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자의 책임은 너무 무겁다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법학박사
Ⅰ. 안전사고가 나면 감리자는 무조건 조사받는다
지금까지 수많은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건축물안전사고는 점차 대형화 추세에 있기 때문에 관련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고 있다. 건축물이나 시설물 붕괴 등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설계감리를 담당한 건축사도 조사를 받았다. 적지 않은 설계감리자가 형사처벌을 받았다. 매우 불행한 일이다.
감리에 관한 건축법, 주택법, 건설기술진흥법 등 관계 법령을 보면, 건축이나 건설에 관한 감리책임자가 지켜야 할 의무사항은 매우 엄격하게 되어 있다. 감리자가 이것을 모두 지키기는 쉽지 않다.
실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준공검사를 받는 것으로 설계감리자의 책임은 대부분 끝이 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에서는 관계 법령을 가지고 설계자와 감리자가 제대로 설계 감리를 하였는지 따지고 든다.
발생한 결과가 중하면 사회적 비난 여론 때문에 검찰수사는 강도 높게 되고,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 없다’는 속담처럼 법령위반이나 주의의무위반사항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행정법규위반은 그야말로 구체적인 법령에 위반한 사실만으로 처벌되는 것이다. 그리고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결과에 대해 이를 피할 수 있었던 주의의무를 다 하지 못한 것을 처벌하는 것이므로 형사책임을 면하기가 매우 어렵다.
인명피해가 크면 구속도 되고, 실형도 나오게 된다. 행정처분도 뒤따른다. 피해자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한다. 인명피해가 난 때로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되는 것이므로 다른 범죄와 달리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설계감리에 대해 징역을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건축사는 법률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설계감리책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에서 어떻게 수사하는지도 모르고, 자신의 혐의사실에 대해 방어하는 방법도 잘 모른다.
건축사는 설계 감리를 맡게 되면, 나중에 안전사고가 발생하여 조사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업무처리를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
Ⅱ. 소송을 당한 어느 건축사 이야기
법원이나 검찰청, 경찰서에서 배달되는 서류는 모두 등기우편으로 온다. 등기 우편물은 중요하다. 이것을 제대로 수령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보게 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일부러 법원의 등기서류를 받지 않아 이익을 보는 경우도 있다. 건물인도소송을 하려는 상대방의 소송서류를 받지 않으면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다. 상대방이 하는 최고장, 내용증명 방식의 최고서 등을 고의로 받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건축사 A는 어느 날 사무실로 한 통의 등기우편물을 받았다. 겉봉투에 크고 진한 글씨로 OO지방법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무슨 일일까 궁금했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했다. 사람은 죄를 짓지 않아도 법원이나 검찰청에서 연락이 오면 놀라게 된다.
호흡을 가다듬고 우편물을 뜯어보았다. 그 안에는 두툼한 서류가 들어있었다. 자신이 설계와 감리를 담당했던 건축주가 원고로 되어 있었다. 자신은 피고로 되어 있었다. 공사업자 B, 하청업자 C, 물품납품업자 D도 공동피고로 되어 있었다.
건축주는 소장에서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을 적어놓았다. 변호사 이름도 있었다. 건축주는 문제해결이 되지 않자, 변호사를 선임해서 민사재판을 청구한 것이었다.
청구원인을 읽어보니, 건축주는 제품시험성적서를 받지 못해 공사가 다 끝났는데도 건물에 대한 준공검사를 받지 못했고, 그 때문에 임대수익 상당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취지였다. 피고 4명에 대해 어떤 근거에서 어떤 책임을 추궁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A는 그동안 사용승인 때문에 건축주로부터 항의는 받았지만, 그 책임은 전적으로 시험성적서를 받지 못한 공사업자의 몫이고, 설계감리자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건축사인 자신까지 피고로 포함하여 소송을 걸어오니 가슴이 답답하고 어쩔 줄 몰랐다. 소송에 잘못 대응했다가는 손해배상을 해야 하고, 지연손해금까지 물어야 하고, 원고가 선임한 변호사 비용까지 내야 할 입장이었다. 건축사로서는 설계감리비는 얼마 받지 못한 상태에서 많은 금액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A는 혼자 힘으로서는 소송을 할 수 없고, 건축사 일을 하는데 많은 지장이 있다고 판단해서 변호사를 선임하려고 마음먹고 나를 찾아왔다. 대한건축사협회 자문변호사라는 소문을 들었다는 것이다.
