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건축사 보수를 확실하게 받는 방법

 

1.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 설계감리계약서 작성할 때 꼼꼼히 따지지 않는다

- 일만 열심히 하고, 보수를 받는 것에는 젊잖다

- 상대방 사정을 봐주다가 소멸시효에 걸린다

- 소송을 하기 귀찮아 포기하거나 적당히 합의한다

 

2. 설계감리계약서 작성 시 유의사항

- 계약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 설계감리계약은 건축사가 설계감리용역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보수를이지 급받기로 하는 유상계약이며 쌍무계약이다.

- 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경우, 문서에 표시된 의사 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특별한 사 정이 없는 한 내용되는 법률행위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대법원 판결>.

 

3. 설계감리비 소멸시효

- 시효란 일정한 사실상태가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된 경우에 그 사실상태 가 진실한 권리관계에 합치하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서 법률상 일정한 효 과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 소멸시효와 취득시효, 공소시효, 형의 시효 등이 있다.

-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은 3년간 행사 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민법 제163조)

- 소멸시효는 청구, 압류 또는 가압류, 승인 등의 사유로 중단된다.

 

4. 설계도서의 교부방법

- 건축사가 보수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설계도서를 완성해서 교부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 설계도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해야 한다.

 

3. 설계감리비 청구 시기

- 설계도서를 완성하고 감리를 마치면 설계감리비를 청구할 수 있다.

 

6. 설계감리비 청구방법

- 내용증명방식으로 설계감리비 지급 청구를 한다.

- 지급명령신청서 또는 소장을 제출한다.

- 판결을 받아 강제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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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상금의 의의와 산정방법

가을사랑

Ⅰ. 글의 첫머리에

지난 몇 달 동안 ‘건축사’ 잡지에 건축사분들이 알아 두면 좋을 것 같은 글을 연재한 바 있다. 그 때문에 여러 건축사분들로부터 격려의 전화를 받았다. 건축사업무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건축사회로부터는 총회 때 ‘건축사가 알아야 할 법률상식’에 관하여 직접 와서 특강을 해달라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사실 법이라는 것은 골치 아프다. 변호사도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분쟁에 휘말리게 되면, 소송이 끝날 때까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른 사람의 사건을 위임받아 ‘용병(傭兵)으로 대신 싸우는 입장이 되어도 그 사건이 끝날 때까지 당사자와 함께 긴장하고 초조한 심정이 된다.

소송은 그야말로 총칼만 안 들었을 뿐,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쟁이다. 소송에서 지면, 형사사건에서는 징역도 가게 된다. 민사에서는 억울하게 재산을 빼앗기게 된다. 서로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절하게 싸우는 것이 바로 법적 분쟁이다. 변호사도 그런데 건축사와 같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분쟁이 생기면 정말 골치 아픈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이런 법적 분쟁을 두려워해서 조심하다 보면 사업도 하기 어렵고, 사회생활을 하기도 어렵다.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일단 사업을 잘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법적 분쟁을 겪어보면 법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매우 조심하게 된다.

건축사가 설계나 감리를 맡아 관여하게 되는 건설 또는 건축공사에 있어서 종종 공사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이 문제가 된다. 건축사가 설계감리업무를 약정한 기한 내에 마치지 못하여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 의뢰인은 건축사를 상대로 지체상금을 청구하기도 한다.

이럴 때 쉽게 합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소송까지 가게 된다. 건축사는 소송에 신경 쓰다 보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다. 소송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이래 저래 보통 손해가 아니다. 상대방이 지체상금으로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을 청구하면 파산가능성도 있다. 대규모 공사의 경우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여기에서는 일반적으로 건설이나 건축공사와 관련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지체상금‘에 관하여 중요한 사항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건축사와 관련 되는 사항에 관하여는 보다 중점을 두고 설명하기로 한다.

Ⅱ. 지체상금이란 무엇인가?

지체상금(遲滯償金)이란 함은 계약을 체결하면서 당사자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을 때, 의무불이행기간을 계산하여 일정한 금액을 손해배상하기로 정한 그 금액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건축공사를 하면서 도급계약서에 일정한 기한까지 공사를 완공하지 못하면 하루에 공사도급금액의 1/10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해배상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배상하기로 하는 금액이 지체상금이 된다.

지체(遲滯)라는 용어는 이행지체의 의미다. 상금(償金)이라는 용어는 배상금(賠償金)의 의미다. 이행지체배상금을 줄여서 지체상금이라고 한다. 건설건축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 지체상금이라 함은 수급인이 약정한 기일 내에 공사를 완성하지 아니한 경우에 도급인에게 지급하기로 정해놓은 손해배상액을 말한다.

특히 건설이나 건축과 관련된 도급계약에서 이러한 지체상금 문제가 많이 생겨난다. 계약자유의 원칙상 모든 계약에서 이러한 지체상금에 관한 특별조항을 둘 수 있다. 건축사에 대해서도 설계나 감리계약을 체결하면서 제대로 약정한 기한 내에 설계 또는 감리업무를 종료하지 못하는 경우 그에 대한 건축사의 손해배상금액을 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도 지체상금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Ⅲ. 지체상금을 정하는 이유

지체상금조항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축주 입장에서 볼 때 공사의 완성기한이 매우 중요하다. 건축주는 공사업자와 사전에 협의하여 공사를 하는데 비용은 얼마나 들고, 완공까지 얼마의 기간이 필요한지 따져보고 공사를 시작한다.

그래야 자금도 준비할 수 있고, 건물사용시점을 예상해야 분양도 하고, 건축주 자신이 입주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사업자는 전문가 입장에서 정확하게 공사기간을 예상해서 도급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약정한 기한 내에 공사가 끝나지 않아 준공검사도 받지 못하고, 사용도 할 수 없게 되면 건축주 입장에서는 난리가 나게 된다. 건축자금을 대출받은 경우에는 상환이자도 부담이 된다. 분양이나 입주가 차질이 나면 커다란 손해를 보게 된다. 공사가 지연되면 자연히 추가공사비도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건축주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지체상금조항을 둠으로써 공사업자를 강하게 구속하여 공사기한 내에 공사를 끝내도록 부담하는 수단을 두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도급계약서에 지체상금에 관한 특별조항을 넣게 된다.

Ⅳ. 지체상금 약정할 때 유의사항

지체상금조항은 어떠한 법적 효과가 생기는 것일까? 계약서는 매우 중요한 법적 문서다. 당사자 간에 체결되는 계약은 그로 인해 직접적인 권리와 의무가 발생한다. 계약에 따른 의무는 반드시 이행하여야 한다.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에 의해 불이익을 받는다.

이처럼 계약은 법에 위반되지 않는 한 당사자 간에 아주 무섭고 직접적인 강제력을 가지게 된다. 때문에 권리와 의무에 관한 내용을 담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한 조항, 한 구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고 문구를 확인하여야 한다. 그냥 보지도 않고 도장을 찍는 사람도 많다. 나중에 자신은 계약서를 잘 읽어보지 않았다고 법정에서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법에서는 이런 주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현대 사회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이제는 ‘법의 무지’ ‘법에 대한 무관심’ ‘위법성 인식의 결여’ 등에 대해서 법은 용인하지 않는다. 소멸시효제도나 취득시효제도는 자신의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을 보호하지 않는다. 특히 행정법규위반에 대해서는 법의 무지를 참작해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제는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중요한 법률행위를 하거나 거래행위를 할 때에는 법을 알아보고, 계약서와 같은 서류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이다.

실제 공사 현장에서는 공사예정기한을 훨씬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토지상에 토목공사를 하고, 건물을 신축하는 것은 옥외공사이기 때문에 장마나 폭우 등의 기상문제도 있고, 설계변경을 해야 할 필요성이 발생하거나, 공정율과 관련한 분쟁이 생겨 공사대금지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건축자재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 재하청업자와의 분쟁발생 등의 사유로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공사지연사태가 발생하면 건축주와 공사업자 입장은 전혀 다르다. 건축주는 왜 그렇게 공사가 늦어지느냐고 난리를 친다. 공사업자는 이런 저런 사유를 들어 자신에게는 공사지연의 책임이 별로 없다는 식으로 변명한다. 공사지체상금의 예정액은 적지 않은 금액이어서 공사업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그래서 자연히 지체상금을 둘러싸고 분쟁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Ⅴ. 지체상금을 약정하면 어떤한 효과가 있는가?

지체상금에 관한 특별조항을 두지 않았을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런 상황에서 공사가 지연된 경우 건축주 입장에서는 매우 곤란한 문제가 발생한다. 분명히 계약불이행으로 공사지연에 따른 손해를 보았기 때문에 공사업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손해를 본 사람이 구체적으로 얼마의 손해를 보았는지 계산하고 그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이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혼자 일방적으로 손해배상금액을 계산하여 공사업자에게 청구한다고 해도 공사업자는 건축주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계약서상에 지체상금에 관한 규정이 없고, 배상금액도 예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종국적으로는 법원에까지 가서 소송을 해야 한다.

그러나 막상 법으로 소송을 하라고 하는 것이지, 공사업자나 건축주, 또는 건축사가 소송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다. 혼자 연습 삼아 법을 공부해 가면서 소송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나홀로 소송이다. 하지만, 법을 공부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힘이 들고, 상대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에는 혼자 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진다.

그때에는 하는 수없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혼자 한 것이 자승자박의 형태로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 변호사에게 맡겼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처음 만나 사건을 맡긴 변호사가 과연 얼마나 열심히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것인지 확신도 서지 않고, 실제 열심히 해주지 않는 변호사도 없는 것이 아니어서 재판이 끝날 때까지 불안하다. 더욱이 건축에 관한 전문변호사가 아니면, 충분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어 구체적인 건축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당사자에게 써오라고 시키기도 한다.

한번 소송을 해본 일반인은 두 번 다시 법원이나 검찰청에 안 갈 것이라고 맹세를 한다. 그런데 만일 ‘계약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금액’을 계약을 체결할 때 사전에 미리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 구체적으로 결정해 놓으면 이러한 분쟁과 소송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 사전에 합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는 ‘지체상금약정’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어떠한 계약에 있어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특별합의를 해놓으면, 채권자는 ‘채무불이행사실’만 증명하면 된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및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은 별도로 증명할 필요가 없다.

지체상금도 마찬가지이다. 나중에 계약불이행이 발생했을 경우, 그러한 계약불이행에 따른 손해의 발생 및 구체적인 손해배상금액을 청구하는 사람이 증명하지 않아도 약정에 따라 예정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다.

Ⅵ. 구체적인 지체상금 약정의 내용

실무에서 도급계약서상 어떻게 지체상금을 정하는 것인가 살펴보기로 한다. 건축주 A와 공사업자 B는 건물신축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준공기한을 명시한다. 지체상금율은 1일당 공사대금의 1/1000로 정한다. 지체상금은 공사대금에서 공제할 수 있게 약정한다. B는 어떠한 사유로든 추가공사비를 요구할 수 없다. A에게 책임 있는 사유나 천재지변 등 B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에는 공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B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준공기한 내에 공사를 완성할 가능성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A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사항들을 골자로 하는 조항들이 지체상금에 관한 내용이다.

