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Creek

봄날 숲 속을 걷는다.
한참 만에 두 갈래 길에서 망설인다.
지친 몸은 어느 곳으로 가야할 지 모른다.
누가 도움이 되는 말이라도 해줄까?
눈짓이라도 해줬으면 좋으련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나는 선택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감각적으로.
그러면서 중대한 운명의 변화를 맞는다.

한 쪽길은 아름다운 사슴이
평화롭게 냇가를 거닐고 있는 커피크릭(Coffee Creek)이다.

다른 한 쪽길은 늑대와 여우가
머리를 써서 게임을 하고 있는 위험한 계곡(Dangerous Valley)이다.

밝음과 평온이 있는 곳과 어두움과 긴장이 있는 곳이다.
우리는 선택하고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운명을 사랑하고 운명을 껴안는다.
어처피 두 길을 동시에 갈 수 없는 것이라면
어차피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할 수 없는 일이라면
가시밭길을 걷고 어둠 속을 헤매더라도
때로 만나는 한 줄기 빛에서
작은 야생화를 보자
그 작은 풀에서
생명의 신비를 느끼자
그럼으로써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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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터미널에서

가을색이 너무 짙어서
눈물이 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삶의 물결을 따라
꿈 속에서 피아노 선율을 듣는다

먼 곳으로 가고 있는 거야
서울을 떠나면
무한한 자유를 느낄 수 있어
그래서 낯선 곳으로
몸과 마음을 향하는 거야
그곳에서는 진한 사랑을
마음껏 만질 수 있잖아

버스가 내린 오후
서산은 노을로 발갛게 물들고
재래시장을 거닐며
느껴지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열기
그럼에도 우리는
더욱 가깝게 다가간다

사랑은 아끼는 거야
아무 조건 없이 아껴주는 거야
따뜻한 커피가
서로의 거리를 없애주고 있어
동행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아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해

사방이 어두워지면
가로등이 켜지고
어둠 속에서
사랑은 더욱 또렷이 빛나면서
밀착하게 되는 거야

두려워하지 마
같이 있으면
그 어떤 것도 무섭지 않아
그건 서로에 대한 믿음보다
사랑에 대한 믿음 때문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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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

눈이 내려 좋은 건
바로 너 때문이다

조용히 눈이 내린다
눈 때문에 사랑도 조용하다

너를 향한 그리움은
눈송이 되어 떨어지고
작은 철새가 눈 위에
하얀 눈물을 흘린다

곁에 없어도
너를 안고 있는 촉감이
함박눈에서 느껴지는 밤
잿빛 구름에 가린 달을 찾아 헤매면
너는 꿈속에서 나를 포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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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이야>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에 아직 가을은 남아 있어
낙엽을 밟고 있는 한
너는 잊혀지지 않을 거야

너 때문에 우는 건 아냐
사랑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가슴이 뚫려있다고
네가 곁에 있지 않다고
슬퍼할 이유는 없잖아

너를 받아들이지 못한 건
같은 색깔로 물들지 못한 건
아픔이 아픔으로 이어지고
빛이 빛으로 소멸했기 때문이야
지금 시간은 정지한 채
모든 건 무음으로만 들리고 있어

아직 잎이 다 떨어진 건 아냐
겨울에 나목 앞에서
우리가 벌거숭이가 되는 건
하나를 만들고
둘을 부셔버렸다는 거야

알 수 없는 슬픔은
새벽안개처럼 사라졌어
너의 마력 때문일 거야
갑자기 어둠이 사라지고
들리지 않던 산새 소리가 들리는 건
바로 너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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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보내며>

슬플 때만 눈물이 나는 건 아냐
지금 우는 건 좋아서 그래

너는 바람과 함께 왔어
허전해서 어쩌지 못할 때
가슴을 파고 드는 
너의 그림자
거기에 매달려 밤새 달려갔던 거야
초원의 끝에 다다렀을 때
그곳에 네가 있었어 

커피는 가을색이었어 
단풍 앞에서 손을 잡은 건
진하디 진한 붉음 때문이었어
가슴 속에서 불꽃이 피어
저절로 솟아났기 때문이야

이제는 외롭지 않아
네가 있고 가을이 있기 때문이야
두 마음이 발갛게 물들었어
서로가 깊이 빠졌던 
사랑의 늪에서 벗어날 때
가을도 떠난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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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랑