나는 굳이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없는 사건이니 그냥 본인이 직접 법정에 나가는 형식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몇 차례 상담을 통해 그래도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내가 소속해 있는 법인에서 변론을 맡기로 했다.
나는 변론을 준비하면서 공사업자는 몰라도 적어도 감리를 맡았던 건축사로서는 전혀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건축사인 피고는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부분에 대한 책임이 없으므로 원고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하였고, 그에 대한 증거 및 설명자료를 많이 제출했다.
그 과정에서 건축사와 여러 차례 만나면서 감리인이 어떠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가? 부당한 청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어떠한 설명을 해야 하고, 그에 대한 입증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하고 상의를 하였다.
건축사도 시간이 가면서 점차 자신이 책임이 없다는 점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송은 끝날 때까지 늘 불안하고 초조하고 답답한 상황이 된다. 상대가 있고, 더군다나 상대의 변호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은 제3자인 판사를 설득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결론이 날 때까지는 아무도 판결 내용을 알 수 없다.
이 사건은 지루한 과정을 거쳐서 결국 공사업자가 일부 손해배상을 건축주에게 하고, 나머지 하청업자, 자재납품업자 및 건축사에 대한 소송은 모두 취하하는 것으로 임의조정이 되었다. 임의조정이란 판사 앞에서 합의를 하는 것을 말한다. 조정에는 임의조정과 강제조정이 있다.
사실 이 사건은 끝까지 판결로 갈 경우 건축사만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받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건축사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건축사에 대해서는 소를 취하하겠다는데 이에 동의하지 않고 판결을 받겠다고 해서는 또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되기 때문에 임의조정에 응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건축사에 대한 소송은 아무런 조건 없이 취하되었다. 하지만 건축사는 감리를 잘못해서 커다란 손해를 보았다는 건축주가 제기한 민사소송 때문에 6개월 넘게 엄청난 마음 고생을 한 것이었다.
Ⅲ. 설계자에게도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설계만 한 사람은 감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책임을 덜 추궁당한다. 설계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안전사고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시공사가 잘못해서 부실공사를 하게 되면 그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설계자보다는 감리자가 왜 제대로 감리를 하지 않았느냐고 하는 측면에서 책임을 추궁당한다.
하지만 설계자 역시 드물지만 대형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그에 따른 형사책임을 지기도 한다. 민사상 손해배상책임까지 따른다.
2015년 2월 26일 설계자의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매우 주목할 만한 판결이어서 여기에서 소개하기로 한다.
국내에 사례가 없는 음식물쓰레기와 분뇨의 병합처리방식의 설계를 담당하였던 설계자가 검증절차를 소홀히 하여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을 통과한 분리액의 목표 물질수지를 만족하기 위한 장기저류조, 가압부상조 등의 전처리시설의 설계를 누락하였다.
대법원은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의 정상 가동 불능에 관한 설계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단을 하였다. 설계자가 검증절차를 소홀히 하여 일부 공정 설계를 누락함으로써 설계용역계약상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Ⅳ. 공사업자와 감리자의 부진정 연대책임
설계용역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공사도급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에 해당한다. 그러나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로서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는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면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다.
설계사들과 시공사들은 각각 공동수급체로서 그들끼리는 각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도급인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독립된 손해배상채무를 연대하여 부담한다. 설계사들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시공사들의 손해배상채무는 서로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로서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 부진정연대채무관계에 있다.
공동불법행위 책임은 가해자 각 개인의 행위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그로 인한 손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해자들이 공동으로 가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다.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가해자들 전원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함께 평가하여 정하여야 한다.
손해배상액에 대하여는 가해자 각자가 그 금액의 전부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 가해자 1인이 다른 가해자에 비하여 불법행위에 가공한 정도가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가해자의 책임 범위를 위와 같이 정하여진 손해배상액의 일부로 제한하여 인정할 수는 없다.
Ⅴ. 아파트 화재사건에서 재판에 회부된 감리자
2015년 1월10일 발생한 아파트 화재사건으로 5명이 숨지고 129명이 부상했으며 건물 7동이 불에 탔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피의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에서는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이들 3명의 피의자에 대해 재수사를 한 다음 6개월 후에 또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는 또 다시 이들에 대한 재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이 사건에서 A는 오토바이 키박스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아파트에 불이 번지게 한 혐의로 입건되었다. 검찰은 실화자 A, 시공자 B, 감리자 C 등 10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5명을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건축물의 안전 시공에 수사의 초점을 맞춰 시공자와 감리자의 과실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불이 난 아파트는 옆 건물 간 거리가 짧아 불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방화구획이 매우 중요하나, 시공·감리 과정에서 무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감리를 맡은 C는 B가 EPS실을 건축법령·설계도와 달리 시공한 사실을 알면서도 시정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발표했다.