이러한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되었을 때 공사가 지연되면 공사업자는 당연히 지체상금을 배상할 법적 책임이 있게 된다. 이때 지체상금의 계산방법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지체상금 = 공사금액 X 지체일수 X 지체상금율> 이것이 바로 지체상금을 계산하는 공식이다. 즉, 총공사금액에 지체일수를 곱하고, 그 다음 계속해서 지체상금율을 곱한다. 그러면 지체상금의 총 금액이 산출된다.

지체상금은 원칙적으로 총공사대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다수 또는 복합건물에 관한 도급계약에 있어서는 지체상금을 계산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다수 또는 복합건물이라도 도급계약에서 건물 전체를 같은 시기에 완성해서 함께 인도받기로 약정을 하였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지체상금을 총공사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당사자가 도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공정율에 따라 각 차수별로 검수를 받아 기성고를 받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이러한 경우에는 지체상금을 계산할 때 공사금액은 차수별계약금액을 기준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Ⅶ. 지체상금의 청구 및 공사대금정산 방법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은 수급인이 그와 같은 일의 완성을 지체한 데 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다. 수급인이 약정된 기간 내에 그 일을 완성하여 도급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여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경우 수급인은 약정한 손해배상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법이 그렇다는 것이지, 공사가 예정 기한보다 지연되었다고 해서 공사업자가 스스로 알아서 지체상금을 배상한다고 나서는 경우는 별로 많지 않다. 공사가 지연되어 완공되면 공사업자는 완공에 따른 공사대금을 청구할 것이다.

건축주는 먼저 공사대금을 전액 다 지급하고 그후 지체상금을 다시 변상하라고 요구할 리는 없다. 당연히 공사가 지연되었기 때문에 공사업자는 지체상금을 배상할 책임이 있어, 건축주는 지체상금을 계약서에 따라 계산한 후 지체상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공사대금으로 지급하려고 할 것이다. 공사업자는 이러한 공사대금을 수령하지 않고,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이때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공사대금지급이 지연되는 경우,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약정해 놓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지연손해금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체상금을 공제한 금액을 법원에 공탁하거나, 공사업자의 계좌에 송금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완공시에 지급할 공사대금이 5억원인데, 공사가 지연된 데 따른 지체상금이 도급계약서상 약정한 대로 계산해 보면 3천만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건축주는 지체상금 3천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 4억7천만원을 공사업자에게 지급하면 된다.

Ⅷ. 지체상금은 감액할 수 있는가?

지체상금의 금액을 정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건축주와 공사업자의 자유의사에 따른 합의가 있으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물론 공사업자의 궁핍, 무경험, 경솔 등의 사유로 현저하게 불공정한 약정인 경우에는 무효가 된다. 또는 건축주가 거짓말로 공사 내용을 속여서 기망을 당한 경우에는 공사업자는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로 지체상금약정을 취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지체상금약정의 무효 또는 취소사유는 거의 생각하지 어렵다. 문제가 되는 것은 지체상금이 지나치게 과다하게 약정되는 경우에 이를 감액요청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공사업자는 공사를 따기 위한 을의 입장에 있기 때문에 건축주가 부당한 요구를 해도 계약체결 당시에는 그냥 응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실제 공사를 하다 보니 공사기한이 너무 촉박하고, 지체상금으로 약정한 금액이 객관적으로 지나차게 과다한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공사업자는 지체상금을 임의로 줄여서 지급하는 것이 가능할까? 건축주와 공사업자 사이에 이해관계를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단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공사도급계약서에 지체상금의 금액 또는 상금율을 정해 놓았기 때문에 계약의 절대적인 구속력이 있어 문제가 된다.

이런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귀찮지만 민법 관련 조항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즉,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다. 이 조항을 보면, ① 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 ②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③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이행의 청구나 계약의 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④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⑤ 당사자가 금전이 아닌 것으로써 손해의 배상에 충당할 것을 예정한 경우에도 전4항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되어 있다.

법원은 민법 제398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계약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지체상금을 예정한 동기, 실제의 손해와 그 지체상금액의 대비, 그 당시의 거래관행 및 경제상태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감액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일반 사회인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법원에서 지체상금액을 적당히 감액할 수 있는 것이다.

Ⅸ. 지체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사유는?

공사도급계약에서 계약보증금을 위약벌이나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하는 특약이 없는 경우,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으로 도급계약이 해제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도급인이 계약보증금 전액을 청구할 수는 없다.

지체상금약정이 있더라도 무조건 건축업자가 지체상금을 배상할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동 등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목적물의 준공이 지연된 경우에는 수급인은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지체상금에 대한 면책사유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예를 들면, 이른바 IMF 사태 및 그로 인한 자재 수급의 차질 등은 그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정이라고 보지 않는다.

가끔 장마가 오래 계속되어 공사가 지연된 경우 분쟁이 생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수급인이 공사도급계약상 공사기간을 약정함에 있어서는 통상 비가 와서 정상적으로 작업을 하지 못하는 것까지 감안하고 이를 계약에 반영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천재지변에 준하는 이례적인 강우가 아니라면 지체상금의 면책사유로 삼을 수 없다.

수급인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는 기간을 주장 입증하게 되면, 공사가 지연된 기간 중 그에 상응하는 기간은 지체상금배상이 면제된다. 도급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 즉 공사완공을 앞두고 설계변경이 이루어짐으로써 설계변경기간 동안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던 경우 등에는 지체상금이 면책된다.

도급계약에 있어서 지체상금 약정의 적용범위를 정하는 것은 도급계약에 나타난 당사자 의사의 해석 문제다. 당사자 의사가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 그 약정의 내용과 약정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이로써 달성하려는 목적,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아야 한다.

특히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경우 지체상금 약정을 하는 것은 공사가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시행되기 때문에 그 사이에 공사의 완성에 장애가 되는 사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도급인의 손해액에 대한 입증 곤란을 덜고 손해배상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이화할 목적에서라는 점을 감안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다음 그 적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시공회사가 약정한 기간 내에 공사를 완공하지 아니한 경우는 물론 시공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도급계약이 해제되고 그에 따라 건축주가 수급인을 다시 선정하여 공사를 완공하느라 완공이 지체된 경우에도 지체상금 약정은 적용된다.

Ⅹ. 대법원 판례에 나타난 분쟁 사례

1. 사례 (1)

건축주가 공사대금의 중도금 지급의무를 일부 불이행하였다. 그러자 공사업자는 잔여 공사를 중단하였다. 건축주는 공사업자를 상대로 공사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을 청구하였다. 이러한 경우, 공사업자는 과연 지체상금을 배상해야 하는가? 공사업자는 건축주가 기성공사대금을 전액 다 변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사를 중단하였던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자신은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를 면제받았다는 항변을 한 것이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판단을 하였다. 만약 건축주가 기성고 해당 중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고 당시 재산상태에 비추어 앞으로도 공사대금을 지급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 있었다면 공사업자는 이미 이행기가 지난 기성공사대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또는 건축주의 공사대금지급에 관한 이행불안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잔여 공사의 완성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건축주의 중도금 지급채무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에 있어서는, 건축주가 기성고 해당 중도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일부 지체하였다고 하여 바로 수급인인 공사업자가 일 완성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건축주가 중도금 지급채무를 일부 불이행하였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공사업자의 공사의 중단이나 지연에 대하여 공사업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2. 사례 (2)

건축주와 공사업자가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만일 공사가 기한 내에 준공되기 어렵다고 인정됨으로써 건축주가 도급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공사업자는 건축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특약을 하였다.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건축주는 이 공사가 기한 내에 준공되기 어렵다고 인정된다는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제하고, 위 특약 규정에 따라 기성부분에 대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이런 경우 건축업자는 위와 같은 특약을 하였기 때문에 기성부분에 대한 공사대금까지 청구할 수 없게 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안에 대하여 위와 같은 특약은 계약이 해제됨에 따라 공사업자가 입게 되는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한다는 의미일 뿐, 그때까지의 기성부분에 상응한 공사업자의 공사대금청구권까지 배제하기로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3. 사례 (3)

건물의 신축도급계약체결일은 2014년 11월 10일이다. 건축공사는 2015년 6월 30일 완료하되 2014년 12월 25일까지 지하 및 1층 공사를, 2015년 5월 31일까지는 2층 공사를 완료하기로 하였다. 공사대금은 그 공사정도에 따라 3회에 나누어 지급하기로 하였다. 공사업자가 건축공사를 중단한 것은 2015년 6월 2일이다. 건축주는 2015년 11월 13일에 이르러 도급계약을 해제하였다(오래된 판결이라 날짜는 그대로 두고, 연도만 최근으로 변경하였다).

도급계약체결당시 공사의 완공이 예정기일보다 지연되는 경우 공사업자는 건축주에게 지체일수 1일에 대하여 총공사 계약금액의 1,000분의 3에 해당하는 지체상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이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건물신축의 도급계약은 그 건물의 준공이라는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서 그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은 수급인이 이와 같은 일의 완성을 지체한데 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수급인이 약정된 기간 내에 그 일을 완성하여 도급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는 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게 되는 것이다.

약정된 기일 이전에 그 공사의 일부만을 완료한 후 공사가 중단된 상태에서 약정기일을 넘기고 그 후에 도급인이 계약을 해제함으로써 일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여 지체상금에 관한 위 약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와 같은 경우에 있어서 그 지체상금 발생의 시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정준공일 익일인 2015년 7월 1일이 될 것이나 그 종기는 건물을 준공할 때까지 무한히 계속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공사업자가 공사를 중단하거나 기타 해제사유가 있어 건축주가 이를 해제할 수 있었을 때(실제로 해제한 때가 아니고)부터 건축주가 다른 업자에게 의뢰하여 이 사건 건물을 완성할 수 있었던 시점까지로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설계감리계약의 내용과 이행

 

가을사랑

 

Ⅰ. 서 설

 

건축사의 기본 업무는 설계와 감리다. 설계감리는 건축사가 건축법, 건축사법, 건설기술관리법, 주택건설촉진법 등의 관계 법령에 따라 하는 고도의 전문적인 업무에 해당한다. 건축물에 대한 설계와 감리는 공공의 복지 및 안전과 직결되는 사항이므로 법에서 엄격한 자격제를 실시하고, 자격을 취득한 건축사라 하더라도 실제 설계와 감리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법령을 준수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건축사가 이와 같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사전에 의뢰인과 계약을 체결한 후 그와 같은 계약의 이행으로서 건축물에 대한 설계와 감리를 하게 된다. 물론 건축사가 무상으로 설계와 감리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건축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설계감리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건축사는 의뢰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권리의무관계를 명확하게 한 다음 본격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한편 설계감리를 의뢰하는 상대방은 설계감리용역을 제공받는 것을 대가로 설계감리비를 지급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역시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설계감리가 제대로 수행되었는지를 판단하고 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그런데 실무를 보면, 건축사는 비법률가로서 설계감리계약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표준설계감리계약서를 사용하며 계약 체결시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고 서명날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니면 계약서를 단순한 형식적인 자료로 생각하고 서로 믿고 나중에 적당히 변경할 수 있는 것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의뢰인은 건축사가 아닌 설계감리에 대해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므로 계약의 내용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뢰인 역시 설계감리계약서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대충 보고 도장을 찍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당사자간의 계약은 권리와 의무를 방생시키는 매우 중요한 법률행위이므로 체결 단계에서 쌍방의 의사표시가 명확하게 기재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단 성립한 계약은 신의와 성실의 원칙에 따라 충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계약의 진행과정이나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 당사자간에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서는 설계와 감리의 정의 및 내용, 설계감리계약의 의의와 법적 성질, 구체적인 내용, 건축사 및 상대방이 계약에 따라 가지는 권리와 의무, 계약위반에 대한 책임, 계약의 해제 및 해지, 설계감리계약을 둘러싼 분쟁 사례를 순차로 살펴보기로 한다.

