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조사(1)
가을사랑
현직 국세청장 검찰출석의 의미
2007년 11월 1일 현직 국세청장이 검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다. 국세청장은 세무행정기관의 총수다. 국세청장은 검찰총장, 경찰청장, 관세청장, 국정원장 등과 함께 매우 힘있는 자리다. 힘이 있다는 말은 일반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조사권을 가지고 있어 재산에 영향을 주고, 기업체를 망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나 경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국세청에는 수 많은 기관과 공무원들이 있다. 일반 국민들도 국세청이 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세무행정을 맡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회는 그래야 선진화되는 법이다.
그런 자리에 있는 고위 공직자가 사표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에 출석해 뇌물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엄청난 파장을 던져주는 사건이다. 하기야 전직 검찰총장, 전직 경찰청장, 전직 국세청장, 전직 국정원장 등도 검찰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은 사실이 있었다.
전직 대통령도 검찰조사를 받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현직 국세청장이 검찰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누구나 법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현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국세청장을 검찰에서 뇌물사건으로 소환조사하고 있어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들이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하는지, 검찰이 뇌물사건에 대해 어떠한 자세로 수사를 해야 하는지, 그러면서도 인간이 하는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억울한 피고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까웠던 사람들이 수사과정에서 서로 다른 진술을 하면서 원수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해외여행 경비명목으로 5차례에 걸쳐 합계 6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사실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건설업자 김상진 씨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정상곤 전 부산청장에게 상납진술을 번복하도록 이병대 현 부산청장에게 지시했는지 여부도 조사받고 있다. 즉, 국세청장이 부하 직원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 여부, 그 금품의 성격이 무엇이었는지, 정상곤 씨에게 진술을 번복하도록 교사했는지 여부 등이 핵심적인 혐의사실의 요지다.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행위의 대가로 금품을 받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뇌물죄는 뇌물을 주는 공여자와 뇌물을 받는 수뢰자가 있어야 성립한다. 이른바 필요적 공범(共犯)의 형태를 취한다. 뇌물죄는 혼자서 범할 수 없다. 반드시 금품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공동으로 행해야 하는 범죄다. 그리고 뇌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를 처벌한다. 간통죄와 동일한 구조이다. 간통죄도 배우자 있는 사람과 간음하는 상대방을 모두 처벌한다. 간통을 하는 남자와 여자는 필요적 공범의 관계에 있다.
형법상 단순수뢰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고, 뇌물공여죄인 증뢰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뇌물수수죄에 대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 뇌물금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즉, 뇌물가액(수뢰금액)이 1억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인 때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따라서 뇌물을 준 사람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처벌하고 있다. 법정형이 그렇게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뇌물을 준 사람은 대개 불입건하거나 집행유예에 그치고,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파면되거나 실형을 받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특별규정 때문에 뇌물로 받은 금액이 5천만원을 넘으면 공무원에 대해서는 최소한 3년 6월의 실형이 선고될 수밖에 없다. 집행유예가 선고되려면 3년 이하의 징역이어야 하는데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작량감경을 해도 그 절반인 징역 3년 6월 이상의 형이 선고되기 때문에 집행유예는 불가능하다.
뇌물죄는 주는 공여자와 받는 공무원을 모두 처벌하기 때문에 간통죄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뇌물교부 및 수수사실에 대해 서로 감추려고 하지 자백하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수사가 어려운 것이다. 뇌물과 간통은 양 당사자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로 은밀한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그러한 행위사실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려는 것이다. 뇌물을 주고 받은 사실을 떠들고 다니거나 간통한 사실을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아주 예외적인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