Ⅵ. 안전사고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
피고인은 행정청이 발주한 빗물펌프장 신축공사의 감리책임자로 선정돼 일해오던 중 가시설물인 콘크리트 슬라브가 무너지면서 인부 2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하자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적용되어 재판에 회부되었다. 피고인이란 용어는 피의자에 대응하는 것으로 검사에 의해 재판에 회부되면 그때부터 피의자라고 하지 않고, 피고인이라고 부른다. 형사소송법상의 용어다.
감리책임자인 피고인은 시공감리인은 예측가능한 안전사고에 대해서만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시공자의 과실로 인한 이 사건 사고에 대해 시공감리자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무죄 주장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사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공사가 설계대로 진행되는지 여부를 감독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시공감리인도 공사장의 안전사고에 대한 안전관리책임이 있기 때문에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처벌할 수 있다.
시공감리자는 공사가 설계대로 시공되는지를 확인할 의무 뿐 아니라 재해예방 및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해야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 공사 감리책임자는 마땅히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사고를 발생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Ⅶ. 책임감리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무를 지는가?
책임감리 업무를 수행하는 감리자는 독립된 지위에서 부실공사를 방지할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당해 공사의 품질검사, 안전검사를 실시하여 만일 부적합한 공사가 시행되고 있다면 당해 공사에 대한 시정, 재시공, 중지 요청까지도 하여야 하는 등 공사의 진행에 제동을 걸어야 할 의무가 있다.
감리자는 공정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 예정된 공기를 준수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원인을 분석하고 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공사의 진척이 부진하거나 공정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여 그에 병행하여 아무런 감리업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채 이를 그대로 방치하거나 나아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함부로 감리원을 공사현장에서 철수시켜서는 아니 된다.
공사감리자의 감리업무는 감리대상 공사가 완료된 후 감리완료보고서를 작성함으로써 더 이상 당해 건축물에 대한 감리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게 되어야 완료된다고 보아야 한다.
공사감리계약의 속성에 비추어 볼 때, 감리계약이 완료되지 못한 채 감리인에게 귀책사유 없이 도중에 종료된 경우 그 때까지의 감리사무에 대한 보수는 이미 처리한 감리사무의 비율에 따라 정하여져야 한다.
Ⅷ. 건축주가 손해발생사실을 알게 된 날짜는 언제일까?
건축주 A는 다음과 같은 소송을 제기하였다. 즉, 서울특별시 구청 소속 건축계장인 B와 감리자인 C의 부당한 설계변경요구와 설계사인 D의 잘못된 설계변경에 의하여 이 사건 주택이 건축법에 위반된 위법 건축물이 되었고 그로 인하여 재산상 손해를 입었으니 손해배상을 하라고 주장하였다.
건축주 A는 이러한 사안에서 감사원에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법원에서는 A가 감사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때에는 이러한 부당한 설계변경으로 인한 손해 및 그 가해자를 알았다고 보았다.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이미 경과한 후에 비로소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그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Ⅸ. 설계도서와 달리 시공된 경우의 감리자 책임
주택의 신축도급을 받은 사람이 굴뚝은 벽돌로 건물 외벽에 잇대어 설치하도록 설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설치하지 아니한 채 건물 내벽의 외벽쪽을 일부씩 깍아낸 다음 직경 100미리미터의 피.브이.씨 파이프를 내벽과 외벽 사이에 매설하여 보일러의 연통과 연결하도록 함으로써 굴뚝에 대용케 하였다.
이에 따라 내벽의 두께는 불과 25미리미터 정도에 불과하게 되고 위 연통이 내벽에 가하는 압력, 헐어낼 때의 충격과 난방시 연통의 열로 위 내벽에 균열이 생기게 되었다.
보일러 시공을 하도급 받은 사람은 벽 사이에 굴뚝대용으로 설치한 파이프와 보일러 연통을 연결함에 있어 연통과 연통 사이를 단단히 접착시키지 아니하였고 그 연결부위에 '엘'(L)자 밸브를 끼우지 아니한 채 방치하였다.