 

Ⅱ. 설계와 감리의 정의 및 내용

 

건축사라 함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으로서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 등 건축사법 제19조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건축사업이라 함은 다른 사람의 의뢰에 따라 일정한 보수를 받고 제19조에 따른 업무를 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건축사는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건축사법 제19조 제1항). 건축사는 건축사법 제19조 제1항의 업무 외에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① 건축물의 조사 또는 감정에 관한 사항, ② 건축법 제27조에 따른 건축물에 대한 현장조사, 검사 및 확인에 관한 사항, ③ 건축법 제35조에 따른 건축물의 유지·관리 및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8호에 따른 건설사업관리에 관한 사항, ④ 건축법 제75조에 따른 특별건축구역의 건축물에 대한 모니터링 및 보고서 작성 등에 관한 사항, ⑤ 건축사법 또는 건축법과 건축사법 또는 건축법에 따른 명령이나 기준 등에서 건축사의 업무로 규정한 사항, ⑥ 그 밖에 다른 법령에서 건축사의 업무로 규정한 사항을 수행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건축사의 자격과 그 업무에 관한 사항은 건축사법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법에 의해 자격을 취득한 건축사는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업무만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건축사가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관계 법령을 확인하고, 그 법령에 따라 철저하게 준수사항을 이행하여야 한다.

 

설계라 함은 자기 책임 아래(보조자의 도움을 받는 경우를 포함한다) 건축물의 건축, 대수선, 용도변경, 리모델링, 건축설비의 설치 또는 공작물의 축조를 위한 다음 각 목의 행위를 말한다.

 

① 건축물, 건축설비, 공작물 및 공간환경을 조사하고 건축 등을 기획하는 행위, ② 도면, 구조계획서, 공사 설계설명서,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공사에 필요한 서류(설계도서)라 한다)를 작성하는 행위, ③ 설계도서에서 의도한 바를 해설·조언하는 행위 등이다.

 

공사감리라 함은 자기 책임 아래(보조자의 도움을 받는 경우를 포함한다) 건축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건축물, 건축설비 또는 공작물이 설계도서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 확인하고 품질관리, 공사관리 및 안전관리 등에 대하여 지도·감독하는 행위를 말한다.

 

Ⅲ. 설계감리계약의 의의

 

계약이라 함은 사법상의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당사자의 합의를 뜻한다. 계약은 당사자의 청약에 따른 상대방의 승낙으로 성립한다. 청약이라 함은 일방이 타방에게 일정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할 것을 제의하는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를 말한다. 청약 자체는 법률행위는 아니다. 이에 대해 상대방이 승낙을 하여야 법률행위로서의 계약이 성립한다.

 

승낙이라 함은 청약에 대응해서 계약을 성립시킬 목적으로 청약자에 대해 하는 청약수령자의 의사표시를 말한다.

 

계약의 일반적 효력요건으로서 당사자가 행위능력이 있어야 하고, 계약의 목적이 확정성 가능성 적법성 사회적 타당성을 가져야 하며, 의사표시에서 의사와 표시가 일치하고 의사표시에 하자가 없어야 한다.

 

성립된 계약을 기초로 당사자간에 채권 채무를 인정하는 것, 다시 말하면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이 계약의 주된 효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설계감리계약이라 함은 건축사가 의뢰인과 설계와 감리에 관한 책임을 부담하기로 하고, 의뢰인은 그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말한다.

 

설계감리계약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계약에 해당하는 법률행위이다. 따라서 계약으로서의 성립요건과 효력발생요건을 구비하고 있어야 효력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설계감리계약을 해석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계약의 일반적인 해석방법에 따라야 하고, 그 이외에 설계감리계약의 특별한 성격에 따른 해석이 추가되어야 한다.

 

쌍무계약이라 함은 계약당사자가 서로 대가적 의미를 가지는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을 말한다. 설계감리계약은 쌍무계약에 해당하기 때문에, 쌍방 당사자의 채무는 상호 의존적 관계에 있고, 그 성립과 이행, 존속에서 상호 견련성을 가진다. 이러한 쌍무계약적 성격은 민법에서 동시이행의 항변권과 위험부담으로 표현되고 있다. 계약의 당사자가 서로 대가적 의미를 가지는 출연을 하는 계약이 유상계약이다. 당사자의 합의만으로 성립하는 계약이 낙성계약이다.

 

Ⅳ. 설계감리계약의 법적 성질

 

설계감리계약은 도급계약인가, 위임계약인가? 이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될 수 있다. 설계감리계약을 도급계약으로 보면, 설계감리자는 수급인으로서 무과실의 담보책임을 지게 된다.

 

이러한 설계감리자의 담보책임의 존속기간은 1년에 해당한다. 그리고 건축주는 완성된 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도 설계감리계약을 해제할 수 없게 된다.

 

설계계약은 설계도서의 완성이라는 건축사가 부담하는 의무를 전제로 도급인인 건축주가 그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도급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도급계약과 마찬가지로 설계계약에서는 도급인과 수급인이 있다.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교부하는 용역업무를 건축주가 도급인의 입장에서 건축사에게 맡기는 것이다. 건축사는 수급인의 입장에서 책임지고 약정된 내용대로 설계라는 용역을 제공하는 것이다.

 

건축사가 제공하는 용역의 내용은 다른 위임계약이나 도급계약에서 정하는 것과 다르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건축물에 대한 설계를 하여 그 결과물인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교부하는 것이다. 단순히 일만 하면 되는 근로계약과 다르고, 일의 완성이라는 목적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위임계약과 다르다는 것이 도급계약설의 논거다.

 

반면에 설계감리계약을 위임계약으로 해석하게 되면, 설계감리자는 수임인으로서의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건축주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설계자의 손해배상책임은 5년의 상사시효에 해당한다.

 

설계감리계약의 법적 성질에 대해서 대법원은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1999년 11월 3일, 서울고등법원은 설계계약을 위임계약이라는 판결을 내놓았다.

 

설계자가 설계계약을 해제한 경우에 건축주가 그 설계도서에 따라 건축공사를 계속한 사안에서 설계자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설계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위임계약이라는 전제하에 해제의 소급효를 제한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위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설계계약 해제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결론에는 동의하였지만, 설계계약을 위임계약이라고 해석한 서울고등법원의 의견에 대해서는 아무런 당부 판단을 하지 않았다(대법원 2000. 6. 13. 자 결정).

 

감리계약은 설계계약과는 약간 다르다. 감리계약은 도급계약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대법원은 도급계약이 아닌 준위임계약이라고 보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도급계약보다는 위임계약에 가까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즉, 감리계약은 감리대상이 된 공사의 완성 여부, 진척 정도와는 독립된 별도의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위임계약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감리계약을 위임계약으로 볼 때 수임인인 건축사는 위임인인 건축주로부터 위탁받은 사무를 처리할 의무를 진다. 이 경우 건축사는 위임의 본지(本旨)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도급과 달리 위임에 있어서는 일의 완성이 아니라, 그냥 맡겨진 사무를 처리하면 된다.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대충하거나 불성실하게 해서는 안 되고,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 하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 결과가 반드시 일을 완성한 것도 아니고, 위임인의 목적이나 의도에 부합하는 성과가 나지 않아도 일을 맡은 수임인은 자신이 할 도리만 다했으면 법적 책임은 없다.

 

Ⅴ. 설계감리계약을 체결할 때 유의사항

 

설계감리계약서에 상세하게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가 규정되어 있다. 계약의 이행방법도 구체적으로 명기되어 있다. 당사자는 이러한 계약의 효력을 존중해야 한다. 계약의 문언을 잘 읽어 오해하지 않도록 하고, 계약서에서 요구하고 있는 자신의 의무사항을 철저하게 이행하여야 한다.

 

건축사에게 설계감리계약은 나침반, 항해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계약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늘 계약서의 내용을 숙지해야 한다.

 

건축사는 의뢰인과 설계계약, 감리계약을 체결한다. 의뢰인(Client)은 전문직업인과 거래를 할 때 상당히 긴장하지만 대부분은 전문가를 믿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이나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약정서에 도장을 찍거나 사인을 할 때 그냥 읽어보지도 않고 사인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나중에 이런 계약서나 약정서의 효력이 종종 다투어지는 것이다. 계약서에 따라 자신의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건축물에 대한 설계를 하고,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한다. 이것이 가장 주된 계약상의 의무다.

 

의뢰인은 이에 대한 대가로 설계비를 지급하여야 한다. 건축사가 고심 끝에 작성한 설계도서를 기초로 건축주는 행정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고, 시공자는 이러한 설계도서에 따라 건축행위를 하게 된다.

 

시공자는 오직 설계도서에 기재된 내용대로 시공하여야 한다. 설계를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면, 설계자에게 설계변경을 요청하고, 행정청으로부터 설계변경허가를 받은 다음 시공을 계속해야 한다.

 

건축사가 설계도서를 작성하면서 실수를 해서 제대로 공사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든가, 구조계산을 잘못해서 건축물의 안전에 이상이 생긴 경우, 설계도서 작성기한을 어긴 경우, 사용승인을 받지 못하게 된 경우 등에는 건축사의 고의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따져 책임을 추궁 당하게 된다.

 

감리계약도 마찬가지다. 계약서 기재 내용과 법령의 규정이 종합적으로 적용되어 감리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감리를 해야 하는지가 결정된다. 그리고 그러한 계약상의 감리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되어 책임을 지게 된다.

Ⅵ. 설계감리계약상의 권리와 의무

 

Ⅶ. 계약불이행책임의 내용과 범위

 

설계감리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기본적으로 건축사가 계약대로 설계감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와 의뢰인이 설계감리비용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 등이다. 더 나아가 중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설계감리계약을 중단하거나 해제 또는 해지하는 경우도 있다.

 

계약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 설계감리계약의 내용에 좋은 의무를 이해하지 않는 경우가 계약불이행에 해당한다.

 

계약불이행이라 함은 주관적으로 계약당사자가 자신의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데에 고의 또는 과실, 즉 귀책사유가 있어야 하고, 객관적으로 그 의무불이행이 위법한 것이어야 한다.

 

여기에서 고의란 행위의 결과 및 위법성을 의욕하는 것이고, 과실은 행위자가 그에게 요구되는 주의를 태만히 함으로써 행위의 결과를 인식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계약에 따른 채무불이행의 유형에는 이행지체, 이행불능, 불완전이행이 있다.

이행지체라 함은 채무가 이행기에 있고 또 그 이행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그의 귀책사유로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행지체의 경우에는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해 급부에 대한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채권자는 채무자의 이행이 지체로 인해 입은 손해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행불능이라 함은 채권이 성립한 후에 채무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그이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이행불능의 경우에는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행지체나 이행불능의 경우에는 채권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계약해제가 되면 채권자는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Ⅷ. 설계감리계약의 해제와 해지

 

 

설계계약은 체결할 때 적법하고 공정하여야 하며, 당사자가 진정한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서로 합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계약 체결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 계약은 취소될 수 있다.