이 길은
나 홀로 가야 해요
벼랑에 핀 꽃을 보며
밤이슬을 맞으며
쓸쓸히 걸어가고 있어요

삶의 무게를 느끼고
사랑의 슬픔을 안고
말없이 걷고 있어요
버림 받은 사랑을
가슴에 끌어안고
밤하늘을 보고 있어요

별을 보고 있어요
강물을 듣고 있어요
내가 껴안았던 사랑
목놓아 불렀던 이름
이젠 모두 가고 없어요

파도가 부서지고
물보라가 밀려오네요
부서진 작은 배처럼
사랑의 흔적이 떠내려오면
나는 또 부를 거예요
당신의 이름을
눈물을 흘릴 거예요
잃어버린 사랑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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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만 부르리

구름이 하얀 백지로 펼쳐졌다
연한 그리움이 그려지고
너의 이름이 쓰여졌다

어디서 왔을까
어떻게 만났을까
운명은 겨울처럼 닥쳐왔고
세찬 비바람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촛불이었다

혁명을 꿈꾸는 전사와 같이
비장함을 갖추고
과녁을 향한 화살처럼
우리의 사랑은 한곳을 향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디를 보고 있던 것일까
서로 손을 잡을 수 없고
보이지 않는 마음을
마음으로만 붙잡아야 하는
세월의 벽 앞에서
우리는 무릎을 꿇었다

바닷가 바위에는
하나의 이름만
오직 하나의 이름만이
쓰여지기를 바랬다
우리 사랑은 영원할 것이라고
영원히 영원할 것이라고
파도가 사랑을 감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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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만의 시간>

밤이 깊었어
가을밤이 너무 깊었어
슬픈 거야
왜 그런지는 몰라
그냥 슬픈 거야

Albinoni Adagio를 듣고 있어
Hauser가 첼로를 연주하고 있어

눈물이 나
진한 눈물이 흐르고 있어
너 때문이야
가을 때문이야

한 때 하나이었어
분명 둘은 쪼개질 수 없는
하나이었던 거야

그때 행복했어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해도
머리 속이 텅 비었어요
우리는 함께 있어 행복했어

다시 가을의 선율을 따라
낯선 무인도로
파도를 타고 떠날 거야
네가 없어도 좋아
네 흔적만 있으면
네 숨결만 있으면
나는 오늘 밤
술에 취해 안개 속에서
꿈에 취해 들꽃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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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밤에>

늦은 가을 밤
저녁을 먹고 창가에 앉았다.
조용히 대부(Godfather)의 경음악을 듣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가?

모든 것은 안개속이다.
너는 희미한 안개속에서
이름조차 보이지 않는다.

문득 커피를 찾는다.
아주 진한 커피향에서 너를 만진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너는
커피를 닮았다.

정말 사랑했었다.
목숨처럼 아꼈다.
그렇지만 너는
아침이슬처럼 사라졌다.
네가 바랐던 것은
네가 꿈꾸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다시 낯선 초승달이 떴다.
나는 목놓아 운다.
너 때문에
나 때문에
아주 서럽게 운다.

그렇다고 세월이 다시 오는 건 아니다.
파도가 잠드는 것도 아니다.
그냥 아팠을 뿐
그냥 서러웠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너는 침묵한다.
나도 침묵한다.
서로에게 할 말은 없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발가벗은 모습으로
서로를 껴안고 울 수 있을까?

그렇게 떠나갔다.
아무런 기약도 없이
아무런 남기도 없이
너는 사라졌다.
가을 낙엽처럼
가을 바람처럼
아무런 자취도 없이
그렇게 사라졌다.

나는 울고 있다.
너 때문에
네가 남긴 흔적 때문에
너를 잊지 못하는 건 내가 아니다.
우리가 만든 사랑이
아직 이 땅에서 신음하고 있다.
소멸하기 전까지는
우리들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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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부를 수 있다면

우리가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진정 바랬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이름을 부를 수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했어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했어요

가까이 가고 싶었어요
좀 더 가깝게 다가가
숨결을 느끼고 싶었어요
산들바람 보다 부드러운
숨결을 간직하고 싶었어요

사랑이란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함께 있기를 바라는 거에요
두 존재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에요

오늘
우리가 사랑한다면
무한한 것을 원해도
아무 것도 바라지 말아요
사랑해요
그것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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