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 사건! 무엇이 문제인가?
가을사랑
노란 은행잎과 함께 찾아오는 서울의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아름다운 단풍 속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연인들이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들에게는 파란 하늘만 보일 뿐 검은 구름이나 폭풍이 몰아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오늘도 영원을 약속한다. 서로 변하지 않고 오랫동안 사랑할 것을 맹세하고 있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 사이의 일이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인기 가수 아이비에 대한 동영상 협박사건이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하여 A 씨(남, 31세)가 구속되었다. 나는 이 사건을 통해 남녀의 애정문제가 형사사건으로 비화되고, 당사자들의 명예가 훼손되는 불행한 현실을 조명해 보기로 했다. 불완전한 사랑으로 인해 누구나 불행에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비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A 씨는 2000년 아이비가 단편영화에 출연했을 당시 배우와 스태프 관계로 만나게 되어 친하게 지냈다. 두 사람은 그 후 연인관계로 지냈는데, 아이비가 결별을 선언하자 A 씨는 아이비에게 문자메시지나 전화통화로 함께 찍은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여 금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아이비 사건에서 핵심은 애인의 결별통지를 받은 남자가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하면서 돈을 요구하는 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다. 아울러 일방적인 사랑계약의 해지가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 사이의 애정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의사에 달려 있다. 법은 개인의 애정행위에 관여하지 않는다. 누구를 만나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하든, 이별을 하든 그것은 개인의 프라이버시(privacy)이며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법이 관여하는 것은 애정행위가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영역에 들어왔을 때에 한한다. 결혼한 유부남과 유부녀가 배우자 이외의 다른 사람과 성행위를 할 때에는 간통죄를 두어 금지하고 있다. 결혼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하는 것만으로도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어 이혼사유가 된다. 인간에게 있어서 고상한 가치를 지닌 성을 돈을 주어 사고 파는 성매매행위도 처벌된다.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폭행이나 협박에 의해 간음을 하는 야만적인 강간행위도 범죄행위로 처벌하고 있다. 그 이외의 모든 애정행위는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 심지어 부부가 파트너를 바꾸어 섹스를 하는 스와핑(swapping)도 법적으로는 금지대상이 아니다.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애정에 관한 두 사람 사이의 합의는 일반 계약과는 달리 지키지 않아도 법적으로 강제하지 못한다. 사랑을 하다가 헤어지자고 하는 의사표시를 일방적으로 하면 그것으로 애정관계는 종료된다.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사랑을 하면서 다른 이성과 양다리를 걸치는 삼각관계를 맺는 것도 자유다. 사랑의 약속은 법적으로 강제수단이 없기 때문에 그 효력은 매우 약하다. 그래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수 많은 연인들이 사랑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변심하여 불행을 겪어왔다.
결혼을 약속하는 형태의 약혼이라는 행위가 있게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약혼까지 해놓고 결혼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약혼의 일방적인 파기로 인정되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결혼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겠다고 거짓말을 하여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를 간음한 경우에는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받게 된다. 처음에는 결혼할 의사가 있어서 성관계를 맺었지만 나중에 사정이 변경되어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는 때에는 혼인빙자간음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가 영원히 사랑하기로 굳은 약속을 해놓고 그 사랑이 식었거나 또 다른 사랑을 만나 옮겨갔을 때 문제가 생긴다. 사랑이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좋아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싫어졌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무런 방법도 없다. 바람둥이의 경우에는 더욱 대책이 없다. 공연히 그런 사람과 사랑을 하고 몸을 주고 시간과 에너지를 쓴 것이 아깝고 억울할 뿐이다.
사람들은 사랑서약서를 써놓기도 한다. 평생 서로 변치 말고 사랑하기로 하고, 만일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금전으로 손해배상을 하기로 하는 합의를 문서화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분계약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 사랑계약(love contract)은 강제할 수 없다. 또한 배우자 있는 사람이 하는 첩계약 등의 불륜계약은 애당초 법질서에 위반되어 무효다.
정말 사랑했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변심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고 상심한 채 고민하다가 포기하고 돌아선다.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많은 사람들이 첫사랑에 실패하고 있다. 첫사랑의 실패를 통해 사랑이란 결코 아름답고 행복한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시 사랑을 시도해 보지만 아름다운 사랑이 결실을 맺는 것은 쉽지 않다. 살면서 새로운 사랑을 거듭 경험하지만, 사랑의 아픔과 슬픔을 맛보게 될 뿐이다.
실연의 상처가 너무 깊어 헤어나지 못하고 우울증에 걸리거나 대인기피증에 빠진다. 실연 때문에 자살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해 연인이 함께 동반자살을 하는 것을 합의정사(合意情死)라고 한다.