 

설계계약이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는 아예 무효로 간주된다. 효력이 애당초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법의 정신은 아파트신축을 하는데 어떤 사람이 이른바 알박기를 하여 시행사로부터 거액을 뜯어내는 토지매매계약에 있어서 무효로 판정하는데서 나타난다.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중요한 부분에 대해 중대한 착오가 있었던 경우에는 사후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런데 설계계약이 체결된 이후에 이를 건축사가 무효 또는 취소할 수 있는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고 그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건축사가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설계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가 중요한 법적 사유다.

 

계약이 체결된 후 당사자 한쪽이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다른 계약 당사자는 그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계약 체결 후 이행지체 또는 이행불능의 상태가 되면 이를 이유로 계약을 더 이상 존속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반대 당사자가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 바로 계약해제제도이다.

설계계약이나 감리계약에 있어서도 이러한 계약의 해제와 해지는 명백하게 인정된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 건축사가 해제할 수 있는지 그 요건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러한 해제의 효과는 어떠한지 살펴보아야 한다.

 

다만, 여기에서는 건축주와 같은 의뢰인이 설계감리계약을 해제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오직 건축사의 입장에서만 검토한다. 물론 건축주도 당연히 해제사유가 있으면 설계감리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계약의 해제와 해지는 모두 계약에 특유한 제도이다. 두 제도 모두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을 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만으로 해소시키는 점에서 공통된다. 그러나 해제는 일시적 계약에 대해서 인정되고, 해지는 계속적 계약에 대해 인정되는 점에서 구별된다.

 

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이 해지 또는 해지의 권리가 있는 때에는 그 해지 또는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이러한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

 

이러한 계약의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계약을 해제하면 계약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잃는다. 따라서 당사자는 계약의 구속으로부터 해방되며, 이행하지 않는 채무는 더 이상 이행할 필요가 없고, 이미 이행된 급부는 서로 원상회복을 하여야 한다. 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은 채무불이행에 기초한 것, 따라서 이행이익을 지향한다는 것이 통설이고 판례다.

 

설계계약의 경우를 보자. 설계계약을 체결했는데, 건축주가 설계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할 능력이 없어진 때에는 건축사는 즉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일반 표준계약서에는 건축사가 설계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는 특별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설계계약에서 법정해제권 이외에 별도로 약정해제권을 부여한 것이다. 특별해제권은 건축주가 동의하여 설계계약서가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인정되는 것이다. 건축사가 건축주를 상대로 설계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하여 효력을 소멸시킬 수 있는 사유를 보면 다음과 같다.

 

① 건축주가 건축사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그 대가의 지불을 지연시키는 경우다. 건축주가 약정한 보수를 제때에 지급하지 않으면 일정한 기간을 주고 이행을 최고(催告)한 다음 그래도 불이행하면 그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② 건축주가 계약 당시 제시한 설계요구조건을 현저하게 변경하여 건축사의 업무수행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명백할 때다. 여기에서는 ‘현저하게 변경’하여야 한다는 매우 추상적인 기준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건축사의 업무수행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③ 건축주사 건축사의 승낙 없이 계약상의 권리 또는 의무를 양도한 경우다. 설계계약상의 설계도서에 관한 협의권한이나 설계도서사용권 등을 임의로 양도한 경우를 말한다. 또는 보수대금지급의무를 제3자에게 임의로 인수시킨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④ 건축주가 건축사의 업무수행상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지 아니하여 건축사의 업무수행이 곤란하게 된 경우다. 실제로는 이런 경우는 거의 상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⑤ 건축사의 사망 실종 질병 기타 사유로 계약이행이 불가능한 경우다. 기타 사유라 함은 그야말로 계약이행이 불가능하게 만든 제반 사유를 말한다. 어떠한 경우이든 계약이행이 불가능하게 된 이상 건축사는 설계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다만,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설계계약은 도급계약에 해당하므로 민법상 특별한 해제사유의 적용을 받게 된다. 즉 수급인인 건축사가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인 건축주는 손해를 배상하고 설계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는 민법 673조의 규정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 건축주가 계약을 해제하는 이유는 묻지 않는다. 그러나 일을 완성한 때에는 아직 인도를 하지 않았더라도 해제는 인정되지 않는다.

 

도급에서 수급인이 부담하는 목적물의 인도의무는 목적물을 완성하여야 할 의무에 종속된 것에 지나지 않고, 또 이 경우에는 도급인에게 해제를 인정할 실익도 없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의 범위는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이 포함된다. 도급인이 파산한 때에도 수급인에게는 해제권이 부여된다.

 

Ⅴ. 설계계약해제를 하는 방법

 

건축사가 어떠한 해제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계약해제를 하려고 할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쉽게 설명하면 일단 자신이 해제하려고하는 이유를 쓰고, 그에 대한 증거자료를 첨부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 때문에 설계계약을 해제할 것이니 그에 대한 정리를 어떤 방법으로 하자는 취지를 써서 내용증명방식으로 건축주 등 상대방에게 우편으로 송달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계약해제는 건축주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설계계약의 체결이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해서는 불가능하고, 반드시 건축주와 건축사 두 사람의 합치된 의사표시에 의해 성립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해제에는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없다. 상대방의 동의(同意)를 받아서 하는 설계계약의 해제는 물론 가능하나 이것은 합의해제라고 하는 이른바 해제계약에 의해 하는 것이다.

 

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이 해지 또는 해제의 권리가 있는 때에는 그 해지 또는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이러한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

 

계약해제 사유가 발생하였더라도 이러한 해제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는 해제권자의 자유의사에 맡긴다. 따라서 채권자는 계약을 해제하지 않고 자신의 의무를 부담하면서 채무자에게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해제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써 한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생긴다. 해제의 의사표시에는 조건이나 기한을 붙이지 못한다.

 

Ⅵ. 계약해제의 효과

 

그러면 계약해제의 효과는 무엇인가?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의무가 있다. 당사자 서로의 원상회복의무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며 계약의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계약의 해제는 계약관계를 해소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로 복귀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계약을 해제하면 계약은 그 효력을 상실하고 그에 따라 채권채무도 소멸하는 결과, 아직 이행하지 않은 채무는 이행할 필요가 없게 되고, 이미 이행한 채무는 계약체결전의 상태로 회복시켜야 한다.

 

계약을 해제하면 계약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 당사자는 계약의 구속으로부터 해방되며, 이행하지 않은 채무는 이행할 필요가 없고, 이미 이행된 급부는 서로 원상회복하여야 한다.

 

Ⅸ. 구체적인 분쟁 사례

 

1. 설계우수현상광고에 당선된 건축사의 권리

 

건축주가 건축설계에 관한 우수현상광고를 내는 경우가 있다. 이에 건축사가 그에 응해 최우수자로 당선되었다. 이때 건축주는 반드시 최우수자로 당선된 건축사와 설계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서는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 있다. 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다63169 판결은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건축설계 우수현상광고에서 당선자가 보수로서 받는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라 함은 당선자가 광고자에게 우수작으로 판정된 계획설계에 기초하여 기본 및 실시설계계약의 체결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당선자는 계약체결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뿐, 우수현상광고에 당선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광고를 낸 건축주와 당선자인 건축사 사이에 설계계약이 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수현상광고를 낸 광고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당선자의 설계계약체결청구에 응할 의무를 지게 되며, 당선자 이외의 제3자와 설계계약을 체결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한 당사자 모두 계약의 체결을 위하여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광고자가 일반 거래실정이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여지는 사항을 계약내용으로 주장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공사를 추진할 수 없는 등으로 인하여 계약이 체결되지 못하였다면 당선자는 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광고자는 설계자가 받아들일 수 없는 사항을 계약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고, 경제적인 문제를 들어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함으로써 설계계약체결이 사실상 무산되도록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때 광고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선자에게 손해배상을 하여야 할 책임을 진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2001. 6. 15. 선고 99다40418 판결에서, 공사금액이 수백억이고 공사기간도 14개월이나 되는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건설하도급공사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사금액 외에 구체적인 공사시행 방법과 준비, 공사비 지급방법 등과 관련된 제반 조건 등 그 부분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으리라고 보이는 중요한 사항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비로소 그 합의에 구속되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고, 하도급계약의 체결을 위하여 교섭당사자가 견적서, 이행각서, 하도급보증서 등의 서류를 제출하였다는 것만으로는 하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이 판결에서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광고자가 최우수당선자에 대하여 설계계약을 체결할 것을 거부하는 행위는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뿐만 아니라, 위 대법원판결에 따라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손해배상책임도 질 가능성이 있다.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3.6.13. 선고 2010다65757 판결).

 

2. 설계감리비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

 

건축사가 의뢰인에게 받게 되는 설계감리비청구는 3년이라는 단기소멸시효에 걸리게 되어 있다(민법 제163조 제3호 참조).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채무불이행시로부터 진행한다.

 

우수현상광고의 광고자로서 당선자에게 일정한 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계약의 종국적인 체결에 이르지 않게 되어 상대방이 그러한 계약체결의무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 그 손해배상청구권은 계약이 체결되었을 경우에 취득하게 될 계약상의 이행청구권과 실질적이고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은 계약이 체결되었을 때 취득하게 될 이행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기간에 따른다.

 

우수현상광고의 당선자가 광고주에 대하여 우수작으로 판정된 계획설계에 기초하여 기본 및 실시설계계약의 체결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 이러한 청구권에 기하여 계약이 체결되었을 경우에 취득하게 될 계약상의 이행청구권은 "설계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으로서 이에 관하여는 민법 제163조 제3호 소정의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위의 기본 및 실시설계계약의 체결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역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2다57119 판결).

 

Ⅹ. 맺는 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건축사는 설계감리계약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연구를 하여야 한다. 그리고 계약을 체결할 때 정확하게 문안을 확인하고 서명날인하여야 한다. 계약이 체결된 다음에는 법적 효력을 이해하고 신의와 성실의 원칙에 따라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계약을위반하는 경우에는 계약해제를 하고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여야 한다.


감리자의 업무범위와 손해배상책임

 

가을사랑

 

Ⅰ. 글의 첫머리에

 

최근에 어떤 건축사를 만났다. 사연인즉 건물신축공사에서 설계는 다른 사람이 하고, 자신은 감리만 맡았다. 건축공사를 맡은 사람과 건축주 간에 공사대금 문제로 분쟁이 생겨서 감리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오지 못해서 감리보고서 작성이 지연되었다. 그 때문에 준공검사를 받지 못하게 되자, 건물주는 공사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시작했다. 건축주는 이 소송에서 감리자도 피고로 포함시켰다. 감리를 담당했던 건축사도 연대하여 손해배상을 하라는 취지로 소장(訴狀)을 낸 것이다.


건축사가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는 대개 공사를 하는 사람이 부실하게 공사를 하거나 공사대금, 지체상금 때문에 건축주와 분쟁이 생겼을 때, 그 불똥이 건축사에게까지 튀는 경우가 많다. 감리자를 상대로 청구하는 금액은 감리비로 받은 금액보다 상당히 많은 금액이었고, 만일 소송에서 패소하면 상대방 원고의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상대방이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 패소하면, 그 변호사 비용까지 일부 부담해야 한다. 소장을 받은 다음 날로부터 연 15%의 지연손해금까지 배상해야 한다. 때문에 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높으면 가급적 재판을 빨리 끝내도록 해야 한다. 

