마음이 달라져서 배우자의 스와핑섹스사실에 대해 기분이 좋지 않게 되어 부부싸움을 자주 하게 되면 혼인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 이혼사유도 될 소지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동의한 부정행위를 이유로 위자료청구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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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


가을사랑



가을은 아침에도 가을이었다. 아침이었지만 산과 들에는 가을색이 만연해 있었다. 간밤에도 아무 일 없이 가을은 무사히 하루 밤을 보낸 듯싶었다. 상일IC로 나가 구리 판교 간 고속도로를 타고 판교IC로 갔다. 차가 막히지 않아 시원하게 달릴 수 있었다. 음악도 켜지 않은 채 나는 창밖을 보면서 가을을 살폈다. 


가을은 오늘도 무척 건강해 보였다. 가을의 막바지에서도 의연하게 자신의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가을은 나름대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성숙의 계절이고, 풍요로움을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칼러를 보여줄 수 있고, 깊은 철학적 의미를 지닌 낙엽과 바람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가을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가을은 사랑 그 자체이며, 사람들에게 사랑을 일깨워 준다. 사랑의 본질이 무엇이고, 왜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사랑의 소중함을 깨우쳐주고, 사랑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삭막하고 외롭고, 가치 없는 것인지를 보여준다.


가을에 우리가 외로워지는 것도, 까닭 없이 서글퍼지는 것도,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어지는 것도 모두 사랑 때문이다. 사랑을 가슴에 안고, 사랑을 모닥불에 불태우며, 그 연기와 함께 구름 위로 날아가는 시간은 행복하다. 그 행복한 시간에 우리는 가을과 함께 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에 도착했다. 입구에 내복과 담요를 파는 가게들이 있었다. 왜 내복과 담요일까? 구치소에서 가장 필요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다이아몬드와 명품 옷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고급 핸드백이나 로렉스 시계는 없어도 된다. 백에 넣은 돈도 필요 없고, 시간은 저절로 교도관들이 알려준다. 구치소에서는 물건이 없어도 된다. 사는 데 아무 필요가 없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편한 내복과 따뜻한 담요가 필요할 뿐이다. 그러한 물건에는 생존의 처절한 피와 땀이 밸 것이다. 가슴 속에서 우러 나오는 피맺힌 한이 서리게 될 것이다. 세상을 향한 저주와 원망, 탄식이 담요에 기름져 남을 것이다. 그곳은 지옥이었다. 생지옥이란 바로 그런 곳을 말한다. 인간의 원죄 때문에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지옥이었다.


사람들은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그런 지옥에 던져진다. 그리고 신음하게 된다. 처절한 고통을 받으면서 동물처럼 시간을 보낸다. 모든 자유는 통제되고, 집단생활을 하게 된다.


변호인 접견실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구속되어 있는 사람들은 숨이 막힌다.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문제는 제도에 있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는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에 의한 재판을 받으면 사실 걱정할 것이 없다. 아무런 증인도 필요 없고, 하나님께서 완벽하게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억울한 심판은 있을 수 없고, 자신이 범한 죄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이 수사하고 재판하고, 더군다나 그 수사와 재판의 기초는 사람들에 의한 진술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위험한 것이다.


고소인이나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사람들의 주장을 기초로 해서 시작되는 수사나 재판은 진실이 왜곡될 위험성이 항상 있게 마련이다. 고소인이나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거짓 증인을 대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사건의 진실은 왜곡되기 시작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고를 하고, 위증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많은 증인들이 어느 한쪽 편을 들고 매우 편파적인 태도로 사건에 관한 증언을 하고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남의 사건에 귀찮아서 증언을 해주지 않는다.


그러한 고소인들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수사나 재판을 하는 경우, 아무리 억울하다고 소리쳐도 대답 없는 메아리에 그치고 만다. 나는 두 사람의 말을 장시간 들었다.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상의를 했다.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에 있는 그들을 위로하고 진정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건강을 잃어서는 안 된다. 싸움에서 지게 된다. 우울증에 걸려서도 안 된다. 사건에 있어서는 서로가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전의도 다지고, 지혜를 짜내서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변호사와 피고인 사이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피고인들은 대개 변호사들을 원망한다. 변호사들이 제대로 열심히 변론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돈만 받고 면회도 자주 오지 않고, 법정에서도 상대방과 열심히 싸우지 않고, 대충 하다가 실형을 받았다는 사람들도 많다. 피고인들은 검사와 판사도 원망한다. 그들에게 걸었던 기대가 너무 컸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실적인 법과 제도에도 있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들, 법집행공무원들, 변호사들에게 있다. 징역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절실한 심정,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 주겠다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1시간 반 동안 구치소 안 불빛 아래서 있다가 밖으로 나왔더니 가을 햇살이 눈이 부실 정도였다. 내가 인간 지옥에 있다가 쇼생크탈출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밖에는 자유로운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그들이 육체적으로는 자유로운데, 정신까지도 자유로운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돌아다닐 수는 있는데, 더 큰 덫에 붙잡혀 정신의 자유를 상실한 노예나 포로, 수감자들이 많은 것은 아닌가? 나 역시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다음 나는 무겁고 깊은 생각 보다는 당장 눈 앞에 펼쳐지는 가을의 풍경을 바라보아야 했다. 얼마 안 있으면 나뭇잎들이 모두 떨어져 벌거벗은 나목이 될 나무를 조금이라도 더 눈에 넣어야 했기 때문이다. 가을이 가고 나목들과 함께 남아 눈을 맞을 채비를 해야 한다. 눈이 내리면 나는 가을의 추억을 가슴에 담고 눈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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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 사건! 무엇이 문제인가?


