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 꽃>

내 모습이 보이는가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지는가
벚꽃은 눈이 되어 쏟아진다
그럼에도 너는 너무 먼 곳에 있다

왜 그렇게 마음 아프게 했던가
서로가 진하게 아꼈어야 했는데
산들바람을 맞으면서도
폭풍 속에서 헤매야했던 우리는
사랑과 영혼의 노래를 듣는다

이젠 두 손을 잡고 저 강을 건너야지
꼭 껴안고
죽음의 타이타닉에서 빠져나와야지
그것만이 우리의 길이다
운명의 선택이다

이제 슬픈 사랑의 노래를 부르자
달이 뜨는 언덕에 앉아
가슴 속으로 너를 느낀다
벚꽃은 눈이 되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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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소나타>

달빛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가을 바람이 가슴에 닿을 때
하얀 건반 위로
낙엽이 날린다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월광소나타가 흐르고
너와 나는 운명을 껴안는다

조용히 잡은 손에는
작은 별들이 들어온다
별들이 엉키면서
신음소리를 낸다

곡이 끝날 때까지
사랑은 정지한다
사랑이 숨을 쉬지 않는 곳에
풀벌레 소리가 시작된다

적막을 깨뜨리는
음악은 계속되고
이미 사랑에 질식한
두 사람은 불타는 가슴을 안고
밤하늘을 바라본다

그때 은하수 사이로
두 개의 별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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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좋아했나요>

그렇게 좋아했는데
무수한 밤을 혼자 새웠는데
지금 와서
이게 무엇인가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건가요

나 혼자 애가 탔었나요
당신은 무심한 강처럼
소리 없이 흘러만 가고
떠내려가던 나는
온몸에 상처투성이가 되어
신음소리를 냈어요

다시 돌아온 철새가
잃어버린 둥지를 찾아
소리 내어 울고 있을 때
나는 대신 눈물을 흘려요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우리 만남의 의미를 버리고
가슴 깊이 새겨진 문신을 지우고
원점에서 맴돌던 시간들
혼자만의 사랑을 위해
와인을 마시며
우리 새로운 시간을 위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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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역>

새벽길에 겨울이 차다
눈까지 내린 하얀 길을 따라
작은 수레에 사랑을 싣는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나눈
의미 없는 사랑의 흔적이
도로에 고여 있는 물기에 젖어
허망을 탓하고 있다

밤을 새우지도 않았는데
해장국을 시켜놓고
사랑의 껍질을 벗기며
삶은 계란을 어루만진다

마주 앉아 나눈 밀어들
가슴에서 가슴으로
나비처럼 전해지는 촉감

모란이 필 때까지
작은 사랑은 익어가고
그 안의 검은 씨앗은
우리 영혼이 만든 진주
블랙 커피가 진한 향기를 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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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촌토성

소리 없이 내린 눈이 쌓였어
밤새 내린 것 같아
사랑이 눈 속에서도
따뜻한 온기를 간직한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

먼 길을 돌아
하얗게 덮힌 곳에 이르렀어
유난히 눈이 큰 눈사람이
손을 내밀고 있었어
누군가 애써 만든 거야
아픈 사랑을 위해
아프지 않도록
백의의 천사처럼

그곳에 횃불이 있었어
눈을 맞으면서도
꿋꼿이 타오르고 있었어
사랑은 그곳에서 숨을 죽이고
소나무를 향해 날아갔어
창공을 넘어
아마 바다까지 갔을 거야

겨울 호수는 고요했어
갈대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풀밭 위로 떨어진 낙엽
그 옆에 파란 잎들이
빛바랜 사랑을 탓하며
겨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

가파른 언덕 위에는
작은 성이 있었어
꿈을 꾸는 곳이라고 해
마주 보는 눈길에
하얀 눈이 쌓이고
때로 살얼음이 녹아
속살처럼 빛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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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흔적>