 

건축사 입장에서는 무척 곤혹스럽다. 법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소송을 당하니, 일단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답변서도 제출하지 않고 있으면, 원고 주장이 그대로 인정되고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청구해 온 손해배상금액도 적지 않을 뿐 아니라, 감리자는 전혀 잘못이 없는데 소송을 당하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소송을 당한 입장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자니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니 그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필자는 대한건축사협회 자문변호사로서 오랫동안 일해 오면서 건축분쟁사건을 많이 취급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건축사가 소송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장시간 대화를 통해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감리자의 책임에 관한 일반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을 건축사지에 게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종전부터 필자는 대한건축사협회에서 건축사가 당하는 여러 가지 소송을 유형별로 정리하여 실제 있었던 사례를 중심으로 건축사가 대응할 수 있는 자료집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래야 건축사가 분쟁이 생기면 변호사비용을 들이지 않고 ‘나홀로 소송’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서는 필자가 소송을 당한 건축사와 상의한 내용을 중심으로, 감리란 무엇인가? 감리계약이란 어떤 성질이고 어떤 내용으로 체결되는가? 감리자의 준수의무는 무엇이고, 감리자가 감리를 잘못하면 어떤 법적 책임을 지는가? 등을 순차로 살펴본다. 주로 법원의 판례를 통한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로 한다.

 

Ⅱ. 감리자 상대로 소송이 늘고 있다 

 

최근에 건축공사와 관련하여 감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건축주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공사가 잘못되면 공사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는데, 일단 감리자까지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다.

 

감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사상 하자가 발생한 것이고,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공사업자와 연대하여 배상하라는 취지다. 적은 규모의 공사에서 건축업자는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법원에서 연대하여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와도, 건축주 입장에서는 우선 돈을 받기 쉬운 감리자를 상대로 강제집행을 하게 된다.

 

손해배상에 관한 연대배상판결을 받게 되면, 감리자는 먼저 전체 금액을 건축주에게 배상하고, 나중에 그중 일정 부분을 공사업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서 받아내야 한다. 공사업자는 재산이 없는 무자력자일 경우가 많아 결국 감리자는 혼자 전체 금액을 손해보고 말게 되는 결과가 된다.

 

설계를 맡아서 설계 잘못 때문에 손해배상을 하는 경우는 그래도 설계비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덜 억울하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은 금액을 감리비로 받았던 건축사 입장에서는 감리잘못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거액 물어내면 정말 억울한 일이다.

 

실무에서 보면 건축물에 대한 하자가 발생하면 설계 자체를 문제삼기 보다는 감리를 잘못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설계 자체를 잘못해서 건축물 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간혹 구조계산을 잘못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있지만, 설계 자체를 부실하게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므로 감리자는 감리계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계약서 자체를 잘 읽어보고 체결해야 한다. 법령상 감리자는 어느 정도 철저하게 감리업무를 수행해야 하는가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감리과정에서도 나중에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도록 제반 서류나 사진, 증거자료를 미리 준비해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우 없는 건축주가 소송을 걸어오면 완벽하게 대응을 해서 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도록 하고, 그런 다음에는 건축주를 상대로 소송비용까지 받아내야 한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도 건축사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건축사가 억울한 소송을 당한 경우, 적극적인 법적 지원과 기타 필요한 자료 제공 등 소송지원을 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Ⅲ, 감리자의 업무범위는 무엇인가?

 

건축물의 설계와 감리는 건축사의 고유한 권한이며, 가장 기본적인 업무에 속한다. 감리(監理)라 함은, 건축물 건축설비 또는 공작물이 설계도서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품질관리 공사관리 및 안전관리 등에 대하여 지도 감독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건축전문가로서 건축공사가 법령에 따라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건축물이 안전하게 신축되는지를 확인하고 감독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원래 이러한 공사감독과 확인업무는 건축공무원의 고유권한이라고 할 것인데, 법에서 감리사에게 이러한 감독 및 확인업무를 위임한 것이다.

 

감리업무는 건축주와 감리자 사이에 서면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규모가 적은 공사는 구두로 감리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서 없이 진행하기도 하지만, 나중에 문제가 되면 곤란하다. 그러므로 반드시 감리계약서를 작성한 후에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리계약이라 함은 감리자가 건축물에 대한 감리업무를 담당하고, 건축주는 그에 대한 감리비용을 지급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감리계약은 이와 같이 <감리업무수행>과 그에 대한 <감리비지급>이라는 두 가지 의무를 핵심으로 하는 쌍무계약이다.

 

쌍무계약(雙務契約)이라는 용어는, 계약당사자가 서로 대가적 의미를 가지는 급부를 하는 계약을 말한다. 매매계약에 있어서 매도인이 물품을 납품할 의무를 부담하고, 매수인이 대금을 급부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처럼, 2개의 급부가 서로 대가관계에 있는 것을 의미한다. 쌍무계약에 있어서는 동시이행항변권이 주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감리계약에 따라 감리자는 감리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감리자가 업무수행과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로 건축주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계약상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감리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책임이다. 감리 잘못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형사책임까지 지게 되고, 행정상 징계처분을 받게 된다.

 

법에서 ‘고의나 과실’이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요소가 있어야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형법상 범죄에 있어서도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범죄행위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Ⅳ. 감리계약은 준위임계약이다

 

감리계약의 법적 성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도급계약설과 준위임계약설이 대립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견해 대립은 감리자의 하자담보책임의 기간에 관한 차이, 감리자가 책임 없는 사유로 감리업무를 중단하였을 경우 감리업무의 이행비율에 따라 감리비를 지급할 것인지 여부, 건축주가 파산했을 때 감리자가 감리계약을 해제할 수 있느냐 하는 점 등에서 구별의 실익이 있다.

 

감리계약은 감리라는 업무를 완성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그에 대해 감리업무 완성에 대한 대가로 감리비를 지급하는 것이라는 것을 근거로 도급계약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너무 어려운 법적 문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설명하는 것을 생략하기로 한다. 건축사는 이렇게 깊이 법을 알 필요도 없다.

 

대법원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법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은 현실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 절대적인 근거를 가진다. 어떠한 경우이든 대법원 판결이 있으면, 이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감리자는 제3자적인 독립된 지위에서 부실공사를 방지할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당해 공사의 품질검사, 안전검사를 실시하여 만일 부적합한 공사가 시행되고 있는 경우라면 당해 공사에 대한 시정, 재시공, 중지요청까지도 하여야 하는 등 공사의 진행에 제동을 걸어야 할 필요도 있다고 판시한다.

 

감리자는 공정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가를 면밀히 살펴 예정된 공기를 준수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원인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사무도 담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사의 진척이 부진하거나 공정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여 그에 병행하여 아무런 감리업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채 이를 그대로 방치하거나 나아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함부로 감리원을 공사현장에서 철수시켜서는 아니되는 것을 그 기본적 사무의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리의 대상이 된 공사의 진행정도와 수행할 감리업무의 내용이 반드시 비례하여 일치할 수 없는 것은 그 업무의 속성상 당연하다고 본다. 따라서 주택 등 건설공사감리계약의 성격은 그 감리의 대상이 된 공사의 완성 여부, 진척정도와는 독립된 별개의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위임계약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대판 2000. 8. 22. 2000다19342).

 

대법원은 민법 제690조가 위임계약의 일방 당사자의 파산을 위임계약 종료사유로 하고 있는 것은 위임계약이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당사자의 일방이 파산한 경우에는 그 신뢰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는 데 그 기초를 두고 있다고 본다.

 

공사감리계약은 그 법률적 성질이 기본적으로 민법상의 위임계약이라고 하더라도 감리계약은 공동주택건설사업의 원활하고도 확실한 시공을 고려한 사업계획 승인권자의 감리자 지정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어서 사업주체가 파산하였다고 하여 당연히 감리계약이 종료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감리계약의 특수성에 비추어 위임계약에 관한 민법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대판 2003. 1. 10. 2002다11236).

 

Ⅴ. 감리비에 관한 분쟁이 생겼을 때

 

감리계약에서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감리비를 정하는 것이다. 감리비는 건축주와 감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감리계약서에 감리비이나 지급시기 등을 기재한다.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대가기준에 관하여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감리업무에 대한 보수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감리비를 지나치게 과다하게 책정한 경우에는 나중에 건축주가 궁박 경솔 무경험 등을 이유로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효를 주장할 수 있으나, 실무상에서는 거의 불공정법률행위로 인정받기가 어렵다.

 

감리자는 건축주 등 의뢰인에 대하여 감리용역에 대한 보수청구권을 가진다. 감리계약이 중도에 해지된 경우에는 적정한 보수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감리비를 계약금, 수회에 걸친 중도금, 잔금 등으로 나누어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는 민법 제686조 제2항 소정의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공사감리계약에 해당된다.

 

감리계약이 해지되거나 감리업무가 도중에 중단되었을 때에는 감리비를 어떻게 산정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감리자는 자신이 수행한 감리업무에 대한 처리비율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 감리업무에 대한 처리비율을 결정하는 방법에는 건축공정율에 따르는 방법과 감리한 실제 일수를 기준으로 하는 방법이 있다.

 

대법원은 감리계약의 성격은 감리의 대상이 된 공사의 완성 여부, 진척 정도와는 독립된 별도의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위임계약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감리보수는 반드시 건축공정율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관련 법규상의 감리업무에 관한 규정 내용, 전체 감리기간 중 실제 감리업무가 수행된 기간이 차지하는 비율, 실제 감리업무에 투여된 감리인의 등급별 인원수 및 투여기간, 감리비를 산정한 기준, 업계의 관행 및 감리의 대상이 된 공사의 진척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감리비를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Ⅵ. 감리자의 손해배상책임

   

감리자가 잘못함으로써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하여 건축주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감리자는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감리자가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의무를 진다. 또한 감리자가 잘못하여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진다.

 

감리자는 제3자적인 독립된 지위에서 부실공사를 방지할 목적으로 당해 공사가 설계도서 기타 관계 서류의 내용에 따라 적합하게 시공되는지, 시공자가 사용하는 건축자재가 관계 법령에 의한 기준에 적합한 건축자재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이외에도, 설계도서가 당해 지형 등에 적합한지를 검토하여야 한다.

 

시공계획이 재해의 예방, 시공상의 안전관리를 위하여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검토, 확인하여 설계변경 등의 필요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 다음, 만약 그 위반사항이나 문제점을 발견한 때에는 지체 없이 시공자 및 발주자에게 이를 시정하도록 통지함으로써, 품질관리·공사관리 및 안전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고, 발주자의 위탁에 의하여 관계 법령에 따라 발주자로서의 감독권한을 대행하여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만약 이에 위반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Ⅶ. 감리자 책임이 인정된 사례

 

구체적으로 대법원에서 감리자의 책임이 인정된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어떤 아파트 옹벽에 위험이 예상되었다. 감리자는 시공자가 적합한 전문토목건설업체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아파트 옹벽 아래에 2개의 어스앵커를 박아 넣은 후에 감리자가 공사현장을 확인한 결과 균열을 발견하였으며 그 원인이 어스앵커 천공시 진동과 에어콤퓨레샤의 영향인 것 같고, 5번째 어스앵커 작업을 완료할 때까지는 균열이 진행될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번째 어스앵커 작업까지 빨리 진행하여 완료하도록 지시한 것에 대하여 감리자는 위험발생 가능성을 예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시공을 강행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에서 대법원은 감리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인정하고 손해 전부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대판 2001. 9. 7. 99다70365).