가을사랑 

 


노란 은행잎과 함께 찾아오는 서울의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아름다운 단풍 속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연인들이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들에게는 파란 하늘만 보일 뿐 검은 구름이나 폭풍이 몰아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오늘도 영원을 약속한다. 서로 변하지 않고 오랫동안 사랑할 것을 맹세하고 있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 사이의 일이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인기 가수 아이비에 대한 동영상 협박사건이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하여 A 씨(남, 31세)가 구속되었다. 나는 이 사건을 통해 남녀의 애정문제가 형사사건으로 비화되고, 당사자들의 명예가 훼손되는 불행한 현실을 조명해 보기로 했다. 불완전한 사랑으로 인해 누구나 불행에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비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A 씨는 2000년 아이비가 단편영화에 출연했을 당시 배우와 스태프 관계로 만나게 되어 친하게 지냈다. 두 사람은 그 후 연인관계로 지냈는데, 아이비가 결별을 선언하자 A 씨는 아이비에게 문자메시지나 전화통화로 함께 찍은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여 금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아이비 사건에서 핵심은 애인의 결별통지를 받은 남자가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하면서 돈을 요구하는 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다. 아울러 일방적인 사랑계약의 해지가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 사이의 애정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의사에 달려 있다. 법은 개인의 애정행위에 관여하지 않는다. 누구를 만나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하든, 이별을 하든 그것은 개인의 프라이버시(privacy)이며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법이 관여하는 것은 애정행위가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영역에 들어왔을 때에 한한다. 결혼한 유부남과 유부녀가 배우자 이외의 다른 사람과 성행위를 할 때에는 간통죄를 두어 금지하고 있다. 결혼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하는 것만으로도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어 이혼사유가 된다. 인간에게 있어서 고상한 가치를 지닌 성을 돈을 주어 사고 파는 성매매행위도 처벌된다.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폭행이나 협박에 의해 간음을 하는 야만적인 강간행위도 범죄행위로 처벌하고 있다. 그 이외의 모든 애정행위는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 심지어 부부가 파트너를 바꾸어 섹스를 하는 스와핑(swapping)도 법적으로는 금지대상이 아니다.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애정에 관한 두 사람 사이의 합의는 일반 계약과는 달리 지키지 않아도 법적으로 강제하지 못한다. 사랑을 하다가 헤어지자고 하는 의사표시를 일방적으로 하면 그것으로 애정관계는 종료된다.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사랑을 하면서 다른 이성과 양다리를 걸치는 삼각관계를 맺는 것도 자유다. 사랑의 약속은 법적으로 강제수단이 없기 때문에 그 효력은 매우 약하다. 그래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수 많은 연인들이 사랑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변심하여 불행을 겪어왔다.

 

결혼을 약속하는 형태의 약혼이라는 행위가 있게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약혼까지 해놓고 결혼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약혼의 일방적인 파기로 인정되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결혼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겠다고 거짓말을 하여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를 간음한 경우에는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받게 된다. 처음에는 결혼할 의사가 있어서 성관계를 맺었지만 나중에 사정이 변경되어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는 때에는 혼인빙자간음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가 영원히 사랑하기로 굳은 약속을 해놓고 그 사랑이 식었거나 또 다른 사랑을 만나 옮겨갔을 때 문제가 생긴다. 사랑이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좋아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싫어졌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무런 방법도 없다. 바람둥이의 경우에는 더욱 대책이 없다. 공연히 그런 사람과 사랑을 하고 몸을 주고 시간과 에너지를 쓴 것이 아깝고 억울할 뿐이다.


사람들은 사랑서약서를 써놓기도 한다. 평생 서로 변치 말고 사랑하기로 하고, 만일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금전으로 손해배상을 하기로 하는 합의를 문서화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분계약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 사랑계약(love contract)은 강제할 수 없다. 또한 배우자 있는 사람이 하는 첩계약 등의 불륜계약은 애당초 법질서에 위반되어 무효다. 


정말 사랑했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변심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고 상심한 채 고민하다가 포기하고 돌아선다.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많은 사람들이 첫사랑에 실패하고 있다. 첫사랑의 실패를 통해 사랑이란 결코 아름답고 행복한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시 사랑을 시도해 보지만 아름다운 사랑이 결실을 맺는 것은 쉽지 않다. 살면서 새로운 사랑을 거듭 경험하지만, 사랑의 아픔과 슬픔을 맛보게 될 뿐이다.  