상대방의 일방적인 변심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물리적으로 사랑을 붙잡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애인을 강제로 납치해서 감금하거나, 강간을 해서 자기 사람으로 만드려고 한다. 법에서 문제가 되면 중한 형을 받게 될 범죄행위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하겠다는데 어떻게 막겠는가? 이러한 시도는 결국 무의미한 물거품으로 끝나게 된다. 사랑이란 정신작용이 수반되며, 결코 강제할 수 없다. 애써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면 사랑은 더욱 멀리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변심한 애인을 살해하거나, 염산을 얼굴에 뿌려 인생을 망쳐놓기도 한다. 변심한 남자의 급소를 면도칼로 절단하기도 하고, 여자를 벌겋게 달군 연탄집게로 지져놓은 사건도 있었다. 치정사건은 그 동기 때문에 아주 잔인하게 이루어진다. 변심한 애인에 대한 지독한 복수심은 아주 잔혹한 범죄행위로 나타나는 것이다.
애인이 변심한 것에 충격을 받고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협박을 하거나 공갈을 치는 경우도 있다. 계속해서 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뒤를 쫓아 다닌다. 변심한 애인과의 은밀한 관계, 육체관계 등을 폭로하겠다고 협박을 한다. 처음부터 애인의 약점을 잡기 위해 나체사진이나 성행위사진을 촬영해 두는 경우도 있지만, 사랑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찍어놓은 사진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 애인의 마음을 돌이키기 위하여, 아니면 이미 떠난 애인이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서 시작되는 일이다.
아이비 사건에서도 A 씨는 애인이었던 아이비가 변심하자 함께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물론 A 씨가 공개하겠다던 동영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그 존재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한다. 만일 그러한 동영상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일반인에게 공개될 경우 아이비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아이비 사건에서 A 씨는 협박죄로 구속되었다. 협박죄란 피해자에게 해악을 고지하여 겁을 먹게 한 다음 금품을 뜯어내는 범죄를 말한다. 형법 제283조 제1항은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자에게 남자와 함께 찍은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말하면 여자는 겁을 먹게 된다. 자신의 명예와 프라이버시가 치명적으로 훼손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명예는 매우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에 명예를 훼손시키겠다는 언동은 겁을 먹게 만드는 중요한 행위인 것이다.
여자의 나체사진이나 성행위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놓으면 법에 저촉된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에 위반된다.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음란한 문언이나 화상을 배포하거나 공연히 전시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A 씨의 경우 아이비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놓겠다고만 했지 실제로 올려놓지 않았기 때문에 위 법에는 위반되지 않는다. 협박죄에만 해당한다. 그리고 돈을 요구했기 때문에 공갈미수죄에 해당하게 된다. 공갈죄는 사람에게 겁을 주어 외포심을 일으키게 한 다음 피해자로부터 재물을 갈취하는 범죄를 말한다. 형법 제350조 제1항은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갈죄는 미수범을 처벌한다.
이번 사건에서 네티즌들은 아이비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다. 그러나 유의할 점이 있다. 비록 개인의 의견이 그렇다고 해도 인터넷에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시키거나 모욕적인 글을 올리게 되면 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이다. 아이비 뿐 아니라 A 씨 등 사건관계인들에 대해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을 하면 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다.
애정의 파탄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당사자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우선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일반인들에 의해 공개되어 명예가 훼손된다. 사랑했던 사람이 원한을 갖게 되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하게 된다. 상대방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게 되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얼굴을 보면서 증언을 해야 한다. 징역을 살게 되면 언젠가 교도소에서 출소해서 또 어떤 해코지를 할 지 몰라 불안에 떨게 된다.
애정에 집착해서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불행해지는 것이다. 연애를 할 때 상대방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성격을 제대로 알고 연애를 해야 한다. 사람을 잘못 만나면 매우 불행한 사태가 생길 수 있고, 그런 남녀문제는 평생 고통을 줄 수 있다.
상대방이 변했을 때 끝까지 매달려 집착하거나 더 나아가 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게 되면 처벌될 뿐 아니라 인생이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애정문제는 그로부터 생겨나는 감정을 다스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보다 성숙한 인격체로서 애정의 변화에 대처하는 지혜를 이번 사건을 통해 타산지석으로 삼아 얻어야 하지 않을까?
[인터넷에 악플을 올리는 행위는 처벌되는가?]
- 댓글의 내용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구체적인 사실을 기재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된다.
-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에 의해 처벌된다.
- 대법원은 싸이월드 홈페이지 방명록에 글을 게재하거나 쪽지를 보내어 "피해자가 동성연애자"라고 밝힌 것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도5077 판결).
- 구체적인 사실을 기재하지 않고, 단지 경멸의 뜻이 담긴 욕설을 하는 경우에는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