 

또 다른 사안의 내용은 이렇다. 터파기작업을 설계도서상 C.I.P. 공법에 의하도록 되어 있었다. 시공자는 비용절감을 위하여 공사감리자와 협의를 거쳐 목재토류벽 흙막이공법으로 시공하였다. 그 결과 인접한 건물의 지반침하와 기울기가 급격히 진행되어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감리자는 터파기작업의 잘못된 시공으로 주변 건물들이 균열되고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공사현장에 가 보고, 비로소 시공사에 대하여 터파기작업의 공사방법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공사감리자는 터파기작업시에 감리업무를 게을리 한 잘못이 있어 손해배상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대판 1997. 8. 22. 97다19670).

 

감리자에게 설계도서상의 하자를 발견하여 시정하도록 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설계도서라 함은 건축물의 건축 등에 관한 공사용 도면, 구조계산서, 시방서, 건축설비계산 관계서류, 토질 및 지질 관계 서류, 기타 공사에 필요한 서류를 말한다.

 

책임감리의 경우에는 법령에 감리자는 건설업자 또는 주택건설등록업자가 작성한 시공상세도면의 검토‧확인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일반감리의 경우에도 건축법에 감리자는 상세시공도면이 검토 확인의무가 포함되어 있다.

 

대법원은 건설공사의 감리자는 설계도서가 당해 지형 등에 적합한지를 검토하고, 시공계획이 재해의 예방, 시공상의 안전관리를 위하여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검토, 확인하여 설계변경 등의 필요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대판 2001. 9. 7. 99다70365).

 

Ⅷ. 감리자 상대 소송의 문제점

 

사용자 및 피용자관계 인정의 기초가 되는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지휘, 감독은 건설공사의 경우에는 현장에서 구체적인 공사의 운영 및 시행을 직접 지시, 지도하고 감시, 독려함으로써 시공 자체를 관리함을 말하며 단순히 공사의 운영 및 시행의 정도가 설계도 또는 시방서대로 시행되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공정을 감독하는 데에 불과한 이른바 감리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대판 1989. 8. 8. 88다카27249).

 

대법원은 감리계약을 단순한 도급계약이라고 보지 않고 위임계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건축주가 감리자에 대한 계약상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감리가 끝난 날로부터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리게 된다. 감리자가 건축주 이외의 제3자에 대해 부담하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배상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감리가 끝난 날로부터 10년의 제척기간에 해당한다.

 

건축사가 설계나 감리와 관련하여 소송을 하거나, 소송을 당하게 되는 경우에는 변호사와 상담을 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건축만 전공하던 입장에서 건축관련소송에 대해 법률가와 대화를 해보면, 매우 답답한 심정이 된다.

 

우선 변호사가 건축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건축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건축전문용어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는 경우, 건축사는 변호사에게 모든 것에 관해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사건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논리적인 설명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불리하게 재판이 진행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건축소송은 건축을 아는 변호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건축주 또는 제3자가 감리자를 상대로 감리계약불이행책임을 묻거나, 불법행위책임을 물어서 소송을 시작하면 복잡한 민사소송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건축분쟁소송은 다른 일반적인 소송과 달라서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① 재판에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다른 재판과 달리 전문가의 감정절차를 거쳐야 하고, 주장과 입증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건축소송은 보통 6개월 이상 걸리고, 심지어는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그러면 건축사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② 전문감정인의 감정결과가 소송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소송당사자들은 감정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불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감정비용이 크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는 함부로 감정신청을 하지도 못한다. 물론 나중에 소송에서 100% 이기면 감정비용도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지만, 소송이란 언제나 승패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당사자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③ 증거가 불충분하고 애매모호해서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 체결 당시 명확하게 해놓지 않은 경우가 많고, 나중에 설계도면이나 시방서, 산출내역서 등을 찾지 못하거나 쌍방이 가지고 있는 자료가 서로 달라 입증에 애를 먹게 된다. 사실 일반적인 거래에서는 분쟁이 생기기 전까지는 서로 인간적으로 믿고 구두로 진행을 하기 때문에, 확실한 물적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법에 가서는 명확한 물적 증거 없이는 사실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증인과 같은 인적 증거는 증인의 협조를 받기도 어렵다. 남의 사건에 증인으로 나서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고, 오래된 사건에서 증인 자신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Ⅸ. 맺는 말

 

최근 국회를 통과한 건축법 개정안은, 건설산업기본법 제41조 제1항 각호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소규모 건축물로서 건축주가 직접 시공하는 건축물 및 분양을 목적으로 하는 건축물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허가권자가 해당 건축물의 설계에 참여하지 아니한 자 중에서 공사감리자를 지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입법 과정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정부에서는 건축물의 안전관리 강화대갱의 일환으로 일정 범위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허가권자가 공사감리자를 지정하는 제도까지 도입하였다.

 

또한 건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축제도를 위반한 건축주, 공사시공자, 공사감리자 등에 대한 벌칙 수준을 현행 500만원 내지 1억원 이하의 벌금에서, 5천만원 내지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앞으로 공사감리자에 대해서는 행정청으로부터의 감독도 강화되고, 잘못에 대한 책임추궁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감리를 맡긴 건축주 또는 제3자로부터의 손해배상책임 추궁도 많아질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감리자는 이러한 사회변화를 인식하고 감리계약도 철저하게 하고, 감리업무 수행을 보다 완벽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감리비는 어떻게 정해지는가?

 

가을사랑

 

감리계약에서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감리비를 정하는 것이다. 감리비는 물론 건축주와 감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고 감리계약서에 그 금액이나 지급시기 등이 기재된다.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대가기준에 관하여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일반적인 감리업무에 대한 보수기준을 정해져 있지 아니하다.

 

감리계약이 해지되거나 감리업무가 도중에 중단되었을 때에는 감리비를 어떻게 산정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이 경우, 감리계약서에 특별한 조항을 두면 그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만일 특별조항을 두지 않았을 경우에는 이미 수행한 감리업무에 대한 처리비율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건축공정율에 따르는 방법과 감리한 실제 일수를 기준으로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감리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감리계약의 성격은 감리의 대상이 된 공사의 완성 여부, 진척 정도와는 독립된 별도의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위임계약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감리보수는 반드시 건축공정율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관련 법규상의 감리업무에 관한 규정 내용, 전체 감리기간 중 실제 감리업무가 수행된 기간이 차지하는 비율, 실제 감리업무에 투여된 감리인의 등급별 인원수 및 투여기간, 감리비를 산정한 기준, 업계의 관행 및 감리의 대상이 된 공사의 진척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감리비를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감리비를 계약금, 수회에 걸친 중도금, 잔금 등으로 나누어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는 민법 제686조 제2항 소정의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공사감리계약에 해당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감리자가 잘못함으로써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하여 건축주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감리자는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건설공사의 감리자는 제3자적인 독립된 지위에서 부실공사를 방지할 목적으로 당해 공사가 설계도서 기타 관계 서류의 내용에 따라 적합하게 시공되는지, 시공자가 사용하는 건축자재가 관계 법령에 의한 기준에 적합한 건축자재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이외에도, 설계도서가 당해 지형 등에 적합한지를 검토하여야 한다.

 

시공계획이 재해의 예방, 시공상의 안전관리를 위하여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검토, 확인하여 설계변경 등의 필요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 다음, 만약 그 위반사항이나 문제점을 발견한 때에는 지체 없이 시공자 및 발주자에게 이를 시정하도록 통지함으로써, 품질관리·공사관리 및 안전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고, 발주자의 위탁에 의하여 관계 법령에 따라 발주자로서의 감독권한을 대행하여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만약 이에 위반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감리계약이란 무엇인가?

 

가을사랑

 

감리(監理)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감리라 함은, 건축물 건축설비 또는 공작물이 설계도서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품질관리 공사관리 및 안전관리 등에 대하여 지도 감독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감리업무는 건축주와 감리자 사이에 서면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감리계약이라 함은 감리자가 건축물에 대한 감리업무를 담당하고, 건축주는 그에 대한 감리비용을 지급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감리계약에 따라 감리자는 감리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는데, 만일 그러한 업무수행과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로 감리업무를 잘못하여 건축주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계약상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더 나아가서 감리의 잘못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형사책임까지 지게 되고, 행정상 징계처분을 받게 된다.

 

감리계약의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도급계약으로 보는 견해와 준위임계약으로 보는 견해가 대립된다. 도급계약으로 보는 견해는, 감리계약은 감리라는 업무를 완성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그에 대해 감리업무가 완성되는 것에 대한 대가로 감리비를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급계약의 성질을 가진다고 본다.

 

감리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한 이와 같은 견해 대립은 감리자의 하자담보책임의 기간에 관한 차이, 감리자가 책임 없는 사유로 감리업무를 중단하였을 경우, 감리업무의 이행비율에 따라 감리비를 지급할 것인지 여부, 건축주가 파산했을 때 감리자가 감리계약을 해제할 수 있느냐 하는 점 등에서 구별의 실익이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너무 어려운 법적 문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설명하는 것을 생략하기로 한다. 건축사의 입장에서는 굳이 이렇게 깊이 법을 알 필요도 없다. 그러면 대법원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법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은 현실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 절대적인 근거를 가진다. 그러므로 어떠한 경우이든 대법원 판결이 있으면, 이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먼저, 건설공사의 감리자는 제3자적인 독립된 지위에서 부실공사를 방지할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당해 공사의 품질검사, 안전검사를 실시하여 만일 부적합한 공사가 시행되고 있는 경우라면 당해 공사에 대한 시정, 재시공, 중지요청까지도 하여야 하는 등 공사의 진행에 제동을 걸어야 할 필요도 있다고 판시한다.

 

그리고 감리자는 공정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가를 면밀히 살펴 예정된 공기를 준수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원인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사무도 담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사의 진척이 부진하거나 공정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여 그에 병행하여 아무런 감리업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채 이를 그대로 방치하거나 나아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함부로 감리원을 공사현장에서 철수시켜서는 아니되는 것을 그 기본적 사무의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리의 대상이 된 공사의 진행정도와 수행할 감리업무의 내용이 반드시 비례하여 일치할 수 없는 것은 그 업무의 속성상 당연하다고 본다. 따라서 주택 등 건설공사감리계약의 성격은 그 감리의 대상이 된 공사의 완성 여부, 진척정도와는 독립된 별개의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위임계약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대판 2000. 8. 22. 2000다19342).

 

그리고 대법원은 민법 제690조가 위임계약의 일방 당사자의 파산을 위임계약 종료사유로 하고 있는 것은 위임계약이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당사자의 일방이 파산한 경우에는 그 신뢰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는 데 그 기초를 두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건축공사감리계약은 그 법률적 성질이 기본적으로 민법상의 위임계약이라고 하더라도 감리계약은 공동주택건설사업의 원활하고도 확실한 시공을 고려한 사업계획 승인권자의 감리자 지정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어서 사업주체가 파산하였다고 하여 당연히 감리계약이 종료하는 것으로 볼 이유는 없다. 감리계약의 특수성에 비추어 위임계약에 관한 민법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라 할 것라고 판단하였다(대판 2003. 1. 10. 2002다11236).