건물의 공사감리및 준공검사를 의뢰받은 감리자나 그로부터 현장확인을 지시받았던 건축사보조원은 현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하였다.
이런 이유로 설계도와는 달리 굴뚝 1개가 설치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이 벽 사이에 굴뚝대용의 파이프가 설치된 사실에 대하여 공사도중이나 완공후에도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건물현황과 상이한 내용의 건축물 준공조서 및 검사조서를 작성후 관할 관청에 제출하게 하여 그대로 준공검사가 이루어지게 하였다.
공사감리 및 준공검사업무를 수행하는 자로서 또한 이를 보조하는 자로서 시공된 건물이 설계도서와 부합하는 지의 여부를 확인하여 이에 부합되도록 시공자를 지도하여 시공건물의 안정성을 확보할 의무가 있는데도 위 건물이 설계도서에 부합되는 것으로 공사감리 및 준공검사 조치를 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사실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Ⅹ. 토목공사에서 제대로 감리를 하지 않은 경우
감리자가 토목공사를 수행하는 데 적합한 전문토목건설업체인지 여부를 확인하여 토목공사의 시공자를 바꾸도록 통지하는 등 감리자로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아파트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공사설명회에서 감리자의 보조자가 토목공사의 시공방법 및 순서에 관하여 에이취빔을 박은 다음 토류판을 설치하고 어스앵커를 박아넣는다고 설명하였다.
이에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옹벽 기초 및 벽체가 연약하므로 시공시 주의하도록 요구하였다. 그 후 아파트 옹벽 아래에 2개의 어스앵커를 박아넣은 다음에 감리자가 공사현장을 확인한 결과 균열을 발견하였으며 그 원인이 어스앵커 천공시 진동과 에어콤퓨레샤의 영향인 것 같다고 판단하였을 뿐만 아니라 5번째 어스앵커 작업을 완료할 때까지는 균열이 진행될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번째 어스앵커 작업까지 빨리 진행하여 완료하도록 지시하였다.
공사현장의 지형에 비추어 보아 그 설계가 시공 과정에서 뒤편 옹벽 위에 건설된 아파트의 기초에 영향을 미쳐 위험을 초래할 염려는 없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설계 또는 시공방법을 변경할 필요는 없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시공자와 발주자에게 통지할 책임과 의무가 있었다고 보았다. 그런데 감리자는 이에 위반하여 그 위험발생 가능성을 예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시공을 강행하도록 조치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되었다.
따라서 감리자의 감리상의 잘못으로 인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균열 등이 생겼다고 판단하고 감리자도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그로 인한 손해 전부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XI. 맺는 말
감리제도에 관한 법령은 매우 복잡하게 되어 있다. 감리제도의 중요성에 비추어보면 감리자의 자격과 업무범위, 감리의 구체적인 업무수행방법, 감리자의 민형사상 책임의 범위와 내용, 징계의 종류와 절차, 감리비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
현실을 보면 감리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정확하게 감리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떠한 주의의무가 있으며, 만일 이를 어겼을 때에는 어떤 책임이 돌아온다는 사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그러다가 난리를 당하게 된다.
구체적인 공사에서 감리자가 무엇을 잘못했을 때 문제가 되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도 누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 건축법이나 건설관련법에 대해 해설서도 너무 추상적으로 막연하게 이런 경우에는 감리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써놓았을 뿐이다.
그러나 막상 문제가 생기면 감리자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건축공무원들은 감리자가 이러 이러한 잘못을 했다고 지적하면 끝이다. 검찰이나 법원에서도 무조건 감리자가 잘못했기 때문에 건축물에 하자가 생긴 것이고, 안전사고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감리자는 매우 억울하다. 설계가 제대로 되었는지 여부도 감리자가 확인하라고 한다. 그리고 공사업자를 철저하게 감리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상대가 힘이 있는 건축사고, 대규모 설계회사에서 설계한 것을 가지고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기도 어렵고, 시공회사가 감리자의 말을 그렇게 잘 듣는 것도 아니다. 감리를 맡긴 건축주에게 지나치게 불이익하게 철저한 감리를 해서 공사를 지연시키거나 손해를 주기도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감리제도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므로 감리담당자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자신이 담당한 감리업무를 법령에 따라 보다 철저하게 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