실연의 상처가 너무 깊어 헤어나지 못하고 우울증에 걸리거나 대인기피증에 빠진다. 실연 때문에 자살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해 연인이 함께 동반자살을 하는 것을 합의정사(合意情死)라고 한다.  


상대방의 일방적인 변심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물리적으로 사랑을 붙잡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애인을 강제로 납치해서 감금하거나, 강간을 해서 자기 사람으로 만드려고 한다. 법에서 문제가 되면 중한 형을 받게 될 범죄행위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하겠다는데 어떻게 막겠는가? 이러한 시도는 결국 무의미한 물거품으로 끝나게 된다. 사랑이란 정신작용이 수반되며, 결코 강제할 수 없다. 애써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면 사랑은 더욱 멀리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변심한 애인을 살해하거나, 염산을 얼굴에 뿌려 인생을 망쳐놓기도 한다. 변심한 남자의 급소를 면도칼로 절단하기도 하고, 여자를 벌겋게 달군 연탄집게로 지져놓은 사건도 있었다. 치정사건은 그 동기 때문에 아주 잔인하게 이루어진다. 변심한 애인에 대한 지독한 복수심은 아주 잔혹한 범죄행위로 나타나는 것이다.


애인이 변심한 것에 충격을 받고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협박을 하거나 공갈을 치는 경우도 있다. 계속해서 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뒤를 쫓아 다닌다. 변심한 애인과의 은밀한 관계, 육체관계 등을 폭로하겠다고 협박을 한다. 처음부터 애인의 약점을 잡기 위해 나체사진이나 성행위사진을 촬영해 두는 경우도 있지만, 사랑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찍어놓은 사진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 애인의 마음을 돌이키기 위하여, 아니면 이미 떠난 애인이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서 시작되는 일이다.


아이비 사건에서도 A 씨는 애인이었던 아이비가 변심하자 함께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물론 A 씨가 공개하겠다던 동영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그 존재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한다. 만일 그러한 동영상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일반인에게 공개될 경우 아이비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아이비 사건에서 A 씨는 협박죄로 구속되었다. 협박죄란 피해자에게 해악을 고지하여 겁을 먹게 한 다음 금품을 뜯어내는 범죄를 말한다. 형법 제283조 제1항은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자에게 남자와 함께 찍은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말하면 여자는 겁을 먹게 된다. 자신의 명예와 프라이버시가 치명적으로 훼손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명예는 매우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에 명예를 훼손시키겠다는 언동은 겁을 먹게 만드는 중요한 행위인 것이다.


여자의 나체사진이나 성행위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놓으면 법에 저촉된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에 위반된다.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음란한 문언이나 화상을 배포하거나 공연히 전시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A 씨의 경우 아이비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놓겠다고만 했지 실제로 올려놓지 않았기 때문에 위 법에는 위반되지 않는다. 협박죄에만 해당한다. 그리고 돈을 요구했기 때문에 공갈미수죄에 해당하게 된다. 공갈죄는 사람에게 겁을 주어 외포심을 일으키게 한 다음 피해자로부터 재물을 갈취하는 범죄를 말한다. 형법 제350조 제1항은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갈죄는 미수범을 처벌한다.

 

이번 사건에서 네티즌들은 아이비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다. 그러나 유의할 점이 있다. 비록 개인의 의견이 그렇다고 해도 인터넷에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시키거나 모욕적인 글을 올리게 되면 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이다. 아이비 뿐 아니라 A 씨 등 사건관계인들에 대해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을 하면 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다. 


애정의 파탄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당사자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우선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일반인들에 의해 공개되어 명예가 훼손된다. 사랑했던 사람이 원한을 갖게 되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하게 된다. 상대방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게 되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얼굴을 보면서 증언을 해야 한다. 징역을 살게 되면 언젠가 교도소에서 출소해서 또 어떤 해코지를 할 지 몰라 불안에 떨게 된다. 


애정에 집착해서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불행해지는 것이다. 연애를 할 때 상대방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성격을 제대로 알고 연애를 해야 한다. 사람을 잘못 만나면 매우 불행한 사태가 생길 수 있고, 그런 남녀문제는 평생 고통을 줄 수 있다. 


상대방이 변했을 때 끝까지 매달려 집착하거나 더 나아가 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게 되면 처벌될 뿐 아니라 인생이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애정문제는 그로부터 생겨나는 감정을 다스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보다 성숙한 인격체로서 애정의 변화에 대처하는 지혜를 이번 사건을 통해 타산지석으로 삼아 얻어야 하지 않을까?

 

[인터넷에 악플을 올리는 행위는 처벌되는가?]


- 댓글의 내용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구체적인 사실을 기재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된다.


-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에 의해 처벌된다.


- 대법원은 싸이월드 홈페이지 방명록에 글을 게재하거나 쪽지를 보내어 "피해자가 동성연애자"라고 밝힌 것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도5077 판결).


- 구체적인 사실을 기재하지 않고, 단지 경멸의 뜻이 담긴 욕설을 하는 경우에는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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