감리계약은 어떻게 이행되어야 하는가

 

가을사랑

 

Ⅰ. 글의 첫머리에

 

최근에 어떤 건축사를 만났다. 사연인즉 1억원도 채 되지 않는 건물신축공사에서 설계는 다른 사람이 하고, 자신은 감리만 맡았다. 감리비용은 모두 200만원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계약을 했다.

 

그런데 건축공사를 맡은 사람과 건축주 간에 공사대금 문제로 분쟁이 생겨서 판넬시험성적서를 받아오지 않아서 감리보고서 작성이 지연되었다. 그 때문에 시간이 장기화되자, 건물주는 공사업자뿐 아니라, 부분 하청업자, 판넬판매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시작했다.

 

건축주는 이 소송에 감리자도 피고로 포함시켰다. 감리를 담당했던 건축사도 연대하여 손해배상을 하라는 취지로 소장(訴狀)을 낸 것이다. 건축사 입장에서는 무척 곤혹스럽다. 법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소송을 당하니, 일단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답변서도 제출하지 않고 있으면, 원고 주장이 그대로 인정되고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청구해 온 손해배상금액도 적지 않을 뿐 아니라, 감리자는 전혀 잘못이 없는데 소송을 당하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최근에 건축공사와 관련하여 감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건축주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공사가 잘못되면 물론 공사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는데, 일단 감리자까지 물고 들어가는 것이다.

 

감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사상 하자가 발생한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을 공사업자와 연대하여 배상하라는 취지다. 그런데 실제로 적은 규모의 공사에서 건축업자는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막상 법원에서 연대하여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와도,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우선 돈을 받기 쉬운 감리자를 상대로 강제집행을 하게 된다.

 

그러면 감리자는 먼저 전체 금액을 건축주에게 배상하고, 나중에 그중 일정 부분을 공사업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서 받아내야 한다. 그런데 공사업자는 재산이 없는 무자력자일 경우가 많아 결국 감리자는 혼자 전체 금액을 손해보고 말게 되는 것이다.

 

설계를 맡아서 설계 잘못 때문에 손해배상을 하는 경우는, 그래도 설계비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덜 억울한데, 얼마 되지 않은 금액을 감리비로 받고 감리만 했던 건축사의 입장에서 감리잘못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거액으로 물어내게 되면 정말 답답하고 억울한 일이다.

 

그러므로 감리를 담당하는 건축사는 감리계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처음부터 계약서 자체를 잘 살펴보고 체결해야 한다. 그리고 법령상 감리자는 어느 정도 철저하게 감리업무를 수행해야 하는가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감리과정에서도 나중에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도록 제반 서류나 사진, 증거자료를 미리 준비해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우 없는 건축주가 소송을 걸어오면 완벽하게 대응을 해서 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도록 하고, 그런 다음에는 건축주를 상대로 소송비용까지 받아내야 한다.

 

여기에서는 감리란 무엇인가? 그리고 감리계약이란 어떤 성질이고 어떤 내용으로 체결되는가? 감리자의 준수의무는 무엇이고, 감리자가 감리를 잘못하면 어떤 법적 책임을 지는가? 등을 살펴본다. 주로 법원의 판례를 통한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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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와 감리자의 책임

 

가을사랑

 

* 대법원 2015.2.26. 선고 2012다89320 판결

 

설계를 담당한 설계사가 국내에 사례가 없는 음식물쓰레기와 분뇨의 병합처리방식의 설계를 담당하면서 검증절차를 소홀히 하여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을 통과한 분리액의 목표 물질수지를 만족하기 위한 장기저류조, 가압부상조 등의 전처리시설의 설계를 누락한 것은 설계사의 책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설계사가 검증절차를 소홀히 하여 일부 공정의 설계를 누락함으로써 결국 설계용역계약상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5.2.26. 선고 2012다89320 판결).

건설기술관리법 제27조 제4항, 시행령 제52조 제1항 제14호, 시행규칙 제34조 제1항 제4호에 의하면, 책임감리업무를 수행하는 비상주감리원의 업무에 ‘설계도서의 검토’가 포함되어 있고, 건설기술관리법 제23조의2 제2항은 감리전문회사로 하여금 당해 건설공사를 시공하기 전에 설계 등 용역업자가 작성하여 제출한 설계도서를 사전에 검토하고 그 결과를 설계 등 용역을 발주한 발주청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책임감리업무를 수행하는 감리자는 시공 전에 설계도서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여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발주청에 이를 보고하고 설계자와 협의함으로써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설계로 인하여 발주청이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그리고 책임감리업무를 수행하는 감리자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는 당시의 일반적인 감리자의 기술수준과 경험에 비추어 설계도서의 검토에 의해 설계상의 기술적인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기대 가능한 것이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원심은 책임감리의 경우에는 법령상 설계도서의 검토를 업무의 한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고 이 사건 감리계약에서도 감리자에게 설계도서의 검토의무가 부과되어 있으므로, 감리자가 설계도서를 점검하였더라면 발견할 수 있을 정도의 설계상의 오류라면 이를 간과하고 시공케 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고, 한편 감리자의 설계검토의무는 감리업무에 종사하는 자의 지위에서 요구되는 일반적인 수준의 경험과 기술에서 판단되어야 하며 신규 공법 개발자 수준의 설계검토의무까지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에 있어서 설계사의 설계 오류는 감리업무에 종사하는 자의 지위에서 요구되는 일반적인 수준의 경험과 기술에서 충분히 그 설계상 문제점을 발견해 낼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감리자가 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거나 보고할 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설계 오류에 대한 감리업무를 태만히 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감리자의 설계 오류에 대한 감리업무를 태만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감리자가 시공사의 임의 변경시공을 시정하지 아니한 채 분리액탈수기 승인도서를 그대로 승인함으로써 시공절차에서의 감리의무를 소홀히 한 행위가 이 사건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정상 가동 불능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준공절차에서의 감리의무 태만이 이 사건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정상 가동 불능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는 보지 않았다.

 

설계용역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공사도급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이나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로서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는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면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이른바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19378 판결 등 참조), 피고 설계사들과 피고 시공사들은 각각 공동수급체로서 그들끼리는 각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독립된 손해배상채무를 연대하여 부담하는 한편, 피고 설계사들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피고 시공사들의 손해배상채무는 서로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로서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 부진정연대채무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설계감리계약의 내용과 이행>

 

가을사랑

 

Ⅰ. 설계감리계약의 의의 및 법적 성질

 

설계계약은 설계도서의 완성이라는 건축사가 부담하는 의무를 전제로 도급인인 건축주가 그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도급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건축도급계약과 마찬가지로 설계계약에서는 도급인과 수급인이 있다.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교부하는 용역업무를 건축주가 도급인의 입장에서 건축사에게 맡기는 것이다. 건축사는 수급인의 입장에서 책임지고 약정된 내용대로 설계라는 용역을 제공하는 것이다.

 

건축사가 제공하는 용역의 내용은 다른 위임계약이나 도급계약에서 정하는 것과 다르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건축물에 대한 설계를 하여 그 결과물인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교부하는 것이다. 단순히 일만 하면 되는 근로계약과 다르고, 일의 완성이라는 목적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위임계약과 다르다.

 

감리계약은 설계계약과는 약간 다르다. 감리계약은 도급계약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대법원은 도급계약이 아닌 준위임계약이라고 보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도급계약보다는 위임계약에 가까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즉, 감리계약은 감리대상이 된 공사의 완성 여부, 진척 정도와는 독립된 별도의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위임계약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감리계약을 위임계약으로 볼 때 수임인인 건축사는 위임인인 건축주로부터 위탁받은 사무를 처리할 의무를 진다. 이 경우 건축사는 위임의 본지(本旨)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도급과 달리 위임에 있어서는 일의 완성이 아니라, 그냥 맡겨진 사무를 처리하면 된다.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대충하거나 불성실하게 해서는 안 되고,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 하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 결과가 반드시 일을 완성한 것도 아니고, 위임인의 목적이나 의도에 부합하는 성과가 나지 않아도 일을 맡은 수임인은 자신이 할 도리만 다했으면 법적 책임은 없다.

 

Ⅱ. 설계감리계약을 체결할 때 유의사항

 

설계감리계약서에 상세하게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가 규정되어 있다. 계약의 이행방법도 구체적으로 명기되어 있다. 당사자는 이러한 계약의 효력을 존중해야 한다. 계약의 문언을 잘 읽어 오해하지 않도록 하고, 계약서에서 요구하고 있는 자신의 의무사항을 철저하게 이행하여야 한다.

 

건축사에게 설계감리계약은 나침반, 항해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계약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늘 계약서의 내용을 숙지해야 한다.

 

건축사는 의뢰인과 설계계약, 감리계약을 체결한다. 의뢰인(Client)은 전문직업인과 거래를 할 때 상당히 긴장하지만 대부분은 전문가를 믿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이나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약정서에 도장을 찍거나 사인을 할 때 그냥 읽어보지도 않고 사인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나중에 이런 계약서나 약정서의 효력이 종종 다투어지는 것이다. 계약서에 따라 자신의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건축물에 대한 설계를 하고,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한다. 이것이 가장 주된 계약상의 의무다.

 

의뢰인은 이에 대한 대가로 설계비를 지급하여야 한다. 건축사가 고심 끝에 작성한 설계도서를 기초로 건축주는 행정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고, 시공자는 이러한 설계도서에 따라 건축행위를 하게 된다.

 

시공자는 오직 설계도서에 기재된 내용대로 시공하여야 한다. 설계를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면, 설계자에게 설계변경을 요청하고, 행정청으로부터 설계변경허가를 받은 다음 시공을 계속해야 한다.

 

건축사가 설계도서를 작성하면서 실수를 해서 제대로 공사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든가, 구조계산을 잘못해서 건축물의 안전에 이상이 생긴 경우, 설계도서 작성기한을 어긴 경우, 사용승인을 받지 못하게 된 경우 등에는 건축사의 고의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따져 책임을 추궁 당하게 된다.

 

감리계약도 마찬가지다. 계약서 기재 내용과 법령의 규정이 종합적으로 적용되어 감리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감리를 해야 하는지가 결정된다. 그리고 그러한 계약상의 감리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되어 책임을 지게 된다.

Ⅲ. 설계감리계약의 해제

 

얼마 전에 어떤 건축사를 만났다. 그는 공장에 대한 설계감리를 맡았는데, 어렵게 공장신축허가를 받았고, 설계도서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다시 설계변경을 해야 하는데, 설계변경허가가 쉽게 날 것 같지 않고, 건축주는 무조건 받아내라고 난리를 치고 있다고 한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지금 단계에서 손을 떼고 싶은데 좋은 방법이 없느냐는 것이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토지경계측량을 했을 때, 실제 경계선과 지적도 상의 경계선이 불일치한 것이고, 인접토지소유자가 이미 토지에 대한 시효취득을 한 상태라서 결과적으로 건축허가를 받을 때 잘못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현재 상태에서 설계감리계약을 해제하고 손을 때고 싶다는 취지였다. 무척 답답한 상황이었다.