은행잎이 떨어져 물결치고
단풍잎이 빨갛게 물들일 때
우리는 작은 글씨를 썼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
사랑이라는 낯선 단어 앞에서
우리는 경련을 일으켰어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듯이
사랑은 가고 슬픔만 남았어
거친 광풍이 휘몰아치고 떠난 벌판에는
누가 누구를 사랑했는지
어떤 사랑의 밀어들이 뱉어졌는지
아무 기억도, 아무 흔적도 없어졌어

한 때 사랑했던 너의 모습에서
내 사랑의 초라한 색깔이 보여
그때 청춘의 뜨거운 피가 솟꾸치고
걷잡을 수 없도록 아팠던 건
바로 너 때문이었어
오랜 침묵과 낯선 미소 때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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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사랑일까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이것도 사랑일까요
그리움은 물안개처럼
피어났다가 사라지고
다시 그리움 되어
나를 괴롭히고 있네요

함께 있지도 못하는
이것도 사랑일까요
마음껏 다가갈 수 없어
오늘 밤 문득
외로움에 사무쳐
그냥 강물을 보고 있어요

당신의 이름을 혼자 부르고 있는
이것도 사랑일까요
너무 가슴 아파요
공허한 이름을 가슴에 묻고
메아리 없는 언덕에서
당신을 미워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헤어질 수도 없는
이것이 사랑일까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으로만 사랑할게요
헤어질 수 없다면
당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면
이것은 사랑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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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언어

사랑은 사랑으로만 말한다
다른 말은 들리지 않는다
오직 사랑의 언어로만
우리는 사랑할 수 있다

아무도 알아 들을 수 없는
사랑의 언어는
오늘 밤도 내게 들려온다

사랑은 사랑으로만 표현된다
사랑한다는 눈길만으로
사랑을 잡을 수 있다

사랑이 떠나갈 때는
사랑의 말만 남긴다
뼈속에 남아
우리를 아프게 하는
사랑의 언어가
강물에 떠돌고 있다
붉은 장미꽃잎과 함께
작은 섬에 닿는다

사랑이 사라질 때
사랑의 언어는 강물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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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랑은 없다

정말 사랑했어요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사랑했던 거에요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몰라요
그냥 좋았지요
그냥 사랑했지요

한 여름밤 폭우 속에서
사랑이라는 우박을 맞았고
물에 젖었지요
모든 것을 잊은 채
당신만을 생각했어요

사랑에 빠진 내 모습이
초라해 보여요
사랑에 사로잡힌
내가 싫어요
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가 미워요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요
우리 사랑의 색깔도 모르면서
우리 사랑의 불꽃도 모르면서
어떻게 사랑을 알 수 있어요

이제 사랑은 없어요
더 이상 방황하지 않을 거예요
불탔던 사랑을 기억하고
사랑에 불탔던 시간을 떠올리며
더 이상
사랑의 빗물에 젖지 않고
사랑의 강물에 빠지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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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의 역설

외딴 강변에 서서
봄비를 맞는다
사랑을 강물에 던진다
사랑이 허우적거리면
달은 슬픈 표정으로
한 조각의 아픔을 보낸다

옛날 옛적에
사랑에 빠졌던 스님이
빗속을 헤매다
풀밭에 쓰러졌다
온 몸에 밴 사랑의 향내에
스님은 취해
백년동안 잠이 들었다
잠이 깼을 때
사랑했던 여인은
고목이 되어 서있었다
사랑했던 사람이 깰까봐
잎새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나 어디론가 떠나가리
아무런 자취도 없이
먼 산에 닿으리

자유와 탈출
자유와 탈출

해방과 해탈
해방과 해탈

그곳에는 무엇이 있으랴
집시의 피가 흐르고
삶의 가시에 찔려
사랑의 상처가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먼 곳을 보고 있다
아주 먼 곳을 향하고 있다

이제 뜨거웠던 봄의 열정을 보내자
목숨을 바쳤던
천사의 희미한 그림자 앞에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는다

한 사람과 또 한 사람
한 그림자와 또 한 그림자
빗방울
이어지는 빗방울
또 이어지는 빗방울


뚝 뚝
뚝 뚝 뚝

간다
떠난다
정말 간다

무엇을 남기고 가는가
봄비는
아무 말없이
강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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