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시험 출제를 잘못한 경우
가을사랑
2005년 5월 22일에 실시된 공인중개사시험(제15회)에서 정답 시비가 있었다. 급기야 이러한 정답 시비는 법정에까지 비화되었다. 시험에 불합격한 한 수험생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소송은 자신에 대한 불합격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이었다. 이 사건의 명칭은 공인중개사시험불합격처분취소청구소송이었다. 그 내용은 어떠하며, 소송의 결과는 어떠했을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은 제1차 시험과 제2차 시험으로 구분되어 시행되었다. 제2차 시험의 과목은 부동산중개업법령 및 중개실무(이하 ‘제1과목’이라 한다), 부동산공시에 관한 법령 및 부동산관련세법(이하 ‘제2과목’이라 한다), 부동산공법 중 부동산중개에 관련되는 규정(이하 ‘제3과목’이라 한다)의 3과목이고, 과목당 100점을 만점으로 40문제씩 출제되어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를 합격자로 결정하였다.
위 소송에서 원고가 된 수험생은 위 시험 중 제2차 시험에 응시하여 제1과목에서 55점, 제2과목에서 45점, 제3과목에서 72.5점을 득점함으로써 평균 57.5점으로 합격기준 점수인 60점에 미달하여 피고로부터 이 사건 불합격처분을 받았다.
수험생은 원고가 되고, 피고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되었으며 원심판결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선고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서는 원고가 복수정답이 인정되어야 한다거나 정답이 없다고 주장하는 문제 중 제1과목 A형 7번(B형 7번) 문제에는 정답이 없다 는 판단을 하였다. 제1과목 중 7번 문제에는 정답이 없지만, 나머지 문제에는 출제나 채점에 어떠한 위법·부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법원에서는 가사 원고의 주장처럼 제1과목 A형 7번 문제를 정답으로 처리하더라도 원고의 평균점수가 합격기준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게 되므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불합격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다시 말하면, 원고는 한 문제만 정답처리가 되어도 여전히 두 문제가 부족하여 평균 60점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불합격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 피고가 한 원고에 대한 불합격처분은 적법한 것이라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원고는 억울하다면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의 판결은 어떠했을까?
먼저 대법원은 서울고등법원과는 달리 문제가 된 제1과목 7번 문제에 대해 피고가 정답처리를 한 ②항이 정답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단을 하였다. 이것은 제1과목 7번 문제에서 정답이 없다고 보았던 고등법원과는 다른 판단을 한 것이었다.
<원심이 정답 없다고 본 위 제1과목 A형 7번 문제의 문항은 “중개업자 갑과 그가 고용한 중개보조원 을에 관한 설명으로 틀린 것은?”이고 당초 피고가 정답으로 선정한 답항은 “②을이 업무상 행위로 중개의뢰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 갑이 무과실이면 손해배상책임은 당사자인 을에게 한정된다.”는 것인데, 구 부동산중개업법(2005. 7. 29. 법률 제7638호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6조 제5항에서 “중개업자가 고용한 공인중개사 및 중개보조원의 업무상 행위는 그를 고용한 중개업자의 행위로 본다.”고 한 다음 제19조 제1항에서 “중개업자가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민법 제746조의 사용자책임을 강화 내지 확대한 것으로서 이에 따라 중개업자는 그가 고용한 중개보조원 등의 행위가 자신의 행위로 간주되는 결과 일반적인 사용자책임과는 달리 피용자인 중개보조원의 선임 및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하였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하게 되므로, 위 ②항의 일부 용어표현이 다소 부정확하기는 하지만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를 정답으로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원심이 위 문제의 정답이 없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 하겠다.>
이것이 대법원에서 제1과목 7번 문제에 대해 정답은 ②항으로 처리한 것이 잘못이 아니라고 본 이유이다. 그러면서 한편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나머지 문제들의 출제 및 채점에 위법·부당한 사유가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결론은 정당한 이상,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므로, 결국 원심의 판단에는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때문에 상고이유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상고를 기각하였다. 결국 원고의 불합격처분은 뒤집어지지 못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공인중개사시험 문제의 출제와 관련하여 상세한 기준을 정립해서 발표했다(대법원 2009.10.15. 선고 2007두22061 판결). 그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1. 재량권 남용인 경우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객관식 문제의 출제에 있어서, 법령규정이나 확립된 해석에 어긋나는 법리를 진정한 것으로 전제함으로써 법리상의 오류를 범하는 것은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으로서 위법한 것임이 당연하다.
법리상의 오류를 범하지는 아니하였더라도 그 문항 또는 답항의 문장구성이나 표현용어의 선택이 지나칠 정도로 잘못되어 결과적으로 평균수준의 수험생으로 하여금 정당한 답항을 선택할 수 없게 만든 때에도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고 할 것이다.>
공인중개사시험에 있어서 법령의 규정이나 확립된 해석에 위반되는 법리를 진정한 것으로 전제한 오류는 위법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문장구성이나 표현용어의 선택이 지나칠 정도로 잘못되어 결과적으로 평균수준의 수험생으로 하여금 정당한 답항을 선택할 수 없게 만든 경우에도 위법하다는 것이다.
2. 재량권남용이 아닌 경우
<그러나 법리상의 오류는 없고 문항 또는 답항의 일부 용어표현이 미흡하거나 부정확하지만 평균수준의 수험생으로서는 객관식 답안작성 요령이나 전체 문항과 답항의 종합·분석을 통하여 진정한 출제의도 파악과 정답 선택에 장애를 받지 않을 정도에 그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잘못을 들어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고 하기 어렵다(대법원 2001. 4. 10. 선고 99다33960 판결 등 참조).>
객관식 시험문제의 특성상 출제의도와 답항 선택의 지시사항은 시험문제 자체에서 객관적으로 파악·평가되어야 하고 특별한 사정도 없이 문언의 한계를 벗어나 임의로 출제자의 숨겨진 주관적 출제의도를 짐작하여 판단할 수는 없으나, 그것은 문항에 의하여 명시적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문항과 답항에 대한 종합적 분석을 통하여 명시적·묵시적으로 진정한 출제의도와 답항선택에 관한 지시사항이 결정되는 것이므로, 수험생으로서는 위와 같은 명시적·묵시적 지시사항에 따라 문항과 답항의 내용을 상호 비교·검토하여 가장 적합한 하나만을 정답으로 골라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1두236 판결 등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