 

건축사도 사람이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일단 계약을 딸 욕심에 계약은 했는데, 막상 작업을 하다 보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의뢰인이 법과 규정에 맞지 않는 건축허가나 설계변경을 해달라고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설계나 감리업무를 수행할 사무소 사정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처음에 예상을 잘못해서 설계도서의 완성이 상당한 기간 지연될 것이 우려되는 경우도 있다. 계약 체결 후 직원이 그만 두거나 건축사 자신이 건강이 나빠져서 제대로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운 사정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법을 모르기 때문에 전전긍긍하면서 시간만 보내는 건축사가 있다. 어떻게 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인지 연구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계약의 취소와 해제, 해지 등의 제도에 대해 알아야 한다.

 

설계계약은 체결할 때 적법하고 공정하여야 하며, 당사자가 진정한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서로 합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계약 체결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 계약은 취소될 수 있다.

 

설계계약이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는 아예 무효로 간주된다. 효력이 애당초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법의 정신은 아파트신축을 하는데 어떤 사람이 이른바 알박기를 하여 시행사로부터 거액을 뜯어내는 토지매매계약에 있어서 무효로 판정하는데서 나타난다.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중요한 부분에 대해 중대한 착오가 있었던 경우에는 사후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런데 설계계약이 체결된 이후에 이를 건축사가 무효 또는 취소할 수 있는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고 그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건축사가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설계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가 중요한 법적 사유다.

 

계약이 체결된 후 당사자 한쪽이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다른 계약 당사자는 그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계약 체결 후 이행지체 또는 이행불능의 상태가 되면 이를 이유로 계약을 더 이상 존속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반대 당사자가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 바로 계약해제제도이다.

설계계약이나 감리계약에 있어서도 이러한 계약의 해제와 해지는 명백하게 인정된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 건축사가 해제할 수 있는지 그 요건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러한 해제의 효과는 어떠한지 살펴보아야 한다.

 

다만, 여기에서는 건축주와 같은 의뢰인이 설계감리계약을 해제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오직 건축사의 입장에서만 검토한다. 물론 건축주도 당연히 해제사유가 있으면 설계감리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Ⅳ. 건축사가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있는 사유

 

설계계약의 경우를 보자. 설계계약을 체결했는데, 건축주가 설계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할 능력이 없어진 때에는 건축사는 즉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일반 표준계약서에는 건축사가 설계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는 특별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설계계약에서 법정해제권 이외에 별도로 약정해제권을 부여한 것이다. 특별해제권은 건축주가 동의하여 설계계약서가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인정되는 것이다. 건축사가 건축주를 상대로 설계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하여 효력을 소멸시킬 수 있는 사유를 보면 다음과 같다.

 

① 건축주가 건축사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그 대가의 지불을 지연시키는 경우다. 건축주가 약정한 보수를 제때에 지급하지 않으면 일정한 기간을 주고 이행을 최고(催告)한 다음 그래도 불이행하면 그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② 건축주가 계약 당시 제시한 설계요구조건을 현저하게 변경하여 건축사의 업무수행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명백할 때다. 여기에서는 ‘현저하게 변경’하여야 한다는 매우 추상적인 기준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건축사의 업무수행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③ 건축주사 건축사의 승낙 없이 계약상의 권리 또는 의무를 양도한 경우다. 설계계약상의 설계도서에 관한 협의권한이나 설계도서사용권 등을 임의로 양도한 경우를 말한다. 또는 보수대금지급의무를 제3자에게 임의로 인수시킨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④ 건축주가 건축사의 업무수행상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지 아니하여 건축사의 업무수행이 곤란하게 된 경우다. 실제로는 이런 경우는 거의 상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⑤ 건축사의 사망 실종 질병 기타 사유로 계약이행이 불가능한 경우다. 기타 사유라 함은 그야말로 계약이행이 불가능하게 만든 제반 사유를 말한다. 어떠한 경우이든 계약이행이 불가능하게 된 이상 건축사는 설계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다만,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설계계약은 도급계약에 해당하므로 민법상 특별한 해제사유의 적용을 받게 된다. 즉 수급인인 건축사가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인 건축주는 손해를 배상하고 설계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는 민법 673조의 규정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 건축주가 계약을 해제하는 이유는 묻지 않는다. 그러나 일을 완성한 때에는 아직 인도를 하지 않았더라도 해제는 인정되지 않는다.

 

도급에서 수급인이 부담하는 목적물의 인도의무는 목적물을 완성하여야 할 의무에 종속된 것에 지나지 않고, 또 이 경우에는 도급인에게 해제를 인정할 실익도 없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의 범위는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이 포함된다. 도급인이 파산한 때에도 수급인에게는 해제권이 부여된다.

 

Ⅴ. 설계계약해제를 하는 방법

 

건축사가 어떠한 해제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계약해제를 하려고 할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쉽게 설명하면 일단 자신이 해제하려고하는 이유를 쓰고, 그에 대한 증거자료를 첨부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 때문에 설계계약을 해제할 것이니 그에 대한 정리를 어떤 방법으로 하자는 취지를 써서 내용증명방식으로 건축주 등 상대방에게 우편으로 송달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계약해제는 건축주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설계계약의 체결이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해서는 불가능하고, 반드시 건축주와 건축사 두 사람의 합치된 의사표시에 의해 성립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해제에는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없다. 상대방의 동의(同意)를 받아서 하는 설계계약의 해제는 물론 가능하나 이것은 합의해제라고 하는 이른바 해제계약에 의해 하는 것이다.

 

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이 해지 또는 해제의 권리가 있는 때에는 그 해지 또는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이러한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

 

계약해제 사유가 발생하였더라도 이러한 해제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는 해제권자의 자유의사에 맡긴다. 따라서 채권자는 계약을 해제하지 않고 자신의 의무를 부담하면서 채무자에게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해제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써 한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생긴다. 해제의 의사표시에는 조건이나 기한을 붙이지 못한다.

 

Ⅵ. 계약해제의 효과

 

그러면 계약해제의 효과는 무엇인가?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의무가 있다. 당사자 서로의 원상회복의무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며 계약의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계약의 해제는 계약관계를 해소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로 복귀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계약을 해제하면 계약은 그 효력을 상실하고 그에 따라 채권채무도 소멸하는 결과, 아직 이행하지 않은 채무는 이행할 필요가 없게 되고, 이미 이행한 채무는 계약체결전의 상태로 회복시켜야 한다.

 

계약을 해제하면 계약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 당사자는 계약의 구속으로부터 해방되며, 이행하지 않은 채무는 이행할 필요가 없고, 이미 이행된 급부는 서로 원상회복하여야 한다.

 

Ⅶ. 맺는 말

 

살다 보면 참 골치 아픈 일을 많이 당하게 된다. 특히 건축사 사무실을 운영하다 보면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직원이 속을 썩이거나, 의뢰인이 경우가 없거나, 행정청에서 공무원들이 너무 엄격하게 법집행을 하여 힘이 들 때가 많다.

 

그래도 참고 견뎌야 한다. 사회생활에 있어서 법은 매우 귀찮은 존재이지만, 막상 문제가 생기면 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의 재산과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건축사로서의 권익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힘이 들어도 법에 대한 지식을 쌓고 평소에 업무를 수행할 때 꼼꼼히 따져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때그때 필요한 자료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이것이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싶다.

 



대지를 조성하기 위한 옹벽

 

가을사랑

 

* 대법원 2014.7.24. 선고 2013도13062 판결

 

구 건축법(2014. 1. 14. 법률 제122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107조 제1항, 제106조 제1항의 벌칙규정은 법 제23조 등을 위반하여 설계 등을 함으로써 공사가 부실하게 된 경우를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 제23조 제1항은 법 제11조 제1항에 따라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거나 제14조 제1항에 따라 건축신고를 하여야 하는 건축물의 설계 등을 건축사가 아니면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축사법 제39조 제2호의 벌칙규정은 건축사법 제4조를 위반하여 건축물의 설계 등을 한 경우를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건축사법 제4조 제1항은 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건축물의 건축 등을 위한 설계는 제23조 제1항 또는 제8항 단서에 따라 신고를 한 건축사 또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건축사사무소에 소속된 건축사가 아니면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 제23조 제1항에서 규정한 건축물에 관한 경우에만 법 제107조 제1항, 제106조 제1항, 건축사법 제39조 제2호의 각 벌칙규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

 

법 제23조 제1항에서 규정한 건축물이란 토지에 정착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이에 딸린 시설물을 의미한다(법 제2조 제1항 제2호).

 

법 제83조 제1항은 “대지를 조성하기 위한 옹벽, 굴뚝, 광고탑, 고가수조, 지하 대피호,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작물을 축조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축법 시행령 제118조 제1항은 “법 제83조 제1항에 따라 공작물을 축조(건축물과 분리하여 축조하는 것을 말한다)할 때 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를 하여야 하는 공작물은 다음 각 호와 같다”고 규정하면서 제5호에서 ‘높이 2미터를 넘는 옹벽 또는 담장’을 신고대상 공작물로 규정하고 있다.

 

법 제11조 제5항은 “제1항에 따른 건축허가를 받으면 다음 각 호의 허가 등을 받거나 신고를 한 것으로 본다”고 인·허가를 의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제2호에서 “제83조에 따른 공작물의 축조신고”를 열거하고 있다.

 

위 규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대지를 조성하기 위한 옹벽’이 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한 건축물과 함께 축조되는 경우에는 별도로 법 제83조에 따른 신고를 할 필요가 없지만,

 

건축물과 무관하게 미리 축조되거나 건축물이 건축된 이후 별도로 축조되는 경우에는 건축물의 허가 또는 신고와는 따로 신고를 하여야 한다고 해석되는바,

 

‘대지를 조성하기 위한 옹벽’은 법 제83조 제1항에 따라 신고대상이 되는 공작물에 해당할 뿐 법 제23조 제1항에서 규정된 건축물, 즉 법 제11조 제1항에 따라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거나 제14조 제1항에 따라 건축신고를 하여야 하는 법 제2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건축물에 해당하지는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외국어고등학교 신축공사 현장 중 균열이 생기고 붕괴된 교사동 좌측 보강토옹벽(길이 약 80m, 높이 약 16m, 이하 ‘이 사건 옹벽’이라고 한다)은 교사동을 지을 수 있는 대지를 조성하기 위한 옹벽인 사실을 알 수 있고, 위 교사동과는 물리적 또는 기능적으로 일체가 되어 독립성을 상실한 옹벽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

 

사실관계가 이러하다면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옹벽은 법 제2조 제1항 제2호의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에 딸린 시설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 제23조 제1항의 적용대상이 되는 건축물이 될 수 없다.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 1이 설계도서를 작성한 이 사건 옹벽이 법 제107조 제1항, 제106조 제1항, 제23조 제1항 및 건축사법 제39조 제2호, 제4조 제1항, 법 제23조 제1항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건축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건축법상 건축물의 개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이 이 사건 옹벽에 관한 설계도서를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의 책임 아래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위 피고인이 건축사가 아닌 자로서 설계를 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부분은 피고인 1이 그 설계도서를 작성한 이 사건 옹벽이 법 제23조 제1항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건축물’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가정적·부가적 판단에 불과하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건축사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한 이상 설령 위 부가적 설시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따라서 이 점에 관한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옹벽이 법 제23조 제1항의 적용대상이 되는 건축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관련 법 규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인 2가 관계전문기술자로서 이 사건 옹벽에 관한 설계도서에 기명날인하였다고 할지라도 법 제110조 제9호에서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는 법 제48조를 위반한 제67조에 따른 관계전문기술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본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법 제48조를 위반한 제67조에 따른 관계전문기술자의 개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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